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집 한 채, 물가에 있다. 나무들 우거지고 옥색 냇물 돌돌거리는 산골짝이다. 개울 건너엔 들이 펼쳐져 후련하고, 들판 건너편은 높고 낮은 산들의 파노라마로 청신하다. 초가를 지은 이는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석학인 우복(愚伏) 정경세(鄭經世, 1563~1633)다. 산천경개 수려하고 윤택하니 이 아니 좋을쏘냐? 그는 반색하며 무릎을 탁 쳤을 게다. 세상의
“새벽이나 늦은 밤에 방이 찬가 따뜻한가 항상 점검하고 요 밑에 손을 넣어보고 차면 항상 따뜻하게 몸소 불을 때드리되 이런 일은 종들을 시키지 않도록 해라. 그 수고로움도 잠깐 연기 쏘이는 일에 지나지 않지만, 네 어머니는 무엇보다 더 기분이 좋을 것인데, 너희들도 이런 일을 즐거이 하지 않느냐?”
조선 후기 대실학자 다산 정약용이 천리 먼 길 유
국도를 벗어나 냇물 따라 이어지는 소로로 접어들자 풍경이 환하다. 물은 맑고, 물가 바위는 훤칠하다. 마을 동구, 냇가의 느티나무들은 또 어떻고? 늙었으나 우람하고 당당하다. 느티나무 아래로 흐르는 냇물은 연둣빛으로 순정하다. 경북 영양군 입암면 연당마을이다. 마을의 집들은 검정 기와를 올린 개량한옥 일색이어서 차분하다. 서석지(瑞石池)는 마을 한복판에 있
산 아래 마을을 지나 언덕을 오르자 이내 숲속이다. 밋밋한 야산이지만 솔이 지천이라 푸르다. 길 오른편으로는 얼어붙은 도랑이 이어진다. 그러다 순식간에 풍경이 바뀐다. 옹골차고 미끈한 바위들이 계곡을 채운 게 아닌가. 송암폭포 일원이다. 바위 벼랑에도, 소(沼)에도 얼음장이 두꺼워 고적한 정취를 자아낸다. 해빙이 되고 봄비 내리면 물은 날듯이 활개를 치리라
조선 주자학의 적통을 이은 회재 이언적(晦齋 李彦迪, 1491~1553)이 살았던 집이다. 몹쓸 세상 버리고 은둔했던 곳이다. 독락당(獨樂堂)이라, ‘홀로 즐기는 집’이다. 고고한 고독을 벗 삼아 은거했나? 도학자의 본분은 ‘열공’에 있으니 세상을 등지고서야 학문에 표 나게 정진했나? 둘 다 누렸을 걸 어림짐작할 만하다. 분명하기론 회재의 낙심이 실린 집이
강과 산과 하회마을이 맞물려 자아내는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서애와 겸암의 행장을 더듬어보는 재미도 짭짤하다. 부용대 주차장에 당도한 뒤 부용대-겸암정사-옥연정사 순으로 탐승한다. 하회마을 나루터에서 도선을 타고 강을 건너 부용대에 오르는 방법도 있다.
그저 봉긋할 뿐, 야트막한 야산이다. 산길은 밋밋한 데다 펑퍼짐해 풍경이 맺힐 리 없
바람이 서늘해지자 뜨끈한 국물이 생각나는 건 인지상정인가보다. 지인들과 서울 곰탕 맛집 정보를 공유하다 멀리 나주곰탕 이야기로 흘렀다. 꿀꺽 군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주곰탕, 돼지국밥처럼 향토색 강한 음식은 타지역에서 먹으면 왠지 그 맛이 안 난다. 곰탕 먹으러 나주에 갈 거라는 내 말에 지인들이 숟가락을 얹었다. “나주곰탕 포장 부탁해.” 말은
경남 함양을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 ‘지리산 자락이 숨겨놓은 보물’.
별 기대 없이 찾아간 곳이었다. 이리저리 여행 코스를 검색해 봐도 딱히 눈길을 끌 만한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논계 서원을 방문하고 함양에서 몇 군데 돌아볼 곳을 리스트업했다. 여행자 추천 사이트에서 가장 많이 추천해준 개평 마을로 운전 경로를 입력했다.
하회 마을 버금가는 기품
코로나19의 여파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 당연히 여행 풍속도도 달라졌다. 여럿이 다니는 여행은 점차 사라지고 혼자 혹은 둘이 떠나기 좋은 한적한 드라이브 코스가 인기를 얻고 있다. 인적이 드문 곳, 적당한 거리두기를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하는 추세다. 그렇게 훌쩍 떠나 갑갑했던 마음을 풀어놓고 당일치기로 놀기 딱 좋은 곳이 있다. 바로 강화도다!
온갖 꽃과 새들의 향연으로 시끌시끌한 봄이지만, 이전처럼 편하게 야외활동을 할 수가 없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적당한 때다. 오랜 시간의 칩거로 다소 지칠 때, 사람이 많지 않은 곳으로 훌쩍 당일 여행을 다녀와도 좋겠다. 도시 전체가 분홍, 보라, 초록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파주출판도시는 어떨까.
여기에 자리한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