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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수명 늘리는 ‘노쇠’ 예방법 찾았다
- 국내 연구진이 꾸준한 운동과 약 조절 등으로 노인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일상을 좀먹는 ‘노쇠’ 예방 방법을 찾아냈다. 노쇠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노쇠한 노인들은 식사량이 떨어지고 걸음 속도가 느려지며 활동력도 눈에 띄게 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신체 능력이 젊은 시절보다 떨어지는 현상을 의미하는 ‘노화’와는 다르다.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장일영 교수 연구진이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 운동, 영양, 복용 약 조절 등을 관리하면 건강수명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건강수명은 평균 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 것으로,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기간을 나타내는 건강 지표다. 연구진은 강원도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평균 나이 77세 노인 383명을 대상으로 2015년 8월부터 2017년 1월까지 노쇠 예방 프로그램의 효과를 분석했다. 187명의 노인은 6개월 간 꾸준히 노쇠 예방프로그램을 따르게 했고, 196명은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프로그램을 마친 뒤 2년 간 두 그룹의 변화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프로그램 참여 그룹의 노인들은 평균 28.5개월을 요양병원이 아닌 집에서 지냈다. 30개월 동안 요양병원에 가지 않고 생존한 비율은 87%에 달했다. 반면 미참여 그룹은 23.3개월만에 숨지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면서 집을 떠났다. 집에서 30개월을 생존한 노인은 64.9%에 불과했다. 일반적으로 노인이 요양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건강한 생활을 하면 삶의 질도 더 낫다. 장일영 교수는 “의료진과 함께 전문적으로 노쇠를 예방하기 위해 신체 및 정신 건강, 외부 환경 등을 세밀하고 종합적으로 관리하면 장기적으로 노년층의 삶의 질과 건강 상태가 훨씬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노인의학학회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나이와 노화’(Age and Ageing) 최근호에 실렸다. 연구진이 활용한 노쇠 예방 프로그램 내용은 다음과 같다. ㆍ운동 스쿼트·플랭크 등 근력 운동 20분, 한발 들고 서 있기 등 균형 운동 20분, 빨리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 20분 등으로 1시간 운동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매 달 강도를 조금씩 올리며 실시했다. ㆍ영양 노년층에 부족한 탄수화물, 단백질, 필수 아미노산, 지방 등이 골고루 함유된 식품을 하루에 두 번씩 섭취한다. ㆍ우울증 미국정신보건연구원에서 개발한 우울증 검사(CES-D)를 활용한다. 우울증이 의심되면 의료진이 월 1회 상담 치료한다. 필요시 약을 처방하거나 관리한다. ㆍ약조절 노인은 여러 만성질환을 앓고 있어 많은 약을 복용한다. 꼭 필요한 약만 복용할 수 있도록 복용 약제를 관리한다. ㆍ낙상 예방 간호사가 주기적으로 집을 방문해 낙상 위험 요인을 제거한다. 지역 사회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에 손잡이를 달고 낙상 방지 슬리퍼 등을 제공한다. 방바닥 장판 중 튀어나온 부분이 있으면 제거한다.
- 2021-09-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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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나야” “국민지원금 신청” 스미싱·피싱메시지 주의하세요
- 지난 6월 시니어 A 씨는 딸에게서 급한 사정으로 폰을 수리해야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신분증 사진과 은행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보내주고 딸이 보내온 애플리케이션(앱)도 설치했다. 그러나 딸인 줄 알았던 문자 발송인은 메신저피싱 가해자였고, A 씨의 증권 계좌에서 보유 중인 주식이 매도되고 이를 담보로 3000만 원가량의 대출이 실행되는 등 금전적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50세 이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메신저피싱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은 5일 ‘2021년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현황’을 발표하고, 중장년층에게 피해 예방을 위해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메신저피싱 피해액의 93.9%가 50세 이상 연령층에서 나왔다. 50대의 피해 금액은 245억 원으로 전체 피해액수의 52.5%에 달했다. 60대는 186억 원(36%), 70대는 25억 원(5.4%)를 차지하며 그 뒤를 이었다. 메신저피싱은 타인의 메신저 계정을 도용해 등록된 지인에게 메시지를 보내 금전을 요구하는 행위다. 사기범은 주로 자녀를 사칭해 ‘아빠’나 ‘엄마’에게 “핸드폰 액정이 깨졌다”라고 접근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관심사를 활용해 ‘백신 예약’이나 ‘금감원에 계좌 등록’ 등을 빙자하는 문자가 대량 발송되기도 했다. 이들은 속아 넘어간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요구했다. 이후 신분증 촬영본이나 계좌번호·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정보를 얻어내거나 원격조종앱 같은 악성앱을 설치시켜 휴대폰에 저장된 개인정보를 탈취했다. 사기는 탈취한 피해자의 신분증과 금융거래정보를 이용해 수시입출금 계좌 잔액을 직접 이체하거나 저축성 예금·보험을 해지하고, 피해자 명의로 비대면 대출을 받는 식으로 이뤄졌다. 금감원은 “메신저피싱은 피해자 본인이 모르는 사이에 발생해 피해구제 신청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며 “보유 중인 금융자산을 탈취당할 뿐 아니라 거액의 대출까지 떠안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금융소비자의 올바르고 적극적인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감원 측은 “자녀를 사칭하며 금융거래정보를 요구하는 수상한 문자를 받았을 경우 전화를 걸어 자녀가 맞는지 확인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어떠한 경우에도 신분증이나 계좌번호·비밀번호를 제공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URL(인터넷주소)을 터치하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오늘(6일)부터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국민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가운데,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정부나 카드사를 사칭한 ‘스미싱’메시지를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악성앱 주소를 포함한 문자메시지를 대량 전송하고, 문자 수신자가 이를 누르면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등을 탈취하는 사기 수법이다. 정부는 국민비서 사전 알림 서비스를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행안부는 “카드사나 국민비서 외 출처가 불분명한 안내 문자를 받았을 때에는 클릭하지 말고 바로 삭제하고, 문자를 확인했다면 URL 클릭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미싱이 의심되는 문자를 받았다면 한국인터넷진흥원 118상담센터에서 상담받을 수 있다. 사기 피해가 발생했을 시 즉시 유출된 개인정보 관련 금융회사나 경찰청, 금감원에 피해를 신고하고, 계좌 지급정지를 신청해야 한다. 신청 후 경찰 사이버 수사대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해당 금융회사 영업점에 3일 이내로 제출하면 피해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 2021-09-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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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동 불편 중장년 환자, 한의사 방문진료 받는다
