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선보이는 '디지털 실감영상관'

기사입력 2020-05-25 08:58 기사수정 2020-05-25 08:58

▲국립중앙박물관 전경(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국립중앙박물관 전경(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다녀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200일 넘는 시간을 공들인 결과물이다.

디지털 실감영상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 디지털 박물관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박물관 상설전시공간에 실감콘텐츠 체험 공간을 본격적으로 조성한 국내 첫 번째 사례다.

지하철 이촌역을 내려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서니 건물 앞마당에 한국의 멋을 뽐내는 아담한 정자를 낀 호수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서울 한복판에 이렇게 아름다운 호수가 있다는 것이 놀랍다. 호수를 끼고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귀중한 유물과 문화재가 걸음을 멈추게 한다. 찬찬히 둘러보며 옛 조상들의 숨결을 느껴보려면 며칠을 둘러보아도 부족할 것 같다. 다른 것은 후일에 시간을 갖기로 하고 새로 개관한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찾았다.

▲정자가 있는 호수(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정자가 있는 호수(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이번에 첫선을 보이는 디지털 실감 영상관은 3관으로 나누어져 있다. 제1관은 ‘화폭 속 세상에 빠지다’, 제2관은 ‘세상을 잇다’, 제3관은 ‘고구려 벽화무덤, 박물관으로 들어오다’라는 테마로 이루어진다. 제1관에서는 높이 5m, 폭 60m의 파노라마 스크린에서 초대형 영상이 펼쳐진다. 처음 보는 환상적 영상에 빠져 황홀함마저 느껴진다. 철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는 ‘금강산에 오르다’에서는 ‘봄의 금강산, 여름의 봉래산, 가을의 풍악산, 겨울의 개골산의 영상미에 탄성을 지르게 된다. 영상뿐 아니라 보물 제1875호로 지정된 겸재 정선의 ’신묘년 풍악도첩‘ 과 구룡폭포, 장안사, 삼불암 등 절경에 빠져들면 신선의 경지에든 착각을 느끼게 한다.

또한 조선시대 정조가 어머니를 위해 이루어지는 화성 행차와 낙성연은 현대의 영상기술로 200년 당시의 모습을 재연하는 장관으로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영혼의 여정과 신선들의 잔치‘도 놓치기 아까운 장면이다.

▲실감영상관 제 1관 금강산(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실감영상관 제 1관 금강산(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디지털 실감 영상관 2관에서는 ‘세상을 잇다’라는 주제로 ‘태평성시도’가 놀라움을 나타낸다.

8K 초고해상 화질로 8.5m짜리 8폭 영상이 펼쳐진다. 태평성시도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태평한 하루를 담은 영상이다. 2,100명이 넘는 등장인물들이 각자 움직이며 낮과 밤의 일상을 보여준다. 새벽이 열리고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천태만상의 사람들이다. 보는 나를 조선 시대의 한 사람으로 들어가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빠져들게 한다.

또한 VR(가상현실) 체험실에서는 보존과학실과 수장고 및 고대의 유물 보관을 가상현실 속에서 실제처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수백 년 지하 땅속에서 여기저기 파손된 유물 파편들을 가상현실 속에서 복원하여 완성 시키는 짜릿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실감영상관 제 2관 태평성시도(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실감영상관 제 2관 태평성시도(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디지털 실감영상관 3관에서는 ‘고구려 벽화무덤, 박물관으로 들어오다’를 볼 수 있다. 우리가 가볼 수 없는 북한 땅의 고구려 벽화무덤을 영상으로 살려내었다. 안악3호 무덤과 덕흥리 벽화무덤, 강서 대묘에서는 1500년 전 고구려인들의 살아있는 듯 생생한 숨결을 느낄 수 있다.

무덤의 정면과 측면, 천정까지 4면의 무덤 안의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무덤 주인 부부, 병사들의 긴 행렬, 상상 속 동물 등 고구려 사람들의 삶과 사후 상상의 세계가 담겨있다. 강서 대묘에서 발견되는 현무와 주작, 밤하늘의 별자리들은 그 세계의 모습 등을 그려볼 수 있게 된다.

▲실감영상관 제 3관 강서대묘(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실감영상관 제 3관 강서대묘(사진 박종섭 시니어기자)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디지털 실감영상관은 살아있는 듯 시공을 초월하여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웅장함과 역동성은 현대과학이 빗어낸 작품이다. 좋은 작품을 감상하고 박물관 앞 물결 잔잔한 호숫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생각해 본다. 영상에서 만난 그 시대 사람들을 떠올려 보며, 먼 훗날 오는 사람들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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