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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원 가문의 영광은 옛말” 승진을 거부하는 중년들
-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 배우 황정민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 말에는 ‘오래 일하고 싶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가늘고 길게 일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승진 거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생애 주기가 길어지면서 오래 일하고 싶은데, 승진을 하면 퇴직만 빨라진다는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승진 거부에 대한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직장인 1114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4.8%가 ‘임원 승진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러워서’라는 응답 비율이 43.6%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임원 승진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20%), ‘임원은 워라밸이 불가능할 것 같아서’(13.3%)가 이었다. 승진 거부 이야기는 올해 처음 불거진 것이 아니다. 2016년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 협상 테이블에 승진 거부권을 올린 것이 시작이다. 과장이 되면 노조를 탈퇴하고 성과연봉제를 적용받게 된다면서, 승진을 거부할 권리를 달라고 요구했다. 그해 HD현대중공업 노조도 승진 거부권을 요구했는데, 8년 만인 올해 다시 제기했다. 달라진 건 대중의 반응이다. 8년 전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지만, 지금은 사회・경제적 상황이 달라짐에 따라 공감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임원, 가문의 영광은 옛말 MZ세대와 중년은 승진을 거부하는 이유가 다르다. 앞선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MZ세대가 임원 승진에 대해 회의적인 이유는 회사를 책임지는 것이 부담스럽고, 미래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중년은 현재 재직하는 회사에 오래, 정년을 채울 때까지 다니고 싶어서라고 할 수 있다. 중년에 해당하는 50대 직장인은 현재 임원 승진을 두고 선택의 기로에 있다. 상위 253개 기업의 임원 평균 나이는 53.2세다. 기업 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의 ‘2023년 100대 기업 직원의 임원 승진 가능성 분석’에 따르면, 국내 100대 기업 일반 직원들이 임원 명함을 새길 확률은 0.83% 수준으로 나타났다. 경쟁률이 120대1이라는 의미로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임원이 되면 억대 연봉도 가능하고,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아진다. 그러나 책임지는 것이 많은 만큼 불안함도 커진다. 무엇보다 임원이 되면 신분이 계약직으로 바뀌어 1년을 기준으로 회사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도 받지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시대에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도 임원 승진을 거부하는 이유 중 하나다. 김영재 단국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는 “충분히 임원으로 승진할 수 있는데 본부장 위치에 머물러 있는 50대 초반 대기업 직장인이 많다고 한다. 과거에는 임원 승진이 이른바 가문의 영광으로 통했는데, 요즘은 승진을 안 하는 게 오히려 현명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승진 거부권은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봤다. 다만 사측이 우려하는 대로 후배가 임원이 되는 등 여러 인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짚었다. 엄상민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역시 승진 거부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승진할 때보다 거부할 때 얻는 것이 더 많으니 요구하는 것이다”라면서 “승진을 하면 사회적인 인정, 보람, 명예 등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월급일 텐데, 우리나라는 승진 여부에 따라 임금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편이다. 해외의 경우 승진을 해야 임금이 올라가며, 임금 체계가 잡혀 있어 근로자들이 승진을 중요하게 여기며 일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을 원하는 까닭 중년이 승진 거부와 함께 사측에 요구하는 것은 정년 연장이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정년 연장 논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노사는 생산직 근로자가 원하면 다시 일할 수 있는 숙련 재고용 제도(촉탁 계약직)를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장하기로 합의했다. 정년을 62세까지 연장할 수 있는 셈이다. 그동안 정년 연장을 반대해온 현대차 사측의 달라진 모습은 업계의 관심을 끌었다. 현대자동차와 형제 기업인 기아자동차 노조는 현재 만 60세에서 만 64세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정년을 만 65세로 연장하는 한편 임원 승진 거부권, 임금피크제 폐기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삼성그룹 노조연대, LG유플러스 제2노조 역시 만 65세로 정년 연장을 원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회원사 124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올해 예상되는 임단협 주요 쟁점으로 정년 연장(28.6%)을 꼽기도 했다. 이처럼 대기업 노조 측이 정년 연장에 힘을 주는 이유는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시점 간의 괴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고령자 고용법에 따르면 법정 정년 나이는 만 60세지만,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나이는 만 63세로 늘어났다. 퇴직 이후 근로소득이 없을 경우 3년간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더욱이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국민연금 수령 나이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중장년층의 고용 안정성도 선진국 중 최저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KDI(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55∼64세 임금근로자 중 임시직 비중은 34.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았다. 퇴직 후 새로 직장을 얻는다 해도 벌어들이는 소득이 변변치 않은 실정이다. 2021년 통계청에 따르면, 1년 안에 새로 일자리를 얻은 40∼64세 141만 9000명 중 46.8%가 월 200만 원 이하를 받았다. 이러한 이유로 중년 이상의 근로자는 승진을 거부하면서까지 회사에 오래 다니고 싶어 하는 것이다. 특히 올해 50∼60세에 해당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는 일에 대한 의지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55∼79세 중 ‘계속 일하고 싶다’는 답변 비율이 2012년 59.2%에서 2023년 68.5%로 상승했다. 근로 희망 연령도 73세까지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교육 수준이 높고 고임금 산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다. 엄상민 교수는 “2차 베이비부머가 보유한 인적 자본을 활용하면 국가 경제나 노동시장의 충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 퇴직 후 재고용 등 어떠한 형태로든 계속 고용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연공서열형 임금구조가 개선되어야 한다. 대기업 및 공공 부문에서는 직무가 아닌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증가하는 체제로 임금구조가 형성돼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경제・사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직무와 성과 위주의 임금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엄 교수는 “사측은 고령 근로자의 높은 임금이 부담스러운데, 성과에 따라 지급하면 계속 고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일하던 회사에서 계속 일하는 것이 안정적이고 장점이 많을 것이다. 결국 회사와 사측 모두 ‘윈윈’하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HD현대중공업의 승진 거부 사정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024년 단체협약 개정안’을 통해 조합원 범위를 벗어나는 승진 시 본인에게 승진 거부권을 부여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승진 거부를 이유로 사측이 조합원을 해고하거나 조합원이 임금 및 기타 불이익 처우를 받지 않도록 했다. HD현대중공업은 사무직은 책임, 생산직은 기감 이상 승진 시 조합원 자격을 잃는다. 사무직 직급은 매니저(4년)-선임 매니저(4년)-책임 매니저(기한 없음) 3단계로, 생산직은 7~4급(14년)-기원(6년)-기장(6년)-기감(6년)-기정(기한 없음) 등 8단계로 구성된다. 승진 거부권이 적용되면 조합원 수가 줄어드는 것을 막아 조합비를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수년 전부터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사측은 인사권에 대한 과도한 요구라며 거절하는 상황이다.
