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상’으로 인식해 애완동물이라 했지만, 이제는 사람과 ‘심적 친밀감을 나누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로 반려동물이라 부른다. 신문이나 광고에서 반려동물 천만 시대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보이는 현재, 동물들은 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참고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 한겨레 애니멀피플)
작은 몸에 올망졸망한 눈으로 한결같이 나만 바라보는 반려동물은 우리 마음의 정화를 불러일으킨다. 성별, 외모, 장애, 경제력 등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으며 비판하거나 질책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최근 강아지, 고양이, 새와 같은 동물을 인생을 나누는 ‘반려’의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급격히 늘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638만 가구로, 인구로 환산하면 1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국내 반려동물 산업의 급성장으로 이어졌다. 펫 택시, 전용 유치원, 장례 서비스, 원격 양육 서비스 등 관련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 9000억 원에서 지난해 3조 4000억 원으로 성장했으며, 전문가들은 2027년에는 6조 원으로 2015년보다 3배 이상 확대되리라 전망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방송사마다 동물 프로그램을 내보내고, SNS와 동영상 플랫폼에 동물 콘텐츠가 넘쳐난다.
반려동물의 긍정적 효과
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되어가고, 1인 가구가 꾸준히 늘면서 동물은 사람의 소외감과 외로움을 달래줄 친구이자 가족 역할을 해주고 있다. 반려동물이 사람의 심리와 정서 안정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노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19년 서울시 취약계층 반려동물 양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을 기르는 청장년 1인 세대보다 노인 부부 세대가 더 높은 심리적 효과를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강아지나 고양이와 함께하면서 책임감 증가, 외로움 감소, 삶의 만족도 향상, 스트레스 감소, 대화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반려동물이 노인들의 인간관계와 사회활동을 촉진하는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반려동물과 장기간 생활하면 기억력 감퇴와 인지 능력 저하 등을 늦춰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려동물의 이름을 기억하고, 식사를 챙겨주고, 산책을 시켜주거나 털을 빗겨주는 등의 행동이 치매 환자의 정신 상태나 기동성을 향상시키는 작용을 해서다. 미국 플로리다주 제니퍼 애플바움(Jennifer Applebaum) 박사가 50세 이상 1300명의 인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53%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인지 능력 저하 속도가 느렸다. 애플바움 연구원은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과 스트레스 감소의 생리학적 측정(코르티솔 수치 및 혈압 감소를 포함해 장기적으로 인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 사이에 연관성을 확인했다”며 “반려동물이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초기 증거”라고 말했다.
동물들은 그저 존재하는 자체로 치유를 일으키기도 한다. 공원에서 짧은 다리로 뒤뚱뒤뚱 걷는 강아지의 뒷모습을 보기만 해도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테니 말이다.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다양한 ‘애니멀 테라피’를 실시하고 있다. 애니멀 테라피란 동물을 통한 치료 방법을 말한다. 활용되는 동물로는 개, 고양이, 돌고래, 소 등 다양하다. 예컨대 난독증 환자의 치료법 중 강아지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 있다. 난독증 환자들은 자신이 더듬거리는 것에 대해 깊은 열등감이 쌓여 있거나 주눅 들어 있는 등 평소 자신감이 약한 태도를 보이기 쉽다. 때문에 편견을 가지지 않은 존재인 개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낮아진 자신감을 올려주고, 점차 말을 더듬는 증상을 완화하는 식이다.
또한 일본 정부는 일본 내 유기 동물 문제 해결과 노년층의 건강 회복 모두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올해부터 요양원에 애니멀 테라피를 도입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환경성은 지자체가 보호 중인 개나 고양이를 병원이나 요양원으로 보내 노인의 심리 치료 효과를 높이고자 한다.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별
노년에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거나 계획이 있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반려동물의 죽음이다. 보통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20년이기 때문에 이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 시간을 함께한, 정들었던 동물 친구를 마음에서 떠나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자식처럼 기른 반려견, 반려묘가 죽어 큰 슬픔을 호소하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기도 한다. 특히 노년층은 상대적으로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적고 반려동물을 향한 심리적 의존도가 높아 극도의 우울, 무기력, 자책 등의 감정을 동반할 수 있다.
