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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독거 생활 “사회의 손길로 좁은 방 채워요”
-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혼자 살고 있는 이애순(90) 씨. 1인가구상담헬퍼 사업을 비롯해 사회의 여러 도움 덕분에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지만, 좁은 방을 가득 채우는 따스한 미소가 큰 보탬이 됐을 것이다. 마땅치 않은 환경에서도 무기력함을 떨치려는 그에게 되레 희망이 비쳤다. 서울시 중구 을지로동. 촘촘히 들어선 빌라와 상점들 사이 자칫 지나치기 십상인 고옥. 시멘트를 덕지덕지 덧바른 계단을 오르면 낡은 나무 현관들이 늘어서 있다. 그중 살짝 열린 세 번째 문 사이, 활짝 웃고 있는 이애순 씨가 보였다. “어서 와요! 반가워. 오늘은 손님이 많이 왔네. 혼자 살고 있어 적적한데, 찾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아.” 이 씨는 30년 넘도록 혼자 지냈다. 30대 초반에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자식 넷을 키워냈다. 청소노동자로 일하면서 치열하게 버텼다. 명절 때나 자녀들과 연락이 닿긴 하지만 서로 형편이 여의찮아 막내딸을 제외하곤 자주 만나지 못한다. “남편이 하늘나라 갔을 때가 우리 막내 아장아장 걸을 즈음이었지. 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만 보는데 어떡하겠어요. 열심히 돈 벌어야지. 할 줄 아는 것도 없어서 청소 일로 평생을 먹고살았어. 가끔 껌 팔러 다니고. 이제 옛날 일은 다 잊어버리려고 해요.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거든. 자꾸 떠올리며 가슴 아파봐야 소용없기도 하고. 얼마나 고생스러웠는지 자세히 말도 못 해요. 오죽했으면 한쪽 귀가 먹어버렸을까요.” 맞춤형 서비스로 개선된 생활 이애순 씨는 적적할 때면 근처 시장을 한 바퀴 돌며 사람 구경을 한다. 그러나 오래 걷지는 못한다. 일하며 상한 무릎은 몇 년 전 수술을 받았다. 짧은 산책이 끝나면 TV 소리를 크게 틀어놓고 노래를 듣는다. 특히 가수 임영웅의 애틋한 노랫말은 삶에 한 줄기 빛이 되어줬다. 노래 제목이나 정확한 가사는 잘 모르지만 마음을 채우기에는 충분했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 가운데 이 씨처럼 혼자 사는 노인의 비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홀몸 노인 비율은 20.8%로 1년 전보다 0.2%포인트 늘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릴 무렵 상황은 더 심각했다. 관련 기관과 커뮤니티 센터가 문을 닫은 탓에 홀몸 노인을 포함한 1인 가구가 사회 안전망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생겼다. 서울시는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좀 더 면밀히 보호하기 위해 1인가구상담헬퍼 사업을 진행했다. 1인가구상담헬퍼 사업은 참여자로 선정된 1인가구상담헬퍼가 주거 환경이나 경제 상황이 열악하거나 정서적으로 고립되는 등 다인 가구에 비해 열악한 중장년 1인 가구를 발굴하고, 주기적으로 전화·방문해 안부를 확인한다. 사회와 단절된 채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정서를 살피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할 수 있게 돕는다. 잊고, 나아가기 이 씨는 해당 사업으로 조금 더 나은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를 살피는 1인가구상담헬퍼 참여자에 따르면, 그는 수혜자 중 비교적 몸과 마음이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거동이 불가하거나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고립 상태가 더욱 심화되고 삶의 의지가 떨어져 식사, 취미, 인간관계에 관한 욕구가 없는 상태에 이르기도 한단다. 계절이 지나도, 명절에도 그의 일상은 여전하다. 가족과 만나 멀리 나들이를 가거나 명절 음식을 먹지는 않지만 속상하거나 서운한 기색은 없다. 욕심을 부리기보다 주어진 삶에 집중하며 평탄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는 이애순 씨다. “혼자 사는 집에 매번 찾아주어 고맙지.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니까 낯설지도 않아요. 와서 뭐가 필요한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다 물어보고, 필요한 게 있으면 갖다주더라고. 전기장판이 고장 났었는데 새 걸로 바꿔줬어. 그저 내 다리가 걱정이지. 언제까지 걸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이야. 지금은 모르는 게 있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요 앞 상가 아가씨한테 물어보기도 하는데, 몸 상태가 나빠지면 그럴 수가 없으니까.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음에 감사해. 친절한 분들 덕에 긴 하루 중에 즐거운 시간이 늘 있네.” 만남을 뒤로하고 낡은 문을 나서려는 찰나에도 이 씨는 그를 찾은 사람들의 손을 꼭 잡아주거나 끌어안았다. 특유의 밝은 미소와 따뜻하고 긍정적인 마음이라면, 충분히 현재에 충실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 2024-01-2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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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음의 눈’으로 관찰하면 훌쩍 커진 ‘성장’ 보여요
-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A 학생이 지난 학기보다 조금 더 산만해졌어요. 아이의 관심 영역이 확대됐네요.” 보람일자리 참여자는 ‘산만하다’는 말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특수교사라는 일이 한 아이의 중요한 발달 과정을 함께하는 여정이라는 걸 다시 곱씹게 됐단다. 성내중학교 특수학급 권오성 교사의 이야기다. 특수체육교육을 전공하던 당시 장애 학생들과 체육 프로그램을 하면서 특수교사가 되어야겠다 마음먹은 권오성 교사. 2022년 성내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아 신규 교사로 한 걸음을 뗐다. 막막했던 학교 생활이지만 보람일자리 참여자를 만나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더 넓어지는 경험을 했다. 특수학급 아이들의 자신감을 높이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햇살은 따사로웠던 날, 성내중학교 특수학급을 방문했다. 리모델링을 한 지 얼마 안 돼 넓고 쾌적한 공간이었다. 한쪽에는 다양한 스포츠 기구들이 놓여 있었다. 권오성 교사는 이곳에서 7명의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교내에 특수교사는 한 명이기 때문에 2022년 첫 발령을 받고 학교에 왔을 때 막막함을 느꼈다. 학교의 행정 업무는 학교 선생님들께 도움을 많이 받았고, 학급 운영에 대해서는 동료 특수교사 선후배들에게 하나하나 물어가며 해결했다. “현장에서 하나씩 배워나가는 게 중요했어요. 사례를 공유하는 연수에 최대한 참여하고, 특수교사를 하는 학교 후배들과 한 달에 한 번 사례를 나누는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는 보람일자리로 오신 참여자 선생님께도 많이 배웠어요.” 성내중학교는 특수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관계를 맺으며 생활한다. 