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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노키오의 새로운 모습 보기, My Dear 피노키오
- My Dear 피노키오展, 아무런 정보 없이 가서 봐도 친근한 전시 제목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말이 진실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 그래서 정직함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게 했던 이야기 ‘피노키오의 모험’. '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의 동화로 탄생했고 우리에게는 월트 디즈니가 각색하고 제작한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더 익숙하다. 착한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만든 피노키오 인형 이야기는 동화나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뤄지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지금껏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가까운 벗처럼 친숙한 캐릭터인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책이나 영화 등에서 봐왔던 것과는 달리 쉽게 접하지 못했던 관련 희귀 도서나 소품들도 진열되어 있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국내외 작가들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표현한 피노키오 작품 173점도 전시돼 있다. 환하고 밝은 분위기의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첫 번째 섹션 '서막: 피노키오의 모험'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섹션의 작가는 카를로 콜로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누구나 유명 작가들의 피노키오의 해석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플래시 없이 대부분 촬영도 가능하고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영상이나 나무로 설치된 작품과 소소한 소품 전시가 계속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저작권 보호 때문에 촬영을 할 수 없었던 로베르토 인노첸티 작품 위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나무토막으로부터 학교에 다닐 즈음의 나이로 만들어진 피노키오는, 유아기를 지나며 성장하는 과정 없이 그렇게 곧바로 세상 속으로 던져졌다." 로베르토 인노첸티는 많은 작가가 피노키오 캐릭터에 집중할 때 피노키오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작품 속에는 피노키오의 성장 스토리가 녹아들어 있다. 마을이나 마을 사람들, 시대적 풍경이 피노키오의 유년기를 떠올리게 했다. 화풍은 화가 모리스 위트릴로의 소박하고 적막한 골목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앤서니 브라운, 제럴드 맥더멋, 마우리치오 콰렐로 등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거장들이 그려낸 개성 넘치는 피노키오를 볼 수 있도록 몇 개의 전시관이 이어져 있다. 국내에서는 민경아, 조민서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독특하고 현대적인 감성으로 우리가 몰랐던 피노키오 이야기를 풀어놓아 시종일관 흥미롭다. 피노키오를 소재로 한 그림과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영상 역시 재미있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도 있는 관람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시간 맞춰 도슨트 해설을 들으면 이해도 쉽고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된다.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복합 전시 'My Dear 피노키오展'이다 전시장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주부가 유난히 많았다. 피노키오라는 동화적 특성이 한몫했을 것이다. 작가 콜로디는 동화를 쓰면서 "어른들은 즐겁게 해 주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작가들의 동화적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기성세대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준다. 전시장 입구부터 노랑과 분홍, 파랑 등의 밝고 과감한 색감이 압도한다. 그림동화다운 따스하고 서정적인 느낌 속에 푹 파묻혀 작품을 구경하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 전시기간: 6월 26일~10월 4일 관람시간: 10시~19시(매표 및 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어린이 1만 원 ★ 그림자 극장: 토․일요일 11:30 / 13:30 / 16:00 (선착순 20명) ★ 도슨트 해설: 화요일~일요일 11:00 / 13:00 / 15:30 / 17:00 ★ 구연동화 : 피노키오의 오리지널 이야기(화요일~금요일 14:30 / 16:30)
- 2020-07-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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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에 빠진 시니어, '일자목 증후군' 경계해야
- 시니어들이 ‘디지털 주변인’ 취급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스마트폰 이용률 지표로 활용되는 유튜브 시청시간을 연령별로 비교해보면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한 달간 집계된 국내 50대 이상 스마트폰 사용자의 유튜브 시청시간은 총 101억 분으로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길었다. 두 번째로 많이 시청하는 10대의 시청시간(81억분)과 비교해도 큰 차이를 보인다. 디지털 콘텐츠 소비의 큰 축을 이제 시니어들이 차지한 것이다. 스마트폰 적당하면 ‘약’ 과하면 ‘병’ 스마트폰을 이용해 능동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시니어가 점차 늘고 있다. 메신저로 가족, 지인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것은 기본이고 카메라, 지도, 모바일뱅킹 등 애플리케이션도 능숙하게 사용한다. 이는 생활의 편리함과 함께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 2018년 한국공공관리학보에는 디지털 정보 활용 능력이 높은 노인일수록 심리적 안정감과 자존감이 높고 삶의 만족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됐다. 이렇듯 시니어의 스마트폰 사용 증가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는 다양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욱 주의해야 할 부분도 있다. 바로 시니어의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의하면, 지난해 60대 이상 연령층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14.9%였다. 이는 전년 대비 0.7%p 증가한 수치로, 성인 평균치인 18.8%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시니어들도 이제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잦은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해 나타나는 근골격계 질환도 큰 문제다. 스마트폰 화면을 볼 때 자연스레 고개를 아래로 숙이게 되는데, 이는 목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구부정한 자세로 앞으로 쏠린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경추(목뼈)와 주변 근육, 인대에 큰 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2014년 미국의 척추외과 전문의 케네스 한스라즈(Kenneth Hansraj) 박사가 ‘스마트폰 사용 시 고개를 숙이는 자세에 따라 목이 받는 하중’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이해가 쉽다. 고개를 앞으로 15° 기울였을 때는 12.2㎏, 30° 기울였을 때는 18.1㎏의 부담이 목에 가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0° 기울였을 때는 하중이 무려 27.2㎏로 늘어났다. 이는 성인의 평균 머리무게인 4.5kg의 6배가 넘는 수치다.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반복되면 점차 머리가 앞으로 빠지고 어깨가 안쪽으로 말리는 형태가 되면서 본래 C자형 굴곡을 지닌 경추가 점차 일(一)자형으로 변한다. 이를 ‘일자목 증후군’이라고 한다. ‘거북목 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일자목이 되면 경추 사이에서 완충작용을 하는 추간판(디스크)이 제 기능을 못해 경추추간판탈출증(목디스크)과 같은 퇴행성 경추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 경추는 뇌와 몸을 잇는 온갖 신경과 혈관들을 보호하는 중요한 부위다. 목 디스크로 인해 주변 신경이 눌리면 어깨, 팔, 손에 통증이나 저림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할 경우에는 마비가 올 수도 있다. 특히 중년 이후부터는 점차 근력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경추 주변 근육들도 약해지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 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시간에 한 번은 스트레칭하기 한방에서는 목 디스크, 일자목 증후군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을 중심으로 침, 약침, 한약처방 등 한방통합치료를 실시한다. 먼저 추나요법을 통해 변형된 경추와 주변 근육, 인대를 밀고 당겨 경추의 C자형 굴곡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추나요법은 지난해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시작돼 근골격계 환자들은 최대 50%까지 비용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침과 약침 치료는 경추 신경을 압박하는 염증을 빠르게 해소하고 기혈순환을 도와 통증을 완화한다. 여기에 관절 강화 및 신경 재생을 돕는 한약을 복용해 질환의 재발을 방지하고 손상된 신경, 근육, 힘줄을 복구한다. 한방통합치료는 침습적 치료 없이 뼈와 근육, 인대를 튼튼하게 해줌으로써 근골격계 질환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치료법이라 할 수 있다. 목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자목 증후군을 예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른 자세 유지다. 가슴과 등을 활짝 펴고 턱을 가슴 쪽으로 바짝 당겨 척추 전체를 꼿꼿이 세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이렇게 가슴과 등을 수시로 펴주는 것만으로도 목이 앞으로 쏠리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할 경우 최소 1시간에 한 번씩은 목, 어깨, 허리를 스트레칭해 근육에 쌓인 긴장을 풀어줄 것을 권한다.
