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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과 예술의 고요한 어울림, 풍류 흐르는 안동의 여행지들
- 여름을 보내면서 꺼내 들기 좋은 여행지는 어딜까. 단지 태양을 피하고 더위를 잊게 하는 것만으로 택하는 건 언제 적 이야기인가. 전통과 예술이 자연히 스민 풍경은 호젓한 여유를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모든 게 쉼이 되고 마음 다스림의 자리가 된다. 한국 정신문화의 뿌리를 이룬, 유・무형의 유교 문화 자원을 간직한 안동이다. 서원 가는 길 건너편, 시사단(試士壇) 안동에는 도산서원이 있다. 조선시대 사설 교육기관인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에 등재되었다. 그중 대표 격인 경북 안동의 도산서원은 퇴계 이황 선생의 덕행과 가르침을 기리는 서원이다. 서원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듯 줄지어 선 향나무들이 맞이한다. 도산서당 매화원엔 퇴계 이황 선생이 좋아하던 은은한 매화의 날들이 지나고 여름과 가을이 이어지는 중이다. 도산서원 입구에서 조금 걷다 보면 오른편 나무 사이로 강물이 시원스럽다. 안동댐으로 만들어진 안동호수다. 눈앞에 시사단이 먼저 보인다. 짙어진 녹음 속의 도산서원 너른 마당에서 내다보이는 시사단이 물속에 섬처럼 들어앉았다. 고요하고 잠잠하다. 마주하고 서니 더위 따윈 금세 잊고 만다. 그 옛날 정조 임금이 퇴계 선생을 기리고 지방 선비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도산별과를 신설해서 지방 인재를 선발하도록 했다. 이때 응시자가 7000명이 넘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비문을 새겼고 시사단을 세웠다. 그 뒤 다시 고쳐 세웠지만 1970년대 안동댐 건설로 물속에 잠겨, 현 위치에서 지상 10m의 돌 축대를 쌓고 그 위에 원형대로 비각과 비를 옮겨 지은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시사단 주위와 건넛마을이 물에 잠겼을 당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놓은 다리가 현재 잠수교 형태의 세월교다. 유려한 곡선으로 놓인 다리 덕분에 장마철이나 물의 수위가 높아진 때를 제외하면 시사단까지 걸어서 간다. 강 건너 시사단의 소나무 숲과 비각의 운치가 빼어나다. 서원 마당의 나무 그늘 아래 기다란 벤치에 앉아 건너편 시사단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들을 항상 볼 수 있다. 경북 유형문화유산 제33호다. 선비의 얼과 멋, 도산서원 자박자박 소리를 내며 돌계단을 오르면서 서원 정원을 기웃거리다 보면 오래된 숲의 기운에 감싸이는 기분이다. 아늑한 느낌을 주는 빛바랜 목재로 된 교육시설을 직접 만져보고 앉아보기도 한다. 안마당을 중심으로 동편 도산서당과 서편 건물이 마주 보도록 자리 잡았다. 후학을 길러내던 공간과 퇴계 선생을 기리는 배향 공간으로 나뉜다. 도산서원 건축물은 위계질서를 지켜 배치되었다. 이를테면 퇴계 선생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가장 위쪽으로, 유생들이 공부하는 전교당이 그 아래, 맨 아래 기숙사 순이다. 어느 한 곳 의미가 담기지 않은 곳이 없다. 지형의 높이대로 앉힌 공간들이 좌우 대칭으로 배열되었다. 거길 오르내리며 양쪽을 살피다 보면 당시 유생들의 발걸음을 떠올려보는 즐거움도 생겨난다. 유생들의 기숙사인 농운정사와 서고를 지나고 몇 걸음 오르면 강학 공간이 나타난다. 당대 명필인 한석봉 선생의 필체인 도산서원(陶山書院)이라는 정갈한 현판이 걸린 전교당이다. 당시 선비들이 인성을 기르고 학문을 닦던 강학 공간이 서원의 중심에서 균형을 잘 잡고 있는 모습이다. 자연이 삶의 일부였던 옛 선비들처럼 오늘날 바라보는 서원의 평온한 풍경이 자연 속에서 차분하게 어우러진다. 전교당 툇마루엔 외국인 두 명이 서원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수백 년 전 서원 교육과 이 땅의 학자를 기리는 기관의 고즈넉함에 사로잡힌 듯한 이방인의 모습이다. 한낮의 열기와는 달리 서원 툇마루의 서늘함에 여유로운 풍류가 흐른다. 활짝 열어젖힌 마루 뒷문 넘어 바람에 바스락거리는 대숲이 푸르다. 시인의 계절, 이육사문학관 이육사문학관은 안동에서도 외진 곳에 있다. 도산서원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편인데, 문학관으로 향하는 길에 간간이 보이는 몇 군데 종택도 들러볼 만하다. 도산서원에서 자동차로 5분 정도 지나면 나타나는 퇴계리의 퇴계종택은 주변에 논과 밭을 두고 기품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육사문학관이 가까워지면서 청포도 재배 단지와 264 청포도와인 매장도 지나게 된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해마다 여름이면 한 번쯤 떠올려보게 되는 시구절이 이육사(李陸史) 시인의 ‘청포도’. 시인의 생가터 앞마당에 놓인 청포도 시비를 옆에 두고 읊조리면 더욱 실감 난다.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서 당도한 이육사문학관은 의외로 적잖은 규모의 세련된 건물이다. 수감 번호 264. 본명 이원록. 그저 이 땅의 대자연을 노래하고 차가운 지성을 외치기만 했던 시인은 아니었다. 일제강점기에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피 끓는 투사였다. 민족시인의 항거와 뜨거운 일생이 문학관 안에 가득하다. 독립투쟁을 하느라 17번이나 옥고를 치렀고, 치 떨리는 일제 만행의 고문 끝에 40이라는 나이로 짧은 생을 마쳤지만 끝끝내 ‘광야’ 같은 저항시를 내놓았다. 문학관은 시인의 문학과 민족정신을 알리는 공간이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자료들을 정리해 모았다. 낙동강을 지나 들녘과 산길을 거쳐 난리통에 고려 공민왕이 피난 왔다는 왕모산이 멀리 보인다. 세월의 향기에 머물다, 봉정사 이 땅을 돌아볼 때마다 느끼는 건 우리나라에 불교가 없었다면 지금의 역사 유적지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싶다. 사찰을 통한 역사 알기는 매우 유용하고 재미있다. 안동의 봉정사는 시대별 건축물이 절집 곳곳에 남아 있어 역사 속을 산책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인 극락전은 국보 제15호로 고려시대 건물이다. 극락전 처마 밑을 자세히 보면 양옆으로 세로글씨가 보이는데 ‘主上殿下聖壽萬歲’(주상전하성수만세)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공민왕의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라는데 이런 글을 발견하는 맛도 특별하다. 조선시대 건물인 만세루를 오르는 좁고 나직한 돌계단도 예쁘다. 고려 말 조선 초 건물이라는 대웅전은 툇마루가 있는 게 특징이다. 절집을 둘러싼 뒷산의 소나무 자세도 눈길을 끈다. 일제히 산 쪽으로 눕듯이 젖혀져 있는 것은 부처님에게 그늘을 드리우지 않으려는 자세라고 한다. 암자나 정원의 나무 한 그루까지 의미가 담겨 있어서 사찰 전체를 일일이 살피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1999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방문에 이어 차남 앤드루 왕자와 신임 영국 국왕이 찰스 황태자 시절에 다녀가기도 했다. 마음 다스림,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안동 여행 중이라면 이곳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기록되지 않은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말처럼, 우리의 가치 있고 우수한 전통 기록을 엄선해서 전시하는 박물관이다.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은 개방형 수장고를 비롯해 총 4개 층으로 스토리라인이 구성돼 있다. 풍부한 볼거리로 유교 문화를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전달한다. 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서늘하게 보내는 시간이다. 박물관 외부의 자연환경도 차분해서 잔디마당이나 그늘진 회랑에서의 쉼도 평온하다. 옛것과 새것의 조화로움, 안동은 넓고 다양하다 안동은 지방 도시 중에서 제법 넓고 큰 지역에 속한다. 그래서 수도권 기준 하루 여행지로는 아쉽다. 안동의 각 여행지마다 거리도 만만치 않아서 여유롭게 시간을 준비하는 게 좋다. 병산서원이나 하회마을은 물론이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였던 조선시대 누각 만휴정, 벽화마을, 안동댐과 비밀의 숲으로 불리기도 하는 낙동강물길공원 등을 두루 둘러보고 안동소주나 헛제삿밥, 안동간고등어와 찜닭도 고루 맛봐야 한다. 밤에는 달빛 아래 월영교를 걸으며 400년 전 원이 엄마의 절절한 사랑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시간도 의미 있다.
