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8~29일,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 번째 장례박람회(エンディング産業展)가 열렸다. 엔딩산업전이라고도 하는 일본의 장례박람회는 장례, 매장, 공양, 상속 등 다양한 장례와 종활 산업 등을 소개한다. 이번 박람회에는 약 160개사가 참여했으며, 1만 3318명이라는 역대 최대 방문자가 다녀갔다.
고령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장례 시장은 오히려 그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기 위해 죽음을 준비하는 것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29일 도쿄에서 열린 엔딩산업전을 방문해 새로운 장례 문화로서 어떤 것들이 주목받고 있는지 살펴봤다.
고인의 취향을 담다
이번 장례박람회에서 단연 눈에 띄었던 것은 분야를 불문하고 고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마련돼 있다는 점이었다. 먼저 유골함과 관의 디자인이 정말 다양했다. 소재, 디자인, 모양, 크기 등 선택지가 많았다.
올해는 ‘친환경’을 강조한 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에스지에코그린(SG ECO GREEN)이 선보인 제품은 종이로 만든 것으로 화장할 때에도 검은 연기가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며, 금속·못·나사·경칩 등을 사용하지 않았다.
에스지에코그린 담당자는 “친환경 잉크를 사용해 고인의 가족사진 등을 프린트 해 관의 외부를 꾸밀 수 있어 고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으며 최대 250kg까지 적재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환경을 고려한 제품들이 주목받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인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한 기술들도 등장했다. 주식회사 abs의 서비스 ‘노아(NOA)’는 고인의 기본 정보를 입력하면 AI가 취향에 맞는 제단을 꾸며 보여준다. 생각하고 있는 예산을 입력하고 고인이 좋아하는 색깔, 좋아하는 스타일, 생전의 취미, 성격, 꽃의 종류 등을 고르면 이를 반영한 꽃의 제단 디자인 네 가지를 보여준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예산을 조정하거나 색깔을 바꾸는 등 다른 조건을 넣어 디자인할 수 있다.
abs 담당자는 “AI가 만들어준 이미지를 꽃집에 가져가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주문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생각한 것과 다르게 제단이 꾸며져 있거나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장례 회사에서 보여주는 획일화된 장식 중에서 골라야 했다면, 노아는 개인 맞춤형으로 제단을 꾸밀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온천욕을 좋아했거나, 좋아하는 향기가 있었다거나 하는 고인의 취향을 반영해 온천수나 입욕제를 넣어 납관 전 주검을 씻기는 탕관(湯灌) 용품도 등장했다. 전용 비누가 붙어있으며 물이 나오면서 동시에 빨아들이는 기술로 침대에서 고인의 몸을 닦을 수 있다.
간호용으로 나온 제품이 있지만, 온천수나 입욕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 최초의 제품이다. 진심이라는 뜻의 ‘마고코로(まごころ)’를 개발한 재팬토와(ジャパン唐和) 담당자는 “마지막까지 고인이 좋아했던 방식으로 몸을 씻어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분골(分骨)’ 유행할 것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장례 문화는 ‘간소화’되는 모습이다. 일본은 집에 불단을 두고 고인을 기리는 풍습이 있는데, 불단은 전체적으로 크기가 작아졌고 피우는 향 대신 작은 화분이나 시들지 않는 꽃 등으로 대체하는 상품들이 눈에 띄었다. 1인 가구가 늘면서 거주하는 집의 크기가 작아졌고, 불단이 차지하는 면적을 줄이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또 하나 작아진 것은 유골함이다. 이탈리아의 장인이 빚은 도자기로 유골함을 만드는 이탈리아 회사 FENICETEK 담당자는 “앞으로는 화장 후 여러 개의 작은 유골함에 유골을 나누어 보관하는 형태가 유행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유골 일부는 우주장례식을 하고, 일부는 바다에 뿌리고, 일부는 쥬얼리로 보관하고, 일부는 불단에 두는 등의 장례 문화가 퍼지리란 전망이다.
유골 일부를 넣어 만든 유리 장식품이나 뼈나 머리카락에서 추출한 탄소를 활용해 제작한 보석으로 목걸이, 반지 등으로 만든 쥬얼리 제품이 전시장 곳곳에 있었다. 보석은 머리카락 10g, 뼈 300g으로 제작할 수 있으며, 반려동물의 털이나 유골로도 제작할 수 있다.
‘분골’은 일본의 장례 문화 특성으로도 볼 수 있다. 이철영 을지대학교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고인의 신체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인식과 문화가 있어 분골이 유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일본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악귀가 된다고 생각해 집안에 불단을 두고 매일 기도를 올려 선하게 바꾼다는 문화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분골의 유행 전망과 더불어 우주장례식, 바다장례식, 수목장례식 등 다양한 형태의 장례 서비스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 3월 실시된 ‘묘지 소비자 전국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8.7%가 수목장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응답자의 64.1%가 후계자가 필요 없는 묘를 구입했다고 답한 것으로 보아 향후 우주·바다 장례식 등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우주장 업체인 은하스테이지(銀河ステージ)는 담당자는 “바다 장례식은 한 달에 150건 정도가 진행되며, 우주 장례식은 2년 동안 11건이 진행됐는데 해마다 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 장례식은 우주비행, 인공위성, 달 여행, 우주탐험 등 원하는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
이 외에도 고독사가 일어난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비롯해, 상속진단사·종활카운셀러·유품정리사와 같은 죽음 관련 직업들이 소개됐다. 또한 올해에도 상속, 종활, 엔딩노트 등 생전에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과 생전장례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처럼 앞으로도 스스로 죽음을 준비하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며, 고인의 취향을 반영해 간소화됐지만 형태는 다양한 장례 문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문화◇
또 하나의 장례문화로서 전시장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것은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 서비스였다. 반려동물을 위한 수의, 유골함, 이동 화장 서비스뿐만 아니라 디지털 앨범, 반려동물용 불단, 기념 액자 등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볼 수 있었다.
통합의학의 과학적 근거를 견고히 하고, 연구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전 세계 통합의학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자생한방병원(병원장 이진호)은 지난달 30일 ‘2024 자생국제학술대회(AJA, Annual Jaseng Academic International Conference)’를 성료했다고 2일 밝혔다. 서울 코엑스 컨벤션 홀에서 개최된 이번 행사는 통합의학 분야에 종사하는 학자, 연구진, 한의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자생한방병원은 그간 통합의학 연구를 위해 국제학술지를 창간하는 등 다양한 연구 과제를 논의한 데 이어, 매년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 글로벌 학문 교류에 나서고 있다. 올해 5회를 맞는 이번 학술대회는 ‘통합의학의 견고한 근거 마련을 위한 미래 과제(Robust Evidence in Integrative Medicine: Innovations, Challenges, and Future Directions)’라는 주제로 개최됐으며, 통합의학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한 발표 및 토의가 이뤄졌다.
