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먹기가 껄끄러운 장소

기사입력 2017-07-13 15:27 기사수정 2017-07-13 15:27

음식을 맛있게 먹으려면 무엇보다 음식 자체의 맛이 좋아야 하겠지만 좋은 사람들과 오순도순 재미있는 담소를 나누는 기분 좋은 상태에서 먹어야 한다. 더 바란다면 주위 분위기가 아름답고 잔잔한 음악소리가 바닥에 깔린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식 먹을 때마다 매번 그런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먹기는 황제가 아닌 이상 힘들다.

필자는 어떤 장소이건 아무음식이나 잘 먹지만 불결할 것 같은 음식점이나 기분이 썩 내키지 않는 곳에서의 식사는 극도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이제 나이 들어 이것저것 가리는 것도 주책이고 어른스럽지 못해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싫어하는 곳 첫 번째가 초상집 음식이다. 초상집에서 통곡소리 들으며 흰 소복 입은 여자들이 날라다주는 음식에는 죽은 사람의 귀신이 붙어 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강하게 박혀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들어오던 옛날이야기에 의하면 원통하게 죽은 사람의 영혼이 기가 약한 사람에게 옮겨와 병들게 하거나 저승길에 동행하자고 속삭인다고 했다. 그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아내도 필자가 초상집에 다녀오는 날은 현관문을 들어서기 전에 뒤로 돌아서게 하고 소금을 한 주먹씩 뿌린다. 귀신을 쫓는 의식이란다. 귀신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우리세대는 귀신과 죽은 사람을 동일선상에서 생각하는 버릇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다. 초상집음식을 제대로 먹으려면 귀신의 존재를 의식에서 없애야 한다.

요즘은 장례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흰 소복 입은 여인네를 보기도 어렵거니와 더더욱 통곡소리를 들어본지는 까마득하다. 심지어 예전에는 금기시되던 웃음소리도 초상집에서 들을 정도로 망자에 대한 애틋함이 사라졌다. 핵가족화 되어 어르신들과 떨어져있는 기간이 길어졌고 환경과 의료시설의 발달로 무의미한 삶을 너무 오래 살다보니 그나마 남아있던 애잔한 정도 요양원 생활을 거치면서 얕아져 버렸다.    

음식서빙은 일가친척의 여인네들이 도와주던 시대에서 군복 같은 제복을 입은 전문 상조회사의 잘 훈련된 직원들이 도맡아하고 있다. 음식도 식당에서 위생적으로 만들기 때문에 한결 좋아졌다. 예전의 초상집과는 다르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머리에 돼내며 초상집 음식 먹기에 점점 노력하고 있다. 살고 죽는 것이 다 한편의 인생사 드라마로 인식한다.

두 번째가 시장바닥에 좌판을 깔고 파는 음식들이다. 방송에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장투어를 하면서 값싸고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는 모습을 보면 먹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자만 아직은 시장통로의 좌판음식은 비위생적인 이유로 기피한다. 좁은 시장 통이라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부딪치는 것도 짜증나지만 시장의 좌판에는 하수도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무엇을 제대로 씻기가 어렵다. 식기세척이 어려우니 접시에 비닐을 씌우고 그 위에 뜨거운 음식을 담아내고 다 먹고 나서 비닐만 걷어서 버리고 새로 비닐을 씌우는 것으로 설거지가 필요 없다. 간편한 방법이지만 뜨거운 음식을 담아내는 비닐에서 나오는 환경호르몬이 걱정된다. 물이 귀하니 음식재료를 제대로 세척했는지도 의심스럽다. 음식원가를 낮추려고 저가의 재료에다가 맛을 내게 하는 조미료를 과다하게 살포하는 것도 못마땅해 했다. 주차시설이 부족한 것도 불편하다.

하지만 요즘 시장은 지자체의 재래시장 살리기의 정책에 힘입어 깨끗하게 변모되고 있다. 가벼운 주머니로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먹어보기 좋은 곳이 시장이다. 손님이 찾아와야 시장상인이 살고 상인이 살아야 시장도 발전하고 더욱 위생적이고 깨끗해 질 것이다. 잘못된 시장음식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고 자주 찾아가도록 노력한다면 분명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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