- 2024-09-20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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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상처 속 유적에서 유쾌한 탐방, 부산시민공원
- 살기 좋은 도시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 공원이 많은 도시에 호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으리라. 크거나 작거나 수목으로 푸른 공원을 다수 내장한 도시. 그게 진취적이고 이상적인 도시이지 싶다. 도시에 넘치는 건 재화, 그리고 재화를 축적할 기회만은 아니다. 소음과 풍문, 두통과 우울증이 덩달아 서식한다. 공원은 이 부정적인 증상을 씻어주는 갸륵한 공간이다. 숨 가쁜 일상에 지치고 짓눌린 사람들의 휴식처로 기능해 활기를 되찾게 한다. 회색빛 도회의 둔감한 얼굴에도 공원은 생기를 주입한다. 이처럼 예찬할 만한 일상의 공간을 부산에서 만날 수 있다. 부산진구 범전동에 있는 부산시민공원이다. 부산진구의 랜드마크다.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이자 시민들이 향유하는 ‘기댈 만한 어깨’다. ‘뉴욕엔 센트럴파크가 있고 부산엔 부산시민공원이 있다’는 단언으로 보면, 부산 사람들이 자랑거리로 꼽는 명소임을 알 수 있다. 이 공원은 자그마치 축구장 60개를 합친 정도의 크기를 지녔다. 면적의 절반이 산지인 부산의 도심 노른자위 땅에 이처럼 거대한 평지 공원이 조성된 건 기적에 가깝다. 부산 시민들이 축복을 받았다는 말, 과언은 아니다. 시민들의 공원 애호 양상도 도드라진다. 1일 평균 방문자가 무려 2만 5000여 명이라 하니 말 다했다. 공원 입구 방문자센터에서 안내도를 집어 들고 공원 풍경 속으로 들어간다. 8월 한낮의 거친 폭염이 빵을 굽듯이 공원을 후끈하게 달군다. 그럼에도 청신한 기분이 느껴지는 건 나무와 숲이 흔해서다. 나무들은 두 팔 벌려 강렬하게 쏟아지는 햇볕에 환호한다. 싱싱한 초록을 활활 내뿜는다. 사방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따라 성황리에 펼쳐지는 초록의 행진. 공원의 한여름은 이로 말미암아 생동한다. 각양각색의 독특한 건물과 조형물 역시 공원의 주역이긴 마찬가지다. 그것들은 이 지독하게 뜨거운 한낮에 크리스털처럼 투명한 햇살을 뒤집어쓰고 낮잠에 빠진 양 잠잠하다. 그러나 낮잠이나 자라고 꾸며놓은 구조물들이 아니다. 제각각 흥미로운 이야기를 품고 있으니 할 말 많은 사물들이다. 부산시민공원은 광활한 면적만큼이나 풍성한 콘셉트를 기반으로 조성한 매머드급 공원이다. 설계자는 뉴욕 맨해튼의 버려진 철도를 재생해 하이라인파크를 설계한 세계적인 조경 건축가 제임스 코너. 그는 부산시민공원에 다섯 가지 주제를 집어넣었다. 기억, 문화, 참여, 자연, 즐거움이라는 이슈를. 우리가 살면서 중시하는 가치 대부분을 망라한 셈이다. 주제에 따라 구성과 구조를 차별화하는 한편, 섬세한 균형미로 융합을 이룬 전체의 모습은 이 공원의 탐방을 유쾌하게 만들어주는 핵심 요소다. 공원도 역사책이다 그런데 부산시민공원의 정체성은 역사•문화공간이라는 데 있다. 부산의 근현대사 한 자락이 공원에 고스란히 스며 있는 게 아닌가. 공원에 담긴 다섯 가지 주제 가운데 중심은 ‘기억’이다. 이것의 의미인즉 뼈아픈 근현대사를 잊지 말자는 데 있다. 세상에 난리가 터지면 국토도 난리 복판으로 끌려들어간다. 세상이 물구나무를 서면 국토도 물구나무를 선다. 이 공원의 부지가 원래 그랬다. 외세가 점유한 땅이었다. 지난 100여 년 세월 동안 한국인에겐 ‘금단의 땅’이었다. 일제강점기 때엔 일제가 빼앗아 제멋대로 부지를 요리해 식탁에 올렸다. 원래 비옥한 농토였던 걸 토지조사사업 명목으로 강탈, 철저하게 그들의 논리에 맞추어 주물렀다. 마구잡이로 공장을 세웠고, 한반도로 이주한 일본 중산층을 위한 오락 시설인 경마장을 설치했다. 중일전쟁 직후부터는 군사기지로 이용했다. 대륙 침략의 교두보였던 부산항의 배후 병참기지로 쓰였던 것. 경마장 자리는 기마부대가 들어오면서 군마 조련장으로 바뀌었다. 한국인 노무자를 모아 포로감시원 훈련을 시킨 뒤 해외 포로수용소로 보내기도 했다. 전쟁에 빙의된 일제는 이렇게 남의 땅에서 활개를 쳤다. 광복 이후에도 상황이 얄궂긴 마찬가지였다.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일제에 이어 이번엔 미군이 주둔했다. 일제가 경마장으로 썼던 터를 중심으로 조성된 미군기지(캠프 하야리아)가 부지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했다. 미군기지는 이후 65년간 유지되다가 부산시에 반환됐다. 물론 저절로 이루어진 반환은 아니었다. 시민사회와 부산시가 합세해 거둔 성과였다. 기지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1980년대 후반부터였다. 시내 한복판에 붙박이 장롱처럼 눌러앉은 ‘리틀 아메리카’가 야기하는 폐단이 커서였다. 1995년엔 시민대책기구를 꾸리고 본격적인 부지반환운동에 나섰다. 운동 과정에서 대립과 갈등이 수없이 빚어졌다. 부산시와 미군 사이에. 시민과 시민 사이에. 2004년 7월 미군은 마침내 부지 반환을 결정했다. 그러자 부산시는 즉각 부지를 근린공원으로 지정하는 담대한 포석을 두었다. 부지에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는 식의 개발 논리 유입을 사전에 차단한 것. 이와 같은 부산시의 위엄에 찬 추진력은 시민대책기구가 주도한 시민공원추진운동의 동력 요소로 작용했다. 