이날 기조연설자로는 보건의료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석학으로 인정을 받는 △데이빗 모어(David Moher) 캐나다 오타와병원 연구소 임상역학 프로그램 교수 △류건평(Jian-ping Liu) 베이징중의약대학교 근거중심중의학연구소장 △하인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장이 나섰다.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모어 교수는 CONSORT 2024, PRISMA 2020 등 수많은 의학연구 지침 개발에 참여한 석학으로 꼽히며, 그의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70만 건 이상 인용됐다. 모어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보다 견고한 통합의학 연구 논문 작성법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불필요한 작업과 절차, 데이터 등의 낭비를 줄여 효율적인 연구 방식을 추구해야 한다”며 “윤리적 지침을 준수하되 환자들과 독자들에게 꼭 필요하고 유용한 정보만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인혁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장은 척추질환과 만성 통증 분야 통합의학 연구에 대해 연구소가 진행한 각종 연구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특히 한의학의 과학화와 세계화를 위해 다방면에서 펼친 시도와 성과를 조명했다.
류건평 소장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통합의학 근거를 계량서지학적으로 분석했다. 계량서지학(Bibliometric)은 서지 즉, 문헌 고찰과 분석을 통해 통계를 도출하는 방법이다. 이는 연구 현황, 성과, 영향력 등을 분석해 앞으로의 방향을 제시하고 통찰력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류 소장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통합의학의 유효성을 밝힌 논문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현시대의 통합의학 트렌드를 설명해 나가고, 견고한 근거 마련을 위해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후에는 ‘침술의 의학적 근거: 연구 성과와 지향점’을 주제로 1부 행사가 진행됐다. 해당 세션에선 △침술 연구를 통해 살펴본 실용적 무작위 대조 연구의 장·단점 (테리에 알라락 노르웨이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소 교수) △침술의 플라시보 효과의 문제점 (스테판 버치 노르웨이 크리스티아니아 대학교 교수) △침술 연구의 현시점 (김태훈 경희대한방병원 교수) 등의 내용이 다뤄졌다.
이날 테리에 알라락 교수는 만성 허리통증, 편두통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침술 효과를 실용적 무작위 대조연구를 통해 밝힌 논문들을 예시로 들었다. 실용적 무작위 대조연구는 실제 임상진료 환경과 유사한 실험 모델에서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치료법 간의 효과를 비교·평가하는 방법이다. 그는 “서양에서는 지난 30년 동안 실용적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침술연구의 치료 범위와 실질적인 효과를 파악해왔다”며 “실용적 무작위 실험에서 양질의 결과를 얻기 위해선 통계학적, 임상적으로 안전성과 비용 효과성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통합의학의 근거합성과 개방과학’을 주제로 연사들이 나섰다. 근거합성이란 다양한 연구와 데이터를 종합해 특정 주제에 대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이는 신뢰도 높은 의학적 근거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아울러 개방과학(Open Science)이란 누구나 과학적 지식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 아래에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연구 방식이다.
해당 세션에선 △만성통증 관리에 대한 통합의학적 근거의 양과 질 (후안 프랑코 독일 뒤셀도르프 의과대학 교수) △통합의학 연구에 대한 개방과학과 메타 연구의 효과 (제레미 응 캐나다 오타와병원 연구소 연구원) △만성 통증에 대한 요가와 명상 (홀거 크라머 독일 튀빙겐 대학병원 연구소 교수) △다양한 관점의 융합: 통합의학에 대한 소개(이예슬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 원장)가 발표됐다.
특히 제레미 응 연구원은 통합의학 연구에 개방과학 및 메타 연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메타 연구는 과학 자체 원리를 분석하고 규명하는 방식의 연구 방법이다. 그는 개방과학과 메타 연구를 통해 연구의 설계, 데이터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를 통해 통합의학 연구 표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마무리된 뒤, 박병모 자생의료재단 이사장은 폐회사로 끝을 맺었다. 박병모 이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통합의학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견고한 의학적 근거가 필수적”이라며 “이번 학술대회가 연구자들의 역량을 높이고 통합의학 연구의 저변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둔 가운데, 보건복지부는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노인일자리법) 시행을 앞두고 9월 23일까지 관련 시행령과 시행 규칙 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노인일자리법은 지난해 10월 31일 공표됐고, 오는 1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법률이 위임한 22개의 위임 사항(시행령 13개, 시행 규칙 9개)을 규정하려는 것이다.
이 법은 퇴직 후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장년과 기대수명 증가 등에 따른 고령 인구 급증에 대비해 노인 일자리 창출, 사회활동 참여 활성화 등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고학력자 증가와 일하고 싶은 노인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노인의 경험과 전문성을 살려 사회·경제 전반에 활용되게 하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시행령 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노인일자리 대상자는 연령은 65세 이상(일부 사업의 경우 60세 이상), 기준은 소득·건강·근로 및 활동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도록 규정했다.
또한 보건복지부장관 및 시장·도지사는 기본 계획에 따라 연도별 시행 계획을 세우고 추진하도록 했다. 이들은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을 설치·운영하거나 법인 또는 단체 등에 위탁하는 역할도 맡는다.
이와 함께 보건복지부는 일정 기준 이상 노인을 고용한 기업, 공공기관 또는 공동체사업단 등을 노인친화기업·기관으로 지정하고 지원한다. 노인일자리 신청 시 제출 서류를 간소화하기 위해 노인일자리 정보시스템을 통한 자료 또는 정보의 요청에 관한 규정을 마련했다.
시행 규칙 제정안은 노인친화기업·기관, 노인 채용 기업 창업 지원, 공동체사업단, 노인역량 활용 사업의 안정적인 운영과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사업별 지원 기준·절차·내용을 규정했다.
먼저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의 시설 및 인력 기준을 상향했다. 시설 기준은 사무실·상담실·교육실을 합한 면적이 250㎡ 이상이 되도록 했다. 기존 100㎡ 이상에서 대폭 조정됐다. 인력 기준은 노인일자리 지원기관의 인력은 종전 상근직 4명에서 7명 이상으로 늘렸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교육·지원의 세부 사항도 규정했다. 교육·지원의 대상자는 공동체사업단·노인공익활동사업·노인역량활용사업에 따른 참여자,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의 종사자로 정하고, 교육·지원의 내용은 참여자 소양·안전·직무 교육, 종사자 기본·직무 교육으로 정했다.
보건복지부는 또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 전담 인력 배치, 보상 체계 마련, 안전 교육 실시, 위험성 평가 등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한편,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 노인 일자리는 역대 최대 수준을 공급해 눈길을 끈다. 올해 103만 개에서 6만 8000개 증가한 109만 8000개가 공급하는데, 1000만 명을 돌파한 노인 인구의 10%에 해당한다.
보건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후 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관련 의견은 9월 23일까지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또는 국민참여입법센터로 제출하면 된다.
50대 이상 중장년의 버킷리스트엔 항상 해외여행이 포함된다. 그러나 직장 생활 중인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행·여가 플랫폼 인터파크트리플이 운영하는 인터파크 투어와 국내 최초 액티브 시니어 플랫폼 ‘시놀’이 손을 잡고 시니어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이번에 선보인 여행 상품은 50대 이상의 또래들이 모여 친구를 사귀고, 다양한 액티비티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인터파크 투어와 시놀은 시니어들이 20~30대 못지않게 새로운 경험을 적극적으로 추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단순한 휴양을 넘어, 누구나 한 번쯤 시도해 보고 싶었던 독특한 체험들을 포함한 맞춤형 여행 상품을 선보인 것이다. 이번 상품은 동남아와 중국‧일본 지역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동남아 여행 상품 중에서는 ‘베트남 보름살기’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한 달 체류 기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을 반영해 베트남 다낭에서 2주간 머무르며, 핵심 투어와 다양한 현지 체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5성급 호텔 숙박과 관광 일정을 포함한 이 패키지는 15일간 다낭 현지인처럼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가격은 229만 원으로 책정됐다.