- 2024-08-07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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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부, 라이프스타일 기반 소상공인 성장 뒷받침
-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의 소상공인 지원 핵심 키워드는 ‘글로컬’과 ‘단계별 성장’이다. 소상공인 지원 사업들이 유기적으로 굴러가며 소상공인 성장이 지속되도록 하면서 각 지원 사업도 단계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지역과 라이프스타일을 기반으로 하는 소상공인이 글로벌 시장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에 올해는 라이프스타일 기반의 소상공인 성장에 집중해 지원하는 모양새다. 소상공인으로 시작해 미국의 스타벅스와 같이 지역성을 가지면서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브랜드가 탄생하려면 라이프스타일에 기반한 아이템과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 보기 때문이다. 오영주 중기부 장관은 지난 7월 24일 열린 ‘글로컬 상권 프로젝트’ 출범식에서 “지역의 특색을 살려 그 상권에 사람들이 찾아오게 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 가게들이 있다”면서 “이러한 소상공인들을 기업가형 소상공인, 더 나아가 글로컬(글로벌과 로컬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 살린 세계화를 뜻함) 브랜드로 키워내는 데 집중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이 지원하면서 소상공인이 단계별로 성장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라이프스타일 기반 창업 키운다 소진공 담당자는 “기술 기반 소상공인 지원 사업은 많은 반면 라이프스타일 기반 소상공인 지원 사업이 많지 않아 해당 분야 아이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매년 지원 예산 규모가 커지고 있다”면서 “성장 단계별로 지원하고자 하는 취지로 올해는 강한소상공인 지원 분야를 3가지로 나누었다”고 설명했다.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소상공인과 혁신 역량을 갖춘 파트너와의 협력 및 사업화 지원으로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사업이다. 2022년 30억 원 예산으로 시작한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은 2023년 100억 원, 2024년 200억 원으로 매년 지원 예산이 늘어나고 있다. 지원 분야는 트랙1, 트랙2, 트랙3 단계로 나뉘었다. 트랙1에는 라이프스타일 유형, 로컬브랜드 유형, 100년 소상공인 유형이 있다. 트랙2는 온라인셀러 유형이고 트랙3은 글로벌 유형이다. 트랙1은 오프라인, 트랙2는 온라인, 트랙3은 글로벌로 강화하고자 하는 분야를 선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만 각 트랙을 반드시 순서대로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온라인 영역을 강화하고 싶어 온라인셀러 유형을 신청했지만, 다음해에는 다시 오프라인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트랙1 중 자신에게 적합하다 생각되는 유형으로 지원해도 된다. 또한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뿐 아니라 각각의 소상공인 지원 사업도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를테면 예비 창업자라면 신사업 창업 사관학교를, 창업 후 어느 정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면 로컬크리에이터 육성사업을, 업력이 있지만 더욱 성장하고 싶은 창업가라면 강한소상공인 성장 지원 사업에 지원해볼 수 있다. 창업 초기, 중기, 장기에 걸쳐 필요한 영역의 지원을 통해 성장 가능한 기반 마련을 돕고, 궁극적으로는 정부 지원 없이도 자립해서 지속 가능한 소상공인으로 거듭나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장년 소상공인도 ‘강하게’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연구원으로 일하던 시절 ‘산양삼은 왜 생물로만 유통될까’라는 질문을 곱씹다가 2016년 우리두를 창업한 조재영(48) 대표. 조 대표는 산양삼의 모양을 유지하며 건조하는 방식으로 특허를 내고 산양삼 두유도 개발했다. 최근에는 산양삼의 ‘사포닌’ 기능이 숙취 해소에 좋다는 점에 착안해 주류박람회에서 소주에 넣은 산양삼을 선보였는데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사뿐히’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올해는 강한소상공인 온라인셀러형에 선정돼 ‘사뿐히’의 제품 리패키징과 홍보‧마케팅 지원을 받게 됐다. 소비 트렌드를 반영한 마케팅 방향성을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13년 경력단절을 딛고 자신과 같은 경력단절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고 싶어 2016년 모이니를 창업한 김민정(48) 대표. 사명과 로고에는 작은 물고기들이 모이면 고래처럼 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김 대표가 개발한 세면대 쿠션 ‘힙비’는 어린아이를 씻길 때, 몸이 불편한 노약자가 씻을 때 세면대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올해 강한소상공인 온라인셀러형에 선정됐고, 소비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기능을 개선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7월 24일~27일 4일간 전주 남부시장 내 문화공판장 작당에서 소상공인 업체 200여 개가 참여한 플리마켓이 열렸다. 이날 참여한 업체들은 중기부‧소진공의 신사업창업사관학교, 로컬크리에이터 활성화 지원 사업, 강한 소상공인 성장 지원 사업 등에 지원해 선정된 곳이다. 플리마켓 현장에서 만난 소상공인 대표들은 중기부‧소진공 지원 프로그램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업력이 어느 정도 있는 중장년 대표의 경우 신제품 개발, 기존 제품 기능 강화, 온라인 판로 개척 등 고민거리가 많았다. 조재영 우리두 대표와 김민정 모이니 대표는 이런 고민을 다양한 지원 사업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강한소상공인 성장지원 사업 온라인셀러형 지원을 받는다. 조재영 우리두 대표는 “서울대학교 평창캠퍼스 내에서 연구원 최초로 창업한 케이스로 보육시설에 있다가 올해 별도 공장을 차려 독립하게 됐다. 업력이 오래됐지만 계속해서 바뀌는 소비 트렌드와 마케팅 방향을 쫓아가는데 어려움을 느꼈고, 이런 지원 프로그램들이 도움이 됐다. 특히 오프라인에서 경험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알 수 없는 제품을 강한소상공인 프로그램 등을 통해 좀 더 알리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김민정 모이니 대표 역시 “사업계획서 쓰는 법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해 여러 지원 교육으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나의 아이디어와 열정만 있다면 지금같이 좋은 시대는 없는 것 같다. 비즈인포(기업마당), 케이스타트업 등 중기부 지원 사업이 많으니 적극적으로 찾아보시길 추천한다. 일단 실행하고 뚝심 있게 나아가면 언젠가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 2024-08-05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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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복더위에 으슬으슬 춥다면… 갑상선기능저하증 의심해야
