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Millennial Z)는 10대 초반에서 30대 후반 세대를 말한다. 어느 시대에나 있었지만 요즘 MZ세대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작가 김영기는 저서 ‘MZ세대와 꼰대 리더’에서 MZ세대의 특성을 6가지로 요약했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수평적 소통, 빠른 보상(을 원하고), IT 원주민(으로), 사생활(을) 중시(하며), 모바일(에) 연결(돼 있다)”이라고 했다. MZ세대는 ‘공정’을 중시하고, 자기 목소리가 분명하다. 삶을 독립적으로 설계한다. 일터는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휘하는 곳’으로 본다. 남녀 간 차이도 공정의 틀 안에서 해석한다.
MZ세대의 이런 가치관은 정부 정책과 기업 문화, 정치 문화의 변화를 몰고 왔다. 기업은 수평적 조직 문화 조성, 새로운 리더십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앞다투어 청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차기 당권주자의 덕목 중 하나로 ‘MZ세대 인기’를 꼽았을 정도다. 이들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점에서 이런 대응은 당연해 보인다.
이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할 ‘요즘 어른’들은 어떤가. “라떼는(나 때는)~” 하면 바로 ‘꼰대’라는 낙인이 찍힌다. 권위주의에 똘똘 뭉친 어른으로 몰린다. 빈곤, 무능의 평가도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나이가 들면 신체 능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 노화로 인해 상대적 무능력자가 된다”는 등의 주장이다.
‘요즘 애들, 요즘 어른들’의 저자 김용섭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우리는 요즘 애들뿐만 아니라 요즘 어른들도 잘 모른다”며 “4060세대 역시 변화와 진화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0년대 출생)는 사라진 것이 아니고, 거대한 인구 집단으로 경제사회적 영향력도 여전하다”며 “MZ세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뉴식스티’로 거듭났다. 현재 시점으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럴까.
트렌드 연구 집단 ‘샌드박스네트워크 데이터랩’은 최근 펴낸 ‘뉴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3’에서 1964년생의 삶을 이렇게 정리했다. “한국전쟁 종식 11년 후에 태어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일구는 데 일조했다. 17세에 광주민주화운동을 경험했고, 25세에 서울올림픽을 지켜봤다. 30대에 무선호출기를 사용했고, 35세에 외환위기를 겪었으며, 45세에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다.” 정리하면 ‘60세 어른’은 전후 세대에 태어나 대한민국이 올림픽을 개최한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는 데 일조했다. 그 과정에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이겨냈다.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를 이뤄낸 주역이고, 디지털 전환의 가교를 탄탄하게 놓은 세대다.
통계청이 지난달 내놓은 ‘202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자. 우리나라 가계의 자산, 부채, 소득 수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다. 이를 보면 국내 가계 평균치는 자산 5.47억 원, 부채 0.92억 원, 소득(이하 2021년 기준) 0.64억 원이다. 누가 돈을 많이 버는지, 부자인지 살펴보니 50대가 자산 6.42억 원, 소득 0.81억 원으로 최고였다. 60세 이상은 자산 규모에서 40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5.43억 원이다. 소득은 20대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지만, 연간 4000만 원 이상(0.46억 원) 벌었다. 50대가 가장 부자 세대이고, 60+ 세대도 살 만한 세대라는 결론은 자연스럽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고 늘 그래왔다.
50+ 세대의 경제사회적 영향력을 입증하는 연구 자료는 더 있다. 5060세대 10가구 중 7가구 이상이 자기 집을 가지고 있다(통계청). 순자산 상위 1%의 평균 연령을 살펴봤더니 63.5세다. 60대 비중도 35%나 된다(NH투자증권).
자산만 많은 게 아니다. 50+ 세대는 생각보다 젊다. ‘뉴미디어 트렌드 리포트 2023’의 내용을 인용하면, 20대 여성들이 사용하는 패션 앱 광고 모델로 등장한 대한민국 최초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 윤여정 씨의 나이는 76세다. 개그맨 유재석, 배우 장동건, 문소리, 오나라, 신하균, 곽도원, 가수 서태지, 박진영 씨 모두 50대다. 생각보다 젊기만 한 것도 아니다. 통계청 인구 추계를 보면, 2023년 50세 이상 인구는 223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3%에 달한다. 5060세대로 좁혀도 31%나 된다.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밝았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나이 들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나이 듦을 거부하며 과거의 삶을 다시 가꾸고, 아이처럼 놀고 싶어 하는 어른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토끼해를 주도할 세대는 MZ세대가 아닌 시니어 세대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경제가 나빠지면서 MZ세대는 지갑을 닫고 있다. 50+ 세대는 자산도 많고, 소득도 괜찮고, 여전히 젊고 더 젊어지려 한다. 노동(勞動)이 아닌 노동(老動)의 시대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경험과 높은 완성도를 앞세워 일자리 시장의 주요 공급 세대로 부상하고 있다. 구매력과 노동력을 갖추고 소비력이 왕성한 50+ 세대는 한국 사회의 주류 세대인 셈이다. 그렇다면 정부와 정치권, 기업은 판을 다시 짜야 한다. 청년 정책과 더불어 젊어진 50+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려면 말이다. 당장 시작하기 바란다.
2022년도 역시 다사다난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고, 국민MC 송해도 세상을 떠났다. 10월 29일에는 비극적인 이태원 참사도 있었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서는 연말을 맞아 중장년 관련 2022년 10대 뉴스를 꼽아봤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제20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10일 공식 취임했다. 1960년생인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출신의 첫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썼다. 김건희 여사 리스크와 대통령실 이전 논란, 이태원 참사 등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여론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4개 여론조사기관 공동 NBS(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잘하고 있다’(매우+잘함)라는 긍정적 평가는 34%를 차지했다. ‘잘못하고 있다’(매우+못함)라는 부정적 평가는 56%였다. 특히 60대(52% 대 44%), 70대 이상(61% 대 26%)에서 긍정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중장년층의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확인케 했다.
◇노인 일자리 축소 논란
정부는 2004년부터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 사업’을 시행, 만 60세 이상 어르신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8월 2023년도 예산안이 공개됐는데, 노인 일자리 수는 올해 84만 5000개보다 2만 3000개 줄은 82만 2000개였다.
그중에서도 정부는 공공형 일자리를 올해 60만 8000개에서 내년 54만 7000개로 6만 1000개로 대폭 축소했다. 공공형 일자리 참여자는 기초연금을 받는 저소득층 노인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정부의 정책은 노인빈곤율 심화 우려를 낳았다.
그러나 정부는 노인 일자리가 축소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다. 공공형 일자리는 줄였지만, 민간·사회서비스형 노인 일자리는 3만 8000개 늘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입장이다.
◇송해 별세
“전국노래자랑!” 일요일 아침마다 들리던 송해의 힘찬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다. ‘국민 MC’ 송해가 지난 6월 8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95세. 백세 인생의 아이콘이자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 송해의 사망은 대한민국에 슬픔을 안겼다.