또한 인기 작가 썬킴과 함께하는 대만 4일 역사탐방 상품도 이번 기획의 핵심이다. 대만의 역사 유적지를 돌아보는 일정 동안 썬킴 작가가 직접 역사 해설을 제공하며, 4성급 호텔 숙박과 특식이 포함된 일정으로 구성돼 있다. 썬킴 작가가 직접 기획한 개성 있는 역사여행이 준비된다.
이 외에도 와인 테마의 호치민 여행, 낚시 테마의 괌 여행 상품 등도 함께 선보여졌다.
중국‧일본 여행 상품 중에서는 중국 드라마 팬들을 위한 상하이‧헝디엔 드라마 성지순례 4일 투어가 눈길을 끈다. 중국 최대의 드라마 세트장 ‘연화루’와 ‘영안여몽’을 비롯해 상하이 촬영지 명소들을 밀도 있게 둘러볼 수 있어 관심이 예상된다.
또한 트레킹을 좋아하는 시니어를 위해 세계 3대 트레킹 코스로 불리는 차마고도 호도협 트레킹 상품도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문화연구소가 기획한 이 상품은 초보자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으며, 중국의 고유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숙박과 함께 곤명, 여강의 핵심 관광지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 시놀과 인터파크투어의 시니어 여행 상품은 혼자 신청하거나 두 명 이상이 함께 신청할 수 있다. 2인 1실로 숙박을 이용할 수 있어 보다 저렴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으며, 여행 중 만나는 또래들과 자연스럽게 새로운 인연을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시놀 관계자는 "이번 시니어 여행 상품은 시니어분들이 가장 원하고 즐길 만한 요소들로 구성된 최적의 맞춤형 상품"이라며 "여행을 떠나고 싶었거나 부모님 효도여행을 고려하고 있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령자 증가에 따라 실버 케어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그 가운데 장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조업계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장례 서비스 경험을 활용해 주요 고객인 중장년층을 케어하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수익을 창출하고자 하는 목표가 읽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조 원에서 2030년 168조 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요양과 주거 등 실버 케어와 관련한 관심도가 높다. 2022년 기준 국민의 평균 기대수명은 82.7세로 건강하고 오래 편안한 곳에서 나이 드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버 케어를 받는 고령층이 새로운 특성을 보유한 베이비부머(1955~1974년생)세대라는 점이 산업의 변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발간된 하나은행연구소의 ‘시니어 케어 시장의 확대와 금융회사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는 기존의 고령층과 비교해 교육 수준과 경제력이 높으며, 노후 주거지역으로 의료시설 및 생활 편의시설 인프라, 교통 등의 접근성이 좋은 대도시 혹은 도심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에 따라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연구소는 “국내 시니어 케어 시장이 영세한 개인사업자 위주로 형성되면서 질적인 측면에서의 성장은 더딘 편”이라며 “시장 전 영역에 민간 기업 진출이 확대되면서 경쟁 구도가 점차 변화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시니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다양한 기업이 나선 가운데, 주요 상조업계가 동참해 눈길을 끈다.
토털 라이프 케어 브랜드로 탈바꿈
고령화 시대에 웰다잉 문화 확산으로 장례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상조업계는 크게 성장했다. 사망 인구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망자 수는 35만 3000명이었으며, 연령별로는 80대 사망자가 가장 많았다. 정부는 사망자 수가 2030년 41만 명, 2070년에는 70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장례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요 고객은 그들의 자녀인 베이비부머 세대가 됐다. 현재 경제의 중심에 있는 인구이며, 이들의 기대수명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조업계에서는 주요 고객을 잡겠다는 심정으로 실버 케어 상품을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상조업계 변화의 가장 큰 이유로 자본이 거론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버산업은 수익적인 부분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고, 미래 먹거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상조업계 가운데 움직임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보람그룹이다. 올해 창립 34주년을 맞은 보람그룹은 상조를 비롯해 제조・웨딩・건설・IT・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토털 라이프 케어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는데, 특히 4069 중장년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먼저 보람그룹의 상조 계열사 보람상조리더스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레이포지티브’와 업무협약을 맺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휴레이포지티브는 앱을 기반으로 혈당을 측정하고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건강과 관련된 플랫폼을 만들어 실버 케어에 집중할 예정이다. 추후에는 홀로 거주하는 노부모의 돌봄 시스템까지 갖춘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보람그룹은 인천 서구 경서3구역에서 5성급 호텔 및 시니어 레지던스(실버타운・노인 복지주택) 사업을 추진한다. 총면적 약 11만 1346평 규모로 기존에 보람인천장례식장이 위치한 보유 부지 일대다. 주거・의료・취미시설 등 맞춤형 서비스를 총망라한다. 장례식장이 변화에 맞춰 탈바꿈하는 셈이다.
보람그룹 관계자는 실버 시장 진출에 대해 “주요 고객층인 시니어를 대상으로 사업을 펼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보람그룹의 고객만족 경영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우리는 역발상으로 ‘무덤에서 요람까지’라고 표현한다. 고인에게 예우를 다하는 한편 고객을 중장년층으로 확대했고, 더 나아가 웨딩・여행사업 등을 통해 젊은 층까지 잡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과 휴먼 터치의 만남
또 다른 상조회사 프리드라이프는 지난해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에임메드와 손잡고 시니어 전용 상조 상품 ‘늘 든든’을 출시했다. 에임메드는 전문화된 간병인 및 요양시설 매칭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실버 케어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늘 든든 상품은 가입 후 10년간 14개 진료과목 전문 의료진 건강 상담, 전국 종합병원 진료 간편 예약, 요양병원 비교견적 및 장기요양 등급 컨설팅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학습지 ‘빨간펜’으로 유명한 교원그룹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라 2010년 상조 서비스 교원라이프를 시작했고, 10년 만에 업계 3위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2위까지 올라서며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 최근 ‘시니어 한 달 살기’ 전환 상품을 출시해 눈길을 끈다. 액티브 시니어의 니즈를 읽은 상품으로, 쿠알라룸푸르에서 3주간 여행하면서 외국어를 배우고 이색 문화 체험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상조업계뿐 아니라 KB라이프・신한라이프 등 생명보험업계도 실버 케어 시장에 합류했다. 생명보험업계는 시니어 레지던스를 준비하고 있는 보람그룹처럼 요양시설에 주목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형 인하대학교 정책대학원 노인학과 초빙교수는 이 같은 경제 변화를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실버 케어 시장의 수요는 늘어났는데 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를 알아본 상조・보험 등 다양한 업계에서 실버 케어 시장에 진출했다고 본다”면서 “경제력을 갖춘 베이비부머 세대가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원하다 보니 그에 맞는 케어 서비스들이 나오고 있다고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수형 교수는 실버 케어 시장에 진출한 상조업계의 특징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과 협업을 맺은 점을 꼽았다. 상조업계는 중장년층이라는 인맥 풀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은 시니어에게 도움 되는 기술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상조업계의 케어 서비스와 실버산업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수형 교수는 “우리나라가 디지털・IT 강국이다 보니 실버 케어 시장에서는 그것에 기반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단순히 기술의 발전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AI가 할 수 없는 휴먼 터치도 중요하다. 인간과 기술이 상생해서 발전할 수 있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가져가야 앞으로도 시장이 발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생명보험업계도 실버케어
KB라이프 KB라이프의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에서는 요양시설 서초・위례 빌리지와 노인 복지주택 평창카운티를 운영하는 등 생명보험업계 중에서도 요양산업을 선도하고 있다. 내년에는 강동과 은평, 광교 등 3곳에 요양시설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 올해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 ‘신한라이프케어’가 출범했다. 2025년 경기도 하남시에 60~70명 수용 가능한 도심형 요양시설을 개소할 예정이다. 또한 2027년 개소를 목표로 서울시 은평구에 실버타운 건립도 추진 중이다.
