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서울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는 4050 세대를 응원하기 위해, ‘모두 위한 내 꿈, 다시 뛰는 4050’ 캠페인을 펼칩니다. 본지는 서울시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함께한 보람일자리 사업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공공에 기여하고 있는 중장년들을 소개합니다.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은 서울시 내 공공시설 및 학교의 에너지 진단과 컨설팅 일을 한다. 다양한 경험과 사연을 가진 이들이 에너지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열정 넘치는 이경구(59) 씨는 눈길을 끄는 존재다.
지난해 은퇴한 이경구 씨는 정보통신 대기업에 무려 34년간 몸담았다. 정보통신 연구 일을 시작으로 공공기관 및 지자체 B2B 마케팅 업무를 수행했다. 열심히 살아온 그는 ‘은퇴는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넘쳤고 인생 2막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터. 그는 한국형 전직지원 전문 업체 이음길HR을 찾았다.
전직을 위한 교육을 받으면서 이경구 씨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보람일자리를 알게 됐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나온 강사들은 다양한 보람일자리를 소개했다. 그중에서도 남부캠퍼스의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이 그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당시를 회상하며 “귀에 딱 꽂혔다”라고 말하는 이경구 씨. 정보통신 분야의 기술 경력을 살려 에너지 컨설턴트 업무와 연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보통신업에서 에너지 컨설턴트로
에너지 컨설턴트는 무슨 일을 할까. 서울시에서는 ‘2050 탄소 중립’의 일환으로 노후 건물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그린 리모델링 사업’을 시행 중이다. 에너지컨설턴트사업단은 그 과정에서 꾸려졌다. 사업단은 서울시 내 공공시설 및 학교 건물의 리모델링 전후 에너지 사용량과 손실량을 실측하고, 에너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한다.
“5명이 한 팀을 이뤄서 활동하고 있어요. 학교 같은 경우에는 점검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8명이 투입됩니다. 팀으로 움직이면서 협력하다 보니 장점이 많아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하고, 배우는 부분도 많죠. 우리는 벽·지붕·창문 등이 단열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이 잘 작동하는지, 환기 시설 장치를 잘 사용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합니다. 그리고 결과물을 산출하는 역할을 하지요. 데이터 시스템을 활용하긴 하지만 수학적인 부분도 필요하고,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절대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이경구 씨는 주로 경로당과 학교를 방문했다. 방문 전에 미리 연락을 드리고 사업을 설명하는데, 경로당의 경우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 거냐”, “우리는 필요 없을 것 같다” 등의 반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방문하면 어르신들이 매우 환영해주고, 에너지 점검을 하는 모습을 멋있게 봐주신다. 이경구 씨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경로당에 갔을 때 기기가 설치되어 있는데도 어르신들이 몰라서 못 쓰시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 설명해드리면 정말 좋아하시죠. 성북구 종암동 제2경로당을 찾았을 때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어머님들이 햇빛·빗물 가리개 처마, 완만한 경사로 등을 만들어달라고 하신 거예요. 그런데 제 영역이 아니어서 도움을 드릴 수 없었어요. 어르신들께서 불편해하는 상황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거웠습니다.”
친환경 운동에 앞장서다
세계적으로 폭염·열대야·홍수 등으로 기후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이경구 씨는 앞으로 에너지 절감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며, 에너지 컨설턴트가 많이 양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소 분리수거도 철저하게 하는 편이고, 경유 자동차를 타다 2년 전에 수소 자동차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사소하지만 환경에 관심이 높은 편이었는데, 그런 관심이 모여 지금의 에너지 컨설턴트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활동 기간이 끝난 후에는 에너지 컨설턴트 전문가로 성장해 중장년 세대와 함께하는 지도자(강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또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전국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지난해 8월 31일은 이경구 씨가 퇴직한 지 꼭 1년 된 날이었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긴 그는 “제가 하는 일이 작은 일이겠지만 모여서 큰 일이 될 수도 있고, 미래 지향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 먹어서도 계속 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소감을 전하며, 보람일자리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초고령사회가 다가옵니다. 인생 2막을 의미 있게 살고 싶다면 적극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집에만 있지 말고 더 열심히 배우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알아봐야 한다는 거죠. 그 과정에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면 정보 공유가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이 사회에 공헌하고 기여하는 일을 하면서 보람 있게 살아갑시다!”
옷 색깔, 헤어스타일, 화장법에 따라 이미지도 달라지게 마련이다. 내 나이에 가장 잘 어울리면서 더 생기 있어 보일 수는 없을까? 퍼스널컬러와 메이크업으로 ‘나’를 잘 드러내는 방법을 배워보자.
사람에게는 피부 톤, 눈동자나 머리카락 색깔에 따른 고유의 컬러가 있다. ‘퍼스널컬러’라고 한다. 진단 결과에 따라 봄·여름·가을·겨울 중 나에게 어울리는 계절을 알 수 있다. 나를 더 살리는 색을 활용해 옷·헤어 스타일링이나 메이크업에 적용해볼 수 있다. 나만이 가진 고유한 분위기를 살려주는 스타일링이 더 멋져 보일 나이다. ‘나답게 나이 들기 위한’ 퍼스널컬러와 메이크업 진단을 소개한다.