애니멀피플이 공공의창·한국엠바밍·웰다잉문화운동과 함께 실시한 ‘한국 반려동물 장례 인식조사’를 보면, 펫로스를 경험한 응답자의 과반수가 가장 힘들었던 점으로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52.8%)을 꼽았다. 우울증(19.5%), 반려동물 죽음 자체에 대한 부정(18.7%), 죽음에 대한 분노(7.9%) 등이 뒤를 이었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던 대상이 떠난 후 밀려오는 그리움과 상실감은 당연하지만, 이를 잘 갈무리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거나 관련 책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반려동물과 이별한 사람을 위한 책’의 저자 이학범 수의사는 “반려동물과 이별하며 슬픔을 겪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거나 기간이 길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겪지만, 수습 절차나 방법은 자세히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를 들어 주변 산에 묻는 행위는 불법이다. 보통 동물은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생활 쓰레기로 배출하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용 폐기물로 처리한다. 최근에는 오랜 친구를 폐기물로 처리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병원에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합동 화장을 진행하거나, 반려동물 장례 시설을 이용하는 추세다. 동물 장묘업체는 반드시 이동식 장묘업체가 아닌 농림축산식품부에 등록된 업체여야 한다. ‘e동물장례정보포털’(eanimal.kr)을 통해 합법적인 업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났을 때 반려동물을 부탁할 곳도 고민해야 한다. KB국민은행에서는 내가 죽고 나면 누가 내 강아지를 돌봐줄까 고민되는 사람들을 위해 반려동물 신탁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의 주인인 ‘위탁자’가 사망해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수탁자’인 은행에 자금을 미리 맡기고, 본인이 사망한 뒤 반려동물을 돌봐줄 새로운 부양자인 ‘사후 수익자’에게 반려동물의 보호 관리에 필요한 양육 자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조건으로 가족 또는 제3자에게 자신의 유산을 일부 상속해놓는 것도 방법이다. 대신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등 상세한 내용을 담은 유언장이 있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한편 비교적 명확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의 성장성에 비해 반려인 사망 시 반려동물에게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 이에 돌연사, 고독사, 사고, 질병 등에 의해 반려인을 잃고 홀로 남을 반려동물을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은행 점포 수가 줄면서 고령자의 은행 이용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령자의 불이익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과 금융의 빠른 디지털화로 비대면으로 제공되는 금융서비스, 그로 인한 우대와 혜택이 다양해지고 있어서다.
실제로 시중 은행들은 예금과 적금 등의 금융상품을 비대면으로 가입할 때만 받을 수 있는 우대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상품마다 다르지만 연평균 0.1%~0.2%대에 달한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에서 적금에 가입한 60대 이상 시니어의 80.9%가 은행 창구를 이용했다.
게다가 고령층(60대 이상)의 비대면 금융상품(예‧적금) 이용률은 0.4%~10.7%대에 불과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오기형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4대 시중은행(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비대면 금융상품 현황’을 분석해 본 결과, 우리은행이 0.4%로 가장 낮았고, 국민은행이 6.7%, 신한은행 8.0%, 하나은행 10.7%, 우리은행 순으로 이용률이 낮아졌다.
