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관련 기업 중 핵심기술과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인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가 설정액 1000억 원을 넘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10월 설정 이후 운용펀드가 누적수익률 9.34%를 기록하는 등 우수한 성과를 바탕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연초 이후 국내 공모주식형펀드(ETF 제외) 중 가장 많은 720억원이 유입됐다.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는 변하는 산업구조에 대응할 수 있는 국내 IT 관련 기업에 투자한다. 진입장벽이 높은 기술이나 핵심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한 기업, 산업 내 높은 성장이 예상되는 기업들이 투자대상이다.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IT기업을 비롯해 해당 기업에 소재, 부품, 장비를 공급하거나 소프트웨어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포함된다.
편입 종목은 제품 경쟁력, 시장 점유율,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모델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코스피와 코스닥 종목이 모두 포함되며 주로 반도체, 2차전지, 5G 통신장비 등 IT 관련 종목으로 구성한다.
단기적 이슈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며 시장상황에 따라 리밸런싱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월 24일 기준 삼성전자 21.58%, SK하이닉스 6.30%, 테스나 2.74%, 삼성SDI 2.72%, 이오테크닉스 2.63% 등을 편입하고 있다.
임명재 미래에셋자산운용 WM마케팅부문장은 “글로벌 주식시장은 전체 시장지수보다는 섹터, 섹터 내에서도 종목 선택의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미래에셋코어테크펀드가 한국 주식시장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IT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하려는 투자자의 니즈를 충족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C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친 성적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예견된 실적. 오히려 올해 본격적인 성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평가가 나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증권 전문가들은 SKC가 단기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을 보며 ‘중장기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권유했다.
◇회사구조 혁신적으로 변하는 시기
SKC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6601억 원, 영업이익은 30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의 경우 전 분기보다 3.7% 늘었지만 시장 기대치에 못 미쳤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1% 감소했고 전 분기보다는 25.8% 줄었다. 수익성은 화학부문이 우려보다 견조했으나 필름부문의 비수기, 반도체소재 전방 수요 둔화로 예상치를 소폭 하회했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SKC의 실적 부진이 예상됐다는 평가다. 반대로 올해는 긍정적인 전망에 힘이 실린다. 올 1분기는 회사 구조가 혁신적으로 변하는 시기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SKC는 지난 1월 인수한 KCFT가 1분기 실적에 반영돼 전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39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 분기보다는 29.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CFT의 경쟁사 대비 강점은 프리미엄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과 이를 양산할 수 있는 높은 생산성”이라며 “첨가액 관련 다양한 레시피를 보유해 다양한 물성을 구현할 수 있고 극박·광폭·장조장 관점에서도 경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많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소재업체 중에서 높은 글로벌 시장점유율(M/S) 15%를 보유한 글로벌 톱티어(Top-Tier)라는 점과 중장기적으로 2022년까지 해외공장을 포함해 5만~6만 톤까지 증설이 예상된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중장기 성장성이 매우 밝다”고 덧붙였다.
화학사업의 경우 지난 1일 기일로 분할했고 다음달 9일 5360억 원에 쿠웨이트 PIC로 양도할 예정이다. 또한 KCFT 전지박 설비 4공장(생산능력 1만 톤)의 경우 시생산을 개시했다. 공장 초기 운영비용이 발생하겠지만 양산 출하량이 증가해 분기 영업이익이 단계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5공장(생산능력 1만 톤)은 내년 3분기 시생산 목표로 증설을 진행 중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학과 필름 사업의 경우 글로벌 정기보수 증가와 안정적인 원재료 가격 유지로 ‘상저하고’ 실적 흐름이 예상된다”며 “사업부별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KCFT와 화학, 필름, 성장사업 각각 950억 원, 975억 원, 392억 원, 202억 원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재성 연구원은 “△KCFT 인수 뉴스 이후 두 배가량 오른 주가 △신규 증설된 No.4 라인 가동 정상화 여부, 파업 영향 등을 감안한 올 1분기 KCFT의 실적 확인 필요성 △기존 사업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실적 불확실성으로 주가가 단기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중장기 매수 기회로 삼길 권했다.
하나금융투자는 SKC에 대해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7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이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각각 6만9000원, 6만8000원으로 올렸다. NH투자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7만 원을 유지했다. 최근 거래일인 지난 7일 SKC 주가는 종가기준 5만6400원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투자심리가 최근 다시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D램의 가격 하락세가 축소되면서 내년엔 상승세 전환이 예상된다. 낸드는 이미 업황 반등에 따른 가격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 또 내년 폴더블스마트폰 판매량은 600만~8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주가 고점을 잡기 위해 눈치를 살피는 이유다.