- 질환을 앓고 있어 거동하기 힘든 고령층 환자가 한의사를 집으로 불러 한방 방문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30일부터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한다고 29일 밝혔다. 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최근 ‘일차의료 한의 방문 진료 수가 시범사업’ 참여 한의원 모집 및 선정을 완료한 가운데 오늘(30일)부터 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앞으로 마비(하지·사지마비·편마비 등)와 근골격계 질환, 통증, 신경계 퇴행성 질환, 인지장애, 수술 등으로 거동이 불편한 중장년층 환자가 시범사업 참여 한의원에 방문진료를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원칙적으로는 진료사고 방지와 환자 안전을 위해 한의원을 방문해 1회 이상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한다. 다만 초진 환자도 한의사가 왕진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방문진료 이용자(환자)는 방문진료료 9만3210원의 30%인 2만7963원을 부담하면 된다.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지원한다. 이번 사업에는 한의원 1348곳이 참여기관으로 선정됐다. 지역별로는 서울 306곳, 경기 245곳, 부산 100곳, 인천 72곳, 대구 69곳 순이다. 선정된 한의사는 시범기간 동안 진찰과 한약제제 처방, 침·구·부항 등의 한의 치료, 각종 검사·의뢰, 교육 상담을 수행한다. 복지부는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을 2019년 12월부터 의과분야를 중심으로 추진해 왔다. 거동 불편자의 의료 접근을 높이고 국민의 다양한 의료 서비스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시범사업 시행으로 ‘의과’에서 ‘한의과’ 분야로 방문진료 분야가 확대된다. 한의 방문진료 참여 기관은 300여개인 의사 방문진료 대비 4배 이상 많기 때문에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최종균 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향후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나타나는 개선 필요사항과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평가해 거동불편 환자가 자택에서도 안심하고 충분한 서비스를 누리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반 의원 및 한의원은 복지부와 심평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2021-08-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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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마음우체통
- 지난주에 작은 우체통 하나가 놀이터에 생겼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은지가 좋아하는 노란색이었고 작은 집 모양의 우체통이었습니다. ‘어린이 여러분, 나는 마음 우체통이에요. 누구와도 말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말을 편지로 써서 보내주세요. 비밀도 보장해주고 답장도 해드려요.’ 라는 설명이 우체통 아래에 붙어 있었습니다. 안내문을 슬쩍 읽고 난 은지는 며칠 째 낯선 우체통 앞을 그냥 지나쳐 집으로 갔습니다. 은지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은지 왔구나. 학교 수업 잘 했어?” 은지는 무심한 듯 “네.”라고 답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엄마는 실망했지만 다시 목소리를 높여서 은지의 방을 향해 물었습니다. “은지 좋아하는 피자해 놨는데 먹을래?” 은지는 이번에도 짧게 “아뇨.”라고 대답했습니다. 엄마는 한 숨을 쉬며 무슨 일을 해야 할 지 생각하다가 정원으로 나갔습니다. ‘볕이 참 좋네.’ 엄마는 두 팔을 벌리고 혼잣말을 했습니다. 하늘을 쳐다보고 난 후, 멀리 보이는 놀이터의 우체통에 눈길을 주었습니다. 빨랫줄의 빨래가 바람에 펄럭였습니다. 엄마는 은지의 바지와 원피스와 티셔츠를 걷어서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소파에 빨래를 놓고 맨 위에 있던 청바지부터 개키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낡아서 입지 못하겠네.’ 엄마는 실밥이 터지고 무릎 부위가 두 주먹만큼 뚫린 바지를 옆으로 치웠습니다. 새 바지를 사 주면 은지가 좋아할 거라는 상상을 했습니다. 새엄마라서 헌 옷만 입힌다는 오해를 받을까봐 걱정도 되었습니다. 나머지 옷들도 차례대로 개키면서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은지가 마음을 열까, 어떻게 해야 은지의 말수가 늘까.’ 은지 엄마는 삼 년 전에 교통사고로 은지 곁을 떠났습니다. 그 충격으로 다섯 살이었던 은지는 말을 잃었고, 다행히 작년부터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되기까지 아빠의 노력이 컸습니다. 아빠는 일주일에 두 번씩 회사에 조퇴를 하고 은지를 심리상담 센터로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서 은지는 아빠랑 함께 미술치료를 받았습니다. 상담 선생님이 소풍가는 사진을 그리라고 하면 은지는 자신과 아빠 사이에 엄마를 그려 넣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림 속의 엄마는 아빠나 은지보다 두 배로 컸습니다. “은지, 이건 뭐야?” “엄마소예요.” “이건?” “엄마나무예요.” 동물을 그리건, 식물을 그리건, 늘 은지의 도화지엔 엄마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아빠는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두 시간씩 은지와 놀아주었습니다. 아빠가 퇴근해서 오기까지 세 시간 동안은 은지를 위해 돌봄이 선생님이 와주셨습니다. 은지가 유치원에서 끝나면 돌봄이 선생님이 데리러 가서 같이 손을 잡고 집으로 왔습니다. 돌봄이 선생님은 은지가 종이접기를 했고, 사과를 두 쪽 먹었고, 기분이 좋아 보인다는 등 그날그날의 일을 은지 아빠에게 상세히 전달했습니다. 은지 아빠는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서 안심이 되었습니다. 은지도 돌봄이 선생님을 싫어하는 눈치는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삼 년을 지낸 은지는 돌봄이 선생님과 친해졌습니다. 은지의 아빠도 선생님과 친해졌습니다. 주말에 세 사람이 함께 놀이동산에 놀러가기도 했습니다. 지난 크리스마스에 은지 아빠와 돌봄이 선생님은 결혼을 했습니다. “은지야, 선생님과 결혼해서 같이 사는 건 어때?”라고 아빠가 물었을 때 은지는 애매한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은지는 결혼식 날, 꽃분홍 드레스를 입고 빨간 융단위에 꽃을 뿌리는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하지만 새엄마와 같이 살기 시작하면서 아빠가 은지와 놀아주는 시간이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아빠는 밀렸던 회사 일을 해야 했습니다. 아빠 대신 엄마가 동화책도 더 읽어주고 많이 놀아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은지, 잘 자. 자다가 무서운 꿈꾸면 언제든지 안방으로 와.” 엄마가 은지의 잠자리를 봐주고 떠날 때 하는 말이었습니다. 엄마가 방의 불을 끄고 나가면 은지는 기분이 이상했습니다. 나란히 누워 있을 아빠와 엄마를 생각하면 아빠를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엄마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면서도, 엄마가 아빠한테 잘 하는 것은 당연하게 생각되고 아빠가 엄마한테 잘 할 때는 골이 났습니다. 선생님으로서 하루에 세 시간씩 돌봐줄 때와 엄마로서 매일 함께 지낼 때와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엄마가 된 선생님은 집이 지저분하다며 이것저것 버리자고 했습니다. “아빠가 바빠서 대청소할 시간이 없었나봐.” 은지는 싫었습니다. 친엄마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하나도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은지 마음을 엄마뿐 아니라 아빠도 알 지 못했습니다. “싫어, 싫어.” 떼를 쓰는 은지에게 아빠가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은지가 고집이 심하네. 너무 오래 되고 망가져서 쓸 수가 없다고. 더 좋은 걸로 사줄게.” 은지는 문을 쾅 닫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한참을 울었습니다. 은지는 점점 아빠와 엄마가 섭섭했습니다. 은지가 말을 잘 하지 않아서 답답한 아빠와 엄마는 잠들기 전에 은지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가 엄마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다음날, 엄마는 인터넷으로 주문한 재료를 이용하여 우체통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삼 일 후에 예쁜 우체통이 식구들 모르게 만들어졌습니다. 엄마는 사람들이 없는 틈을 이용해서 우체통을 놀이터에 있는 큰 나뭇가지에 얹어놓았습니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노란 우체통으로 놀이터가 환해졌습니다. 