삼성생명 보험업계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단계별 보장이 가능한 ‘삼성 치매보험’을 선보였다. 해당 특약에 가입하고 약관상 보장 개시일 이후에 경도인지장애 또는 최경증이상 치매 진단 시 최초 1회에 한해 돌봄 로봇을 제공한다. 또한 시니어 케어 사업 진출 계획을 밝혔는데, 삼성그룹에서 운영하는 요양시설 ‘노블카운티’를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미래에셋생명 시니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부 업체 대명스테이션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미래에셋생명의 신탁상품에 가입한 고객이 장례 이용을 원하면 고객이 맡긴 재산으로 대명아임레디에서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NH생명 디지털 요양 플랫폼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젠코카이 산하 젠코종합연구소와 MOU를 맺었다. 젠코카이는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의 대표적인 스마트 요양사다.
실버산업의 핵심에는 기술이 있다. 고령 인구를 대상으로 돌봄, 안전, 삶의 질 향상과 관련된 기술을 에이징테크 또는 실버테크라고 한다. AI(인공지능), 로봇, 모바일,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을 기반으로 하면서 젊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
7월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는 1000만 62명을 달성하며 전체 인구의 약 19.5%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었는데,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빠른 고령화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에이징테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영선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장)는 “국내에서는 아직 노인에게 적용되는 테크라고 하면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 내 복지용구를 떠올리고, 단순한 기술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제 경제・기술적으로 고급 기술이 가능한 생태계가 형성됐다. 또한 2028년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전체 노인의 56%가 되면서 내수시장이 확대될 전망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건 돈을 내고 지불하는 세대이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가 맞물리면서 필요성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돌봄 기술의 중요성
김영선 교수는 에이징테크의 3대 핵심 분야로 △고령자 자립생활 기술(AIP Tech) △고령자 돌봄 기술(Care Tech) △사람 중심의 고령자 기술 수용 서비스를 꼽았다. 고령자 자립생활 기술에는 주거・스마트홈, 시니어 영양, 디지털 헬스케어, 운동・재활, 이동, 정서 지원・감성 서비스 등이 있다. 고령자 돌봄 기술은 노인 돌봄 종사자의 신체적 부담 경감 및 미래 돌봄 종사자 부족을 대비하기 위한 기술이다. 사람 중심의 고령자 기술 수용 서비스는 고령자가 디지털 격차로 인한 어려움을 해소하고, 보다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말한다.
국내 에이징테크는 고령자 돌봄 기술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돌봄 로봇이 대표적이며, 스타트업의 성공 사례로 ‘효돌’을 들 수 있다. 효돌은 인공지능 노인 돌봄 로봇 ‘효돌AI’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2월 ‘ICT 업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글로벌 모바일(GLOMO) 어워드 2024’에서 ‘커넥티드 건강 웰빙을 위한 최우수 모바일 혁신상’ 부문을 수상했다. 챗GPT를 장착한 효돌은 식사와 수면, 복약 등을 챙겨주며, 어르신과 음성 대화 및 정서적 교감을 한다.
김영선 교수는 돌봄 기술이 중요한 이유로 돌봄 종사자에 주목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2040년 기준 요양 서비스 인력 부족 국가 1위로 꼽힌 바 있다. 김 교수는 “요양보호사나 간병인 등 돌봄 종사자의 연령을 보면 50대 이상이 88%나 된다. 신체적・정신적 부담이 높아 악순환을 초래한다”고 말했다. 돌봄 로봇을 활용하면 돌봄 종사자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지난해 경희대학교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 조사 결과, 돌봄 로봇을 사용해본 종사자는 돌봄 로봇의 약 복용 요일 알림 제공, 노인의 안전 기여, 약물 치료, 노인의 건강 상태 관찰 등에 도움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고도화된 헬스케어 급부상
현재 에이징테크는 고령자 돌봄 기술에서 고령자 자립생활 기술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디지털뉴에이징연구소 조사 결과, 2022년 55세 이상 고령자는 가장 필요할 것으로 생각되는 기술 1순위로 이승 보조기술(14.3%)을 꼽았다. 건강관리 지원기술(13.1%), 소셜 로봇(10.6%), 배회 감지기(8.1%), 센서 기반 낙상방지 기기(7.7%)가 그 뒤를 이었다. 2024년에는 건강관리 지원기술이 32.3%로 1순위에 등극했다. 이어 인공지능 기술 : 앱(11.4%), 이동 및 교통 지원기술(8.9%), 소통·사회참여 기술(8.2%), 인공지능 기술・기기(6.9%)로 나타났다. 1위부터 5위까지 순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고령자의 건강관리 지원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사실을 스타트업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 2024’의 한국 참가 기업을 보면 헬스케어와 AI 관련 기업이 두각을 나타냈다. 웨어러블 로봇을 만드는 휴로틱스, 실버 케어를 위한 스마트미러를 개발한 딥메디, 후각을 이용해 치매를 진단하는 엔 등이 눈길을 끌었다.
김영선 교수는 “돌봄 로봇, 헬스케어, 스마트홈 중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전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전이 이뤄져야 하며,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기술이 개발된 후 실증을 해야 하고, 디지털 리터러시가 낮은 이들을 위해 교육·훈련 단계도 필요하다. 그래야 생태계 선순환이 이뤄진다”면서 에이징테크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망 스타트업-AI 에이전트]
디엔엑스, 휴대폰 센서로 원격 돌봄
디엔엑스(DNX)는 AI 에이전트 기업이다. AI 에이전트는 AI가 눈과 손이 달린 것처럼 고도화된 업무를 직접 수행해 ‘AI 비서’라고 하기도 한다. 디엔엑스는 8월 초 업데이트된 ‘AI순이’ 애플리케이션을 오픈할 예정이다. 사용자(고령자)의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보호자(자녀 또는 사회복지사)가 원격으로 돌볼 수 있는 서비스다. AI순이는 AI와 IoT(사물인터넷)가 모두 결합된 ‘터치 케어’(Touch Care) 기술에서 출발했다. 냉장고, 화장실 변기, 텔레비전 리모컨 등 평소 잘 사용하는 물건에 태그를 부착하면,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지 실시간 정보가 자체 앱으로 전송된다.