- 극한 호우를 퍼붓던 장맛비 소식이 어느샌가 자취를 감추더니 지난달 19일 제주에서 시작된 올해 장마가 40여 일 만에 공식 종료됐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지난 27일을 마지막으로 사실상 종료됐다고 30일 발표했다. 장마의 끝은 곧 본격적인 더위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제 낮엔 내리쬐는 따가운 햇빛과, 밤엔 열대야와 맞닥뜨려야 한다. 그러나 연일 이어질 폭염이 두렵지 않은(?) 이들이 있다. 바로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들이다. 갑상선기능저하증 환자들은 열과 에너지 생성에 꼭 필요한 갑상선호르몬 부족으로 추위를 많이 타고 땀이 잘 나지 않는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갑상선호르몬 많거나 적으면 몸에 이상 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체내에 갑상선호르몬이 정상보다 낮거나 결핍된 상태를 말한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내분비기관이다. 무게는 10~15g, 목 앞 가운데 목젖 아래 위치하며 기도 주위를 나비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다. 갑상선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갑상선호르몬을 생성하는 것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신체기관의 기능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고 신진대사를 조절한다. 심장을 뛰게 하고 장(腸)을 움직이게 하며 몸의 열도 만들어 낸다. 따라서 갑상선호르몬이 몸에서 필요한 양보다 많거나 적으면 그에 따른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또 태아의 신경과 근골격계의 성장을 돕는 기능으로 엄마한테도, 태아한테도 꼭 필요한 호르몬으로 알려져 있다. 조관훈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은 몸속 모든 기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데 관여하는 중요한 기관임에도 이상이 생겼을 때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경향이 있다”며 “갑상선 질환은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어렵지 않게 치료할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악화하기 전에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환자 5배 많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갑상선기능저하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2023년) 68만 4529명으로 2018년 56만 97명 대비 5년간 12만여 명, 22.2% 크게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5배가량 많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은 발병 원인에 따라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뉜다. 갑상선 기관 자체 문제에 의해 갑상선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는 경우를 일차성, 뇌하수체에서 갑상선 자극 호르몬 분비가 저하돼 발생한 경우를 이차성이라고 한다. 일차성이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70~80%는 자가면역질환인 하시모토 갑상선염(Hashimotos thyroiditis, 만성 갑상선염)에 의해 발생한다. 증상은 피로와 쇠약감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외에 추위를 많이 타고 식욕이 감소하며 부종이나 체중 증가, 탈모, 근육통, 월경과다, 우울증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노인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진단은 갑상선 기능검사와 자가면역항체,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차성 갑상선기능저하증은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갑상선호르몬 약제 보충으로 치료 치료는 부족한 갑상선호르몬을 약제로 보충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갑상선호르몬을 복용할 경우 초기에는 약제 용량 조절을 위해 2개월마다 갑상선 기능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은 갑상선종을 동반한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자가면역항체에 의해 발생한다. 젊은 여성에서 흔하고, 갑상선이 전반적으로 커지고 염증 반응에 의해 딱딱하며 표면이 불규칙해진다. 하시모토 갑상선염의 원인이 되는 자가면역항체를 가진 사람 중 약 20%에서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현된다. 다만 무증상 상태에서 수년에 걸쳐 서서히 증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하시모토 갑상선염 증상이 의심되면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관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의 경우 젊은 여성들에게 흔하다 보니 가끔 갑상선호르몬제를 복용할 때 임신을 해도 될지 묻는 분들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갑상선호르몬제는 임신 중에 복용해도 문제가 없는 매우 안전한 약으로 분류된다”며 “오히려 임신 중에는 갑상선호르몬 요구량이 늘어나고, 모체의 갑상선 기능이 정상보다 낮을 경우 태아의 뇌 발육을 저하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평소 복용하던 용량보다 더 높여서 복용하게 하기도 한다. 다만 임신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미리 내분비내과 전문의와 상의하고 갑상선 기능검사를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Tip. 갑상선기능저하증 이럴 때 검사해 보세요 -매우 피곤하고 점점 몸이 붓는다. -식욕은 감소하지만, 체중은 점점 증가한다. -쉰 목소리가 나고 머리카락이 푸석해진다. -월경량이 많아진다. -목이 붓고 커지며 울퉁불퉁하다. -점점 둔해지고 우울하며 집중력이 떨어진다.
- 2024-07-3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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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 센서로 낙상 막는 안전기술 ‘ECS-CARE’
