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처럼, 책은 단순한 종이 그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같은 책이라도 소장하고 있는 사람마다 그 책에 대한 애정과 추억은 다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철이 지나고 표지가 낡아도 함부로 버리지 못한다. 그렇다고 쌓여가는 책을 가만히 두고 볼 수도 없다. 인생의 보물과도 같았던 책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을 막으려면 선택은 두 가지다. 보기 좋게 잘 정리해 보관하거나, 어디로든 떠나보내거나.
한국정리수납협회 수납전문 정영주 강사
◇ 서재 정리하기
100권 내외의 책을 정리하는 것은 단 몇 시간만 투자하면 어렵지 않게 끝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에 욕심이 있거나 직업 특성상 책을 많이 두고 지낼 수밖에 없던 경우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이들은 대개 개인 서재를 갖고 있는데,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온 가족을 총동원해도 며칠이 걸릴지 까마득할 정도라면 관련 전문가에게 맡길 것을 추천한다. 인터넷에 ‘서재 정리’ 등 관련 키워드를 입력하면 전문가가 직접 서재 정리를 해 주는 업체를 찾을 수 있다. 규모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통상적으로 서재 한 곳을 정리하는 데 30만~5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서재가 크고 정리해야 할 책이 많으면 인원이 여러 명 배치되는데, 이에 따라 금액이 좌우된다. 그래도 돈을 들이는 것보다 스스로 정리하는 편이 낫겠다 하는 이들을 위해 한국정리수납협회 정영주 강사의 조언을 담아 봤다.
>>STEP 1 마음을 먼저 비우자
책을 폐·휴지 버리듯 막 대하지 못하는 것은 일종의 ‘미련’이라 할 수 있겠다.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책, 작가의 사인이 적힌 도서 등 다시 읽어 보지 않더라도 그 책은 이미 그 값어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몇 가지 기준을 정하고 그에 따라 아쉬움 없이 책을 정리하기로 스스로 약속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막상 그렇게 다짐해도 잊고 지냈던 책을 발견하면 다시 마음이 약해지곤 한다. 그래도 기준을 정했다면 과감히 놓아주도록 하자. 마음을 비울수록 서재는 더욱 가벼워진다.
>>STEP 2 서재의 레이아웃을 파악하자
서재를 정리하려면 먼저 내 서재에 수용할 수 있는 책의 양을 파악해야 한다. 책장에 책을 얼마나 넣을 수 있느냐를 알면 얼마를 버려야 하는지 알 수 있다. 대략 한 칸에 들어가는 책 수를 헤아려 칸 수만큼 곱하여 계산해 볼 수도 있겠고, 책장 바깥에 놓아둔 책 수를 어림잡아 짐작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STEP 3 서재의 80%만 채우기
전문가들은 보통 서재에 있는 책을 몽땅 꺼내 한꺼번에 정리하기도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버거운 작업이다. 그보다는 ‘책장의 80%만 채운다’는 생각으로, 20% 정도 책장을 비운 상태로 시작해 보자. 공간을 비운 상태로 정리해야 책을 옮기기도 수월하고 나중에 액자나 상패 등을 장식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책으로만 가득 채운 서재보다는 빈칸이 더러 있어야 보기 좋고 여유가 생긴다.
>>STEP 4 분류하기
시, 소설, 에세이, 과학, 자기계발서 등 자기 기준에 따라 책을 종류별로 분류하고 ‘버릴 것’, ‘기증할 것’, ‘보관할 것’, ‘사용할 것’으로 나눈다. 기증하거나 판매할 책은 따로 모으고 보관하고 사용할 책의 자리를 잡아 준다. 책의 소장 가치가 모호하다면, 헌책방에 가져가 따져 보고 분류하는 것이 좋다. 책이 많을 경우, 책 이름·저자·발행연도·출판사 등 간략한 정보를 적어 리스트를 가져가 대략적인 가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STEP 5 위치 정하기
사용빈도, 책의 크기 등에 따라 책의 위치를 정한다. 자주 보는 책은 눈높이에 맞게 배치하고, 자주 보지 않는 책은 맨 위나 아래 칸 등에 꽂아 둔다. 가벼운 책은 위로, 무거운 책은 아래로 넣는다.
>>STEP 6 보기 좋고 건강하게 보관하는 팁
고서나 추억의 책들은 먼지가 많이 나고 자주 꺼내 보지 않기 때문에 유리문이 달린 책장에 보관하면 좋다. 곰팡이 등에 의해 생기는 호흡기질환을 예방하고, 책을 보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가능하다면 책 높이와 색상을 맞춰 넣어 보기 좋게 정리한다. 대부분 책이 앞코가 맞지 않아 들쑥날쑥한데, 책장 끝에 맞추는 것보다 책 앞코에 맞춰 진열하면 더 깔끔해 보인다. 크기가 작은 책은 이중 수납을 하면 효율적이다.
>>STEP 7 유지하기
‘책장의 80%만 채운다’는 생각을 잊지 말고 책의 총량을 컨트롤해야 한다. 1주일 또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날을 잡아 조금씩 책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가령 평균적으로 한 달에 10권의 책을 새로 산다면, 매달 10권의 책은 버리는 것을 원칙으로 해 균형을 맞춘다.
◇ 책 팔기
서재를 정리하며 팔거나 기증하기로 마음먹은 책들을 어떤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을까? 가까운 헌책방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온라인 사이트나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하면 보다 편리하게 중고 책을 팔 수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 ‘예스24 바이백’, ‘인터파크 중고서점’ 등에 대해 알아봤다.