타행 이체 수수료에도 비대면 우대 혜택이 제공된다. 은행 창구 이용 시에는 이체 금액에 따라 400원~4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비대면 채널 이용 시 이체 금액과 관계없이 수수료 면제 혹은 최대 500원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 NH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KB국민 등 6개 은행이 65세 이상 고객들을 대상으로 은행 영업시간 내 ATM 이용할 때 수수료를 전면 면제하겠다고 나섰지만, 타행 거래건 수수료 면제는 은행에 따라 상반기까지도 기다려야 한다. 자행 ATM 거래 수수료 면제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령층이 비대면 금융서비스의 혜택과 우대 사항을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 금융소비자의 소외 현상’이 두드러지자 국회에서 이를 지적하고 나섰다. 오기형 의원은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은행 지점의 축소 및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동시에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되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흐름에 그동안 오프라인 매장에 익숙해져 있던 고령층이 소외되지 않게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효성 지적받는 ‘점포폐쇄 공동절차’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개정안을 발표한 바 있다. ▲점포 폐쇄 전 사전영향평가 실시 ▲사전영향평가시 소비자보호부서와 외부 전문가 참여 의무화 ▲점포 폐쇄일로부터 최소 3개월 이전부터 총 2회 이상 고객 통지 등 안내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점포가 감소한 은행에는 지역재투자 평가시 불이익을 부여하고, 은행 점포 운영현황(신설. 폐쇄 등)을 분석해 매해 반기에 대외 발표하는 등 공시 확대를 통한 시장규율기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울뿐인 조치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동수 의원은 지난해 10월 보도자료를 내 고령층 등 금융 약자의 소외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유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금융감독원장이 ‘은행 점포 폐쇄 시 사전신고제 및 점포폐쇄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다”며 “자율적 절차가 실효성이 없다면 점포폐쇄 전 사전 용역의무화라던지, 공동점포, 국가기관인 우체국을 활용하는 방법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점포폐쇄 지역이나 노령자들 편의를 위해 이용하겠다던 이동점포도 현실은 은행의 홍보를 위해 대도시, 대학가, 휴가 피서지 위주로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유 의원은 금융위원회의 ‘고령층 친화적 디지털 금융환경 조성 가이드라인 마련 연구용역’에는 고령자 친화 앱 개발, 눈에 띄게 큰 글씨, 편의성을 제공하는 앱, 앱 품질 개선 등의 선언적 결과만을 제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게다가 지난해 은행 지점‧점포는 전국에서 총 303개가 사라졌는데,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금융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점 폐쇄를 반대하는 주민들과 은행의 갈등 사례도 잦아질 전망이다. 실제로 폐쇄가 예고돼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던 신한은행 월계동지점은 ‘디지털 출장소’ 형태로 남게 됐다. 지점을 폐쇄하는 대신 창구 직원 2명을 배치하는 등 대면 창구를 남기는 것으로 선회한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지적했듯, 금융당국과 업계가 금융소외현상 최소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행ATM 먼저 수수료 면제, 영업시간 내 이용 거래만 해당돼
올해부터 만 65세 이상 고객은 영업시간 내 은행 ATM을 이용할 때 수수료를 전면 면제받는다. 현금 입출금, 이체 거래와 금융 거래 비용 등 ATM을 이용한 금융거래 비용이 절감되고 ATM 이용 편의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시행 은행은 NH농협‧신한‧우리‧하나‧기업‧KB국민 등 6개 은행이다. 은행연합회는 금융거래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고령층 고객의 금융서비스 이용 불편 해소 방안의 일환으로 이 같은 결정을 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은행연합회는 ATM 이용수수료 면제 시행에 따라 만 65세 이상 고객의 ATM을 이용한 현금 입출금, 이체거래 등 금융거래 비용이 절감되고 ATM 이용 편의성이 증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 65세 이상 고객 수는 약 860만 명으로 추산된다.
고객 계좌에 연동된 개인정보를 자동으로 확인하므로 고객이 따로 신청하거나 확인해야 하는 절차는 없다. 단, 은행 영업시간 외 ATM 이용 시에는 수수료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신한은행 홍보부 김삼선 부부장은 “1월말 부터는 타행 ATM 신한은행 계좌 거래의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시스템 역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시행일자는 은행마다 조금씩 달라질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4일부터 65세 이상 고객 약 290만 명을 대상으로 전자금융 이체수수료와 우리은행 ATM 수수료 면제가 이뤄지고 있다. 신한은행 역시 5일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은행은 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국민‧농협‧하나은행은 1월 중 수수료 면제 서비스를 목표로 준비 중에 있다.
이에 따라 고령층 고객은 늦어도 1월 말부터는 은행 영업시간 내 자신이 이용하는 은행의 ATM을, 상반기 중으로 다른 은행 ATM기기를 통한 금융 거래를 수수료 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은행연합회는 “고령층 고객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금융취약계층이 금융서비스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디지털금융 서비스 역시 고도화하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디지털 환경에 낯선 노년층도 이용하기 쉽도록 시니어 맞춤 금융 서비스도 내놓는 추세다. 디지털 취약계층을 포용해 격차를 줄이고, 젊은 세대에 비해 자산규모가 큰 시니어들을 충성고객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금융사들은 모바일뱅킹 앱을 시니어가 사용하기 편하게 별도 제작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시니어 전용 모바일뱅킹 앱을 운영 중이다. 기본 앱보다 글씨가 크고, 시니어가 주로 이용하는 조회·이체 등의 기능을 중심으로 메뉴를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바일뱅킹 앱에서 시니어가 전용 메인 화면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두 은행 역시 글씨를 크게 바꾸고 메뉴 구성을 단순화했다. 시니어 고객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계좌조회와 즉시이체 기능만을 전면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였다.
