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소외 어르신 외로움 어루만져요”

기사입력 2025-02-03 08:07 기사수정 2025-02-03 08:07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 시니어지역상담가 김효숙

김효숙 씨는 종로노인복지관에서 시니어지역상담가로 제2의 활기찬 인생을 살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지역 소외 어르신을 만나며 종횡무진 종로구 곳곳을 누비고 있다.

▲가치동행일자리 시니어지역상담가 김효숙 씨.
▲가치동행일자리 시니어지역상담가 김효숙 씨.

김효숙 씨는 연세대학교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행정사무원으로 38년간 근무하다 은퇴한 뒤 3개월 만에 다시 일터로 나섰다. 그가 취업할 당시만 해도 실무가 곧 자격이 되던 시대였다. 은퇴 후 이력서를 내려니 직무 관련 자격증이 없어 지난 38년을 어떻게 증명해야 하나 고민했단다. 인생의 3분의 2를 일터에서 보냈음에도 새로운 직장을 찾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김효숙 씨는 용기를 내 가치동행일자리 시니어지역상담가에 지원했다. 한 직장에서 쉼 없이 일하고도 바로 일자리를 찾은 이유를 묻자 “체질인 것 같다”는 대답과 수줍은 웃음이 돌아왔다.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주어진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김효숙 씨는 가치동행일자리로 시니어지역상담가로 일하며 어르신들에게 복지 정보를 알리고 있다.(사진=종로노인종합복지관 제공)
▲김효숙 씨는 가치동행일자리로 시니어지역상담가로 일하며 어르신들에게 복지 정보를 알리고 있다.(사진=종로노인종합복지관 제공)

찾아가는 복지 상담가

시니어지역상담가는 경로당이나 거점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계층에게 복지 정보를 제공하고, 소외된 계층을 발굴하는 일도 한다. 어르신들의 생활 상담도 해드리고,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듣는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지역상담사가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월간 복지 정보 안내지를 제작하고 있다. 김효숙 씨는 ‘우리동네 정보꾸러미’라고 불리는 안내지를 들고 다니며 어르신들에게 맞춤형 복지 정보를 안내하고 있다.

“더러 한글을 모르는 분도 있고, 눈이 안 좋아 읽지 못하는 분도 있기 때문에 읽어드리기도 해요. 먹는 약, 거주 형태, 생활비 여부, 기초연금 수급 여부 등을 파악하죠. 어르신들도 처음 볼 때는 자신의 이야기를 다 하지 않아요. 여러 번 뵙고 안부를 묻다 보면 하나씩 이야기를 꺼내죠.”

종로노인종합복지관은 복지관까지 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복지 돋보기 서포터즈’라는 봉사활동으로 시니어지역상담가를 자체적으로 양성하고 있다. 복지관 회원 중 60~80대 어르신들이 복지 꾸러미를 설명하러 다닌다. 김효숙 씨는 서포터즈의 멘토 역할도 하고 있다.

물론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이기에 첫해에는 김효숙 씨도 많이 헤맸다. 복지 실무에서 사용하는 용어조차 낯설었기 때문이다. 가치동행일자리로 시니어지역상담가를 먼저 시작한 동료를 보고 많이 배웠단다. 함께 일하는 김민선 사회복지사에게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처음에는 ‘오지 말라’는 경로당 어르신의 냉대에 ‘그만둬야 할까’ 고민도 했다고.

김민선 사회복지사는 “낯선 사람에게 경계심을 가지기 때문에 경로당 어르신들이 늘 환대해주시는 건 아니다. 생각 이상으로 스트레스도 있고, 감정 노동이 큰 일이다. 그럼에도 단 한 명이라도 몰랐던 복지 정보를 알게 된다면 변화가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활동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김효숙 참여자는 굉장히 책임감이 강하다. 이 활동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잘 이해하고 계신다”며 김효숙 씨가 정성을 다해 활동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김효숙 씨.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일하는 김효숙 씨.

어르신 외로움 돌보는 일

고비가 있었지만 김효숙 씨가 지역상담사 일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 역시 ‘보람되기 때문’이다. 가장 보람될 때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을 찾아 도움받을 수 있도록 연계할 때다. 복지 정책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우리동네 정보꾸러미’를 토대로 1:1 상담을 하며 적용될 수 있는 정책이 있는지 살핀다.

“생수병 20개를 모아서 주민센터에 반납하면 종량제 봉투 10ℓ 한 장을 주는데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모르시는 분이 많아요. 한 명이라도 더 이 제도를 알고 이용할 수 있다면 이 또한 보람이죠. 또 제도권 밖에 있는 소외 어르신들도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는데요. 그럴 때 무척 보람을 느껴요.”

어르신들이 ‘정말 외로웠구나’ 느낄 때는 더욱 사명감을 느낀다. 지역 소외 어르신들의 외로움을 알기에 더 정성을 쏟을 수밖에 없다.

“전화하면 어르신들이 ‘너무 고맙다’고 하세요. 우시는 분도 있고요. 내 안부를 물어주는 게 고마운 거죠. 그만큼 어르신들이 외로운 거예요. 저도 이 일을 시작하고 제 노년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게 됐어요. 나의 미래는 어떨까 하고요.”

▲가치동행일자리 시니어지역상담가 김효숙 씨.
▲가치동행일자리 시니어지역상담가 김효숙 씨.

보람으로 찾은 제2의 인생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현장에서 종종 발생하는 어려움이 나이에 따른 갈등이다. 아무래도 지원자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자녀뻘인 실무 담당자와 의견 차이로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김효숙 씨가 일하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갈등 없이 서로 도우며 일하는 분위기다.

“면접 볼 때 나이 관련 질문이 있었어요. ‘아, 현장에서 이 부분이 애로사항이구나’ 싶었죠. 그런데 조직생활이고 사회생활이잖아요. 나이가 필요 없어요. 직위가 우선이죠. 조직은 적응해야 하는 곳이에요. 서로 의견이 안 맞는 부분은 조율하고 배려하면 돼요.”

김효숙 씨는 은퇴 후 일자리로 가치동행일자리가 적합하다고 했다. 은퇴 후에는 일도 필요하지만 개인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아픈 곳이 있어 병원 다닐 일도 늘어난다. 전일제 근무가 아니면서, 용돈도 벌고 시간도 자유롭다는 것이 장점이란다.

“우리의 경험과 지혜가 큰 자산이잖아요. 조직생활을 하지 않았어도 인생의 경험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그 축적된 자산으로 가치동행일자리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하면 제2의 인생을 활기차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효숙 씨가 일하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전경.(사진=종로노인종합복지관 제공)
▲김효숙 씨가 일하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 전경.(사진=종로노인종합복지관 제공)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가치동행일자리를 통해 ‘일로 찾는 내 삶 가치’ 캠페인을 펼칩니다. ‘2024 가치동행일자리’ 우수사례를 지면을 통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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