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에서 나온 지가 얼마나 되었을까? 몽롱하게 피어나기 시작하는 의식을 느끼며 무거운 눈을 겨우 추켜 올렸다. 뿌옇게 보여오는 세상이 살아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몇 번을 깜빡거리다 다시 눈을 감으려 하자 누군가 볼 따귀를 마구 때렸다. 어렴풋이 정신 차리라는 소리로 들려왔다. 깊게 눈을 감았다가 힘을 내서 희미한 세상을 올려다보았다. 15시간 만에 깨어난
1, 지리산 청학동서 세상을 만나다
필자는 촌놈이다. 지리산 삼신봉 아래 청학동 계곡에서 세상을 만나서다. 청학동은 경남 하동군 청암면 묵계리 일원을 이른다. 삼신봉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기암괴석으로 둘러쳐진 계곡을 돌고 돌아 섬진강으로 이어진다. 하동읍까지 40리(약 15.7㎞), 진주시까지 100리(약 39.3㎞)다. 지금은 관광지로 많은 사람이 찾지
“이 아이는 물을 많이 먹어요.” “저 아이는 추위에도 잘 자라죠.” 애정 어린 말투로 야생화들을 ‘아이’라고 부르는 백경숙(白慶淑·63) 백경야생화갤러리 대표. 그녀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였다. 갑작스러운 병마로 교단을 떠나야 했지만, 야생화 아이들과 싱그러운 ‘인생 2교시’를 맞이하고 있다는 그녀의 정원을 찾았다.
글 이지
시가 시대를 장식한다는 것이 이런 것일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라는 글귀로 시작되는 시 을 한 번이라도 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문학의 죽음이 얘기되고 시가 소수에게만 향유되는 취미가 된 현재를 비웃듯 은 단 세 문장으로 많은 이들의 마음을 지금도 저릿하게 만들며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을 쓴 시인이자 현재 공주문화원 원장을 맡고 있는 나태주(
필자는 한국전쟁이 나던 해 자식 많은 가난한 농사꾼의 9남매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지금의 풍요로움을 느낄 때마다 돌아가신 부모 생각에 마음 한구석 애잔함이 밀려든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로 변한 농촌에서는 극심한 식량부족에 시달렸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한 13명의 대가족이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해야 할 만큼 식량이 필요했
시니어들의 ‘손주 사랑’은 세계 공용어다. 영화 의 할머니는
“이 나이에 기다리는 것은 손주와 죽음이다”라는 대사를 내뱉는다.
또 “난 죽으면 손주의 애완 고양이로 태어날 거야”라는 대사도 나온다.
이 영화 말고도 손주를 통해 ‘웬수’가 된 아들과 화해하는 장면은 부지기수다.
올 여름, 빈센트 반 고흐가 희망과 꿈을 갖고 떠난 ‘아를’로 손주와 함
생물학적 수명은 늘어나고 사회적 수명인 정년은 점점 짧아지면서, 제2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두 번째 인생을 위해서는 경제적 자유, 즉 은퇴자금 준비가 중요한 문제이지만 제2 직업은 더 중요하다. 시니어들의 이러한 요구에 발맞춰 여러 민·관 기관에서 제2 직업에 관한 다양한 안내와 새로운 직업 소개를 하고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일
문국진(文國鎭·91) 박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법의학자다. 1955년 설립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창설멤버인 문 박사는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법의학’이라는 분야를 뿌리내리고 기틀을 잡는 등 한국 법의학계의 큰 스승과 같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말하는 인생의 스승은 바로 ‘죽음’이라고 한다. 수많은 주검을 부검했던 문 박사는 요즘도 부검을 하고 있다. 바로
◇ 고행길에서 극복하는 인생의 고난
작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페 케르켈링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책 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과로와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하페 케르켈링이 800km 산티아고 순례 길에 오르며 얻은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홀로 걷는 주인공의 모습이 담긴 포스터에는 ‘이 길은 당신을 무너뜨리는 동시에 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지 못 하는 사람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거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꼭 그래서 그런 건 아니지만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언제나 그리움이다. 이제껏 살아오면서 어렸을 때의 일을 글로 한번 꼭 표현해 보고 싶다는 열망이 항상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던 만큼 잘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돌아가 볼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