동네 아이들이 좋아했습니다. 표현을 하지 않아서 은지의 마음을 알 수 없던 엄마가 슬쩍 물었습니다. “놀이터에 이상한 물건 있는 거 봤어?” “네.” “예쁘지?” “네.” 그뿐이었습니다. 엄마는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은지가 학교에 간 사이에 한 번씩 놀이터로 가서 자물쇠를 열었습니다. 편지가 한 통, 두 통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는 편지마다 정성들여 답장을 썼습니다. 편지 내용은 여러 가지였습니다. 동생이나 친구 흉보는 편지도 있었고 욕을 써 넣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중 엄마에 대한 불만의 편지가 제일 많다는 점에 은지 엄마는 놀랐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엄마는 가족 중에 잔소리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마음을 전보다 더 잘 알게 되어서 기뻤습니다. 엄마는 편지가 늘어날수록 답장을 써야할 시간도 늘었지만 막상 기다리던 은지의 편지는 없었습니다. 우체통 앞을 지나치던 은지가 이번엔 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았습니다. 우체통을 한참 쳐다보다가 가방을 열어서 노란 편지봉투를 꺼냈습니다. 두 손으로 우체통에 밀어 넣었습니다. 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습니다. 미루던 숙제를 끝낸 것처럼 마음이 가벼웠습니다. 그때부터 은지는 답장이 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거짓말처럼 하늘나라 엄마의 답장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부지런히 걸어서 집에 도착했습니다. 거실 창으로 엄마가 지켜보고 있단 사실을 은지는 몰랐습니다. “은지,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이네.” 엄마가 은지의 표정을 살폈습니다. 이번에도 은지는 “네.”라고만 답하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나는 새엄마가 좋으면서도 싫어요. 친구들이 새엄마 생겼다고 소곤거리는 것도 싫고, 새엄마와 종일 뭐하고 지냈냐고 아빠가 묻는 것도 싫고, 새엄마가 친엄마의 물건들을 내다 버리는 것도 싫어요. 점점 싫은 게 많아져서 싫어요.’ 엄마는 은지가 학교에 간 사이에 편지를 꺼내 읽었습니다. 은지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미안했습니다. 고민하다가 답장을 썼습니다. 며칠 후 편지는 우편배달부를 통해 은지 집에 도착했고,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지를 은지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서 편지를 발견한 은지는 기뻤습니다. 은지는 노란 편지봉투를 뜯고 편지를 꺼내서 읽었습니다. ‘은지, 편지 잘 받았어요. 나도 은지처럼 어려서 싫은 것 투성이었어요. 엄마도 싫고, 아빠도 싫고, 친구도 싫고, 학교 가기도 싫고. 우리 통하네요. 그런데 싫은 걸 표현 안하고 참고 있으면 상대방이 몰라요. 내가 화가 나서 엄마한테 참았던 말을 쏟아 부었어요. 엄마는 이래서 싫고, 저래서 싫어! 듣고 난 엄마가 놀라면서 말했어요. 진작 말하지, 맘을 몰라줘서 미안하다고. 은지도 싫은 것들에 대해서 엄마한테 말해보면 어때요? 예를 들어, 은지가 물건을 버리기 싫은 이유를 설명하면 엄마가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요? 말로 하기 힘들면 편지를 남기는 건 어떨까요?’ 편지 끝에 세 잎 클로버가 그려있었습니다. 전에 엄마가 세 잎 클로버의 의미를 말해준 적이 있습니다. 네 잎 클로버는 귀해서 ‘행운’의 뜻이 있고,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의 의미가 있으니, 네 잎 클로버 하나보다 세 잎 클로버가 많을수록 좋다고. 은지는 세 잎 클로버를 보니 행복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은 없고, ‘마음 우체통으로부터’라고만 적혀있었습니다. 누가 보내준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은지는 답장을 쓴 사람이 하늘에 있는 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만한 나이였습니다. 은지는 편지를 책상 서랍 깊은 곳에 숨겨두었습니다. 답장에 있는 대로 하진 않더라도, 남의 흉을 본 것처럼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은지는 또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마치 은밀한 비밀 모의를 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었습니다. 학교 갈 준비를 마친 은지가 낡은 청바지를 찾았습니다. “너무 낡아서 며칠 전에 버렸는데......" 은지가 엄마를 노려보면서 소리 질렀습니다. “미워, 미워. 내가 제일 아끼는 바진데......” “미안해, 은지야,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상태야. 더 좋은 걸로 사줄게.” 은지는 막무가내였습니다. 마음 우체통의 답장처럼 엄마한테 청바지를 아끼는 이유를 말하지 않은 게 은지는 후회되었습니다. 엄마는 겨우 은지를 달래서 학교로 보내고 주민센터로 급히 전화를 걸었습니다. 헌옷 가져가는 트럭이 은지 동네 옷을 조금 전에 가져갔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엄마는 차키를 들고 달려 나갔습니다. 계단을 내려가다 발목을 삐끗했습니다. 절룩거리면서 차로 가서 올라탔습니다. 차에 시동을 걸고 주민센터에서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급한 사정이 생겼으니 차 좀 멈춰주세요. 금방 도착합니다. 제발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기다려주세요.” 엄마는 마음이 초조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서럽게 울던 은지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엄마가 그리워서 은지가 물건들을 못 버리게 한 거구나.’ 뒤늦게 은지의 마음을 알게 된 엄마는 부끄러웠습니다. 엄마는 힘들게 헌옷을 수거해 간 차를 발견하고 무사히 은지의 낡은 청바지를 찾아왔습니다. 곱게 접어서 편지를 쓰던 서재의 책상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바지를 찾아오느라 오전을 다 소비해버렸기 때문에 답장은 밤에 잠을 줄이고 써야 했습니다. 당장은 밀린 청소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땀을 흘리면서 부지런히 청소를 마친 엄마는 은지가 오길 기다렸습니다. 은지가 현관 도어락을 누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엄마가 서재에서 바지를 뒤에 감추고 나왔습니다. 화가 풀리지 않은 은지는 신발을 함부로 벗어던졌습니다. 인사는커녕 엄마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엄마가 낡은 바지를 내밀었습니다. 은지는 얼굴 표정이 바뀌더니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그렇게 좋아? 맛있는 간식 만들어 줄게.” 엄마가 돌아서다말고 신음 소리를 내며 어쩔 줄 몰랐습니다. 아까 옷을 찾으러 가다가 삐끗한 발목이 아팠습니다. 그때 서재에 있던 엄마의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울상이 된 엄마가 말했습니다. “은지야, 휴대폰 좀 갖다 줄래?” 은지는 얼른 서재로 달려갔습니다. 책상위에서 벨소리가 나고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집으려는데 책상위에 쌓여있는 온통 노란색의 편지봉투와 편지지가 보였습니다. 익숙한 글씨체였습니다. 편지 끝에 세 잎 클로버도 그려져 있었습니다. 은지는 놀랐습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는 은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못 찾았니?”, “가요.” 은지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휴대폰을 엄마에게 주었습니다. 벨소리가 멈췄습니다. 엄마는 휴대폰 화면을 확인하고 나서 은지에게 물었습니다. “청바지가 너무 찢어졌는데 입을 수 있겠어?” 은지가 밝은 목소리로 답했습니다. “저도 입을 수 없는 거 알아요. 하지만 그래도 갖고 있을래요.” “그 바지를 은지 방의 벽에 멋지게 걸어 두는 건 어떨까? TV에 나오는 언니, 오빠 방을 보면 연예인 사진이나 천 조각을 붙여두는 것처럼.” “너무 멋진 생각이에요.” 은지는 손뼉을 치며 잇몸이 보일 정도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며칠 후에 엄마는 은지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엄마, 감사해요. 제가 엄마의 비밀을 알아버렸거든요. 이제 아빠 몰래 엄마랑 저만 비밀을 나누는 거예요. 앞으로 잘 할게요. 친엄마도 내 엄마고, 새엄마도 내 엄마에요. 저는 엄마가 둘이라서 두 배로 행복해요.’ 편지 끝에는 세 잎 클로버가 빼곡히 그려있었습니다. 그 후로도 마음 우체통은 거기에 있었고, 여전히 은지는 편지를 쓰고 답장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낡은 청바지가 벽에 걸려있는 자기만의 방에서. ㆍ수상소감 - 쏠드상 동화 박상미 “성인이 돼 읽은 동화, 신선하면서도 잊고 있던 사실을 일깨워 줘” 기쁘면서도 어리둥절합니다. 