“팔자 주름도 더 깊어 보이는 것 같고, 왠지 아파 보이는 것 같고, 얼마나 고민인지 몰라요.” 시니어 모델 최진희(52) 씨의 말에 현장 스태프들이 “나도 그렇다”며 맞장구를 쳤다. 진단을 위해 현장에 나온 최희선 에스이미지컬렉션 대표와 신지훈 정남메이크업 부원장은 “어려 보이는 것보다 나에게 가장 어울리는 컬러를 잘 쓰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봄·여름·가을·겨울, 나의 계절은?
퍼스널컬러는 따뜻한 색, 차가운 색, 중성색으로 나뉘는 색상 중 내 얼굴을 더 생기 있고 뚜렷하게 보여주는 색을 고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를 다시 사계절로 나누는데, 봄·가을은 웜(Warm) 톤, 여름·겨울은 쿨(Cool) 톤에 속한다. 이를 다시 색의 맑은 정도를 나타내는 청탁으로 구분하고, 밝기를 보여주는 명도와 흰색·검정색·회색이 섞인 정도를 보여주는 채도까지 고려해 나의 색깔을 진단한다.
모델 최진희 씨는 진단 결과 가을 딥 웜 톤이 나왔다. 최희선 대표는 “웜 톤은 잘 어울리는 색을 매치하면 혈색이 더해져 피부가 건강해 보이지만 어울리지 않는 색을 쓰면 칙칙하고 피곤해 보인다. 쿨 톤은 혈색이 빠지면서 투명하고 깨끗한 이미지가 살아나고, 어울리지 않는 색은 핼쑥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가장 중요한 건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컬러를 피함으로써 합리적인 소비가 가능해진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퍼스널컬러가 궁금하다면 명도·채도 차이가 많이 나는 옷을 입고 사진을 찍어보자.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퍼스널컬러 전문가를 찾아가 한 번쯤 진단받아보자.
덜어내는 메이크업
신지훈 부원장은 “일자 눈썹이 유행이라고 무작정 따라 했다가는 오히려 얼굴이 더 답답해 보일 수 있다”면서 “중장년 메이크업은 ‘덜어내기’가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주름이나 기미를 가리려고 컨실러나 섀도를 과하게 쓰면 오히려 나이 들어 보이기 쉽다.
눈썹 사이가 가까울수록 인상이 강해 보이므로 앞부분은 아이브로 마스카라를 활용해보자. 머리색보다 한 톤 밝은 색을 쓰면 더 자연스럽다. 눈썹 문신을 했다면 컨실러로 눈썹 아랫부분을 살짝 지워 굴곡을 만들어 나이에 어울리는 눈썹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블러셔는 광대 아래로 내려오지 않도록 하고 관자놀이 쪽으로 얹어준다. 홍조가 있는 편이라면 볼터치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팔자 주름 바로 아래 그늘지는 부분에 컨실러를 사용하면 주름이 연해지는 효과가 있다.
립라이너는 자신의 입술 색이나 립스틱 색과 비슷한 것을 사용하자. 립라인으로 입술의 70%를 채워준 뒤 립스틱을 바르면 지속력이 더 길어진다. 가을 립은 위에 글로 립 등으로 윤기를 내주면 생기 있어 보인다. 턱 섀딩은 턱살만 없앤다는 느낌으로 턱 라인에 맞춰 바른다. 과하면 수염처럼 보일 수 있으니 주의.
최희선 대표 코멘트 ▶ 가을 딥 웜 톤은 명품에서 주로 사용하는 색을 참고하면 좋다. 스트라이프 무늬가 있는 옷이나 칼단발, 생머리보다는 곡선을 활용한 옷이나 웨이브가 있는 머리 스타일이 어울린다. 클래식한 스타일링이 어울리고 헤어는 브라운 계열, 섀도는 골드 베이지나 샴페인 골드 등이 어울릴 것.
Tip 멋을 내고 싶은 날은 에나멜, 광택 소재로 힘을 줘도 좋다. 핑크 립스틱과 파스텔 계열 의상은 피할 것.
신지훈 부원장 코멘트 ▶ 가을 톤에 어울리는 립 색으로 강조하고 아이 메이크업은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 아이라인을 두껍게 그리거나 반짝임이 심한 섀도를 올리면 눈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인조 속눈썹은 본인의 속눈썹 길이와 비슷한 것으로 골라 속눈썹 아래 점막에 붙여주고 마스카라로 고정. 가닥 인조 속눈썹을 추천한다.
Tip 퍼프에 물을 적셔 기초(로션 등)를 바르면 촉촉한 피부 표현이 된다. 유분기 없앨 땐 가루 파운데이션 대신 하이라이트 크림으로 눌러줄 것.
현재 일본 인구 중 80세 이상은 10명 중 1명이다. 65세 이상은 곧 3명 중 1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고령화 시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이 글에서는 정년퇴직 후 경험이 없는 분야인 수제 맥주 회사를 창업한 일본의 65세 쓰카코시 씨 이야기를 소개한다.