앱 뿐만 아니라 시니어 전용 ATM 서비스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1월 금융권 최초로 ‘시니어 고객 맞춤형 ATM 서비스’를 내놨다. 큰 글씨와 쉬운 금융 용어를 사용하고, 색상 대비를 활용해 시인성을 강화하는 등 기존 ATM 화면을 개선해 시니어 고객의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신한은행은 시니어 맞춤형 ATM 서비스를 60대 이상 고객의 내점 빈도가 높고, 창구 업무의 75% 이상이 입출금 등 단순 업무 위주인 신림동 등 5개 지점에 우선 적용해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은행권에 이어 카드사도 시니어 고객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10월 모바일 앱 ‘신한payPAN(페이판)’을 ‘신한pLay(플레이)’로 개편하면서 시니어를 위한 ‘이지모드’를 함께 제공하기 시작했다. 시니어 고객이 쉽게 화면을 조작할 수 있도록 글씨 크기와 아이콘을 크게 구성하고, 시니어 고객들의 사용 데이터와 UX(User eXperiene) 분석을 통해 가장 많이 쓰는 메뉴를 선정해 그 위주로 구성했다.
시니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자 앱 이용자 중 시니어 고객이 늘어나는 효과도 있었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이지모드가 생기고 난 뒤, 11월 한 달간 신신한플레이(신한pLay)에는 시니어 고객 12만 명이 유입됐다. 11월 신한플레이 앱 내 65세 이상 시니어 방문 고객수(MAU)가 8월 대비 12%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시니어 고객 신규회원수도 5000명이 늘어나며 35% 증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급격한 디지털화로 지점 폐쇄도 점차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시니어 고객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디지털 취약계층을 위해 시니어 전용 앱 등 서비스 개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청년 세대뿐 아니라 중장년층 세대도 모바일을 활용해 은행 업무를 보는 경우가 많아졌다”라며 “젊은 세대들은 기존 은행에서 인터넷은행이나 페이업체로 넘어가는 경향이 있어, 새로운 디지털 고객층이자 비교적 많은 자산을 갖고 있는 시니어 고객층 확보는 기존 금융사들의 중요한 과제가 됐다”라고 말했다.
금융 업무의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 과도한 대면 영업 창구의 감소로 인해 비대면 금융 업무에 취약한 고령층의 소외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프라인 지점이 줄어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낮아지고, 고령층의 욕구에 맞는 금융상품이 개발·제공되지 못하는 문제 등이 지적됐다. 게다가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을 노린 금융착취와 각종 사기 피해도 누적되는 상황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은행 점포 수 감축과 빨라지는 고령화에 대비해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 5가지를 발표했다. 구체적으로는 오프라인 점포 폐쇄 시 사전절차 강화,고령층 차별 규제 강화, 금융회사의 고령층 맞춤형 상품 개발 유도, 금융회사의 고령층 착취 감시, 고령층의 금융역량 제고 등이었다.
금융당국 조치의 실효성 논란
은행들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고령자 전용 모바일 앱을 자체 개발해 출시했다. 큰 글씨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간편한 사용자환경(UI)을 구축해 시니어들이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밖에도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시니어 헬스 케어 플랫폼 ‘케어닥’과 손잡고 간병비 수납과 정산, 장기요양보험제도 같은 실버 케어 온라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5월 시니어 고객 전용 은퇴설계 서비스 ‘KB 골든라이프 X’를 선보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안으로 내놓은 고령자 전용 모바일 앱 구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고령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가 고령층이 어려워하는 비대면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은행 영업점 폐쇄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점포 수는 총 6405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영업점이 6709개였던 것과 비교해 304개 줄어든 수치다. 금융권은 점포를 줄이는 대신 무인점포, 이동점포를 활용하기로 했으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대책이 고령층의 비대면 금융 업무 수요를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통상 이동점포로 트럭, 대형버스, 소형버스 등을 합해 2~8대 운영한다. 이는 고령층의 수요를 충당하기에 부족한 수치다. 게다가 이동점포는 취약계층뿐 아니라 비상시나 행사에도 활용하고 있어 고령층 지원에 한계가 있다. 또 은행들은 이동점포를 언제, 어디서 운영하는지 별도로 공지하지 않고 있어 고령층이 이동점포를 찾아서 이용하기 힘든 실정이다. 무인점포를 이용한다 하더라도 키오스크 이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안내원이 없으면 어려움을 겪는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하는 은행들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마련했음에도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은행들은 고령층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ATM 기기만 있었던 무인점포 두 곳을 올해 9월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했다. 디지털 라운지로 전환된 신한은행 평촌 남지점과 대구 다사지점은 화상 상담 창구인 디지털 데스크와 고객 스스로 창구 업무를 할 수 있는 스마트 키오스크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구성됐다.
