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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트 코로나 시대, 50+의 역할과 방향
- 2020년 정부는 대규모 투자 및 일자리 창출을 핵심으로 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회복을 위해 마련된 국가 프로젝트로, 크게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고용안전망 강화’로 나뉘어 주요 과제들이 추진된다. 아울러 기획재정부는 2021년 중장년 일자리 지원과 관련해 3602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지난해 대비 38.8% 증가). 이에 따라 지난 연말에는 ‘대전환 시대를 건너다’를 주제로 ‘50+일자리 특별포럼’(주최 서울특별시, 주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열렸다. 세 섹션으로 나눠 열린 이날 포럼의 내용을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중장년의 일자리 전망과 대응책 등을 3파트로 나눠 짚어봤다. PART 1 포스트 코로나 시대, 50+의 역할과 방향 ‘50+일자리 특별포럼’의 첫 번째 세션에서는 ‘대전환 시대, 한국사회 50+세대 역할과 방향’을 주제로 김영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와 최배근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대담이 이뤄졌다. 두 사람은 “한국판 뉴딜 정책 시행에 따라 청년층과 노년층을 잇는 50+세대의 가교역할이 절실해질 것”이라며 입을 모았다. 한국판 뉴딜, 50+가 선봉에 서야 김영대 대표는 “현재 5060세대는 산업화와 정보화 시대를 거치며 변화에 빠른 적응력을 보여왔다. 최근 4차산업 시대에 ‘디지털 뉴딜’이나 ‘그린 뉴딜’ 정책에 관여할 수 있는 역량도 충분하다. 즉 사회적 짐이 되느냐, 기여자가 되느냐는 그들의 손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린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신재생에너지 확산기반 구축이 이뤄질 계획이다. 특히 태양광 분야의 경우 주민참여형 이익공유사업이 도입된다. 사업의 안정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면, 중장년 자산가 중에서 사업에 관심을 두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도 50+세대의 참여를 유도하고 지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배근 교수 역시 “1980~90년대 산업계의 지각변동을 겪었던 청년들이 지금의 50+세대다. 이제는 그들의 자녀가 청년기에 진입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가 소프트웨어 역할을 하고, 전문성과 노하우를 갖춘 50+세대가 하드웨어 역할을 하는 등 두 세대의 연대와 융합이 주요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더불어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는 세대를 살펴보면 30대 중반 이하의 청년층과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주를 이룬다. 즉 퇴직연령은 갈수록 낮춰지는 상황에서 40대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로 타격을 입고 있다. 이들 세대를 가장 잘 이해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 건 역시 50+세대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시작 단계에 현재의 50+세대가 선봉에 서서 토대를 잘 마련해야만 다가올 50+세대(현재의 40대)가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며 후배 세대를 위해 새로운 변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임할 것을 당부했다. 확대와 지원 속 구심점 필요해 한국판 뉴딜정책 ‘고용안전망 강화’의 과제로 ‘청년·신중년의 고용시장 진입·전환 촉진’이 있다. 특히 신중년의 새 일자리로의 전환 지원을 위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내실화하고, 디지털·그린 관련 직무로의 진입을 촉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신중년 적합직무 고용장려금(월 최대 80만 원×12개월) 지원 대상에서 디지털·그린 관련 직무와 인원이 확대된다. 더불어 디지털·그린 뉴딜 등 경제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력 향상을 위해 중장년을 대상으로 폴리텍 등 공공 훈련기관을 활용해 디지털 융합 훈련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서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앙코르전직지원 프로그램’, ‘서울50+뉴딜인턴십’, ‘신중년 도시재생 창업지원 프로젝트-점프업 5060’ 등 50+를 위한 다양한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서울50+뉴딜인턴십’의 경우 지난해 신기술, 스마트시티 플랫폼을 활용해 도시문제(환경, 에너지, 디지털 소외 등)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 전문인력’을 지원한 바 있다. 이를 비롯한 도시재생이나 그린스마트 분야의 일자리도 한국판 뉴딜 정책에 기반해 확대·개선될 전망이다. 김 대표는 “2017년 정부에서 ‘신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서울시50플러스재단을 시작으로 전국 지자체에서 50+ 관련 다양한 조례가 만들어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세계보건기구(WHO) 등 해외에서도 집중하는 혁신 사례로 손꼽힌다. 물론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전국 지자체만 50여 곳인데, 기관마다 지원하는 연령대도 다르고, 기준도 다르다. 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획일화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판 뉴딜 역시 이러한 점에 착안해 50+ 관련 과제들을 진행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저출산·고령화 해결 위한 모두의 ‘쉼표’ 지난 12월 정부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가능 사회’를 구현한다는 비전하에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 조성’, ‘건강하고 능동적인 고령사회 구축’ 등을 추진 전략으로 내세웠다. 앞서 김 대표와 최 교수가 제시한 ‘세대 간 융합’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서도 ‘모든 세대가 함께’라는 취지하에 일맥상통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두 사람은 “새로운 시대로의 도약을 위한 쉼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젊은 세대 중에는 결혼이나 출산을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이가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개인보다도 사회적 책임이 크다. 사회 혁신을 하려면 청년들이 상상력을 발휘해 좋은 아이디어를 쏟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 50+세대의 경험이 요구된다”며 “현대인은 아이디어를 내고 경험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하다. 경쟁사회 속 여유와 공백을 갖는 건 자칫 무모하게 여겨진다. 결국 이를 해결하려면 소득과 일자리 보존이 가능해야 하고, 정부와 기업이 나서야 한다. 가령 퇴직 전 50대에게도 1년 정도 안식년을 갖게 하고,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분담해 월급의 80% 정도를 보장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추진 과제인 ‘사람 투자’처럼, 낭비가 아닌 투자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이러한 쉼을 통해 중장년은 경력을 재정비하고 성찰함으로써 자신의 역량을 강화해 새로운 일자리로의 도약을 안정적으로 이뤄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 역시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며 “개인을 위해 경쟁하던 사회를 지나 이제는 다른 세대와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더불어 생각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과거 바삐 살아온 50+세대가 이제는 더디 살아가며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인생을 꿈꿨으면 한다”며 “그 어렵던 시절 대한민국을 일으킨 분들이다. 마찬가지로 포스트 코로나, 고령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으로 2021년은 함께 배우고, 일하며 상상력을 펼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50+세대를 격려했다.