도전의 시작 : No Play No Error
37년간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로 재직하다가 60세에 교장직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쓰카코시 토시노리(塚越敏典) 씨. 퇴직 후 첫 1년 동안은 미술관에서 주 4일 근무하며 생활했는데, 어느 날부터 평범한 일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단다.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가르쳤지만, 정작 자신은 도전한 경험이 없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에게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질문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무언가 흔적을 남겼는가?’였다. 60년 동안의 삶을 돌아보니 남긴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두 번째 질문은 ‘평생을 살아온 지역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있는가?’였다.
“저는 유키시에서 자랐고, 이곳에서 평생 교사로 근무하며 혜택을 많이 받았는데, 이제는 시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유키시는 일본 술, 배, 토마토, 포도 등으로 유명해요. 일본 술은 오래된 경쟁 업체가 많아서 이 지역 과일을 활용한 맥주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죠.”
친구의 권유로 참가한 양조 체험 투어에서 처음으로 맥주 제조를 접한 쓰카코시 씨는 자신이 만든 맥주를 지인들에게 시음해보게 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는 고향인 유키시에서 수제 맥주를 만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역 활성화에도 공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쓰노미야시에 있는 맥주 공장에서 세 달 동안 양조법을 배운 뒤 2019년 수제 맥주 회사 ‘유키 맥주’를 창업했다.
지역 특산물 담은 유키 맥주
인구 약 5만 명의 유키시는 도쿄에서 전철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바라키현 서쪽의 작은 도시다. 유키시에서 쓰카코시 씨가 만드는 유키 맥주의 특징은 뭘까?
“과일의 특징을 살린 다양한 종류의 맥주가 많아요. 예를 들어 배 원료를 사용한 맥주와 사과 원료를 사용한 맥주 등 계절에 따라 출시되는 제품도 있습니다. 우리의 대표 상품 브랜드는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로 가장 인기 있는 I.P.A 맥주가 있어요. 인디아 페일 에일인데요. 홉 함량이 풍부해 쓴맛이 강하며 알코올 도수도 높습니다. 두 번째는 쓰무기 에일이라고 하는데, 유키시에서 유명한 유키 명주를 활용한 고유 맥주입니다. 명주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서 만든 천인데, 고치를 만드는 누에는 뽕잎만 먹지요. 쓰무기 에일은 이 뽕나무 열매(오디) 원료를 사용해 오직 이곳에서만 생산됩니다. 세 번째 KISS ALE라는 맥주는 오야마시의 딸기 농장에서 재배한 스카이베리 원료를 사용하여 만든 인기 있는 맥주입니다.”
새로운 도전에도 자금은 필요하기 마련이다. 매일 손익을 따지는 엄격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그가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 궁금했다.
“창업 자금은 퇴직금과 은행 대출을 활용했고, 크라우드 펀딩(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수의 개인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통해 모금하기도 했습니다. 초기 목표 금액은 100만 엔이었지만 실제로는 175만 엔을 모았습니다.”
아마도 그동안 가르쳐온 수많은 제자들로부터 후원을 받았으리라 예상했는데, 역시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전의 어려움과 성취의 즐거움
경영 경험이 한 번도 없었음에도 제2의 커리어로 창업의 길로 들어선 그에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사람 관리가 가장 어려웠어요. 이전에도 항상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지만, 사장으로서 직원을 관리하는 것은 매우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나 가족을 고용하고 직접 관리하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일부 직원을 고용해봤는데, 내 생각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어서 그들과의 협업을 종료해야 했습니다.”
경영자라면 누구나 인사관리가 가장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도 있듯이, 깊은 물 속은 들여다볼 수 있어도 사람 마음은 좀처럼 알기 어렵다. 적합하지 않은 인재를 직원으로 채용하는, 이른바 ‘미스 매칭’을 겪는 기업이 많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맥주 회사를 창업해 좋았던 점은 뭐가 있는지 물었다. 쓰카코시 씨는 교직원 외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늘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또 학교에서 가르치던 경제나 세금 관련 내용을 현장에서 적용해보며 스스로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것들을 배워나가는 점도 좋단다. 이론보다 실무 경험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생각에 공감했다.
유키 맥주에서 만드는 수제 맥주 12종은 각각 330ml 병당 600엔(약 5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대기업에서 만드는 맥주의 약 3배 가격이다. 아무래도 수제 맥주는 소량 생산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어떤 판매 전략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했다.
“특별한 전략은 없지만, 대기업 제품과 차별화되는 ‘수제 맥주’만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자 합니다. ‘맛이 좋으면 반드시 살아남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SNS와 다양한 미디어를 활용하고 있어요. 아직 서툰 부분도 있지만요….”