특수학급에 오는 학생들은 평소 다른 아이들과 함께 학급에서 수업을 받다가 국어쪾영어쪾수학 시간에는 특수학급으로 이동해서 권 교사와 수업을 한다. 권 교사는 특수체육을 전공한 점을 살려 다양한 운동발달 수업을 하고 있다. “신체를 활용한 스포츠를 하면 아이들 정서에 좋고, 자신감을 높여줘요. 자신감 있게 생활하다 보면 학업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저희 학생들이 실질적인 학급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소속감과 책임감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보람일자리 참여자 선생님도 아이들과 가벼운 활동을 하며 함께 놀아주세요.” 지난해 ‘학습도움반’이라는 특수학급 이름을 ‘개별학습실’로 바꿨다. ‘도움’을 받는다는 인상이 특수학급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판단에서다. 아이들의 학교 적응과 성장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도 많고, 실천해야 할 것들이 많은 상황이었다. 신규 교사로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보람일자리 참여자를 만나 함께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었던 건 그에게 ‘큰 행운’이었단다. 아이들의 성장을 바라보는 관점 권오성 교사는 보람일자리 참여자와 함께 일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꼽았다. 장애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성장하고 있구나’라고 표현하는 법을 배웠다. “참여자 선생님이 영국에서 테솔 석사 과정을 마치고 국내에서 교육용 교재 제작 등 다양한 교육 관련 경력을 갖고 계셨어요. 경험으로 다져진 혜안을 바탕으로 단순히 수업 보조만 해주신 게 아니라 아이들 개별 특성까지 엑셀 파일에 꼼꼼히 기록하고 저에게 공유해주셨어요. 어느 날은 한 학생이 1학기보다 산만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냥 문제라고 인식하는 게 아니라 ‘이 아이의 관심 영역이 확대됐다’고 표현하시더라고요. 어떤 아이의 변화가 있을 때 관찰하고 각 아이의 성향에 맞는 수업 아이디어도 제안해주셨죠.” 특수학급 교실 칠판 앞자리에는 참여자의 업무 공간이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수요일 수업을 마치면 참여자는 자리에서 아이마다 관찰한 일지를 꼼꼼하게 적는다. 그리고 출근한 날 아침 30분씩 해당 내용을 권 교사에게 공유했다. “아이의 성향을 관찰한 내용에 따라서 제가 어떻게 지도하면 좋을지 조언도 많이 해주셨어요. 예를 들어 한 아이는 동화책으로 배우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겠다면서 동화책을 가져오시기도 했어요. 굉장히 조심스럽게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해주셨죠. 참여자 선생님이 일주일에 두 번 나오시는 덕에 저도 수업 시간표를 좀 더 리듬 있게 구성할 수 있었고요.” 교육 과정이 정해진 다른 학급과 달리 특수학급은 개별 맞춤형 수업이 필요하다. 혼자 고민하다 보면 아무래도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았는데, 참여자의 꼼꼼한 피드백 덕에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반영하고 수업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었단다. 또 혼자였다면 채우지 못했을 영역을 참여자가 연륜으로 보완해주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도 참여자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다. “꼭 교육을 전공하지 않았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아이들을 진심으로 돌봐주신다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됩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교사로서 알아차리는 게 굉장히 중요한데, 섬세한 관찰과 기록이 아이들 성장에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보람일자리 참여자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의 학교 생활을 돕고 싶습니다.”
- 2024-01-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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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핸들을 고치면, 행복한 두 바퀴 술술 굴러가요”
-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서울시 양천구 신월6동 행정복합타운에는 ‘닥터 자전거’라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는 40세 이상 중장년들이 주민의 자전거를 무상으로 정비·점검해준다. 닥터 자전거는 어떻게 탄생했고, 그곳의 닥터는 어떤 사람들일까. 창립 멤버인 손현건(65) 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2020년 중견기업체 임원으로 은퇴한 손현건 씨는 1년간 국내와 해외 곳곳을 돌아다니며 취미 생활인 스쿠버다이빙을 즐겼다. 원 없이 노는 시간을 보내고 난 후 인생 2막에 대해 고민하던 그는 거주지 근처에 있는 양천50플러스센터의 문을 두드렸다.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동년배분들을 만나보니 봉사활동이나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인생 2막을 의미 있게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저도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싶었으나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는 분야가 없고, 도움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때 참 스스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느꼈어요.” 자전거 만나 봉사활동 꿈 이뤄 손현건 씨는 지난해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자전거 정비학교’ 1기 교육 과정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자전거 정비학교에서 수강생들은 자전거 안전·법률·정비에 대한 이론 및 실습 교육을 받았다. “대학교 때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자동차정비기사, 산업안전기사, 품질경영기사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자동차와 자전거의 원리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이해가 잘되고, 공부를 할수록 흥미롭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따로 공부해서 자전거 정비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를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자전거 정비학교 교육을 수료한 12명 중 손현건 씨를 포함한 5명이 뜻을 모아 봉사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바로 ‘닥터 자전거’다. 그해 12월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커뮤니티성과공유회 ‘다누리 데이’ 행사를 열었는데, ‘닥터 자전거’도 수리 자전거 판매 부스로 참여했다. 