몇 년 전에 서랍 정리를 하면서 어쩌다 한 번씩 써 놓은 이십여 년 전의 일기장을 발견했습니다. 읽다보니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내 맘조차도 상세히 적어 내려가지 못한 어설픈 문장들, 막연하고 추상적인 단어들의 나열,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한정적 어휘나 표현 방식. 일기장을 덮고 나니 글에 시멘트가 발린 느낌이었어요. 내 몸에 음식을 잘 넘어가게 하는 기관인 식도가 있듯이, 내 감정을 체하지 않고 잘 넘어가게 하는 방법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지요. 글쓰기 강의를 신청해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직장 근무시간을 피해서 들을 수 있던 장르는 소설밖에 없었습니다. 얼떨결에 단편 소설을 읽고 쓰기 시작했지요. 처음엔 소설을 쓴다는 행위가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불편했지만, 쓰고 보니 유치하면서도 신기했어요. (초등학교 때 아이들 모아놓고 꾸며낸 얘기를 해줄 때는 거짓말 한다는 의식이 없었거든요.) 그러면서 책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고, 소설 한 권, 한 권이 나올 때마다 작가가 얼마나 진통을 겪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미술도, 음악도 마찬가지겠지만 글쓰기도 ‘주기’가 있어서 어떤 느낌이 오면 글이 술술 나오는 듯하다가, 한 줄도 못 쓰고 몇 주를 흘려보내기도 하고, 심지어 글 쓰는 실력이 후퇴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1년에 4편의 단편을 쓴 적도 있지만, 작년부터는 코로나로 인한 우울과 두 번에 걸친 수술로 인해 다리가 아프니까 근력도 빠지면서 몸 전체가 병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직장을 그만둔 터라 시간은 많은데 글이 써지기는커녕 오히려 머리에 박스를 뒤집어쓴 기분이었습니다. 소설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만 가진 채 애꿎은 텔레비전 리모컨만 눌러댔지요. 그러다가 예능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고, ‘우체통’ 이란 모티프를 건지게 되었고, 동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설 쓰기를 시작한 이래로 동화를 쓰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던 터에, 이만교 작가 수업을 들으면서 몇 편의 동화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서 이만교 작가님께 감사 말씀 드립니다.) 성인이 되어 읽은 동화는 신선하면서도 잊고 있던 사실을 일깨워주었어요. 동화 속에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있고 불가능이 없는데, 동화를 읽고 자란 어른이 된 나는 왜 상상력이 줄어들고 있을까. 줄어든 상상력 자리에 편견과 선입견이 차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군다나 필명을 ‘상상’이라고 지었는데. 가장 인상에 남은 동화는 미셀 누드슨의「도서관에 간 사자」였습니다. 읽는 내내 웃음이 나왔어요. 편견을 허물고 융통성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 규칙을 만들 때 예외를 둘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 읽고 나서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읽을 수 있는 동화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각이 연장되다 보니 한 편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때 써놓은 작품과 이번에 응모할 작품을 초등학교 3학년 조카한테 읽어보라고 했지요. 응모작인 ‘마음 우체통’은 재미있고 주인공의 마음이 잘 전달되는데, 전에 써놓은 작품은 덜 감각적이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감각적이란 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줄래?”라고 물었더니 조카가 대답했어요.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소리는 귀에 대고 듣는 것처럼, 묘사는 진짜 보는 것처럼 써야 한대요.” 입이 벌어졌지요. 내가 조카 나이 때 그런 생각을 못했거든요. 소설 수업에서 과제물로 썼던 동화는 슬그머니 서랍 안에 넣어두고, 조카의 칭찬을 받은 최근 작품으로 응모를 하게 되었습니다. 조카는 수상 소식을 듣고 신기해했어요. 고모가 유명한 동화작가라도 된 듯. 이제 조카는 나의 1호 평론가가 되었답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동화를 계속 쓰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가 읽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같이 소설 공부하는 문우가 ‘50+ 시니어 신춘문예 공모전’ 소식을 알려주었습니다. 공고를 보고 ‘여기에 당선되는 사람들은 좋겠다’는 생각만 하고 말았지요. 잊고 지내다가 응모 기간 일주일을 남겨두고 느닷없이 동화 소재거리가 생각났고, 몇 시간 만에 써 내려갔습니다. 시간을 투자하고 힘들게 만든 곡보다, 갑자기 악상이 떠올라서 몇 분 만에 쓴 곡이 의외로 인기가 더 많은 경우가 있다는 작곡가의 말이 떠올랐어요. 문제를 아무리 해결하려고 해도 풀리지 않는 경우가 있지만, 예상과 반대로 빨리 풀리기도 하는 삶의 과정과 비슷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엇을 하든 포기하지만 말고 꾸준히 하자고 오늘도 나 자신을 독려합니다. 그러다 보면 나의 뮤즈를 만날 수 있으니까요. 시니어 문학이 자리를 잡아갈 수 있도록 장(場)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2021-08-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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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놓으니 보였다” 퇴직 부부의 다시 쓴 이모작
- 퇴직이라는 위기의 기로에서 맞잡은 손을 더욱 단단히 그러쥔 부부가 있다. 예상치 못한 권고사직과 재취업 실패, 노후 자금 공백. 금슬 좋은 부부를 시험하기라도 하듯 중년에 들어 온갖 폭풍이 닥쳤지만, 두 사람은 갈라섬을 고민하는 대신 서로의 기둥이 되기로 했다. ‘사모님’ 소리를 듣던 아내는 결혼 후 처음으로 사회에 발을 내디뎠고, 전용 기사를 둔 대기업 임원 출신 남편은 ‘따릉이’를 타고 다니는 택배 노동자로 인생 2막을 열었다. “인생에 가을이 찾아와 가을옷을 입은 것뿐”이라는 강찬영(60)·박경옥(57) 부부를 만났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가 반복되는 여름이다. 맑은 하늘에 마른 천둥이 내리치는가 하면, 소나기가 쏟아져 우산 없이 낭패를 보는 날이 잦다. 잠깐의 소나기는 손우산으로 피하면 그만이지만, 장마철 태풍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대비 없이 찾아온 태풍은 집을 휩쓸고 봄내 가꾼 논밭을 가차 없이 망가뜨린다. 준비 없는 퇴직도 비슷하다. 수십 년 경력이 최고점에 달했을 때 보금자리가 사라지고, 차곡차곡 쌓은 커리어는 휴짓조각이 된다. ‘오늘, 남편이 퇴직했습니다’ 저자 박경옥 씨는 남편의 퇴직을 “한여름의 태풍 같았다”고 비유했다. 태풍이 찾아오기 전의 여름은 뜨거운 열정이 타오르는 청년의 모습처럼 한없이 청량하다. 강찬영 씨의 청년기도 빛났다. 이름만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해운회사에서 27년간 영업직으로 일했다. 퇴직 전 2년 동안 임원도 맡았다. 임원직에 앉아 있을 때, 임시직인 만큼 실적과 관계없이 계약이 끝나는 대로 회사를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회사가 공중분해될 것이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강 씨는 2013년, 53세의 이른 나이에 권고사직이라는 대책 없는 폭풍을 맞았다. 강 씨는 “학창 시절을 다 합친 것보다도 긴 시간 회사를 다녔으니 그야말로 ‘멘붕’이 왔다”며 “현실을 깨닫는 것부터 어려웠다”고 말했다. 퇴직 부부의 동상이몽 퇴직 후 퇴직금이 두둑하게 쌓여 있던 1년간은 평화로웠다. 벼르던 여행도 가고, 주말마다 부부끼리 산에 다니며 자유 시간을 만끽했다. 강 씨는 5개월 만에 비슷한 직무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외국 회사와의 계약을 따내야 하는 중소기업의 큰 프로젝트였다. 그러나 최종 단계에서 계약이 무산되면서 1년여 만에 다시 회사를 나와야 했다. 두 번째 폭풍이었다. 대부분의 화이트칼라 퇴직자가 그러하듯, 강 씨 부부도 퇴직 후 얼마간은 동종 업계로의 재취업을 준비했다. 강 씨가 자기소개서를 쓰면, 박 씨가 오탈자와 문맥을 봐주며 정성을 쏟았다. 그러나 돌아오는 연락은 없었다. “현역 때의 열기가 살아 있을 때니 재취업이 가능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했던 강 씨와 달리 박 씨의 속은 점점 타들어갔다. “세상 물정 모르고 눈을 낮추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 번은 외국으로 굿을 다니는 무당의 통역사를 뽑는 공고에 대기업 시절 연봉을 적어 지원했다는 남편의 말을 듣고 ‘통역사에게 그만한 월급을 주려면 한 달에 굿을 얼마나 해야 하느냐’고 속으로 나무란 적도 있었다. 