송해는 1988년부터 34년간 KBS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았다. 국내 최장수 MC를 넘어 지난 4월 ‘최고령 TV 음악 경연 진행자’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송해의 후임으로 김신영이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유독 슬픈 소식이 많았다. KBS ‘가족오락관’을 25년간 진행한 또 다른 ‘국민 MC’ 허참과 ‘원조 월드 스타’ 배우 강수연도 세상을 떠났다. 해외의 유명인들도 세상을 떠나 별이 되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9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는 피살 사건으로 세상을 떠났다.
◇부동산 시장 급락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급등하던 부동산이 꺾였다. 올해 들어서만 부동산 가격이 10% 이상 급락했다. 과거 부동산 침체기와 달리 매매·전세 가격이 동반 하락했다. 서울 강남 아파트에 대한 수요마저 줄었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전세 가격 10% 하락 시 4만 가구가, 40% 급락 시 13만 가구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부동산 규제 정책을 마련했다. 8·12%로 설정된 다주택자 대상 취득세 중과세율은 4·6%로 완화한다. 내년 5월까지 한시 유예 중인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조치는 일단 1년 연장한 후 근본적인 개편 방안을 찾기로 했다.
◇고독사 증가
한국의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고독사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더욱이 고독사 10명 중 5명은 50· 60대의 중년 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는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실태를 조사한 것이다. 고독사 사망자는 지난해 3378명으로 2017년 2412명보다 40.0% 증가했다.
노년층보다 50·60대 중장년층 남성의 고독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가 1001명(29.6%)으로 가장 많았고, 60대가 981건(29.0%)으로 뒤를 이었다. 50·60대 중장년층이 60% 가까이(58.6%) 차지한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전체 사망자는 고연령층일수록 많지만 고독사는 50대~60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특징이 있다”며 “50대 남성은 건강관리와 가사노동에 익숙지 못하며 실직·이혼 등으로 삶의 만족도가 급격히 감소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희망퇴직 시작
금리 인상으로 올해 큰 실적을 거둔 시중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며 적극적인 감원에 나섰다. 최대 5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내년 초까지 약 2000명의 은행원이 짐을 쌀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은행은 한 번 들어가면 정년까지 다닌다는 이른바 ‘철밥통’ 직장으로 여겨졌다. 디지털 전환 바람으로 기류가 바뀌었다. 앱 비대면 서비스 이용객이 늘면서 인력 효율화를 노려야 하는 은행의 상황과 핀테크 기업 등 인터넷 은행으로 이직하고 싶어하는 은행원들의 바람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권에 국한된 것은 아니어서, 2023년에는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오징어 게임’, 에미상 수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에서 인정받았다. ‘오징어 게임’은 지난 9월 미국 에미상 시상식에서 감독상(황동혁 감독), 남우주연상(이정재)을 포함해 6관왕을 차지했다. 비영어권 작품이 시상식에 후보로 오른 것도 상을 받은 것도 모두 최초였다.
‘오징어 게임’은 한국 문화의 새 역사를 썼다. 우리의 전통 놀이문화가 외국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K-컬처의 위상이 더욱 드높아졌다.
◇ 이태원 10·29 참사
지난 10월 29일 이태원에서는 악몽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 핼러윈을 즐기기 위한 엄청난 인파가 몰렸지만,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한 것. 총 158명이 사망했고, 196명이 부상을 입었다. 희생자 대부분이 2~30대 젊은이들로, 어린 자녀를 둔 중장년들을 더욱 비통케 만들었다.
10·29 참사는 정부가 이전과는 다른 대응 태도를 보이면서, 영정 없는 분향소, 뒤집힌 근조 리본, 희생자 표현 사용 금지, 마약 부검 등 다양한 논란을 낳기도 했다.
희생자의 이름과 영정이 공개된 합동 분향소는 참사 후 한 달이 넘은 지난 14일에야 차려졌다. 현재는 분향소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보수단체 항의의 대상이 되면서 조롱과 멸시가 도를 넘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누리호 발사 성공
올해 우리나라는 7대 우주 강국으로 우뚝섰다. 지난 6월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발사에 성공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도 8월 5일 발사에 성공, 달 궤도에 안착했다.
누리호 프로젝트는 2010년 3월 시작돼 2022년 6월 발사에 성공하기까지 장장 1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총예산 1조 9572억 원이 투입됐다. 누리호의 성공 뒤에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 250명의 피, 땀, 눈물이 서린 노력이 있었다.
성공의 주역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기주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체계팀장은 “2002년 나로호 사업을 시작으로 항공우주연구원이 되었고, 벌써 20년이 지났다. 나로호, 누리호 발사체 개발을 하면서 연구·개발하는 모든 것이 우리나라 우주 개척의 밑거름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그 자긍심으로 지금까지 버텨온 것 같다”면서 감격의 소감을 본지에 전한 바 있다.
◇월드컵 16강 진출
‘2022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지친 국민을 위로해줬다. 이번 월드컵은 카타르에서 열려 경기가 늦은 밤 또는 새벽에 진행됐지만 많은 국민은 경기를 시청하면서 대한민국을 응원했다. 이번 월드컵에 대한 열기는 2002년 월드컵에 비교할만하다. 그때의 추억을 안은 중장년층은 특히 열광했다.
국민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은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축구 강국을 이기고 얻은 성과로 대한민국의 저력을 입증했다.
방송인 박수홍의 친형 박진홍 씨가 10월 7일 구속 기소됐다. 출연료와 수익금 등 연예 활동과 관련된 자금을 횡령한 혐의다. 박 씨의 부친은 “횡령한 재산을 내가 관리했다”며 주범이 자신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박 씨 아버지의 행동에 대해 “죄를 뒤집어쓰면 큰아들 박진홍 씨를 방어할 수 있고, 친족 간 재산 범죄를 처벌하지 않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돼 처벌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친족상도례(親族相盜例). ‘친족 간 도둑질에 관한 특례’다. 형법 제328조에 따르면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배우자 간에 발생한 재산범죄(절도죄·사기죄·공갈죄·횡령죄·배임죄·장물죄·권리행사방해죄 등)에 대해 그 형이 면제된다. 그 외의 친족이라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배우자의 혈족, 즉 사돈에 대해서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지 않는다. 사돈을 친족으로 보는 사회적 통념과 달리 1990년 민법 개정으로 사돈은 친족의 일종인 인척에서 제외돼 법적으로 친족이 아니다.