손현건 씨는 준비 과정에서 건강상의 문제가 있기도 했지만 불굴의 의지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자전거 점검에 대한 열의 또한 더욱 커졌다. “양천지역자활센터에서 방치된 자전거 5대를 기증받았고, 그것을 우리가 점검·수리해 행사장에서 팔기로 했어요. 자전거 수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물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심장이 너무 아프더라고요. 심근경색증 증상이 나타난 거죠. 그날이 토요일이었는데 다행히 운 좋게 스텐트(금속 그물망) 삽입 시술을 받았어요. 그리고 퇴원 3일 뒤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가 잘 수리되어 주인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니 정말 뿌듯했죠.” 그 이후 ‘닥터 자전거’ 회원들은 사회공헌 활동을 좀 더 확대하고자 했다. 이에 양천50플러스센터에서 운영하는 보람일자리 사업에 신월6동 주민센터가 수요처로 참여하여 주민센터 옆 공간에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양천50플러스센터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보람일자리 활동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중장년이 스스로 모든 과정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행복이 넘치는 닥터 자전거 신월6동 행정복합타운의 ‘닥터 자전거’는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다. 다른 사람들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하지 못했고, 손현건 씨와 이인철 씨 2명이 일을 시작했다. 여기에 자전거 정비학교 2기 수료생 3명이 추가되면서 현재는 5명이 닥터로 일하고 있다. 닥터 자전거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근처 아파트에 3000세대 넘게 거주 중인데, 자전거에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 주민들은 자전거를 끌고 방문한다. “우리 동네에는 자전거를 정비해주는 곳이 없어요. 그래서 자전거를 방치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주민들이 그런 자전거를 끌고 오면 저희는 꼼꼼하게 확인합니다. 바퀴에 바람을 넣어줄 뿐 아니라 체인도 청소하고, 브레이크도 잘 들게 해주고, 안장 높이도 조정해줍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자전거의 문제점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고요. 게다가 이 모든 것이 무료이니 주민분들이 상당히 고마워하죠.” 주민들이 ‘닥터 자전거’의 서비스에 감동하는 만큼, 닥터들도 주민들의 반응에 뿌듯함을 느낀다. ‘닥터 자전거’ 공간은 천막이 쳐져 있지만 협소하고 더위와 추위를 피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열심히 봐주는 닥터들을 보면서 주민들은 감사 인사를 한 번이라도 더 하고, 먹을 것도 소소하게 챙겨준다고 한다. “QR코드를 통해 서비스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요. 결과지를 보면 ‘기대 이상의 점검을 받았다’면서 칭찬 일색이에요. 그런 후기를 볼 때마다 뿌듯하고 보람을 느껴요. 주민분들의 칭찬과 격려가 제 삶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손현건 씨의 목표는 닥터 자전거의 성장이다. 2025년에는 서울시 ‘따릉이’ 정비 점포인 ‘따릉이포’ 사업을 유치하는 것이다. 따릉이포 지원 자격은 자전거 수리 점포 운영 기간이 3년 이상이며, 정비 환경 기준을 갖춰야 한다. 그는 ‘자전거’의 의미에 대해 “보람일자리를 하게 해준 존재”라면서 “재밌으니까 자전거 닥터 일을 할 수 있는 거다.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 2024-01-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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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소득 어르신께 맛있는 도시락, “정성까지 채워서 전해요”
-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권종하 씨는 신체 상태나 경제 상황 탓에 밥을 잘 챙겨 먹기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매일 도시락을 배달한다. 그 도시락에는 애정 어린 말 한마디와 배려 깊은 관찰 등 따끈한 밥 그 이상의 무언가가 들어 있다. 권종하 씨는 서울시에서 공직 생활을 하다 정년퇴직한 뒤 경도인지장애 어르신을 돕는 건강 코디네이터, 정보 사각지대에 놓인 지역주민을 위해 다양한 복지 정보를 전달하는 시니어 지역상담가, 어르신 지역 돌봄 등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에 참여해왔다. 2023년 보람일자리 저소득어르신급식지원단 사업을 통해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현역 시절에 사회복지와 관련한 업무를 도맡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은퇴 후 보람일자리를 포함한 여러 활동을 통해 수혜자들을 마주할 때면 구체적으로 필요한 제도가 무엇인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자연스레 머릿속을 스치더라고요.” 몸 상태에 맞춘 균형 잡힌 식사 저소득어르신급식지원단 사업에 참여하며 권종하 씨는 어려운 가정 형편이나 신체 조건 등으로 인해 식사를 거르는 어르신들을 위해 맞춤형 도시락을 지원했다. 도시락은 당뇨식, 신장식, 저염식, 일반식으로 나누어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수혜자들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3월까지는 도시락 업체에서 납품받아 음식을 전달했지만 4월부터는 복지관에서 직접 도시락을 만들어 매일 배달했다. 대부분 2인 1조로 팀을 이뤄 활동한다. 수첩에는 들러야 할 어르신의 이름과 특이사항, 상태 등이 자세히 적혀 있다. 낯선 이를 반기는지, 조심스러워하는지까지 말이다. “우선 수혜자들에게 건강형 식사지원사업 참여 동의를 받고 질환, 키, 몸무게, 혈압 등 건강 상태를 측정합니다. 어떤 음식을 언제, 몇 끼에 나눠 먹는지 살핀 뒤 애로사항을 확인해요. 가끔 냉장고•전자레인지 등 기본적인 전자제품조차 없이 지내는 분도 있어요. 최대한 지원받을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죠. 한 가구당 충분한 시간을 보내면서 힘든 부분을 꼼꼼히 체크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게끔 노력해요. 음식량은 1인분보다 넉넉히 드리는데 보통 두 번 혹은 세 번에 나눠 드시는 분이 많아요.” 수혜자마다 사연이 각기 다르다 보니 마음의 문을 여는 것도 쉽지 않단다. 어느 날 권 씨는 지원 대상에 선정된 65세 남성의 가정을 방문해 건강형 식사지원사업 취지를 설명하고 동의서를 받아 신체 정보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수혜자는 20년 전 이혼 후 노모와 함께 생활하다 4년 전쯤 노모를 여의고 혼자 남게 되면서 심한 우울증과 공황장애에 시달린 터라, 갑작스러운 외부 접촉에 거부 반응을 보였다. 결국 지원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권 씨는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덥수룩한 머리에 긴 수염, 지저분한 방 안 풍경이 눈에 아른거렸다. 성실히 살피고 애쓴 끝에 수혜자는 이발과 면도를 하고 집 안 청소도 부지런히 하며 무난히 지내고 있다. 