◇메모리업황 선도하는 삼성전자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올 4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60조8000억 원, 영업이익을 38.7% 감소한 6조6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 부진 요인으로 LCD부문의 매출 감소와 연말 비수기 진입에 따른 12월 중소형 OLED패널 판매 감소를 꼽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실적 호조를 예상했다.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각각 3.6%, 32.3% 성장한 239조 원, 36조 원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부문의 호실적이 기대된다. 반도체 재고 수준이 올 3분기부터 감소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멈춤에 따라 내년 중순에는 업황이 회복될 가능성이 열렸다. 증권 전문가들은 반도체부문이 D램 가격 상승 기대감을 비롯해 낸드의 수익성 개선 확인 등의 요인을 안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5G 스마트폰과 갤럭시폴드의 판매 호조 기대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가동률 상승으로 대응될 전망이다. 결국 내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 기존 라인 가동률 상승에 따른 부품, 후공정모듈, 소재업체의 수혜가 본격화된다는 분석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메모리업황 선도와 폴더블 및 5G 스마트폰시장 개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까지 폴더블패널을 독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 연구원은 “결국 삼성전자가 없으면 2020년 키워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DB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은 삼성전자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평가하고 각각 목표주가 6만 원, 6만5000원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 원을 내놨다. 이달 초 5만4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8일 5900원(11.7%) 오른 5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한때 5만7200원까지 올라 지난 13일 이후 4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썼다.
◇SK하이닉스, 윈도7 종료 수혜
DB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올 4분기 매출액을 전년 대비 30.1% 감소한 6조9600억 원, 영업이익을 89.6% 줄어든 4590억 원으로 예상했다. 올해는 연간 2조9000억 원 내외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4분기를 기점으로 업황이 턴어라운드에 진입하며 내년 연간 매출액은 29조20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 원으로 각각 8.1%, 105.9%의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내년 상반기 기대되는 수요 이벤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7 지원 종료와 5G 본격화를 꼽을 수 있다. 내년 1월 4일 윈도7 지원이 종료되며 상당수의 기업들이 사용 중인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윈도XP 지원 종료 당시 메모리 수요가 양호했던 바 있다. 또 내년 상반기는 일본, 러시아, 독일 등이 5G 상용화를 시작하며 글로벌 5G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내년 5G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2000대 정도로 추정했다.
D램은 현물 가격 상승이 재고 축적을 촉진해 내년 1분기 수요가 비수기답지 않게 양호할 전망이다. 수요처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재고를 축적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시작된 PC D램 현물가격 상승으로 서버 D램 계약 가격 협상에 인상 여지가 생겨 공급사 입장에서는 긍정적”며 “지난주 중반부터 서버 D램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8일 하나금융투자는 D램 가격 인상이 예상보다 빠른 내년 1분기부터 전개될 것으로 보고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상향했다. DB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은 각각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0만 원을 내놨다. 이달 초 8만500원이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8일 1만2500원(15.5%) 오른 9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장중 한때 9만4500원까지 올라 지난 13일 이후 4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서 올 11월 수출물가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수출물가는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지난 10월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평균 1184.13원에서 11월 1167.45원으로 16.88원이 떨어졌다. 이는 수출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수출을 할 때 일정 금액의 달러를 받는데 환율이 내려가면 평소보다 줄어든 원화에 거래를 하는 셈이다.
13일 한국은행은 이 같은 내용의 11월 수출입물가지수를 발표했다. 반도체 부진 속 컴퓨터와 전자 및 광학기기 수출물가가 내려간 점도 전체 수출물가 하락세에 영향을 줬다. 컴퓨터, 전자 및 광학기기 중 수출 주력품목인 D램의 수출물가는 전월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49.5% 각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수입물가도 하락했다. 통상 국제유가가 오르면 수입물가가 상승하지만 환율과 반도체의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았다. 두바이유는 11월 배럴당 평균 61.99달러로 전월(59.39달러)대비 4.4% 올랐다. 다만 원유가격 상승으로 원재료 수입물가는 0.1% 상승했다.
단풍과 함께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는 가을의 정취를 담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의 ‘모던 로즈’ 전이다. 이 전시가 특별한 것은 미술관 자체의 역사를 미술로 승화시켰다는 점이다. 우리 역사와 겹치는 기구한 과정이 분야별로 놀랍게 재현되어 있다. 전시는 지난달 15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다.
전시회 이름이 ‘모던 로즈’인 것은 구 벨기에 영사관이었던 이 건물의 정원에 있던 300그루의 장미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장미는 엄밀히 말하면 ‘모던 로즈’다. 굳이 모던 로즈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원래 유럽의 장미는 ‘올드 장미’로 여름에만 피는 꽃인데 동양의 사철 피는 월계화와 접목하여 오늘날의 장미가 되었기 때문이다.
구 벨기에 영사관 마당의 모던 로즈는 영사관 운명만큼 기구하다. 일제강점기에 영사관이 매각되면서 장미는 조선호텔로 팔려 ‘로즈 가든’이 되었다. 마침 이때 이 로즈 가든을 거닐던 사업가 이근무 씨는 이 장미를 바라보며 서양식 백화점 경영을 꿈꿨다고 일기에 적었다. 그 기록이 당시 ‘삼천리’라는 잡지에 실려 지금도 남아 있다.