박수홍 가족 사건으로 주목
박진홍 씨는 2011년부터 연예기획사를 운영하며 10년간 박수홍의 매니지먼트를 전담했다. 인건비 허위 계상 등의 방법으로 회사 자금을 빼돌렸을 뿐 아니라 박수홍의 주민등록증, 인감도장, 공인인증서를 비롯해 통장 4개를 관리하며 약 29억 원을 무단 인출했다는 것이 박수홍 측의 주장이다. 검찰 조사 결과 박진홍 씨의 횡령 혐의 대부분은 연예기획사인 ‘법인’을 상대로 저질렀기 때문에 친족상도례와는 관련이 없다. 박수홍 개인을 상대로 한 일부 범죄에 대해서도 형이 박수홍과 동거하고 있지 않아 친족상도례 적용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아버지는 직계혈족이기 때문에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박 씨 아버지가 횡령 주범을 자신으로 지목해 친족상도례 악용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 박수홍 씨 법률대리인인 노종언 변호사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인터넷 OTP와 공인인증서를 활용해 법인과 개인 통장을 모두 관리했다고 주장하지만 그는 박수홍 씨의 계좌 비밀번호조차 모른다”며 “친족상도례를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불붙은 존폐 논란
친족상도례 규정은 1953년 형법 제정 때부터 존재했다. 가족 구성원 간 재산 범죄에 대해선 내부에서 자율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 당시의 입법 취지였다. 과거 우리나라는 가족 공동체주의 사회인 데다, 가정 내에서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친족 사이의 유대가 옅어지면서 가족을 대상으로 한 재산 범죄가 증가했다.
박수홍 사례 외에도 장애인, 노약자 등 사회적 약자의 경우 친족 범죄에 더욱 취약한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2021 노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을 대상으로 한 경제적 학대 중 92.6%는 가정에서 발생했다. 치매 환자의 친족이 도장을 훔쳐 부동산 명의를 바꿔두거나, 부모의 노령연금을 자식이 가져가는 경우다. 때문에 친족상도례가 현재 한국의 정서와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형법상 친족상도례 조항의 개정 검토’에 따르면, 한 설문조사에서 형법의 친족상도례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 3만 2458명 중 85%(2만 7702명)에 달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0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친족상도례 규정과 관련한 질문에 “지금 사회에서는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형법은 유사 규정을 둔 외국에 비해 친족상도례 범위가 넓은 데다 형 면제가 포함돼 가해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본은 1947년 형법 개정으로 친족상도례 조항에서 ‘동거가족’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절도·부동산침탈죄 등 적용되는 범죄 범위도 한국보다 좁다. 미국과 영국은 친족상도례 규정이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들의 변화한 인식과 친족상도례에 대해 높아진 관심을 고려할 때, 현시점이 관련 조항 개정 검토의 적기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그대로 노후 생활비를 계산하면, 은퇴 후 20년에 6억 4300만 원, 30년에 9월 6500만 원이다. 정말 이만큼의 돈이 있어야 할까?
꼭 그렇지 않다.
은퇴 직후에는 일하던 시절과 생활비 수준이 비슷하지만, 이후에는 활동성이 감소하며 지출도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70세까지는 노후생활비의 100%를, 70~80세에는 70%를, 80세 이후에는 50%를 적용하면 알맞다. 노후생활비는 은퇴 전 생활비의 70% 정도다.
필요 노후 자금 계산법
*연간 노후생활비
현재(은퇴 전) 생활비 × 0.7
*은퇴 후 필요한 총 노후생활비
연간 노후생활비 × (70세-은퇴나이)
+ 연간 노후생활비 × 0.7 × 10 (70~80세)
+ 연간 노후생활비 × 0.5 × (예상수명-80세)
만약 65세 은퇴자라면?
(연간 노후 생활비 3000만 원, 예상 수명 90세 가정 시)
3000만 원 × (70세-65세) → 1억 5000만 원
+ 3000만 원 × 0.7 × (80세-70세) → 2억 1000만 원
+ 3000만 원 × 0.5 × (90세-80세) → 1억 5000만 원
= 총 5억 1000만 원
필요 노후 자금을 다 마련했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개인에 따라 자녀 결혼, 배우자 간병 등 생활비 이외 큰돈 드는 항목들까지 점검하는 것이 좋다.
빈곤한 노인에게 장수는 악몽과 같다. 돈이 먼저 죽고 인간이 더 오래 사는 것, 이는 곧 파산이다. 살아 있는 한 돈의 생명력을 꺼뜨리지 않는 게 100세 시대의 과제가 됐다. 빈곤 없는 삶을 위해 염두에 둘 노후 리스크에 대해 알아보자.
도움말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은퇴 후에는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전에 저축해둔 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한다. 현역 시절 노후에 필요한 자금을 부족하지 않게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막연히 돈을 모으기보다는 예상액을 계산해보고 그에 맞게 대처하는 게 현명하다.
노후 자금, 얼마나 있어야 빈곤 면할까?
국민연금연구원(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중장년들은 부부 기준 매달 적정 노후 생활비로 평균 268만 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금액으로 부부 노후 생활비를 계산하면, 은퇴 후 20년의 경우 6억 4300만 원, 30년의 경우 9억 6500만 원이다. 여기서 변수가 있다. 은퇴 후 사망 시점까지 계속 같은 금액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은퇴 직후에는 생활비 수준이 비슷하지만, 점차 활동성이 감소하며 지출도 줄어든다. 김은혜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60세 은퇴를 가정할 경우 70세까지는 기존 활동성이 유지되는 것으로 가정해 노후 생활비를 100% 적용한다. 70~80세는 70%를, 80세 이후에는 50%를 적용하면 알맞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계산하면 은퇴 후 30년간 필요한 부부 노후 생활비는 7억 800만 원까지 떨어진다. 앞서 계산한 금액보다 2억 5700만 원이 적게 드는 셈이다. 같은 방법으로 자신의 노후 자금을 헤아려보면 현재 얼마가 부족한지, 얼마나 아껴 써야 할지 등을 점검해볼 수 있다. 만약 평균 노후 생활비 책정이 어렵다면, 은퇴 전 생활비의 70% 정도를 보면 된다.