그러나 이후 과정에서도 한미 간 협상이 지연되는 등 암초가 많았다. 부산시가 드디어 부지의 열쇠를 손에 쥔 건 2010년. 2011년엔 부산시민공원 조성 공사가 시작됐고, 2014년 개장에 이르렀다. 멀고 지루하고 험한 길 끝에서 마침내 역사문화공원을 건져 올린 셈이다. 찬연한 대장정이다. 이제 공원에 존재하는 옛일의 흔적을 볼까. 미군이 철수한 자리에 남은 건물은 338개였다. 부산시는 이 건물들의 역사성, 활용 가치, 경제성 등을 평가해 24개만 남기고 모두 뜯어냈다. 현존하는 건물 중 규모와 형상으로 가장 두드러지는 건 미군들의 사교장이었던 장교클럽. 이건 공원 내력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전시한 ‘공원역사관’으로 바뀌었다. 사령관 관사는 ‘숲속 북 카페’로 변했고, 하사관 숙소 12개 동은 ‘문화예술촌’으로 변신했다. 학교 건물은 ‘시민 사랑채’로, 사병들의 숙소였던 퀀셋 막사는 ‘뽀로로 도서관’으로, 장교 관사는 다목적 공간인 ‘다솜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모든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말쑥하다. 적당히 디자인을 입혀 수수하다. 매우 실용적인 톤으로 개조했다. 그래도 과거사의 질곡을 핏물 밴 날고기처럼 생생하게 반추하기엔 다소 아쉽다. 그러나 망각으로 유령처럼 사라질 수 있는 부지의 역사를 붙들어놓은 공간이니 정말이지 의미가 깊다. 공원도 이쯤이면 역사책이다. 박수용 부산진문화원 원장 “시민들 문화 향유 욕구에 부응할 것” 부산시 부산진구는 부산의 지리적·문화적 중심지다. 부산 최대 상권인 서면이 부산진구 복판에 있다. 부산 경제의 뿌리 역할을 해온 신발산업의 요람이기도. 즉 부산진구는 상공업의 번성을 통해 성장을 거듭했으며, 이는 현재진행형이다. 따라서 인구의 집중 또는 유동 현상이 두드러지는 지역이다. 박수용 부산진문화원장은 이러한 지역 특색에 부합하는 문화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주력하고 있다. “부산진구의 문화는 시대의 조류를 따라 변동과 생멸을 반복하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청년층의 놀이 문화가 발달했다. 그에 따른 문화시설도 많이 늘어났다. 우리 문화원은 이를 반영, 청년층을 위한 맞춤형 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긍적적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부산진구의 문화 명소를 꼽는다면? “부산 근현대사는 물론 문화와 자연에 관한 많은 걸 만날 수 있는 ‘부산시민공원’을 꼽을 수 있다. 이 공원은 이미 세계적인 명소로 부상했다. 현재 공원 내에선 2025년 개관 예정인 클래식 음악 전문 대형 공연장인 ‘부산 콘서트홀’ 공사가 한창이다. ‘국립부산국악원’과 ‘백양문화예술회관’ 역시 부산진구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부산진구엔 희귀한 자연유산이 있다는데. “황령산에 있는 구상반려암이다. 이는 마그마가 빚어낸 천연 공예품이다. 표면을 두른 양파 모양의 동심원으로 신비감을 자아내는 암석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자연유산으로 평가된다. 수령 800년으로 추정되는 ‘부산진 배롱나무’ 역시 특별하다.” ‘성지곡 수원지’ 역시 널리 알려졌다. “1909년에 건립된 상수원으로 국가등록문화유산에 등재된 명물이다. 이 수원지를 통해 국내 상수도 역사의 출발지가 부산임을 알 수 있다. 울창한 주변 숲과 어우러진 호수의 경관이 아름다워 산책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문화원 사업의 지향점을 소개해달라. “실질적인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데 필요한 건 국민소득 향상보다 문화 융성이다. 따라서 문화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전통문화와 현대문화의 접목, 문턱 낮은 문화원 만들기,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 발굴 등을 통해 시민들의 높아진 문화 향유 욕구에 부응하고자 한다.” 그간 추진한 중요 프로그램과 성과엔 어떤 게 있나? “16개 강좌를 설치한 문화교실을 운영해 지속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수한 강사를 초빙한 결과라 본다. 월평균 450여 명이 수강한다. 택견반, 도자기반 같은 프로그램은 타 문화원에선 흔히 볼 수 없는 것으로 이 역시 시민 참여도가 높다. 매년 정월 대보름에 펼치는 ‘국악한마당’과 가을에 개최되는 ‘시와 춤과 소리의 어울림’ 역시 호평을 받고 있다.” 향후 숙원 사업이 있다면? “부산진구의 문화 역량과 지역 정체성을 제고할 수 있는 대규모 문화 행사를 창안하고 싶다. 부산진구의 역사와 전통에 따른 정신적 명맥을 축제로 승화하고 싶은 것이다. 47년 전에 지어진 낡은 원사를 새로 짓는 일도 화급히 필요하다. 강의실조차 협소해 강좌 참여 희망자를 다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기자가 많다.”
- 2024-09-1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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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나온다더니…” 꿈의 약 치매치료제, 현실에선 언제?