처음 회현동에 있던 벨기에 영사관은 도시개발로 지금 있는 사당동으로 옮겨졌다. 이러한 현기증 나는 시대의 변화와 속도를 상징적으로 구현한 코너가 김익현 작가의 ‘나노미터의 세계’이다. 영사관의 시대적 변화와 물리적인 변천을 현대의 반도체 기술과 컴퓨터의 기록과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을 통해 아날로그적 변화를 디지털로 변용해 표현한다.
1903년 지은 벨기에 영사관은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벨기에 특유의 블루 타일 등 거의 모든 건축자재를 본국에서 배에 실어 가져왔다. 그리스 로마식 기둥과 장식 등은 그 시대를 떠올리며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 여기서 신고전주의 의복 오브제 소재로 창안한 작품이 곽이브 작가의 ‘셀프 페인팅’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리스 로마 문양 천으로 만든 클라미스, 키톤을 걸치고 감상함으로써 작품의 일부가 된다는 점이다.
김영글 작가의 ‘파란 나라’는 벨기에 만화 캐릭터인 스머프가 근현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그의 시선으로 표현하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한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은 또 있다. 레고를 연상시키는 금혜원 작가의 ‘변칙 조립’이다. 3D 프린터로 만든 퍼즐 조각들의 해체 이동 재건 과정에서 색다른 건축물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가상한 것이다. 그 과정을 보며 은연중에 남서울미술관의 변화도 느낄 수 있다.
가상의 세계를 표현한 또 다른 작품은 고재욱 작가의 ‘작품처럼 보이는’이다. 대부분의 인류는 사라지고 AI가 지배하는 세계다. 2551년 그들은 인류의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며 남서울미술관에 주목한다. 그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며 AI들은 인류에게 미술관은 왜 필요했는지를 상상한다는 설정이다.
그들도 설치물들을 미술 작품으로 판단하지만, 과연 그것이 미술작품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조형물을 설치해 역설적으로 ‘현재의 미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AI들이 이러한 건축이나 작품을 만든 인류를 존경하며 그들의 멸종을 막기 위해 힘쓰는 모습도 감동적이다.
건물 귀퉁이 요소요소에 숨겨진 아름다운 문양과 독특한 건축 양식을 하나의 연극 무대로 구상한 이종건 작가의 ‘어느 무대’도 상상력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의 압권은 40년 만에 공개된 미술관의 다락방이다. 건축할 때 생긴 귀퉁이 돌이나 이전할 때 어쩔 수 없이 남겨진 장식들이 보관된 한 편 굴뚝에는 임흥순 작가의 ‘노스탤지어’가 상영된다. 이곳은 하루에 한 번 오후 4시에 인터넷으로 예약한 5명만 들어갈 수 있다.
다 보고나니 질곡의 삶을 보내며 잘 견뎌낸 남서울미술관이 어느새 의인화되어 존경하고 싶어진다. 함께 늙어가는 동료처럼 느껴져 가는 가을 바라보며 스산한 나의 마음을 위로해준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기상청 기상레이더센터에 따르면 낙뢰 발생 횟수는 총 62만 9411건으로, 연평균 12만 5882건에 달했다. 주로 장마철인 7~8월에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낙뢰가 집중되는데, 매년 낙뢰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민안전처 집계 결과, 해당 기간에 총 354건, 연평균 약 71건의 낙뢰 피해 사고가 발생했으며, 7~8월 낙뢰 피해 건수는 전체의 56%(197건)를 차지한다고 한다.
특히 충남 동북부는 우리나라에서 낙뢰가 가장 많이 발생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소방본부에 따르면 2012년부터 현재까지 낙뢰와 관련된 화재는 모두 60건으로, 3억 6000여 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하였으며, 월별로는 8월이 27건, 7월이 19건 등으로 여름철에 전체의 82%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낙뢰와 예기치 못한 전기안전사고로 인해 재산과 인명피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2008년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개정해 ‘낙뢰’ 피해를 국가재난계획에 포함했고, 2010년부터는 낙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서지보호기(SPD)를 적용하도록 전기설비기술기준에 제도적으로 보완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KS규격 SPD를 적용을 법제화하였지만 낙뢰 피해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런 현실에 맞춰 낙뢰 피해를 방지하는 낙뢰 및 서지보호기를 전문적으로 개발, 제조하여 낙뢰 피해 예방에 근본적인 솔루션을 제시하는 ㈜한국서지연구소(대표 김선호)는 KS표준을 뛰어넘는 고성능 제품으로 시장에서 획기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업체다.