>>간단하게 인터넷 중고서점에 책 팔기 ‘알라딘 원클릭 팔기’
알라딘 웹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해 ‘알라딘에 중고팔기’ 메뉴로 찾아 들어가 ‘원클릭 팔기’를 선택한다. 한 권씩 일일이 바코드를 입력하지 않고 박스 수량(1박스에 20권까지, 10kg 이내)만으로 신청 가능한 서비스다. 발송 방법(지정 택배사 또는 편의점), 판매권 수, 박스 수량, 주소를 입력하면 바로 접수 가능하다. 접수 후 번호가 나오면 프린트하거나 직접 적어 해당 박스에 넣어두면 된다. 매입 가능한 도서는 3~4일 내에 계좌 또는 예치금으로 받을 수 있고, 매입 불가한 도서는 폐기처리하거나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
>>특별하게 책을 판매하는 방법 ‘한 평 시민 책 시장’
올해로 4년째를 맞이하는 ‘한 평 시민 책 시장’은 서울 시민과 중소 헌책방, 소규모 출판사가 함께하는 중고 책 장터다. 4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펼쳐지는 행사로, 지난해에는 총 20회에 걸쳐 8만4000여 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헌책방과 소규모 출판사가 운영하는 책 판매 부스와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헌책방 운영자들을 위한 위탁 판매의 장도 마련돼 있다. 일반 시민도 참여 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며, 신청자들은 한 평에 해당하는 자리를 배정받아 직접 가져온 책들을 판매 또는 교환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과 참가신청은 서울도서관 홈페이지(lib.seoul.go.kr) 또는 한 평 시민 책시장 홈페이지(www.seoul-bookmarket.com)에서 확인할 수 있고, 전화(02-2133-0209)로 문의하면 된다.
◇ 책 기증하기
책을 파는 것보다는 기부를 통해 의미를 더하고 싶다면 다음 두 곳을 추천한다.
>>책다모아 (www.nl.go.kr/sun)
읽지 않는 책들을 모아 ‘책다모아’를 통해 기부하면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지 않은 자료는 영구 보존하고, 이미 소장된 자료는 작은 도서관이나 문고 등 필요로 하는 소외 지역 도서관에 전달한다. 일반도서 외에 학술도서, 연구보고서, 정기간행물뿐만 아니라 멀티미디어 시청각 자료 등도 기부할 수 있다. 기증한 자료에는 기증자 명을 기록해 놓는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도서관을 방문하거나 우편, 택배 등을 통해 책을 보내면 된다. 문의 02-590-0700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www.booknanum.org)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젊은 병사들에게 독서와 문화생활의 기회를 선사하기 위한 운동이다. 여러 단체와 개인이 기부하는 책이 전국 76곳의 병영 도서관에 채워지고 있다. ‘사랑의 책 나누기 운동본부’ 사이트에 회원 가입 후 도서 기부를 신청할 수 있다. 문의 02-465-5417
언제부터 인가 영화를 보면 당연히 팝콘 통을 끌아 안고 한손에는 콜라를 든 모습이 극장의 자연스런 풍경이 되었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에서 연애를 시작하는 단계에 거의 빠지지 않은 장면이 있다.
극장으로 데이트를 가서 팝콘 하나를 나눠 먹으며 영화를 보다가 서로 손이 닿는 장면이다.
첫 데이트의 설렘을 표현하는 장면으로 거의 공식처럼 등장하곤 하는 것이다.
실제 데이트 하는 연인이 극장에서 영화 볼 때 팝콘을 안 먹는 커플은 찾아보기 힘들 지경이다.
영화 보면서 팝콘 꼭 먹어야 하나?
국내 대형 멀티플렉스의 팝콘세트 가격이 8천원 내외로 영화 티켓 가격과 거의 맞먹는 금액이다. 한 끼 식사도 아닌 주전부리 값으로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배 보다 배꼽이 더 큰 형상이다.
극장의 수익이 영화보다 팝콘이 더 많다는 것은 이젠 비밀도 아니고 공공연한 사실이다.
가격 뿐 아니라 극장에서 파는 팝콘이 칼로리도 매우 심각하다.
소비자보호원의 올해 2월에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극장의 팝콘 세트를 성인 2명이 먹으면 열량은 1일 권장량의 42%에 달한다. 이 뿐 아니라 당류 229.8%와 포화지방 74%로 과하게 섭취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두 가지 부정적인 부분을 기꺼이 감수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팝콘과 콜라를 먹는 것을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재미라고 말을 한다.
언젠가 부터 극장에 가면 영화. 팝콘. 콜라를 패키지로 인식하는 이런 사람들의 기호를 무작정 하지 말라 할 수는 없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확 풍겨오는 고소한 팝콘 냄새의 유혹을 떨치기가 쉽지는 않다.
꼭 먹고 싶다면 예의를 갖춰라.
천만 영화의 시대인 요즘은 중. 장년들도 많이 극장을 찾는다. 천만이 되기 위해서는 중. 장년이 극장을 찾아야 만 가능하다고 한다.
시니어 들 역시 대부분 팝콘 통을 안고 영화감상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차피 팝콘을 먹으며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한 정서가 되었다면 다른 사람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팝콘 통에서 꺼내는 부스럭 소리, 입안에서 팝콘 부서지는 소리, 콜라를 빨대로 쭉쭉 빠는 소리가 주위 사람에게는 몹시 거슬리는 소리가 될 수 있다.
코미디나 가벼운 액션 영화를 볼 때는 그래도 참을 만하다. 그러나 영화가 긴장감을 유지하는 중간 또는 슬픔이 극에 달했을 때는 팝콘 먹는 소리는 몹시 몰입에 방해가 된다.