- 치매치료제들은 이름부터 어렵다. 게다가 성분명까지 함께 거론되니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더욱 헷갈리기 마련이다. 그 어려운 이름 중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최초의 치매치료제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은 올해 1월 시장에서 사라졌다. 환자들의 기대와 달리 부작용 등 고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희망은 사라진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치매 환자는 1억 4000만 명이며,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6년 16조 원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인 제약 기업들이 이런 큰 시장을 보고만 있을 리 없다. 꿈처럼 사라진 최초의 치매치료제 다음 주자로 아두헬름을 내놓았던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의 에자이가 공동으로 개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있다. 치매의 원인물질이라 의심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다. 레켐비는 지난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고 미국과 일본 등에서 출시된 상태다. 가격은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는 연간 2만 6500달러(약 3543만 원) 선이고, 일본의 경우 복약에 필요한 검사비를 포함해 연간 396만 엔(약 3628만 원) 수준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에 해당하는 개호보험 적용을 진행해 환자의 부담을 낮췄다. 소득 수준에 따라 본인부담금 10~30% 정도 부담하면 된다. 한국에서는 올해 연말쯤부터 레켐비를 투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는 지난 5월 성인 환자 대상으로 레켐비를 승인했다. 레켐비는 임상 3상 결과 투약 후 18개월 지난 시점에 투약군의 인지기능 악화가 위약군 대비 27% 지연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뇌부종과 뇌 미세혈관 출혈 등 부작용도 동시에 확인돼 투약에 주의가 요구된다. 출시돼도 아무나 맞지 못할 듯 출시되면 누구나 맞을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자격을 갖춰야 치료받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레켐비는 경증 인지기능장애, 즉 초기 치매 환자에게 효과가 있기 때문에 중증 이상으로 진행된 경우 투약하지 않고 있다. 간이 정신상태검사(MMSE)나 신경심리검사(CDR)를 통해 경증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로 인한 병증이 확인되어야 한다. 출혈 등 합병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MRI 촬영을 통해 뇌 진단을 받아야 하고, 고혈압 등 혈관질환이 있으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정도면 ‘고시’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일본 의료 현장에선 레켐비 치료를 받는 환자는 전체 치매 환자의 1% 수준이라고 추산할 정도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약을 만날 수 있다 해도 쉽게 복약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치료도 쉬운 편은 아니다. 2주에 한 번 병원을 방문해 18개월 동안 치료를 이어나가야 한다. 중간중간 MRI로 뇌 상태도 확인해야 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18개월 치료보다 36개월 치료한 환자의 인지 저하 지연 효과가 더 컸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개호보험 적용은 일생 동안 18개월 한 차례로 제한하고 있다. 국내 국민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함께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완성 기대되는 신약들 ‘대기 중’ 다음 타자로는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한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가 있다. 키순라는 지난 7월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키순라의 국내 출시 시기는 2~3년 후가 될 전망이다. 일라이 릴리는 글로벌 임상 3상에 포함된 국내 임상 3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임상 3상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실험으로 신약 개발의 최종 단계를 뜻한다. 키순라는 임상 시험에서 인지장애 지연 효과가 레켐비보다 다소 앞선 것으로 나타났고, 한 달에 한 번만 투여하면 되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약값은 1년에 3만 2000달러(약 4278만 원) 수준으로 레켐비보다 비싸다. 국내 기업들도 알츠하이머 신약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아리바이오는 ‘AR1001’로 올해 글로벌 임상 3상에 들어갔다. 알츠하이머 신약 ‘SNK01’을 개발 중인 엔케이맥스도 미국에서 임상 1상과 소규모 환자 대상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 도전 중인 신약들은 다중기전 치료제, 즉 한 가지 단백질만이 아닌 복합적인 발병 원인을 동시에 공략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점이 특징이다. 알츠하이머 중증 치매에도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파킨슨병 치료에 적용되는 신약도 개발 중이다.
- 2024-09-1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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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 막내가 운전 도맡아” 위기의 교통 사각지대
- 한국언론진흥재단 지원 특별기획 [고령화에 갈 곳 잃은 교통난민] 제1부 인국절벽에 가로막힌 노인 이동권 제2부 전용 교통수단으로 활로 찾은 일본 제3부 첨단 기술과 공유경제, 미래 이동권의 키워드 “혼자 살고 보행이 불편해서 면허 반납은 꿈도 못 꿔요.” 충청남도 홍성군 한 경로당에서 만난 70대 여성이 운전면허 반납에 대한 생각을 얘기했다. 읍·면·리에 거주하는 지방 고령자는 특히 운전대를 놓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운전과 생계 활동이 직결되기도 하고,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하루에 5대 내외로 교통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서다. 그렇다면 지방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감각·인지·신체 기능이 떨어진 고령 운전자는 사고 발생률이 높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서는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한 고령 운전자는 11만 2896명으로, 전체 고령 운전자(474만 7426명)의 2.4%에 불과했다. 현재 정해진 기준으로는 면허 반납자에게 10만 원의 교통카드를 제공한다. 여기에 지자체별로 10만~20만 원의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의 필요성 지역별로는 부산(3.5%)의 반납률이 가장 높았다. 이어 서울(2.9%), 인천·대구(2.6%), 경기·대전(2.5%) 등의 순이었다. 반대로 반납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세종(1.0%)이었다. 다음으로는 경북(1.6%), 충남·울산(1.7%) 등에서 반납률이 낮았다.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대도시 고령자의 반납률이 높았다. 지방 소도시는 이동권 및 생존권이 연결돼 반납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무조건 반납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서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한다. 만 65세 이상부터는 교통안전교육이 권장되며, 75세 이상 운전자는 반드시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찾아가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도 진행한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육장 방문이 어려운 교육 대상자의 불편을 덜어주고자 거주지 지역 내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고령자의 운전은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적성검사를 받고, 건강 문제가 없으면 운전을 지속해도 된다. 그러나 문제가 발견되거나 스스로 느낀다면 자진 반납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국내에서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을 추진, 현재 연구 중에 있다. 조건부 운전면허는 고령과 질환 등으로 안전운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개인별 운전 능력에 따라 시간·공간 제한 및 첨단 안전장치 부착 등 맞춤형 운전 조건을 부과하는 제도다. 야간 운전, 고속도로 운전을 금지하고, 속도제한 등의 조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준호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방 고령자의 경우 운전이 생활에 필수적이고, 야간 운전, 고속도로 운전의 빈도가 낮아 제도 도입에 거부감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한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시행하는 해외 사례를 통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는 운전면허 재심사를 받는데, 의료 평가에 따라 보충적 주행 능력 평가도 치러야 한다. 일리노이주는 75세 이상은 4년, 81세에서 86세는 2년, 87년 이상은 매년 운전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호주의 75세 이상 운전자는 매년 의료 평가와 운전실기 평가를 모두 받는다. 뉴질랜드는 75세 이상부터 2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해야 하며, 이때 의사의 운전면허용 진단서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그러나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아직 낮은 상황이다. 본지에서 전국 만 60~74세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에 대해 ‘몰랐다’는 응답이 75%에 달했다. 25%만이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를 알고 있다고 답했는데,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69%가 ‘필요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DRT부터 생활 SOC까지 교통 관련 전문가들은 지방 고령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지방 소멸을 막는 방법으로 공공 교통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수요응답형 교통체계(Demand Responsive Transport, DRT)가 증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노선을 미리 정하지 않고 이용자의 수요에 따라 운행 구간, 정류장 등을 탄력적으로 운행하는 여객 운송 서비스다. 교통 사각지역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라북도에서 처음 도입했다. 