한국서지연구소는 SPD 전문 제조사로 낙뢰보호전문기업이다. 2007년 자체개발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기존 SPD보다 낙뢰에 따른 서지전압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다. 낙뢰로 인한 전기안전사고로 재산과 인명피해의 증가에 대한 대응 방안을 연구하기 위하여 1997년 낙뢰서지연구소를 개소하고 연구활동을 시작하여, 2005년 11월에 한국서지연구소를 설립하여 낙뢰·서지 보호를 위한 기술을 개발하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고성능 서지보호기를 연구 개발 및 생산하는 업체로서 수처리시스템, 상하수도시스템, 풍력·수력·화력 발전, 감시제어설비, 보안설비 등 환경, 에너지시스템 원격제어와 PLC를 사용하는 모든 설비를 보호하는 SPD 전문기업이기도 하다.
김선호 대표는 “1980년 KT에 입사한 후 24년간 전송, 교환기 및 선로분야에 근무하면서 입사 당시부터 낙뢰 피해로 인한 불편을 보면서 지냈다”면서 “그 당시 장거리 전송을 담당했던 나선반송장치가 낙뢰를 한 번 맞으면 망가져, 모든 통신이 마비돼 이를 복구하는 데 무척 힘들었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피해가 계속 반복되고 늘어나고 있어 낙뢰 피해 방지에 대한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선호 대표는 이러한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낙뢰가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지만 예방은 해보고자 1997년 ‘낙뢰서지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실을 집 지하실에 자비를 털어 만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한국서지연구소는 세계 최초로 CCTV용 서지보호기를 전원부와 통신부 그리고 영상부 모두를 일체형으로 구성하고 있으며, 내부에 각 선로의 전위차를 해소하는 모듈을 내장하여 피보호체로 인입되는 모든 선로를 보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초고성능 서지보호기 ‘Super SPD’와 EMP방호 장비 등을 개발 낙뢰보호기술 분야에서는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다. Super SPD는 전원이나 신호에 대한 감쇄를 전혀 주지 않으면서도 서지제거 능력이 40~80dB에 달하여, 낙뢰나 기타 서지에 의한 충격에도 전압 변동 폭을 획기적으로 낮춰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서지보호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방호수준이며 이는 객관적인 공인시험성적서의 수치로도 잘 나타나 있다.
기존의 보호기에 6000V가 유입되면 1500V 정도의 전압이 남아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지만, Super SPD는 50V 이하의 보호성능과 미군 MIL규격의 50kV의 EMP에 대하여 불과 100mA 수준의 노이즈만을 남겨 적의 EMP 공격에도 완벽하게 보호하는 우수한 보호성능을 자랑한다.
한국서지연구소는 2009년 정부로부터 세계일류상품인증을 취득했고 70여 품목의 주력제품에 대해 UL인증을 취득한 바 있다.
김선호 대표는 “2007년 9월 법인전환을 계기로 전원용과 통신용 주력제품에 대한 UL과 CE 등 국제규격 인증을 취득했다”며 “2008년 3월에는 벤처인증을 취득하고, 2008년 8월에는 NET인증을 취득했으며 이어 12월 NET인증기술을 활용한 56개 신제품에 대하여 중기청의 성능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2009년 3월, 56개 성능인증 제품에 대하여 우수조달 제품에 선정된 바 있고, 2009년 6월에는 IEEE 고위 임원이자 미국 SPGS사 조지 지글러 회장이 내방하여 8일간의 자세하고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125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또 그해 12월에는 세계일류상품인증을 획득했다.
세계 최초로 서지보호소자(GCA)를 독자 개발해 지난 2008년 ‘GCA를 사용한 서지전압 억제기술’이 지식경제부 신기술(NET) 인증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UL인증 취득과 현재는 수출국가별로 미국, 일본, 역국, 프랑스, 이탈리아, 호주, 캐나다, 멕시코는 물론 EU에 국제특허 등록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전기 품질 개선 및 전기안전 원천기술인 ‘누전차단기 Trip방지 기술’ 과 EMP방호를 위한 PCI Protector에 관련한 120여 건의 지적재산권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이 이뤄지면서 차세대 세계일류상품(제2009-312호)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한국서지연구소 고성능 SPD는 주로 거듭되는 낙뢰 피해로 애로를 경험한 공사업체를 위주로 관공서 및 공공기관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주로 수자원공사, 국방부, 한전, 도로공사, 경찰청, 산림청 등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고성능 서지보호기를 설치한 후에 피해가 거의 없어진 효과를 보았기에 한 번 설치했던 경험이 있는 곳은 한국서지연구소 보호기를 계속 찾고 있다.
2011년에는 낙뢰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대전 세동마을에 낙뢰보호기를 무상으로 설치한 사례가 있다. 2008년경부터 대전 유성구 세동마을에 대규모 낙뢰피해가 발생해 거의 모든 가정의 전기제품이 고장 나는 등 피해를 겪었고 이후에도 수시로 피해가 발생해 주민들이 낙뢰가 발생할 때마다 전기제품 플러그를 전부 뽑는 등 큰 불편을 겪어왔는데 이 같은 주민 불편사항을 듣고 한국서지연구소에서 무상 지원을 제의하여 지원하였다. 지원규모는 약 9800만 원 상당으로 세동2통 마을 모든 가정인 74가구에 약 2주일 동안 낙뢰방지기를 설치하며 심야보일러나 지하관정을 사용하는 가정엔 추가 장비를 설치하였고, 같은 해 대전 원앙초등학교에도 낙뢰 피해가 커 학생들의 학습에 지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2300여만 원 상당의 서지보호기를 무상으로 설치함으로써 이후 낙뢰 피해를 근절한 사례도 있다.