모아둔 노후 자금이 야금야금 줄어들고, 재취업의 동상이몽이 길어지는 와중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두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부딪혔다. 임원 시절 지시하던 습관이 집에서도 배어나오는 탓이었다. 강 씨가 지방에 일이 생겨 기차표를 끊어달라 하면 박 씨는 “여긴 회사가 아니니 당신이 직접 알아보라”며 반박하곤 했다. 늘어나는 집안일도 박 씨의 신경을 긁는 요인 중 하나였다. “남편이 집에 있으니 일이 더 많아졌어요. 젖은 옷은 탁탁 털어서 널어야 구김이 안 가는데, 그대로 널어 두 번 일하게 만들고. 세탁기도 버튼 한 번만 누르면 다 되는 줄 알고.(웃음) 안 해봤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 건데 화가 나더라고요.” 강 씨는 “답답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조금은 기다려주길 바랐다”며 “27년 동안 가족을 위해 일만 했는데 배신당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다”고 내심 서운함을 드러냈다. “저 역시 연금이 나올 때까지 공백이 생기니 놀고만 있을 수는 없겠다 생각했어요. 아내와 동등한 입장에서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죠. 그래도 은퇴하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어깨의 힘을 빼고 자세를 낮춰야 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고 싶었죠.” ‘인생 공부’로 되찾은 금슬 박 씨는 남편과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자 절에서 숙식하는 공양주 보살 일을 찾아보며 잠깐 떨어져 있을 생각까지 했다. 그런 그녀가 깨달음을 얻은 건 주말 농사를 하면서다. 어느 날 고랑의 잡초를 뽑던 그녀는 문득 계절의 흐름에 따라 자라나는 작물을 보며 “인생의 가을에 접어든 남편에게 잘나가던 여름의 모습이 계속되기만 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계절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한 건 강 씨도 마찬가지였다. “인생의 여름이 지나갔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가을에 여름옷을 입고 있으면 춥잖아요. 계절이 흐르면 그에 맞춰 옷을 갈아입고 준비해야죠.” 마음가짐을 달리하니 부부 사이에도 변화가 생겼다. 두 번째 퇴직 후 1년쯤 지났을 무렵, 박 씨는 무료해하는 남편을 데리고 지역 도서관에 갔다. 남편이 일하는 동안 심심하면 도서관에 가서 인문학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나서다. “‘뭐라도 해라’는 심정이었죠.(웃음) 그런데 독서를 해보니 남편이 책 한 권을 꼼꼼하게 읽는다는 걸 알았어요. 특히 동양학 서적을 집중해서 보길래, 관심 있으면 공부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박 씨의 말에 용기를 얻은 강 씨는 2017년 원광디지털대학교 동양학과에 입학했다. 잠들어 있던 학구열에 불씨가 피어난 순간이었다. 서울시 50플러스센터 공유사무실을 빌려 작정하고 공부에 돌입했다. 박 씨는 “남편과 잠시나마 떨어질 수 있었던 팁”이라며 웃었다. 혼자만의 공간이 생긴 덕분이었을까, 첫 학기를 제외하고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학교를 졸업했다. 함께하는 취미가 생기니 소통도 늘었다. ‘베갯잇 대화’ 시간도 생겨났다. “새벽에 눈 뜨자마자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공부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소재가 무궁무진하더라고요. 덕분에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어요. 퇴직 후 남편이 스크린 골프장에 가는 걸로 자주 싸웠는데, 알고 보니 언제 찾아올지 모를 비즈니스 자리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는 걸 알게 됐죠.” 골머리를 썩이던 집안일 문제도 해결했다. 두 사람이 생각해낸 부부 갈등의 해답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말 뒤집어보기다. “아내가 곰국을 끓이면 남편이 긴장한다고 하잖아요. 삼시세끼 곰국만 먹게 될까봐요. 그런 자조적인 농담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아내가 없으면 곰국에 면을 삶아 넣거나 사골 향 나는 김치찌개를 끓여 먹으면 되죠. 집안일은 함께하는 거니까요. 이제 저도 설거지, 신발 정리 정도는 직접 해요.(웃음)” 함께 일하니 보람은 두 배 강 씨가 공부에 매진하는 동안 박 씨는 50플러스센터에서 건강 관리, 감정 조절 등을 주제로 강연을 하며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남편의 재취업을 독촉하는 대신 생활 전선에 함께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스터디 모임에서 공부한 내용을 바탕으로 재능기부 강의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이제는 기업과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도 러브콜을 받고 있다. “남편의 은퇴로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남편을 바꿀 수 없으면 나를 바꿔라’고 하시더라고요. 순간 제가 이기적이었다는 걸 깨달았어요. 돈 버는 일은 으레 남편의 몫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이참에 남편으로부터 경제적 독립을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적은 돈이라도 제 힘으로 벌 수 있다면 뿌듯할 것 같았죠.” 경력 단절도 아닌 ‘무경력’ 전업주부가 일자리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박 씨는 “능력이 부족할수록 탐색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며 “관련 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녀는 틈날 때마다 여성인력개발센터, 50플러스센터 등을 방문해 인맥을 늘렸다. 그 무렵 강 씨는 주말 농사에서 알게 된 지인의 소개로 택배업을 시작했다. 오후 3시부터 8시간 정도 택배 분류를 반복하는 고강도 노동이다. 그는 “아내가 일을 하면서 고연봉 직업을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눈을 낮출 수 있었다”며 “제안해준 지인의 덕도 크다”고 말했다. 지인은 그가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부부는 이를 두고 ‘낯선 사람 효과’라 설명한다. “잘나가던 모습을 봐온 학교 동창이나 직장 동료는 이런 제안을 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지인의 눈에는 그저 백수였던 거죠.(웃음) 이래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사람을 사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 사람의 과거가 아닌 현재를 있는 그대로 보니까요. 아내가 책을 내고 강단에 설 수 있었던 것도 기관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이죠.” 박 씨가 가사노동의 굴레에서 해방될 때 강 씨는 땀 흘려 일하는 육체노동의 보람을 배웠다. 배턴 터치하듯 뒤바뀐 인생이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은퇴 전에는 술자리가 많아 과체중이었어요. 지금은 하루에 5~8시간 움직이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건강해졌죠. 관리자로 모든 일을 책임지는 대신 맡은 일만 성실히 하면 되니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받을 일도 없어졌어요. 그러다 보니 아내와 사이도 좋아지더라고요. 그야말로 ‘수신제가’죠.(웃음)” 어느덧 퇴직 생활 9년째, 이제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노후를 꿈꾼다. 황혼의 위기를 ‘주경야독’으로 이겨낸 그들은 “나이가 들어도 내면 수양을 지속해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비슷한 고민을 겪은 동년배 부부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정하고 내려놓으면 다른 길이 보여요. 우리는 서로 다른 우주에서 온 행성 같은 존재라는 것, 그렇기에 부딪히는 대신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고, 공존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요. 그런 마음으로 살다 보면 내 곁에 있는 사람이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답니다.” 폭풍을 견디면 시원한 가을이 온다. 추수의 시간이다. 두 사람에게 가을은 갑작스러운 기상이변처럼 조금 일찍 찾아왔지만, 그들은 더 많은 곡식을 거두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하는 대신 더 빨리 나눌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래서인지 사진 찍는 순간 렌즈 안에 들어온 두 사람의 해사한 미소가 청명한 가을 하늘과 닮아 보였다. 부부가 함께 보는 하늘이 멋지게 저물어가기를 바라며 셔터를 눌렀다.