- 2021-01-0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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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노년기, 삐걱대는 관계를 정비하다
- 일본의 에세이스트 이노우에 가즈코는 자신의 저서에서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50대부터 덧셈과 뺄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지나간 관계에 대한 집착은 빼고, 비운 공간을 필요한 것들로 채워나갈 때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잘 빼고, 잘 더할 수 있을까?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브라보 독자를 위해 인생에 필요한 여러 정리법을 3회에 걸쳐 안내한다. 이번 호에서는 노년기 인간관계 재정비 노하우를 알아본다. 어긋나는 관계가 우울증을 부른다 은퇴 후 노년기는 활동 반경이 직장에서 가정으로 전환되어 인간관계가 줄어들고, 사회 참여도가 낮아지는 시기다. 또 배우자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자녀가 결혼해 출가하는 등 가족관계의 지형이 급변하는 때이기도 하다. 미국의 상담심리학자 세라 요게브는 저서 ‘행복한 은퇴’에서 이런 노년기 관계의 변화를 준비 없이 맞이할 경우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웩슬러 역시 저서 ‘관계의 심리학‘에서 중년 이후 최악의 인간관계를 맞이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 ‘중·고령층 근로활동이 인지기능 및 정신건강에 미치는 효과’에 따르면, 은퇴자는 일하는 중·고령층에 비해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제한된 사회활동과 대인관계의 축소가 우울함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일이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통로로서 큰 역할을 하는데, 은퇴 후에는 이 연결망이 단절되어 자아정체감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공적 관계망의 축소뿐 아니라 은퇴 후 사적 관계망 속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갈등도 은퇴 후 삶의 질을 낮추고 외로움을 증폭시킨다. 특히 살아온 세월 속 쌓인 갈등이 폭발하면서 관계가 망가질 때가 많다. 배우자 및 자녀와의 갈등이나 오래 알고 지낸 친구와의 불협화음 등이 이 경우에 해당한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가 2016년 발표한 ‘4대 관계망을 통해 본 은퇴 후 인간관계의 특징’에 따르면, 배우자와 함께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다’고 대답한 은퇴자가 ‘늘리고 싶다’고 한 은퇴자보다 6배나 많았다. 이 같은 문제들을 비추어볼 때, 은퇴 후에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려면 삐걱대는 관계를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 또는 가까운 지인 간 어긋난 부분을 개선하고, 줄어든 인맥을 새롭게 채워나가야 사람 냄새 풍기는 노후생활을 즐길 수 있다. 배우자의 시간과 취향을 존중하라 시니어가 은퇴 후 인간관계 속에서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은 배우자와의 불화다. 부부 갈등은 시기별로 언제나 존재하지만, 은퇴 후에는 얼굴을 맞대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더 잦은 다툼이 일어난다. 또 부부관계를 지탱해주던 자녀가 결혼이나 취업 등의 이유로 독립할 경우 별것 아닌 일로도 큰 싸움을 하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를 겪었던 올해처럼 외출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생기면 부부간 마찰을 빚을 확률이 높다. 평화로운 부부관계를 위해서는 ‘따로 또 같이’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함께 보내는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을 균형 있게 배분하고, 각자의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부 여행을 갈 때 자신의 여행 스타일을 고집하는 대신 반나절 정도만 함께하고, 나머지 시간을 각자 원하는 곳에서 보낸다면 다투지 않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부부간의 대화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의견 차가 생기더라도 생활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상의하고 조율해야 한다. 대화를 나누는 중 언쟁이 벌어질 때는 ‘싸움 규칙’을 세우는 것이 좋다. ‘집 나가지 말기’, ‘문제가 되는 것만 얘기하기’, ‘이혼 들먹거리지 말기’ 등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행동을 금지하고, ‘먼저 사과하기’, ‘화가 풀리지 않았더라도 손 잡아주기’ 등을 규칙으로 정하면 잦은 싸움을 줄일 수 있다. 스포츠부터 종교, 봉사, 명상, 요리, 예술 등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는 것도 서먹한 관계를 개선하는 방법 중 하나다. 취미활동을 같이 하다 보면 자연스레 화젯거리는 늘고, 즐거움은 배가 된다. 이때 자신의 취미를 배우자에게 강요하지 말아야 하며, 배우자의 취향에 관심을 보이면서 함께 배워보려는 포용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배우자를 향한 비현실적인 기대는 줄이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는 자식 간의 관계에도 마찬가지다. 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 소장은 “가족은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이자 출발점”이라며 “배우자가 자신을 위해 희생해주길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비우고, 서로의 노고에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력적인 벗이 되어라 가족을 제외하면, 은퇴한 시니어의 인간관계는 학창 시절 동창 등 친밀한 관계 위주로 재편된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이라고 모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를 쓴 한혜경 전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는 “핸드폰 속 전화번호부에 수백 명의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만, 정작 마음속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없는 은퇴자를 많이 만나봤다”며 “인맥의 많고 적음보다는 마음 맞는 관계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매일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세 명만 있어도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봐도 양보다는 질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말끝마다 불평불만을 쏟아낸다거나 걸핏하면 화를 내는 등 만났을 때 기분 좋은 에너지보다 불편함을 주는 사람은 알고 지낸 세월에 관계없이 자연스레 꺼려지게 마련이다. ‘앵그리 올드’(Angry old, 성난 노인)가 판치는 세상에 ‘앵그리 프렌드’와 가깝게 지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을 자주 만나고 싶은지, 또는 만나고 싶지 않은지 생각해보면서 자신 역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관계를 형성해나가야 한다. 매력적인 친구가 되려면, 힘든 일이 있을 때 위로하고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태도 도 중요하다. 가령 독서모임에 가입하자고 제안하는 친구에게 “이 나이에 눈도 피곤한데 무슨 책을 읽느냐”며 재를 뿌리는 대신, “용기가 부럽다”고 힘을 북돋워주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들수록 면전에 대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에 애정 어린 관심으로 지적을 해주는 사람도 필요하다. 결국 잘못된 생각이나 행동은 바로잡아주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든든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좋은 벗이라 할 수 있다. 새로운 만남으로 삶을 물들여라 하지만 같이 있으면 편하다는 이유로 친구관계에 ‘올인’해서도 안 된다. 가장 최근 자신의 모습을 잘 알고 이해하는 사람들은 은퇴 직전까지 함께한 공적 관계망의 사람들이다. 이들과는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친구와는 또 다른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뜻밖의 만남에서도 소중한 인연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관계맺음에 도전해보는 것도 유의미하다. 예컨대 영화나 악기, 특정 스포츠 등 관심사나 흥미를 공유하는 모임에 가입해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나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나이나 조건에 따라 관계를 구분 짓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유연한 시각과 공감 능력을 갖추고, 나이 차이가 나도 절친이 될 수 있다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젊은 세대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신선한 자극도 받고, 배울 건 받아들이다 보면 삶은 더욱 풍성해진다. 과거에는 평균수명이 60~70세였다. 이 시절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 오늘날은 자녀와의 관계만큼이나 부부, 친구, 사회적 관계가 중요해졌다. 노후에는 특히 열정을 나눌 관계에 투자하고,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은퇴 후에도 다양한 사람과 교류하며 인생을 풍부하게 채워나갈 수 있다. 도움말 강학중 가족경영연구소 소장, 한혜경 전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 2020-12-21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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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만나면, 학교가자 할머니!" 90대 치매 조모 지킨 20대 손녀