한 끼에 담은 관심 지난 9월 7일, 그날도 권 씨는 도시락을 챙겨 동료와 함께 수혜자의 집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20분 남짓 가는 길에도 쓰레기를 줍거나,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는 아이를 따뜻한 눈으로 마주하고, 유모차를 끈 엄마의 짐을 대신 들어주기도 했다. 꼬불꼬불 언덕을 올라 도착한 구옥 지하실 단칸방에서도 그 눈빛은 여전했다. 문을 열자마자 “어르신, 밥 왔어요. 요즘 어떠셔? 기운이 좀 없으신가? 얼굴이 푸석해진 것 같네. 요즘 주민센터나 시에서 연락 얼마나 자주 와요?”라며 다정하고 힘찬 목소리로 건넸다.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거의 80대나 90대예요. 도시락 들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평소에는 생각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지기도 하고, 우연히 예전에 도와드렸던 어르신을 길에서 만나기도 해요. 언제 또 오냐고, 우연이라도 만나서 참 반갑다는 진심 어린 말을 들을 때면 하루 종일 걸은 2만 보가 더욱 가치 있게 느껴져요. 중간에 힘들면 단골 마트에 들러 캔 커피 하나 사 들고, 빌라 건물 사이 그늘에서 마시며 숨을 골라요. 나름의 여유를 만끽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캔 커피를 비우자마자 그는 다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늦더위가 기승이었지만 수혜자들의 집은 대부분 언덕 위나 등산로 근처에 위치해 있다. 힘든 기색을 비칠 새도 없이, 어르신들의 끼니가 늦어질세라 분주한 모습이다. “함께 활동하는 동료는 제게 하루라도 봉사를 하지 않으면 다리에 쥐가 나는 것 아니냐며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전 그저 쌓아온 경력을 활용해 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쁩니다. 공직 생활도 정년을 채우고, 67세까지 지원 대상인 보람일자리도 정년을 꽉 채워 마무리하게 됐네요. 대상자들과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고 교감하면서 아주 뿌듯했습니다.”
- 2023-12-2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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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쉬운 사회공헌, 중장년이 내일부터 당장 할 수 있는 활동은?
- 마음은 있는데 잘 안 되는 것이 있다. 사회공헌도 그렇다. 시간과 돈에 여유가 있을 때 하자고 마음먹지만 그런 여건은 쉬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단한 결심 없이도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작지만 큰 방법을 소개한다. 생활 속 지구 살리기 지난 열두 달, 정말 더웠다. 과장이 아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인류는 12만 5000년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를 보냈다.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클라이밋 센트럴’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 평균보다 1.32℃나 높았다. 파리협정에서 각국이 넘지 않기로 합의한 기온 상승 한계치 1.5℃에 근접한 수치다. 기후 위기는 사회ㆍ경제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얼굴을 한다. 영화 ‘기생충’에서 폭우가 쏟아진 이튿날, 부잣집 안주인은 말한다. “비가 와서 그런지 미세먼지가 없네요.” 갑작스러운 비에 반지하는 죄다 잠겼는데 말이다. ‘기후 동행’을 위하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우리 모두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응 방법은 주방에서, 거리에서, 또 주변 카페에서 찾을 수 있다. 다회용기 사용, 자동차 대신 녹색 교통수단(대중교통, 자전거, 걷기) 이용부터 시작해보자. 있는 물건을 재활용하고, 새활용(업사이클링)하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하며 지구도 살리는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 줍는 운동)도 좋다. 지구를 식히기 위한 습관 들이기가 어렵다면 포인트라는 보상을 활용할 수도 있다. 여러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제도는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실천’이다. ‘탄소중립포인트 녹색생활실천’은 한국환경공단이 일상 속에서 탄소중립 실천 행동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제도다. 전자영수증 발급, 텀블러·다회용 컵 이용, 일회용 컵 반환, 리필 스테이션 이용, 무공해차 대여, 친환경 제품 구매, 고품질 재활용품 배출, 폐휴대폰 반납 등에 참여하면 회당 100원에서 최대 2000원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연 상한액은 7만 원이다. 전기·상수도·도시가스 사용량을 절감하면 감축률에 따라 탄소포인트를 주는 ‘탄소중립포인트에너지’ 제도도 있다. 봉사와 보람을 한 번에 도움의 손길을 구하는 이들도 멀리서 찾을 것 없다. 본지 사무실이 있는 강남구의 자원봉사센터 관계자는 “선생님, 어디 계세요?”부터 묻고는 이렇게 말했다. “봉사는 거주 지역 인근에서 하는 것이 가장 좋아서요.” 누가 도움을 청하는지는 ‘1365자원봉사포털’에서 알 수 있다. 봉사 지역, 봉사 분야, 활동 구분(온라인, 오프라인, 온오프라인), 봉사 대상을 검색하면 전국 각지의 봉사처 조회와 신청까지 가능하다. 포털에 부가정보를 입력해두면 ‘맞춤형 자원봉사’도 추천받을 수 있다. 봉사를 마치면 자원봉사 확인서가 발급된다. 봉사학교에 입학할 수도 있다. 바로 ‘노노스쿨’이다. 행복에프엔씨재단이 운영하는 ‘노노스쿨’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가치 있는 삶을 설계하는 신중년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학교처럼 운영되고 있다. 입학하면 9개월여 무상 교육이 이뤄진다. 연간 일정에 따라 식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를 배운 학생들은 졸업 후 졸업생 봉사단 ‘노노프렌즈’ 소속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선다. 봉사와 일자리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사회공헌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중장년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사업 참여자는 봉사를 통해 보람은 물론 새로운 커리어 탐색 기회까지 얻을 수 있다. 대표적인 사회공헌 일자리 사업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의 ‘보람일자리’와 이음길HR의 ‘기업 퇴직자 사회공헌 뉴스타트 일자리’가 있다. 각자 특기를 살린 재능기부형 일자리 사업도 있다. 시니어에게 주목받는 사업 중 하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2009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다. 여성 어르신을 선발·교육한 뒤 전국 유아 교육기관에 파견해 유아 대상으로 옛이야기와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주는 프로그램이다. 1년여간의 교육과정이 결코 쉽지 않지만 보람 있고 활동 수당도 높은 편이라 지원자가 끊이지 않고 있다.