- 2021-08-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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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설서 학대 받는 노인 10년 사이 9배 늘어
- 인구 고령화로 노인 복지시설에서 지내는 노인이 늘어, 최근 확인된 노인학대 건수가 10년 사이 9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설 종사자의 교육 및 훈련 강화, 인력 부족과 과도한 근무 시간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시설 내 노인학대 현황과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사회연구원 고령사회연구센터가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노인학대 현황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전국 34개 지역 노인보호전문기관을 통해 접수된 노인 복지 시설 내 노인학대 상담 건수는 2019년 기준 617건이었다. 이는 노인 학대 집계를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로 2009년 71건에 비해 9배 가량 증가했다. 전체 노인학대 중 시설에서 발생하는 학대 사례가 차지하는 비율 역시 2009년 2.7%에서 2019년 11.8%로 크게 늘었다. 시설 내 노인학대 문제를 관심있게 지켜봐야 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 기준 시설 내 노인학대 피해 사례 617건 중 70%에 해당하는 432건이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발생했다. 학대 유형별(중복 집계)로는 ‘방임’이 352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체적 학대’(163건), ‘정서적 학대’(136건), ‘성적 학대’(133건)가 뒤를 이었다. 학대 피해 사례 중 절반 이상은 장기간에 걸쳐 반복된 것으로 드러났다. 2019년 기준 한 달 이상 지속된 학대 사례는 총 393건으로 전체 64%에 달했다. ‘매일’ 학대받는 노인도 늘어났다. 발생 빈도 항목에서 ‘매일’로 집계된 건수가 2018년 80건에서 2019년 213건으로 1년 사이 크게 늘었다. 2019년 기준 204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일회성’ 학대 사례도 전년(119건)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임정미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설 학대는 단기적인 일회성 학대에서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반복적 학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양시설 방문 미경험자를 포함한 일반인과 요양보호사 총 1432명을 대상으로 시설 노인학대 발생의 원인을 물은 결과, ‘직원의 성격이나 자질’이라고 답한 비율이 23.8%로 가장 높았다. 이 외에도 ‘노인의 기질과 행동’(23.1%), ‘인력 부족과 인원 배치 어려움’(14.2%), ‘직원의 교육·지식 부족’(13.5%), ‘직원의 스트레스’(8.4%)가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대한 예방책으로는 ‘충분한 교육과 훈련’(30.0%), ‘인력 확충’(18.0%), ‘가해자 처벌 강화’(10.3%), ‘신속한 보고체계 마련’(10.1%) 등을 꼽았다. 임 부연구위원은 “시설 학대 피해자 중에는 의사 표현이 힘든 치매 환자나 신체적 의존도가 높아 상시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신고 사례보다 더 많은 학대가 잠재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학대 규모와 원인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21-08-26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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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년층 일자리 박람회 열린다…100명 이상 채용 예정
- 40세 이상 중년과 우수 중소벤처기업의 매칭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가 23일 열린다. 전국의 다양한 중소벤처기업이 참가해 100명이 넘는 중년층 구직자를 채용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23일부터 9월 10일까지 ‘KOSME 내일愛(애) 온택트 박람회’ 네 번째 테마인 ‘중년·신중년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한다고 22일 밝혔다. 중진공은 업무 노하우와 경험을 두루 갖춘 만 40세 이상 중년 구직자의 취업을 지원하기 위해 이번 박람회를 준비했다. 일반 제조업, 소프트웨어개발업, 전자상거래업 영위기업 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업인증 보유기업 등 전국의 다양한 중소벤처기업이 참가해 100명이 넘는 구직자를 채용할 예정이다. 참가기업 확인과 구직자 입사지원은 오는 23일부터 KOSME 내일애 온택트 일자리 박람회 누리집에서 할 수 있고, 자세한 내용은 중진공 기업인력지원처로 문의하면 된다. 박람회동안 취업에 성공한 중년 취업자의 1대 1 멘토링 이벤트가 진행될 예정이며, AI모의면접, 인성·직무능력검사, 경품이벤트와 같은 다양한 부대행사도 준비돼 있다. 중진공은 박람회 기간 중 매칭이 이뤄지지 않은 구직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사후관리도 지원한다. 중진공 기업인력애로센터의 취업매칭 전문 상담사를 활용해 일자리 매칭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우영환 중진공 일자리본부장은 “중진공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장기화로 인한 구인구직난 해소를 위해 구인기업과 구직자 간 비대면 채용 기회를 제공하는 온택트 일자리 박람회를 운영 중”이라며 “이번 박람회가 숙련된 기술과 업무경험을 갖춘 40세 이상 중년 인력과 우수 중소벤처 기업이 매칭되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2021-08-2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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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저하? 눈 건강엔? 시니어 영양제 가이드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관리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며 영양제와 같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건강에 대한 우려가 깊은 시니어들이 영양제를 고를 때 고려해야 할 점과 주의사항은 무엇일까. 시중에 판매되는 영양제는 종류가 워낙 다양해 어떤 영양제를 골라야 할지 고민이 커진다. 영양제를 고를 때는 안전성과 기능, 복용 방법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개선 효과가 입증되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또 식물성 캡슐로 제조되어 목넘김이 편하고 소화가 잘 되는 제품인지도 확인하면 좋다. 그렇다면 체력이 떨어지고 몸 곳곳에 이상이 발생하는 시니어들에게 어떤 영양제가 좋을까. 시니어들이 주로 고민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신체에 필요한 영양제를 소개한다. ① 체력 체력저하는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비타민은 음식으로 섭취한 에너지원을 실제 사용하는 에너지로 바꾸는 일을 해 체력 회복을 돕는다. 비타민 중에서도 비타민B 복합제와 비타민C를 복용하면 체력저하와 만성피로에 도움이 된다. 다만 활성비타민은 매일 섭취하지 않는 게 좋다. 피로 회복을 돕는 활성비타민은 분자구조를 변형시켜 몸에서 흡수가 쉽도록 만들어 빠른 효능을 자랑한다. 그런데 이 활성비타민을 매일 섭취하면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할 신진대사가 고장이 난다. 따라서 비타민을 살 때 활성비타민이 포함된 제품인지 아닌지 확인해야 한다. ② 노안 노안은 수정체가 탄력을 잃어서 생기는 일종의 노화 현상이다. 노안 지연에 도움을 주는 항산화 성분들에는 빌베리추출물, 비타민A, 비타민C가 있다. 또 70대 이상 노인 4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는 황반변성의 진행을 막는데 도움을 주는 성분으로는 루테인, 아스타잔틴, 지아잔틴이 있다. ③ 갱년기 스트레스 갱년기가 오는 중년은 감정 기복, 무기력증, 우울과 같은 증상을 겪는데, 이때 복용하면 좋은 영양소들이 있다. 갱년기 여성들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우울증, 무기력증은 물론 안면홍조, 건망증, 수면장애와 같은 복합적인 건강 문제를 겪는다. 이소플라본과 승마 추출물은 여성호르몬 수용체를 자극해 이러한 증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갱년기 남성은 남성호르몬 저하로 인한 체력저하와 무기력을 주로 겪는데 이들에게는 아미노산 제제와 비타민B, 홍삼을 추천한다. ④ 영양결핍 영양결핍은 식사를 제대로 하기 어렵고, 식사를 해도 소화를 잘 못 시키는 노인들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이들에게는 아미노산 제제와 멀티비타민 제제가 좋다. ⑤ 뼈와 치아 칼슘은 뼈 건강관리를 위한 필수 영양제로 손꼽힌다. 뼈와 치아가 약해지기 쉬운 중년 및 노년층에게 특히 권장된다. 칼슘과 같이 섭취하면 흡수율이 크게 상승해 시너지를 내는 성분으로는 마그네슘과 비타민D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 세 가지 성분을 ‘칼마디’라고 칭할 정도다. ⑥ 혈압 오메가3는 혈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혈액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도와 혈압을 낮추는 효능을 가진다. 중년 이후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감소시켜 40대를 넘어서면 반드시 챙겨먹어야 할 영양제로 알려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여러 종류의 약을 먹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영양제를 고를 땐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신현영 한양대학교 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영양제는 다다익선이 아니라 과유불급”이라며 “영양제를 여러 알 복용하거나 기존의 복용하던 처방약이 있는데 동시 복용하면 약물 상호작용으로 인해 효능이 증가하거나 감소, 심하면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혈압을 낮추는 효능을 가진 오메가3는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치료 시 먹는 아스피린이나 와파린과 같은 혈액응고억제제와 만나면 혈액이 지나치게 묽어질 수 있어 함께 섭취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영양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진정한 건강을 위해서는 영양소가 풍부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숙면 등 건강한 생활습관이 제일 중요하다. 건강한 일상생활과 함께 부족한 영양소를 영양제로 보충하는 건강한 시니어의 모습이 기대된다.