지역에 기여하는 삶
유키 맥주는 지난해 개인사업자에서 법인이 됐다. 개인사업자로 일할 때는 수익이 조금 나기도 했지만,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설비를 늘리고 창고를 만드는 등 투자를 해 대출 부담이 늘어난 상태다. 쓰카코시 씨는 매달 상환해야 할 대출금을 생각하면 잠을 이루기도 힘들 만큼 압박을 받지만, 좋아해서 시작한 일이니 잘 헤쳐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런 쓰카코시 씨를 교사 시절부터 알고 지낸 학부모와 제자들이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
“정년퇴직하면 교육과는 다른 분야에서 일해보려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제자들과 지역 주민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어요. 지금까지 유키 맥주를 4년 동안 운영해올 수 있었던 건 결국 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보답하고자 쓰카코시 씨는 매일 아침 지역에서 쓰레기 수거 봉사활동을 한다. 쓰레기를 줍다 등교하는 초등학생들을 마주칠 때면 “너희들 나중에 성인이 되면 반드시 유키 맥주를 마셔야 한다!”고 외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교장직을 맡은 경험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는 것도 그가 봉사활동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일 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정년 전에는 항상 사람과 함께 있었는데, 요즘은 혼자서 종일 일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껴요. 늘 라디오를 듣고 있기는 하지만, 대화할 기회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봉사활동을 하면서 잠시나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나면, 하루를 더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누가 저에게 부탁을 해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예요.”
쓰카코시 씨는 유키 맥주가 대대손손 이어지기를 바란다. 손자가 성장해 자신의 사진을 공장 벽에 걸어두고 “이 사람이 창업자고 나는 3대째야”라고 말해주면 좋겠단다. 할머니·할아버지가 된 노년층이라면 한번쯤 꿈꿔봤을 법한 장면이다. 내가 하던 일을 손자·손녀가 이어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꾸려나간다면 더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쓰카코시 씨는 수제 맥주 양조의 어려움과 즐거움을 함께 전하고 있다. 맥주를 양조하며 느낀 창의적인 즐거움과 사회적인 만족감이 삶을 채워준다. 그는 노후에도 변화와 도전을 통해 뜻깊은 인생을 살아가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노 플레이 노 에러!’ 아무것도 하지 않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내가 존재했다는 걸 어딘가에 흔적으로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창업으로 회사를 세우는 길을 택했습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가치를 남길 수 있을 거예요. ‘예순이 지났는데, 앞으로 뭘 하겠어?’가 아니라 ‘앞으로 40년이나 남았네’라며 100세 시대를 맞이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최선을 다해 도전해보면 어떨까요!”
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실천과 도전의 중요성’을 가르친 그는 현장에서 성장과 변화를 보여주는 롤모델이 되기를 자청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노 플레이 노 에러’ 정신으로 활기찬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의 삶을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과 소통하며 사회에서 만족감을 찾아 기여하는 삶이 의미 있음을 엿볼 수 있다.
현재 일본에서는 50~60대 샐러리맨이 정년퇴직 후에 1인 창업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정년 후 기존 기업에 재고용되는 경우 월급과 직위가 대폭 낮아지고 단순 업무로 인해 불만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1인 창업을 하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으며, 소규모로 시작하니 리스크를 줄이고 평생 동안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창업할 때 동료나 후배에게 함께 일하자고 권유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신중해야 한다. 성공하면 이익 분배로 갈등이 생기고, 실패하면 책임을 떠넘기며 헤어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년 후 창업은 혼자 개척해 나가는 것이 철칙이라고 조언한다.
그렇기에 쓰카코시 씨의 유키 맥주 창업기는 100세 시대에 도전을 꿈꾸는 이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는 이야기다. 정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성장하는 삶의 가치를 더 많은 분들이 나누기를 기대한다.
온 가족이 모이는 설 연휴. 집안에만 있기 보다는 전국 곳곳에서 진행하는 축제와 행사를 살펴보고 신명나게 즐겨보는 것 어떨까?
2024년 제28회 설맞이 작은문화축전
장소 국립전주박물관 일원
일정 2월 9~12일
설 연휴 기간 국립전주박물관이 준비한 문화 축전을 만나보자. 전통민속놀이마당, 소망부적찍기, 공예품만들기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2024 운현궁 설맞이 민속한마당
장소 운현궁 일원
일정 2월 9~12일
설날을 맞아 운현궁 일원에서 흥겨운 민속한마당이 펼쳐진다. 전통놀이마당, 공예체험마당 등을 비롯해 떡국 나눔 행사도 마련했다.
제11회 양주눈꽃축제 눈썰매장
장소 장흥자연휴양림
일정 2월 18일까지
양주시 장흥자연휴양림에서 온 가족이 눈썰매를 즐겨보자. 가족이 함께 타는 ‘줄줄이 썰매’와 동심을 일깨우는 얼음썰매장도 운영한다.
추억의 그때 그 놀이-청춘 여행 8892
장소 한국민속촌
일정 3월 10일까지
한국민속촌에서 만나는 겨울 한정 축제다. ‘청춘 소개팅’, ‘대학입학 학력고사’ 등 중장년 세대의 추억을 소환할 프로그램들로 풍성하다.
근하신뇽! 새해도 9.81파크와 함께해용
장소 9.81파크 제주
일정 2월 13일까지
9.81파크 제주가 청룡의 해를 기념해 기획한 특별 행사다. 설 연휴 동안은 방문객 중 용띠 고객에게 특별한 선물도 제공할 예정이다.
독자 여러분, 가족과 함께 풍성하고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길 바랍니다.