지금껏 낙뢰 피해 예방을 위하여 많은 기여를 한 한국서지연구소 김선호 대표는 “향후 새로이 개발한 반도체 Chip을 활용한 ‘서지보호를 겸하는 EMP보호장치’ 신제품을 양산하여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을 개척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적성국가의 핵EMP공격에 대한 방호뿐 아니라 불손세력의 EMP를 활용한 테러에 대한 방호에 기여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 직장에서 은퇴한 강모(67세) 씨는 수입이 줄어들자 자동차를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웠다. 주유비에 자동차보험, 주차비도 그렇지만, 차를 구입한 지 오래되어 수리비가 만만치 않았다. 자녀들이 독립해 예전처럼 차를 쓸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차량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며 걱정을 덜었다. 스마트폰 앱으로 호출한 자율주행 공유 차는 강 씨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스스로 운전해준다. 필요할 때만 부를 수 있어 경제적인 데다 차량 소유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없다.
최근 자율주행차는 무인 상태를 최종 목표로 발달하고 있는 중이다. 또 가솔린이나 디젤을 연료로 하는 차 대신 전기차가 늘고 있으며, 차를 공유하는 시대로 가고 있다. 한편으론 자동차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 등과 만나 커넥티드카로 진화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 업종에서 이제 전기전자 업종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동차 산업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에 신기술과 새로운 용어가 하루가 다르게 등장하는 걸까. 이에 자동차 산업의 현주소와 시니어에게 가져올 파급 효과를 살펴보려고 한다.
나이가 들면 어려워지는 일 중 하나가 운전이다. 60대 이상 운전면허 소지자는 2016년 기준 전체 면허 소지자의 14.8%인 461만 명에 이른다. 고령화의 영향으로 이 수치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고령 운전자로 인한 사고도 늘고 있다. 2016년 전체 교통사고는 22만917건으로 2015년과 비교하면 1만 건이 넘게 감소했다. 하지만 2015년 대비 2016년 60대 이상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는 무려 2784건이나 증가했다. 이처럼 자동차는 편리함도 주지만, 안전을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다. 젊을 때부터 운전을 해온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운전을 하길 원한다. 이동이 힘들면 사회 참여를 제대로 못하게 되고 이런 상황이 오래 지속되면 우울증까지 올 수 있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의 미래는 시니어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자동차 산업의 빅뱅을 일으킬 첨단기술들
현재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트렌드는 크게 4가지를 꼽을 수 있다. 바로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차량공유 서비스, 전기차다. 이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자율주행차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는 2020년에 사람이 필요 없는 완전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완성차, 부품, 반도체, IT, 통신 등 관련 기업들의 협력과 인수합병(M&A)이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최근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차량용 인공지능 1위 기업인 엔비디아와 중앙처리장치 기업인 인텔을 중심으로 협력하고 있다. 인텔은 자율주행 부품 업체로 유명한 모빌아이를 인수했다. 엔비디아는 최근 완전 자율주행 인공지능 컴퓨터인 ‘드라이브 PX 페가수스’를 선보였다. 또한 글로벌 IT 기업도 이젠 자동차 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다.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완전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했으며, 애플도 프로젝트 타이탄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을 테스트하고 있다. 국내 한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사고의 89%는 운전자 과실이 원인이다. 그래서 무인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교통사고가 9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알아서 척척 운전을 해준다면 노화로 신체나 인지기능이 저하된 사람도 생활이 편리해진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려면 기술 보완 외에도 아직 걸림돌이 많다. 우선 소비자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 국토교통연구원이 2016년 실시한 조사 결과 운전에 따른 피로감이 줄고 차에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시스템 오류와 보안, 유지관리 비용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또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았을 경우 차 소유주와 제조업체 중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도로 위를 달리는 스마트폰, 자동차의 스마트한 변화
# 박모(74세) 씨는 은퇴 뒤 아내와 자동차로 맛집을 찾아다니고 여행을 다니는 게 취미다. 그런데 시력이 저하되면서 운전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새로 구입한 자율주행차 덕분에 드라이브하는 즐거움을 되찾았다. 또 차 안에서 스트레스를 측정해주고, 건강 컨설턴트와 영상으로 상담도 할 수 있다. 얼마 전엔 차에서 심장질환으로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 그러나 박 씨의 건강 이상을 파악한 자율주행차가 근처 병원 응급실까지 차를 이동시켜줘 큰 도움이 됐다.
