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 “한의사, 양의사가 동시에 환자 대면 진료 야심차게 준비했죠”

기사입력 2017-11-29 07:16 기사수정 2017-11-29 07:16

▲이진호 병원장.(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이진호 병원장.(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한의학 병의원의 대표적 브랜드 중 하나로 꼽히는 자생한방병원이 혁신을 꾀하고 있다.첫 번째 혁신은 본원 이전이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여러 개 건물에 나눠져 있던 본원 조직과 시설을 지상 15층 규모의 강남구 논현동 신사옥으로 옮겨 합쳤다. 시설만 확대된 것이 아니다. 한자리 진료 시스템과 외국인 전용 국제진료센터가 도입된다. 또 다른 혁신은 자생한방병원 본원의 새 수장이 된 이진호(李晋昊·38) 병원장의 등장이다. 불혹의 나이도 안 된 그의 존재는 자생한방병원 혁신의 핵으로 평가받는다.


이진호 병원장은 맡은 중책에 대해 “부담이 없지는 않지만 기대가 더 크다”고 말한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나서 한의사로서의 생활을 이 병원에서 시작했습니다. 한의학을 여기서 배운 것이나 마찬가지죠. 덕분에 설립자인 신준식 박사님의 철학이나 이념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잡은 만큼 꿈을 펼쳐보고 싶습니다. 잘될 것 같은 예감도 들고요(웃음).”

주변에서는 이진호 병원장을 도전의식이 강하고 적극적인 스타일이라고 평가한다. 그래서인지 신사옥 이전만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을 텐데 새로운 작품을 내놨다. 바로 ‘한자리 진료 시스템’이다. 한자리 진료 시스템은 한의사와 양의사가 동시에 환자를 대면해 진단하고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 양·한방 협진 치료다. 그간 양·한방 협진 시스템 구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온 자생한방병원이라서 가능한 시스템이다. 치료를 위해 양의학과 한의학의 관점에서 환자의 상태를 그 자리에서 크로스체크(교차검증)한다는 의미가 있다.

사실 협진은 양의학계나 한의학계 모두에게 숙제였다. 일반 종합병원에서는 각 치료과목 간 이견을 줄이기 위해,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선 과학화를 위해 협진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구성원 간 이해관계나 눈에 보이지 않는 상하관계 때문에 효과적인 협진 시스템을 구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한자리 진료 시스템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장기간 여러 분원에서 협진을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방식이죠. 또 오랜 협업을 통해 자생한방병원의 진료 방식이나 철학을 이해하는 양의학 의료진이 고스란히 신사옥으로 옮겨왔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래도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당분간은 시범 운영하면서 자리를 잡아갈 예정입니다.”

한자리 진료를 받는 환자는 두 분야의 의사를 30분간 만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몸 상태나 앞으로 받게 될 치료 계획 등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3분 진료’로 대변되는 국내 의료 환경에선 보기 드문 광경이다. 참여할 수 있는 의사의 자원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일단은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증상이 심한 환자를 우선 대상으로 한다. 아직은 이런 협진이 건강보험 항목으로 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 진료비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한방 비수술 척추치료의 길을 걸어왔지만, 무조건 수술이 안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한 환자는 수술을 해야 하는 것이 맞고, 수술이 가능한 병원으로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수술을 하게 되면 환자의 상태가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그 전에 환자와 의사 모두가 확신할 수 있을 만큼 마지막까지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이진호 병원장.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이진호 병원장. (오병돈 프리랜서 obdlife@gmail.com)
한의학의 과학화를 위한 노력은 여러 형태로 결실을 맺었는데, 그중 하나가 외국인 환자를 위한 국제진료센터 설립이다. 한의학이 낯선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과학화된 연구가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그들 스스로 한방병원을 찾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 병원장은 설명한다.

“한의학의 과학화 중 중요한 요소는 통역입니다. 양의학의 언어, 용어에 익숙한 이들을 위해 한의학 용어들을 분석하고 번역하는 것이죠. 한의학이 연구를 한다고 해서 갑자기 과학적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과학적인 분야였는데 표현 방식이 달랐을 뿐이죠. 외국인 환자들이 한의학을 이해하고 저희를 믿었던 것도 이런 노력 때문입니다. 또 해외 분원 설립이나 봉사활동 등 그들에게 직접 다가가려는 노력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신사옥을 준비할 때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환자를 위한 서비스 확충이다. 환자가 의사를 찾아가는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닌 환자가 편안하게 진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이다.

“유럽의 병원들은 의사가 환자를 찾아가는 구조가 대부분이죠. 이에 반해 국내 병원은 환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에요.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했습니다. 환자가 기다리는 공간이나 입원실 모두 척추 환자를 고려해 설계됐어요. 지금과 같은 혁신과 성장이 가능했던 건 환자들의 믿음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영적인 관점에서는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우리가 갖고 있는 감사한 마음을 신사옥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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