- 1920년대 태어난 90대 할머니와 2020년을 사는 20대 손녀.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다다서재)는 치매 할머니의 삶의 마지막 과정을 기록한 동시에, 한 세기를 용감하게 살아낸 한 여자의 인생을 그린다. 할머니의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 시대 여성의 역사를 더듬고 자신의 삶을 다듬어간 저자 윤이재(27)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할머니의 이야기를 소재로 글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취업준비생이 되어 집에 갔을 때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 상태셨어요. 그 전까지는 가족, 조부모에게 특별히 관심 있지는 않았죠. 할머니가 몇 년생인지도 몰랐으니까요. 그랬던 제가 할머니와 종일 있으면서 이런저런 ‘말’을 들었는데 전처럼 흘려듣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내 할머니가 아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산업화시대를 거쳐 현재를 사는 한 명의 사람, 국민, 여성으로 보이더군요. 저는 할머니가 살던 시대를 교과서에서 배웠고, 그 내용을 달달 암기해 수능을 봤어요.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할머니의 입으로 들으니 새삼 충격적이었죠. 역사 속 위인은 아니지만 그 시절을 살아낸 범인(凡人)이 바로 내 할머니구나. 근데 그런 이야기가 할머니의 기억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Q. ‘아흔 살 슈퍼우먼을 지키는 중입니다’ 스스로에게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요? 1920년도에 태어난 할머니와 1990년도에 태어난 제가 겪은 일을 엮은 책이죠.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사실 제 이야기이기도 해요. 할머니가 살던 세상과 제가 사는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그 전에는 소위 ‘세대차이’라는 어른들의 생각 차이를 터부시하고 넘어갔었어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책을 쓰면서, 가족과 더 많이 대화하면서 그 시대를, 할머니와 부모님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특히 할머니, 엄마라는 역할이 아닌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 여성으로 보게 됐죠. 동시에 그 분들이 살아온 사회 구조와 편견, 차별이 어떻게 개인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비로소 알게 됐어요. 그것이 다른 형태로 대물림 되고 반복된다는 사실도요.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것을 고민할지 성찰할 기회이기도 했죠. 책을 쓰던 중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완성하는 게 감정적으로 힘들었지만 다 쓰고 나니 20대 중반에 꼭 해야 할 일을 해낸 느낌이에요. 이런 시절이 주어졌다는 게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Q. 할머니와 함께한 2년 동안 틈틈이 글감을 마련해온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로 글을 남기기 시작했나요? 할머니와 대화하면서 영상을 많이 촬영했어요. 혹여나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그리울까봐, 움직이고 말씀하시는 할머니를 기록하고 싶었어요. 나중에 볼까 싶어서... 그러다가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소스를 모았죠. 동시에 하나의 주제가 될 만한 것들은 글로 남기고 있었고요. 그러다가 영상보다 글로 남기는 게 빠르겠다 싶어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모아놓은 글감에 영상으로 찍어둔 할머니와의 대화로 살을 붙여 글을 작성했어요. 그렇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가 다다서재에서 출간 제안을 해와 책으로 나오게 됐습니다. Q. 할머니께서는 글을 못 배우신 것이 한이셨죠. 손주가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면 굉장히 뿌듯해하실 것 같은데요. 할머니께서 책이 나온 걸 아셨다면 뭐라 말씀하셨을까요? 사실 저도 궁금하기는 해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할머니는 가끔 제 생각과 다른 말씀을 많이 하셔서 감히 예상해 보기도 어렵네요. 그래도 생각해 보면... 제가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은 이정도 인 것 같습니다. “나? 내 얘기를 글로 썼다고? 그런 걸 누가 궁금해 한다고 글로 쓰냐? 그때는 다 그랬다!” “우리 애기가 책을 썼어? 대견하다 대견해!” Q. 제목에서도 그러하듯, 할머니를 ‘슈퍼우먼’이라 비유했습니다. 내 가족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본 할머니는 어떤 분인가요? 참 ‘사람’다운 분이셨어요. 할머니는 글도 배우지 못하고 학교에 다니지 못했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명하게 알고 행동하셨다고 해요. 할머니는 도덕성, 이타심, 배려심, 인간으로서의 도리 같은 것들을 평생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치셨어요. 지금 우리는 할머니보다 더 나은 교육을 받고, 지식수준은 더 높을지언정 정작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가치는 많이 잊고 사는 것 같아요. 어리고 철없을 때는 많이 배우지 않아서, 부유하지 않아서,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조부모님이 조금은 부끄럽고 원망스럽기도 했는데요. 돌아보니 사실은 더 중요한 것들을 제게 남겨주신 것 같아요. 할머니에게는 언어가 없었지만 언어보다 더 강력하고 의미 있는 행동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존경스럽습니다. Q. 슈퍼우먼이었던 할머니께서 무기력해지신 모습을 보고 ‘마음의 은퇴보다 몸의 은퇴가 먼저 찾아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할머니를 곁에서 보는 심정은 어땠나요? 많이 안타까웠어요.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서 죄송스럽기도 했고요. 마음의 은퇴를 하고 싶어도 하실 수 없는 세상에서 사신 것 같아서 너무 속상했어요. 여러모로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Q. 책에서 할머니를 위한 취미를 찾던 중 ‘소소한 현재의 습관과 취미가 훗날 노인이 된 나를 살아가게 할지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그런 깨달음을 통해 바뀐 일상이 있다면요? 취미 자체보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 할 수 있는 취미도 할머니의 농사처럼 나이 듦에 따라 할 수 없을 수도 있고요. 앞으로 세상에 또 얼마나 재미있는 것들이 쏟아져 나올까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태도, 나이 들어도 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건강한 신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은 건강한 20대의 몸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열심히 즐기고 있어요. 동시에 새로운 취미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후보로는 주짓수, 드럼, 베이스기타 배우기가 있어요. 하고 싶은 취미와 그걸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알기에 하나씩 해볼 예정입니다. Q. 할머니가 건강하실 때 이야기를 많이 못한 것이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할머니와 다시 시간을 보낸다면 무얼 가장 하고 싶나요? 먼저 “학교가자 할머니!”일 것 같아요. 할머니가 기억을 잊어가면서도 습관처럼 말씀하시던 게 글을 배우지 못해 원통하다였거든요. 그 한을 꼭 풀어드리고 싶어요. 두 번째는 ‘글도 모르는 시골 노인네’가 아닌 할머니 스스로 인생에 자긍심을 가지도록 존경심을 표현하고 싶고요. 세 번째 할머니의 욕망을 찾아드리겠어요. 할머니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할머니의 취향을 더 견고하게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누군가의 어머니로서의 욕망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욕심 부리고 성취할 수 있게 도와드렸음 해요. 마지막으로는 할머니의 죄책감을 덜어드리고 싶어요.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미안해 하셨는데 함께하며 저는 얻은 게 정말 많거든요.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이건 제 욕심인데, 할머니가 직접 말한 언어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박막례 할머니처럼 유튜브를 할 수도 있고요. 책이 될 수도 있고요. 다큐멘터리가 될 수도 있고요. 할머니의 고유한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더 섬세하게 꺼내고 다듬어젊은 사람들의 시선에 맞춘 의미 있는 콘텐츠로 만들고 싶어요. 이제 할 수는 없지만요. Q. ‘효녀’라는 말이 칭찬이지만, 때론 그것이 의무감으로 다가와 부담을 느끼기도 했죠. 다른 가족도 있었는데, 유독 자신이 할머니께 마음 쓸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상황이었죠.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을 때 아주 우연히도 함께 살았던 손녀딸이 직업이 없었던 것이죠. 제가 특별히 착하거나 할머니와의 애정도가 다른 형제보다 더 커서라고 보긴 어려워요. 다른 형제들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저처럼 했을 거예요. 제 또래들은 조부모님과 사는 친구들이 거의 없거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애착관계가 형성되어 그런지 거부감은 없었어요. 사실 별 생각이 없었어요. 항상 할머니와 살았고, 집에 늘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런 할머니가 조금 아프셨던 거죠. 다만 조금 용감하긴 했어요. 처음에는 치매 노인이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떻게 사람이 늙고 죽어 가는지 몰랐기에 용감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정말 밥만 차려드리면 되는 줄 알았어요. Q. 그렇게 간접적으로나마 노인의 삶을 가까이 하며 힘든 점도 있지만, 어떤 인생의 깨달음도 얻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땠나요? 감히 인생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기에는 부끄럽고요. 할머니와 함께 하면서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기는 했어요. 알고는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우리에게는 모두 끝이 있다”라는 사실을 절절하게 느꼈던 것 같아요. 삶의 활력이 가장 충만한 시기에 끝을 생각하면서 지금 제게 주어진 일상과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았어요. 지금의 삶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충실하자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요. 어떤 결정을 할 때 효율이나 성공 가능성 보다는 ‘후회를 덜 할 것 같은’ 것을 기준으로 선택해요. 그러면서 스스로에 대한 고민도 많아졌고요. 조금 진부하지만 일상에 감사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Q. 할머니를 지켜드리느라 정작 자신을 돌보지 못했다는 생각도 들었을 텐데요. 자신을 지키고 돌보기 위해 어떤 방법을 택했나요? 그 당시에는 엄마도 저도 방법을 찾지 못했고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쳤어요. 그래도 요양보호사 선생님이 오시면서 많이 나아지기는 했는데, 길게 계셔도 4-5시간이거든요. 그 외 시간은 가족의 손길이 필요했죠. 다행이었던 것은 할머니가 자식이 많고 가까이 산다는 거죠. 고모들도 종종 오셔서 돌봄을 나누셨어요. 이런 측면에서는 우리 가족은 특이한 케이스였어요. 동시에 대가족이 아닌 지금의 가족형태에서 돌봄노동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떤 방식이 될 지 상상이 안 돼서 두려워요. 치매는 정말 누구나 걸릴 수 있지만, 가정에서 개인들이 오로지 감당할 수 있는 병이 아니니까요. 