- 2020-06-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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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꾸는 자 아직 청춘이다
- 근 반세기가 지나도 바람이 불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가을 잎 찬바람에 흩어져 날리면 캠퍼스 잔디 위엔 또다시 황금 물결 잊을 수 없는 얼굴 얼굴 얼굴 얼굴들 루루루루루 꽃이 지네 루루루루루 가을이 지네 ‘날이 갈수록’이다. 이 노래를 부른 기라성 같은 가수는 많은데 정작 작곡·작사자는 잘 모른다. 어떤 이는 ‘몇 미터 앞에 두고’, ‘안돼요 안돼’ 등을 부른 트로트 가수 김상배의 자작곡으로 알고 있다. 가수 김상배가 ‘가요무대’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면 TV 화면 밑으로 ‘작곡·작사·노래 김상배’라는 자막이 뜨기 때문이다. 웃픈 현실이다. 이 노래의 원작자인 김상배 씨가 50여 년 만에 인터뷰에 응했다. 그동안 그가 얼굴 없는 작사·작곡가로 발표한 노래는 70여 곡이나 된다. 공전의 히트곡 ‘날이 갈수록’은 1971년 가을에 만들어졌다. 대학교 2년을 마치고 입대한 김상배 씨가 휴가를 얻어 오랜만에 방문한 교정에서 뒹구는 낙엽을 보며 즉흥적으로 만든 노래다. 이 노래는 신촌 대학가를 중심으로 운동가요처럼 불리다가 마침 ‘바보들의 행진’이라는 영화를 만들고 있던 故 하길종 감독 귀에까지 들어갔다. 영화 주제곡을 찾지 못하고 있던 하 감독은 대학가에서 불리던 이 노래를 듣고 원작자 김상배 씨를 수소문해 만났다. 이후 ‘날이 갈수록’이 ‘바보들의 행진’ 주제곡으로 선정되면서 김상배 씨는 영화 각색에도 참여하고 음반 크레디트에도 작사·작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 기타도 배우고 피아노도 배웠지. 근데 음악을 하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집에 있던 기타며 피아노를 다 때려 부수더라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대학은 그나마 국문학과로 입학한 거야. 그런데 거기 들어가서 희곡 쓰고 연출한다며 또 난리치고 다녔지.” 연세대학교 국문학과를 전공으로 택했지만 그는 몰래 음대 작곡학과 강좌를 들었다. 그리고 이때 한 학기 동안 도강한 ‘작곡에 대한 이해’를 밑천 삼아 틈틈이 노래를 만들었다. 당시 작곡에 대한 강의를 한 교수도 그가 도강한다는 걸 알았다. 처음에는 뭐라 하더니 학기가 끝날 때쯤에는 포기하고 오히려 그의 열정을 칭찬했더란다. 집안의 반대로 그의 음악적 재능은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했지만 음악적 재능 못지않은 문학적 능력만큼은 제대로 발휘했다. 대학생활 내내 희곡 창작에 빠져 지낼 만큼 연극에 미쳐 살았다. 학교 수업 때문이라고 하면 아버지도 더 이상 어찌하지 못했다. 그저 연극에 빠져 사는 아들을 못마땅해하는 것밖에 없었다. “국문학과를 다니면서 연극반 동아리 활동을 했어. 희곡 쓰고 연출하고… 당시 동아리 후배였던 마광수도 함께 활동했지. 1974년 가을이었어. 내가 ‘어느 애꾸의 죽음’이라는 창작극을 쓰고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습을 한창 하고 있을 때였어. 공연 하루 전날 갑자기 서대문경찰서에서 형사들이 들이닥쳐 연극반 학생들을 끌고 간 거야. 내가 ‘박정희 대통령이 죽을 것이다’ 그런 말을 했다는 거지. 아니 그럼 사람이 안 죽어? 신이야? 그냥 그런 차원에서 말을 한 건데 우리가 무대에 올리기 위해 연습하던 작품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거지.” 문학적 상상력과 음악적 재능을 뽐내던 청년 1970년대는 박정희 정권에 대한 어떤 비판도 허락되지 않던 시절이다. 동네 저잣거리에서 막걸리 한잔하면서 안주 삼아 통치자에 대해 비판 한마디라도 하면 긴급조치 아래 구속 수감되던 서슬 퍼런 통치의 시대였다. 유명 대학교의 연극 공연 등 주요 행사는 보안과 형사들이 눈을 치켜뜨고 감시를 했다. 희곡 작가였던 김상배 씨도 당연히 사찰 대상이었다. 그때 경찰서에 잡혀간 그는 감금된 상태에서 죽도록 매를 맞으며 회유당했고 그렇게 일주일을 넘긴 뒤 각서를 쓰고 겨우 나왔다. 각서 내용은 딱 두 가지였다. 첫째, 다시는 희곡 나부랭이 같은 글을 쓰지 않겠다. 둘째, 이곳에서 고문받았다는 사실을 절대 발설하지 않겠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악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음악과 문학을 아우르는 재능을 갖고 있던 청년 김상배는 그렇게 스스로 가슴속에 대못을 쳤다. 당연히 그 해 연세대학교 연극반 공연은 없었다. 긴급조치까지 내리며 철권통치를 휘두르던 시절, 그 정도의 수난을 당하고 풀려날 수 있었던 건 아버지가 애달프게 뛰어다닌 덕분이었다. 금융권에서 영향력이 있었던 아버지는 아들을 빼내기 위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부탁을 했단다. 그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풀려난 지 한참 지나서였다. 청년 김상배의 젊은 시절은 그렇게 시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을 졸업한 후, 그는 집에서 그토록 원하는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직장에 입사했다. 대학 동기였던 정몽헌 씨가 같이 일해보자며 현대그룹에 들어올 것을 권유한 이유도 있었다. 현대그룹에 입사한 그는 조선, 건설 등의 분야에서 현대맨으로 20년을 살았다. 더 이상 미디어에 얼굴을 드러낼 일도 없었고 그럴 필요도 못 느꼈다. 그래도 틈틈이 곡을 써서 음반을 내기도 하고 가수들에게도 줬다. 정주영 회장과의 에피소드 현대그룹에서 일할 때 정주영 회장과의 에피소드도 있었다. 