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거(獨居). 명절이 다가오면 이 단어가 주는 쓸쓸함은 더 선명해진다. 명절의 풍경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한자리에 모이던 가족들은 각자의 일상으로 흩어졌다. 새뱃돈은 모바일로 주고받고, 덕담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이모티콘으로 대신하는 시대가 됐다. 풍경은 달라졌지만, 가족의 소식을 기다리는 어르신의 마음만은 예전 그대로다. 홀로 긴 명절 연휴를 보내야 하는 독거 어르신의 적적함은 커질 수밖에 없다. 독거 어르신의 마음에 닿는 위로가 필요할 때다.
독거노인은 228만 가구(65세 이상 1인 가구, 2024년 기준)에 이르렀다. ‘가족과 함께’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던 명절은 이제 외로움을 더 크게 느끼는 시간이 돼버렸다. 특히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독거 어르신일수록 그 시간은 더 길고 무겁게 다가온다. 60대 이상 고독사 사망자가 1970명(2024년 기준, 미상 제외)에 이른다는 통계는 이런 고립의 풍경이 결코 일부의 이야기가 아님을 말해준다.
우리가 주변에서 스칠 수도 혹은 만날 수도 있는 독거 어르신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독거 어르신을 직접 만나는 류남희 생활지원사(어르신마을재가노인돌봄센터), 박판금 활동가(서울시50플러스재단 가치동행일자리 어르신건강동행단), 이효정 생활지원사(하청교회 행복늘푸른대학)는 ‘관심’이 위로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관심에서 시작한 일상적인 인사, “안녕하세요”
독거 어르신을 향한 따뜻한 위로는 “안녕하세요”라는 일상적인 인사로 시작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릴 때, 계단을 오르내리다 스쳐 지날 때, 잠시 눈이 마주치는 짧은 순간에 건넬 수 있는 한마디다. 짧은 인사말에 ‘당신의 편안한 안녕(安寧)을 궁금해한다’는 관심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외로움을 단숨에 해소하는 것은 어쩌면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짧은 인사로 안부를 듣고, 누군가 나의 존재를 알아보고 말을 건넨다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이라는 빙산은 조금이나마 녹을 수 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짧지만 눈을 마주치며, 약간의 목례와 함께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차가운 공기를 순간적이지만 따뜻하게 바꿀 수 있다. 스치는 인사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오늘의 첫 대화이고, 오늘의 유일한 목소리일 수도 있다.

“내 갈 길이 바쁘고 내가 지금 뭔가에 집중하고 있으면, 나머지는 안 보이잖아요. 근데 이제 관심을 가지면 보이지 않았던 그 작은 게 보여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내 주변을 향한 관심이 아닐까 싶어요.”(박판금 활동가)
“떡국 드셨어요?”보다 “떡국 같이 드셔주실래요?”
관심의 물꼬가 열렸다면, 다음에 이어져야 할 위로는 어르신을 ‘인정하는’ 대화다. 독거 어르신 스스로 ‘도움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대화를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 이효정 생활지원사는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은 자존심이 곧 자존감이고, 자존감이 곧 자존심”이라고 표현한다.
왕년에 잘나갔던 시절은 이미 추억의 페이지로 넘어갔고, 지금 어르신들이 마주하는 것은 홀로 남은 자신의 일상이다. 그 앞에 선 독거 어르신들은 종종 예민해지고, 말끝이 날카로워지며, 쉽게 마음을 닫는다. 특히 외부 활동을 꺼리는 어르신일수록 그런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거리를 두고, 관계를 만들기보다 스스로를 보호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다. 설득이나 훈계가 아니라 ‘인정’의 대화가 필요한 이유다.