- 2023-12-2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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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를 위한 활동 주역, 중장년 세대 주역으로 ‘부상’
- 중장년의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법적으로 ‘노인’은 65세부터라지만,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60대까지 중장년이라고 봤다. 100세 시대에는 인생 3막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특히 사회공헌 활동에 50~70대 시니어들이 필요하단다. 기존 ‘사회공헌’이 독거노인, 치매 노인 등 취약 계층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은퇴자의 인생 2막, 인생 3막을 위해 개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생산가능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주역이면서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는 마지막 세대이고, 이들의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봤다. 고용노동부는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신중년의 사회공헌 활동 수요가 많은 데 비해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신중년의 자원봉사 활동은 질이 높지만 참여율은 낮았다. 이들의 노하우나 전문지식을 활용한 재능봉사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실질은퇴 연령은 약 71세이며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 1위는 생활비(58.3%)였지만, 2위는 보람(34.4%)이 차지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공헌 활동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이전 세대보다 고학력자와 전문직이 많은 신중년이 은퇴 후 더 많은 영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는 주된 직장에서부터 인생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이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면서 보람과 만족을 얻는 활동이다. 크게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일자리로 나뉜다. 자원봉사는 노력봉사, 재능기부, 프로보노 세 가지가 있다. 노력봉사는 자신의 경력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로 ‘연탄 배달’과 같이 과거에 주를 이뤘던 영역이다. 재능기부와 프로보노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대가 없이 하는 것으로, 최근 이 영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소정의 급여도 받고 전문성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늘었다. 민간 기업에서는 은퇴 전 전직지원 교육을 통해 어떤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지 안내하는 곳이 많아졌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세종수목원은 ‘신중년 사회공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세종시 일자리정책과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인데,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식물 관리와 고객 서비스 부분에 신중년이 참여하고 있다. 의무실의 경우 양호교사,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신중년이라면 재능기부로 참여할 수 있다. 노동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봉사 성격을 띤다. 권진온 수목원운영실 실장은 “비영리집단에서 신중년의 사회공헌 참여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 외국의 수목원은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스템이 미비한 실정”이라면서 “중장년분들은 1년, 2년 단위로 오랜 시간 활동에 참여하시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목원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 자료를 보면 50세 이상 응답자 중 80~90%는 봉사활동 참여 의지가 있다고 답했지만, 실질적인 매칭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아직 약하다”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더 알려져서 더 많은 신중년이 보람도 느끼고 사회공헌에도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돈·시간·보람 세 마리 토끼 잡는 ‘징검다리’ 그동안 쌓아온 경력·경험·노하우를 녹여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사회공헌 활동은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사회공헌 활동이 무조건 일자리로 연결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영역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이 은퇴 후의 삶을 그리는 데 사회공헌 활동이 매우 적합한 활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영록 이음길 사회공헌 뉴스타트팀 팀장은 “일단 재능기부 활동을 해보라”고 권한다. 한 달 살기를 하더라도 그곳에서 ‘보람’을 주는 일을 찾아야 한단다. 취미 활동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재능기부 활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내가 원하는 단체나 기관에서 자원봉사 성격의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교육을 받아 동호회를 구성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이후에는 협동조합 등으로 조직을 구성하면서 영역을 확대하는 거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느끼고, 큰돈은 아니더라도 노후에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목표로 삼으면서 보람도 얻어요. 사회공헌 활동은 돈·시간·보람 세 가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입니다.” 박 팀장은 중장년이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퇴장이 빠르다고 지적했다. 풀타임 근무가 생각보다 힘들어지는 나이이기에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박 팀장은 인생 3모작 설계를 하면서 차근차근 사회공헌 활동을 징검다리 삼아 신중하게 나아가기를 권했다. 프로보노의 경우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직종 중장년의 재능기부 활동이 주를 이룬다. 전오석 상상우리 프로보노팀 팀장은 “전문직 종사자라면 전문성을 살려 현직에 있을 때부터도 프로보노 활동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다”면서 “은퇴한 중장년이라면 사회공헌 활동이 재취업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재능기부라고 하면 나의 경험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 활동을 통해 중장년분들이 많이 배워간다”면서 “대부분 직무의 최고 정점에서 은퇴하기 때문에 다시 실무 감각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기업과 라포를 쌓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드문 경우긴 하지만 기업과 합이 잘 맞아 해당 기업으로 재취업 되는 사례도 있다. 박영록 팀장과 전오석 팀장은 다만 사회공헌 활동 영역에서의 ‘매칭’이 아직은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중장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기업의 구체적인 수요와 실제 적용 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중장년을 정확하게 이어주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간에서 이들을 연결해줄 ‘코디네이터’가 필요하고, 매칭을 위한 또 하나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앞으로 사회공헌 영역에서 중장년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60대 이후 실질적으로 주된 일자리를 이어가거나 취업 시장에서 다시 활동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기에, 돈·시간·보람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MINI INTERVIEW ‘경력단절’ 사회적 죽음 ‘선택’으로 살아나다 강남의 고층 빌딩이 내려다보이는, 해가 잘 드는 교육장. 이음길 사회공헌 뉴스타트의 마지막 수업 시간이다. 교육하는 강사도, 수업을 듣는 수강생도 눈을 반짝였다.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열의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이경원(61) 씨를 만났다. 이경원 씨는 경력단절 여성이다. 육아에 전념하다가 공부를 해 사회복지사로 15년 남짓 일했다. 그리고 정년이 되어 퇴직한 순간, 이 씨는 죽음이 이런 것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사회적인 죽음 말이다. “출근도 못 하죠. 활동도 못 하죠. 처음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우울했고요. 내가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 아직 더 활동할 수 있고 재미있는데, 법적으로 환경적으로 정년이니까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하니 더 힘들더라고요. 나는 갈 수 있는데, 가면 안 되니까요. 다시 재취업하려니 기업이 저를 원하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있으니까요.” 어느 날 인터넷 쇼핑을 하던 이 씨 눈에 문구 하나가 들어왔다. ‘사회공헌 뉴스타트’라는 두 단어다. 이경원 씨는 “두 단어가 딱 와 닿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처음 교육을 오기 전까지 긴가민가했단다. ‘그냥 한번 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에요. 내가 120세까지 산다고 하면 살아온 만큼 앞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어떤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지 알려주는 이 수업이 저의 인생 방향을 잡아주더라고요. 수업이 제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울하고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저의 숨을 잠시 트이게 해주면서 ‘앞으로 내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더라고요. 심폐소생술이랄까요?” 