필요 노후 자금을 다 마련했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르다. 방심했다간 자금 고갈을, 심하게는 파산까지 이르게 하는 위험 요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융 사기나 창업 실패 등 특별한 사건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예상외로 병원비나 자녀 부양 등 평범한 것들이 복병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 자녀 리스크 - ‘집 사달라’ 자녀에 허리 휘는 부모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세 이상 인구 314만 명(7.5%)이 부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취업난, 청년실업 등으로 2030세대의 사회 진출이 늦어지면서 은퇴 후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부모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가 진행한 설문조사(2021년 50~65세 5115명 대상) 중 ‘자녀 지원에 대한 계획’ 항목에서 ‘결혼까지 지원하겠다’는 응답자는 3명 중 1명꼴로, 전체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주택 마련까지’(27.6%), ‘취업 전까지’(20.5%), ‘학업 마칠 때까지’(10.7%) 등이 뒤를 이었고, ‘평생 지원하겠다’는 응답자는 3.4%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발표한 ‘2021 결혼비용보고서’를 보면 신혼부부의 총 결혼 비용은 평균 2억 3618만 원에 달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주택(1억 9271만 원, 81.6%)이며, 그밖에 예식, 예물·예단, 혼수, 신혼여행 등에 4347만 원이 들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자녀의 행복을 위해 많은 부모가 결혼 비용 지원을 외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부동산 추세를 고려할 때 부모의 지원 없이 자녀 세대가 주택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우리나라 부모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면 자녀의 주택을 마련해주고 싶어 한다. 다만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지원하다 보면 안정된 은퇴 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는 다시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는 상황으로 돌아온다. 자녀 지원금은 반드시 은퇴자산과 분리된 별도 자금으로 관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 배우자 리스크 - 경제적·정신적 빈곤 부르는 ‘황혼이혼’
지난해 통계청이 조사한 동거 기간별 이혼 건수를 보면, 3쌍 중 1쌍 이상(38.7%)이 20년 이상 살아온 중장년 부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이후 전체 이혼 건수 가운데 황혼이혼 비중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 통계에서도 60대 이상 남녀의 이혼상담 비율이 10년 전과 비교해 여성은 2.8배, 남성은 3.2배 증가했다. 배우자와의 갈등 또는 개인의 욕구 실현 등을 위해 황혼이혼을 결정했더라도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는 꼭 따져봐야 한다. 이는 단순히 당장 오가는 위자료 문제만이 아니다. 이혼 시 부부가 공유했을 주택이나 노후 생활비 등을 절반으로(또는 그 이하)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1인 가구가 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간병 문제나 고독사 위험 등까지 고려하면 황혼이혼은 다방면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김은혜 수석연구원은 “황혼이혼을 원하는 쪽은 여성이 많은 편이다. 남편의 경우 갑작스러운 이혼과 더불어 퇴직이라는 환경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며 큰 타격을 입게 된다”며 “경제적 측면에서도 치명적이다. 배우자와 재산을 분할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분할 수령해야 한다. 경제적 이유만으로 반대할 수는 없지만, 노후 자산 배분에 대해 잘 점검해보길 바란다. 가급적 황혼이혼 상황이 오지 않도록 배우자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의료비 리스크 - 65세 이후 진료비 3배 껑충
건강하게 신체 활동이 가능한 나이를 ‘건강수명’이라 한다. 기대수명에서 건강수명을 뺀 시간을 ‘유병 기간’이라 볼 수 있다. 2021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여성의 유병 기간은 11.6년, 남성은 9년이다. 10년가량은 의료비를 충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은퇴 전에는 의료비의 중요성을 인식했더라도 그 정도를 체감하긴 어렵다. 의료비는 대개 70세 이후 본격적으로 늘기 때문이다. 기존 수준으로 의료비를 책정해둔다면 예상치 못한 금액에 노후 자금이 흔들릴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통계(2018)에서 65세 이상 고령자의 건강보험상 1인당 진료비는 연평균 448만 7000원으로, 전체 평균(152만 6000원)과 비교할 때 약 3배 더 많다. 전체 생활비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높아진다. 통계청 2020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계지출 중 보건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대 6.2%에서 80대 17%까지 3배 가까이 올랐다.
건강보험통계(2019)에서 연간 1인당 진료비가 가장 많은 질환은 만성 신장병으로 837만 4104원이다. 그 다음은 악성 신생물(암)로 동일 기준 495만 4804원이 든다. 치매의 경우 연간 관리 비용이 2072만 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직접 의료비에서 건강보험 평균 보장률 64.2%를 제외해도 1362만 원이다. 이는 2019년 기준 60세 이상 노인 가구주의 연간 소득(4151만 원)의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중증 치매일 경우 관리 비용은 3249만 원으로, 최경도 치매 1513만 원 대비 2배 이상 높다. 가족 내 치매 환자가 생긴다면 월평균 소득이 낮은 노부부 가구에겐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 간병비와 보험료 리스크 - 암·치매 오랜 간병이 파산 우려
진료비나 치료비 등 의료비 외에 최근 화두로 떠오른 항목은 ‘간병비’다. 암이나 치매는 오랜 기간 간병이 필요한데, 사적으로 간병인을 고용할 경우 매일 10만~15만 원의 간병비를 내야 한다. 경제적 부담 때문에 생업을 포기하고 직접 가족 간병에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역으로 고정 수입이 사라지며 노후 자금이 고갈되는 ‘간병파산’을 겪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간병할 가족이 없다면 간병보험이나 간병인 배상책임보험 등을 알아보는 게 좋다.
퇴직 후에는 급여에서 공제되던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만 59세까지 내는 국민연금과 달리 건강보험료는 평생 납부한다. 직장에서는 건강보험료를 회사와 반반 나눠 냈지만, 퇴직 후엔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전액 본인 부담이다. 가족 중 직장가입자가 있고 자격 요건을 충족한다면 피부양자로 등재해 면제받는 것이 유리하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서 건강보험료가 올랐다면 ‘직장가입자 임의 계속가입’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귀농·귀촌 등으로 농어촌에 거주하거나 관련업에 종사하는 경우에도 50% 경감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를 모의 계산해보고 이에 따른 전략을 세워보자.
직장에 다니며 농사를 짓다가 해당 농지를 양도하면 양도세 감면을 받을 수 있을까? 상속받은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않고 양도한다면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할까? 농지를 양도할 때 절세할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참조 국세청 ‘양도소득세 월간 질의 TOP 10’, 책 ‘당신에게 필요한 부동산 절세법’
사업용 여부, 세 부담 가른다
농지를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지 판단할 때는 재촌자경(在村自耕)한 기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재촌자경한 기간이 △양도일 직전 3년 중 2년 이상 △양도일 직전 5년 중 3년 이상 △보유 기간의 60% 이상 셋 중 한 가지를 충족하면 사업용 토지로 인정돼 납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농지는 비사업용 토지로 인정돼 10%p의 추가 세금을 내야 한다. 비사업용 토지란 토지를 소유하는 기간 중 대통령령(소득세법 시행령 제168조6)으로 정하는 기간에 지목 본래의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토지를 말한다. 예외 사항이 있지만 농지의 경우 일반적으로 소유자가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지 않거나, 자신이 경작하지 않는 농지가 해당된다.
양도하고자 하는 농지가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면, 양도소득세는 기본세율 6~45%에 10%p를 가산해 16~55%로 중과세한다. 이에 더해 보유 기간 2년 이내에 토지를 양도할 경우에는 1년 미만 50%, 1년 이상 2년 미만인 경우 40%와 위 중과세율 중 큰 금액으로 과세한다. 그러나 양도차익에 대해 보유 기간에 따라 공제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가 적용 가능하다. 몇 번의 개정을 거쳐 현재 비사업용 토지는 10%p 중과가 적용되나, 장기보유특별공제 역시 적용되며 보유 기간은 당초 취득일로부터 계산한다.