어느 날 정 회장이 갑자기 그를 불렀다고 한다. 그가 회장실에 들어서자마자 정 회장은 못마땅한 목소리로 “너 요즘 돈이 궁하냐?” 하며 크게 꾸짖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그는 영문을 몰라 되물었다. 전후사정은 이랬다. 정 회장이 어느 날 한 술집 입구에 ‘날이 갈수록’ 김상배 출연이라는 홍보 플래카드가 크게 걸려 있는 걸 보고는 그를 불러 밤무대에 나가지 말라고 야단을 쳤던 것이다. 그도 깜짝 놀라 술집을 찾아가 “‘날이 갈수록’ 원작자는 나다. 나는 가수 김상배가 아니니 현수막을 내려 달라. 회사에서 쫓겨나게 생겼다”라고 사정을 하고서야 플래카드를 철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정 회장에게 야단을 맞아서가 아니라 현대에서 일할 때는 도무지 틈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가슴속에 불타오르는 창작욕은 어찌할 수 없어 술 한잔 거나하게 걸친 날이면 기타를 붙잡고 코드를 잡으며 간간이 노래를 만들었다. ‘창작’만이 나의 오아시스였다 1978년에 가수 이동원이 부른 ‘가버린 날들’, 1981년 대학가요제에서 단국대학교 밴드 스물하나가 불렀던 ‘스물한 살의 비망록’은 그가 회사생활 틈틈이 작업했던 곡들이다. 특히 스물하나가 불렀던 노래는 대학가요제 입상을 거쳐 가수 이택림도 불렀고, 2003년에는 자전거를 탄 풍경이 리메이크하는 등 가수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버지의 반대로 소위 딴따라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했지만 가끔 곡을 만들어 가수들에게 줬다. 그들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녹음실에서 음반작업을 할 때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창작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곤 했다. ‘날이 갈수록’이라는 주옥같은 곡을 만든 그가 문화계나 방송계에서 일한 게 아니라 현대그룹에서 샐러리맨의 꽃인 임원자리에까지 앉았다니 약간의 배신감(?)이 든다. 또 그렇게 바쁜 생활을 하면서도 창작의 불꽃은 대단했구나 하는 경외감도 밀려온다. ‘날이 갈수록’은 어떤 과정 속에서 탄생한 걸까? “이 노래는 내 첫 사랑에 대한 자기고백 같은 노래야. 대학교 2년 다니고 휴학한 후 군대를 갔어. 마음속엔 요즘 말로 썸 탔던 여학생을 품고 있었지. 그런데 휴가를 나와 보니 그 여학생이 다른 남학생과 사귀고 있더라고. 허탈했지. 마침 그때가 가을이었는데 연세대 백양로에 흩어진 낙엽처럼 인생이 그리 허무할 수 없더군. 시간이 지나면 이 풋풋한 첫사랑도 잊힐 테고,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면 일만 하다 인생이 그냥 그렇게 흘러가려나 하는 생각들? 그게 배경이 됐지.” 1995년 현대그룹에서 이사로 퇴직한 후에는 콘텐츠 비즈니스 사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일을 하는 동안 이전만큼 창작에 대한 의욕이 생기질 않았다. “비즈니스로 접근하니까 더 안 써지는 거야. 안 되겠다 싶어서 일을 접고 창작자로 살겠다고 다짐했어.” 2012년 그는 다시 창작에 매달렸고 신인상 공모전에도 도전했다. 몇 차례의 도전 끝에 2015년 종합예술잡지인 한국문학예술이 공모한 시나리오 부문에 ‘까떼리나’(나비의 꿈)가 당선됐다. 그의 나이 67세 때였다. 그는 당선소감에 “40년 공백을 깨고 태어난 졸작을 뽑아주시어 인생 이모작 등단의 길을 열어주신 심사위원 여러분께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1974년 타의에 의해 발표되지 못했던 ‘어느 애꾸의 죽음’ 이후 절필을 선언하고 40년 만에 다시 창작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끝까지 창작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시 창작인으로 돌아와 자유로움을 누리고 있다는 김상배 씨. 한때 좌절됐던 꿈을 다시 찾기 위해 72세 나이에 열정을 불태우는 그의 모습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이 수사가 아님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김상배 씨는 요즘… 김상배 씨는 최근 앨범 녹음을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온 후배들의 재능이 아까워 더 늦기 전에 함께 앨범 작업을 해보려 구슬땀을 흘리는 중이다. 1980년도에 포크 남성듀엣으로 활동했던 ‘나이테’ 멤버 구명회 씨와 박시몬 씨가 그들이다. ‘나이테’는 1980년에 가수 윤형주의 기획으로 앨범을 발표한 뒤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가끔 LP판 수집가들에 의해 두 사람이 소환되기도 하는데 ‘나이테’는 현재 발매 앨범만 등록돼 있고 가수 이름은 없어 이들이 과연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40여 년 만에 다시 기타를 들었다. 두 사람은 미국에서 거주하다가 몇 년 전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종적을 찾을 수 없었던 이유다. 미국에서도 두 사람은 버지니아 주 근처에서 가까이 거주하며 함께 찬양 사역을 하는 등 피우지 못한 음악의 꿈을 잊지 않았다. 최근 김상배 씨가 작사·작곡한 ‘망각’과 ‘인사동 그림자’ 등의 노래로 앨범 작업을 하고 있다. ‘나이테’ 멤버인 구명회 씨는 개그맨 故 구봉서 씨의 큰아들이다. 구명회 씨 역시 음악적 재능을 아버지 반대로 펼치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공통점 때문일까? 김상배 씨와 구명회 씨는 오랜 시간 ‘형 먼저 아우 먼저’를 외치며 각별하게 지낸다. 두 사람이 준비하는 앨범에 올드 팬들의 격려가 필요해 보인다.