소금에 절인 간고등어는 발효되면서 감칠맛이 더 살아난다. 겨울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꼬막은 쫀득한 식감이 매력이다.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입을 녹여줄 담백한 간고등어찜과 고소한 꼬막전 만드는 방법을 소개한다.
◇간고등어찜(4인 기준)
재료 간고등어 1마리, 소주 적당량, 양파·홍고추·청양고추 1개씩, 육수 1컵, 고춧가루 2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대파 1쪽
1. 고등어를 씻고 소주에 5분 담가둔다. 고등어를 반으로 자르고 등에 칼집을 낸다.
2. 양파를 가로로 3등분해서 뚝배기 바닥에 깔고 고등어를 얹는다.
3. 육수를 붓고 고춧가루, 다진 마늘, 대파, 홍고추, 청양고추를 넣는다.
4. 뚜껑을 닫아 센 불에 5분 정도 끓인 뒤 약불로 찜을 찌듯 10분 정도 끓여주면 완성.
◇꼬막전(4인 기준)
재료 꼬막 500g, 미나리·부추 30g씩, 채 썬 당근 약간, 홍고추·청양고추·달걀노른자 1개씩, 부침가루 1컵, 육수 1큰술, 식용유 적당량
1. 냄비에 찬물을 붓고 깨끗이 씻은 꼬막을 넣는다.
2. 불을 켜고 천천히 저어주다가 꼬막 1~2개가 입을 열면 불을 끈다.
3. 꼬막을 건져낸 후 식힌 다음 껍데기를 까서 흐르는 물에 씻는다.
4. 미나리·부추는 3cm 길이로 자르고, 당근·홍고추·청양고추는 채 썰어 부침가루·댤걀노른자·육수와 함께 비빈다. 부침가루는 재료를 붙여주는 풀의 역할을 할 정도면 충분하다.
5.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전을 부치면 완성.
◇간고등어찜과 꼬막전에 어울리는 반찬 봄동무침
요리 및 레시피 제공 이준구 오너셰프
미국 LA 유학 시절 요리를 시작했고, 알래스카에서 일본인 스승을 만나 스시에 눈을 떴다. 귀국 후 한식에 빠져 '연남동 이파리'와 '규자카야 모토'를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뒤 '마곡동 이파리'를 운영 중이다.
●Exhibition
◇만년사물
일정 3월 10일까지 장소 서울공예박물관
‘올해의 금속공예가상’ 역대 수상 작가 18인의 대표 작품과 신작을 소개하는 전시다. 전시명은 만년필과 같이 오래도록 쓸 수 있는 사물을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다. 18인의 작품과 함께 그들의 일상과 작품 제작 과정을 4개의 소주제로 나누어 소개한다. 첫 번째 구역인 ‘물질을 탐구하다’에서는 새롭고 친환경적인 재료를 선택한 공예가들의 탐구 과정을 보여준다. ‘되살리고 덜 버리다’ 구역에서는 산업폐기물과 사물들을 재활용해 예술작품으로 재탄생시킨 작업을 소개한다. ‘일상에 기여하다’는 일상에 윤기를 더하는 공예가들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는 구역이다. 마지막으로 주변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며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들의 작업환경을 조명한 ‘제작환경을 생각하다’ 구역이 준비돼 있다. 김수정 서울공예박물관장은 “인류가 누려온 풍요와 지구의 안전을 양립하게 하는 생산과 소비 방식에 대한 이 시대 공예가들의 고민을 시민들과 공유하는 전시다. 지속가능성이라는 전 지구적 의제를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본창의 항해
일정 3월 10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
‘한국 현대사진의 개척자’ 구본창 작가의 국내 첫 공립 미술관 개인전이자 대규모 회고전이다. 전시에서는 구본창 작가가 제작한 50여 개 작품 시리즈 중 43개, 작품 500여 점을 소개한다. 동시에 600여 점의 관련 자료 및 작가 수집품을 더해 총 1100여 점이 전시된다. 작가의 연대기를 발단, 전개, 결말로 흐르는 5개 섹션으로 나눴다. 특히 빛과 어둠이 비치는 양상에 따라 보름달이 되는 과정을 구현한 ‘Moon Rising III’ 시리즈와 광화문의 가슴 아픈 역사를 담은 ‘콘크리트 광화문’ 시리즈가 최초로 공개돼 관심이 집중됐다. 전시를 통해 구본창 작가의 작품 세계는 물론 한국 현대사진의 전개 과정 또한 살펴볼 수 있다.
●Stage
◇마리 앙투아네트
일정 2월 27일 ~ 5월 26일
장소 디큐브 링크아트센터
연출 로버트 조핸슨
출연 김소향, 이지혜, 옥주현, 윤공주, 이아름솔, 이해준, 윤소호, 백호, 민영기 등
뮤지컬 ‘마리 앙투아네트’가 10주년 기념 공연을 펼친다. 프랑스 왕비였으나 18세기 프랑스 혁명으로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드라마틱한 삶과, 사회 부조리에 관심을 갖고 혁명을 선도하는 가상의 인물 마그리드 아르노의 삶을 대조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10주년을 맞아 옥주현은 10년 만에 ‘마리 앙투아네트’ 출연을 결정했다. 2014년 초연 때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맡았던 그는 이번에는 대척점에 있는 마그리드 아르노 역을 연기하며 변신을 예고했다. 초연부터 프랑스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욕 있는 인물 오를레앙 공작 역을 연기한 민영기는 이번에도 출연하며 작품을 빛낼 예정이다.