만약 경제활동을 하는 구성원밖에 없으면 요양시설에 가거나, 누군가가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전담하는 상황이겠죠. 국가 차원에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없는 건 아니지만 더 섬세하게 고민하고 보완해야겠다 싶어요. Q. 할머니의 죽음을 바라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 달라지고 성장한 부분이 있다면요? 조금 단적으로 말하면 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지’를 너무나 생생하게 지켜봤어요. 근육이 사라지고 쪼글해진 살이 뼈에 간신히 붙어 있고, 사람을 기억하지 못하고, 걷지 못하고, 말을 못하고, 누워만 있는 말 그대로 육체적인 노화의 과정이요. 그 과정을 지켜보고 할머니의 장례식까지 치르면서 상상하는 것조차 두려워 외면하고 살았던 부모님의 죽음과 저의 죽음을 상상했어요. 그 상상이 너무나 뻔하고 진부하더라고요. 우리 사회가 ‘죽음’을 말하는 것을 얼마나 터부시 하는지, 그 방식에 대해 다양성이 얼마나 허용되지 않는지 새삼 느꼈어요. 죽음을 고민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했을 때의 과정이 우리가 정말 원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을 때 단언컨대 저는 “No”거든요. 그런 부분에서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직 명쾌한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고민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아쉽지만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을 지키지는 못하셨습니다. 인터뷰로나마 할머니께 마지막 인사를 전한다면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요? “할머니 정말 고맙고 사랑해.” Q. 끝으로, 치매 가족을 둔 분들, 또는 자신처럼 치매 조부모를 둔 또래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할머니를 돌보며 가장 많이 들었던 위로가 “언젠가 복 받을 거야”라는 말이었는데요. 그 말만큼 공허하고 듣기 싫은 말이 없더라고요. 물론 말의 선한 의도는 알지만 사실 환자를 돌보는 입장에서는 눈앞에 환자가 있고, 무언가 기대를 하면서 돌봄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가족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눈앞에 환자에게 충실한 거였거든요. 딱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잃지 않도록 지켜드리는 것뿐이었어요. 각자의 사정과 환경이 있는데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있을까 싶은데요. 그저 정말 수고가 많고 고생이 많으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우리 가족도 그랬지만 모두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고 계시는 것일 테니까요. 그리고 어떤 마음으로 기억을 잊어가는 가족을 보는지 치매 환자를 돌본 경험이 있는 가족으로서 이해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2020-11-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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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8세 인플루언서 부부 “SNS에 손주 사랑 담았죠”
- 은은한 파스텔톤 색채에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화풍, 일상적이고 정다운 소재. 고등학교 교사 출신 이찬재(78) 씨가 그린 그림이다. 아내인 안경자(78) 씨는 그림에 얽힌 이야기를 손주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써 내려간다.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은 함께 운영하는 인스타그램(@drawings_for_my_grandchildren) 계정에 공개된다. 계정의 의미처럼 브라질에서 함께 살던 손주가 한국으로 떠나면서 보고픈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일이다. 작은 취미생활이 일상을 송두리째 뒤바꾼 건 3년만이다. 부부만의 감성이 돋보이는 인스타그램은 영국 BBC와 가디언지, 미국 NBC 등에 소개되며 입소문을 탔고, 어느덧 4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계정으로 거듭났다. 지난해 5월에는 ‘인터넷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웨비 어워드에서 상까지 탔다. 두 사람에게 SNS는 어떤 의미일까? SNS를 시작하고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이찬재·안경자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안경자(이하 안) 브라질에 있을 때 딸네랑 이웃에 살면서 손주와 줄곧 가까이 지냈어요. 남편이 5년 동안 매일 학교를 데려다줬죠. 그러다 딸네가 갑자기 한국으로 돌아가게 됐어요. 늘 같이 생활하던 손주가 떠났으니 일상의 한 부분이 잘려 나간 거잖아요. 그러니까 뉴욕에 사는 아들이 아버지가 건강을 잃지는 않을지, 멍하니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진 않을지 걱정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버지한테 취미로 그림을 권한 거예요. 이찬재(이하 이) 원래는 그림과 연관된 삶을 살지 않았어요. 이민 가기 전까진 아내와 저 모두 고등학교 교사였죠. 그런데 아들이 6살 때 제가 준 그림엽서를 기억하면서 아빠가 그림을 잘 그리니까 취미로 한 번 그려보라 하더라고요. 그 당시 가르치는 학생들 데리고 대성리에 갔다가 주변 건물이나 풍경 같은 걸 그려서 준 적이 있거든요. 그러면서 인스타그램이라는 걸 알려주는 거예요. 그곳에 그림을 올려보라면서요. Q. 주로 어떤 그림을 그리시나요? 이 처음에는 아무거나 그렸어요. 아들에게 뭘 그려야 하냐 물었더니, 어떤 것도 상관없다고, 뭐든지 그리면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무작정 스케치북을 가지고 나가 공원에 있는 조각이라든지, 공연하는 광대, 경찰관이 타고 가는 말 이런 것들을 그렸어요. 그러다 둘째 손자가 태어났죠. 몇 달 뒤 손자를 보러 뉴욕에 갔어요. 거기서 아기를 품에 안고 아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손자들에게 줄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죠. 그때 지금의 계정 이름이 탄생한 거예요. 그때부터 손주들이 좋아할 만한 유익한 소재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애들은 자라면서 좋아하는 게 달라지잖아요. 공룡을 좋아하면 공룡을, 파워레인저를 좋아하면 파워레인저를 그리는 식이죠. 때로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해주듯 저희 젊은 시절을 회상하며 그리기도 하고, 한글날, 3.1절과 같은 중요한 날엔 어떤 날인지 그림으로 알려주기도 해요. 요즘은 모든 사람이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환경에 대한 얘기도 많이 하죠. Q. 3개 국어로 글을 써야겠단 생각은 어떻게 하신 건가요? 안 저는 전문직은 아니어도 글과 늘 관계 깊은 생활을 했어요. 고등학교 시절부터 문예반에서 활동했죠. 이민 가서는 한인회보도 만들고, 이민 생활을 하며 느낀 감정을 수필 형식으로 써서 간간히 발표도 했어요. 또 국제학교 한국 문학 교사였으니까 소설이나 수필, 시 등을 자주 접했죠. 그러다 남편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기왕이면 그림에 대한 설명을 붙여주면 좋잖아요. 그림이 탄생한 사연을 쓰면 좋겠다 싶었죠. 또 저희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는 대부분의 팔로워가 미국인이나 유럽인들이었거든요. 그래서 전 세계 모든 팔로워가 그림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제가 쓴 글을 아들이 영어로, 브라질에서 대학을 나온 딸이 포르투갈어로 번역하게 역할을 나눴어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들이 그림을 보고 보다 더 잘 이해하고 감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죠. Q. 지금은 SNS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계시지만 처음에는 꽤 생소하셨을 것 같은데요.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이 그땐 인스타그램이 뭔지도 몰랐어요. 무엇보다 휴대폰으로 뭘 한다는 게 익숙하지도 않고 싫었죠. 나이 든 사람들은 누가 알려줘도 한 시간이 지나거나 하루가 지나면 잊어버리고 버벅대거든요. 그런 거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하도 아들이 간곡하게 권하고, 옆에 앉혀놓고 반복하면서 가르치니까 그 정성에 감복을 했죠.(웃음) 안 처음엔 실수도 많이 했어요. 해본 적이 없으니 사진이 어둡게 나오거나 이상하게 찍혀서 제대로 된 게시물을 못 올렸죠. 그런데 아들이 탓하지를 않더라고요. 오히려 꾸준히 해보라고 했지, 이건 왜 이렇게 시커멓냐 타박하질 않았어요. 그러니까 좀 쉬워지더라고요. 나이 든 사람들은 문명의 이기를 잘 못 받아들이는데,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젊은 세대들이 두렵지 않다고 가르쳐줘야 하는 것 같아요. Q.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 사이 인기인 ‘틱톡’도 활용 하신다고 들었어요. 인스타그램과 다른 점이 있던가요? 안 인스타그램은 아들이 알려줬는데, 틱톡은 우리 딸이랑 손주가 권했어요. 팬데믹 시대에 답답한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활력을 주고 싶었나봐요. 인스타그램은 사진 위주다 보니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분위기라면 틱톡은 동영상 플랫폼이라 보다 활동적이고 위트 넘치고 재치 있는 분위기거든요. 젊은이들의 마당이랄까? 손자들하고 춤추는 영상도 올릴 수 있죠. 틱톡도 손자들과 소통하는 여러 방법 중 하나에요. Q. SNS를 시작하신 뒤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요? 이 원래 성격이 무심한 편이에요. 그래서 매사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일상 속 남겨두고 싶은 부분을 사진 찍고, 그림으로 그리고, 사람들과 공유하다 보니 정서적으로 많이 풍요로워졌어요. 저희가 공원 근처에 사는데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자주 소풍을 와요. 그런 아이들을 보며 그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죠. 안 시각이 넓어지고 깊어졌어요. 그동안은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살았는데 인스타그램을 한 뒤부터는 글을 쓰기 위해 싹이 나고, 꽃이 피고, 낙엽이 지고, 눈 내리는 모습을 깊이 관찰하고 보게 되니까 자연스레 자연과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다큐멘터리 같은 것도 열심히 보게 됐고요. SNS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하릴없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만 봤겠죠. 고마운 존재예요. Q. 마지막으로 이루고 싶은 또 다른 꿈이 있다면요? 안 그냥 좋은 글을 쓰는 게 꿈이랄까요. 저는 지금 동화를 쓰고 있는데, 동화처럼 손주 또래가 읽을 만한 글을 앞으로도 계속 써나가고 싶어요. 이 젊었을 때 가수가 되려고 한 적이 있어요. 지금은 귀가 잘 안 들리다 보니 음을 잘 못 잡지만요. 손주들을 위해 글이나 그림 말고 노래를 녹음해서 남겨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잘 부르진 못해도 듣기에 괜찮은 곡을 녹음해 들려주는 거죠. 그 외에는 특별한 꿈 없이 지금 하고 있는 이 작업을 오랫동안 즐겁게 해나가고 싶어요.