- 2020-06-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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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가에 부는 '시니어 스타' 열풍
- 최근 방송가에서 시니어 세대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배우 김수미, 모델 김칠두, 유튜브 스타 박막례, 밀라논나 채널의 장명숙까지. 시니어 세대가 방송 전면에 서서 새로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배우 김수미는 특유의 예능감으로 방송가를 휘어잡았다. tvN ‘수미네 반찬’과 SBS플러스 ‘밥은 먹고 다니냐?’ 프로그램 MC로 나서 속 시원한 입담과 유쾌함, 따뜻한 감동까지 시청자에게 전하고 있다. 백발이 돋보이는 강렬한 비주얼과 카리스마로 시니어 모델의 대명사가 된 김칠두는 각종 CF는 물론, 서울패션위크 등 유명 패션쇼에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JTBC ‘정산회담’,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 등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며 대중에게 다가서고 있다. 유튜브 스타 박막례도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구수하면서도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옆집 할머니’ 같은 매력을 선사하는 박막례는 현재 약 13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셀러브리티다. 최근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 리뷰, 그룹 2PM의 ‘우리집’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또 다른 시니어 유튜버 ‘밀라논나’의 장명숙도 인기다. 그는 최초의 한국인 이탈리아 유학생이자, 1990년대 국내에 유명 명품 브랜드를 선보인 화려한 이력으로 패션 아이템 및 스타일링을 제안하는 콘텐츠를 선보인다. 최근엔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인기를 입증했다. 좀 독특한 시니어 스타도 있다. 트로트계 ‘괴물 신인’이자 빠른 1945년생이라는 설정의 김다비는 지난 5월 트로트 ‘주라주라’로 데뷔했다. 이후 그룹 방탄소년단 뷔, 가수 이찬원도 언급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서며 ‘본체’ 김신영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선물하고 있다. 여기에 다음달 2일 첫 방송되는 티캐스트 계열 E채널 신규 예능 프로그램 ‘찐어른 미팅: 사랑의 재개발’도 중장년 싱글의 ‘어른 미팅’이라는 신선한 콘텐츠로 주목 받고 있다. 기존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모습에 중장년층 출연진의 예측불가 매력이 더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2020-06-0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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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 시니어 ICT 전문가 양성해 일자리 만든다
- KT는 남양주종합재가센터에서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기도 사회서비스원과 스마트 돌봄 및 노년층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들 기관은 이번 MOU를 통해 '스마트 돌봄 매니저'를 양성하고 노년층 일자리 창출에 앞장설 계획이다. 스마트 돌봄 매니저는 노년층 대상 정보기술(IT) 교육을 위해 양성된 시니어 정보통신기술(ICT) 전문가를 의미한다. 이들은 홀몸노년층 대상 치매 예방 교육과 그 외 지역사회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IT 기술을 교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번 MOU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년층 일자리 사업 예산 지원을 포함한 사업을 총괄하고 KT는 정보격차 해소 교육과 노년층 일자리 신규 사업 콘텐츠 개발, 스마트 돌봄 매니저를 양성한다. 경기도사회서비스원은 지역 내 스마트 돌봄 매니저 서비스 수요자를 발굴하고 매니저 양성 교육을 지원한다. 이들 기관은 시범적으로 올 12월까지 경기도 세 지역(남양주시·과천시·의왕시)에서 스마트 돌봄 매니저 60명을 양성하고 일자리에 배치한다. 내년에는 전국 500명 규모로 사업을 확대해 시행할 계획이다. 자세한 모집 계획은 6월 중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수행기관인 과천실버인력뱅크·의왕시니어클럽·남양주실버인력뱅크를 통해 공고된다. 스마트 돌봄 매니저는 60세 이상 남양주·과천·의왕에 거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선발된 매니저들은 한 달 간 매니저 양성 교육에 참여하고, 7월부터 본격적으로 근무에 들어간다. 이선주 KT 지속가능경영단장 상무는 “이번 민관협력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우리 시니어 계층이 더욱 건강하고 활력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KT는 스마트 돌봄 서비스 확충 등 고령사회 문제 해결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 2020-05-2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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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선보이는 '디지털 실감영상관'
-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0일 넘는 시간을 공들인 결과물이다. 디지털 실감영상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 디지털 박물관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박물관 상설전시공간에 실감콘텐츠 체험 공간을 본격적으로 조성한 국내 첫 번째 사례다. 지하철 이촌역을 내려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서니 건물 앞마당에 한국의 멋을 뽐내는 아담한 정자를 낀 호수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호수를 끼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귀중한 유물과 문화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찬찬히 둘러보며 옛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보려면 며칠을 둘러보아도 부족할 것 같다. 다른 것은 후일에 시간을 갖기로 하고 새로 개관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찾았다.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3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관은 ‘화폭 속 세상에 빠지다’, 제2관은 ‘세상을 잇다’, 제3관은 ‘고구려 벽화무덤, 박물관으로 들어오다’라는 테마로 이루어진다. 제1관에서는 높이 5m, 폭 60m의 파노라마 스크린에서 초대형 영상이 펼쳐진다. 처음 보는 환상적 영상에 빠져 황홀함마저 느껴진다. 철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금강산에 오르다’에서는 ‘봄의 금강산, 여름의 봉래산, 가을의 풍악산, 겨울의 개골산의 영상미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영상뿐 아니라 보물 제1875호로 지정된 겸재 정선의 ’신묘년 풍악도첩‘ 과 구룡폭포, 장안사, 삼불암 등 절경에 빠져들면 신선의 경지에든 착각을 느끼게 한다. 