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약만 먹는다고 낫는 질환이 아니다. 혈당 관리와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자가 혈당검사가 중요한데, 과거에는 손끝 채혈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연속혈당측정기(CGM)가 개발되어 피를 뽑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의료진도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자가 혈당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식사, 운동, 약물요법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혈당증과 고혈당증으로 인한 위험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기상 직후, 식전과 식후 혈당 측정을 권고한다. 만약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면 총 7회 혈당 측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손끝 채혈의 고통으로 인해 하루 1~3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마저도 아프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안 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확산 추세에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는 손끝 채혈의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다. 연속혈당측정기 센서 내의 바늘이 혈액이 아닌 세포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기기에 따라 1~5분마다 측정이 이뤄지며, 저혈당 또는 고혈당 발생 시 알람으로 주의를 준다.
기기는 혈당을 측정하는 센서, 송신기, 수신기로 구성된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소형화되어 센서와 송신기가 일체인 경우가 많고, 수신기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센서는 보통 팔에 도장을 찍듯이 부착하며, 평균적으로 10~15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당뇨병 발견 도움
과거에는 소변검사로 당뇨병을 진단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공복혈당, 식후혈당, 당화혈색소를 측정한다. 가정에서 혈당측정기를 사용해 측정한 결과는 아직 표준 결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뇨병이 의심되는 유의미한 결과를 혈당측정기를 통해 얻게 됐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식후혈당(2시간 후)이 200mg/dL 이상일 경우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문준성 영남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사실 공복혈당보다 식후혈당 수치가 중요하다면서, 실시간으로 혈당을 알려주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식후혈당 역시 간편하게 알 수 있게 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교수는 “병원에서 검사할 때는 공복혈당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환자분들을 보면 공복혈당은 괜찮은데 식후혈당이 높은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 및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식후혈당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직장 생활 등의 이유로 혈당을 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면서 “언제 어디서나 혈당 측정에 제약이 없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건강관리 돕는 가이드
일각에서는 연속혈당측정기 결과를 신뢰해도 되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이 아닌 포도당을 재는 기기로, 혈액검사 결과와 수치가 차이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보다 5~15분 혈당 수치가 늦게 나오기도 한다. 또한 센서 착용 후 첫 24시간은 정확도가 떨어지며, 고용량의 비타민 C나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준성 교수는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10% 내외 오차 범위가 존재한다. 이를 허용하고, 혈당 흐름이 어떤지만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병 유무에 따라 활용 용도가 달라진다. 먼저 당뇨병이 없거나 당뇨 전 단계 사람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쓴다면, 건강관리를 돕는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문 교수는 “과거에는 사진처럼 내 몸의 혈당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CCTV처럼 혈당 변화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내게 맞는 음식, 운동 등을 찾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준성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2월부터 정부는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구입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2형 당뇨병 환자도 인슐린 펌프를 주입하는 경우라면 쓰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문 교수는 “인슐린 펌프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기기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현재 연속혈당측정기가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분류된 점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속혈당측정기 부착 팁
- 센서의 유효기간을 점검해야 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센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 추천하는 부착 부위는 상완 후부나 복부다. 압력이 가해지는 부위인 허리나 둔부, 또는 앉거나 잘 때 눌릴 수 있는 부위에는 부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인슐린 주입 부위에서 최소 5cm 이상 떨어진 곳에 부착해야 한다.
- 센서를 부착할 때는 부착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잘 닦고 말린 다음 피부에 빈틈없이 부착해야 한다. 그러면 사용 중 센서가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 센서가 삽입된 부위가 불편하거나 피부 자극이 느껴지는 경우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연속혈당측정기(CGM) 어떤 것이 있나?
▲1_덱스콤 G7, 2_가디언4 시스템, 3_프리스타일 리브레2, 4_케어센스 에어(유영현 디자이너)1_덱스콤 G7 미국의 덱스콤은 세계적인 리딩 그룹으로 CGM만 판매하는데 연 매출이 4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휴온스가 덱스콤 판매권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덱스콤 G7은 G6보다 60% 작아진 초소형 모델이며, 카카오헬스케어 앱 ‘파스타’와 연동 가능하다. 가격은 10만 원으로 10일 사용 가능하다.
2_가디언4 시스템 미국 메드트로닉사의 가디언 시스템은 세계 최초의 CGM이다. 가디언4 시스템은 지난해 출시됐다. 손끝 채혈 없이 매 5분마다 측정한 당 수치를 자체 환자용 앱으로 전송해주며, 저혈당과 고혈당에 이르기 최대 1시간 전 예측 알람을 제공해 환자가 혈당 변화에 대처하도록 돕는다. 센서는 개당 7만 원으로 7일간 사용 가능하고 메드트로닉코리아 공식 온라인몰에서 구입 가능하다.
3_프리스타일 리브레2 대웅제약이 판매권을 가진 미국 애보트사의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전 세계 최다 판매 CGM 기기다. 2014년 출시된 ‘프리스타일 리브레1’은 휴대폰을 센서에 가져갈 때만 혈당을 확인할 수 있어 간헐적 스캔형 연속혈당측정기로 불렸다. 최근 베일을 벗은 ‘프리스타일 리브레2’는 1분 단위로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센서는 14일간 사용 가능하며, 10만 4500원이다.
4_케어센스 에어 국내 기업 아이센스에서 개발한 국내 최초의 CGM. 기존 제품 대비 크기가 작고, 센서와 트랜스미터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해 공개 이후 빠르게 성장중이며, 파스타 앱과 연동 가능하다. 15일용 가격은 8만 5000원이다. ※센서 가격은 공식몰 기준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가 온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차세대 모델은 비침습이 될 전망이다. 말 그대로 센서의 바늘이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이 비침습 방법을 개발 중인데, 국내 스타트업 아폴론은 레이저 등 빛을 쏴 간질액 속 포도당을 검출하는 라만분광법을 이용한다. 초소형 라만분광장치에 대해 특허를 확보했고,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LBRC)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홍아람 아폴론 대표는 “기존의 연속혈당측정기를 넘어서는 비침습을 만들고 있지만, 연속혈당측정기 자체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의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센서는 착용 시 불편함이 따르고, 피부가 예민한 경우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비침습은 그런 우려가 없다. 더욱이 현재의 모델은 피부에 바늘이 90도로 들어가지만, 비침습의 광은 60도로 피부에 침투해 더 넓은 면적을 확인할 수 있어 혈당 측정의 오차 범위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기기의 이름은 모글루(Moglu)가 될 전망이며, 가로세로 5cm로 소형화됐다. 아폴론은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센서는 보통 10~15일 사용 가능한데, 비침습의 경우 교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1년간 사용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더 경제적이라고 홍 대표는 생각한다.
혈당 관리가 중요한 당뇨병 환자 600만 명 시대. 홍아람 대표는 “혈당 관리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디바이스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그는 “혈당 관리는 비단 당뇨병 환자만의 숙제는 아닌 것 같다. 비침습이 개발되면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더욱 편리하게 기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센서는 반도체의 일종이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에서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기대한다”면서 국내에서 연속혈당측정기 분야의 개발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