- 60세 이상 고령자의 안전사고 중 절반은 낙상 사고다. 25년 동안 IT 보안 솔루션 시스템을 개발해온 비즈허브는 고령화사회를 대비해 고령자의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한 ECS-CARE 솔루션을 개발했다. “고령화사회가 되면서 독거노인이 많아진 데다, 집 안에서 낙상 사고가 많이 발생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비즈허브 기술력을 이용해 도움을 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ECS-CARE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박성식 비즈허브 이사가 말했다. 소방청의 ‘60세 이상 노년층 안전사고 분석’에 따르면 2021~ 2023년 3년 동안 일어난 노년층 안전사고는 총 77만 9490건이다. 매년 8%가량 늘고 있는데, 60대에서 가장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으로는 낙상 및 추락 사고가 전체의 55.6%를 차지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력이 약해지고 몸의 균형 감각이 떨어져 낙상 사고 위험이 증가하는 까닭이다. 비즈허브는 고령자가 낙상 사고 이후 후유증이 길고 이로 인한 합병증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문제에 착안했다. 또한 안전사고의 절반 이상은 가정에서 발생하는데, 최근 독거노인이 늘어나면서 사고 후 대처가 늦어지는 사례가 많았다. 비즈허브는 몸에 부착하지 않는 센서로 고령자 1인 가구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낙상 예방하는 레이더 기술 비즈허브는 25년 동안 IT 시스템과 인프라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회사로 시작해 기업의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해왔다. 비즈허브의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솔루션은 제조 공정과 물류 시스템을 최적화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적용된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IoT AI 헬스케어 솔루션 실버케어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자율주행차에 적용되는 레이더 기술을 보유한 이스라엘 회사와 합작했다. 벽에 부착하기만 하면 고령자의 안전사고를 센서로 감지하고, AI가 분석한 뒤 위험을 알리는 제품이다. ECS-CARE의 특징은 카메라 없이도 노인의 낙상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아무 조작 없이, 사용자의 불편함 없이, 있는 듯 없는 듯한 기술’이었다. 사생활은 침해하지 않으면서 365일 24시간 위험을 관찰하고 자동 알림으로 더 큰 사고를 예방한다. 카메라가 달린 보안 기기의 경우 사생활 보호를 위해 화장실에는 설치하기 어려운데,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 센서는 화장실, 거실, 침실 등 집 안 곳곳을 탐지할 수 있다. 또한 최대 72개의 안테나가 사각지대 없이 살피고, 4D 기술로 스켈레톤(뼈) 형상을 구현한다. 10cm 단위로 높이를 측정해 점으로 이루어진 원통형 기둥이 사람이 서 있는지 쓰러져 있는지 상태를 파악한다. 앉아 있는 것과 넘어진 것을 구분할 수 있어 위험 알람의 오작동률을 낮췄다. 함께 탑재된 AI는 센서가 설치된 공간에서 움직이는 고령자의 생활 방식을 분석하고 학습해나간다.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 화장실 사용 빈도, 침대에 머무는 시간, 야간 배회 시간 등을 확인해 평소와 다른 양상을 보이면 이상행동으로 감지한다. 고령자가 넘어졌다가 바로 일어나거나, 넘어진 상황에서 다른 사람이 다가온 것이 감지되면 위험 상황으로 감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거나 이상행동이 감지되면 보호자나 관찰자에게 위험 알림을 보낸다. 고령자의 낙상 후 사고 상황을 감지하고 알람을 보내기까지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초 이내다. ECS-CARE는 낙상 사고를 감지하고 알리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도 할 수 있다. 평소 자주 넘어지거나 휘청하는 위치가 있다면, 해당 위치에 낙상을 유발하는 가구가 있다거나 바닥이 미끄럽다거나 하는 환경을 확인하고 개선해 낙상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센서는 콘센트에 연결해 벽에 부착하는 형태로, 냉장고 정도의 전력을 사용하며 KC인증을 받아 인체 무해성도 입증했다. ECS-CARE는 실버타운, 요양병원, 1인 가구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현재는 대구보훈병원에서 사용하고 있으며, 11개 지자체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포항 구룡포 어촌마을과 보령 녹차 재배 지역 80~90대 독거노인 가정에 보급될 예정이다. 환자를 돌봐야 하는 병원 관계자나 독거노인 모니터링을 하는 사회복지사의 경우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고령자의 활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으며, 24시간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위험 알람을 통해 위급 상황에 즉시 대처할 수 있다. 한편 비즈허브는 ECS 기술을 바탕으로 향후에는 자동차 내 안전사고 예방, 인구 밀집 공간 안전 모니터링 등으로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 2024-07-30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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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강창희 대표 “노후를 너무 두려워 마세요”
- 노후를 너무 두려워하지 마세요. 지금 노후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해서 큰일 나는 게 아닙니다. 평생 현역으로 살아갈 마음가짐으로 하나씩 준비해 나가면 행복한 노후를 살아갈 수 있습니다. - 강창희, 행복100세 자산관리 연구소 대표 (시니어 매거진 2023년 9월호 인터뷰 중) 에디터 조형애 취재 이연지 디자인 유영현
- 2024-07-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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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도 간편하게, 국채 직접투자 이렇게
- 안정성을 중시하는 박 씨는 여유자금 일부를 정기예금으로 계속 운용해오고 있다. 예금 만기가 되면 세후 이자를 원금과 합하여 다시 정기예금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당장 특별하게 쓸 목적이 없는 자금을 장기간 예치할 곳을 찾던 박 씨는 최근 개인투자용 국채가 출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개인이 국채에 투자하는 방법에 대해 상담을 신청해왔다. 국채는 국가가 공공 목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거나 기발행된 국채의 상환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현재 국고채, 재정증권,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국민주택채권(1종)의 네 종류가 있다. 국고채는 크게 만기까지 상환금액과 이자가 정해진 국고채와 원금과 이자가 물가수준에 따라 조정되는 물가연동국고채로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원금과 이자가 고정된 국고채는 2, 3, 5, 10, 20, 30, 50년 만기의 7종류가 발행되고 있고, 물가연동국고채는 만기 10년으로 발행되고 있다. 올해 6월에 첫 출시된 개인투자용 국채는 매입 자격을 개인으로 한정하여 발행하는 국채로, 2023년 3월 국채법 개정이 근거가 되었다. 개인투자용 국채는 안정적 장기 투자처를 제공함으로써 일반 국민의 노후 대비 등을 위한 장기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가산금리 및 이자소득세 분리과세 혜택 등을 부여하고 매입 자격을 개인으로 한정하여 소액 단위로 발행하는 저축성 국채다. 개인이 국고채를 매입하는 방법은 입찰에 참여하는 방법과 유통 시장에서 증권사를 통해 매입하는 방법이 있다. 국고채 입찰 직접 참여는 국고채 전문딜러(Primary Dealer, PD)만 할 수 있고, 일반인(개인투자자나 법인)은 국고채 전문딜러를 통한 대행 입찰이 가능하다. 