낯선 기기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을 위해서는 ‘디지털 컨시어지’라는 안내 직원을 배치해 고령 고객의 이용을 돕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무인점포에서는 예적금을 비롯한 금융상품 가입, 신용·전세대출, 통장이월, 카드 발급 등 창구 업무의 약 80% 수준의 업무 처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무인점포를 방문해 기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시니어라도 현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상담을 받고 기기를 이용할 수 있다.
디지털 소외뿐 아니라 신체적 어려움으로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는 이들을 위한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동문 측면형 부스 설치를 추진하며 경사로와 자동문을 통해 고령자, 장애인, 임산부 등 몸이 불편해 은행 이용이 어려운 이들도 이용하기 쉽도록 시설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재 자동화 기기 터치 화면보다 큰 화면을 고령자용 ATM으로 설치하고 고령층을 위한 음성인식 및 음성안내를 지원하는 기기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자동화 기기 신설을 검토할 때 연령대별 분석을 통해 고령층의 금융 소외를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가 국민연금 운영과 지급을 책임지기 때문에 국민연금 노령연금에는 소득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사실일까? 국민 중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최근 미래에셋 투자와연금센터에서 실시한 ‘2021 대한민국 직장인 연금이해력 측정 및 분석’에서 3050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연금이해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냈다.
위 질문은 출제된 문제 중 하나다. 정답은 ‘소득세를 부과한다’이다. 국민연금을 받을 때는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 문제 정답률은 41%밖에 되지 않았다. 3050 직장인 10명 중 6명 정도가 국민연금이 과세 대상인 것을 모르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 과세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연금을 납부하는 기간 동안 연말정산 때 소득공제를 받았다면 연금을 받을 때 세금을 내야 한다. 반대로 소득공제 혜택을 받지 않았다면 연금을 받을 때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국민연금은 2002년부터 소득공제 혜택을 줬다. 보험료를 내는 시기에 세금부담을 줄여주고 연금을 받을 때 세금을 받아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국민연금제도가 처음 생긴 1988년부터 2001년까지 납입금액에 대한 연금은 비과세고, 2002년 이후 납입분에 대한 연금은 과세 대상이다.
기본적인 노후생활 보장이라는 국민연금의 취지를 주장하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시니어들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납세 기준은 대략 70만 원 정도로, 국민연금 전체 수급자 평균연금액인 54만 20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국민연금 납세 과정은 직장인의 납세와 같다.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매달 연금을 받을 때 세금을 원천징수한다. 그리고 연말정산 때 1년치를 몰아서 환급받는다.
예를 들어 매달 60만 원을 국민연금으로 받으면서 연금소득 외에 별다른 소득이 없는 A 씨는 연간 총 720만 원을 연금으로 받는다. 연간 연금 수령액 700만~1400만 원 구간의 연금소득공제액은 700만 원을 초과하는 금액의 20%에 490만 원을 더한 금액이다. 그러면 490만 원에 700만 원을 추가하는 20만 원의 20%인 4만 원을 더해 총 494만 원이 공제된다. 따라서 A씨의 총 연금소득액은 700만 원에서 494만 원을 뺀 206만 원이 된다.
연금소득공제뿐 아니라 기본 소득공제도 적용된다. 다만 직장인 소득공제보다는 항목이 적다. 연금소득자들은 본인과 배우자, 자녀 등에 대한 인적공제만 받을 수 있다. 부부 가구라면 한 명당 150만 원씩 공제해주는 인적공제까지 받으면 300만 원을 뺄 수 있어 과세표준은 0원이 된다. 과세표준이 0원이니 부과되는 세금은 없다.