충청북도 청주시의 ‘청주콜버스’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읍면 전역에 도입한 수요응답형 버스다. 이용 요금은 500원이며, 한 달 평균 2만 80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최근 청주시는 고령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기차역, 마을회관, 경로당 등 400여 곳에 호출벨을 설치했다. 경기도의 ‘똑버스’는 신도시 및 농촌 지역에서 운행하며 교통 취약계층의 불편을 해소했다. 수요응답형 공공택시를 실시하는 지자체도 있다. 전라북도 김제시, 강원도 횡성군 등에서는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지역에서 100원 택시를 이용할 수 있다. DRT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첨단 기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 민간 교통연구소는 첨단 운전 보조시스템(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ADAS) 중 하나인 비상자동제동장치(Advanced Emergency Braking System, AEBS)를 고령 운전자 차량에 장착하면 추돌사고가 22.5% 감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전라남도 여수시, 장성군, 화순군 등에서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차선이탈 경보장치’ 설치를 지원한다. 차량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전방 차선의 상태를 인식하고 방향지시등 없이 차선을 이탈할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음 등을 울려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이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생활 SOC(Social Overhead Capital) 구축이다. SOC란 사회간접자본으로, 도로·항만·철도 등 경제활동이나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간접적으로 필요한 시설을 말한다. 고령자가 이동권을 보장받고 싶어 하는 이유도 결국 SOC와 연결됐다. 본지 설문조사에서 이동권을 제한할 경우 예상되는 문제를 묻자, 의료 서비스 이용이 37.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장보기(쇼핑 포함) 25.7%, 여가 활동 13.0%, 친지 만남(육아 포함) 11.7% 순으로 응답이 나타났다. 고준호 교수는 “고령자가 될수록 이동성이 떨어지므로 집을 중심으로 생활 반경에 필요한 SOC가 갖춰져야 한다. 통행도 불편한데 생활 SOC마저 형성되어 있지 않으면 사람들이 지방 거주를 주저하게 되며, 지역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에서는 현재 SOC 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며 집중하고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5월 ‘2024 교통대토론회’에서 “교통망과 연계한 국토·도시 개발을 기반으로 지역별 성장거점을 육성하고, 국가 균형발전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현장 탐방 대중교통 사각지대 가보니…유일한 운전자 “언니들 이동 책임져야” 충청남도 지역은 유독 교통사고가 잦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전국 1위를 한 적도 있다. 올해 상반기(1~6월)만 해도 교통사고로 107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은 51명으로 48%를 차지한다. 이러한 사연이 밑바탕이 되어 사단법인 충청남도교통안전문화협회(이하 교안문협회)가 출범했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안전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낀 교안문협회는 경로당, 마을회관을 찾아다니며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한다. 지난 8월, 구자애 교안문협회 사무국장이 교육을 진행하는 현장에 동행했다. 처음으로 찾은 곳은 홍성군 홍성읍 소향2리 마을회관이었다. 구자애 사무국장은 교통안전송을 통해 교육을 재밌게 진행했고, 10명의 주민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국도로교통공단 예산운전면허시험장 세종충남대전지부 협업으로 임건희 과장도 일정을 함께했다. 그는 주민들에게 65세 이상은 5년, 75세 이상은 3년마다 운전면허 적성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안내했다. 안전운전 컨설팅을 통한 자진 반납에 대해서도 얘기했다. 또한 지부에서는 하반기에 ‘찾아가는 고령 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추진할 예정이다. 10명의 주민 가운데 운전면허증을 소지한 이는 단 한 명, 송선옥(63) 씨뿐이었다. 그는 일을 하느라 오토바이를 20년 넘게 탔으며, 자동차를 운전한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마을회관의 막내를 맡고 있는 그는 “여기 계신 언니들을 집 또는 병원 등에 자주 데려다드린다”고 말했다. 박석원(84) 씨는 81세에 운전면허를 반납했다며 “80세까지는 무사고 운전을 했는데, 이듬해 갑자기 운전하다가 깜빡 조는 경우가 발생했다”고 반납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는 가끔 운전할 때가 그립고, 불편함을 겪을 때도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두 번째로는 홍성군 홍성읍 대교리 4구 광경동 마을회관을 찾았다. 이곳에서도 11명의 주민 가운데 운전자는 70대 한 명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혼자 살고 거동이 불편해 운전면허증이 꼭 필요하다고 했으며, 80대까지는 반납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두 명의 주민은 젊은 시절 운전면허증을 취득했지만, 운전을 한 적은 없다고 했다. 주민들은 “여기는 마트, 병원 등을 도보로 이동할 수 있어 운전면허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생활 인프라와 이동권의 상관관계가 체감되는 부분이다. 본지는 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노인세대의 이동권 침해를 받고 있는 것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 논의를 위해 특별 기획 ‘고령화에 따른 이동권 문제’를 3개월에 걸쳐 연재로 발행합니다. 제1부 ‘인구절벽에 가로막힌 노인 이동권’, 제2부 ‘전용 교통수단으로 활로 찾은 일본’, 제3부 ‘첨단 기술과 공유경제, 미래 이동권의 키워드’ 순서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해당 기사는 오프라인 매거진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온라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 홈페이지를 통해 만날 수 있습니다. ※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2024-09-09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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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15일 전통시장서 장보면 ‘온누리상품권’ 환급
-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가 추석 명절 소비자 물가부담 완화를 위해 9월 9일(월)부터 9월 15일(일)까지 전국 전통시장에서 ‘추석맞이 전통시장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를 개최한다.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수산물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구매 금액의 최대 30%를 1인당 농축산물 2만 원, 수산물 2만 원 한도에서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 준다. 전통시장에서 국산 농·축·수산물을 구매한 소비자가 영수증과 신분증을 지참해 시장 내 환급 부스를 방문하면 본인 확인 후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받을 수 있으며, 행사 참여 시장 등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 구매 시 이용 가능한 제로페이 수산대전상품권·농할상품권을 20~30% 할인 판매한다. 농할상품권은 최대 10만 원까지, 수산대전상품권은 1인당 월별 최대 20만 원까지 구매 가능하다. 모바일 이용이 익숙하지 않은 65세 이상 고령층을 위해 65세 이상 대상의 전용 판매(농할 9.9~9.15, 수산대전 9.5)도 실시한다. 농할상품권 및 수산대전상품권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비플페이 앱에서 확인하거나 한국간편결제진흥원에 문의하면 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이번 전통시장 할인행사는 모바일 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자 등의 편의를 위해 농할상품권 고령층 전용판매 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라면서, “추석맞이 전통시장 환급행사와 농할상품권 할인판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명절 장바구니 물가 부담 완화를 체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수산업 종사자분들과 전통시장 소상공인분들께 도움을 드리고, 국민께서도 맛좋은 국산 수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즐기실 수 있도록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며 “올해에는 소비자 편의를 위해 수산물 환급행사 참여 시장 규모를 대폭 확대했으니, 가까운 전통시장에서 풍성한 혜택을 누리시고 넉넉한 명절을 즐기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 2024-09-0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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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예술문화재단, KAF CEO 컬쳐클럽 개설
- 한국예술문화재단이 각계의 CEO, 전문직 종사자, 공직자 및 예술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고 3일 밝혔다. '제1기 KAF CEO 컬쳐클럽'은 예술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됐다. 강마루 이사장이 이끄는 한국예술문화재단은 그간 마스터스 성악 최고위과정, 노블컬쳐클럽 최고위과정, 와인 인문학 최고위과정 등을 통해 20여 년간 교육기관으로서의 명성을 쌓아왔다. 이번 'KAF CEO 컬쳐클럽'의 런칭은 글로벌 리더와 예술 애호가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제1기 KAF CEO 컬쳐클럽'은 오는 10월 1일 화요일 첫 수업인 ‘와인 특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이후에는 메디 페라(메디컬+팝페라) 콘서트, 노래 잘하는 비법 강의, 마음 치유 테라피, 디너콘서트, 인문학 강의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에게 행복 증진과 생활 속 인문교양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 프로그램은 참가자들이 꼭 필요한 소양과 지혜를 갖추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폭넓은 교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사진으로는 안신희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부회장, 피부과 의사이자 방송인 함익병 원장, 가수 이진관, 박정현 창의미술교육원 대표, 김형철 전 연세대 철학과 교수가 참여한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예술문화재단 홈페이지를 방문하거나 재단으로 문의하면 확인할 수 있다.
