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어디서 났게?”
동생은 망고를 깎으면서 대단한 비밀이라도 들려주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의도를 알기 어려운 질문이어서 잠시 머뭇거리니까 동생이 그새를 못 참고 말을 이어갔다.
“요즘 우리 시어머니가 이상해.”
그 말에는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 있었다.
동생의 시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참 좋다. 그 솜씨를 동네 노인정에서 발휘하니 점심 먹
지난 6월 22일 남부터미널역 ‘팜스 앤 팜스’에서는 계간 문학잡지 제 13회 신인 문학상 시상식이 있었다. 이 자리는 한국시니어블로거협회의 회원인 손웅익씨가 수필가로 등단하는 자리였다.
필자는 한마디로 겉모습도 속마음도 잘난 남자들을 좋아한다. 지휘자 중 가장 좋아하는 불세출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외모 자체가 명품이다. 이에 버금가는 손
일흔에도 여든에도 아흔에도, 심지어 100세가 되어서도 저세상엔 못 가겠다던 노래가 공전의 히트를 친 적이 있다. 노래는 150세가 되어서야 극락왕생했다며 겨우 끝을 맺는다. 살 수만 있다면 100년 하고도 50년은 더 살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 아닌가. 장수만세를 외치는 100세 시대 시니어들에게 어쩌면 ‘죽음’은 금기어와 같다. 얼마나 ‘사(死)’에 민
늦은 봄을 노래한 시 중 필자가 좋아하는 시는 두보(杜甫)의 ‘곡강(曲江)’이다. 이 시는 두보가 47세 되던 AD 758년 늦은 봄, 좌습유(左拾遺) 벼슬을 할 때 지은 작품이다. 좌습유라는 벼슬은 간언(諫言)을 담당하던 종8품의 간관(諫官)이다. 당시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재상(宰相) 방관(房琯)이란 사람이 죄목을 뒤집어쓰고 파면되는 일이 발생하
햇살이 따사로운 봄날,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손관승(58) 전 iMBC 대표를 만났다. 전 MBC 베를린 특파원, 전 iMBC 대표이사, 교수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쳐온 그는 여러 개의 호칭을 갖고 있다. 스스로 부여한 현업(業)은 스토리 노마드, 즉 이야기 유목민이다. 강의와 강연, 기고와 저술을 하는 삶이다. 전반전은 수치와 가치를 추구한 2치의 삶이었다
마로니에 공원의 추억을 들추며
비 내리는 날의 외출이 신나고 즐거울 시기는 지났지만 때론 예외일 때도 있다. 빗속을 뚫고 혜화동의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 도착하니 역시 날씨에는 아랑곳없는 청춘들이 삼삼오오 손잡고 오가고 있었다. 참 오랜만에 와보는 마로니에 공원이지만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한때 젊은이들의 문화를 꽃피웠던 이곳에서 봄날의 파릇함, 낙엽 지던
필자의 엄마는 여행을 좋아하신다. 그런 엄마 덕에 여기저기 많이도 다녔다.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엄마는 참 바빴다. 네 명의 아이들에게 예쁜 옷 찾아 입히고 머리 빗기면서 3단 찬합 가득 김밥을 싸야 했고 그 와중에 화장도 해야 했으니 출발도 하기 전에 엄마 목소리가 커지기 일쑤였다. 4형제 중 누구 하나가 엄마 주먹맛을 본 후에야 우리는 집에서 출발
그 여인은 지금 어디에서 살고 있을까? 댓잎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를 들으면 불현듯 생각나는 여인이 있다. 고운 얼굴은 아니었어도 목소리는 청아했다. 필자가 자원입대한 공군 복무를 마치고 2학년에 복학했을 때 그녀는 3학년이었다. 나이는 필자가 네 살 위였다. 경상도 시골 태생이었던 필자는 서울 생활이 서툴기만 했다. 세련된 구석이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요즘 연일 뉴스를 통해 북한의 군사 도발적 언행과 핵 실험이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으로 인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면 너무나 무섭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 정책기자단에 4월 26일 경기도 포천에서 한미 연합 훈련을 한다는 공지가 떴을 때 꼭 참석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방부는 2017년 4월, 강한 국군의 위용
정유년인 올해는 정유재란(1597.1~1598.12) 발발 420주년이다. 임진왜란으로부터는 427주년. 임진왜란이 치욕의 역사였다면, 정유재란은 왜군이 충남 이북에 발도 못 붙인 구국승전의 역사다. 그 전적지는 진주, 남원, 직산 등 삼남지방 곳곳에 있지만 옛 자취는 찾기 어렵다. 뚜렷한 자취가 남아 있는 곳은 왜군이 남해안을 중심으로 농성하던 성터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