◇아트
일정 2월 13일 ~ 5월 12일
장소 링크아트센터 벅스홀
연출 성종완
출연 엄기준, 성훈, 이필모, 박은석, 박호산 등
네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연극 ‘아트’는 세 남자의 우정이 고가의 그림 한 점으로 인해 와해되고 재봉합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다. 지난 시즌 ‘시니어 페어’(이순재, 노주현, 백일섭)로 사랑받은 ‘아트’는 올해 다수 경력직, 뉴 페이스 배우들과 함께한다. 예술에 관심 많은 피부과 의사 세르주 역은 엄기준, 최재웅, 진태화, 그리고 연극에 첫 도전하는 성훈이 맡는다. 고전과 명언을 좋아하는 항공 엔지니어 마크는 이필모, 김재범, 박은석, 손유동이 연기한다. 우유부단한 문구 영업 사원 이반 역에는 박호산, 박정복, 이경욱, 김지철이 캐스팅됐다.
◇비클래스
일정 2월 20일 ~ 5월 6일
장소 드림아트센터 2관
연출 오인하
출연 성연, 이동수, 홍성원, 이진혁, 박준형, 권태하, 한선천, 조현우, 김병준, 정애연 등
연극 ‘비클래스’는 능력과 조건만으로 평가받는 봉선예술학원의 B클래스에 속하는 네 명의 학생이 실력을 증명하기 위한 졸업 공연을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한선천은 지난 시즌에 이어 순수하지만 외로운 영혼의 소유자인 현대무용 전공 치아키 역을 연기하며, 정애연은 B클래스의 담임 선생님 서정인 역을 맡아 눈길을 끈다. 제작사 측은 “원치 않는 경쟁 속에 놓인 학생 때와 지금 우리의 모습이 많이 닮았다. ‘그대로 괜찮다’라고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조선 가사문학의 대가이자 정치가였던 송강 정철(1536~1593)의 생애는 극적이었다. 삶 전체가 한 편의 파란만장한 인간극장이자, 장면에 따라서는 야유가 쏟아지는 별점 5개짜리 장편영화였다. 생존 당시는 물론 사후까지 부정적이거나 엇갈린 평가가 따라붙는 송강의 캐릭터는 정말이지 독특하다. 그의 문학은 빼어나 찬사가 쏟아졌지만, 정치 측면에선 잔혹해 지탄을 받았던 게 아닌가. 선조의 입에서 “송강이 조선 선비를 다 죽였다”는 한탄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송강이 태어난 곳은 한양이며, 학문을 닦고 시심을 기른 정신적 고향은 전남 담양이다. 58세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 곳은 강화도다. 그의 묘소는 충북 진천군 문백면 환희산 기슭에 있다. 원래 경기도 고양에 묻혔으나 1665년 성리학의 거두 우암 송시열의 권유에 따라 현재 자리로 이장하고 사당을 세웠다. 이후 세월 속에서 퇴락한 사당을 현대에 이르러 크게 중건한 게 지금의 정송강사(鄭松江祠)다. 이곳엔 송강의 영정과 위패가 봉안돼 있다. 다시 말하자면 정송강사는 송강의 넋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 분위기는 여느 딱딱한 사당과 달라 포근한 맛을 풍긴다. 산자락을 움켜쥔 입지라 배후 풍치가 밝다.
송강의 묘소는 정송강사 옆으로 난 비탈길 끝자락에 있다. 묏자리는 문외한의 눈에도 명당으로 보일 만큼 아늑하고 훤칠하다. 우암이 잡았다는 터이니 어련하랴. 우암이 송강의 묘지 이장을 주도한 건 송강의 묘소에 물이 차 고민이라는 후손의 하소연을 접하고서였다. 그런데 우암이 하필 진천을 택해 이장 작업을 한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여기에는 일련의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 우암은 영남계 서원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충북 지역에 서원 다수를 건립했는데, 서인의 영수 송강의 묘소를 진천으로 이장한 것도 같은 의도에서였다. 정송강사 남쪽엔 ‘송강정철신도비’가 있다. 비의 총 높이는 3m에 달해 웅장하다. 비문을 쓴 이는 우암이다.
송강은 출세가도를 달린 인물이었다. 그러나 파행이 잦은 질주였다. 당쟁의 이전투구를 조성하거나 휘말려 사실상 안심을 가지고 산 날은 그리 많지 않았다. 조선 최고의 정치적 참사로 평가되는 ‘기축옥사’ 때는 송강이 위관(委官, 재판장)을 맡아 동인 세력의 뿌리를 뽑으려는 의도로 참혹한 피바람을 일으켰다. 1000여 명에 달하는 동인 쪽 사람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들었던 것. 송강 자신 역시 당쟁에 치받혀 부침을 거듭했으며, 수차례 유배지로 쫓겨나기도 했다. 말년의 송강은 강화도에서 가난을 끼고 고독하게 살았다. 친구에게 편지를 써 ‘아무리 둘러봐도 입에 풀칠할 계책이 없다’고, ‘부디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목에서 송강이 청빈을 버릇으로 삼았던 인물임이 드러난다고 보는 눈도 있다. 아무려나 송강은 강화의 누옥에서 홀로 숨을 거두었다. 사인은 영양실조였다고.