커넥티드카가 뜨고 있다. ‘커넥티드카’는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커다란 스마트폰이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사람과 자동차, 병원, 쇼핑 등 사실상 모든 것과의 연결이 가능하다. 그래서 차 안에서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음성인식 인공지능 비서가 교통상황도 알려준다. 또 차에서 내릴 필요 없이 신용카드와 연계되는 전자계정을 부여받은 차로 상품 결제도 가능하다. 특히 커넥티드카는 차 안에서 운전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해준다. 자동차에 앉기만 해도 자동 측정이 가능하다. 얼굴과 눈동자를 인식해 졸음운전을 감지하는 기술은 이미 여러 기업에서 개발됐다. 도요타는 운전자의 심전도를 측정하는 스마트 핸들을 공개했다. 현대자동차는 심박수와 뇌파를 통해 운전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을 활발히 개발 중이다. 건강 이상이 발견되면 차가 스스로 119에 신고도 한다. 헬스케어 산업은 자동차 산업보다 규모가 훨씬 큰 데다 고령자 급증으로 인해 자동차 업계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차량은 이제 소유에서 공유로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미국의 차량공유 기업 리프트는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10년 안에 끝날 거라고 예측했다. 국내에서도 젊은 층의 자동차 구매가 감소하고 있다. 반면 대표적인 차량공유 기업인 쏘카의 회원수는 2014년 51만 명에서 2016년 240만 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도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현대자동차도 차량공유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전기차 비중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 금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도 판매 중단을 논의 중이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전기차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에 판매된 전기차는 100만 대를 넘었다.
자동차의 빅뱅 시대가 도래했다. 이런 트렌드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금융, 헬스케어, 차량공유 등 산업의 경계를 나누기도 어렵다. 자동차 산업의 첨단기술은 시니어의 이동성에 큰 도움을 줄 것이 분명하다. 운전을 하지 않는 탑승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 시니어의 니즈는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미래 자동차 산업의 과제다.
이나영 시니어 전문 칼럼니스트 >>
한국외국어대학교 졸업. 차의과학대학교에서 고령친화산업학을 전공했다. 한화그룹과 신한은행에서 근무했다. 현재 경향신문에서 고령사회 담당 객원기자로 활동 중이며, ‘이나영의 고령사회 리포트’를 연재하고 있다.
다음 연재 순서
❹식스 포켓(six pocket) 시대, 손주와 SNS로 친해지기
❺해외 시니어 여행 트렌드
❻3D 프린팅 기술 어디까지 왔나
검찰은 내로라할 재벌 총수를 구속하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죄의 유무는 법원에서 가려질 것이다. 모든 법의 판결 과정이 그러하듯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유죄가 되든 무죄로 풀려나든지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상상 이상이다. 따라서 신중히 처리하여 올바른 판결을 해야 한다. 필자는 이 글에서 구속의 적법성 여부나 판결 자체 여하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국면에 놓여 있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모든 측면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경제를 일으킨 베이비붐 세대와 그다음 세대가 정년퇴직을 맞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사상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다. 출산율도 크게 낮아지고 있다. 반면에 수명은 늘어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한마디로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는 것이다.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다.
4월 중순, 천안시 축구센터 세미나실에서 이른 아침부터 중장년 인턴취업자 사전 직무교육 프로그램 강의를 맡아 꼭두새벽에 출발해 전철로 2시간 넘게 걸려 천안시의 두정역에 내렸다. 강의장으로 가기 위해 택시를 이용했는데 두정역은 등교하는 대학생들로 서울 지역 전철역 이상으로 붐볐다. 택시 기사는 13개 대학의 캠퍼스가 천안 지역으로 옮겨와 그렇다고 했다. 필자는 택시 영업이 어떠냐고 슬쩍 물었다. 근래 들어 손님이 줄었다며 걱정하면서 택시뿐만 아니라 천안시의 자영업자들이 또 다른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삼성 반도체 천안 아산 공장 종업원의 외식이 크게 줄어 음식점들은 거의 울상이라고 했다. 기숙사에 입주한 종업원들은 엄청난 숫자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인 회식을 삼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룹의 총수가 구속된 상황에서 어떻게 흥청거릴 수 있냐며 서로가 자중한다는 얘기였다. 택시 기사는 서민경제가 더 어려워질까 걱정하는 눈치였다.
택시 기사의 얘기를 들으면서 세상일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일들로 영향을 받는 사람이나 업종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소한 일이든 중차대한 일이든 구분 없이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한다. 세상은 정반합의 융합으로 굴러간다고 했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기 마련이다. 불우 이웃에게 연탄을 무료배달하면 동네 연탄가게의 판매는 줄어든다. 세상일은 이처럼 복잡다단하다. 정보가 순간적으로 교류하고 공유되는 현실에서 공통 분모를 찾기가 힘들 수도 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서민층에 좀 더 관심을 보이는 시각이 많아지면 좋겠다. 세상살이는 참으로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나이 들면서 또 현장의 목소리를 통해 조금씩 알아간다.
