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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육강식’ 믿을 거 없다
- 동화 작가 권정생(1937~2007) 선생에겐 남이 없었다. 사람은 물론, 보잘것없는 쇠뜨기풀이나 강아지 똥조차 그에겐 남이 아니었다. 모든 존재를 남으로 바라보지 않았기에, 남의 일이라는 것도 없었다. 남의 일도 내 일로 알아 남의 아픔을 나의 것으로 삼았다. 가뭄이 길었던 어느 여름날. 벌겋게 타들어가는 벼를 바라보던 그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저
- 2020-03-1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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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장의 수묵(水墨) 향 그윽한 호숫가 미술관
- 먹고살 만한 일을, 그리고 한 잔의 커피와 낭만적인 음악을 즐길 여유만 있다면 여기에서 무엇을 더 바라랴. 마음이 지극히 평온할 땐 그런 가상한 생각이 찾아든다. 그러나 ‘평온’은 흔전만전하기는커녕 희귀종에 가깝다. 위태로운 곡예를 연상시키는 게 생활이지 않던가. 광장시장의 빈대떡처럼 수시로 뒤집어지는 게 일상이다. 이 난리법석을 피해 흔히 주점을 찾아
- 2020-03-0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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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가 감사합니다”
- 든든한 아내, 듬직한 세 자녀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행복한 일상을 채워가는 가수 최성수(60). 고등학생 늦둥이 아들에게는 친구 같은 아빠이며, 아내에게는 집안일도 기꺼이 도와주는 평범한 남편이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고 어떤 일을 겪든지 다 의미가 있다고 믿는다. 그가 나이가 들수록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다 의미가 있나보다.
- 2020-02-1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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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나리 아줌마’ 옥금 씨, 신바람 났다!
- 그녀가 들려주는 얘기의 톤도 내용도 화창하다. 꽃 핀 개나리처럼 밝다. 전공은 미나리 농사. 청초하기로 개나리에 맞먹을 미나리와 자신이 딱 닮았단다. 미나리의 억센 생명력, 그걸 집어 자신의 정신적 초상으로 여기는 거다. 미나리의 초록처럼 싱그러운 시절은 아쉽게도 이미 몸에서 떠났다. 그러나 이옥금(62) 씨가 누리는 귀농생활은 베어낸 자리에 다시 싹눈이
- 2020-02-03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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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들은 인생 포기한 걸로 알지만
- 생활이란 우리가 자주 착각하는 것처럼 멍에가 아니라 사방으로 열린 활공장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지향에 있다. 오체투지처럼 궁구하는 삶이 있으며, 경주마처럼 각축하는 삶이 있고, 바람의 사주를 받아 가뿐히 떠도는 삶이 있다. 연극인 최영환(49)은 아마도 바람과 동맹을 맺은 계열에 속할 것이다. 그는 한결 자유로운 삶을 원해 귀촌했다. 누군들
- 2019-12-13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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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생애연구소 임순열 대표 “인생 여정이 만들어준 직업을 찾아냈습니다”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여자는 결혼을 하면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출산을 하고 남편과 자식 뒷바라지하면서 살다 보면 젊은 시절의 경력은 온데간데없어진다. ‘이렇게 사는 것이 여자의 일생이지’ 하면서 단념하려던 순간,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잘해보겠다고 다짐하며 빛을 따라 즐겁게 걷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 2019-12-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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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숲길, 회남재를 걷다
- 지리산 중턱 해발 926m 회남재 숲길 10km를 걸었다. 내 고향 청학동 삼성궁을 출발점으로 하동군 악양면 등촌 마을까지. 단풍 소식이 남녘을 향하는 이맘때쯤이면 더욱 고향이 그리워진다. 마을마다 잎 다 떨어진 감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감이 정겨운 계절이다. 남쪽이지만 높은 지대여서 지금쯤 단풍이 곱게 물들지 않았을까? 고향을 찾는 기쁨과 함께
- 2019-11-0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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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을 유예한다면 그게 무슨 인생?
- 무슨 일을 하건, 그 분야의 최고가 돼라! 자주 듣는 얘기다. ‘최고’에겐 갈채가 쏟아진다. 다들 ‘최고’가 되기 위해 질주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혼을 파는 결탁마저 불사한다. 삶의 눈먼 과속은 대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욕망이라는 총구에서 발사된 열정의 탄환. 이 위험한 물질은 과녁을 맞히고도 좌절한다. ‘최고’가 되고서도 감옥에
- 2019-10-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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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에서 찾은, 사람을 살리는 풀
- 지리산 근처 산골이다. 높은 산봉우리들이 사방에 첩첩하다. 그렇지만 궁벽할 게 없다. 좌청룡 우백호로 어우러진 전면의 산세가 빼어나서다. 우람하면서도 부드럽다. 운무 한자락 눈썹처럼 걸려 그윽하다. 한유창(60) 씨가 이곳으로 귀촌한 건 산야초 때문이다. 지리산 권역에 자생하는 야생초에, 그는 깊은 신뢰를 품고 산다. 한때 그는 죽음과 맞닥뜨렸다.
- 2019-09-3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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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무지를 장엄한 자연 정원으로 바꾼 40년
- 나무를 좋아해 나무와 더불어 한평생을 살았다. 늘 나무를 심었다. 애지중지 가꾸고 돌보고 어루만졌다. 몸뿐인가. 마음까지 나무에게 바쳤다. 그 결과 들판 가운데에 있던 황무지가 장엄한 숲으로 변했다. 거대한 정원이 태어났다. 들어보셨는가. 나주시 금천면에 있는 죽설헌(竹雪軒)이다. 사건의 주인공은 한국화가 박태후(64). 사건? 그렇다,
- 2019-09-09 0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