또한 조선시대 정조가 어머니를 위해 이루어지는 화성 행차와 낙성연은 현대의 영상기술로 200년 당시의 모습을 재연하는 장관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혼의 여정과 신선들의 잔치‘도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다. 디지털 실감 영상관 2관에서는 ‘세상을 잇다’라는 주제로 ‘태평성시도’가 놀라움을 나타낸다. 8K 초고해상 화질로 8.5m짜리 8폭 영상이 펼쳐진다. 태평성시도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태평한 하루를 담은 영상이다. 2,100명이 넘는 등장인물들이 각자 움직이며 낮과 밤의 일상을 보여준다. 새벽이 열리고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천태만상의 사람들이다. 보는 나를 조선 시대의 한 사람으로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빠져들게 한다. 또한 VR(가상현실) 체험실에서는 보존과학실과 수장고 및 고대의 유물 보관을 가상현실 속에서 실제처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수백 년 지하 땅속에서 여기저기 파손된 유물 파편들을 가상현실 속에서 복원하여 완성 시키는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디지털 실감영상관 3관에서는 ‘고구려 벽화무덤, 박물관으로 들어오다’를 볼 수 있다. 우리가 가볼 수 없는 북한 땅의 고구려 벽화무덤을 영상으로 살려내었다. 안악3호 무덤과 덕흥리 벽화무덤, 강서 대묘에서는 1500년 전 고구려인들의 살아있는 듯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무덤의 정면과 측면, 천정까지 4면의 무덤 안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무덤 주인 부부, 병사들의 긴 행렬, 상상 속 동물 등 고구려 사람들의 삶과 사후 상상의 세계가 담겨있다. 강서 대묘에서 발견되는 현무와 주작, 밤하늘의 별자리들은 그 세계의 모습 등을 그려볼 수 있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디지털 실감영상관은 살아있는 듯 시공을 초월하여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웅장함과 역동성은 현대과학이 빗어낸 작품이다.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박물관 앞 물결 잔잔한 호숫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생각해 본다. 영상에서 만난 그 시대 사람들을 떠올려 보며, 먼 훗날 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 2020-05-2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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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종 인디아 인도 여행 책방에서 살롱문화를 즐겨보세요
- 평생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직업이 몇 가지나 될까? . 흔히 ‘사회에 첫발을 내디딜 때 어떤 일을 했느냐에 따라 사람의 인생이 달라진다’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첫 직장에서 시작한 일이 두 번째 일로 이어지고 다시 세 번째로 이어진다. 그래서 옛말 틀리지 않는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큰 항공사에서 일하다 적성을 찾아 연관 기업인 여행사로 이직했다. 마침 이곳이 대규모로 여행 상품을 밀어내던 곳이 아니라 소그룹 맞춤 여행을 전문으로 하던 곳이었다. 이곳에서 여행업의 기본과 고객과의 관계까지 알토란같이 배우며 즐거웠다. 육아로 공백기를 가졌던 6년이 지난 후, 다시 재취업을 거친 끝에 마침내 2008년에 창업했다. 현재 본업은 여행 카운셀러(?), 트래블 카페 오너(?), 여기에 여행작가 협동조합 설립에 여행작가들의 출판물 발간까지 계획하는 콘텐츠 생산자다. 메종 인디아 인도 여행 책방 전윤희 대표를 만났다. 아마 전윤희 대표의 다음 번 전업 혹은 창업 명함은 작가 아닐까 싶다. 하여간 재미있다. 그녀의 창업 스토리를 살펴본다. 전윤희 대표는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했다. 당시 여성들에게 선망의 직업이던 항공사 승무원으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전 대표는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비행기를 타고 승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직업은 뭔가 생산적인 일이 아니라 내가 소비된다는 느낌이 들었단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던 직장을 그렇게 2년 만에 그만두고 나왔다. 전 대표가 항공사에서 일하던 90년대 중반에는 한국에서 해외여행 붐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던 때다. 전 대표는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앞으로는 한국에서 해외여행이 급증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자 항공사를 그만두고 여행사를 찾아갔다. 그것도 흔히 말하는 대규모 회사가 아니라 신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씨에 프랑스란 여행사에서 유럽과 북미, 남미, 아시아, 일본 전 세계 여행상품 중 맞춤 여행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었다. 여행사 일이 이렇게 재미있는 줄 몰랐다는 전 대표는 한창 여행 카운셀링 일에 빠져있을 때 결혼과 육아로 약 6년 정도 가정에서 아이 키우기에 전념하며 자연스럽게 여행과 멀어지게 됐다. 아이가 유치원 들어갈 때까지 6년의 기간은 인생에서 힘들었던 기간. 아이가 유치원에 갈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부지런히 일할 곳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경단녀(?)의 재취업이 쉽지는 않았다고. 다행히 여행업은 전문직 여성에게 문호가 열려있는 편이라 6년 전의 경력으로 다시 ‘블루 하와이’라는 하와이 전문 맞춤여행사에 재취업했다. 첫 창업의 계기가 특별한 것이 있었나? 아이들을 키우다 재취업한 후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여행사의 특성상, 고객과의 밀접한 관계가 중요한데 아무래도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다 보면 뭔가 수익이나 이런 개념이 자꾸 들어가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나도 해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더라. 나만이 서비스할 수 있는 그런 특별한 여행 상품을 만들고 싶었다. 여행 코스와 일정 등을 잘 만드는 것도 일종의 상품 생산이다. 특히 여행은 콘텐츠의 질이 매우 중요한데 여행상품을 좀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자꾸 커지고… 그러면서 내가 직접 해보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사와 북 카페는 어떤 콘셉트로 함께 운영하는 건지? 여행하다 보니 결국 여행이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사는 일상의 공간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에 대한 관계였다. 그러다 보니 사람을 좀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트래블 카페를 하게 됐다. 처음 창업했던 길 투어리즘은 꽤 운영이 잘 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맞다. 9년을 운영했다. 사무실도 두 곳이나 두고 카페까지 정말 9년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살았다. 그러다 보니 완전 내 몸과 영혼이 소진했더라. 억만금을 준다고 해도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창업을 했을 때만 해도 내가 굉장히 목표지향 주의적인 인간형이라고 생각했다. 