- 2020-10-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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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 토론하는 꽃중년 공무원 "퇴직 후 작은 도서관 만들고파"
- 사십대 후반, 또래의 여성 직장 동료들에게 독서의 기쁨을 전하기 위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든 손문숙(51) 씨. 어느덧 4년째 모임을 통해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부터 퇴직 후 인생 계획까지 함께 나누고 있다. 퇴직 후에는 작은 도서관을 꾸려 회원들과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다는 그녀.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의 저자 손문숙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4년 째 직장의 여성 동료들과 독서 토론 모임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 모임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모임 소개도 함께 부탁드립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 학습 공동체에서 1년 동안 독서 토론을 공부했습니다. 독서 토론의 즐거움을 먼저 깨닫고 직장 동료들에게도 그런 기쁨을 나눠주고 싶어 ‘여리 독서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여리 독서 모임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사무관 이상으로 구성된 여성 관리자 네트워크에서 만든 동아리로 회원들은 여자이고 나이는 40대 후반 이상입니다. 1년 단위로 회원들을 모집하는데 매년 17명 정도 활동하고 있고 인천 북구도서관에 직장인 독서 동아리로 등록돼 있어 매월 1회 평일 퇴근 후 도서관에서 모임을 합니다. Q. 모임에서 주로 도서 선정은 어떻게 이뤄지나요? 토론 방식은요? 토론할 책을 같이 의논해서 정하기 때문에 문학, 철학, 사회, 역사, 예술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을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으면서 자신의 고정 관념을 깨우치고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되지요. 우리가 하는 토론은 찬반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토론하는 것이 아닌, 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비경쟁 방식입니다. 직장 동료들은 책 내용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정, 직장, 사회 문제 등 사적인 이야기까지 스스럼없이 풀어냅니다. 중년이 되어 느끼는 몸의 변화, 자녀에 대한 고민, 남편과 시댁과의 문제, 직장 이야기, 퇴직 후 인생계획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쏟아집니다. Q. 중년 이후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얻은 일상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요? 또 동료들에게는 어떤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나요? 저는 40대 후반에 시작한 독서 토론을 통해 나를 찾고 타자를 이해하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가정, 사회까지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지요. 그리고 인생 2막에 작가로 살고 싶다는 멋진 꿈을 가지고 제 인생에 첫 번째 단독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책을 잘 읽지 않는 회원들이 더 많았습니다. 독서 모임에 나오면서 1년 동안 같이 읽을 책 목록이 공지되면 시간 여유 있을 때 책을 미리 읽어둡니다. 매월 모임에 나올 때 한 번 더 읽고 토론 후에 블로그나 독서장에 기록을 남기면서 한 번 더 복기를 합니다. 그러면 한 책을 세 번 정도 읽는 셈이지요. 토론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듣다보면 이해가 안 되던 것들도 알게 되고 본인의 생각도 객관화할 수 있게 되죠. 독서 모임을 통해 강제로라도 한 달에 한 권씩은 책을 읽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게 되어 배우는 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혼자 읽을 때는 읽고 나서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는데 독서 토론을 하게 되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도 하고요. Q. 이번에 펴내신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에 담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요? 저와 독서 모임 회원들이 독서 토론을 통해 깨달은 자아와 인생에 대한 성찰과 긍정의 힘을 제 책을 읽는 독자들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으면 해서 이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카페에 커피 한 잔 마시러 가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독서 모임에 나가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함으로써 인생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제는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일이 소수의 고상해 보이는 취미 생활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일상 속에서 공기 마시듯 행하는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으면 하기 때문이죠. Q. 독자로 책을 접할 때와 이번처럼 저자가 되어 책을 접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독자로 책을 읽을 때보다 독서 에세이 작가로서 원저작을 읽을 때는 좀 더 꼼꼼하게 읽고 작가의 메시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과 관련된 나의 생각과 통찰을 글로 담아내야 해서 일반 산문을 쓸 때보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습니다. Q. 우리네 인생에서 ‘독서’(또는 책)가 주는 가장 큰 힘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요? 故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우리가 일생 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오래된 인식틀을 바꾸는 탈문맥입니다. 그래서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가 갇혀있는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는 뜻입니다.” 이렇듯 완고한 인식틀을 깨뜨리는 것이야말로 독서가 주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Q. 여성 중장년 독자들에게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루이제 린저의 ‘삶의 한가운데’입니다. 작중 니나를 통해 저자는 “모든 게 미정이야.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어”라는 말로 우리 안에 있는 자아들 중의 하나에 우리를 고정시키지 말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생을 살아감에 있어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거침없이 옳다고 생각한 대로 살아가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죠. 생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모험적으로 살아간 그녀의 삶의 방식은 전후 세대의 젊은이들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들도 동경하는 모습일 것입니다. Q. ‘내 인생의 책’이라는 타이틀로 한 권을 꼽는다면 어떤 책이 될까요? 그 이유는요? 인상 깊은 좋은 책들이 많지만 앞서 언급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꼽고 싶습니다. 20년 20일이라는 긴 수형 생활 속에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을 간직하고 있는 작가의 마음을 통해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으로 느껴졌기 때문이에요. 선생님은 실천하는 지식인이셨고 “삶에 대한 공부를 통해 우리가 변화와 창조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공부이다”라고 늘 강조하셨습니다. Q.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등 SNS 활동도 하고 계신데요. 주로 어떤 용도로 활용하고 계신가요? 동료들과 토론한 책 이야기를 주로 블로그와 브런치에 남깁니다. 처음에는 독서 토론을 한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기록을 남기려는 목적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독서 토론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글로 정리해서 나중에 책으로 만들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아 두고 있습니다. Q. 현재 교육행정공무원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장차 퇴직 후에 작가가 되어 책을 쓰고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하겠다는 꿈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저는 퇴직 후에 집필실을 겸해 여자들의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의 독서 모임 회원들과 퇴직 후에도 우리들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멋진 할머니로 늙어가고 싶어서입니다. 퇴직이 8년 반 정도 남았는데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미래를 상상하며 차근차근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작은 도서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으고 꾸준히 책을 쓰고 있고, 뜻을 같이 하는 동료는 사십 초반에 사서가 되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상상하는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는 중입니다.