- 2021-08-18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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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팔이 소년, 스포츠신문의 미다스 손 되다
- 왕년 전성기에 누렸던 최고의 영웅담이나 에피소드. 이상우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의 과거 그때의 시간을 되돌려본 그 시절, 우리 때는 이것까지도 해봤어. 나도 그랬어, 그랬지!! 공감을 불러일으킬 추억 속 이야기를 꺼내보는 마당입니다. “태어나 하고 싶은 건 다 해봤다. 여한이 없다.” 80 평생을 산 후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이상우(84)가 그중 한 사람이다. 한국추리작가협회 이사장, 한국증권신문 회장인 그는 우리나라 스포츠신문의 산 역사로 창간하는 것마다 족족 대박을 터뜨려 ‘스포츠신문 업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또한 50년간 역사 및 추리소설을 무려 400권이나 내고, 지금도 일주일에 7개 매체에 기고하는 왕성한 필력의 작가다. 에두를 것 없이 범상치 않은 그의 인생 속으로 직진해보자. 신문사 사장 된 신문팔이 소년 가장 “저와 신문의 인연은 대학 2학년 때인 1958년, 영남일보 견습기자에서 시작됩니다. 1964년 대구일보 최연소 편집부장에 이어 2년 후 한국일보사로 옮겨 또다시 최연소 편집국장(31세)이 되면서 한국일보사가 발행하던 ‘일간스포츠’를 만나게 됩니다.” 이상우는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경향신문 등을 섭렵하며 사장, 회장, 창업자 등 국내 최장수 언론인으로 자리매김했다. 패션 전문 프랑스 잡지 ‘엘르’의 한국 지사 대표로,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추계예술대학의 교수로, ‘세종대왕 이도’를 비롯, 추리소설 ‘악녀 두 번 살다’로만 50만 부가 팔린 잘나가는 소설가로 승승장구했다. 한글 가로쓰기체 신문(스포츠서울이 효시), 활판을 없앤 전산화 신문(소년한국일보가 최초) 시대도 그에 의해 열렸다. 1938년 경남 산청 출신으로 6남매 중 다섯째인 그의 10대는 전쟁 후의 피폐로 얼룩졌다. 6.25전쟁 때 전사한 형에 이어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단칸방에는 자리보전한 할머니와 6명의 가족들. 며칠을 꼬박 굶고 어머니와 밥을 구걸하러 다녔지만 몇 숟가락 얻지도 못하던 때였다. 부친이 살아 계실 때도 구두닦이와 신문팔이로 가족의 생계를 도와야 했다. 이 무렵의 ‘웃픈’ 에피소드가 있다. 단칸방 주인집 남자가 영남일보 윤전기 기사였는데 퇴근할 때 신문을 10부 정도 몰래 빼와서는 돈을 나눠 갖자며 그더러 팔아오라고 했다. 다 못 팔 때도 있고, 비가 와서 신문이 젖을 때도 있었는데 그럴 때면 신문 값을 그에게 물어내게 했다. 갑질 아닌 갑질로 횡포를 부리던 그 남자를 영남일보 기자가 되고 나서 윤전실에서 만날 기회가 있었지만 뒤가 켕겼는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긴 후였다. “양공주 구두를 닦을 때가 제일 좋았죠. 뾰족구두인데다 면적이 적어서 구두약도 덜 들고 팁도 후했으니까요. 신문은 제가 잘 못 팔았어요. 배급소 앞에서 제 또래 소년들이 줄을 서 있다가 신문이 나오기 무섭게 받아가지고는 숨이 턱에 닿도록 달려야 했지요. 번화가에 먼저 도착해야 한 장이라도 더 파니까요. 근데 저는 신문 연재소설을 읽고 나서야 팔았으니 늘 꼴찌였죠. 김대중 대통령도 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그가 영어 학원을 다녔는데, 당시 자칭 국보 양주동 선생이 가르쳤다. 학원비가 있을 턱이 있나. 등록증을 재주껏 위조했다. 책 도둑은 도둑이 아니라는 인식처럼 배움 도둑질도 같은 맥락으로 넘어가던 시절이었다. 양주동 선생은 훗날 한국일보 초청 좌담회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구두통에 교복을 쑤셔 넣고 다녔다. “아버지가 학교를 못 다니게 해서 중학생이 된 걸 숨겨야 했지요. 임종 머리맡에서 처음 말씀드리자 ‘하는 수 없는 일이지’ 하며 체념하셨어요. 그때부터 떳떳이 교복을 입고 다녔습니다.” 지식인으로 좌우익의 사상을 넘나들다 결국 목숨을 잃게 된 그의 형으로 인해 ‘머리에 먹물이 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선친의 한 맺힌 신조였다. 실의에 빠져 알코올 중독으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더 이상 그의 앞길에 장애가 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가난이 발목을 잡았다. “고등학교 원서 접수 마감일이었어요. 진학을 포기한 제게 교장 선생님이 무조건 원서를 넣으라고 채근하셨지요. 마감 1시간을 남겨놓고 어디 갈 데가 있어야죠. 길 건너에 대구상고가 있어서 거기다 넣었죠. 뜬금없는 상업고등학교 이력이 그래서 생긴 겁니다. 대학은 영남대 전신인 청구대를 나왔고, 전공은 국문학입니다. 당시 대학신문사 기자를 하면서 생계와 학비를 동시에 해결했지요.” 필화 사건 옥살이, 추리작가 변신 기회로 소설가 이상우는 1961년 대구일보에 ‘신 임꺽정 전’ 연재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문단 활동을 이어오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0매를 쓴 적도 있을 만큼 다작하는 작가다. 서울신문 편집부장으로 24시간이 부족하던 때에도 7개 신문사에 소설을 썼다. 연재가 여러 개다 보니 엇갈려 보내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하필 추리작가가 된 계기는 뭘까. “대구일보 시절 제가 단 기사 제목이 5.16 쿠데타 세력의 보안법에 걸렸어요. 그때 화폐개혁이 있었는데 바뀐 화폐정책이 지방 말단까지 원활히 유통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방지대’라는 제목을 붙였더니 그게 꼬투리가 잡힌 거죠. ‘이방지대라니, 대한민국에 이방이 있다니, 김일성 나라가 있다는 뜻이냐?’며 억지를 부리면서 사형 구형까지 들먹였어요.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40일 동안 살인, 강도 등 잡범들과 한 방에 구금되어 있었지요. 3평 방에 21명이 수감되어 있었는데 때는 7월 말, 얼마나 더웠던지 내 땀, 네 땀이 뒤섞일 지경이었죠. 제가 신문기자라는 걸 알고는 사형수였던 감방 두목이 재미난 이야기를 하라는 거예요. 2인자 지위를 보장해주겠다면서. 신참인 제가 서열 2위가 되면서 변기통 옆에서 안 자기, 동료 수감자의 부채질 받기, 담배 먼저 빨기 등의 특혜가 주어졌지요. 주로 흉악범들이다 보니 탐정, 범죄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예요. 날이면 날마다 머리를 쥐어짜다 보니 출감 후엔 어느덧 추리소설 작가가 되어 있더라고요. 그때 100개 스토리를 창작했으니 작가의 토양이 수감 중에 빚어진 거죠.” 데카메론과 천일야화가 따로 없었다. 서울신문 시절, 바이엘약품사의 광고 모델이 되어 매스컴을 주름잡기도 했는데, 그 또한 추리소설 작가였기에 발탁될 수 있었다. 작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골을 싸매다 바이엘사의 진통제를 먹고는 머릿속이 맑아져 글이 술술 풀린다는 콘셉트였으니. 당시 바이엘사는 각 나라마다 추리소설 작가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는데 한국에서는 김성종을 제치고 이상우가 뽑힌 것이다. 스포츠신문 미다스의 손, 대박의 비결은? “일간스포츠는 고우영의 만화삼국지, 김성종의 추리소설 연재 등으로 판매 부수를 올렸지요. 스포츠서울은 우리나라 최초의 순한글 가로쓰기가 판매에 주효했어요. 한겨레신문이 최초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그 공로로 2019년 한글날에 대통령 포상을 받았으니 제가 시작한 게 맞는 거죠. 가로쓰기 한글 신문이 나오자 젊은 세대가 열광했지요. 창간 첫날 90만 부가 팔리는 쾌거를 이뤘어요.” 