국고채 전문딜러는 국고채 발생 시장에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독점적 권한을 받는 금융회사로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은행 7개, 증권사 11개 총 18개사다. 일반인이 입찰에 참가한 경우에는 경쟁입찰 발행 예정 금액의 20% 범위 내에서 국고채를 우선 배정하며, 최저 10만 원에서 최고 10억 원까지 응찰할 수 있다. 이 경우 일반인은 입찰금리를 별도로 제출할 수 없으며, 경쟁입찰을 통해 결정된 최고 낙찰금리가 적용된다. 국고채의 교부와 낙찰금액의 납입은 입찰일의 다음날 이루어진다. 국고채는 모든 종목이 등록 발행되고 예탁결제원에 예탁되므로, 실물 채권 교부 없이 매매 및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입찰을 통해 발행된 국고채는 유통 시장에서 거래된다. 즉 입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유통 시장을 통해 국고채를 매매할 수 있다. 거래소가 개설한 채권 시장 또는 증권사 창구를 통해 직접 국고채를 매매할 수 있으며, 본인이 거래하는 증권사 HTS시스템과 전화를 통해 주식처럼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판매 대행기관에 전용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현재 판매 대행기관은 미래에셋증권 한 곳이다. 향후 추가 판매 대행기관이 선정될 수 있지만 전용계좌 개설은 전 금융회사 내에서 1인 1계좌만 가능하다. 둘째, 판매 대행기관을 통해 청약 방식으로 매월 발행 예정이며, 10년물과 20년물 두 종류만 발행한다. 청약 종목에 대해서는 발행 전월 말일까지 기획재정부에서 월간 발행 계획(종목별 발행 한도, 금리, 청약 일정 등)을 발표한다. 셋째, 1인당 최소 투자금액은 10만 원, 연간 구매 한도는 1억 원이다. 청약에 대한 배정은 월간 발행 한도 내에서 실시하며, 청약 총액이 월간 발행 한도를 초과할 경우 소액 청약을 우선으로 하여 배정하는데, 먼저 모든 청약자에게 기준금액(종목별 300만 원)까지 일괄 배정하고 남은 잔여 물량은 청약자별 ‘청약액-기준금액’에 비례하여 배정한다. 청약금액은 청약 시 100% 증거금으로 있어야 하며, 미배정된 금액은 전액 환불되고 배정일 이후 출금 가능하다. 넷째, 총매입액 2억 원까지는 만기 보유 시 이자에 대해 분리과세(15.4%)를 적용하여,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다섯째, 중도에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만기 시에 표면금리와 가산금리에 대해 복리를 적용하여 일괄 지급한다. 매입 1년 후부터 중도환매가 가능한데, 중도환매를 하면 가산금리 없이 단리를 적용하며 분리과세 혜택도 없다. 참고로 2024년 6월 발행된 10년물의 표면금리는 3.540%, 가산금리는 0.150%였으며, 20년물의 표면금리는 3.425%, 가산금리는 0.300%였다. 개인투자용 국채의 경우 10년 혹은 20년 만기까지 보유했을 경우에만 가산금리와 복리, 분리과세 혜택이 적용되며, 중도환매에 제약이 있고 매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기 때문에 자금 규모와 가입 기간에 대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 2024-07-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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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년제 없애고 매출 두 배로 ‘껑충’… 세라후에노모토社 성공 사례
-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3년 기준 60세 (66.4%)와 65세(23.5%)정년인 기업이 가장 많다. 일본 정부는 2021년 65세까지 고용 확보를 의무화하고, 65세 이상 직원도 원한다면 70세까지 취업 기회를 확보하도록 기업에 노력할 의무를 부과했다. 이에 기업들이 각종 대책을 세우는 가운데, 정년제를 폐지하는 회사(3.9%)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정년제를 폐지하고 오히려 매출이 두 배로 늘어난 회사가 일본 언론에 소개되어 찾아가 봤다. 도쿄와 인접한 사이타마현(埼玉県) 가와구치시(川口市)에 도착한 날은 5월의 봄비가 대지를 촉촉히 적시는 날이었다. 입사 3년째인 미쓰타 하루카(満田遥花) 씨가 역까지 마중 나와 정중하게 인사했다. 주식회사 세라후에노모토(セラフ榎本) 본사는 니시도쿄역(西東京駅)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주택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설립 61년째인 세라후에노모토의 대표 사업은 아파트 대규모 수선 공사, 반려동물과 살 수 있는 집 리모델링, AI와 드론을 이용한 아파트 외벽 상태 조사 등이다. 드론으로 아파트 건물을 촬영한 각종 영상 데이터를 AI로 진단하는 시스템은 2019년부터 도입했다. “저는 유튜버랍니다” 회사 유니폼을 차려입고 미소를 가득 띠며 들어온 에노모토 오사무(榎本修) 대표는 반갑게 맞이하며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50대 대표의 첫마디가 뜻밖이라,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잠시 머뭇거렸다. 그가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우리 회사는 과거 사이타마현에서 아파트 수선 공사 부문 고객 만족도 2위였어요. 어떻게 하면 1위가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5년 전부터 유튜브에 주목했습니다. 일주일에 20개의 영상을 올렸고, 현재는 2500개 정도 영상이 올라가 있는데요. 500개가 넘어가니 아파트 수선 공사 주문 전화가 걸려오더라고요.” 회사를 방문하기 전 사전 조사를 하면서 홈페이지에서 본 2분짜리 동영상에는 대표가 직접 골든위크(4월 말에서 5월 초에 걸친 일본의 장기 연휴 기간을 이르는 말) 연휴 대응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 수선 공사 중인 아파트에 연휴 기간 발판이 그대로 놓여 있는 경우가 있을 텐데 불편함을 초래해 죄송하다면서, 혹시 무슨 일이 있으면 공사 현장에 있는 작은 간판에 적어둔 전화번호나 라인(LINE) 메시지 혹은 회사 홈페이지 고객 문의로 연락하면 24시간 신속히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2023년에는 관동 지역에서도 아파트 수선 공사 부문에서 고객 만족도 2위를 달성했다. 다음 목표는 관동 지역 1위라고 한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공사 수주 금액에 관계없이 고객 요청에 응하고 있어, 작게는 2만 엔부터 크게는 1억 엔 규모의 공사 수주에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고객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정년제를 폐지한 이유 자신을 유튜버라고 소개한 에노모토 대표는 경력도 특이하다. 30세에 시의회 의원으로 세 번 연속 당선되었다. 열심히 의회 활동을 하다가 부친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시의원을 그만두고 대를 이어 회사 운영을 맡게 됐다고 한다. 전무로 일을 시작해 15년 전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에노모토 대표는 언제부터 시니어를 채용한 걸까? “10년쯤 전부터 시니어를 채용했고, 정년제를 폐지한 건 3년 전이에요. 거래처나 전시회에서 훌륭한 기술을 가진 분들을 만나게 됐어요. 그분들에게 ‘퇴직하면 우리 회사에 오지 않겠냐’고 물어본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에노모토 대표는 이런 분들이 오래 축적한 기술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정년제를 폐지하고 적극적으로 시니어를 채용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회사의 최고령자는 78세로 설계를 담당하는데, 숙련된 기술과 경험으로 회사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는 오래된 인사 관행으로 55세 역직정년(役職定年)이라는 게 있습니다. 