디엔엑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휴대폰 하나만으로도 가능하도록 기술을 업데이트했다. 한재근 대표는 “결국 무엇을 하는지 알려면 데이터가 중요하다. 휴대폰은 24시간 내내 센서 역할을 한다. 보편적인 인식과 달리 어르신들의 휴대폰 이용도는 높다. 가장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도 휴대폰이라고 한다. 혹시 자식들한테 전화가 올까 봐서다”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실버 케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상, 외출, 귀가, 취침’이라고 강조했다. AI순이는 움직임을 감지하는 것을 넘어 상황을 인지하고 먼저 말을 건다. 실제로 ‘이제 TV 그만 보고 자라’, ‘물 많이 마셔야 한다’ 등의 메시지를 순이가 전달함으로써 정신・건강적으로 좋아졌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 또한 AI순이 앱에서는 실시간 방송을 진행해 사용자 간 커뮤니케이션 장을 마련했다. 퀴즈도 같이 풀고, 언어 공부도 같이 하는 식이다. 혼자 있지만 여러 사람이 함께한다는 기분을 심어주어 적적함을 달래준다. 한 대표는 “시니어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마음이 없다면 실버산업에 몸담기 어렵다. 순이를 통해 도움을 받았다며 고맙다고 말해주는 어르신들이 있어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유망 스타트업-디지털 헬스케어]
세븐포인트원, 1분 만에 치매 진단 AI
세븐포인트원은 치매에 주목했다. 이현준 대표는 VR 기술을 활용한 인지 개선 솔루션 ‘센텐츠’(SENTENTS)를 개발했다. 과거의 추억을 회상해 뇌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원리다. VR 콘텐츠가 다양하다. 극장・다방 등을 통해서는 젊은 시절 데이트하던 때가 떠오르며,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회상할 수도 있다. 이 대표는 “경상북도 안동시 4개 경로당에서 100여 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어르신들의 우울감 수치가 67% 떨어지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치매 진단 기술이 필요하다 느껴 2021년 치매 고위험군 스크리닝 솔루션 ‘알츠윈’(AlzWIN)을 개발했다. 중앙치매센터장을 지낸 김기웅 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이 2010년부터 연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1분 동안 대화를 통해 AI는 언어 유창성과 의미 기억력을 측정・분석해 치매 고위험군을 판별해낸다. 실제로 경기도 스마트인지검사 시스템에 공식 선정돼 치매 고위험군을 7개월 만에 7000명 이상 발굴해 도내 치매안심센터로 연결했다. 세븐포인트원은 알츠윈으로 ‘CES 2023’에서 디지털 헬스 분야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이 대표는 “치매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고, 조기 진단을 받을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서비스 수요자는 물론 의료진이라고 할 수 있는 공급자들도 고령화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라고 생각하며, 고품질 기술이 많이 개발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망 스타트업-디지털 헬스케어]
딥메디, 스마트폰으로 혈압 측정
혈압을 커프스 없이 스마트폰으로도 측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박사 3명이 뭉쳐 창업한 회사 딥메디(Deepmedi)는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면 혈압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정확도가 98%에 이르며, 2022년 혈압분석 소프트웨어로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다. 이광진 딥메디 대표는 “진단은 하지 않는다. 기준 표를 통해 사용자가 고혈압인지 저혈압인지 알 수 있고,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가이드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안색’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용 소프트웨어 2등급 허가를 획득했다. 카메라로 얼굴을 촬영하면 맥파 신호를 측정하고 분석해 심박수, 심박변이도, 이상심박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다. 이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스마트미러를 ‘CES 2024’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카메라를 통해서 피가 흐를 때마다 빛이 피부 속에 흡수됐다가 반사되는 것이 보인다. 그 반사되는 양을 통해 측정한다”고 원리를 설명했다.
또한 딥메디는 최근 NHN의 시니어 케어 전문 자회사 ‘와플렛’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실버 시장에 뛰어들었다. 와플렛 플랫폼에 소프트웨어 기술을 탑재한 것이다. 이밖에도 보험사, 노인복지관, 대기업 등에 기술을 제공했다. 이 대표는 ‘웰에이징’ 국가 R&D 사업도 하고 있다고 밝히며 “시니어들이 집 안에서 건강한 삶을 보내기를 원한다. 일상 속에서도 건강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며, 카메라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프라이버시 문제 해결 방법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흥 가는 길은 무척 멀지만, 국토를 인체에 비할 때 오장육부 저 밑에 달린 맹장이 고흥이다. 고흥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가는 길이 즐겁다. 고흥에서 바라보는 세상은 거의 산 절반, 바다 절반이다. 게다가 오염되지 않아 쌩쌩하다. 유독 순정한 땅이다. 과욕과 과속의 레이스에서 벗어나 순한 삶을 꾸릴 만한 산수가 여기에 흔전만전하다. 자연생태와 함께하는 삶을, 또는 디지털 문명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미래 지향적 삶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이주를 꿈꿀 만한 곳이다. 이런 생각을 잠꼬대로 간주하는 이도 많겠지만. 아무려나 모처럼 고흥을 찾은 오늘도 눈길과 발길은 번번이 산과 바다로 흘러간다. 이곳의 역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고흥의 옛일을 알면 고흥이 더 잘 보이리라.
대서면에 있는 재동서원으로 들어선다. 야트막한 산 아래 아늑한 터에 위치한다. 초록을 토하는 숲과 수목의 가지에 지펴진 꽃들로 서원 일대가 환하다. 홍살문을 들어서자 재동서원의 본질을 웅변하는 충효비가 보인다. 이어 외삼문을 지나자 동재와 서재가 나오고, 내삼문을 통과하자 서재 송간, 매월당 김시습, 송대립, 송희립 등 충신들을 배향한 서동사가 보인다. 그 밖에 창효사, 경호재, 양호문, 강당, 유물관, 그리고 충신들의 행장을 기린 비석들이 경내에 산재한다. 다양한 구조물마다 완결성을 갖추었다. 하나하나 나누어 봐도 개성이 느껴진다.
이채로운 건 사당 서동사의 주벽(主壁, 사당에서 여러 위패 가운데 주장이 되는 위패)이 두 개라는 점이다. 왼편에 충강공 송간, 오른편에 청간공 김시습의 위패가 나란히 봉안되었다. 재동서원은 여산 송씨네 문중 사당을 연원으로 해 개설되었다. 즉 여산 송씨의 고흥 입향조이자 충신인 송간이 사당의 주인인 셈이다. 그런데 어떤 연고로 객(客)에 불과한 김시습의 위패가 주벽의 자리에 올라가 있을까. 남의 집 사랑방이 아닌 안방을 공유한 형국이니 파격이다. 송간과 김시습. 둘 다 우뚝한 충렬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도 흡사했다. 드라마틱한 일생도 비슷했다. 그러나 삶의 양상은 서로 달랐다.