- 2024-09-0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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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니어연구소 “복잡한 돌봄 제도 스마트하게”
- 우리나라 요양기관의 약 88%는 개인사업자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전국에 촘촘하게 분포된 기관 운영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 곧 요양 수급자와 보호자가 받는 서비스 질을 높이는 길이라 믿는다. ‘기술로 요양산업을 더 스마트하게’라는 비전을 외치는 이유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주간보호센터 3개와 방문요양센터 4개를 직접 운영했다. 이 과정에서 파악한 요양기관 운영자의 업무 고충을 바탕으로 업무 효율을 높이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행정 업무의 완결성을 높여주는 ‘하이케어’, 이용자와 기관을 연결하는 ‘스마일시니어’, 기관・요양보호사・보호자를 잇는 ‘요보사랑’이 주요 서비스다. 하이케어 이용 기관은 전국에 약 1100개, 하이케어를 통해 관리되고 있는 어르신은 약 4만 명, 요양보호사는 약 14만 명, 요양 수가는 하루 약 260억 원에 이른다. 업무 효율 높이는 ‘하이케어’ 한국시니어연구소는 통합 시스템이 없어 복잡한 기록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 기관의 행정 업무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으로 ‘하이케어’를 만들었다. 현재로서는 건강보험공단에 요양 수가를 청구하는 시스템과 연결된 유일한 소프트웨어다. 공단의 수가 청구 시스템은 모바일로는 작업할 수 없어 컴퓨터와 공증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하이케어를 이용하면 이동하면서도 스마트폰으로 작업할 수 있다. 또한 매일 해야 하는 기록에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카카오톡으로 ‘몇 건의 기록지를 수정해야 한다’는 알림을 보내준다. 또한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센터장들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AI를 도입해 문서 자동 생성 기능도 제공한다. 정보 격차 줄여주는 ‘스마일시니어’ 스마일시니어는 요양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격차를 줄여준다. 소비자가 본격적으로 요양기관을 찾는 시점은 대체로 요양 등급을 받은 다음이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요양기관이 가장 필요한 때는 오히려 등급을 받기 전이다. 요양 등급을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받는다면 어떻게 하는 것인지, 요양 등급을 받지 않으면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등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양기관은 돌봄만 제공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지만, 요양 등급을 받기 전부터 이후까지 모든 과정을 돕는 것이 요양기관의 역할이다.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스마일시니어를 통해 하이케어를 사용하는 전국의 요양기관을 소비자와 연결해준다. 핵심은 ‘고민하지 말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요양기관에 들러 상담하세요’다. 소비자가 상담 내용을 남기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기관의 센터장에게 콜이 배정되는 것처럼 카카오톡 알림이 뜬다. 이후 해당 센터는 소비자에게 연락해 어려운 부분을 도와준다. 또는 기관 정보를 보고 소비자가 직접 센터에 문의할 수도 있다. 요양 등급을 받고 싶지만 정보 격차가 있는 소비자와 기꺼이 상담해줄 센터를 연결해주는 서비스인 셈. 추가 요금을 내고 ‘파트너’가 된 기관을 우선 매칭하고, 만약 파트너가 없는 지역에 소비자가 있다면 하이케어를 이용하는 기관으로 이어준다. 또한 등급 신청 시 필요한 서류를 수기로 작성 후 팩스로 보내는 게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작성해 신청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구인・구직 자동화 ‘요보사랑’ 요양기관이 어려움을 겪는 또 하나의 문제는 ‘인력 찾기’다. 여전히 많은 센터에서는 보유하고 있는 요양보호사 연락처로 전화를 돌려 수급자 요구에 맞는 사람을 찾는다. 맞는 사람이 없으면 지역 일자리센터에 팩스를 보내 요양보호사 리스트를 받아 다시 전화를 돌린다. 구인・구직에 걸리는 오랜 시간을 줄이고 자동화한 것이 ‘요보사랑’이다. 요보사랑에는 약 3만 명의 요양보호사가 등록돼 있다. ‘가사 업무 제외’,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 우선’, ‘시간당 페이가 가장 높은 곳 우선’, ‘여성 수급자 선호’, ‘하루 3시간 가능’ 등 원하는 조건을 작성해둔다. 이후 센터에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이 원하는 조건을 요보사랑에 등록하면 적합한 요양보호사에게 카카오톡으로 알림을 보낸다. 기관이 추가 비용을 낸다면 요보사랑에 등록된 요양보호사뿐 아니라 전국 일자리센터, 워크넷, 구인・구직 카페 등의 구인처에 자동으로 공고가 올라가도록 연동해준다. 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는 “요양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며, 휴먼 터치가 굉장히 중요한 분야”라면서 “센터장의 업무 부담을 낮춰 보호자와 수급자에게 더 마음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요양기관 종사자 약 13만 명이 가입돼 있는 ‘실무 카페’를 운영하며 법령 읽는 법부터 행정 업무에 대한 교육까지 업무를 구조화해 설명하고 있다. 스마일시니어 파트너인 센터에는 필요한 행정 업무와 보호자 상담 방법까지 전 과정에 걸친 별도의 교육을 제공한다. 이진열 대표는 “기관을 혁신해야 산업이 바뀐다”면서 “궁극적으로 보호자와 수급자의 돌봄 환경이 개선되도록, 기술로 요양기관을 더욱 스마트하게 바꿔가겠다”고 강조했다.
- 2024-08-20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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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서 노후 꿈꾸는 사람들… 은퇴이민 현황은?