영화에 몰입한 사람에게는 작은 소음, 작은 불빛조차 방해가 되어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먹는 팝콘 소리 하나에도 다른 사람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지 않도록 작은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막연히 생각하는 은퇴 후 삶의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보고 싶고, 이왕이면 내 경험을 살리고 싶다. 여기에 남을 돕는 보람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불가능할 것 같지만, 그런 기회는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세계인을 돕는 코이카가 그것. 세계에서 활약한 다양한 시니어를 만나, 코이카를 통해 어떻게 보람 있는 삶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았다.
글·사진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한국국제협력단은 일반적으로 영문명의 약자인 코이카(KOICA, 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로 더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4월 정부출연기관으로 설립된 코이카는, 우리 정부의 대외무상원조 전담기관 역할을 담당해 왔다. 미국 정부가 1961년 설립한 평화봉사단(Peace Corps)과 일본의 일본국제협력기구(日本國際協力機構, JICA)가 이와 유사한 기관으로 볼 수 있다. 정부가 미국의 평화봉사단을 모델로 1989년 설립한 한국청년봉사단이 코이카의 전신이다.
역할은 말 그대로 개발도상국 원조사업이다. 봉사단은 개발도상국 주민과 함께 생활하며, 우리의 경험과 기술을 전수함으로써 경제적, 사회적 발전을 지원하는 것이다.
코이카에서 운영하는 봉사단은 크게 3가지로, 마이스터 고등학교나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드림봉사단과 코이카 봉사단과 중장기 자문단이 있다. 드림봉사단을 제외하면, 자격조건에 ‘나이’라는 단어는 없다.
시니어 향한 문호 ‘활짝’ 열려 있어
하지만 구직난이 심해진 요즘 젊은이들이 취업을 대비하기 위한 ‘스펙 쌓기’용으로, 때로는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 대책용으로 활용하면서 ‘청년들이 주인공인 사업’이란 색깔이 덧입혀졌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코이카는 시니어들에게 문호를 활짝 개방하고 있고, 실제로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단원 중 시니어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적지 않다. 2015년 12월 기준으로 전체 파견인원 1350명 중에서 50대 이상이 365명으로 27%를 차지한다. 적지 않은 수치다. 여기에 40대 113명을 더하면 중·장년층이 35%까지 증가한다. 70대도 5명이나 활동 중이다.
이에 대해 코이카 월드프렌즈 모집팀의 송희수 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최근 사회적으로 은퇴 후의 삶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코이카에서는 이런 분들의 도전을 환영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사회에서 쌓았던 지식과 경험을 개발도상국을 위해 베풀 수 있다면 가치 있는 일이 될 테니까요. 각국에서 요청하는 대부분의 자원도 이런 지식과 경험이 있는 인재들입니다.”
봉사단과 자문단 두 갈래 길
시니어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코이카 봉사단, 다른 하나는 코이카 자문단이다. 봉사단은 쉽게 말해 실질적인 기술전수의 성격이 짙다. 교육과 보건, 공공행정, 산업에너지, 농림수산 5개 분야에서 세부 직종을 모집해 현장에서 교육이나 이와 관련한 사업을 실시한다. 5개로 나눠진 분야가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산업에너지 분야는 자동차 정비나 용접, 전기 설비가 포함되어 있고, 농림수산에는 농업과 어업 인력을 모집한다. 대부분 특정 분야의 기술직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에선 직원들의 퇴직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코이카와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대부분 전문직종이기 때문에 전문성 없이는 활동이 불가능해, 외국어 능력보다는 모집직종에 대한 전문성을 우선시한다. 기술이 먼저라는 이야기다.
이 중 만 50세 이상, 해당 직종 10년 이상 경력자는 시니어 단원으로 분류돼 배우자와 동반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코이카 봉사단은 혼자 가는 것이 원칙이다. 봉사단의 임기는 2년이 기본. 현지에 파견되면 최대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고, 귀국 후 재지원도 할 수 있다. 재지원의 경우 횟수 제한은 없지만, 심사 과정에서 가산점이 없어 다른 지원자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
코이카 자문단은 봉사단과는 조금 다르다. 교육과 보건, 공공행정, 산업에너지, 농림수산이라는 5개 분야는 같지만, 정책적이고 거시적인 차원에서 접근한다. 코이카 봉사단이 조직의 말단, 그러니까 각 도시의 읍면 단위에서 실무를 처리하는 역할이라면, 코이카 자문단은 각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이 올바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자문하는 역할을 한다. 임기는 6개월에서 1년이다.
당연히 자격요건도 다르다. 해당 직종에서 10년 이상 실무 경력이 있고, 영어나 현지어로 강의나 보고서 작성이 가능해야 한다. 행정적인 업무가 대부분인 탓이다.
때문에 지원자들도 차이가 있다. 코이카 자문단의 경우 대학교수나 대기업 임원, 공공기관이나 정부부처의 고위공무원 출신들이 많다. 오세훈 前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자마자 르완다와 페루에서 6개월씩 자문단으로 활동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봉사활동이라는 책임감 있어야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경험자들은 코이카를 통해 다른 국가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에 단순히 노후에 시간을 보낸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직업군인 출신으로 2013년부터 2년간 몽골에서 체육교육 활동과 지역개발 사업을 진행했던 류진현씨는 이렇게 조언한다.
“노후의 삶을 계획하는 방안 중 하나로 코이카를 고려할 때는 봉사활동임을 확실히 인식해야 해요. 국민의 세금으로 활동하는 것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합니다. 노후를 해외에서 즐긴다는 생각으로 도전한다면 본인도 불행해지고, 예산도 낭비될 수 있어요.”