비사업용 토지 예외 사유와 양도세 감면 방법
법령에서 정한 다음의 사유에 해당할 경우 비사업용 토지의 판단 기준인 용도 기준과 기간 기준을 불문하고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지 않는다.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가 8년 이상 토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직접 경작한 농지를 해당 직계존속 또는 배우자로부터 상속·증여받은 경우 해당 농지를 비사업용 토지로 보지 않는다. 즉 부모가 상속·증여 전에 8년 이상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며 직접 농사를 지었다면, 현재 상속·증여받은 농지 소유자인 자녀는 해당 농지 소재지에 살며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사업용 토지에 해당할 수 있다. 보유 기간에 제한 없이 언제든 팔아도 사업용 토지로 인정된다. 다만 양도할 때 농지가 도시 지역 내에 있다면 사업용 토지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때 도시 지역이란 주거, 상업, 공업 지역을 뜻하며 녹지 지역 및 개발제한구역은 제외한다. 만일 1년 이상 재촌자경한 농지가 도시 지역으로 편입될 경우, 3년간 비사업용 토지로 보지 않는다. 따라서 3년 이내 양도하면 감면이 적용되고, 3년이 초과하면 기간 기준에 따라 사업용 여부를 판단한다.
한편 사업용 토지로 상속받은 농지를 상속개시일로부터 △3년 이내 양도하거나 △3년이 지난 후 양도하더라도 상속인이 1년 이상 재촌자경을 한 경우 양도소득세 감면을 받을 수 있다. 양도세 세액 감면율은 100% 적용되나, 1년 이내의 감면 세액 합계 1억 원, 5년간의 감면 세액 합계 2억 원 한도 내에서만 감면된다. 따라서 농지 양도 금액이 크다면, 필지를 분산해 몇 해에 걸쳐 양도해 최대 2억 원까지 양도세를 감면 받기를 권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꿀팁 200선’을 통해 일상적인 금융 거래과정에 있어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제도들을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대상자임에도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금융 제도나 상품을 안내하기 위함이다.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소비자를 위한 금융 ‘꿀팁’에 대해 알아보자.
교통안전교육 이수하면 자동차 보험료 할인
만 65세 이상이면서 도로교통공단의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받은 운전자는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이수 할인 특약에 가입해 자동차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대상자는 △개인용 자동차보험으로 △기명피보험자가 만 65세 이상이고 △1인 한정 또는 부부 한정특약에 가입했을 경우에 한정한다.
도로교통공단 교육장에 직접 방문해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고 그 결과가 적정 수준 이상일 경우 5.0% 할인받을 수 있다. 온라인으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을 이수하고 ‘인지능력 자가진단’ 수료 등급을 받았다면 3.6% 할인이 적용된다.
교통안전교육을 받기만 해서는 자동으로 보험료가 할인되지 않는다. 교육을 이수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해 승낙을 받아야 할인 받을 수 있다. 또한 고령운전자 교통안전교육 이수 할인 특약은 보험회사별로 운영 여부나 특약 명칭, 적용 대상, 가입이 가능한 기간과 할인율 등이 각기 다르므로, 회사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2022년 12월 현재 11개 보험사에서 특약을 운영 중이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치매보험료 할인 받는다
주택금융공사는 보험회사와 MOU를 체결하고, 지난 8월부터 보험회사를 통해 보험료 할인, 상속‧증여 상담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연금 이용자나 그의 배우자 및 자녀는 주택금융공사를 통해 안내받은 치매보험에 가입했을 때 보험료의 10%를 할인받을 수 있다. 기존 이용자도 연계상품 이용이 가능하다.
단, 치매보험의 가입‧유지 및 보험금 지급 등 보험계약과 관련한 내용은 주택금융공사가 아닌 보험회사와 상담해야 한다. 또한 2022년 10월 말 기준 1개 보험회사만 MOU를 체결해 보험료 할인 및 상속‧증여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와 관련한 정보는 주택금융공사 측에 문의해야 한다.
금융상품 가입시 ‘비과세종합저축’ 우선 이용해야
금감원은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등은 비과세종합저축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비과세종합저축이란 이자 및 배당 소득에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상품이다. 은행 예‧적금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상품(주식, ELS, RP, 펀드, 채권 등), 보험 및 공제상품도 가입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도는 원금 기준 5000만 원이다. 세금우대종합저축 등을 유지하고 있을 경우 5000만 원 범위에서 세금우대종합저축금액을 차감한 금액만큼만 가입 가능하다.
65세 이상 거주자나 장애인, 상이자,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 등에 가입 자격이 부여된다. 올해 12월 31일까지 가입된 계좌에 한해 비과세가 적용된다. 연 배당수익률이 5%인 주식에 50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일반 증권저축계좌로 투자했을 때보다 배당수익을 38.5만원 더 얻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예금보험공사의 예금보장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또한 가입자격, 비과세 대상 금액의 계산 등 구체적 내용은 금융회사와 상담으로 확인할 수 있다.
카드 대출 금융사기 염려될 땐 ‘지정인 알림서비스’
금감원은 신용카드를 이용한 대출 사기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고령자에게 지정인 알림서비스를 이용할 것을 권했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고령자의 신용카드 대출상품 이용 세부내역이 가족 등 사전에 지정한 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안내된다.
서비스는 카드론 및 현금서비스를 이용하는 고령자라면 가입 가능하다. 대면으로 신규 카드 발급 시에 서비스 안내 및 신청을 받고 있으며, 발급 후라도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가입할 수 있다. 알림서비스 가입을 원할 경우 지정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때 지정인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알림서비스는 제공되지 않는다.
치매로 보험금 수령 걱정될 땐 ‘대리청구인 지정’
보험수익자인 피보험자가 치매, 의식 불명, 중대한 질병 등으로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을 때에 활용 가능한 서비스다. 대리청구인을 지정하면 피보험자 본인 외에 보험금을 대신 청구하고 수령할 수 있는 대리청구인을 미리 지정할 수 있게 된다. 대리청구인은 치매보험, 자동차보험, 질병‧상해보험 등 다양한 생명보험 및 손해보험에 적용되고 있는 서비스다.
일반적으로 치매보험의 경우 본인을 위한 계약 체결 시 원칙적으로 배우자 및 3촌이내 친족 중에서 대리청구인을 지정해야 한다. 자동차보험은 자기신체사고, 무보험자동차에 의한 상해, 자기차량손해 또는 자동차상해특약 등 약관상 정한 특약에 가입한 경우에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 또는 배우자 중에서 적용 가능하다. 질병‧상해 보험의 경우 본인을 위한 계약 체결 시, 피보험자와 동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배우자나 3촌 이내 친족 중에서 지정 가능하다.