- 치열하게 돈을 벌고 자녀 양육과 부모 봉양에 집중하며 살다 보니 어느새 50대. 앞만 보고 달리던 지난날을 돌아보며 은퇴 후에는 조용한 곳에서 여유 있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 중장년이 많을 테다. 특히 평화로운 노후를 해외에서 보내고 싶은 이들을 위해 은퇴이민에 대해 알아봤다. 영국 투자이민 컨설팅 업체 헨리 앤드 파트너스는 2024년 한국의 자산가 1200명이 한국을 떠날 거라 전망했다. 중국 1만 5200명, 영국 9500명, 인도 4300명으로 우리나라가 4위다. 과거에는 일자리나 자녀의 학업을 위해 이민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위해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은퇴이민, 해외에서 여유로운 노후 은퇴이민은 배당금, 이자소득, 월세, 연금 등 정기적인 수동 소득이 있다면 시도할 수 있는 이민 방법이다. 한국에서보다 적은 돈을 지출하면서 더 나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나라가 인기를 끈다. 우리나라 은퇴자들은 말레이시아나 태국을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최근 유럽・남미 등에서 물가가 저렴하면서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찾는 이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은퇴이민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내셔널리빙의 ‘글로벌 은퇴지수’에 따르면 2024년 은퇴 후 살기 좋은 나라로 코스타리카, 포르투갈, 멕시코, 파나마, 스페인, 에콰도르, 그리스, 말레이시아, 프랑스, 콜롬비아가 뽑혔다. 글로벌 은퇴지수는 주택, 비자, 이민자 혜택, 생활비, 현지인의 친밀도, 보건·의료, 교통과 인프라, 기후를 고려한 평가다. 미국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 사이트이기 때문에 미국인의 선호도가 조금 더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한국인도 은퇴 후 지낼 곳으로 고려해볼 매력이 충분한 나라들이다. 은퇴이민은 국적을 표기하지 않고 체류 비자를 받아 생활한다. 여행 비자로 기간 제한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도 있다. 연금을 받는 이들을 위해 은퇴 비자가 있는 나라도 있지만, 대부분은 ‘은퇴이민 비자’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 말 그대로 은퇴 후의 삶을 준비해 해외로 이주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에 따라 생활비는 천차만별이지만 2인 기준 월 평균 300만 원이면 여유롭게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은퇴이민의 목적이 ‘더 적은 돈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리는 것’이라면 ‘살림 규모’를 잘 조절해야 한다.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말레이시아나 태국이라 하더라도 매일 외식하며 생활한다면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더 많은 생활비를 지출하게 된다. 책 ‘은퇴이민 가이드 : 월 200만 원으로 해외에서 행복하게 살기’의 저자 수잔 해스킨스와 댄 프레셔는 “옷을 세탁하고 다림질까지 해 집 앞으로 배달해주는 데 단돈 3달러면 되는 서비스가 있는 국가에서, 한국에서의 생활양식대로 세탁기를 굳이 집에 둘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생활비를 줄이는 것이 은퇴 후 해외에서 사는 유일한 이유가 되면 안 된다. 억지로 생활비를 줄이면 행복을 잃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핵심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삶의 태도를 재정비하고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마음으로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이민, 자산 관리까지 일석이조 투자이민은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 구매, 펀드 구매 등 목돈을 투자해 그에 따른 수익과 거주권・영주권・시민권을 취득하는 방법이다. 투자이민은 나라마다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정부에 기부금을 내거나, 정부가 승인한 부동산 프로젝트에 일정액을 투자하거나, 사업・기업체에 투자해 일정 인원수의 고용을 창출하거나, 국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0억 원 정도(나라마다 다름)의 투자금을 5~7년 정도 해당 국가에 투자하고, 1~2년 내로 거주권・영주권・시민권을 취득하는 형태다. 부담 없이 투자이민을 고려하고 싶다면 최소 20억 원 정도 자산이 있는 것이 좋다. 최여경 셀레나이민 대표는 “투자이민을 상담하러 오는 분들의 연령대는 주로 40~60대이고, 실제 이민 신청은 40~55세 연령대에서 이뤄진다”면서 “과거에는 자녀 교육이나 자신의 취업을 위해 이민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산 관리 측면에서 관심을 갖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는 영주권을 취득하면 바로 이주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영주권 취득 기간을 포함해 3~5년 정도 넉넉하게 준비 기간을 갖는 이들이 많다. 해외 정착의 개념이 아니라 한국과 해외를 오가며 지내는 이들도 많아졌다고 한다. 최 대표는 “삶의 질을 높이고자 이민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은퇴 전부터 이민을 알아보고 자산을 정리한 뒤 이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이민 역시 은퇴이민과 마찬가지로 의료・주거・날씨 등 전반적인 것을 검토해야 하지만, 투자의 특성상 경제 상황에 따라 환차익과 환손실이 따르므로 ‘환율’ 역시 잘 살펴야 한다고 귀띔했다. 투자인 만큼 그에 따른 위험이 있을 수 있음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사기를 당할 위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세 곳 이상의 투자이민 전문기업을 방문해 상담하기를 권했다. 어느 나라나 장단점이 있다 이민을 위해 나라를 선택할 때는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거나 활동하는 데서 행복을 얻는 성향이라면 미국을, 느긋하고 여유로운 삶을 추구한다면 유럽을, 한국을 자주 오가고 싶다면 동남아시아를 고려해볼 만하다. 어느 나라나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게 마련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은퇴이민이든 투자이민이든 가고자 하는 나라를 반드시 방문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은퇴 후 해외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의료 환경이다. 은퇴이민으로 적합하다고 추천하는 나라는 대체로 의료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다. 다만 우리나라와 달리 공공의료와 민간의료가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이를 잘 살펴야 한다.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JCI) 인증을 받은 병원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다. 만약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살 거라면 국제의료보험을 알아보자. 세계 어디서든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언제든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자. 무조건 버티기보다 다른 나라를 찾아보거나 한국으로 돌아오겠다는 마음을 가지는 게 좋다. 이를 위해서는 1인당 3000달러(약 416만 원) 정도의 여윳돈을 준비해두는 게 좋다. 도움말 최여경 셀레나이민 대표 참고 도서 ‘은퇴이민 가이드 : 월 200만 원으로 해외에서 행복하게 살기’
- 2024-08-08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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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세이탄광 수몰 유해 발굴 日시민단체 주도로 재개
-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조세이탄광(長生炭鑛·장생탄광)에서 수몰당한 183명의 유해 발굴 작업이 재개될 예정이다. 바다속으로 연결된 조세이탄광은 1942년 2월 3일 갱도에서 누수가 발생해 갱도 내 작업을 하고 있던 183명의 작업자가 희생된 사건으로, 이 중 136명은 강제징용된 조선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82년이 지났지만 발굴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육지의 갱도는 관련 시설들이 철거되고 막혀있어 위치도 찾기 어려운 상태다. 현재 탄광의 흔적은 바다 위로 솟아있는 배수구 2개가 유일하다. 유해 발굴 기초 조사 시작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일본의 시민단체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이하 새기는회)의 주도로 유해 발굴 기초조사를 위해 배수구 탐사를 진행했다. 새기는회에 따르면 사고 이후 1997년 진행됐던 발굴 조사에서는 배수구 입구로부터 10m까지밖에 이르지 못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27m 지점까지 잠수할 수 있었다. 내부를 영상으로 담았으며, 배수구의 깊이가 28m이기 때문에 이번 잠수로 거의 아랫부분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바닥 부근에 돌기물, 파이프와 같은 것들이 엉켜있어 더 나아갈 수 없었다. 새기는회는 오는 10월 탄광 입구를 파내는 탐색도 진행하기 위해 지난 7월 15일 ‘갱구를 열자! 스타트 집회’를 열고 갱구 주변 청소 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인 방문단, 한일 고교생 교류 참가자 등 170여 명이 함께했다. 다만, 해당 장소의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아 우베시에 귀속될 토지인 것으로 알려져 시에서 조사에 이의를 제기한다면 추후 협의할 예정이다. 