- 2020-09-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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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금융 소외? 은행이 쉬워진다
-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인구 구조가 고령화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시니어 고객 확보를 위한 서비스 강화에 나서 관심이 집중된다. 3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은 최근 시니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고령층의 눈높이에 맞춘 비대면 방식의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확대하고 있다. 은행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오른 ‘오팔 세대’의 등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958년 전후에 출생해 오팔(Old People with Active Life) 세대라 불리는 이들은 전쟁과 혹독한 불경기가 지난 뒤 태어나 사회적·경제적 성장을 이끈 베이비붐 세대가 주축을 이룬다. 경제력을 갖춘 이들은 은행의 주요 고객으로 꼽힌다. 또한 은행들은 고령층 고객 확보를 위해 다양한 금융 교육과 편의 서비스 등도 제공한다. 오팔 세대뿐만 아니라 모든 시니어 세대를 아우르는 고객 확보 전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은행들이 어르신에게 원활한 금융 상담과 거래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운영하는 등 유형별 맞춤 서비스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커다란 글자와 쉬운말 음성으로 은행들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문은 ‘비대면 서비스’ 강화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방식의 금융 상담과 거래가 요구되는 가운데, 방문 거래가 대부분이었던 시니어 고객을 잡기 위해 은행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 스마트 기기 등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을 위한 맞춤 혜택은 이제 은행이 제공하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먼저 인터넷뱅킹 이용 시 ‘큰 글씨 뱅킹’ 등을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저시력자 고객을 위한 큰 글씨 조회와 이체 서비스를 준비했다. 비대면 채널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을 때 스마트폰 화면에 ARS 메뉴가 자동으로 표시되는 음성·화면 동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폰뱅킹 자동응답시스템(ARS)도 어르신들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풀어서 느린 속도로 안내한다. 하나은행도 어르신 고객을 위해 큰 글씨와 음성전환 서비스를 함께 제공한다. 또한 저시력자 고객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이용할 때 화면확대 기능버튼을 누르고 큰 글씨 화면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했고, 폰뱅킹 이용 시에도 일반코드표를 1.5배 크기로 제작해 가독성을 높였다. 상품 홍보물의 문자를 음성으로 전환해 어르신들이 금융상품 전반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히 안내하는 서비스도 준비했다. 우리은행 역시 인터넷뱅킹 이용 시 모든 메뉴화면의 글자를 확대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스마트뱅킹 시에는 큰 글씨로 된 메인 서비스를 적용했다. 또한 폰뱅킹 이용 시 안내멘트 후 버튼 입력까지 충분한 시간(10초)을 주고, 이용빈도가 높은 항목의 주요 메뉴와 업무를 화면을 보면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모바일 교육부터 전담 직원까지 스마트폰을 활용한 금융 거래가 어려운 어르신을 위한 안내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금융 소외를 막기 위해 모바일 사용설명서 동영상을 제작하고, 유튜브 채널에 송출 중이다. 이 동영상에서는 다양하고 편리한 모바일뱅킹 금융서비스 활용법을 어르신의 눈높이에 맞춰 안내한다. 우리은행도 모바일 보안프로그램 설치방법, 보안사고 사례 교육과 파밍, 스미싱 등 신종 금융사기 예방 교육 등 어르신을 위한 안전한 스마트폰 활용법을 알려준다. NH농협은행은 농촌·독거 70세 이상 노년층에 고객행복센터 상담사가 매주 2~3회 전화로 안부 인사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대응법을 소개한다. 시니어 고객이 부득이하게 은행을 찾아가야 하는 경우 상담과 방문 예약을 할 수 있는 서비스도 마련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어르신 전용 상담전화를 운영한다. 전용번호로 65세 이상 고객이 발신 시 ARS 메뉴선택 없이 바로 상담직원과 연결되는 서비스다. 신한은행은 은퇴상담 예약 전용 콜센터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방문이 편한 시간대와 영업점을 선택해 은퇴상담을 예약하는 전용 콜센터다. 영업점에는 시니어 고객의 빠른 금융 상담과 거래를 위해 전담 직원을 뒀다. 하나은행은 행복동행 금융 창구 담당자를 배치했다. 전 영업점에서 각 1명을 임명해 어르신에 대한 우선 금융 상담과 서비스를 지원한다. 우리은행도 영업점에 고령자 전담 창구를 마련하고 담당 직원을 지정해 운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라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시니어에 대한 권익보호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어르신 고객을 위한 친화적인 금융 서비스는 매우 중요한 이슈인 만큼, 은행들은 앞으로도 다양한 시니어 서비스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2020-07-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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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노키오의 새로운 모습 보기, My Dear 피노키오
- My Dear 피노키오展, 아무런 정보 없이 가서 봐도 친근한 전시 제목이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말이 진실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 그래서 정직함의 중요성을 일찍이 알게 했던 이야기 ‘피노키오의 모험’. '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의 동화로 탄생했고 우리에게는 월트 디즈니가 각색하고 제작한 '피노키오의 모험'이라는 애니메이션으로 더 익숙하다. 착한 목수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만든 피노키오 인형 이야기는 동화나 애니메이션뿐 아니라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다뤄지면서 세상 사람들에게 지금껏 즐거움을 주고 있다. 이렇게 우리의 가까운 벗처럼 친숙한 캐릭터인 피노키오를 주제로 한 전시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책이나 영화 등에서 봐왔던 것과는 달리 쉽게 접하지 못했던 관련 희귀 도서나 소품들도 진열되어 있어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국내외 작가들의 독창적인 해석으로 표현한 피노키오 작품 173점도 전시돼 있다. 환하고 밝은 분위기의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면 첫 번째 섹션 '서막: 피노키오의 모험'을 관람할 수 있다. 이 섹션의 작가는 카를로 콜로디. 어른 아이 구분 없이 누구나 유명 작가들의 피노키오의 해석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한 공간이다. 플래시 없이 대부분 촬영도 가능하고 군데군데 쉴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다.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영상이나 나무로 설치된 작품과 소소한 소품 전시가 계속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저작권 보호 때문에 촬영을 할 수 없었던 로베르토 인노첸티 작품 위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나무토막으로부터 학교에 다닐 즈음의 나이로 만들어진 피노키오는, 유아기를 지나며 성장하는 과정 없이 그렇게 곧바로 세상 속으로 던져졌다." 로베르토 인노첸티는 많은 작가가 피노키오 캐릭터에 집중할 때 피노키오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작품 속에는 피노키오의 성장 스토리가 녹아들어 있다. 마을이나 마을 사람들, 시대적 풍경이 피노키오의 유년기를 떠올리게 했다. 화풍은 화가 모리스 위트릴로의 소박하고 적막한 골목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앤서니 브라운, 제럴드 맥더멋, 마우리치오 콰렐로 등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션 거장들이 그려낸 개성 넘치는 피노키오를 볼 수 있도록 몇 개의 전시관이 이어져 있다. 국내에서는 민경아, 조민서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이 독특하고 현대적인 감성으로 우리가 몰랐던 피노키오 이야기를 풀어놓아 시종일관 흥미롭다. 피노키오를 소재로 한 그림과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영상 역시 재미있다.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도 있는 관람을 시도해 눈길을 끈다. 