과장·부장이라는 직책을 상실함과 동시에 월급이 줄어듭니다. 건설업의 경우 특히 보수적이어서 과거의 관행을 그대로 지키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 30년 정도 근무했다면 이력서도 보지 않습니다. 그만큼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 노하우, 인맥이 대단하기 때문에 신뢰한다는 의미죠. 이분들이 정말 회사에 열심히 공헌하니까 채용 후 매출이 해마다 늘어나는 거예요.” 시니어 채용하자 일어난 변화 시니어를 적극적으로 채용하면서 매출이 두 배로 늘어났다고 뉴스에 보도됐기에, 어떤 이유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났는지 물어봤다. “4~5년 사이에 20억~30억 엔이던 매출이 30억~40억 엔이 됐고, 최근에는 45억 엔까지 늘었습니다. 저는 그 이유가 타사에서 50대에 역직정년(일정 연령에서 직책을 그만두는 제도)을 맞고 우리 회사로 전직해온 우수한 인재들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젊은 사원, 중견 사원, 시니어 사원이 잘 융합해서 이뤄낸 결과라고 봅니다. 젊은 사원만 많은 회사라면 시니어 채용을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서 에노모토 대표는 취직을 원하는 지원자로부터 온 이메일을 보여주었다. 전국에서 거의 매일 문의 메일이 오고 있었다. 그렇다면 시니어 사원의 월급은 얼마일까? “채용할 때 ‘월급은 70세 이후 감소합니다’라는 안내를 합니다. 만약 금·토·일요일을 쉬고 싶다거나 자택에서 거래처로 출퇴근하고 싶다는 분이 있으면 요청을 받아들이고 있어요. 이런 경우 근무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월급도 감소합니다. 이 부분은 함께 일을 시작하기 전에 협의하고 있어요. 시니어분들은 연금도 받고 있기 때문에 월급이 줄더라도 자율적으로 일하고 싶어 해서 그에 맞추어 배려하고 있습니다.” 정년제를 폐지하고 기술이 축적된 시니어를 채용하면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직무 만족도와 생산성이 향상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대표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게 됐어요. 몇 살이든 개의치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회사 분위기가 만들어졌죠. 정년제를 폐지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장점밖에 없다니까요.” 시니어와 주니어의 화합 세라후에노모토 사원은 모두 100명이고, 이 가운데 65세 이상 시니어 사원은 10명이다. 시니어 사원 입사가 늘어남에 따라 직장 분위기가 바뀐 점은 없는지 궁금했다. “우리 회사는 대표실이 따로 없어요. 젊은 사원도, 시니어 사원도, 저도 대형 사무실에서 같은 크기의 책상에 앉아 일합니다. 왁자지껄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평등하게 일하죠. 무엇보다 대표인 제가 시니어 사원들에게 존경하는 마음으로 정중하게 예우를 해드리면 다른 사원들도 마찬가지로 시니어 사원들을 존경하게 됩니다.” 세라후에노모토의 가장 큰 장점은 대표가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태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에노모토 대표는 라이온스클럽이나 로타리클럽 등에 가입하지 않고 골프나 접대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자신도 샐러리맨이라는 마음으로 사원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일한다. 대표는 “사원들에게 본을 보이는 거죠. ‘나도 열심히 일할 테니 여러분도 열심히 하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거예요”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니 사원들이 언제든 스스럼없이 다가와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문화가 만들어졌다. 시니어 사원을 뽑고 나서는 이런 분위기가 한층 더 정착됐다. “시니어분들은 인생 경험이 풍부해요. 몸에 밴 기술과 안목이 있거든요. 시니어들의 힘으로 젊은 사원과 중견 사원을 잘 융합시켰다고 생각해요. 시니어 사원과 임원이 이인삼각으로 회사 업적을 높이면 회사 매력도도 향상됩니다. 자연스럽게 젊은 사원이 입사하고 싶은 회사가 되죠. 사람을 대하는 방법, 클레임이 들어왔을 때 처리하는 방법 등을 시니어 사원이 젊은 사원에게 가르쳐주면서 지도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시니어를 적극 채용한 뒤부터 매출도 올랐지만 사원 수나 회사 규모도 두 배 이상 됐어요. 이런 상승효과가 발생한다는 의미에서 시니어 사원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죠.” 실제로 세라후에노모토는 이직률이 낮고 직원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고객 만족도는 직원 만족도와 연결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직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입사 3년 차인 미쓰타 하루카 씨와 4년 차인 고토 하루나(後藤遙菜) 씨에게 회사 분위기에 대해 물었더니 같은 답이 돌아왔다. “대표님도 시니어 사원분들도 친근감이 들어요. 뭐든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상담하기 쉽습니다!” 30년 전쯤 일본의 대기업 회사 대표님에게 “한국의 S기업과 기술 제휴를 했는데, 기술 전수를 할 때 사무직 직원에게 전수하려 했더니 현장 직원에게 맡겨야 한다며 배우려 하지 않더군요. 왜 그럴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나름의 답변을 드렸지만, 의문이 풀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대부분의 일본 회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갓 입사한 사원이 최소 1~2년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대표도 직원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손에 기름을 묻혀가며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일한다. 대표도 직원들과 같은 구내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평등하게 일하는 문화가 일본 기업의 조직력을 발휘하는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 2024-07-24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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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고령층 지역 아동 교육 봉사 인기… “삶의 기쁨 찾아”