사업도 잘됐고 고객들 만족도가 높아서 평판도 좋았다. 근데 그것도 어느 한계가 있지… 어느 순간 사람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일들이 닥쳐오자 임계점을 넘어 내가 폭발 직전이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매각을 하게 됐다. 다시 창업한 게 이제는 인도 여행상품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규모가 줄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나는 계속 사이즈가 줄어들고 있네. 대기업 항공사에서 중소기업 여행사, 소규모 자영업…. 근데 그중에서도 인도 여행 상품만 취급하고 있으니… 하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사실 메종 인디아는 이전에 운영하던 회사에서 홈페이지 정도만 만들어서 갖고 있던 것이었다. 회사를 매각하면서 아예 이 홈페이지도 정리하려던 것인데…. 같이 일하던 직원에게 그냥 넘겨주면서 해보라고 권유했더니 겁이 난다며 못하겠다고 하더라. 이왕 만들어놓은 홈페이지니 그냥 두자 하는 마음으로 오픈해 놓고 있던 것이었다. 일 년을 쉬는 동안 그냥 휴식 겸 인도와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며 인도에 대해 더 많은 애정을 느끼게 됐다. 인도의 관광 자연만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와 홍차, 영화, 음악, 그리고 그들의 출판물까지 접하게 되면서 좀 더 전문적으로 인도를 알리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메종 인디아, 인도 여행서점(책방)을 열어보자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여행사나 서점은 아닌 것 같다. 구체적인 운영 방향은? 무엇보다 콘텐츠 생산에 비중을 든 책방이다. 말처럼 인도 여행서점이다. 지금은 인도 여행에만 국한되지 않고 여행 인문학으로 콘셉트를 넓혀서 책을 갖추고 있다. 관련 서적을 약 400여 권 비치해 도서관의 기능과 책방의 기능을 겸하고 있다.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이고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다’ 서점 한 벽면 액자에 붙은 글귀가 떠올라 물어봤다. 저희가 필사 여행 모임을 하는데 그곳에서 저희 고객분이 캘리그라피로 써서 주신 말씀이다. 우리 책방에 딱 맞는 것 같아 벽에 걸어놓고 있는데 볼 때마다 행복하다. 단순히 음료를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이곳에서는 매주 다양한 소모임이 열린다. 예를 들면 고전 읽기 책모임인 ‘명작클럽’, 읽고 있는 책이나 읽고 싶은 책을 손으로 써나가는 ‘필사 여행’, 요즘 유행하는 여행 드로잉을 배울 수 있는 ‘드로잉 클래스’, 할리우드에 견주어 발리우드로 불리는 인도 영화 감상 클래스, 한 달에 한 번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는 ‘치유 타로’ 시간을 마련해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고 있다. 이렇게 콘텐츠를 건전하게 소비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 여행을 기획하고 또 떠난다. 그 과정에서 충분히 공부하고 탐구하면서 여행을 다녀오면 만족도도 훨씬 높아지고 끈끈해져서 또 다른 공간을 연구하고 떠나게 된다. 이렇게 여행지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보다 의미 있게 묶어내고 전시하고 그런 일로 발전해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올해에는 좀 더 콘텐츠 생산을 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신경을 많이 쏟을 예정이다. 여행서점에서 작가와의 대화를 기획하는 것은 물론 여행기를 책으로 묶는다든지… 보다 의미 있는 작업을 기획하고 있어 요즘 다시 일하는 것이 행복해지고 있다. 여러 가지 쏟아지는 아이디어를 마구마구 실행해볼 참이다. 코로나로 여행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한다. 어떻게 전망하고 있나? 그러잖아도 타격이 심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로나가 안정돼도 여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근데 또 우연히 최근 인도에서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문의가 심심찮게 들어온다. 인도의 상류층에서 특히 한국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유학이나 무역 등의 문의가 높아진다. 뭔가 내가 지금까지 했던 아웃바운드에서 인 바운드 여행으로 다른 분야를 개척해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음… 내가 사업하는 게 지긋지긋해져서 완전히 매각하고 일 년을 쉴 때였다. 물론 일 년이라는 휴식이 충분하지는 못했지만 간혹 고객분들이 자꾸 다시 여행 사업을 안 할 것이냐고 물어볼 때마다 내게 자문한 것이 있다. 내가 어떤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하면 첫째,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인가? 둘째, 내가 하고 싶은가? 셋째, 그 일이 나를 필요로 하는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뭔가 생산해내는 즐거움이 있어야 했다. 다행히 일을 열심히 해서 그간 비축해두었던 자금도 좀 있었고 이제부터는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그걸로 의미 있는 일을 해나가고 싶다. 물론 메종 인디아만으로 운영하는 데는 현재는 부족하다. 두 달에 한 번씩 10여 명 내외의 인도 맞춤 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뜻밖에 인도가 MICE 산업도 발전해있고 다양한 콘퍼런스도 많아서 이런 수요도 꾸준한 편이다. 지금 이렇게 콘텐츠를 차곡차곡 생산해나가면서 비로소 푹 쉬면서 힐링 된다는 느낌이 든다. 이래서 카페가 정말 살롱문화의 정수라고 하는 것 같다. 사람들 만나면서 관계도 깊어지고 인생도 깊어지는 느낌이다. ‘메종 인디아’ 창업 시기: 2017년 5월 제품 및 서비스: 커피, 인도 홍차, 여행 서적 및 여행 상품, 소규모 모임 공간 대여 점포 면적: 11평 입지 조건: 서초구 방배로23길 31-43 메종 인디아 1층 (바로 옆에 방배동 공영 주차장)
- 2020-05-1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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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이 있는 한, 젊음은 ‘현재진행형’
- “배움을 그만둔 사람은 20세든 80세든 늙은 것이다. 계속 배우는 사람은 언제나 젊다.” 자동차 왕으로 불리는 ‘포드’의 창립자 헨리 포드가 남긴 말이다. 또 나이와 무관하게 배움을 즐기는 시니어들은 말한다. “지금 공부가 진정한 인생 공부”라고. 그러니, 백발이 성성해도 배움이 마르지 않는다면, 진정한 젊음은 언제나 ‘현재’에 머무를 것이다. 도움말 박미경 서울자유시민대학 운영팀장 자료 제공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지식을 쌓던 젊은 시절의 공부와는 다르게, 중년 이후의 공부는 주로 지혜를 얻고 삶을 성찰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고대 철학자 루키우스 세네카는 “지혜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는 자만이 진정한 여가를 즐길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진정 살아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중장년 시기의 배움은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일상의 활력과 생기를 부여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길어진 수명으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지역마다, 기관마다 성인 학습자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났다. 