그는 이때가 가장 좋은 시절이었다고 회고한다. 1985년, 스포츠서울을 만들 때 말이다. “전두환 때 프로야구가 생기면서 다른 신문과 달리 그 소식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스포츠 특성상 순간 포착을 위해 기존 1, 2명에 불과하던 사진기자를 15명까지 투입하여 읽는 신문에서 ‘보는 신문’으로 탈바꿈시켰죠. 컬러 지면으로 혁신을 이룬 것도 짜릿했습니다.” 컬러화 작업은 스포츠신문의 효시인 일본에서 배워갔을 정도였다. 1999년 국민일보로 영입된 후 만든 ‘스포츠투데이’는 창간 6개월 만에 고지를 탈환했다. 스포츠신문 5개 중에서 4개를 창간하거나 운영하면서 족족 대박을 터트렸다. “IMF 직후라 실업자가 쏟아져 나올 때였죠. 스포츠투데이에 구직 정보를 총망라해 실었습니다. 좁고 긴 판형으로 바꾸고 제본을 시도한 것도 매출과 직결되었지요. 창간 기념으로 현대자동차 100대가 걸린 퀴즈를 100일간 냈습니다. 매일 자동차 한 대가 경품으로 나가니 신문이 팔릴 수밖에요.” 이어 2000년 ‘파이낸셜뉴스’를 창간한 후 다음 행보는 2001년 경향신문. 이번에는 사주가 되기로 하고 140억 원의 자본금과 250명의 임직원과 함께 경향미디어그룹을 꾸리고 회장직에 앉았다. 그의 나이 60세 때였다. 스포츠 기사를 포함한 종합일간지 ‘굿데이신문’이 탄생했다. 창간 기념으로 비행기를 경품으로 걸고 ‘대물’, ’쩐의 전쟁‘ 등 연재만화의 인기로 예의 순탄한 경영이 이어졌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고르바초프가 찾아와 모스크바에도 스포츠신문을 만들어달라고 제안했을 정도니. 그러나 악재의 그림자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스며들었다. “2004년 무렵 무가지가 나오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신문이 안 팔리는 거예요. 우리도 무가지로 돌리고 광고비로 운영할 수도 있었지만 문제는 가판 보증금 50억 원을 돌려줄 방법이 없었던 거죠. 제가 만드는 신문은 무조건 팔린다는 인식 덕에 전국의 신문 가판대와 계약이 되어 있었는데 무가지 때문에 신문이 안 팔리니, 그 돈을 물어주고 나서야 무가지로 변신을 해도 할 거 아닙니까. 그때부터 광고도 안 들어오고 자금난에 봉착했던 거지요. 얼마 안 가 무가지는 인터넷 신문에 밀려 역시 쓴맛을 보게 되었지요.” 자본금 문제로 4년간 재판을 끌면서 법정 구속될 위기까지 간 후 무죄로 풀려났지만 300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잃었다. 70이 가까운 나이였다. 스물한 살 연하 아내 아침상 차리며 화가를 꿈꾸는 홈즈 아빠 김영삼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울신문이 철퇴를 맞자 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설암을 앓던 아내의 간호를 위해 안방을 중환자실로 꾸몄다. 대형 병원 설비와 환자 침상을 집 안에 들이고 10년간 아내를 간병했다. “먹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어서 필담을 주고받았는데 잠깐 외출할 때면 두려움에 젖은 애절한 눈빛으로 내 허리춤을 붙들곤 했지요. 그 사람 보내고 63세이던 2002년에 재혼했는데 제가 차린 신문사가 1년 만에 망했으니 저는 지금 아내 덕에 먹고삽니다.” 평생 4시간 수면을 고수해온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아내의 아침상을 차리고 애완견과 산책한 후 글을 쓴다. 스물한 살 연하인 그의 아내 권경희는 심리상담가이자 추리소설 작가다. 서로는 추리소설 응모전 심사위원과 당선자로 만났다. 애완견의 이름은 홈즈. 추리소설 작가 부부답게 ‘셜록 홈스’에서 따왔다. 하고 싶은 거 다 했다면서도 한 가지를 더 이루고 싶단다. 어릴 때 꿈인 화가가 되는 것이라고. 신문 발행인으로, 소설가로, 대학교수로, 화가로, 그는 일생이 참 좋은 시절이다.
- 2021-08-1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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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미한 연명치료 거부’ 100만 명 돌파
- 연명치료 거부 의사를 밝히고 이를 기록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 건수가 100만56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지 3년 6개월 만이다. 연명의료는 말기 암 등으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시행하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 연장하는 시술이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담당 의사와 전문의 1인으로부터 사망이 임박한 상태라는 판단을 받은 환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하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결정하는 자기 결정권을 보장받기를 원한다. 이로 인해 지난 2018년 2월 4일부터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 또는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에 따라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또 민 19세 이상이라면 연명의료 중단 등의 결정과 호스피스에 관한 의사를 작성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미리 제출할 수 있다. 향후 임종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5시 기준 100만56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했고, 실질적으로 환자 16만9217명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이 이행됐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60대 3.4%, 70대 11.8%, 80대 이상이 9.0%로 고령층의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제출 참여율이 높았다. 아울러 가족의 요구가 아니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말기 환자 또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 의사를 밝혀두는 문서)를 통해 직접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한 비율은 올해 2분기 41.7%에 달한다. 제도 시행 초기인 2018년 1분기(35.1%)보다 17.1% 늘었다. 지난 6월 발표된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65세 이상 인구의 85.6%가 무의미하게 생명만 연장하는 연명의료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를 통해 연명의료결정제도 수요가 높은 것으로 확인돼 앞으로 이 제도에 참여하는 인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을 통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법적 의사를 밝히려면 보건복지부에서 지정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야 한다. 현재는 보건소와 의료기관, 비영리법인, 건강보험공단 지소와 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 총 503개소의 등록기관이 지정돼 있다. 가까운 기관은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나 전화 문의로 확인할 수 있다. 당사자는 언제든지 내용을 변경하거나 철회할 수 있다. 권덕철 복지부 장관은 “짧은 기간 동안 100만 명이 참여한 것은 삶의 마무리에 대한 존엄과 자기 결정이 존중받는 문화가 조성된다는 증거”라며 “앞으로도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2021-08-12 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