- “제 월급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걸 보는 거예요.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죠.”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베어크릭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B 할머니’로 불리는 바바라 버넷(81) 씨가 플로리다 지역방송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녀는 위탁 조부모 프로그램(Foster Grandparents Program)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다양한 정책들로 고령자의 사회참여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연방정부가 주도하는 아메리코프 시니어즈(AmeriCorps Seniors)가 대표적이다. 55세 이상만 지원할 수 있으며 위탁 조부모 프로그램, 시니어 동반자 프로그램, 퇴직 봉사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1965년부터 시작된 위탁 조부모 프로그램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영역을 넓히며 더 많은 고령자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 고령 자원봉사자와 아이들을 1:1로 연결해 주로 교육 시설에서 봉사가 이뤄진다. 고령자는 아이들이 일상에서 ‘운동화 끈 묶기’ 같은 작은 것부터 성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정서적으로 기댈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주는 것이 목표다. 프로그램 자원봉사자는 일주일에 최소 15시간에서 최대 40시간까지 봉사할 의무가 있다. 현장 투입 전에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필요한 훈련을 받는다. 이후 현장에 투입되면 사고재해보험에 자동 가입되며, 식사비·교통비 같은 부대 비용과 시간당 3달러의 활동비를 받는다. 55세 이상이면서 연간 수입이 약 2만 5520달러(약 3506만 원) 미만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프로그램 참여로 받는 소득은 미국의 아르바이트 시간당 시급 13달러에 비하면 아주 낮은 수준이지만, 공식 소득으로 포함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고 다른 사회보장 정책에 참여하는 데도 지장이 없다. 고령자들은 아이들과 꾸준히 시간을 보내면서 보람을 느낀다. 훈련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것을 익힌다는 성취감도 얻는다. 외로움과 고립감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 이바지한다는 뿌듯함까지 얻어가는 것. 오프라인 활동을 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기간에는 온라인 프로그램이 개발됐다. 정부 지원으로 컴퓨터와 프로그램 활용법을 배워 장거리에서도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봉사활동 지원자는 더욱 늘었으며, 교육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지역의 아이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연방정부는 2022년 전국 각지에서 오찬 행사를 열고 3년 넘게 일한 자원봉사자에게 특별 표창을 수여했다. 2024년 6월 뉴욕 브룸 카운티는 최근 2년간 활동한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축하하는 자체 행사를 열었다. 브룸 카운티 위탁 조부모 프로그램 책임자인 프랜시 키프(Francie Keefe) 씨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은퇴 후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브룸 카운티 아이들을 돕는 데 헌신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조부모와 같다”며 “지역사회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진심으로 믿는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개발해 이들이 사회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오래도록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또한 지역사회에 도움을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고령자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고립감·외로움 같은 정서적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고령자 자원봉사 프로그램 코제너레이트(CoGenerate) 글로벌 비영리기관으로, 고령자가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세대와 교류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앙코르 팔로십’은 사회적 벤처기업, 협동조합 등에 고령자를 연계해 6~12개월 동안 일하게 하고 생활비를 지원한다. ‘제너레이션 서빙 투게더’는 청년, 중장년, 노년층 자원봉사자가 모여 지구 온난화, 사회적 고립 등 전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 이슈에 대한 문제 해결 방법을 함께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AARP 익스피리언스 코프(Experience Corps) 미국은퇴자협회(AARP)에서 운영하는 지역사회 기반 자원봉사 프로그램이다. 20개 이상 도시에서 3만 명 이상의 아동과 고령 자원봉사자를 연결하고 있다. 고령 자원봉사자는 아동의 읽기 능력을 키워주는 강사 역할을 한다. 은퇴경영자봉사단(Service Corps of Retired Executives) 스코어(SCORE)라 불리는 이 봉사단은 미국 전역에 걸쳐 활동하는 비영리기관이다. 현직에 있거나 은퇴한 사업주 또는 기관의 고위 임원 근무 경력이 있는 자원봉사자가 중소 자영업자나 예비 창업주에게 무료로 경영 관련 도움을 제공한다. 연령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대부분 은퇴한 사업주들이 참여하고 있다. 출처 국제사회보장리뷰 2023년 가을 26호 ‘미국의 고령자 자원봉사 프로그램 현황과 시사점’
- 2024-07-23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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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에서 밀려난 50대 여성의 이야기…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 북인북은 브라보 독자들께 영감이 될 만한 도서를 매달 한 권씩 선별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해당 작가가 추천하는 책들도 함께 즐겨보세요. 하여간 그렇대. 우리 나이가 한참 늙느라 바쁜 나이래. 여기저기 삐거덕거리면서 고장 나는 데 생기고, 마음은 공허하고. 살아 뭣하나, 싶은 나이라는 건데. 그게 당연한 마음이라니까 너무 난감해하지 마.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49p ‘피하고 싶은, 그러나 엄존하는 세계 속으로 우리를 이끄는 소설가’(제9회 김현문학패 심사평) 김이설의 신작 소설이 출간됐다. 2006년 등단 이후 18년간 꾸준히 ‘나쁜 피’, ‘환영’, ‘선화’, ‘우리의 정류장과 필사의 밤’ 등의 작품을 통해 여성과 가족에 대해 질문해온 그가 이번에는 50대를 앞둔 난주, 미경, 정은, 세 친구의 강릉 여행을 통해 ‘그럼에도 살아가는 것’을 이야기한다. 난주, 미경, 정은은 1975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오랜 친구지만 각자 사느라, 하루하루 살아가는 데 최선을 다하다 보니 자주 만나지 못했다. 사는 거리가 먼 만큼 마음도 멀어진 무렵이었다. 매번 여행 한번 가자는 말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올해 강릉에 가자고 한 건 난주였다. 늘 그렇듯 말뿐일 게 뻔했다. 혼자 노모를 모시는 미경은 하루 시간 빼는 것도 쉽지 않다. 모두 속으로는 올해도 여행은 어려울 거라 생각하는데, 불쑥 미경이 “가자!”고 호응한다. 강릉 여행을 떠나기로 한 당일, 세 친구는 서울역에서 만난다. 강릉 여행은 스물넷 이후 25년 만이고, 셋이 다 함께 모인 건 난주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7년 만이었다. 낯선 것도 잠시, “왜 이렇게 부었어? 살찐 거야, 아픈 거야?”, “넌 왜 이렇게 늙었니?”라며 서로 장난스럽게 안부를 주고받는다. X세대, 신세대, 수능 0세대. 한때 이들을 가리키던 말이다. 싱그럽고 통통 튀고 정의할 수 없는 젊음 그 자체로 예쁜 시절이 있었다. 이들은 이제 요실금과 고혈압, 탈모 등 다양한 신체 변화를 겪고 있다. 