이처럼 국민연금 말고 다른 소득이 없으면 세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전문가들은 부부 가구 기준으로 월 연금액이 대략 70만 원보다 적다면 세금 문제를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이다.
다만 연금을 받을 때 연금소득이 아닌 다른 소득도 있다면 연금 수령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이 있다면 국민연금 수령액이 합산 과세 대상이 돼 높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이호용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전문위원은 “연금을 받을 때 다른 소득이 있다면 수령 시기를 늦추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지난 26일 한국은행(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은행 예금금리도 줄줄이 올랐다. 이에 따라 은행 이용객들의 종잣돈이 다시 은행으로 몰려들고 있다.
주요 4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기준금리 인상 후 불과 이틀 만에 1조6000억 원 넘게 급증했다. 한은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조정 국면을 겪고 있어 은행예금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이번 주부터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리고 있다.
신한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1년 기준 거치식 상품 ‘신한 S드림 정기예금’은 0.60%에서 0.85%로, 적립식 상품인 ‘신한 S드림 적금’은 0.80%에서 1.05%로 각각 0.25%포인트 올랐다.
NH농협은행도 9월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0.05%~0.25%포인트 올릴 예정이다. KB국민, 하나, 우리은행도 조만간 예·적금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다. 외국계인 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도 기준금리 인상분을 반영해 예금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이번 주 예·적금 금리를 올릴 방침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지난 28일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가입기간 전 구간에 대해 0.2%포인트 인상했다.
보통 은행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1주일 안에 예·적금 금리를 기준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해왔다. 한은은 2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연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은행 예금금리가 오를 조짐을 보이자 은행 이용자들이 예·적금으로 빠르게 몰려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4대 은행인 KB국민, 하나, 우리, NH농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27일 기준 514조7304억 원으로 기준금리 인상 직전인 25일 513조504억 원과 비교해 이틀 만에 1조6800억 원 늘었다.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셋째 주까지만 해도 큰 변동이 없었으나 기준금리 인상 소식이 본격화된 1주일 전부터 늘기 시작했다.
은행권에선 이번 금리인상으로 예금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 은행으로 돈을 옮겨놓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한국은행은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까지 예고하고 있어, 예금금리가 더 오르면 은행으로의 ‘머니무브’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으로 예금금리가 연이어 오르면서 은행 이용자들의 대출금리 부담도 커질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산정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달 오르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9월 15일 발표되는 코픽스 금리에 반영된다. 따라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오는 10월부터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가 은행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상장지수펀드(ETF) 실시간 거래를 불허했다. ETF 매매 중개가 은행에 허용된 업무범위를 벗어난다는 이유에서다. 은행에서 DC형, IRP 계좌를 운용하면서 ETF 투자를 기대했던 시니어라면 증권사 계좌로의 이전을 고민해야 할 시기다.
지난 3월 KB국민은행은 금융위에 ‘은행 퇴직연금 계좌로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간 거래하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증권사의 업무 영역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위는 법령해석 회신문에서 “신탁업자인 은행이 투자매매⋅중개업자의 주식중개서비스와 연동해 투자자에게 ETF 시세를 제공하고 투자자 운용지시를 받아 실시간 또는 일정 시차를 두고 신탁재산을 운용하는 것은 ETF 위탁매매 업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금융위는 은행들에게 펀드에 한해 투자중개를 허용했다. 금융위는 “은행에 허용된 집합투자증권 투자중개업은 옛 증권투자신탁업법에 따른 수익증권 판매 업무를 의미한다”며 “옛 증권거래법에서 증권사 업무로 별도로 규율하고 있던 ETF 등 상장증권의 위탁매매는 포함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위 유권해석이 나오기 직전 일부 은행에서는 ETF 매매 서비스를 시작하기 위해 모든 준비를 마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 퇴직연금 수익률이 증권사 퇴직연금 수익률보다 저조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들의 IRP 평균 수익률은 2.98%였다. 증권사의 평균 수익률인 6.1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점유율에서도 증권사에 자리를 뺏기고 있다. 