일본경제신문 기자 출신으로 30년간 미국, 한국 등지에서 활동했던 타마키 타다시가 쓴 책이다. 현재 법무법인 광장에서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이 눈에 띈 것은 일본과 한국은 비슷한 점이 많고 일본이 앞서간 것을 한국이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 많기 때문이었다. 일인당 국민소득은 일본이 3만2천 달러이고 한국이 2만7천 달러이니 14년의 차이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일본이 한국보다 14년 앞서간다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나 액정, 부문은 이미 한국이 앞서 있고 조선 등 일본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부문도 많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최근 한국의 저성장률, 고령화, 저출산, 디플레 등에서 일본이 겪은 고통을 답습하는 것 같아서 일본의 경험이 더 궁금했다. 일본은 앞서 ‘잃어버린 20년’이라는 긴 고통이 터널을 겪었다. 그 덕분에 우리가 맹추격해서 격차를 크게 줄였으니 이제는 우리도 구조도 비슷하고 이미 여러 부문에서 그런 조짐을 보인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아파트 가격은 반 토막이 나고, 팔리지 않은 집은 많은 수가 빈 집이 되었다.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던 시대는 끝났다는데도 여전히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오르고 있다. 물론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거나 재테크 수단으로 아파트를 청약하는 수요가 많아 가계 부채가 위험수준이라는 경고는 늘 있다. 필자도 현재 사는 집 외에 부동산을 언제 처분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일본과 같은 궤도로 간다면 당장 팔아야하지만, 한국은 일본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점이 망설이게 만드는 것이다.
일본은 잃어버린 20년 동안 귀중한 노하우를 쌓았다. 일본 물가가 싸다고 느껴지는 것은 환율의 변동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는 줄어들고 극심한 가격 경쟁 속에 가격 파괴 현상이 일어났다. 비싼 명품보다는 실용적인 가격에 고품질을 원하는 세태에 맞춰 등장한 ‘유니클로’가 성공한 배경이기도 하다. 서울 물가가 비싼 이유는 한국은 아직도 유통업이 공급자 위주인데다 가격 파괴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본다.
일본 기업들의 흥망성쇠도 참고할 만 하다. 카메라 필름 사업이 주 사업이던 후지필름이 디지털 카메라의 급속한 보급으로 도산의 위기를 맞아 변신에 성공한 케이스는 많은 참고가 된다. 필름의 주원료가 콜라겐이라 안티 에이징 화장품을 개발했다든지, 필름 기술을 활용하여 평판 디스플레이 보호 필름을 개발한 일 등이다. 활발한 M&A를 추진하여 40여 개 사를 사들인 것도 새 출발하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사진 필름의 양대 산맥을 이루던 코닥이 도산하고 만 것에 비하면 회사의 대표 제품이 사라져도 살아날 길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잃어버린 20년에도 불구하고 GM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회사로 등극한 토요타 자동차, 미국의 일개 국가 체인으로 시작했지만, 경영난에 봉착한 미국 본사를 사들여 성업 중인 세븐 일레븐의 성공 사례 등도 참고할 만 하다.
소프트 뱅크는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CPU나 통신용 반도체 설계회로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90% 이상이라는 영국의 반도체 대기업 암(ARM)을 한국 돈 약 35조라는 대규모 합병을 성사시켰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이런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정치에 발목이 잡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현실은 안타까운 일이다.
필자는 은퇴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몇몇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냈다. 예를 들면 5F(Finance, Field, Fun, Friend, Fitness), 5자(놀자, 쓰자, 주자, 웃자, 걷자), 연타남(연금 타는 남자)과 연타녀(연금 타는 여자) 등이다. 그중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것 중 하나가 LED다. LED는 원래 ‘발광다이오드(Light Emitting Diode)’라고 불리는 반도체 소자를 말한다. LED를 사용하는 LED TV와 LED 전구는 매우 밝을 뿐 아니라 수명이 길면서도 유지비용은 적게 든다고 한다. 이에 필자가 저금리·고령화시대의 어둠을 밝혀줄 뿐 아니라 수명이 길면서도 비용과 노력은 적게 들어가는 3가지 은퇴 설계 전략을 기왕이면 ‘L·E·D’로 시작하는 영어 단어에 맞춰본 것이다.
먼저 ‘L’은 ‘롱 워크(Long work·오래 일하기)’로부터 가져왔다. 고령화시대인 만큼 어떻게 해서든 오래 일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근로기간도 늘어나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거꾸로 가고 있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퇴가 빨라지면서 주된 직장에서 물러나는 나이가 평균 53~54세에 불과하다. 2016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작되었지만 은퇴 연령이 크게 늘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자녀들에게만 ‘스펙’을 키우라고 요구할 게 아니다. 중·장년들도 현역으로 있을 때 스스로 자기계발을 통해 인생 이모작, 삼모작에 나설 준비를 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는 남보다 빨리 시작하자는 ‘얼리 스타트(Early start·빠른 준비)’를 의미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속담처럼 가능한 한 일찍 돈을 벌기 시작하고 돈을 버는 순간부터 은퇴 설계를 염두에 둬야 한다. 일찍 시작하고 늦게까지 소득을 올리는 맞불작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제 직장을 잡았으니 좀 즐기고 놀아야지 하다가는 나이 들어서 은퇴 설계 전문가로부터 “노후 설계·은퇴 설계가 안 나오는데요” 하는 말을 듣게 된다. 유능한 의사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은퇴 중환자(重患者)’가 되지 않으려면 1년이라도 빨리, 지금 바로 시작하는 게 노후 준비와 은퇴 설계의 핵심이다.