세 명은 소위 말하는 ‘인스타 감성’의 펜션을 잡고, 여행 내내 잔뜩 먹고 마신다. 강릉에서 유명하다는 순두부, 장칼국수를 먹거나 허난설헌의 생가도 가고, 커피도 여섯 잔씩 시켜 나눠 마시고, 질리도록 술을 마신다. 이렇게 셋이 모이는 날이 또 없을 거라는 듯 최선을 다해 즐긴다. 그간 다른 삶을 살아왔기에 부딪치는 구석도 많다. 기혼인 난주, 정은과 미혼인 미경은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고, 투잡을 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정은과 상대적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전업주부인 난주는 자주 투덕거린다. 싸움을 푸는 방식은 간단하다. 마시고, 웃고, 푼다. 술 한잔에 이야기를 털어놓고 나누다 보면 당장 해결되는 것이 없더라도 괜찮다. 이들의 여행 또한 술 한잔과 같다. 앞으로 똑같은 삶이 반복돼도 버틸 수 있는 잠시의 안도, 찰나의 틈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렇게 각자의 사정을 견디며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김이설 작가의 사이 “5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 생각보다 없어요. 각자의 세계와 인생이 있을 텐데 그저 엄마, 아줌마, 며느리, 딸이라는 단어 속에 숨어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담고 싶다고 느꼈습니다. 표지 속 거위처럼 시끄럽고 우악스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들여다보면 그렇지만은 않거든요.”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는 2023년 6월 초, 김이설 작가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 하나에서부터 시작됐다. 무료 소설 연재를 구독할 독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가을까지 경장편소설을 마감하려면 스스로를 강제해 진도를 내는 방법밖에 없을 것 같다는 이유였다. 신청자들의 메일 주소로 매주 1회씩, 원고지 30매 분량을 전송하는 ‘소설가의 생초고 메일링’,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원동력이었단다. “재앙이 매주 제법 많은 양의 원고를 써야 하는 저에게 해당하는 말인지, 정리 안 된 소설을 읽게 될 메일링을 신청한 분들인지 모호했지만 일단 썼어요. 어떤 노래를 들으며 무슨 마음으로 작업했는지도 함께요. 응원과 애정이 담긴 답장은 물론, 바다 사진을 꾸준히 보내기도 하셨어요. 두 번의 펑크를 내면서도 ‘무리하지 마라, 그저 기다리겠다’는 말에 용기를 얻었습니다. 덕분에 3개월 동안 한 편을 완성할 수 있었어요.” 강릉으로 떠난 중년 여성들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의 주인공 난주와 정은, 미경은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공감 가는 구석을 가진 인물들로 구성했다. 노안이 찾아왔지만 ‘안 보면 안 봤지, 돋보기라니’라며 마지막 자존심을 부리거나, 자녀들이 독립할 시기에 빈둥지증후군을 겪고, 요실금이 의심되는 상황에도 병원 가는 것을 미루는 등 낯선 몸, 낯선 자신을 만나며 혼란을 겪는다. “50대가 되면 몸 여기저기가 하나씩 고장 나지만 마음은 여전히 설익은 상태인 것 같아요. 젊지도, 늙지도 않은 애매한 때랄까. 아직 힘은 있는데, 40대보다는 ‘쓸모’라는 영역에서 다소 밀려났다고도 느껴요. 우울하고 주눅이 들죠. 하지만 다들 각자만의 큰 세계가 있었을 거예요. 그걸 풀어내고 싶어도 세상이 귀 기울여주지 않는 겁니다. 학창 시절 친구들을 만나 반가운 마음에 그걸 한꺼번에 터뜨리려니 목소리가 커지는 게 아닐까요. 난주와 정은이, 미경이 같은 ‘아줌마’들은 쓸쓸함을 견뎌내고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중인 거예요.” “세상에 안 힘든 이십대가 어딨니? 이십대는 그냥 이십대인 것만으로 힘든 거야.” 미경은 끝을 내지 못했던 학생운동과 이뤄질 수 없었던 성희 언니와의 관계를, 정은은 일도 연애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자신이 세상의 패자가 된 기분에 빠졌던 나날을, 난주는 두 아이를 키우느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 채 아줌마로 전락해버렸던 시절을 떠올렸다. 셋은 제각기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가 안도하는 사이’ 197p 삐거덕거리는 몸과 마음을 안고 세 친구는 강릉으로 떠난다. 김 작가는 강릉이라는 지명 자체가 동년배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생각에 배경지로 선정했다고 한다. 1970년대 대학가에 MT 문화가 퍼지면서 강원도는 그 시절 학생들에게 낭만의 장소가 됐기 때문이다. “강릉은 세 친구의 젊은 시절이 켜켜이 쌓인 상징적인 곳입니다. 저 역시 처음으로 부모님을 속이고 첫사랑과 여행한 곳이에요. 소설의 원제도 ‘강릉에 가자’였어요.” 등장인물들은 맛있다고 정평이 나 있는 카페를 찾거나, 관광지를 들르려 애쓰지 않는다. 안목해변 주변을 그저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고, 순간마다 하고 싶은 것을 한다. 그 와중에도 빠지지 않는 건 술이다. 과거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과 오해, 깊어진 상처를 가감 없이 드러내며 다투지만, 담백한 건배와 함께 목구멍으로 털어 넘긴다. “여행 왔다는 것 자체가 일상에서 벗어났다는 의미잖아요. 술에 잔뜩 취해 해방감을 느끼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어요. 이들이 인연을 이어온 25년이 짧은 시간이 아닌 데다 처한 환경이 너무도 다르니 적당히 술 한잔으로 흘려보내는 게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방법이겠죠. 그래야 아프고 잊고 싶던 기억 위로 이번 여행이 씌워질 테고, 또 살아가니까요.” 앞으로 안도할 우리 김이설 작가는 이번 소설을 통해 삶에 지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때가 되면 자신도 모르게 달라져 있는 인생을 알아차리게 된다’(110p)는 강릉의 커피 명장 박이추 선생의 말을 빌렸다. 자녀와 부모를 동시에 부양하면서 사회적인 위치까지 공고히 해야 한다는 압박에 고단하더라도, 살다 보면 지나고 보면 결국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단다. “흔히들 특정 시절이 가장 찬란했다 말하지만 지나고 나니까 그렇게 느끼는 거거든요. 실수했던 순간이 자꾸 생각나고 숨고 싶어져도 어느 날부터는 되레 아름답게 여겨져요. 한동안 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글을 전혀 못 읽고 못 쓰던 때가 있었어요. 지금은 극복했지만요. 작가에게 그건 죽음과 같은 건데요, 등단하고 10년 동안 육아와 원고 작업을 병행했더니 지쳤던 것 같아요. 과거와 지금을 비교하면 날카롭고 거칠던 문체가 둥글둥글하고 편해졌어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안도하고 감사하면서 계속 쓰다 보면 모르는 새 영글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쓸쓸함도 곧 잦아들기를 바라요.”
- 2024-07-2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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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뉴스] 노주선 대표 “50대는 너무 젊어요”
- 건강수명이 76세쯤 됩니다. 60세에 은퇴해도 16년은 활동을 더 해야 하죠. 기대수명인 83세까지 생각하면 여생이 더 남아 있어요. 자, 생애주기를 재정립해 볼까요? 50대라면 이제 인생의 절반을 살았을 뿐입니다. - 노주선, 한국인성컨설팅 대표 (시니어 매거진 2023년 10월호 인터뷰 중) 에디터 조형애 취재 이연지 디자인 유영현
- 2024-07-17 08: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