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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둔야학교 가는 길
- 서둔야학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약 2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다. 들판을 지나서 가다 보면 5월의 훈풍이 필자의 볼을 간지럽혔고 넓은 들판의 보리가 바람에 넘실대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보리밭 한가운데서 종달새는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내려왔다 까불대며 명랑하게 지저귀었고, 멀리서 구슬프게 들려오는 뻐꾸기 소리는 필자의 가슴을 깊이깊이 파고들었
- 2017-08-0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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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학 선생님들의 ‘제자 사랑’
- 서둔야학을 함께 다니던 동급생들 중에 남몰래 사모하는 선생님을 한 분씩 숨겨둔 아이가 서너 명 있었다. 우리들은 당시 한창 감수성 예민한 16~17세의 꿈 많은 소녀들이었다. 선생님들도 20대 초반의 맑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들이었으니 그분들을 연모하는 일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필자 또한 그들 중의 하나였는데 그 당시의 애탔던 심정을 어찌 말과 글
- 2017-08-0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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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사랑하라는 말씀
- 1963년 필자가 서둔야학에 정식으로 입학하기 전 호기심으로 동네 언니들을 따라 며칠째 나가던 어느 날이었다. 화기애애함으로 수업을 하던 분위기가 그날따라 이상했다. 통곡을 하며 우는 선배 언니들도 있었다. 내막을 알고 보니 야학 선배들의 선생님인 김진삼 선생님이 돌아가셨단다. 농사단 자취방에서 잠자다가 문틈으로 새어 든 연탄가스 때문에 돌아가신 것이다.
- 2017-07-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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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의 손
- "야! 고추다! 고추!" 너무 좋아서 큰 소리로 이렇게 감탄사를 연발하신 아버지는 그 즉시 대문에 빠알간 고추와 길게 늘어뜨린 한지로 금줄을 매어놓으셨단다. 그 얘기를 하실 때마다 엄마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 남동생이 대우그룹 사원으로 리비아로 가서 근무를 하게 됐을 때다. 딸 셋을 낳고 얻은 아들에게 엄청난 애착을 갖고 있던 엄마는 남동생을 배웅하고
- 2017-07-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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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고기가 물을 만난 듯한 인생 후반전
- ‘글을 잘 쓰는 패션 디자이너’ 필자의 후반생 꿈이다. 2012년 퇴직한 후 하고 싶은 일들을 적어봤다. 패션 디자인, 패션 모델, 발레와 왈츠 그리고 탱고 배우기, 영어회화, 서유럽 여행하기, 좋은 수필 쓰기, 오페라와 발레 감상하기, 인문학 공부하기 등 많기도 했다. 사람이 살아갈 때 무엇이 중요할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것이다. 그런데
- 2017-07-0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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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크니까 걸어서 가~ 임마.”
- 영등포에 있는 당중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오목동에 있는 화산목장으로 봄 소풍을 가던 길이었다. 목적지에 거의 다 왔을 무렵, 간밤에 내린 비가 논둑을 넘쳐서 도로 위로 흐르고 있었다. 난감했다. 우리들이 주저주저하며 선뜻 건너지 못하고 있자 구두 또는 운동화를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린 남자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당신들 등을 내미셨다. 당신의 구두와
- 2017-05-31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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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풍 온 선생님
- 한 해 후배인 명희는 눈은 샛별같이 빛났고 코가 오똑한 예쁜 소녀였다. 그러나 그 애는 골수염으로 다리를 절었다. 노래를 끝낸 그 애에게 선생님들과 우리들은 가엾어서, 동정심으로 ‘잘했다’고 칭찬해주며 손바닥이 따갑도록 박수를 쳐주었다. 그러자 그 애는 눈치 없게도 정말 자기가 잘해서 칭찬해주는 줄 알고 거푸거푸 자기만 계속 노래를 부른다고 하여 그 애를
- 2017-05-30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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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부르시는 선생님
- 점심을 먹은 후에는 모두 빙 둘러앉아서 수건돌리기 놀이와 ‘어, 조, 목 놀이’도 했다. 어, 조, 목 놀이는 리더가 종이방망이를 들고 다니다가 한 사람을 지목한 후 어, 조, 목을 몇 번 되뇌다가 ‘어’ 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 재빨리 물고기 이름을 대야 하며 ‘조’ 하면 새 이름을, ‘목’ 하면 나무 이름을 대야 한다. 3초 안에 이름을 말하지 않으면 종
- 2017-05-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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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둔야학 소풍을 가다
- 눈이 크고 얼굴이 까무잡잡한 동급생 보배가 소풍날 흥겹게 부르던 노래였다. 서둔야학은 매년 봄에 한 번, 가을에 한 번 소풍을 갔다. 가까운 칠보산이나 반월저수지 혹은 화산목장 등으로 걸어서 갔다. 소풍날이 오면 비가 오면 어쩌나 싶어 밤잠을 설쳤는데 막상 날이 밝아서 보면 온누리에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곤 했다. 소풍날 아침의 햇님은 왜 그렇게도 사랑스러워
- 2017-05-26 1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