‘D’는 ‘더블 인컴(Double income·맞벌이)’으로 부부가 맞벌이 전선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외벌이로는 은퇴 설계가 불가능해진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대수명이 70세였던 시절에는 남편 혼자 30년 벌어 부부의 여생 20년(남편의 60세 은퇴 후 부부가 평균 10년씩 더 산다고 가정)을 설계하면 그만이었다. 30년으로 20년을 설계하는 것이므로 산술적으로도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30년 벌어서 적어도 60년(부부 두 사람이 각각 30년)을 먹고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맞벌이 비율은 43%로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크게 낮다. 미국이 65%, 독일이 61%, 프랑스가 60% 등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57%에 달한다. 가부장적 관습, 육아 및 교육, 가사 분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맞벌이 비율이 급속하게 높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물론 기업과 개인들도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과제다.
L·E·D는 결국 “인생 이모작을 미리 준비하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한 집에 두 마리는 있어야 한다”는 지침이다. 사실 이 3가지 중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어렵다고 걱정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현실을 피할 수 없는 게 우리네 인생 아닌가.
이렇게 LED를 설명하면 30~40대의 직장인과 자영업자들은 크게 공감을 하면서 어떻게든 헤쳐 나갈 궁리를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현재 50대 이상, 특히 60~70대에게는 LED가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챙겨보라는 말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이 나이에 나도 일할 자리가 없는데 배우자까지 일을 찾으라고? 거 돼도 않는 말, 실상과 맞지도 않는 말 하지도 마쇼!”
필자도 50대 이상 나이 드신 분들에게 LED를 권장할 마음은 없다. LED는 오히려 그분들의 자녀 세대들에게 적용되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새로운 LED를 소개하고자 한다. 두 번째 LED의 ‘L’은 ‘배우자(Learn)’,‘E’는 ‘연습하자(Exercise)’, ‘D’는 ‘하자(Do)’를 의미한다. ‘배우자’라는 말은 얼마 전 기고에서도 주장한 것처럼 나이 들수록 필요한 두 배우자 중 하나다. 다른 한 배우자는 남편과 아내를 뜻한다는 것을 이미 눈치채셨을 것이다. 은퇴한 후 30~40년을 별달리 하는 일 없이 보낼 수는 없다. 은퇴 후의 배움은 소득을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뭔가 할 일(Field)’을 찾기 위해서 하는 행위에 가깝다. 취미활동도 배워야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 실내에서 온라인 등을 통해 배우는 것도 좋지만 밖에 나가 사람들과 부딪치면서 배우는 것이 신체적·정신적 건강에도 훨씬 더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댄스, 악기 등과 같이 서로 만나 함께 배우고 취미생활을 하면 덤으로 다양한 친구들까지 사귈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있다. 배운 뒤에는 부지런히 익히고 연습(Exercise)해야 한다. 피아노 또는 사진 촬영, 커피 만드는 법을 배운다고 예를 들어보자. 무엇에 빠지면 시간도 잘 가고 재미도 있다. 그러다가 자신감이 생기면 가족과 친구들에게 배운 것을 실행해보기도 하고 동호회는 물론 봉사활동 등에도 적극 나설 수 있다. 배우고 익힌 다음 실제 활동(Do)에 나서는 것이다. 좀 서툴다고 탓하는 사람은 없다. 공자님께서는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易說好)’, 즉 ‘배우고 익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우고 익힌 것을 실행한다면 더 기쁘지 않을까? 그래서 필자는 ‘學習而時行之 不易說好’, 즉 ‘배우고 익혀서 때때로 행하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로 바꿔 말하고 있다.
한 선배님께서는 다음과 같은 좋은 말씀을 해주셨다. “할까 말까 고민이 되면 하고, 갈까 말까 고민이 되면 가야 한다. 나이 들면 무엇이든 하는 게 좋다. 다만 더 먹을까 말까 고민이 될 때는 그만 먹는 게 좋다.” 은퇴학자로 유명한 미국의 칼 필레머 교수가 쓴 책 에는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렇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막연한 걱정이 아니라 전략과 준비, 학습과 실행, 즉 ‘L·E·D(Long work, Early start, Double income)’와 ‘L·E·D(Learn, Exercise, Do)’ 같은 여러 개의 꼭 있어야 할 우산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최성환(崔聖煥)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은행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고려대 국제전문대학원·경영대학원 겸임교수, 한화생명 경제연구원 상무, 은퇴연구소장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