물론 수업을 막상 들어보니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게 쉽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사회적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그럼 스스로 나의 일자리를 만들어볼까?’ 생각하게 됐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모여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돕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졌다. 사회복지사로 일했기에 사회공헌 활동에는 일찍이 관심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건 처음이다. 이경원 씨는 퇴직 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 혹은 60대를 맞이한 이들에게 “선택하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인터넷에서 문구를 보고 기본 정보를 입력한 후 이곳에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에는 선택이 있었잖아요. 도전은 선택이더라고요. 도전해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해볼 만할 것 같죠? 우리 중장년이 고집이 참 세요. 그동안 해온 것들이 있어 그렇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고집을 부리면 선택을 못 하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내가 판단하기에 좋든 나쁘든 일단 선택하고 도전해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역시 앞으로도 선택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매일 선택하고 실행해보시면 어떨까요?” ◇사회공헌 뉴스타트 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음길HR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기업 퇴직(예정)자들에게 교육과 현장실습을 통해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 2023-12-20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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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 끝 몰린 위기의 40대… 경제적 위기에도 지원 제도는 부족
- 지난 5년간 국내 고용률이 상승한 반면, 전 세대 중 40대만이 고용률 하락세를 보였다. 40대는 이혼률, 자살률 또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두드러지며, 상당 부분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에 주목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12월 발표한 ‘50+정책동향리포트’에는 40대를 위한 중장년 정책의 확장 필요성이 언급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40대 취업자 수는 2022년 7월 이후 계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10~2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국제 비교 자료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 40대의 고용률은 2021년 77.3%로 OECD 평균 82.5%에 비해 5.2% 낮았다. 이는 38개국 중 31위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40대 퇴직자 중 47.8%(2022,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휴·폐업, 명예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퇴사자라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이러한 추세는 2016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는 것. 이와 더불어 2023년 경기둔화, 불안정한 대내외 여건으로 건설, 금융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추진돼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측했다. 40대가 처한 위기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2023년 신용회복위원회에서 발표한 최근 5년(2019~2023) 소액금융 지원 건수 및 금액을 살펴보면 채무 성실 상환자를 위한 긴급지원을 가장 많이 받은 연령대가 바로 40대였다. 고금리로 인한 가계 부채 부담이 40대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이러한 경제적 위기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2022년 자살률이 전년 대비 3.2% 소폭 감소했음에도 40대의 자살률은 2.5% 증가했다. 40대 남성의 자살원인 1위는 경제문제인 것으로 확인됐다(통계청, 2023). 또, 전 연령대에서 40대의 이혼률이 가장 높았는데, 2023년 이혼사유 2위는 경제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석환 서울시50플러스재단 경영기획본부 정책연구팀 책임은 보고서를 통해 “40대는 일자리, 경제, 관계 등 3대 위기를 경험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책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특히 2024년 일자리 관련 예산은 청년 및 노인에게만 집중됐고, 40대의 지원 대책은 부족한 상황이다. 이들 세대의 취업난은 가계소득 감소, 소비 위축 등 경제 악영향과 중장년의 관계 위기로 이어져 중앙정부 지원이 미비한 시점에서 서울시 40대의 노후준비를 위한 지원방안이 요구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서울시는 3대 위기에 직면한 40대를 위해 다음과 같은 대응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첫째, 40대의 직업전환 및 직업역량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현재 서울런4050 정책을 통해서 이를 좀 더 심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다양한 일자리 진입을 위한 직업·직무능력개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일자리 연계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40대가 관계를 회복하고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40대 특화 전용 직업전환 및 소통 공간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 2023-12-18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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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참여 확대, 보람일자리 원동력” 서울시 성과공유회 개최
- 2023 서울시 보람일자리 성과공유회가 15일 오전 10시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참여자가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의 한 해를 재조명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보람일자리는 연륜과 전문성을 지닌 중장년에게 지속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안정된 노후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이다. 2015년 442명으로 시작한 사업은 2023년 5149명이 참여하는 등, 지속적으로 참여자 수와 규모가 증가해왔다. 특히 올해부터는 전환기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의 일환으로 생애전환기인 40대도 참여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시대에 발맞춰 문화·예술·미디어, 환경 분야를 강화해 ‘중장년미디어활동가’, ‘도서관지원단’,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 등을 신설해 새로운 일자리 경험을 제공했다. 이번 행사는 신규 사업 중 하나인 중장년미디어활동가 분야의 참여자였던 윤이다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프닝에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아름다운 동행을 모티브로 한 ‘케이휠댄스프로젝트’ 팀의 공연이 펼쳐지며 화려한 막을 올렸다. 이후 장애인사업지원단 이지선 씨와 빗물관리지원단 김효 씨의 개회선언으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성과보고를 맡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이성수 사업운영본부장은 “서울시 보람일자리는 중장년이 자신의 경력을 발휘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사회적 소속감을 얻는 동시에 적정한 근로시간을 통해 여가 활동을 겸할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중장년 시민들에게 최적화된 서울시 사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올해 출산·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거나 가구 여건 등으로 정규 일자리를 갖기 어려웠던 40대 여성들의 참여가 많았다. 보람일자리 경험을 발판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도와나가겠다”고 밝혔다. 올해 서울런4050 시행으로 234명의 40대 참여자가 보람일자리와 인연을 맺었다. 한국통계연구소 의뢰 조사 결과, 중장년 참여자들은 높은 만족도(86.8점)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참여자들과 함께 호흡했던 활동처(92.9점)와 최종 수혜자인 시민(95.3점)들의 만족도도 또한 상당히 높았다. 이날 행사에 축사를 위해 참석한 오세훈 서울특별시장은 “참여자와 수혜자들의 반응과 만족도가 좋은 만큼, 계속되는 사업을 통해 많은 분들이 함께해나가며 더 큰 기쁨과 보람을 만들어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며 “서울시 또한 지난 1년 동안의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보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사업을 잘 챙겨나가겠다”고 참석자들을 격려하고 축하했다. 이어진 ‘2023 보람일자리 유공자 표창’ 순서에서는 분야별 총 37명의 유공자가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이후 시각장애인생활이동지원, 건강코디네이터, 소상공인온라인홍보마케팅 분야 참여자들이 단상에 올라 좌담 형태로 활동 우수사례를 나누는 것을 끝으로 행사가 마무리됐다. 한편 2023 보람일자리 사례집 ‘모두를 위한 내 꿈. 다시 뛰자, 보람일자리’를 통해 참여자 및 활동처, 수혜자들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해당 사례집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 홈페이지 또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 매거진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온·온프라인 기사로도 확인 가능하다.