따라서 새기는회는 바다 위로 솟아있는 배수구를 통해 유해 발굴이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 안으로는 유해를 발굴해 유족들에게 유골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의견이다. 日 정부 협력 부진, 자체 모금 시작해 양국 정부의 협력이 잘 이뤄지지 않자, 새기는회는 올해 유해 발굴을 목표로 모금을 시작했다. 새기는회는 한국 유족회와 함께 2019년 6월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해 행정안전부를 방문했다. 1개월 뒤 행안부 관계자들은 우베시 조세이탄광 추도광장을 방문해 헌화했다. 추도광장은 지난 2013년 새기는회에서 모금을 통해 만들었다. 두 개의 배수구를 본떠 강제연행 한국‧조선인 희생자, 일본인 희생자라고 적힌 두 개의 추도비를 세웠으며, 앞 현판에는 희생자 전원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목판으로 만들었던 현판이 오래돼 낡자 지난 2021년에는 돌 명판으로 바꾸었다. 추도비 뒤편에는 모임의 추도문과 한국유족회의 추도문이 있으며 한국의 젊은 예술가가 만든 조세이탄광 수몰 사고 일러스트를 전시하고 있다. 광장 왼쪽으로는 광장에 대한 설명,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 시민단체로부터 기증받은 회화 등 다양한 자료를 전시해 두었다. 이렇게 조세이탄광에 대한 이야기를 남기는 작업을 하면서 양국 정부의 협력을 요청했던 새기는회는 지난해 3월 30일 한국유족회와 함께 행안부 유해봉안과에 또 한 번 방문했다. 이후 같은 해 12월 8일 한국유족회와 함께 일본 정부에 의견교환회를 요청했다. 의견교환회에 앞서 일본 정부에 질문을 보냈던 새기는회는 정부의 답변서를 받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에 조세이탄광 문제 해결을 요청한 것을 일본 정부는 모호하게 했다”면서 ‘보이는 유골만 조사한다’는 것이 한일협의의 결정이라고 답변한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새기는회는 의견교환회에서 “후생노동성의 인도조사실은 ‘보이는 유골만이 조사 대상’이라며 조사를 고사했다”면서 “매년 1000만 엔 이상 조사 예상이 있음에도 수만 엔밖에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서 조세이탄광 유골 문제 해결을 일본 정부에 요청했지만 국회에 보고되지 않았다”면서 “드론 조사 기술에 한계가 있다고 답한 후생노동성의 답변과 기술 문제를 해결해 앞으로 협의해 나가는 것에 대해 외무성에 물어본 결과 ‘국내 유골을 조기에 돌려준다는 것이 한국과의 약속’이라는 표명을 들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새기는회는 직접 탐사에 나서기로 하고 지난 7월 15일부터 조사 비용 모금을 시작했다. 오늘 10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펀딩의 최종 목표액은 800만 엔이다. 이 소식을 듣고 대한불교관음종이 100만 엔을 기부했으며, 8월 7일 오전 기준 모금액은 406만 6000엔이 모였다. 새기는회는 “직계 유족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아버지를 보지 못한 채 성장한 자녀들도 81세가 되어 유족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면서 “희생자의 이름, 나이, 주소, 가족 모든 것이 판명되어 있는데 이 이상 방치하면 안 된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일본 정부의 놓칠 수 없는 책무”라고 조사를 촉구했다. 새기는회의 활동은 1991년부터 시작됐지만, 사고 이후 82년째를 맞이하는 2024년에도 유골 발굴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의 대응이 소극적인 가운데, 시민단체인 새기는회의 노력으로 조선인의 유골이 한국 유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2024-08-0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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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버 산업 블루오션 분야로 주목받는 ‘시니어 하우징’
- 실버타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입주자의 만족도 역시 올라가며 관련 수요가 자연스레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그 열풍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시장성을 포착한 기업들이 ‘시니어 하우징’이라는 이름의 주거 상품을 건강・금융・여가 등 시니어 세대의 특성과 수요에 맞춘 다양한 상품과 연계해 다각화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와 주거 불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초고령사회 진입까지 앞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몸 건강하게, 마음 편히 나이 들 수 있는 곳’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3 노인 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노인 복지시설은 8만 9643개, 입소 정원은 36만 4116명으로 대상 인구 대비 복지시설이 현저히 부족하다. 시니어 하우징 분야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시니어 하우징은 토지나 주택 등 생활공간에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를 결합한 산업을 말한다. 실버타운, 복지주택, 요양시설 등 여러 주거 모델이 있다. 전문가들은 해당 분야가 활성화되면 시니어 관련 데이터가 지속적으로 쌓여 건강・금융・여가 등 다양한 사업 개발에 활용하고, 시장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을 거라 예측한다. 너도나도 분주해진 시장 민간 기업은 한창 시니어 하우징에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등 보험사는 해당 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다. 특히 신한라이프는 올 초 독립법인으로 출범해 현재 4곳의 요양시설과 2곳의 실버타운 설립을 준비 중이다. 최근 현대건설과 손잡고 노인복지주택 사업 모델 개발과 공모사업 추진을 위한 공동투자 및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롯데건설과 롯데호텔 계열사를 활용해 실버타운 브랜드 ‘VL’을 필두로 내세웠으며, 사업 발굴에 한창이다. 신세계그룹 역시 곧 시니어 주거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는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미래 10년 먹거리’ 중 하나로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꼽았다. 부동산 개발 그룹 엠디엠은 대우건설과 손잡고 경기도 의왕백운밸리에 노인 복지주택 ‘백운호수 푸르지오 숲속의 아침 1단지’를 지난 1월 공급했다. 정부도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관련 청사진을 내놓고, 규제를 손질하고 있다. 중산층 대상 시니어 주택 공급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과거 불법 전매 등 투기 논란으로 금지했던 실버타운 분양을 다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에는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경제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 마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해 12월 국내 최초로 시니어 하우징 관련 ‘헬스케어 리츠 사업’을 공모했다. 선정된 민간사업자는 화성동탄2 의료・복지시설 용지에 시니어 주택・오피스텔・의료・업무・상업・문화시설 등을 복합 개발・운영하게 된다.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에 투자 운용한 뒤 얻은 이익을 배당한다는 계획이다. 국민에게 주거 안정과 새로운 부동산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민간사업자는 신규 사업 모델의 기반을 마련할 기회라 여기는 것이다. 국내 첫 헬스케어 공모 상장 리츠의 민간사업자 모집이 시행되면서 시니어 케어 산업의 활로 개척 및 부동산 투자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한다. 미국에서 125조 원 규모에 달하는 헬스케어 리츠는 시니어 하우징 산업을 활성화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 꼽힌다. 전망 밝지만 걸음마 단계 건설, 금융, 보험, 호텔 외에도 시니어 하우징을 중심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는 분야는 IT 업계다. AI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냉장고・세탁기 등 가전을 연동하거나 센서를 통해 활동 리듬을 파악, 응급 상황을 막는 식이다. 그러나 국내 시니어 하우징 시장은 여전히 태동기다. 과거 실버타운을 짓는다고 하면 ‘노인들 대상으로 장사한다’거나, ‘자체적인 수익성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있었다. 이선엽 케어닥 주거사업본부장은 사업 특성상 중도 철수가 어려우므로 운영 역량 확보와 초기 시스템 구축에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 본부장은 “노인들만 살면 우울할 거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더 클래식 500’과 같이 건물 1층에 다른 세대가 충분히 방문할 수 있는 근린생활시설 형태의 공간을 혼합하는 방법이 최근 추세”라며 “자녀와 지인이 쉽게 방문할 수 있고, 병원・백화점・마트에 도보로 갈 만한 위치를 선점한다면 소비자가 매력을 느낄 테고, 다른 산업과 연계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모든 시설과 편의를 누리는 ‘올인원’ 실버타운에서 나아가 일본 ‘베네세 스타일 케어’의 유료 노인홈처럼 유형을 세세하게 나누고, 직업군이나 특정한 취미 등으로 타깃을 세밀하게 설정한 맞춤형 실버타운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24-08-05 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