대학 평생교육원, 지자체 문화원 및 동사무소, 백화점 문화센터 등 곳곳에 포진한 교육장을 들여다보면 그중 핵심이 되는 연령층은 50대 이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서울시50플러스캠퍼스 및 센터, 모두의학교(평생교육기관) 등 시니어 대상 학습 프로그램을 별도로 운영하는 기관들도 주목받고 있다. 배움으로 달래는 노년의 사춘기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서울자유시민대학’(서울시 평생학습 플랫폼)의 경우 인문학, 사회경제학, 미래학 등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는데, 수강생 중 70%가량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다. 또 그중 38%는 퇴직자다. 이들은 중장년기의 질풍노도를 주로 인문학, 철학 등 심도 있는 자기 공부를 통해 성찰하며 다독인다. 아울러 젊은 세대와 함께 교류하고 학습하며 긍정적인 동기부여도 얻고 있다. 박미경 서울자유시민대학 운영팀장은 “모든 수업은 시니어뿐만 아니라 20~30대도 함께한다. 세대 간 갈등 없이 ‘배움’이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 기분 좋은 자극을 얻으며 귀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면서 “수업과 연관해 ‘시민연구회’도 조직하는데, 구성원은 20대부터 70대까지 아우른다. 이들은 하나의 공유 콘텐츠를 중심으로 세대를 초월한 배움과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 시니어의 스마트 스터디 박 팀장은 “인문학, 역사학 강좌는 시니어들에게 인기가 높다”면서 “최근에는 미래학이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중장년이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은 서울자유시민대학뿐만 아니라, 타 교육기관에서도 마찬가지. 커리큘럼만 살펴보더라도 문해 교육이나 신체놀이활동 등에 머물렀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드론이나 3D프린터 입문,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정 등 젊은 세대의 트렌드와도 괴리가 없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는 액티브 시니어의 인터넷,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증대하고, 관련 학습에 대한 욕구도 자연스레 높아진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2019 서울시민 평생학습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55~64세 중장년층의 경우 인쇄매체나 도서관 등을 이용하기보다, 컴퓨터나 인터넷을 활용해 새로운 정보와 기술을 습득한다는 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 2020-04-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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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사이트 콘텐츠 '미흡'… "시니어 배려 시급하다"
- 8개 표준 산업분야 웹사이트 1000개 가운데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분야의 정보 접근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와 장애인 등을 배려한 콘텐츠 개선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9년도 웹 접근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용 빈도가 높은 금융·보험업, 숙박·음식점업, 부동산업 등 8개 표준산업 분야의 웹사이트 1000개를 선정해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준수 여부를 평가했다. 웹 접근성 점수는 정보 취약계층이 사이트 내 콘텐츠를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기준이다. 95점 이상은 ‘우수’, 85점 이상은 ‘양호’, 75점 이상은 ‘보통’, 75점 미만은 ‘미흡’으로 구분한다. 산업분야별로는 ‘금융·보험업’ 분야의 웹 접근성 수준이 평균 60.7점으로 상대점수가 높았던 반면, ‘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 분야는 35.6점으로 가장 낮았다. 항목별로는 배너 등 빠르게 변경되는 콘텐츠의 움직임을 사용자가 원할 때 멈출 수 있도록 하는 ‘정지 기능 제공’ 항목의 준수율(33.6%)이 가장 저조했다. 또 ‘메뉴 등과 같은 웹페이지의 반복적인 영역을 건너뛸 수 있도록 하는 기능 제공’, ‘이미지 등 용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대체 글(text) 제공’ 등 항목의 준수율도 50% 미만으로 나타났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의 도입에 따른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정보 취약계층이 배제되거나 소외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며 “정보통신기기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2020-04-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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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취향의 시니어, 소비 트렌드를 이끌다
-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는 2020년 국내 소비 트렌드로 ‘INSIDE’를 제시했다. 귀차니즘 소비(I), 큐레이션 마이 라이프(N), 마이 데이터 수집가(S), 팝업 경제(I), 디지털 힐링(D) 그리고 ‘젊은 취향의 시니어’(E) 등 각각의 의미를 담은 영문의 철자를 따온 것이다. 특히 젊은 취향의 ‘뉴시니어’를 ‘Especially Lively Senior’라 일컬었고, 이를 축약해 ‘Senively’(시니블리)라 표현했다. 에이지리스, 그야말로 나이를 떠나 트렌드의 중심이 된 그들의 소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자료 제공 및 도움말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 아이디병원 장우석 원장, 현대백화점 과거 노인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중장년 세대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기반으로 적극적인 소비생활과 여가를 즐긴다. 이른바 ‘젊은 시니어’라 불리는 이들은 본인의 경제력으로 자신을 위해 소비하는 주체적인 소비자로 평가받고 있다. 시니어 특화 프로그램 및 에이지리스 브랜드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그랜플루언서(그랜드파더·마더와 인플루언서를 결합한 용어로, 소셜미디어에서 유명한 노인을 의미) 및 라이블리 시니어에 주목한 문화 콘텐츠가 확대되는 추세다. 아울러 요즘 시니어들은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을 꾸미는 데 아낌없이 소비하는 모습을 보인다. 즉, 가격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며, 금액에 상관없이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있으면 바로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소비자 집단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시니어의 젊은 취향을 고려하되, 그들만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시니어가 입어야 신상이 된다 액티브 시니어의 증가로 이들에 대한 분석은 오늘날 패션 산업에서도 필수요소가 됐다. 