단, 서비스가 적용되는 보험 상품 및 지정대리청구인 범위 등 세부조건은 보험회사별로 다르니 개별적으로 확인이 필요하다. 또한 보험회사가 대리청구인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 피보험자가 의사능력을 회복해 해당 보험금을 재청구해도 보험회사에는 지급 의무가 없어진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ELS‧고난도상품 가입 시 숙려기간 거쳐야
65세 이상 고령자가 투자성상품에 가입할 경우, 이들이 충분히 고려한 뒤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들이 운영되고 있다. 숙려기간 제도가 그 중 하나로, 파생결합증권이나 고난도금융투자상품 등 투자성상품에 가입했을 경우 2영업일 이상의 숙려기간을 부여한다. 여기서 고난도금융투자상품이란, 원금 20%를 초과하는 손실이 날 수 있는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및 개인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펀드 등을 일컫는다. 숙려기간이 지난 후 서명, 기명날인, 녹취, 전자우편, 우편 또는 ARS 등의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확정적임을 확인해야 청약을 집행한다. 숙려기간 이후 매매의사를 미확정할 시에는, 청약이 집행되지 않고 투자금이 반환된다.
지정인 알림서비스 역시 65세 이상 고령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고령자가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일부 금융투자상품에 가입할 때 가입내역을 가족 등 지정인에게 문자메시지 등으로 안내하는 제도다. 단, 적용 대상 상품에 한해 고령자가 신청하고 지정인이 동의해야 이용할 수 있다.
전화로 가입한 보험 철회기간, 고령자는 최대 15일 연장
만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화로 가입한 보험은 보험증권을 수령한 후 15일, 청약 후 45일 중 먼저 도래한 기간 내에 철회할 수 있다. 일반 금융소비자의 청약 철회는 보험증권 수령 후 15일, 청약 후 30일 중 먼저 도래한 기간 내에 가능하니, 고령자의 경우 청약 철회기간이 최대 15일 연장되는 셈이다. 철회를 원할 시 서면 또는 전화, 회사가 정하는 방법을 포함해 청약철회 의사를 표시하면 된다.
그러나 청약 후 45일이 지나기 전이라도 보험증권을 수령한지 15일이 지났다면 고령자가 전화로 가입한 보험계약도 청약 철회가 불가능하다. 또한 진단계약, 보험기간 90일 이내인 계약 또는 전문금융소비자 계약은 철회할 수 없다.
인생에서 온전히 나로 사는 순간은 언제일까. 누군가의 딸, 아내, 엄마, 할머니… 삶의 대부분은 가족의 이름 뒤에 자신을 수식해왔다. 예순셋 나이에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난 후에야 ‘박영혜’라는 이름을 앞세우게 됐다. 홀로 우뚝 서 오롯이 자신을 마주한 뒤에야 깨달았다. 가족으로부터 놓여나는 것이 아닌, 가족 안에 놓여 있어야 ‘완전한’ 내가 된다는 것을.
박영혜 감독이 대중에 얼굴을 알린 건 SBS 예능 ‘미운 우리 새끼’였다. 아들인 배우 이태성과 손주 한승 군이 출연하며 덩달아 유명세를 탄 것이다. 한동안 ‘이태성 엄마’, ‘한승이 할머니’로 불리던 그는 영화감독 데뷔 소식과 함께 프로그램 패널을 하차했다. 당시 예순이 넘은 나이에 영화감독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이후 행보는 놀라웠다. 첫 작품 ‘짜장면 고맙습니다’가 50여 개 국내외 영화제 초청작 선정에 이어 40여 개에 달하는 트로피를 거머쥔 것. 개봉 후 영화의 성과를 공유한 박 감독의 SNS 프로필은 쉴 틈 없이 바뀌었고, 현재도 기록은 경신되고 있다. 데뷔작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이 믿기지 않는다는 박 감독이다.
“꿈만 같은 일이 매일 벌어지고 있어요. 내 얘기가 아니라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주변에서 영화감독 ‘데뷔’했다고 말하는데, 그것도 실감이 안 나요. 마치 대단한 일을 해낸 듯 보이잖아요. 그저 ‘인생에서 또 하나의 경험을 했구나’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그래도 많이들 인정해주시고 호평해주셔서 조금씩 성과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아련히 피어오른 용기, 도전으로 불태우다
세간에는 박영혜 개인보다 누군가의 엄마, 할머니로 알려졌기에 그가 영화감독이 된 정황을 모르는 이가 많을 것이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는 신성훈 영화감독과의 공동 작업물이다. 신 감독이 먼저 협업을 제안했다. 영화 관련 이력이 전무한, 그것도 어머니 연배인 박 감독에게 손을 내민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우리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애인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실제 주인공인 최종만·정명숙 부부는 제가 오래전부터 봉사를 통해 인연을 이어왔는데요. 신 감독이 이분들의 사연을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 제 역할이 필요하다더군요. 실화 소재 작품은 그 이야기에 관련된 사람이 스태프로 참여해야 진정성 있는 결과물이 나온다면서요.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데 마음속에 아련한 용기가 피어오르더라고요. ‘그래, 한번 해보자’ 하고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전까지 영화감독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고, 꿈도 아니었어요.”
꿈꿔온 일은 아니라 했지만, 지나온 삶을 듣노라면 그리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본래 무용을 전공한 박 감독은 결혼 후엔 육아에 전념했다. 그러다 다시 전공을 살려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심각한 허리 통증 때문에 이내 그만두고 말았다. 크리스천인 그는 기도로 심신을 치유해나갔다. 차츰 종교로 얻은 소중한 깨달음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차, 박 감독은 ‘선교무용’을 접했다.
“단순히 찬양만 하는 게 아니라 무대 예술로 종교적 가르침을 전하는 활동이에요. 전공도 살릴 겸 한동안 선교무용을 하다가 손주가 태어나고 다시 육아의 길로 접어들었죠. 한승이 키우면서 구연동화랑 마술을 배웠는데, 정말 재미있어하더라고요. 내가 줄 수 있는 이 즐거움을 더 많은 아이들에게 선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뜻이 맞는 사람들을 모아 ‘마구마구’라는 매직아동극단을 만들었습니다. 마술 퍼포먼스에 동화 줄거리를 입혀 무대에 올리는 작업을 해나갔죠. 주로 장애아동 어린이집이나 복지시설 등에서 공연을 펼쳤는데, 아이들이 행복해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마구마구의 대표였던 박 감독은 무대를 올리기까지 전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극본을 위한 글쓰기부터 무대 연출, 음악 선정, 소품과 의상 준비 등을 직접 해내며 한땀 한땀 정성껏 공연을 완성시켰다. 그렇게 10년 가까이 해온 극단 활동은 영화감독이 되는 데 훌륭한 자양분이 됐다. 잠재된 능력에 그치지 않고 세상 밖으로 표출할 수 있었던 건 타고난 성향도 한몫했다. 차분한 외모와 달리 모험과 도전을 즐긴다는 그다.