실제로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모집을 담당하는 코이카 월드프렌즈 모집팀의 김혜원씨는 많은 지원자들을 만나다 보면 다양한 사례를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코이카를 종교기관으로 착각하고 선교활동의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하지만 이런 종교활동은 코이카에서 엄격하게 제한하는 분야 중 하나입니다. 또 이민의 개념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불가합니다.”
코이카 측에서 원하는 인재상도 류진현씨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문지식과 현지 적응력, 봉사정신 이 3가지를 가진 인물이 코이카가 바라는 인재의 모습이다.
해외체류 위한 생활비, 거주비 등 지원
코이카 봉사단이나 자문단의 파견은 기본적으로 해당 국가에서 필요한 분야에 대해 한국 외교부로 요청이 들어오면, 코이카에서 원조 인원이나 범위를 결정해 파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언제 어느 국가에 수요가 발생할 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코이카 봉사단이 횟수를 정해 놓지 않고 수시로 모집하는 것도, 특별한 희망국가가 있다고 해도 그 바람이 이뤄지기 힘든 것도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자문단의 경우에는 1년에 두 차례 모집한다. 자세한 일정이나 모집분야, 자격을 알고 싶다면 홈페이지(kov.koica.go.kr)를 확인하는 것이 제일 확실하다.
경쟁률은 보통 3대1에서 5대1 수준. 그러나 봉사단에선 한국어 교육분야, 자문단에서 공공행정 중 경제분야는 10대1 이상을 기록하기도 한다. 농림수산 분야는 치열하지 않다.
이렇게 선발이 되면 한국과 현지에서 적응을 위한 별도의 교육을 받고, 전 세계 40여 개국으로 파견된다. 파견국은 주로 아시아 국가가 꾸준한 수요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지원을 요청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봉사단원이 받는 금전적 지원은 얼마나 될까? 일단 많은 금액은 아니다. 코이카 봉사단의 경우 현지 생활비, 주거비 등이 지원되는데 각 국가의 물가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실무자들의 설명으로는 시니어 단원들에게 대략 한화로 월 150만~200만원이 지원된다고 한다. 여기에 2년간의 활동을 마치면 귀국하면 국내 정착지원금을 지원하는데, 월 50만원씩 총 1200만원이 지급된다. 봉사단의 시니어 단원은 일반 단원에 비해 생활비는 2배, 주거비는 1.5배 더 받고 있다. 코이카 자문단의 경우에는 별도의 정착지원금이 없다. 대신 현지 정착비, 생활비 명목으로 월 4000달러 정도가 지급된다.
인생의 후반기 돌아보는 기회
아무래도 해외생활에서 걱정하는 부분은 건강과 안전이다. 특히 시니어의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이는 코이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현지에서 활동을 해야 할 단원들이기 때문에 건강관리 부분은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 건강검진이나 의료비, 의료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안전도 마찬가지다. 최근 테러 위협이 증가하는 국가들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되는 나라들은 아예 지원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한 현지에 파견되어 있는 코디네이터를 통해 단원들 안전관리를 위한 보호·철수 계획을 수립해 놓고 비상시를 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파견되는 국가는 기초적인 안전은 보장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코이카의 전신인 한국청년봉사단부터 각종 자문역할로 인연을 맺고 많은 봉사단을 만나 온 이태주 한성대 교수는 유의해야 할 점과 코이카 활동이 갖는 장점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특히 시니어들은 정신적인 건강관리도 중요해요. 한국 남성들, 시니어들은 혼자 서기 힘든 존재인 경우가 많아요. 그랬던 사람들이 현지에선 밥 먹는 거, 양말 빠는 것까지 혼자 해결해야 하니까요. 그 과정에서 겪는 고독이나 정신적인 건강을 주의해야 해요. 하지만 시니어들이 그 난관을 딛고 다녀오면 다른 인생이 열리는 경우가 많아요. 뒤늦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시각도 열리고 유연해져요. 국가적으로도 기여할 수 있고요. 그렇게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려는 시니어들을 보면 되레 제가 감동 받기도 해요.”
虎死遺皮人死遺名(호사유피 인사유명).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일을 소중하게 여겼음을 나타내는 이야기다. 인간의 수명이 크게 늘고 있다. 건강 수명도 그렇다. 100세 장수 시대에서 건강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세계인구의 평균 수명이 120세가 될 날도 머지않았다 예측한다. 노후에 주어질 한가한 시간, 여가가 많이 늘어난다.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노후 삶의 질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후 여가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한 준비의 필요성이 화제로 등장한 지 오래다. 그러나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행동과는 거리가 멀다. 변화를 싫어하는 속성이 인간에게 있기 때문이다. 작심삼일이 그 반증이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는 이유다. 그렇지만, 은퇴 후 4~50년의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기에 여가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사안이다.