은행권 IRP 점유율은 지난해 말 69%에서 올해 1분기 67%로 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증권사 점유율은 21%에서 24.4%로 3.4%포인트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위의 ETF 불허 답변이 나와 ‘퇴직연금 머니무브’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 4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은행⋅보험에서 증권사로 이동한 IRP 자금 규모는 2019년 1563억 원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1분기에만 3122억 원에 달한다. 4개 증권사 DC⋅IRP에서 ETF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도 2019년 1836억 원에서 1분기 1조3204억 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퇴직연금 계좌를 증권사로 이전하는 흐름 속에서도 시니어들이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퇴직연금 계좌를 다른 증권사나 은행으로 이전하려면 기존에 운용하던 투자 상품을 모두 팔아서 현금화해야 한다. 수익이 난 상황이라면 괜찮지만 손익이 마이너스일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시니어들을 위한 전용 앱이 나오고 금융상품들이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시니어들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대면 금융에 익숙지 않은 시니어들에게 모바일 위주 서비스가 제공돼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을 피할 수는 없지만 시니어들을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는 은행 점포 수 감축과 고령화에 대비해 ‘고령친화 금융환경 조성방안’을 마련했다. 은행들은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맞춰 ‘고령자 전용 모바일앱’을 자체 개발해 출시했다. 큰 글씨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간편한 사용자환경(UI)을 구축해 시니어들이 더 쉽게 이용하게 하려는 의도였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케어닥’과 손잡고 간병비 수납과 정산, 장기요양보험제도 같은 실버 케어 온라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시니어 고객 전용 은퇴설계 모바일 플랫폼 ‘KB골든라이프X’를 선보였다.
문제는 시니어를 위한 금융서비스가 시니어들이 어려워하는 비대면 플랫폼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전히 모바일 기기 사용에 미숙한 시니어 고객 대부분은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 업무를 본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말 기준 60세 이상 이용자들의 인터넷은행 이용률은 평균 3%에 불과했다.
이 같은 지적에 자본시장연구원은 자체 발간물 ‘자본시장포커스’에서 고령친화적 금융서비스의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지점 수가 줄어드는 추세는 피할 수 없으므로 비대면 금융과 오프라인 지점 정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국 사례를 보면 영국은행협회(BBA, British Bankers Association)는 금융회사가 지점폐쇄를 결정할 때 점포가 있던 지역과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도록 한다. BBA는 지점폐쇄의 대안으로 영상통화를 통해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 하는 영상텔레뱅킹, 이동점포 같은 서비스를 금융회사들에게 추천한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인구 고령화를 경험한 일본 금융회사들은 고령층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은 전국에 트럭형 은행 약 150대를 운영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시니어들에게 직접 찾아간다. 아울러 시니어 고객이 아플 때를 대비해 업무 대리인 사전예약제를 운영하고, 노인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간병 관련 자격증을 따게 하는 은행도 있다.
금융시스템을 설계할 때 인지능력이 떨어진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금융학대'도 고려해야 한다. 금융학대는 지인이나 제3자에 의해 금융사기에 노출돼 보유자산을 잃는 것을 말한다.
인지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익숙하지 않은 비대면 금융 환경에 놓인다면 계좌번호를 틀려 잘못 송금하거나 사기를 당할 수도 있다.
외국에서는 금융학대를 막기 위해 디지털 감시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추세다. 디지털 감시시스템은 고령자의 자산관리와 금융거래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해 알리는 서비스로 미국의 에버세이프(Eversafe), 영국의 칼게라(Kalgera)가 대표적이다.
에버세이프와 칼게라는 인공지능을 통해 노년층에 대한 금융범죄 유형을 파악한다. 또 노인의 계좌에서 의심스러운 거래가 발견되면 금융기관에 알려 고령층을 보호한다.
곧 고령층으로 편입될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의 60대보다 모바일뱅킹 이용률이 높은 액티브시니어들이다. 따라서 비대면 금융 확산이 장기적으로는 일반적인 방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디지털금융 환경에서도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인지능력 저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지금과 같은 구조라면 액티브시니어들도 나이가 들어감에 따로 비대면 금융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고령화에 따른 디지털 접근의 불편을 완화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노후 관리에서 상속까지 해결할 수 있는 시니어 금융 상품이 등장했다. 은행은 나이가 들어 아플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융 상품과 서비스, 보험업계는 건강 보험 만기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진 100세 상한을 잇달아 깨고 있다. 액티브시니어를 비롯해 시니어들이 금융시장에서 큰손으로 등장하면서 시니어 금융상품도 진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지난 14일 내놓은 '하나 Living Trust'는 자산운용기능에 노후 관리와 상속 기능까지 추가했다. 통장으로 자산을 굴리다 병을 얻으면 노후 관리도 받고, 사후에는 상속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석이조 상품이다.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질 때를 대비해 자녀 중 한 명을 지급청구대리인으로 지정할 수 있다. 지급청구대리인으로 지정되면 계좌주가 아니라도 맡겨놓은 돈을 찾을 수 있다. 보이스피싱이나 치매로 인한 착오송금을 예방하기 위해 한 달 인출 한도액도 설정할 수 있다.