- 2023-12-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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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막했던 판로, 보람일자리로 온라인서 실마리 찾았죠”
-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살면서 한 번쯤 봤을 퀼트 제품. 퀼트는 ‘이불이나 쿠션 등에 누비질을 해 무늬를 두드러지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퀼트마을 협동조합’의 대표이자 업계에서 대모로 통하는 김은주 씨는 “퀼트는 천으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표현한다. 30년 넘게 바늘을 손에서 놓아본 적 없을 정도로 그는 퀼트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김은주 씨는 동양적인 아름다움이 녹아 있는 퀼트 작품을 만드는 작가로 유명하다. 개인전도 여러 번 열었다. 20년 넘는 기간 퀼트 교육도 진행해 전국에 그를 거쳐간 제자가 3000여 명에 이를 정도다. 그러한 가운데 김은주 씨는 교육 이상으로 흐름에 발맞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껴, 제자들과 뜻을 모아 2015년 사회적경제기업 ‘퀼트마을 협동조합’(이하 ‘퀼트마을’)을 열었다. 현재 7명의 조합원 개개인은 각자의 지역에서 숍을 운영하면서 협동조합 활동도 펼치고 있다. 시간이 쌓이면서 성장 중인 가운데, 올해 서울시 보람일자리 ‘소상공인 온라인 홍보마케팅 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퀼트마을은 더욱 날개를 달았다. “퀼트 숍을 운영하려면 최소 10년의 경력이 필요해요. 그 제자들을 불러서 ‘우리 완제품 판매를 같이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대부분 퀼트 숍에서 교육을 하거든요. 그런데 이 산업이 발전하려면 완제품 판매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야 많은 사람이 퀼트를 알게 되고, 우리가 할 일도 많아지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완제품을 얼마에 파느냐였는데, 3년의 연구로 합리적인 가격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홍보마케팅 효과 톡톡 어느 날 김은주 씨는 서초구 사회적경제 통합지원센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소상공인 온라인 홍보마케팅 사업단’이 있는데 도움을 받아보지 않겠냐는 연락이었다. 김은주 씨는 도움이 될 부분이 분명히 있고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 사업 지원을 받기로 했다. “퀼트 제품은 온라인 판매가 어려워요. 하늘 아래 똑같은 퀼트 제품은 없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불가능하죠. 그리고 퀼트 제품은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봐야 하거든요. 온라인 홍보로 알려졌으면 한 부분은 퀼트마을에서 완제품을 판매한다는 점이었어요. 국내에서 퀼트 완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거의 없거든요. 그 사실만 알려져도 좋을 것 같았습니다.” 소상공인 온라인 홍보마케팅 사업단은 소상공업체 및 사회적경제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플랫폼 구축 및 홍보 콘텐츠 제작 지원을 통해 경영 활성화 증진에 기여하는 사회공헌 일자리다. 퀼트마을 홍보는 김현숙, 최은영 활동가가 맡았다. 활동 기간은 4월부터 12월까지(기존 계획에서 한 달 연장)로, 그들은 자신의 SNS인 블로그에 매달 퀼트마을 관련 포스팅을 게재했다. “가방, 모자, 방석 등 매달 다룰 아이템을 다 정해놓았어요. 예를 들어 설명하면, 10월 아이템은 배낭이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활동가분들이 오시는데, 그날 제가 만든 배낭을 하나하나 설명해드렸어요. 사진 촬영도 진행하고요. 다른 지역에 있는 조합원분들의 배낭 사진도 제공해드렸습니다. 그러면 활동가분들이 글과 사진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포스팅을 해주시죠. 두 분께서 정말 열정적으로 활동해주셨어요. 주말 행사에 와주신 적도 있고, 지방에서 하는 행사는 홍보 글을 선뜻 써주셨죠. 그 모든 것이 감사했습니다.” 조합원들은 퀼트 작업을 하느라 홍보할 시간이 없는데, 그 시간을 활동가들이 채워준 셈이다. 김은주 씨는 블로그 홍보 이후 손님도 늘고 매출도 상승했다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블로그 글은 없어지는 게 아니고 계속 남아 있지 않나. 계속해서 입소문이 나고 홍보 효과가 더 좋아질 것 같다”면서 퀼트마을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취미를 직업으로 김은주 씨의 첫 번째 목표는 퀼트마을에서 완제품을 판매한다는 사실이 더 널리 알려지는 것이고, 두 번째는 작품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다. “제품과 작품은 다르다고 생각해요. 제품은 가방, 지갑 등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죠. 작품은 한계가 없어요. 벽걸이가 될 수도 있고, 카펫이나 이불로 쓸 수도 있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사용처를 개발해달라고 말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손재주가 뛰어났던 김은주 씨는 미대 진학을 원했지만 부모님의 반대로 꿈을 접고 교사의 길을 걸어야 했다. 결혼 후 육아를 하면서 일을 그만둔 그는 그제야 자신이 좋아하는 바느질을 취미로 하게 됐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접한 퀼트의 세계에 푹 빠져버렸다. 김은주 씨는 “재밌으니까 오랜 시간 하는 거다. 평생 바늘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르신들이 ‘늙어도 마음은 똑같아’ 하시던 말의 의미를 느끼는 요즘입니다. 또 현재의 50~60대는 과거의 인식과 달리 젊고 열정이 넘치잖아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재밌게 사시면 좋겠습니다! 취미 생활을 즐기다 보면 직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경우잖아요. 특히 제자들이 퀼트 작가, 선생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많이 느껴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취미가 직업이 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2023-12-1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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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장애로 알게 된 세상 문턱, 봉사 활동으로 낮춰”
