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술 전문가가 마침내 세계와 겨룰 명주를 만들기 위해 선택한 재료는 오미자였다. 패스포트, 썸씽스페셜, 윈저12, 윈저17, 골든 블루… 27년 동안 동양맥주에서 한국 위스키 시장의 거의 모든 술에 관여해, 업계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 불릴 만큼 주류 역사의 산 증인이 된 이종기(李鍾基·62) 오미나라 대표. 오랜 세월 한국 술 문화 발전에
기분이 참 우울하다. 지인이 중매를 서겠다고 하여 좋다고 승낙 했었다. 중매인이 꽤 오래 유심히 관찰했는데 필자가 괜찮은 남자로 눈에 들어오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상대 여자가 재력이 좀 있는 여자라는 것이다. 그래서 상대역인 필자 역시 재력은 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나름대로 이만하면 노후 대책은 탄탄할 정도로 자신 있었는데 상대 여자의 스펙을 들어보
거친 역사와 함께 살아온 작가 채만식의 후기작 이 무대에 오른다. 남편을 잃고 아들의 생사도 모르는 채 살아가는 ‘최씨’. 그를 연기한 배우 강애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연출을 맡은 최용훈씨와는 오래된 친구이자 신뢰하는 동료인데 같이 하자고 해서 무조건 승낙했어요. 사실 작품도 안 보고 결정했죠. 너무 솔직했나요?(하
극작가 노경식(盧炅植·79)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
“어떤 얘기든지 들려주세요.”
극작가란 무언가. 연출가에게는 무한대의 상상력을, 배우에게는 몰입으로 안내하는 지침서를 만들어주어 관객에게 의미를 전달하는 자가 아닌가? 그래서 달리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인생 후배로서 한평생 외길만을 걸어온 노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세상 모든 길에 사람이 지나다닌다. 이들 중에는 길과의 추억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 추억이란 살아온 시간, 함께했던 사람, 그날의 날씨와 감정이 잘 섞이고 버무려져 예쁘게 포장된 것이다. 박미령 동년기자와 함께 오래전 기억과 감정을 더듬으며 종로 길을 걸었다. 흑백사진 속 전차가 살아나고 서울시민회관이 눈앞에 보이는 듯하다. 그리고 행복한 발견.
대기업에서 인사담당 임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이상철(57세)씨는 전 직장 동료들끼리 월 1회 정기적으로 모이는 OB(Old Boys) 모임에 가입했다. 그가 가입한 모임은 매월 특정한 주제에 대해 2시간 정도 강의를 들은 후 저녁을 먹으며 토론하는 학습모임이다. 이번 달 모임의 주제는 ‘저성장 고령화 사회에서의 생애설계’였다. 이번 강의 중 가장 인상적이었
18년 전 아내와 이혼하게 되었을 때 아내가 재산분배에 대한 계산서를 내밀었다. 지금 회고해보면, 아내나 필자가 이혼 얘기는 많이 했지만, 실제로 이혼할 생각이 확고했던 것은 아니었다. 졸지에 퇴직을 하게 된 충격으로 필자는 다른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잘못해서 이혼 당할 유책 배우자도 아니니 이혼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내가 얼
5070세대는 먹고살기 힘들었던 헝그리(hungry) 세대다. 악착같이 모으고 아끼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자신보다는 가족, 소비보다는 저축이 몸에 배어 있다. 자식과 가족을 위해서는 아까운 줄 모르지만 ‘나’를 위해 쓰는 것은 몇 번이나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5070세대다. 필자의 부모님도 평생 자신을 위해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은 적이 없는 분들이다
‘죽더라도 거짓이 없어라. 꿈에라도 거짓말을 했거든 깨어나서 반성하라’고 말한 도산 안창호는 그 모든 위업을 아우를 수 있기에 진실이 화두인 요즈음,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태산처럼 서 있는 거목이다. 대학 시절 처음 도산의 존재를 접한 후 평생 동안 그를 사숙했다. 일과 삶 모두에 도산의 정신을 새기기 위해 산 김재실(金在實) 도산 안창호 선생 기념사업회
영화가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가 플랫폼(platform)이다. 요즘 이 단어가 IT 기업의 용어로 변질되어 그 낭만성이 많이 퇴색했지만, 본래는 기차역의 승강장을 지칭하는 말이다. 기차역은 서로 무관한 사람들이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무심한 공간이다. 어찌 보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그러나 그들이 각기 자기 나름의 삶의 애환과 사연을 지니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