중장년 소비자의 경우 늙음을 인식하지 않고 멋지게 나이 들길 원하며, 노인으로 보이는 것을 지양하면서 보다 젊어 보이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더불어 이들은 쇼핑을 단순히 구매 목적이 아닌 사회활동과 더불어 즐거움을 주는 엔터테인먼트로 여기며, 감성을 자극하는 서비스와 감각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시니어의 특성에 따라 젊은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소비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브랜드를 만들고 시니어 모델을 내세우기도 했다. 최근 이목을 끌었던 시니어 모델 김칠두, 최순화 씨 등은 젊은이에겐 트렌디한 존재로 여겨지고 동년배에게는 공감의 대상이 되며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한편, 최근에는 시니어 모델 없이도 나이의 벽을 허문 에이지리스 패션을 선보이며 주니어와 시니어 세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브랜드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물산패션의 프리미엄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르베이지’, 한섬의 에이지리스 브랜드 ‘레트바이티’ 등이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말 목동점, 판교점에 이어 올해 미아점에 에이지리스 편집숍 ‘코너스’를 열었다. 4월엔 신촌점 매장 오픈을 앞두고 있다. 코너스는 ‘엄마와 딸이 함께 휴식하는 공간’을 콘셉트로 잡았다. 30대에서 60대를 아우르는 에이지리스 패션 상품은 물론 패션잡화와 라이프스타일 아이템까지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체험형 매장에 주안점을 두고 가죽공방 ‘토글’, 드라이플라워 클래스 ‘플라워 온실’ 등도 함께 운영 중이다. 마음까지 젊어지는 ‘안티에이징 성형’ 원해 ‘자기 나이로 보이면 노안’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근에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안미모를 자랑하는 시니어가 많다. 사실 건강과 아름다움에 대한 욕구는 나이와 시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본능이다. 때문에 노화로 인한 외모 변화는 자존감 하락 및 심리적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요즘 시니어들은 젊음을 유지하고 자기만족 및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외모를 가꾸고 아낌없이 투자한다.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피부과, 성형외과를 비롯해 피부관리실, 미용실 등에 소비하는 시니어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시니어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았던 ‘성형외과·피부과’의 경우, 과거에는 흉터 제거나 치료 등을 위해 방문했다면, 근래에는 미용 목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부각하고 자신감을 충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애용한다. 안티에이징 성형 Q&A 아이디병원 장우석 원장은 “요즘 중장년은 외모를 위해 시술과 수술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투자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장 원장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시니어 성형에 관한 트렌드와 조언을 들어봤다. Q. 중장년 사이에서 떠오르는 뷰티 트렌드는? 남녀 구분 없이 80대까지 다양하게 찾아오신다. 나이가 들어도 일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이가 많아, ‘빠른 일상의 회복’을 선호하는 편이다. 이른바 안티에이징 수술은 조직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볼륨을 채워주는 수술이 주를 이룬다. 그러다 보니 피부 절개와 박리를 하고, 중력과 맞서기 위해 어딘가에 고정하기 때문에 멍과 붓기가 생겨 대부분 일정 기간 회복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 해소를 위해 최소한으로 절개, 박리, 고정하는 다양한 수술 방법이 고안되었고 눈 처짐, 볼 처짐, 무너진 턱선 수술 등에 적용하고 있다. Q. 시술이나 성형을 통한 기대 효과는? 간단한 시술, 즉 보톡스나 필러, 레이저 시술들은 비교적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지속기간은 수개월에서 1년 남짓이다. 수술적인 방법은 개선 효과의 폭이 더 크지만, 이 역시 평생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외모 고민을 덜어줄 수 있다면 수술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Q. 동안 관리는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앞서 말했듯 안티에이징 수술은 확실히 효과는 있지만 영원히 젊어지는 마법은 아니다. 중력이나 노화를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과도한 개선을 바라고 계획하거나, 수술 효과가 영원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최소한의 절개, 박리, 절제 등의 수술이 유행하는 건 이러한 이유에서다. Q. 에이지리스 뷰티를 위한 또 다른 방법은? 상담을 하다 보면 나이보다 유난히 젊어 보이는 분들이 있다. 대체로 성격이 온화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유형들이 그렇다. 또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인스턴트 음식을 피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피부 노화를 예방하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셔야 한다. 그게 가장 기초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다. 디지털 소비에 익숙한 ‘테크노부머 시니어’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젊은 시니어들의 영향으로 디지털페이 이용 고객 중 중장년층 비중이 증가했고,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다운로드와 달리 인터넷 기반에서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전달되는 서비스)의 이용률도 크게 높아졌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19 한국 1인가구 보고서’에서도 ‘현재의 중장년층도 젊은 세대만큼 디지털을 잘 활용한다’라는 항목에서 ‘그렇다’라고 응답한 비율(전 세대)이 55.3%인 것으로 조사됐다. 젊은 세대 못지않게 디지털 서비스 이용에 익숙한 시니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시니어만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이나 모바일 앱 등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중장년의 디지털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련 서비스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해외에서는 시니어의 주요 관심사가 ‘건강’이라는 점에 착안해, 헬스 케어 분야를 중심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다양하게 내놓고 있다. 더불어 시니어의 고립감 해소와 사회적 유대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 서비스와 데이트 서비스 등을 적극 개발하는 추세다.
- 2020-04-16 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