특정 자산을 상속하고 증여할 수 있는 신탁 상품도 있다. KB국민은행이 내놓은 'KB위대한유산 신탁'은 매달 소액씩 금에 투자해 시니어에게는 노후를 대비할 수 있도록 돕고, 필요 시 자녀에게 물려줄 수도 있다. 증여나 상속을 할 때는 금 실물과 현금 지급 중 선택할 수 있다.
지역 기반 상호금융인 ‘신협’은 시니어 세대 특화 금융상품인 ‘어부바효(孝)예탁금’을 내놓았다. ‘어부바효(孝)예탁금’ 상품은 섬세한 건강 관리가 필요한 시니어들을 위해 대형병원 진료 예약 대행, 치매 검사, 간호사 병원 동행, 간병 서비스 제휴 같은 헬스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 월 2회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해 알려주는 전화, 문자 안부 서비스도 포함된다.
다만 기초연금수급자 또는 기초연금수급자의 자녀만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인 자녀의 연 소득이 5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보험사들은 가입연령을 확대한 상품들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NH농협생명은 지난 1일 유병자는 물론 고령자도 두 가지 질문만 통과하면 가입할 수 있는 ‘두개만묻는NH건강보험’을 출시했다. 갱신형, 무배당 상품이다. 암, 뇌질환, 심장질환 보험금을 105세까지 보장하는 특약을 결합할 수 있다. 건강보험에서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100세 기준을 깬 상품이다.
이 상품은 3개월 이내 입원이나 수술, 추가검사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없고, 5년 이내 암·간경화·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을 진단받거나 입원·수술한 기록이 없다면 가입할 수 있다.
오렌지라이프는 지난해 3월에 '종신 만기'로 계약할 수 있는 '오렌지 큐브 종합건강상해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80세나 100세로 제한된 기존 상품과 달리 만기가 제한이 없어 가입자가 150세까지 살 경우 만기가 150세까지 이어질 수 있다.
또 주계약은 상해보험이지만 암과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뇌혈관질환, 허혈성심장질환, 골절깁스, 입원특약, 수술보장특약 같은 시니어에게 필요한 다양한 특약을 결합할 수 있다.
가장 최근에는 삼성생명이 지난 9일 기존 ‘GI(일반 질병, General Illness)플러스종신보험’보다 보장을 넓히고 가입연령을 확대한 ‘건강종신보험 대장금’을 출시했다. 기존 상품보다 가입 연령이 6년 이상 늘어 기본형인 1종은 만 15세부터 51세까지, 기본형보다 보험료가 적은 대신 해지 환급금도 적은 2종은 만 15세부터 6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주보험에만 가입해도 시니어가 많이 앓는 질병인 일명 ‘3대 GI’인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진단을 보장한다. 중증 만성 간 질환, 중증 만성 폐 질환, 광상동맥우회술 등 18대 질병·수술과 장기요양상태(LTC) 1·2등급 등 주요 보장 22개를 종신까지 보장한다.
미래에셋생명이 올해 3월 내놓은 '헬스케어 암보험'도 있다. '헬스케어 암보험'은 암뿐만 아니라 심장질환처럼 나이 들면 걸리기 쉬운 질병에 대해서 진단과 수술, 입원을 보장하는 특약까지 가입할 수 있다. 또 가입 시 원할 경우 종신까지 보장한다.
KB손해보험의 'KB건강보험과건강하게사는이야기'와 'KB암보험과건강하게사는이야기'는 질병 진단비를 110세까지 보장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금융계가 시니어 수요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금융전문가들이 시니어 세대에 대한 연구를 더 활발하게 진행하면서 시니어 대상 서비스와 특화 상품도 함께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