송강의 성품에 대해 동시대 학자 기대승은 ‘청결한 수석’에 견주었다. 율곡은 ‘강직하지만 속이 좁아 병통’이라 했다. 선조는 송강을 총애했지만 그가 죽자 ‘독기로 사람을 해친 자’라고 깎아내렸다. 무능한 군주답게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은 셈이었다. 한편 가사문학으로 조선 문학사에 굵은 획을 그은 송강을 두고서는 찬사가 쏟아졌다. 흔히 조선의 최고 시인으로 윤선도, 박인로와 함께 송강을 꼽는데, 서포 김만중은 송강의 ‘사미인곡’을 중국 굴원의 명시 ‘이소’(離騷)에 빗대어 ‘동방의 이소’라 극찬했다. 송강의 남다른 개성은 당시 문인들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던 한글로 시를 썼다는 데에서도 두드러진다.
송강의 시적 절창은 주로 유배지에서 나왔다. 신세가 궁색해질 때마다 송강은 복잡한 심정을 시에 묻어 다독였던 거다. 그가 매달린 것이 시만은 아니었다. 술이 또한 송강을 삼매경으로 데려가곤 했다. 그는 음주벽으로도 한가락 했다. 대낮 근무시간에 거나하게 취해 사모를 삐뚜름히 걸치고 임금 앞에 나타나기도 했다지. 이런 송강에게 선조는 작은 은배(銀杯)를 하사했다. “이 잔으로 하루 한 잔만 마시라”고 당부하며. 이에 송강은 은배를 망치로 두들겨 사발만 하게 만들어 술을 마셨다던가? 이럴 때의 송강은 익살스런 꾀보다. 정송강사 경내에 있는 송강기념관엔 송강의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선조가 내린 은배 한 점도 보인다. 진품은 종가에서 소장하고 있다.
직접 쳐볼 수 있는 대종도 있다
이제 발길은 진천종박물관에 닿는다. 한국 범종(梵鍾, 절에서 쓰이는 큰 종)의 우수성과 예술성을 알리기 위해 2005년 개관한 국내 유일의 종 전문 박물관이다. 진천엔 고대의 제철 유적인 ‘진천 석장리 유적’이 있다. 따라서 진천에선 일찌감치 금속공예의 싹이 텄을 걸 알 만하다. 이 특유한 역사를 배경 삼아 금속예술의 정수인 범종의 모든 걸 보여주는 종박물관이 건립됐다. 직접적인 설립 계기는 범종 제작의 명인 주철장(鑄鐵匠) 원광식(중요무형문화재 제112호)이 만들거나 모은 종 150여 점을 기증한 것이었다.
진천종박물관은 크기와 세세함이 조합돼 매우 알차고 흥미진진한 박물관이다. “어, 이런 재미있는 박물관이 있었어?” 감탄이 절로 터진다. 범종의 전시는 물론 범종의 역사, 제작 기술과 과정을 보여주는 다양한 섹션에서부터 세계의 종 전시관, 기획전시실, 타종 체험장 등을 갖추어 관람객을 충족시킨다. 나는 ‘충족’ 정도가 아니라 사로잡혔다. 이 박물관의 핵심 공간은 시대에 따라 변전한 한국 범종의 양상과 실체를 보여주는 1층 전시관이다. 여기에선 범종의 걸작인 성덕대왕 신종(일명 에밀레종) 모형을 비롯해 상원사 동종, 낙산사 종 등 다수의 명품 범종을 볼 수 있다. 중국과 일본의 종도 전시해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 모든 종이 원광식이라는 한 개인이 실물 그대로 재현한 복제품이라 하니 경이롭다.
이곳의 종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성덕대왕 신종 앞에서 눈을 뗄 방법이 없다. 예전 이 거대한 보물을 경주박물관으로 옮길 때 경주시민 10만여 명이 몰려들어 운송 광경을 지켜봤다. 그토록 인기 있으며, 그토록 유서 깊으며, 그토록 빼어난 예술이다. 범종은 종소리의 깊음과 신비감으로 아름답다. 중생의 미망을 일깨우는 소리를 내는 신성한 법구다. 이른바 ‘맥놀이’라는 오묘한 과학을 무뚝뚝한 쇳덩어리에 주입해 부처의 음성, 천상의 소리를 뽑아내다니. 종의 피부에 새긴 조각은 또 어떻고? 사람을 압도하는 저 능란한 세공을 보라. 범종의 과학, 미학, 예술을 만끽할 수 있는 진천종박물관은 기분을 돋워주는 명소다. 야외 광장엔 직접 쳐보라고 만들어놓은 대종 2점이 있다. 종을 치자 웅장한 소리가 울려 퍼지다 그윽한 여음을 남기고 꿈처럼 사라진다. 그러자 가슴에 괸 먼지가 가셨나? 쾌감이 엄습한다.