시간 맞춰 도슨트 해설을 들으면 이해도 쉽고 몰랐던 사실까지 알게 된다.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된 복합 전시 'My Dear 피노키오展'이다 전시장에는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젊은 주부가 유난히 많았다. 피노키오라는 동화적 특성이 한몫했을 것이다. 작가 콜로디는 동화를 쓰면서 "어른들은 즐겁게 해 주기가 너무 어렵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양한 작가들의 동화적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들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기성세대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준다. 전시장 입구부터 노랑과 분홍, 파랑 등의 밝고 과감한 색감이 압도한다. 그림동화다운 따스하고 서정적인 느낌 속에 푹 파묻혀 작품을 구경하다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는 걸 느낄 것이다. 전시기간: 6월 26일~10월 4일 관람시간: 10시~19시(매표 및 입장 마감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입장료: 성인 1만5000원, 청소년 1만3000원, 어린이 1만 원 ★ 그림자 극장: 토․일요일 11:30 / 13:30 / 16:00 (선착순 20명) ★ 도슨트 해설: 화요일~일요일 11:00 / 13:00 / 15:30 / 17:00 ★ 구연동화 : 피노키오의 오리지널 이야기(화요일~금요일 14:30 / 16:30)
- 2020-07-2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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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후 노후설계, 'ELS' 담아라
-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냉탕과 온탕을 넘나드는 주식시장에 뛰어들어 짭짤한 수익을 낸 투자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불안감까지 떨쳐내진 못한 듯하다. 오히려 안전 투자전략이 현명한 자산관리 방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요즘처럼 체감 경기가 나쁘고, 기업 실적과 경기 지표도 안 좋은 상황에서 연일 코로나19 확산 뉴스가 나오는데 주가가 왜 오르는지 솔직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시니어 세대는 불안감이 더 크다. 이들은 은퇴 후 수입이 줄거나 없는 상태라 주식투자가 잘못돼 자산관리에 실패하면 여생이 풍족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을 만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맞설 수 있는 노후 자산관리 전략에 대해 물어봤다. ◇요즘 주식투자하면 돈 번다는데 “지금은 주식투자를 안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적인 주식시장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식 가격이 상당히 많이 올랐는데,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목돈을 투자하는 건 위험합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니 소액으로 운용하거나 자제하길 권장합니다. 대신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합니다. ELS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익률이 3~4%였는데, 지금은 5~6%대 수익이 나오고 있습니다.” ◇ELS를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은퇴는 리스크에 민감합니다. 따라서 주가가 50% 하락해도 원리금을 받을 수 있는 녹인(Knock-In) 50 ELS를 원화와 미국 달러로 투자하길 권합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투자지수에 연계돼 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입니다. 변동성이 큰 개별 주식의 가격과 연동된 종목형 ELS보다는 종합주가지수와 연계해 움직이는 지수형 ELS를 추천합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종합주가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ELS 수익률이 높아진 상황입니다.” ◇주위에선 부동산에 투자하라는데 “은퇴한 사람들의 공통된 관심 분야는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내는 것입니다. 물론 투자를 잘못해서 고민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를테면 상가형 부동산 같은 경우입니다. 과거에는 금리가 낮아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이 좋았지만, 지금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따라서 직접 상가를 사는 것보다 금융을 통해 부동산에 투자하는 쪽을 권합니다. 대표적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지분형 부동산을 추천합니다.” ◇지분형 부동산의 장점은 무엇인가 “금융을 통해 부동산 투자를 하면 개인 단독으로 할 수 없는 분산 투자가 가능합니다. 또 수백억 원짜리부터 수천억 원짜리 국내외 부동산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량 임차인이 장기 책임 임대차로 된 빌딩을 매수할 경우 공실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임차인 관리도 필요 없고, 안정적인 배당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매각 시까지 현금화가 어렵고, 매각 차손이 발생할 수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안전한 부동산 투자 방법은 없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확인해야 하는 대출형 부동산 펀드도 고려할 만합니다. 다만 주식시장과 관련이 없는 곳에 분산 투자하는 걸 권장합니다. 대부분 최소 가입 금액이 억 단위인 사모형 투자로 가입할 수 있지만, 공모형으로도 출시됩니다. 투자 상품을 고르는 기준은 LTV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LTV가 60%라면 감정가 대비 내 설정 비율인 60%까지 안전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현재 연 4~5%대 수익률을 보고 투자할 수 있습니다.” ◇화폐 가치 하락이 신경 쓰이는데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사상 최대로 풀린 돈에 대한 화폐 가치 평가절하에 대비하고 싶다면 골드바 신탁을 권합니다. 국제 금 가격과 미국 달러 환율이 반영돼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경기 하락과 인플레이션 대비에 긍정적인 투자입니다. KRX 금시장에 상장된 금 현물에 투자하면 됩니다. 조금씩 사 모았던 금이 1㎏을 넘으면 10%의 부가세와 골드바 제작 수수료를 내고 실물로 인출할 수 있습니다.” ◇좀 더 높은 수익을 원한다면 “브라질 국채는 비과세 혜택과 10%의 높은 표면이율이 매력적입니다. 현재 환율이 220~230원대로 하락해 신규 투자하기에 무리가 없는 시기라고 판단됩니다. 현시점에서 투자할 경우 환율 변동이 없다는 가정 아래 연 6% 정도의 비과세 배당이 기대됩니다. 하지만 브라질 국가의 신용 상황과 헤알화 환율, 금리 변화에 따라 손익이 결정되는 고위험 투자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됩니다. 채무 불이행 국가 부도 발생 시 원금 상환이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재무관리 전공. 1997년 대동은행, 1998년 국민은행 입행. 현재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
- 2020-07-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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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주현미 "시대를 읽는 유행가, 세대를 잇는 트로트"
- 최근 대한민국 가요계는 그야말로 ‘트로트가 대세’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년 주류에서 벗어나 트로트 가수를 꿈꾸는 젊은 세대도 대폭 늘었다. 이러한 열풍 속, 트로트의 지난 100년을 더듬어보고, 앞으로의 100년을 그리는 이가 있다. 바로 가수 주현미다. 올해로 데뷔 35년 차, 그녀는 현재의 명성에 머무르지 않고 트로트의 명맥을 다지기 위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 일환으로 일궈낸 첫 에세이 ‘추억으로 가는 당신’의 저자로 대중 앞에 선 주현미를 만나봤다. “트로트 붐의 과실만을 노리며 몰려드는 사람들과 달리,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을 조용히 묵묵하게 해내고 있는 가수.” ‘추억으로 가는 당신’ 서두 추천사에서 김영식 KBS 가요무대 PD가 쓴 표현이다. 그의 말대로 주현미는 눈앞의 이익이 아닌, 사명감을 안고 이번 책을 엮었다. “책이 나오니 기분이 참 묘해요. 첫 음반이 나왔을 때도 이런 기분이었을까요? 많이 설레고 신기하네요.(웃음) 그런데 에세이를 냈다고 하니 흔히 가수로서 제 삶에 대해 썼으리라 생각하더군요. 전혀 그런 내용이 아닌데 말이죠. 개인사보다는 우리가 사랑했던 가요들의 역사에 대해 담고자 했어요. 유행가는 그 시대의 상황과 서민들의 애환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죠. 그 뒷이야기를 알면 노래에 더 진심으로 다가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물론 곡마다 얽힌 제 경험과 추억도 곁들였지만, 그것이 주는 아니었죠.” 이렇게 책이 나오기까지는 2018년부터 운영해온 유튜브 채널 ‘주현미TV’가 밑거름이 됐다. 사실 ‘주현미TV’가 탄생하게 된 배경 역시 책 출간 계기와 다르지 않았다. 