나이 겨우 3세 때 해학적인 시를 읊조린 꼬맹이가 있다. 맷돌에 보리 가는 모습을 보고 읊은 게 이랬다. ‘비는 오지 않는데 천둥소리 어디서 나는가. 누런 구름 조각조각 사방으로 흩어지네.’ 김시습의 작품이다. 그는 오나가나 신동 소리를 들었다. 장차 거목으로 쓰일 걸 의심할 바 없는 ‘국민신동’이었다. 그런데 한순간 세상이 요동쳤다. 난세가 들이닥쳤다.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왕권을 탈취하는 반역을 일으킨 것. 김시습 나이 19세 때의 일이다. 김시습이 보기에 그건 역성혁명보다 난잡한 패도(覇道)였다. 멀쩡하던 총신들마저 단종에게 사약을 내린 세조의 하수인으로 쓰여 좁쌀만 한 희망조차 없는 세상이 도래했다고 봤다.
이렇게 눈 뜨고는 못 볼 시대의 타락에 휩쓸릴 수 없었던 김시습은 과시 공부를 때려치우고 삭발한 채 끝없는 방랑길에 나섰다. 그의 길벗은 항상 고독과 시였다. 평생을 통해 체제에 안티를 걸었다. 타락한 권력의 건너편에서 시대를 조롱한 방외지사였으며, 곡학아세의 선수들을 대차게 깐 아웃사이더였다. 가렴주구를 특기로 삼은 벼슬아치들은 그에겐 고작 벼룩에 불과했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더러우면 발을 씻는 법. 김시습은 벼룩 소굴을 벗어나고자 늘 어디론가 떠나는 방랑 시객이었다.
단종이 사약을 받고 죽은 뒤 계룡산 동학사에선 단종 초혼제가 펼쳐졌다. 김시습이 제주를 맡았다. 그가 손수 쓴 초혼제문을 낭송하며 소낙비처럼 통곡했다던가. 조상치, 조여, 정지산 등 7인이 초혼제에 동참했다. 이들을 ‘단조초혼칠현신’이라 일컫는데, 여기에 송간도 포함된다. 즉 김시습과 송간이 초혼제에서 함께 단종을 애도했다. 조정이 살벌하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시국에 감히 초혼제를? 필시 7인 모두 목숨을 걸다시피 한 위령제였을 테다. 이 초혼제는 순조 때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동학사를 복원할 때 대들보에 감춘 기록물이 비로소 발견되었던 거다. 이 기록을 통해 우리는 김시습과 송간의 인연을 헤아릴 수 있다. 재동서원 사당에 김시습의 위패를 주벽으로 모신 연유도 이해할 수 있고.
그렇다면 송간은 어떤 인물인가? 그는 단종 사후 세조가 형조판서 벼슬을 내렸으나 물리치고 초야에 묻혀 살았다. 세사를 오물 덩어리로 간주한 채 철저하게 외면, 고흥 산야에 광석처럼 묻혀 여생을 조용히 은거했다. 천하를 바람 따라 방랑하며 시로써 불의한 정치를 삿대질하고 자연을 노래하는 한편, 광기에 가까운 좌충우돌을 했던 별난 자유인 김시습과 양상이 사뭇 달랐다. 김시습은 평생 수만 편의 시를 썼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시만 해도 무려 2000여 수. 반면 송간이 남긴 문장은 ‘일체 나의 시문을 남기지 말라’고 문중에 당부한 간찰 한 점이 있을 뿐이다. 이를 비교해 김시습에게서 한결 심층적인 정신을 느낄 수 있지만, 송간의 삶에 비치는 허무 아우라와 염세의 기미 역시 가슴을 친다. 시대의 탁류에 눈감거나 은근슬쩍 편승하는 대신, 의기(義氣)로 간절하게 밀어붙인 삶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둘 다 명민한 교사다. 감히 따라갈 수 없는 열혈 영혼이다.
이순신의 대인 클래스
이제 쌍충사를 볼까? 도양읍 녹동항 인근 언덕배기에 있는 사당이다. 임진왜란 때 남다른 행적을 남긴 장수 이대원과 정운의 충혼을 모신 곳이다. 녹도 만호(萬戶, 종4품 무관) 이대원은 용맹했으나 불운한 장수였다. 그는 왜구와 수차례 해전을 치러 혁혁한 전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겨우 22세 나이에 전사했다. 부조리한 죽음이었다. 승전을 거두고 적장을 포로로 잡아온 그의 전공을 가로채려다 실패한 상관 심암이 앙심을 품고 일부러 사지에 몰아넣은 게 아닌가. 수군 100여 명으로 왜선 18척을 치라는 터무니없는 명령을 강요했으니 말이다. 이대원은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을까? 그는 지원군을 애타게 기다리다 속적삼에 피로 쓴 절명시를 남겼다. 결국 적선의 돛대에 묶인 채로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처절한 곡절이 아닐 수 없다. 저열한 갑질로 약자를 죽음으로까지 유도하는 비극이 일쑤 벌어지는 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 난세는 이렇게 이어진다. 종지부를 찍을 길이 없다.
만호 정운은 전라수군절도사 이순신의 휘하에 있으면서 종횡무진 전장을 누볐다. 그는 강직하기가 대꼬챙이와 같았다. 이런 성정이 오히려 출세의 발목을 잡아 49세가 되어서야 만호 벼슬을 얻었다. 그는 진취적인 머리로 주어진 책무 이상의 군무를 노련하게 해치웠다. 군기와 병선을 치밀하게 점검하고서야 전투 준비를 완료하는 식으로. 이에 전라좌수사 이순신은 그를 믿어 최측근으로 삼고 조력을 받았으며, 정운은 잦은 승전고로 보답했다. 그는 부산포 해전에서 장렬히 전사했다. 이순신은 땅을 치며 목 놓아 울었다. 제문을 쓰면서도 울었다. ‘슬프다, 슬프다’를 연발한 제문이 현존한다. 수하를 진심으로 아낄 줄 알았던 이순신. 대인의 클래스가 역시 다르다.
송시종 고흥문화원 원장
‘임란 극복 기념관’ 건립 필요해
‘전라도 고흥 땅엔 장사가 많다.’ 이는 ‘영조실록’에 나오는 기록이다. ‘고흥에서 힘자랑하지 말라’는 얘기도 들린다. ‘박치기 왕’으로 불린 레슬러 김일, 복서 유제두와 박종팔 모두 고흥 출신 스포츠맨이다. 장사가 많이 나온 고장이라는 실록의 전언이 현대에도 유효한 셈인가? 그런데 고흥의 매력은 어쩌면 생동하는 자연생태에 있다. 때 묻지 않은 산수를 근거로 고흥을 ‘살 만한 곳’으로 여기는 이들이 흔하다. 이에 대한 송시종 고흥문화원 원장의 생각은 어떨까?
“고흥은 한마디로 ‘신이 아껴놓은 땅’이라 할 만하다. 예로부터 영주(瀛州, 신선이 산다는 삼신산의 하나)골로 불렸다. 그 정도로 산자수명한 고장이다. 너른 옥토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청정 해역에서 나오는 어패류도 풍부해 먹고살기에 족했다. 전통처럼 이어진 순후한 인심 역시 고흥의 자랑거리다.”
고흥 역사의 특별한 대목을 소개한다면?