“예전에 카세트 같은 게 고장 나면 무작정 드라이버 갖다가 뜯어봐야 직성이 풀렸어요. 밖에서 맛있는 거 먹고 오면 꼭 직접 만들어보고, 뭐든 새롭게 해보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심지어 난타 자격증도 있답니다.(웃음) 그렇게 무모한 제게도 영화감독은 크나큰 도전이었죠. 주변의 많은 도움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족의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됐습니다. 특히 남편의 격려에 용기가 많이 생겼어요.”
감독으로 인생 2막, 반쪽 가면이라도 즐거워
박 감독과의 인터뷰 중 현장 한쪽에 놓인 여러 가면이 눈에 들어왔다. 가면은 그리스어로 ‘페르소나’인데, 최근 여러 사회적 가면을 통해 다양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현상을 일컬어 ‘멀티페르소나’라고 한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 할머니이자 이제는 영화감독이라는 새로운 가면을 얻게 된 그의 상황이 오버랩됐다. 박 감독 역시 공감했고, 이를 잘 드러낼 수 있는 가면을 소품 삼아 사진을 찍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가면을 고르라 주문하자, 반쪽짜리 가면이 그의 손에 들렸다.
“감독으로 데뷔했지만, 내가 아내이고 엄마이고 할머니라는 사실은 변함없어요. 평범한 주부로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정의 모든 역할을 내려놓고 탈바꿈하는 건 쉽지 않죠. 저 말고도 인생 2막을 사는 많은 중년 여성이 그럴 거라고 봐요. 그런 점에서 아직은 온전히 변신할 수 없기에 반쪽 가면을 골랐어요. 그렇다고 서글픈 건 절대 아니에요. 박영혜 감독으로 내 이름이 타이틀이 되는 것도 의미 있지만, 태성이 엄마, 한승이 할머니라고 불리는 게 여전히 기분 좋고 행복하니까요. 또 그 모든 것이 합쳐졌을 때 완전한 ‘나’라고 볼 수 있고요.”
아직은 ‘감독’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단다. 영화 촬영 초반만 해도 누군가 “박 감독님” 하고 부르면 자신인지 모르고 딴청을 피우곤 했다. 그런 그가 처음 자신의 새 가면을 체감한 건 영화 편집 막바지쯤이었다.
“시나리오 쓰고 촬영할 때만 해도 내가 감독이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영상들이 하나둘 모이고 편집되면서 작품의 형체가 갖춰져가니 그나마 와 닿았죠. 나중에 최종본이 나왔을 때 집에서 가족끼리 첫 시사회를 했는데, 좀 더 실감 나더라고요. 그 후 영화관에서 커다란 스크린으로 작품을 마주하니, 아 내가 감독이 되긴 했구나 싶었습니다.”
감독은 영화를 마중물로 관객과 소통한다. 대중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잘 보여주는 게 감독의 역할이자 재능이라 하겠다. ‘짜장면 고맙습니다’는 장애인 인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로맨스 장르로 풀어냈다. 박 감독은 장애인을 향한 사람들의 시선이 더 따뜻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실화가 바탕이긴 했지만, 장애인이 처한 상황이나 그들의 사랑을 어떤 기교나 과장 없이 진솔하게 담는 데 충실했다. 그의 노력과 진심은 다행히 관객들의 마음에도 닿을 수 있었다.
“부산가치봄영화제에서 배리어프리 영화(시·청각 등 장애와 무관하게 누구나 감상하도록 자막과 화면 해설 등을 더해 제작한 영화)로 상영했는데, 그날 장애인 관객이 많았어요.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없는 분들이 계시니 더 떨리더라고요. 유심히 살펴보니 상영하는 동안 같은 장면에서 함께 웃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동시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어요. 당사자들이 공감하는 작품을 만들었다는 게 뿌듯했죠. 상영을 마치고 한 관객께서 자신의 감상평을 시로 적어주셨는데 저 또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통한 소통의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깨달았죠.”
후회보다는 차라리 실패가 낫다
관객이 적어준 시의 제목은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하여’다. 시에는 ‘누구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하여 세상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는 구절이 있다. 인생 후반전 또 다른 자신을 마주한 박 감독에게도 울림을 주는 내용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장애인을 비롯해 사회에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혹시 시니어 소재 영화를 만들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눈을 반짝이며 화답하는 박 감독이다.
“왜 없겠어요. 우리 중장년들이 어린 시절에 했던 놀이들 있잖아요.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자치기 등을 주제로 잡아 뭔가 해보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당장 영화까지는 무리이고, 짤막한 글들을 써두었다가 나중에 옴니버스(여러 에피소드를 한데 묶은 영화)나 시리즈로 연출해보면 어떨까 해요.”
첫 영화도 잘된 데다, 아이디어도 좋고 열정도 있다. 차기작 제안도 들어왔다. 모든 조건이 그를 감독의 삶으로 강하게 충동질하지만, 그는 오히려 한발 물러나기로 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체력 고갈.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 줄곧 말해왔지만, 젊은 스태프도 힘들어하는 영화 작업을 수개월간 매진하다보니 몸무게가 9kg이나 빠졌단다. 당분간은 외적으로 체력을 보충하고, 내면의 허기도 달래볼 계획이다.
“지금의 감독 박영혜를 있게 한 건 마구마구 극단 활동이 컸다고 봐요.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다시 시작해볼 참입니다. 영화감독으로 사람들에게 박수받는 것도 좋지만, 예전에 작은 무대에서 봉사하며 느낀 기쁨과는 맛이 또 다르더라고요. 뭔가 내 안의 깊은 곳부터 차오르는 게 느껴지죠. 그렇게 내적 에너지가 충만해져야 영화든 글이든 다시 꽃피울 수 있다 생각해요.”
서두르지 않고 한발 한발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겠다는 박 감독. 그는 끝으로 ‘브라보 마이 라이프’ 독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한 해가 저물어가네요. 연말이 오면 이런저런 후회가 들곤 하죠. 그런데 인생 말년에도 그런 후회가 들면 큰일이잖아요. 너무 나이에 연연해하지 않았으면 해요. ‘하고 싶다’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의 중간에 있으면 결국 아무 것도 못 하거든요.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보세요. 안 하면 후회할 거고, 해서 안 돼봐야 실패인데, 후회보다는 실패가 낫지 않을까요? 어느 쪽이 됐든 경험이라는 산물이 인생을 충만하게 해줄 테니까요. 용기를 내서 내년에는 꼭 도전하는 삶을 사시길 바랍니다.”
●Exhibition
◇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일정 2023년 1월 8일까지 장소 동대문디자인플라자뮤지엄
장 줄리앙(Jean Jullien)은 프랑스 출신의 그래픽 아티스트다.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예술학교와 영국 왕립 예술학교를 졸업했다. 그의 독창적이면서도 위트 넘치는 작품 스타일은 세계적인 브랜드들과의 협업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면 거기’는 장 줄리앙의 첫 번째 회고전이다. 장 줄리앙의 초기 작품부터 그가 새롭게 탐구해온 최신 작품들까지 총망라된다. 일러스트와 회화, 조각, 오브제, 미디어 아트까지 다양하게 변주된 1000여 점이 전시됐다. 특히 이번 전시를 통해 장 줄리앙의 스케치북 100권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장 줄리앙은 항상 스케치북을 갖고 다니면서 인상적인 순간을 즉흥적인 드로잉으로 기록한다. 그 기록들은 하나의 완성작을 탄생시키기 위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100권의 스케치북은 그중 일부다.
