서울에서 만난 정이품송 '장자목'

기사입력 2020-08-07 08:00 기사수정 2020-08-07 08:00

속리산 수학여행은 학창 시절 즐겨 찾는 여행 코스 중 하나였다. 법주사를 가려면 꼬불꼬불 12고개 길인 ‘말티재’를 넘어야 한다. 마치 용이 꿈틀대듯 휘어져 돌아가는 길이다. 버스가 아슬아슬하게 낭떠러지 길을 타고 돌 때면 ‘와’ 하는 탄성 소리와 함께 간담이 서늘하기도 했다. 그 말티재를 넘어 법주사 가는 길에 높은 벼슬을 가진 명물이 있다. 바로 천연기념물 제103호로 지정된 ‘정이품 소나무’다.

▲늠름한 자태의 장자목.
▲늠름한 자태의 장자목.

‘정이품송’(正二品松)으로 불린 유래는 이렇다. 세조 10년(1464)에 왕이 법주사로 행차할 때 타고 가던 가마가 이 소나무 아래를 지나게 되었는데 처진 가지에 걸리게 되었다. 이에 세조가 “가마가 가지에 걸린다”라고 말하니, 소나무가 스스로 가지를 위로 들어 올려 왕이 지나가도록 했다 한다. 세조는 소나무의 충정을 기리기 위해 정이품(현재 장관급)의 벼슬을 내렸다. 이때부터 이 소나무를 ‘정이품송’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이 귀한 소나무에 문제가 생겼다. 600년 넘게 살다 보니 자연재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솔잎혹파리와 각종 해충, 그리고 낙뢰와 돌풍 등으로 가지가 부러져 우아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 소나무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국립산림과학원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09년 4월 3일 이 장자목을 서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 심게 되었다.

▲정이품송 장자목.
▲정이품송 장자목.

* 장자목 탄생 과정

2001년 봄, ‘정이품송 혈통 보전을 위한 혼례식’을 거행했다. 속리산 정이품송을 부계로 한 혈통 계승이다.

⓵ 어미나무 간택: 전국에서 선발된 425개체 중 가장 뛰어난 강원도 삼척의 5개체를 선정하였다.

⓶ 인공교배: 화분채취와 가루받이(2001년 4~5월) → 수정(2002년 5월) → 종자채취(2002년 10월) → 파종(2003년 3월)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2009년 4월 드디어 장자목을 서울올림픽의 상징인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 옮겨 심었다.

● 식수 당시 모습: 수령 7년생, 높이 1.3m, 근원경 3.97cm

● 장자목 탄생: 아비나무 정이품송(충북 속리산)과 어미나무(강원도 삼척의 5개체)의 인공 교배

* 현재의 장자목 모습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의 장자목의 모습은 귀한 혈통답게 당당하고 기품 있어 보인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누구나 찾는 공원이 올림픽공원이다. 대한민국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틀이 되었던 곳이기도 하다. 자랑스럽게 후손들에게 물려줄 민족의 성지가 될 것이다. 앞으로 정이품송 장자목이 그 기개를 펼치고 민족의 번창을 지켜볼 것이다. 아비나무 정이품송이 그랬던 것처럼 대대손손 자라 몇천 년이라도 우리 민족과 함께할 것이다. 건강한 모습으로 그 명맥을 이어주길 염원한다. 대전 정부청사와 청와대 외 몇 군데에도 나누어 심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정이품송의 장자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가까이 볼 수 있어 반갑다.

▲장자목 식수 당시 모습.
▲장자목 식수 당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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