“고대 고분이 다수 산재해 고흥 땅에 일찍이 독자적 고대문명이 존재한 걸 알 수 있다. 조선 초기엔 분청자기 주산지로 명성이 높았다. 이곳의 운대 도요지에서 생산된 분청자기가 해외로 수출되기도 했으니까. 현재 전국 유일의 ‘분청문화박물관’이 고흥에 있다. 전란 때마다 분연히 일어서 구국 활동에 나선 선조들의 행장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임진왜란 때 고흥은 전쟁의 한 중심지였다. 고흥 사람들이 대거 수군으로 참전해 구국의 전투를 치렀다.”
그간 고흥문화원을 이끌며 거둔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보다 한자 교육의 필요성을 중심에 두고 관련 사업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했다. 성과도 컸다. 가령 한자 수업 수강생들과 함께 제16회 ‘전국서당문화한마당대회’에 나가 대통령상을 받았다. 선조들이 불렀던 ‘흥타령’을 직접 편곡해 ‘효행가’를 만들기도 했다. 이 노래 역시 전국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고흥우주항공축제’ 때 서당 문화를 주제로 한 이벤트를 펼쳤더라.
“과학과 전통의 만남을 의도한 이벤트였다. 과학의 혁신 못지않게 중요한 게 전통문화의 가치다. 이를테면 서당 문화를 통해 함양된 선비정신을 현대에 계승하는 일은 얼마나 소중한가. 한문 역시 마찬가지다. 한자 공부를 통해 인격 수양을 할 수 있다는 게 평소 지론이다.”
송 원장은 소싯적에 ‘신동’ 소리를 듣고 자랐다. 제도권 교육 대신 서당 공부를 했다. 일찍이 한자에 달통한 실력으로 향토의 한문 고적 다수를 번역한 바 있다. 그는 재동서원에 배향된 충신 송간 선생의 29대 손.
고흥은 고 천경자 화백의 고향이다. 생가도 남아 있다. 기념미술관 설립이 필요하지 않을까?
“부끄러운 대목이다. 진작 천경자기념관이 만들어져야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현 군수가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어 머잖아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역사회에 부각된 문화 이슈는?
“고흥은 임진왜란의 영웅 이순신의 전사(戰史)가 서린 곳이다. 고흥인들도 대거 참전해서 싸웠다. 고흥 녹동 앞바다에서 벌어진 ‘절이도 전투’의 승전은 온전히 고흥 출신 수군의 전투력에 의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현창사업은 미미하다. ‘임란 극복 기념관’ 건립 요구 여론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황사가 유달리 심해 연분홍 벚꽃이 뿌옇게 흩날리는 봄날, 도쿄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세 시간을 달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 메이지단치(福島県いわき市 明治寸地)를 찾아갔다. 치매 환자들이 일하는 곳이 있다고 해서다. 조용한 주택가에 단독주택을 개조해 앙증맞게 자리 잡은 카페였다.
인지증(認知症, 치매)은 일본에서도 ‘2025년 문제’라고 불릴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과제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치매 환자 수는 2012년 기준 426만 명에서 2025년에는 약 750만 명에 도달, 65세 이상 인구 5명 중 1명이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후생노동성은 환자의 의사를 존중해 가능한 한 살고 있던 익숙한 지역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목표로 각종 시책을 발표하고 있다.
소중한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고, 단순 계산을 할 수 없게 되고, 일상을 보낼 수 없게 된다. 망상을 하거나 배회하거나 폭언을 반복하는 등 인격조차 바뀌어버린다. 이윽고 가족의 얼굴도 잊어버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도 모르며, 의식이 몽롱한 채로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다. 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치매에 대한 이미지로,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가능하면 평생 치매와 무관하게 인생이 끝날 때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며 당당한 삶을 보내고 싶은 건 인류 공통의 소원일 것이다.
그런 치매 환자들이 일하는 카페 후쿠로우(福老) 입구에는 가슴 뭉클한 글귀가 적혀 있다.
여기에서 일하는 직원은 주간보호센터에 다니는 노령자(치매 환자)입니다. 처음 만나는 손님에게 “당신, 만난 적이 있어요!”라고 한다든가 같은 내용으로 질문을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따뜻하게 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식사하기 위해 들르는 풍경이 노령자에게는 ‘보람’이자 ‘기쁨’입니다.
치매 환자가 일하는 카페, 후쿠로우
카페에 도착하자 앞치마를 두른 카페 대표 하세가와 마사에(長谷川正江, 57) 씨가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아이 셋을 둔 하세가와 씨는 31세부터 방문요양보호사로 일하다가 11년 전부터 BLG이와키(いわき)라는 데이서비스(우리나라 주간보호센터에 해당)를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는 현재 15명의 멤버가 있다고 한다. 데이서비스를 운영하던 하세가와 씨가 치매 환자들이 일할 수 있는 카페를 창업하기로 결심한 건 3년 전이다.
“계기가 된 건 친정아버지예요. 정년퇴직하고 나서 복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며 요양원에서 운전을 하셨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건강하셨죠. 그런데 갑자기 요양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실직하셨는데, 일이 없어지니까 치매에 걸리셨어요. 그때는 사회적으로도 이 병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에,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어요. 아이 셋을 키우느라 바쁘기도 했고요. 배회를 거듭하시던 아버지는 결국 돌아가셨고, ‘뭔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었을 텐데’라는 고민과 후회가 많았어요.”
많은 고령자들이 정년 후 본인의 역할이 없어졌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고,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 인지 능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제가 데이서비스를 만들긴 했지만, 이곳에서는 환자들이 가만히 앉아 있고 직원들이 모든 수발을 들어주기 때문에 환자 본인은 점점 하고 싶은 일도 하지 않게 되더라고요.”
치매 환자들에게 마지막까지 역할을 부여해 증세를 완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던 하세가와 씨는 2층짜리 단독주택을 빌려 후쿠로우 카페를 열게 됐다.
다카하시 부부와 M 씨
“남편 미야히코 씨를 집에서 부인 히사코 씨가 혼자 돌보다가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과의 대화가 거의 없었던 남편의 치매 증세가 점점 심해졌다고 해요. 그런데 우리 카페에서 부부가 함께 일하면서 표정이 많이 밝아졌어요. 특히 미야히코 씨는 앞치마를 입으면 과거 회사원이었던 때가 떠오르는지 긴장감을 가지더라고요.” 다카하시 부부를 보며 하세가와 씨가 말했다.
후쿠로우를 방문한 날 다카하시 미야히코(高橋宮彦, 85) 씨는 새로 작성한 메뉴판에 오자가 없는지 열심히 확인하고 있었다. 개호도 3등급(보행기나 휠체어를 이용하며, 식사나 양치질 등 일상생활에서 전반적인 개호를 필요로 함)이지만, 과거 회사에서 오래 영업을 한 덕분인지 아직까지 교정을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부인인 다카하시 히사코(高橋久子, 83) 씨는 주방에서 젊은 직원들과 닭튀김을 만들고 있었다. 부인은 치매 전조 단계인 ‘경도인지장애’가 있다. 함께 일하는 젊은 직원은 히사코 씨가 한 가지 일을 끝내면 다음 동작을 일러준다고 한다. 경도인지장애는 한 가지 행동을 하면 다음 동작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는데, 직원들이 미리 반복해 알려주면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이어진다. 부인에게 다가가 힘들지 않은지 묻자 “괜찮아요, 재미있어요. 허리가 굽어서 오래 서서 일하면 조금 아파요”라며 소녀 같은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부부는 고독했던 일상을 벗어나 젊은 직원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넘어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카페에서 일하며 가장 획기적인 변화를 보인 사람은 M 씨(67)다. 동그란 플라스틱 통에 젓가락으로 반찬을 담는 데 집중하느라 손에서 눈길을 떼지 않으면서도, 젊은 시절 어떤 일을 했는지 묻자 “목재소에서 오랫동안 근무했어요”라며 또박또박 답했다.