과거의 갑옷을 벗지 않고
준비는 여러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재무준비에 치중했다. 은퇴 후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 마련이 그 중심이었다. 경제적 준비도 선결 과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나긴 노후의 시간을 무엇을 하며 보내느냐이다. 필자(66세)와 5575세대는 삶의 우선순위가 자식을 키우는 일이었다. 우리 부모 세대가 그러했듯이 우리 또한 답습해왔다. 자신의 삶은 늘 뒷전이었다. 자식에게 보상받기를 원해서가 아니고 당연한 부모의 책임으로 자식에게 모든 것을 쏟았다. 자식의 성공은 곧 자신의 즐거움이었고 영광이었다. 자식 농사라고 하였다. 필자 또한 마찬가지 삶을 살았다. 정년까지 직장 생활을 하다가 그리 많지 않은 노후 시간을 보내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년 후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되었다. 이렇게 수명이 늘어날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급격한 노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여가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에 대한 과제를 안게 되었다. 경제부분과 마찬가지로 노후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여가생활 준비 역시 대부분 하지 못하였다. 직장과 집을 오가는 생활이었다. 이웃을 살펴보아도 은퇴를 한 사람의 대부분이 하릴없이 하루를 지루하게 보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기도 하고 영광스러웠던 과거에 사로잡혀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글쓰기는 시간 관리에 좋고 삶의 흔적을 남겨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니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지원제도가 놀랍게 발전하고 있다. 눈만 돌리면 나날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수없이 많다. 다만 관심이 없을 뿐이다. 필자가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하기 전에 살던 아파트 이웃에 살던 94세 할아버지는 아파트 정원의 공간을 이용하여 텃밭을 가꾸며 노후를 즐겁고도 건강하게 보내고 있었다. 이런 작은 일도 여가를 잘 보내는 방법의 하나다.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이 없고 도전하지 못할 나이가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
필자는 그런 노후생활 준비의 하나로 글쓰기를 하고 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이투데이’ 경제신문의 자매지 ‘브라보마이라이프’의 기자로 활동 중이다. 유어스테이지라는 포털사이트에 9년 전부터 블로그를 개설하여 거의 매일 한 편의 글을 올리고 있다. 2011년에는 대한민국 100대 우수 블로그에 선정되기도 하여 두서너 군데 홈페이지의 기자로도 활동하는 계기가 되었고 적은 금액이지만 원고료도 받는다. 취미 활동이 용돈도 버는 소일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써 놓은 글을 정리하여 수필집 두 권을 출간하였다. “아름답게 보니 아름다워”와 “카메라로 쓴 아름다운 이야기”가 그것이다. 노후 생활과 사진 촬영에 관해 써 놓은 글을 정리 편집하여 책으로 만들었다. 글쓰기는 여가를 무료하지 않고 보람 있게 보내는 방법의 하나고 삶의 흔적을 남기는 의미 있는 일이다.
살면서 참 잘한 일이구나 생각되는 일이 있다. 10여 년 전 어느 날 국민연금 가입하라는 안내장을 받았다.
연금의 개념도 잘 몰랐고 돈을 버는 사람도 아닌 주부의 입장에서 관심이 가지 않았다.
쓰기에도 바쁜데 매달 일정한 금액을 10년간 내야 한다는 게 부담스러워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위층 사는 선배 언니가 가입해 놓으라고 권했다.
직장인으로 수입이 있는 사람만 가입할 수 있는 줄 알았지만, 경제생활 하지 않는 사람도 들을 수 있으니 가입해 놓으면 언젠가 도움이 될 거라는 조언이었다.
필자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그런데도 참 경제 활동엔 무심해서 별로 달갑게 들리진 않았어도 언니의 조언대로 가입신청을 했다.
처음엔 5~6만 원대로 시작했었지만 해가 갈수록 금액이 늘어나 마지막 몇 년간은 매달 10만 원가량을 내야 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10년이 지나 더는 돈을 내지 않게 되었는데 필자가 60세 되는 해부터 연금이 나왔다.
얼떨떨하기도 하고 공돈이 생긴 것 같아 매우 기분이 좋았다. 적은 금액을 냈었기 때문에 많이 나오진 않지만 30만 원 정도를 받고 있다.
필자가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다니 연금이란 제도가 참으로 고맙다.
그런 만큼 연금에 얽힌 이야기도 많이 있고 연금 사기라는 말도 들어 보았다.
필자는 미드(미국 드라마) 마니아다.
예전에 TV라면 KBS, MBC, SBS, 그리고 EBS밖에 몰랐는데 위성방송을 설치하고부터는 몇백 개나 되는 채널이 방송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한 번도 안 본 채널이 대다수이고 선호하는 채널이 몇 개 생겼다. 그때부터 손쉽게 미드를 보기 시작했는데 CSI 범죄 수사 시리즈물부터 인기 있다고 소문 난 미국 드라마를 열심히 찾아보게 되었다.
그중에서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가 위기의 주부들이다.
미국 부시 대통령 시절 영부인이 인터뷰하다가 위기의 주부 할 시간이라며 자리를 떴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는 드라마이다.
게브리얼, 브리, 수잔, 르넷 등 매력적인 4명의 주부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우리 정서와는 다소 맞지 않고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이지만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가 나를 사로잡았다. 위기의 주부들은 시즌 8로 종영되었으니 내가 다 본 에피소드는 100여 편이 넘는다. 다 통쾌하고 재미있지만, 그 중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동네 아이들이 숨바꼭질하다가 이웃의 매클러스키 할머니 집의 지하실로 숨어들었다. 아이스크림이라도 꺼내먹으려고 냉동기를 열어보니 그 속에 할아버지 시체가 냉동되어 있었다. 살인자인 줄 알았는데 경찰에 잡혀간 할머니에 의해 밝혀진 진실은 20년 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혼인신고를 못 하고 살아온 할머니는 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게 두려워 남편이 죽은 사실을 숨기고 20년간을 냉동된 남편과 살며 연금을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때는 그 할머니가 살인자가 아닌 것에 안심했고 불쌍하다고 생각되어 이해를 해주었다.
그런 일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있다고 한다. 신문에 보니 유령과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부산의 한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 13년 가까이 남편의 사망신고를 안 하고 연금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 드라마에만 있는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런 일이 있다니 놀라웠다.