장주식 진천문화원 원장
‘이상설 기념관’은 건축문화 성지
“올해 진천문화원이 해야 할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보재 이상설 기념관’을 차질 없이 개관하는 데 있다. 계획대로 올해 상반기에 개관되면 곧바로 전국적인 명소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상설 선생의 삶과 업적을 기리는 갖가지 자료는 물론이고 건축의 미학까지 겸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진천문화원 장주식 원장의 얘기다. ‘보재 이상설 기념관’은 2023년 10월에 준공식을 마쳤다. 무려 8년여에 걸친 사업으로 결실을 거두었다. 천신만고로 일을 추진한 장 원장의 실력이 마침내 빛을 본 셈이다. 그는 ‘보재 이상설 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이다.
“이상설 선생은 독립운동가 중에서도 우뚝한 인물이다. 항일운동의 선구자이며, 인품과 학식도 빼어난 분이다. 그러나 충분히 조명되지는 않았다. 흔히 헤이그 특사의 일원으로 기억할 뿐이지 않은가. 기념관 개관을 계기로 선생의 업적과 뜻이 널리 선양되길 기대한다.”
건축에 구현된 기법이 특별하다지?
“전통적인 목 구조와 현대적인 철근콘크리트 구조를 융합해 지은 대형 건물이다. 고려 중기에 성행한 주심포 양식도 도입했는데, 이모저모 고도의 기술력이 들어간 건물이다. 이는 사례가 드문 것으로 향후 건축문화의 성지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진천 하면 ‘생거진천’(生居鎭川)부터 떠오른다. 진천이 살기 좋은 고장으로 알려진 연유가 있겠지?
“주로 너른 구릉지로 이루어진 진천은 과거부터 농업이 발달했다. 지형 구조상 자연재해도 드물다. 따라서 농사가 순조롭고, 덩달아 인심도 좋을 수밖에. 진천엔 널리 이름난 효자도 많았다. 이 역시 지역에 만연한 후덕한 인정을 웅변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한 요즘 진천군은 활력이 넘친다. 문화원이 할 일도 많아졌을 것 같다.
“문화 향유 욕구가 강한 청년층이 대거 유입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문화원은 그들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존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한편 현대적인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보완할 참이다.”
진천의 역사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장면을 소개한다면?
“신라의 영웅 김유신 장군이 진천에서 탄생했다. 장군은 삼국통일 위업을 완수했는데, 그의 화랑도 정신과 통일 열망이 진천 땅에 이어져 남북통일의 기운이 들끓어오를 경우, 마침내 통일 한국을 이룰 수도 있을 거라고 본다.”
요즘 진천에 떠오른 문화 이슈가 있다면 어떤 것인가?
“백원서원 복원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 서원은 조선 최고의 효자 김덕숭 선생을 비롯한 4인의 선현을 배향한 곳으로 ‘충효의 고장 진천’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현재 재원 마련을 위해 주민들도 성금을 모으고 있다.”
장 원장은 백원서원 복원 이후를 생각하고 있다. 전통 서원을 현대적으로 재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 중이다.
한국 도시의 미래 김시덕·포레스트북스
도시는 사회의 근원적 존재다. 저자는 143곳 지역을 답사하고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도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분석했다.
내 몸 혁명 박용우·루미너스
저자의 33년 비만 연구와 임상 치료 경험이 집대성됐다. 단순히 체중 감량이 아닌 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4주간의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세상의 모든 골목 변종모·얼론북
작가가 여행한 세계 곳곳의 골목에 관한 에세이 29편을 담았다. 삶은 골목에 있다고 말하는 그는 따뜻한 목소리로 골목의 이야기를 전한다.
사랑인 줄 알았는데 부정맥 전국유료실버타운협회·포레스트북스
일본 실버 센류(짧은 시) 공모전의 11만 수가 넘는 응모작 중에서 88수를 엄선해 실었다. 어르신들의 유쾌한 풍류가 웃음을 자아낸다.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저출산·고령화가 일본 사회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무덤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일본에선 화장 후 묘석을 세워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저출산·고령화로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맡아줄 후손이 없으면 무연고가 되고 맙니다. 고령자가 고령자의 사후 처리까지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면도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생긴 서비스가 바로 ‘송골(送骨)’입니다. 말 그대로 택배로 유골을 보내는 것입니다. 지난 21일 일본 산케이신문은 10년여 전부터 ‘송골’ 서비스를 해오고 있는 ‘견성원(겐쇼인)을 소개했습니다. 사이타마현 구마가야시 사원인 견성원에만 매달 4~5명의 유골이 배달된다고 합니다.
’송골‘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의 사정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배경은 한 가지로 모아집니다. 바로 저출산·고령화입니다. 하시모토 주지는 매체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조의 무덤을 자손이 지키는 것이 이제 무리이고, 그런 의식도 사라지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다양한 장례 양식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검을 화장한 뒤 뼛가루를 나무뿌리에 묻는 수목장, 다른 유골과 함께 매장하는 합장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 병이나 펜던트에 넣어 바로 옆에 두고 봉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1년여 앞두고 있습니다. 극심한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 역시 고민해 볼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