대중을 비롯한 가요계 후배들이 노랫말의 의미를 이해하고 부르길 바라는 마음, 또 시대를 거치며 변형된 가요의 원곡들을 복원해 자료로 남기고자 하는 뜻이 컸다. “가령 ‘사의 찬미’를 찾아서 들어보면, 수많은 가수가 불렀지만 윤심덕의 원곡을 그대로 따라 부른 이는 없어요. 무엇이 원곡인지, 어디가 어떻게 바뀐 건지 알기 어려워졌죠. 문제는 대부분 우리 가요가 이런 상황 속에서 불리고 있다는 거예요. 지금이라도 정리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미래 세대가 원형을 찾아 거슬러 올라갈 때 너무나 힘들잖아요. 그렇다면 내가 그 중간 역할을 해야겠다 싶었죠. 재작년부터 저희 밴드마스터인 이반석 음악감독의 도움으로 유튜브를 통해 매주 한 곡씩 옛 노래를 기록해나가고 있어요.” 취미까지 되어버린 트로트 사랑 현재 ‘주현미TV’가 선보인 곡은 130여 곡. 그중 50곡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책에 담겼다. 책에는 주현미의 목소리로 녹음한 노래를 들을 수 있도록 곡마다 QR코드가 첨부됐다. 애당초 작업을 결심하고 추려낸 옛 노래는 1000여 곡에 달했단다. 목표량을 채우려면 앞으로 근 10년은 바라봐야 하는 오랜 작업이지만, 이만큼 해온 것도 다행이라며 뿌듯해하는 그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한 곡에 5분 남짓한 영상이지만 이를 위한 노력은 시공을 넘나들고 있다. “대부분의 자료가 ‘~라고 전해진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식으로 돼 있고, 서로 다른 내용인 경우가 많아 정확한 근거를 파악하기 어려웠어요. 아무래도 기록물로 남기는 자료라 팩트 체크를 하는 데 가장 공을 들이고 있죠. 수십 년 전 이야기부터 책이나 음반 등 온갖 자료를 총동원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과거 ‘SP’라 했던 돌판 음반을 갖고 계신 일본 팬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그렇게 정리한 곡은 제 스타일로 부르지 않고 최대한 담백하고 깔끔하게 불러 원곡을 되살리는 데 집중했죠.” 얼마 전 10만 구독자(실버버튼)를 돌파한 ‘주현미TV’. 혹자는 수익이나 홍보 목적으로 개설된 소속사 유튜브 채널이라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현미TV’는 현재 그녀의 사비를 통해 제작할뿐더러, 오히려 수익은 마이너스나 다름없다고. 혹여 영상이 인기를 끌더라도 저작권이 있는 곡들이기에 이윤으로 이어지긴 어려운 구조란다. 그럼에도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었던 건 트로트를 향한 진심, 그리고 후배와 팬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힘든 작업인 줄 몰랐기 때문에 겁 없이 시작했던 것 같아요.(웃음) 물론 힘들고 수익이 안 난다고 해서 그만둘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술도 안 마시고, 특별히 사치도 안 하니까, 이걸 내 용돈으로 하는 취미라 여기려고요. 또 35년간 팬들 사랑 덕분에 행복했고 돈도 벌 수 있었는데, 이 일이 그에 보답하는 방법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결코 가벼운 무대와 노래는 없다 다른 세대보다 특히 중장년층이라면 이번 책을 통해 공감할 부분이 많을 것이다. 주현미는 책에서 “옛 노래가 많은 공감을 얻는 것은 그 시절을 직접 겪었거나 그 아픔을 간직한 채 노래를 부르시던 우리 부모님이 기억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그녀에게도 그런 옛 노래가 있는지 묻자 최희준의 ‘하숙생’이라 답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줄곧 하숙생을 흥얼거리셨는데, 그때는 그 가사가 무슨 얘긴가 했어요. ‘인생은 나그네 길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구름이 흘러가듯 떠돌다 가는 길에 정일랑 두지 말자 미련일랑 두지 말자…’ 지금 와서 불러보니 참 위안이 되고 삶의 내공이 느껴지는 가사더군요. 아버지는 어떤 심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버지도 지금의 내가 느끼는 허무함과 슬픔을 경험하셨을까 싶었죠. 시간을 뛰어넘어 노래가 이어준 감정 덕분에 그 시절의 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어요.” 아마 이러한 감정 또한 나이를 먹고 삶이 숙성되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된 산물일 테다. 어느덧 예순, 그녀는 현재의 시점을 자신의 노래 ‘가을과 겨울 사이’에 빗대 표현했다. 그리고 인생의 봄이었던 시절에 불렀던 ‘비 내리는 영동교’, ‘짝사랑’ 등도 인생이 무르익으니 노랫말이 새롭게 다가오기 시작한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일까? 예전의 낭랑한 목소리도 듣기 좋지만, 깊이가 더해진 주현미의 노래에 더 큰 위로를 받고, 자꾸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무리 작은 무대에 서도 여전히 긴장이 되고 떨려요. 노래를 부를 때, 나에겐 아무런 추억거리가 없는 가사라 해도, 듣는 이는 어떤 깊은 사연을 떠올릴 수 있잖아요. 때문에 곡 하나하나를 절대 가볍게 해석할 수 없고 편하게 부를 수 없는 거죠. 대중이 슬플 때나 기쁠 때나 함께하는 친구 같은 가수로 오랫동안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찔레꽃’을 부른 백난아 선생님은 타계하시기 직전 앨범에 이런 글을 남기셨어요. ‘아직도 사랑이 많고 아직도 열정이 많습니다. 아직도 그리움이 많고 아직도 할 일이 많습니다. 팬들이 있고 무대가 있는 한, 이 생명 다할 때까지 노래할 것입니다.’ 저 역시 같은 마음으로 오늘도 노래하겠습니다.”
- 2020-07-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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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 후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의 특성
-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의 맏형격인 1955년생들이 노령인구(만 65세)로 편입되기 시작하는 올해, 주된 일자리 퇴직 후 느끼는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 책이 나왔다. 한국고용정보원(원장 나영돈)은 6월 2일, ‘베이비부머의 주된 일자리 퇴직 후 경력경로 및 경력발달 이해를 위한 질적 종단 연구(6차년도)’ 보고서를 발간했다. 2014년부터 6차에 걸친 그간의 조사들은, 중장년층의 안정적인 노후 설계와 사회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 향상을 위한 정책 수립의 기초 자료를 제공한다. 이번 연구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 생산직 일자리로 재취업한 42명의 베이비부머를 표본으로 선정한 후 지난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의 심층 인터뷰 결과와 변화를 분석했다. 또 사례 분석을 통해 인생 후반기의 삶을 위한 요소들을 밝히고 만족스런 삶의 공통된 특징들을 제시했다. 보고서의 사례들 사례자 A(62세) 씨는 대기업에서 26년 근무하고 임원으로 퇴직한 후, 공사 현장 쇠파이프 운반, 대형마트 상하차를 거쳐 공공기관 시설보안직으로 재취업했다. 그는 “정년퇴임 후, 처음에는 사회적으로 왕따를 당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회사라는 온실을 잊고 근로의 가치를 신성하게 보기 시작했다”며 “생활철학을 바꾼 뒤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B(59세) 씨는 반도체 제조업 회사인 대기업에서 30년간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해외법인 CFO로 근무하다 두 차례 임원 승진에서 밀려난 뒤 퇴직했다. 이후 2015년부터 혼자 스몰비어 호프집을 창업해 4년간 운영하고 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꼭 돈이 많아야 행복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돈은 기본 생활을 할 수 있을 만큼만 벌면 된다고 마음먹으면서 좀 편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상업고등학교 졸업 후 투자신탁회사와 증권사에서 총무·영업직 등을 거쳐 퇴직한 C(62세) 씨는 자격증을 취득해 6년째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퇴직했을 때 자녀들은 아직 독립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얼마 동안은 그토록 버틴 회사에서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나와 허탈하고 힘들었다. 하지만 이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돈 욕심도 내려놓고 주어진 현실에 최선을 다하며 가장의 역할을 다 하려고 노력하면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며 “아들이 ‘아빠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문자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퇴직 후에도 만족하는 사람들의 특성 보고서는,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후에도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겪은 공통된 경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 퇴직에 따른 심리‧정서‧관계‧경제적 위기를 겪는다. 2. 변화에 대한 적극적 수용을 통해 과거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다. 3. 현 상황에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경제적 필요를 충족하면서 자신을 위한 삶을 지향한다. 4. 위의 과정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서 존재감을 회복한다.
- 2020-06-11 0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