그런데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며 그로 인해 새 나가는 세금의 액수가 엄청나서 각종 복지비를 지급하는 기관이 유령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부정으로 받은 돈은 환수한다고 한다. 마음이 혼란스럽고 심란하다.
안됐다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법을 어겼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할지...물론 잘못한 일이니 바로 잡아야 하고,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제도를 튼튼히 해서 미리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드라마로는 재미있었지만 참으로 씁쓸한 연금에 대한 이야기다.
중요성과 긴급성과 관련성에 따라 정리
취미가 독서인 사람은 재미가 없다고들 한다. 그래도 독서가 습관이 되었으니 어쩔 수 없다. 관심이 가는 대로 구입하여 자연스럽게 책이 많아지다 보니 정리가 문제가 된다. 정리에 약해 아내에게 무수한 지적을 받다 보니 요령이 생겼다.
소장하고 있는 책은 중요도와 긴급성에 따라 분류하여 중요하고 지금 필요한 책은 책상 책꽂이에 놓고 그보다 중요도나 긴급성이 떨어지는 것은 별도의 책꽃이에 위에서부터 순서적으로 배열한다. 책꽂이에 책을 되도록 많이 배치하려고 하다 보니 수평 이층으로, 잘 안 보는 것은 수직으로 쌓아 놓는 방식을 사용한다. 좀 지저분하지만 실용적으로 작은 책들은 책 위에 올리는 방법도 꺼리지 않는다. 체계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관련성 있는 책은 함께 분류한다.
물론 버리거나 지인에게 주기도 한다. 시사성이 지난 것들은 수시로 처분한다. 매년 나오는 정부간행물, 외국어 잡지, 어학테이프, 신문은 최신 것만 남기고 다 묶어 고물상에 넘긴다.
도서관 활용
관심이 가는 책이 있을 때 바로 구입하기보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기로 했다. 한두 번 읽고 버리는 책들을 사는 것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서관과 시립도서관에서 한 달 평균 20권 정도를 빌린다. 빌려서 보다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있다고 느껴지는 책은 당연히 구입한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은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된다. 첫째, 반납시간이 정해져 있어 반강제적으로 읽게 된다. 둘째, 꼭 필요하지 않은 책을 구입하여 책장이 복잡하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책을 구입하면 투자한 금액이 아까워서 잘 버리지 못한다. 셋째, 과다한 도서지출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 빌리는 책을 다 구입하면 50만 원 이상 발생하니 만만하지 않다.
속독과 정기적인 정리작업
책을 구입하면 빨리 속독으로 통독해서 중요한 부분을 발췌 복사하거나 요약한 다음 중요도와 긴급성에 따라 둘 장소와 방법을 정한다. 일단 책에 대해 익숙해지면 책읽기가 수월해진다. 느긋하게 생각하여 자꾸 미루다 보면 읽지 않고 구입한 책이 쌓이게 된다. 나중에는 쌓이는 속도에 압도되어 정리가 어렵게 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아무리 신경을 써서 책을 정리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관심이나 분류기준이 바뀌어 불편이 발생한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일 년에 한 번 정도는 대대적인 책 정리작업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간은 자신에게 맞게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습관이 되면 그렇게 힘이 들지 않는다. 시작이 반이다. 이번 기회에 책 정리작업을 하기로 했다.
일본에 소츠콘(卒婚)이라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졸업과 결혼의 합성어로 결혼을 졸업하다. 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혼은 법적으로 완전히 남남이 되는 것이지만 졸혼은 법적으로는 부부지만 실제는 부부의 관계는 청산한 사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2014년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졸혼을 권함’이라는 책이 화재가 되면서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별거는 이혼의 전단계로 상대와의 관계를 정리하기위한 거리를 두는 시기라면 졸혼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준 비단계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남편이 은퇴를 하고 귀촌생활을 원하지만 아내는 익숙한 도시생활과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한발작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이럴 때 졸혼을 선언 하면서 각자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산다고 합니다.
내게는 부부동반으로 세 가족이 만나는 조촐한 모임이 있습니다. 30년도 더 넘어 젊은 시절 같은 아파트에 살던 사람들끼리 정분을 이어오다가 지금은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래도 먼 거리는 아닙니다. 질기고 질긴 인연으로 매월 한 번씩 만납니다. 밥값은 돌아가면서 쏘는 식으로 처리합니다. 이중에 한집이 앞에서 예를 든 일본의 졸혼과 비슷한 생활을 합니다.
남편이 생활비로 일정금액을 아내에게 주고 잠도 집에 들어와서 자지만 별거하는 형식으로 다른 방을 각자 쓴다고 합니다.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남편은 밖에서 밥을 사먹고 집안에서는 일절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겉으로 보면 멀쩡한 부부인데 속으로 보면 남과 다를 봐가 없습니다. 어찌 대화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나 같으면 속터져 죽을 것 같은데 잘도 견디며 생글생글 웃습니다.
일본식 졸혼의 태동배경이 아내가 퇴직한 남편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남편의 수발 등 아내가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황혼이혼이 생겨났고 거기에 불을 지핀 것이 이혼을 하면 남편의 연금의 상당액을 아내가 받기 때문에 경제적으로도 불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내들이 구속받지 않고 홀가분하게 살고 싶다고 황혼이혼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부인이 황혼이혼을 요구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졸혼의 장점이라고 합니다. 반면 단점은 두 집 살림을 하니까 생활비가 많이 들고 혼자 있을 때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해도 119에 전화를 해주거나 간병 등 직접적인 도움을 배우자로부터 받을 수 없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늘어나는 황혼이혼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본의 졸혼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국형 졸혼으로 한집에 별거 하면서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 황혼이혼도 막고 서로 도움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한집에 살면서 남남처럼 지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눈에 안 보이면 모를까 같이 있으면서 투명인간처럼 서로 행동한다는 것이 속에서 천불이 나기도 할 것입니다. 그래도 이혼보다는 시간을 바탕으로 화해를 모색한다고 봅니다. 앞에서 예를 든 내가 아는 부부처럼 실제 졸혼 가정을 영위하는 것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합니다. 맞벌이 부부는 연금도 따로 받으니 경제력으로도 짱짱하여 아내는 남편의 잔소리를 듣고 살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나라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졸혼 부부가 자꾸 늘어날까봐 걱정을 합니다. 나이 들어 ‘부부함께 하기’ 등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예전의 가부장만 고집하다가는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수가 있습니다.