M 씨는 정년인 65세쯤 치매가 찾아왔고, 이후 혼자 살며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가까운 곳에 사는 동생이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지 못하는 형을 위해 매일 편의점에서 주먹밥이나 도시락을 사서 배달해주고 있다. 어느 날 도시락을 사온 동생에게 M 씨가 부엌칼을 들이밀며 “왜 매일 찾아와? 이놈, 내 재산을 탐내는 거지?”라며 화를 내 무척 놀란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랬던 M 씨가 후쿠로우 카페에서 일하면서 많이 온순해졌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들렀는데, 카페가 마음에 들었는지 지금은 일주일에 네 번이나 나와 일한다.
최고의 보상은 마음 회복
후쿠로우 카페는 하세가와 씨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카페에는 주문표가 준비되어 있다. 손님이 주문 내용을 직접 작성하면 치매 환자가 받아 직원에게 넘겨주는 방식이다. 또한 손님이 너무 많이 오는 날은 ‘매진’ 간판을 내걸고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다.
카페를 방문한 날 후쿠로우의 방식으로 커피와 한국식 김밥을 주문했다. 히사코 씨가 예쁜 잔에 담은 커피와 김밥을 정성스럽게 내어줬다. 후쿠로우 카페의 도시락은 보기에도 예쁘고 맛도 좋다. 무엇보다 정성이 가득 들어간 게 느껴진다. 카페를 이용한 젊은 사람들이 SNS에 리뷰를 올리면서 멀리 있는 다른 현에서까지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치매 환자가 손님을 맞이하며 90도로 인사하고, 손님이 탄 차가 사라질 때까지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하세가와 씨도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카페 경영은 적자다. 하루에 팔리는 도시락은 많으면 50개, 적으면 5개 정도다. 하루 매출은 2만~3만 엔 정도지만 이마저도 들쭉날쭉 일정하지 않다. 하세가와 씨가 운영하는 데이서비스에서 나오는 약간의 이익으로 카페의 적자를 메우며 겨우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하세가와 씨는 너무 매출이 많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손님이 많아 지나치게 바쁘면 치매 환자도 직원도 지치기 때문이다.
하세가와 씨가 신경 쓰는 또 한 가지 부분은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과 치매 환자의 영양 있는 식사다. 혼자 사는 고령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영양 밸런스를 맞춘 건강한 밥상일 것이다.
“저희는 오전에 일하고 오후 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점심을 먹어요. 남은 재료로 만들어 먹는데, 너무 맛있어서 직원이나 치매 환자들이 ‘점심 먹고 싶어 출근한다’고 농담할 정도예요. 특히 M 씨는 스스로 식사를 챙길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이곳에 오시면 영양 보충을 충분히 하도록 당부드리고 있어요.”
후쿠로우 카페에서 일하는 치매 환자들은 먹는 것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이들의 하루 보수는 400엔(약 4000원). 일주일 동안 모은 보수로 주중에 맛있는 점심을 사먹는 것에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오전 근무가 끝나면 오후에는 카페를 닫고 하세가와 씨와 직원들은 치매 환자들과 외출한다. 당일 가고 싶은 곳을 물어보기도 하고, 가까운 바다를 구경하거나 공원에 가거나 함께 쇼핑하며 시간을 보낸다.
후쿠로우 카페에서 행복하게 일하는 다카하시 부부와 M 씨를 보며 정년을 맞이하기 전에 한 일이 무엇이든 치매에 걸리면 기억을 잃어가는 모습은 누구나 비슷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내가 치매에 걸렸을 때 나라는 존재를 받아들여주고 일이나 역할을 주는 곳이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치매의 속도가 느리게 간다면, 늙어도 쓸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봄날이었다.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네 번째 주제는 ‘안경’이다.
1 ‘전경일 작가님’. 중절모와 콧수염이 인상적이어서 촬영 요청을 했다. 알고 보니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님이었는데, 꼭 쿠바에 가보라고 조언해주셨다. 한국과는 또 다른 낭만을 발견할 수 있다고.
2 ‘꼬꼬방 사장님’. 드럼 치는 사장님을 보고자 ‘꼬꼬방’을 찾았다. 그곳 분위기는 ‘화끈하다’란 말로는 표현이 안 될 정도였다. 어머님은 50세 넘어 드럼 연주를 배웠고, 단순히 돈이 아닌 재미와 열정 때문에 가게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3 ‘조현종 작가님’. 동그란 안경이 잘 어울리는 아버님은 유화 작업을 하는 작가님이었다. 범상치 않은 아우라가 괜히 느껴진 게 아니었다.
4 ‘민호근 아버님’. 지팡이를 100여 개 보유하고 스타일에 맞춰 들고 다니시는 분이다. 이날의 의상 콘셉트는 ‘올 레드’로 보이는데, 단연코 안경이 가장 강렬하다.
5 ‘BTS 어머님’. BTS 팬클럽 ‘ARMY’(아미) 어머님을 통해 한류 열풍을 새삼 느꼈다.
6 ‘꽃가방 어머님’. 손에 고이 든 꽃가방뿐 아니라 재킷, 안경알까지 분홍색으로 눈길을 끈다.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세 번째 주제는 ‘셔츠’다.
1 ‘초록 가방 어머님’. 멀리서부터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셔츠와 주름치마를 매치한 패션이 개량한복 같기도 한데, 전혀 촌스럽지 않고 멋스럽게 느껴진다.
2 ‘배태암 아버님’. 아버님은 건축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했으며, 패션 브랜드에 관심이 많은 분이었다. 당시 매고 계신 넥타이도 한국에 ‘YSL’(생 로랑)이 처음 들어왔을 때 구입하신 것이라고 한다.
3 ‘원피스 어머님’. 청 소재 셔츠 원피스에 레이스 원피스, 밀짚모자를 매치한 어머님을 보니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떠올랐다.
4 ‘반지 아버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올 화이트 패션을 소화하신 아버님. 그래서일까, 손가락에 낀 알록달록한 반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5 ‘덕수궁 어머님’. 패션의 기본은 블랙 앤드 화이트라고 하지 않나. 깔끔하고 클래식한 패션이 덕수궁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분이다.
6 ‘멋쟁이 아버님’. 과거 TV 방송에 ‘멋쟁이 아버님’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고 한다. 노년의 멋이란 젊은 사람이 가히 따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7 ‘첼시 부츠 아버님’. 추운 겨울, 첼시 부츠와 바지 핏이 멋져 보여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 그리고 1년 뒤, 다시 만난 아버님은 스타일을 유지하고 계셨다. 단지 긴소매 셔츠가 반소매 셔츠로, 갈색 첼시 부츠가 빨간색 첼시 부츠로 바뀌었을 뿐이다. 패션은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 찾기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