-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 ‘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서른 중반에 딸아이의 장애를 알게 됐을 때 이지선(40) 씨의 인생에 변곡점이 찾아왔다. 왜 나에게,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억울하고 화가 났다. 나는 이제 뭘 할 수 있을까, 막막하고 슬프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내리막을 걷는 듯했으나 이내 깨달았다. 그건 인생 2막을 열어준, 삶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준 지점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마흔, 그는 또 하나의 상승 좌표인 보람일자리를 만났다. 인터뷰에 앞서 이지선 씨에게 아이의 장애를 밝히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이에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숨기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 사실 그의 삶을 논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이지선 씨는 서울시 보람일자리 장애인사업단의 참여자로 성민복지관에서 활동 중이다. 이러한 행보 역시 아이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딸아이를 위해 치료실에 다니다 보니 다른 발달장애 아동들을 보게 됐고, 그 부모들의 삶도 보게 됐어요. 처음에 내 삶에만 몰입돼 있을 때는 원망스럽고 서글펐는데, 차차 그런 감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죠.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려면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한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연하더라고요. ‘그래, 일단 현장에 가서 보면 뭐라도 길을 찾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보람일자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꿈을 향한 출발점을 찾다 이지선 씨는 주 2회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성민복지관에서 최중증 발달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한다. 그가 전담하는 이는 자폐증과 뇌변병장애를 동시에 갖고 있어 의사소통과 신체활동이 쉽지 않은 편이다. 뭐든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나누고 싶지만 상호작용이 어려워 초반에는 꽤 막막했다고. 그래도 열심히 고민하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하며 교류해나가는 중이다. “제가 담당하는 분은 애착 물건이 테이프더라고요. 그걸 계속 뜯고 만지면서 감각 추구를 하는데, 다른 활동에는 관심도 적었고 잘 움직이지 않으셨죠. 뭐라도 해보자는 생각에 색깔 테이프를 뜯어 바닥에 그림을 그리듯 붙여봤어요. 그랬더니 테이프 그림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고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그런 긍정적 반응은 처음이었죠. 미약하지만 어떤 교감을 했다는 기분도 들었어요. 이렇게 조금이나마 그들의 일상에 동기부여를 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지만 열심히 알아가려 합니다.” 이지선 씨는 현장 경험을 쌓는 동시에 이론도 공부하며 전문성을 다지고 있다. 올해는 대학원에 입학해 가을학기부터 전공 강의도 듣는다. 아직은 보람일자리도, 대학원 생활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듯한 표정이다. 방황하고 막연했던 시기를 지나 새로운 출발점을 찾았기 때문일 터. 게다가 목표점도 생겼다. 바로 운동재활치료사가 되는 것이다. “아직 수업을 들은 지는 2주밖에 안 됐지만, 명확한 꿈이 생겨 좋아요. 사실 아이 때문에 뭘 할 수 없을 거라고 낙담하곤 했는데, 아이 덕분에 이렇게 꿈도 찾고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졌어요. 예전엔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긴 적도 있는데요. 그때 나의 정체성과 가치관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는 누군가를 돕는 일을 가치 있고 기쁘게 여기더라고요. 지금 그런 것들을 실현하고 있고, 꿈을 향해 달려가고 있잖아요. 더 이상 내가 초라하지도 않고, 삶이 고통스럽지도 않습니다.” 행복한 선행,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꿈을 갖게 된 요즘, 일상이 마냥 꿈 같다는 이지선 씨다. 그는 자신과 같은 경단녀 엄마들에게 보람일자리를 적극 권하고 싶다 말했다. “일단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는 분들에겐 최적일 것 같아요. 저도 일주일의 대부분을 아이 치료에 할애해야 하는데요. 보람일자리는 월 최대 57시간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일하는 시간이 너무 길면 아이 돌볼 시간이 줄어드는데, 그럼 결국 일을 포기하게 되죠. 그러지 않으면 아이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고요. 적절한 시간을 투자하면서 제2의 직업을 고민하고, 그에 대한 도움을 얻는다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지선 씨는 원하는 분야가 분명했지만, 어떤 보람일자리에 도전할까 고민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경력을 발휘하거나 관심 있는 사업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분명 얻어 갈 게 많으리라고 말하는 그다. “저도 막연히 시작했지만 여기 와서 경험 많은 선배 참여자들 이야기도 듣고, 관련 업무와 종사자들을 접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많거든요. 또 보람일자리는 특성상 선행(善行)이 바탕이 되는데,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이 기분 나쁠 수 있을까요? 어떤 분야를 택하더라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으니, 그만큼 보람은 따라오리라 생각해요. 사실 보람일자리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그만큼의 시간을 어영부영 보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런 일을 함으로써 시간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고, 일상의 루틴도 만들어져서 자기계발이 되는 듯해요. 무엇보다 사회의 일원으로서 활동하고 어떤 기능을 한다는 것에 자부심이 생기니, 아이들에게도 더 자랑스러운 엄마가 된 것 같아 행복합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요즘은 그 말을 실감하고 삽니다. 아이들만 자라는 게 아니더라고요. 마흔 넘은 엄마도 함께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 2023-12-13 0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