1999년 말에 퇴직 후 영어 번역 일을 시작했다. 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 영어 원서를 번역하는 업무였다. 학위 논문에 원서 내용을 인용해야 하는데 원서를 해독하는 사람은 많지 않아 필자 같은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영어와 실무에 밝으니 필자 만한 전문가가 따로 없었다. 매수에 따라 금액이 올라가므로 밤낮없이 집에서 번역에 매달렸고 수입은 오히려 재직 때보다 짭짤했다. 밖에 나갈 일도 없고 일하는 시간은 마음대로 하면 되니 최고의 직업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어느 날 거울에 비친 필자 모습을 보고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수염도 안 깎고 세수도 안 한 채 파자마 차림이었다. 이렇게 늙어간다고 생각하니 오싹함을 느꼈다.
◇남의 사무실 썼지만 불편
집에만 있을 때 가장 문제는 집중이 안 되는 것이다. TV도 켜고 냉장고 문도 자주 열게 된다. 낮잠을 자거나 쓸데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한다. 무엇보다 세수도 안 하고 옷도 신경 쓰지 않게 된다. 운동 부족 현상도 당연히 생긴다. 외로움으로 우울증이 생길 우려도 있다.
그래서 번역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 일단 밖으로 나오기로 했다. 아침밥을 먹고 나면 집에서 나오는 일과를 만들어야 했다. 현역 때 실무 경험과 영어 덕분에 스포츠용품 회사가 많은 서울 동대문 지역에 소일 겸 나가게 되었다. 경영 자문도 해주고 외국인이 오면 통역도 해주었다. 점심은 저절로 해결되고 저녁에는 술자리도 이어졌다. 그러나 영세 기업이라 오래가지 못하고 곧 문을 닫았다. 다른 몇몇 곳에 다시 취업했으나 마찬가지였다.
남의 사무실에 앉아 글이나 쓰고 있는 사람의 존재가 예뻐 보일 리도 없다. 사장과의 친분 때문에 자리 하나 내준 것이지만 새로 신입 사원이라도 들어오면 늘 자리가 흔들렸다.
◇공유 사무실 찾아 대만족
결국 컴퓨터 놓인 책상 하나 사용하는 쉐어 오피스를 물색했다. 혼자 사무실을 임차하면 부담이 크니 여러 사람이 사무실을 공유해서 쓰고 사용료를 나눠 내는 것이다. 비슷한 종류인 소호 오피스는 공동 비서도 쓰고 해서 좋지만 비용이 비싸다. 필자처럼 글이나 쓰는 사람이 비서 월급까지 나눠 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쉐어 오피스는 철저히 월 사용료만 낸다. 월 10만 원부터 20만 원 수준이다. 24시간 사용할 수 있고 주말이나 명절 연휴에도 눈치 안 보고 사용이 가능하다.
다행히 집 근처 거여역 부근에 쉐어 오피스를 찾았다. 이번 여름은 유난히 더웠지만 쉐어 오피스에서 에어컨 빵빵 틀어 놓고 밤늦게까지 글을 써 더운 줄도 몰랐다. 아마 올여름에는 에어컨 사용료만 해도 본전 이상 뽑았을 것 같다. 같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필자가 가장 연장자라 에어컨 틀어놨다고 눈치 볼 필요 없었다. 평일에는 바빠서 자리를 자주 비우지만, 주말에는 혼자 쓰는 아지트이다. 특히 명절 연휴에는 밀린 글쓰기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교통도 편리하고 주변 물가도 싸서 모임도 주변에서 자주 한다.
2012년 대한민국 전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렸다. 가뭄은 농업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인 ‘마실 물’의 부족이었다. 당시 가뭄과 극심한 더위로 팔당호와 북한강에 남조류가 대량 번식하면서, 이곳의 물을 수원으로 사용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다. 그러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엔 ‘수돗물이 정말 안전할까?’하는 의문이 커져갔다.
글 이준호 기자 jhlee@etoday.co.kr
이런 의문은 실제 숫자로도 증명된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수돗물을 끓이지 않은 채 마시는 서울시민의 비율은 4.9%에 불과했다. 그만큼 수돗물을 믿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안을 가라앉히려 2020년까지 개인·공동주택 37만 가구의 수도 노후관을 전량 교체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들 역시 대안을 내놨다. 각 지자체에서는 경쟁적으로 정수장에 고도 정수처리 시설을 도입했고, 녹조가 발생해도 안심하고 마실 수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의료단체에서 추진 중인 수돗물 불소화사업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수돗물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역할만 하는 셈이 됐다. 불소가 함유된 물이 충치 발생을 막고, 건강에도 해가 없다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지만, 일부 환경단체에선 반대하고 있어 논란만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선 불소 투입을 중단하기까지 했다. 이 논쟁은 수십 년 전 미국에서 점화된 역사 깊은 수돗물 관련 논쟁 중 하나다.