“‘떡국 드셨어요?’라고 물으면 ‘명절에 떡국 안 먹는 사람이 어디 있나’며 뾰족하게 대답하세요.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의식적으로 나타내는 거예요. 특히 명절이 되면 가족들이 찾아오는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경로당에 한동안 안 가시기도 해요. 그래서 명절 때 떡국을 많이 먹었어도 명절이 지난 후에 방문하면 ‘떡국 한 그릇 제대로 못 먹었다’고 말을 건네요. 그러면 ‘그런 것도 못 먹었나’라고 하시죠. 대화는 떡국 같이 먹자는 얘기로 흘러가요. ‘떡국 한 그릇 사드실래요?’라고 하면 ‘내가 그것도 못 먹나?’라는 반감을 가지시니까 ‘떡국 혼자 먹기 힘든데 같이 드셔주실래요?’라고 물어요.”(이효정 생활지도사)
“조심해야 할 것은, 가르치듯이 얘기하면 안 돼요. 예를 들어 어르신이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교통비를 아끼려고 걸어가신대요. 그럴 때 ‘그거 몇 정거장 안 되니까 버스 타고 가세요’, ‘택시 타고 가세요’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쉬엄쉬엄 가세요. 정 가시려면 날씨 좋을 때 가세요’라고 얘기해요. 내 관점에서 우선순위를 바꾸면 안 되는 거죠.”(박판금 활동가)
독거 어르신에게 필요한 것은 인정받는다는 기분이다. 누군가에게 짐이 아니라, 여전히 누군가와 무엇인가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이다. 명절의 위로는 거창할 필요 없다. 말의 방향을 “해줄게요”보다 “같이 해요”, “이렇게 하세요”보다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라고 건네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견디는 힘이 되어줄 수 있다.
함께 어울리는 ‘평범한 이웃’으로 대하는 자세
명절 속 독거 어르신을 위로하는 방법은 어르신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특별히 챙겨야 할 대상,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아니라, 같은 동네에 살고 같은 시간을 보내는 ‘이웃’으로 바라보는 평범한 시선이 먼저다.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만 보이는 것이 더 큰 상처가 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평생을 가족과 사회를 위해 살아온 세대에게 ‘수혜자’라는 위치는 스스로 움츠러들게 만들기 쉽다. 그래서 위로는 돕는 방식보다, 대하는 태도에 더 많이 담겨 있다.
“도움받는 것 자체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세요. 복지관에서 식사하는 행사를 하면 번호표 받고 줄 서서 기다리는 걸 자존심 상해하세요. 수혜자처럼 보이고 싶지 않은 거죠. 어르신들이 대접받는 형식으로 마련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요.”(류남희 생활지원사)
필요한 것은 ‘챙김’이 아니라 ‘관계’다. 해주는 사람이 있고 받는 사람이 있는 구조보다, 서로 이야기 나누고 관심을 주고받는 관계에 더 가까운 방식이다. 말 한마디에 귀 기울이는 것, 그 사람의 이야기를 흘려듣지 않는 것, 관심이 향하는 방향을 조금 바꾸는 것이다.
“어르신들은 인정해주는 걸 좋아하세요. 그리고 자식 자랑 안 하시는 분이 없어요. 그럴 때 대화에 관심을 가져주는 거예요. 그분이 관심 있는 것을 빨리 캐치하고 그 소재를 던져주는 것도 중요해요.”(박판금 활동가)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관심 가져주고, 다시 물어봐 주는 경험은 스스로를 표현하게 만든다.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결국 독거 어르신에게 가장 큰 위로는 ‘여전히 이 사회의 한 사람’이라는 감각이다.

말할 곳이 있다는 것,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자체가 독거 어르신에게 전할 수 있는 위로일지 모른다.
※ 독거 어르신 도움받을 수 있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신청 방법◇ 신청 가능 대상 :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또는 기초연금수급자 중 독거·조손가구 등 돌봄이 필요한 분
◇ 신청 방법 : 주민등록상 주소지의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 필요 서류 : 신청서 (행정복지센터 비치), 신분증
◇ 지원 내용 : 방문·안전 지원, 사회관계 향상 프로그램 등. 은둔형·우울형 어르신을 대상으로는 우울증 진단 및 투약 지원 등 특화 서비스 별도 실시
◇ 추가 문의처 :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