전시장은 ‘100권의 스케치북’, ‘드로잉’, ‘모형에서 영상으로’, ‘가족’, ‘소셜 미디어’ 등 총 12개 테마로 구성됐다. 전시장 입구에는 작가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기록한 거대한 스케치북이 펼쳐져 관람객을 맞는다.첫 회고전을 연 장 줄리앙은 “창의적인 삶이란 항상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마음속에 있는 열정이 어떻게 변화하고 작품으로 표현돼왔는지 그 과정을 이 전시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의친왕과 황실의 독립운동, 기록과 기억
일정 2023년 1월 20일까지 장소 경운박물관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1877∼1955)의 생애를 돌아보며 황실 독립운동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박물관에 있는 의친왕 관련 유물과 대한 황실 후손들이 소장하던 유물 및 개인 소장 유물을 총망라하는 국내 최초 의친왕 유물전이다. 전시는 의친왕의 왕자 시절부터 △의친왕 책봉 △미국 유학 △대한제국과 일제강점기 △해방 이후까지 전반적인 생애와 활동을 살펴본다. 특히 일제강점기 전후한 황실의 독립운동을 비롯해 의친왕과 함께한 애국지사의 발자취를 역사적 기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의친왕의 사진, 훈장, 기념장, 임명장, 의궤, 복식, 선언서, 의친왕 글씨 액자 및 족자, 사동궁 생활유물 등 120여 점이 공개됐다.
●Book
◇나이듦의 철학(제임스 힐먼·청미)
저자 제임스 힐먼은 저명한 융 심리학자다. 그는 책을 통해 나이 듦을 영예롭게 여기고, 그에 합당한 지성으로 창의적인 발상을 제시한다.
제임스 힐먼은 인생에서 가장 오해받는 두려운 시기, 즉 노년에 혁명적으로 새로운 시선을 던진다. 인간 수명의 연장을 문명이 쓸데없이 빚어낸 과오로 보는 유전적 결정론과 정반대 주장을 펼친다. 노년의 고역스러운 일들을 지성으로 파악 가능한 통찰로 보고, 나이 듦에 대한 관습적인 생각을 비틀었다.
제임스 힐먼은 나이 든 사람을 조상, 젊은이의 본보기, 사회의 문화적 기억 및 전통의 전달자로 본다. 저자는 “나이 듦은 ‘오래됨’의 문을 열고 노년은 그 문을 좀 더 활짝 열어젖힌다. 그게 나이 듦의 핵심일 것이다”라면서 “노인이 지혜를 짊어지고 있다는 말은 노인은 그 자신이 오래됐기 때문에 이 오래된 세상의 이치를 안다는 뜻이다. 노인과 세계는 동일한 존재 상태에 있다”고 말한다.
누구나 노년에 접어들지만 노년의 변화에 당황하거나 절망하기 마련이다. 나이 듦에 대해 저자는 새로운 견해를 제시하며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노년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깊은 자기 이해를 하라고 말한다.
◇빅지니어스 : 천재들의 기상천외한 두뇌 대결(김은영·마음의숲)
양자역학에 관심이 많은 과학 칼럼니스트가 썼다. 아인슈타인, 뉴턴 등 천재들은 라이벌과 경쟁하며 현대문명에 발전을 가져왔다. 천재들의 싸움을 읽다 보면 과학 이론과 역사 상식도 알게 된다.
◇애도 클럽(타일러 페더·문학동네)
암으로 엄마를 떠나보낸 지 10년. 저자는 마침내 지난날의 상실을 마주하고 회고록을 썼다. 암 진단과 투병 과정, 장례식과 추모식, 그 후의 일상을 모두 담았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슬픔을 홀로 끌어안은 모든 이에게 위로를 전한다.
◇나는 단단하게 살기로 했다(브래드 스털버그·부키)
성과 전문가인 저자는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부담과 스트레스로 항상 불안하고 초조했다. 그는 동서양의 고대 철학, 과학과 심리학,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고 성장한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았고, 이를 소개한다.
●Stage
◇스위니토드
일정 12월 1일 ~ 2023년 3월 5일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에릭 셰퍼
출연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 전미도, 김지현, 린아 등
스릴러 걸작으로 꼽히는 뮤지컬 ‘스위니토드’가 3년 만에 돌아온다. 1979년 초연된 후 토니 상, 드라마 데스크 상, 로렌스 올리비에 상 등 해외 유수의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극은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다. 이발사 벤저민 바커가 15년간의 억울한 옥살이를 마친 후, 자신을 불행으로 몰아넣은 터핀 판사와 부조리한 세상을 향해 치밀한 복수를 펼치는 내용이다.
‘스위니토드’는 파격적이고 독특한 스토리와 넘버로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강필석, 신성록, 이규형, 전미도, 김지현, 린아 등 국내 최정상 뮤지컬 배우가 출연한다.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 넘치는 무대가 기대된다.
◇미저리
일정 12월 24일 ~ 2023년 2월 5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황인뢰
출연 김상중, 서지석, 길해연, 이일화, 고인배, 김재만
연극 ‘미저리’는 미국 대표 작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90년 동명의 영화가 흥행해 국내에도 스토리가 잘 알려져 있다. 베스트셀러 작가 폴 셸던을 향한 열성 팬 애니 윌크스의 광적인 집착을 그린 스릴러다. 주인공 폴 셸던 역은 초연부터 출연한 김상중이 맡으며, 서지석이 새롭게 합류했다. 애니 윌크스 역에는 김상중과 초연부터 환상의 호흡을 펼친 길해연이 돌아오고, 이일화가 새롭게 나선다. 보안관 버스터는 초연부터 이 역을 맡은 베테랑 배우 고인배와 오랜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김재만이 연기한다.
◇물랑루즈!
일정 12월 20일 ~ 2023년 3월 5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알렉스 팀버스
출연 홍광호, 이충주, 아이비, 김지우, 손준호, 이창용, 최호중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 ‘물랑루즈!’는 CJ ENM이 글로벌 공동 프로듀싱한 작품이다. 제74회 토니어워즈에서 최우수 작품상 포함 10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1890년대 프랑스 파리의 클럽 ‘물랑루즈’ 최고의 스타 사틴과 젊은 작곡가 크리스티안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번 공연은 아시아 초연으로 오리지널 창작진 및 제작진이 직접 참여한다. 165명의 작곡가와 31명의 퍼블리셔가 창작한 70곡 넘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홍광호, 아이비, 김지우, 손준호 등 유명한 뮤지컬 배우들도 대거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