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속돼온 대학 친구들 모임에서 최근 한 친구가 탈퇴하겠다고 했다. 뚜렷한 이유도 없었다. 부부동반으로 한 해에 두 번 정기적으로 만나고 가끔 애경사에 봤다. 그러니 크게 부담 가는 모임도 아니었다. 탈퇴 이유가 궁금했고 친구들의 충격도 작지 않았다.
살아오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그러나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 친해지면서 깊은 관계
4월의 찬란한 신록을 만나기 위해 하동으로 간다. 악양행 버스를 타고, 화개천 옆을 지난다. 간밤에 흩날렸을 벚꽃 잎을 상상하며 아름드리 벚나무 가로수 길을 달린다. 오른쪽 차창 밖으로 은빛 섬진강과 푸른 보리밭이 봄볕에 반짝거린다. 섬진강가 산비탈에는 야생차밭이 연둣빛 생기를 뽐낸다.
걷기 코스
화개시외버스터미널▶시내버스 타고 악양면으로 이
주말 저녁,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드라마를 보다가 그만 피식 웃고 말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 저 배우가 엄청 즐기고 있구나! 한참 나이 어린 배역에게 ‘아버지’나 ‘오빠’를 연발했다. 심심하면 욕설에 머리채를 끄잡는데 그렇게 통쾌할 수가 없었다.
“명희야, 원혁이 번호 땄어!”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106부작의 마지막 대사도 그녀 몫이었다.
잠실나루역 바로 앞에 ‘서울책보고’라는 이름의 초대형 헌책방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설 곳을 잃었던 청계천 헌책방 거리 서점을 비롯 25개의 헌책방이 둥지를 틀었다고 한다. 반가운 마음으로 며칠 전 달려갔다. 그 곳에서 크기와 외관이 시선을 압도하는 콘테이너 박스 스타일의 헌책방 ‘서울책보고’와 마주했다. 유리문 안에
‘살다 보면 잊는다’란 말을 종종 하게 된다. 시간이 가고 나이 듦의 가치 중 하나가 ‘기억의 희석’일 게다. 무뎌지다 사라지기도 하고, 아련하게 추억이란 이름으로 저장된다. 그것이 좋았건 슬펐건 간에 말이다. 새로운 이야기가 매일 쌓이는 것이 인생. 그렇게 흘러가기만 하면 좋으련만 뜬금없이 연극처럼 플래시백(과거의 회상을 나타내는 장면)을 경험할 때가 있
우리 동네 이름은 ‘숲속 마을’이다. 고양시에 속하지만 산과 들판에 둘러싸여 마치 시골 마을 같다. 나의 아침은 산책을 하면서 시작된다. 건강을 챙기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취미와 기술을 연마하는 장소로도 활용하면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마을을 둘러싼 나지막한 동산 등성이를 따라 이어지는 좁고 구불구불한 숲속 길을 걸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흙
창과 방패의 구도에서 극적으로 역할이 바뀌는 인생을 우리는 가끔 목격한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실제 주인공으로, FBI를 속 태웠던 범죄자에서 보안 컨설턴트로 변신한 프랭크 애버그네일 2세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 전라남도 순천에서 만난 박미진(朴美眞·43세) 씨가 풀어놓은 이야기도 극적인 반전을 연상케 했다. 채권추심원에서 빚으로 고통받는 채
파리까지 12시간. 리스본까지 다시 2시간 반. 살던 도시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갈 때 가장 궁금한 것은 언제나 ‘돌아올 때의 나’였다. 알파마 지구의 예약된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내다본 차창 밖의 리스본은 어둠이 내려 인적조차 뜸했고 꾸미지 않은 벽에선 ‘낡은 도시’의 냄새가 났다. 생각해보면 살면서 그곳에 가기 딱 좋은 날씨에 딱 맞는 상황, 딱 좋
이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술을 뽑아야 한다면 ‘압생트(absinthe)’가 아닐까. 고흐가 마시고 귀를 자른 술, 마시면 환각 증세를 일으키는 술 등의 누명 속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압생트를 소개한다.
영화 ‘물랑 루즈’는 ‘로미오와 줄리엣’, ‘위대한 개츠비’ 등을 제작한 바즈 루어만(Baz Luhrmann) 감독의 2001년 작품으로 뮤
(권)정생 형, 이렇게 이름을 부르니 사무치는 그리움이 온몸으로 밀려옵니다. 그리고 윤동주가 자주 쓰던 부끄러움이라는 어휘도 호출됩니다. 부끄럽다는 것은 치기 어린 나의 문학청년 시절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문학청년의 객기만 있었지 형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습니다. 형은 천방지축인 나와 우리 패거리들을 너그러이 대하셨지요.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