결국, 수돗물에 대한 의문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이 물음표와 함께 성장한 것이 정수기 시장이다. 한국정수기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정수기 시장규모는 2014년에 1조95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2조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예상대로 성장이 이뤄진다면 2011년 1조7004억원에서 5년 만에 시장규모가 30%가량 성장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 지난 7월에 있었다. 국내 정수기 대여 1위 업체로 손꼽히는 코웨이의 얼음정수기에서 니켈 성분이 검출된 것. 코웨이 얼음정수기에서 은색 금속가루가 보인다는 소비자 불만이 잇따르자, 당시 코웨이는 시중에서 수거한 얼음정수기 29개 제품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 검토 결과 일부 정수기 내부에서 얼음을 만드는 핵심 부품이 벗겨지면서 금속가루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로 인해 코웨이는 공식 사과 후 리콜과 피해 보상 등으로 분주했다.
제품군 다양해 선택의 폭 넓어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정수기들은 업소용 대형 제품을 제외하면 크게 네 가지이다.
가장 일반적인 제품은 널리 쓰이고 있는 냉온정수기다. 정수기 본체 안에 작은 물통이 있어, 정수된 물이 수조에 담기면, 이를 차갑게 하거나 뜨겁게 가열해 냉수와 온수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얼음을 얼리는 제빙기가 합쳐진 것이 가장 인기 있는 얼음정수기. 최근 중금속 논란이 있었던 모델이기도 하다. 이번 문제가 된 얼음정수기가 모두 가진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일부 초창기 제품들이 과냉각이 잦아 써선 안 될 곳에 도금 부품을 사용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전체 문제로 확대되진 않으리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검찰도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다.
일반 냉온정수기나 얼음정수기는 문제가 된 코웨이와 청호나이스가 전통적인 강자로 꼽힌다. 그만큼 다양한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최근 안마의자로 유명한 바디프랜드가 직수형 얼음정수기로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인기가 식을 줄 모르던 얼음정수기가 의외의 암초를 만나 휘청거리는 사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정수기들이 있다. 직수형 정수기다. 직수형 정수기는 자체에 수조 없이 순간적인 냉각이나 가열시스템으로 온도조절을 하기 때문에 수조에서 세균이 번식 가능한 일반 냉온정수기에 비해 안전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양매직이 사용하는 광고 문구 “이제 고인 물 말고 새물 드세요”에서도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난다. 구조도 비교적 단순해져, 크기가 작아진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직수형 정수기는 LG, 쿠쿠전자, 동양매직, 교원웰스와 같은 정수기 시장의 후발주자들이 강세를 나타내는 분야다.
이외에 언더싱크형 정수기도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 사랑받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물건 구매를 즐기는 ‘직구족(族)’이나 설치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자 하는 ‘DIY족’들이 주로 애용하는 형태다. 싱크대 밑에 설치해야 하므로 이 과정에서 ‘공사’가 필요하고, 밸브 관리가 까다롭다. 온수와 냉수 기능 없이 오직 ‘정수’만 가능하다. 하지만 필터 용량이 커 필터 교체 주기가 길고, 싱크대 아래에 숨기 때문에 공간 활용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전기소모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국내시장에선 주로 워터피아, 3M, 에버퓨어, 듀벨 등의 제품이 사랑받고 있고, 일부 다단계 기업의 인기 아이템이기도 하다. 상당수 사용자는 필터와 같은 소모품은 아마존과 같은 사이트에서 직구하는 경우가 많다. 샤오미 정수기도 직구족들에게 최근 주목받는 제품이다.
접 관리가 어렵다면 대여형 서비스가 간편
제품을 고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직접 정수기를 설명서대로 일부 부품을 꺼내 청소하거나, 필터 교체를 할 수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언더싱크형 정수기는 대부분 설치까지 소비자가 직접 해야 한다.
스스로 할 수 있다면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지만, 만사가 귀찮거나 정수기 관리가 어렵고 복잡하다면 대여형 서비스가 답이다. 정수기는 생명의 근원인 물을 다루는 제품인 만큼 세균 번식도 쉽고, 물을 걸러 내는 필터의 경우 제때 교체해 주지 않으면 되레 물을 더럽힐 수도 있다. 그만큼 정수기는 구매보다는 사후 관리가 중요한 품목이다. 대부분의 대여서비스의 경우 계약 기간 내 정기적으로 업체 직원이 방문해 청소나 필터 교체 등의 업무를 대신해 주기 때문에 특히 시니어에겐 유리하다. 일부 회사의 경우 필터 교체는 소비자에게 맡기는 대신 가격을 깎아 주기도 한다.
가격은 큰 차이가 없다. 직수형 정수기가 월 3만~4만원 수준이고, 얼음정수기는 월 5만~6만원 정도에 대여가 가능하다. 일반 냉온정수기는 보통 월 2만원 이하 수준이다. 계약조건은 3년 혹은 4년 약정 계약에 사용 기간이 5년이 넘으면 소유권이 이전되는 형식이다.
소음과 전기 사용량도 따져 봐야 할 부분. 사시사철 시원한 얼음을 쉽게 먹을 수 있는 얼음정수기는 아무래도 전기사용량이 상대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여름 이상고온으로 에어컨 사용량이 사회적으로 전기요금 누진제가 화두가 되면서 정수기도 냉장고만큼 전기 먹는 제품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업계에선 냉장고와 비교할 정도는 결코 아니라고 항변한다.
의외로 소음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용하지 않아도 자체 살균이나 청소 등의 과정에서 소음이 발생하는 제품이 일부 있어, 사용자들이 항의하는 경우도 있다.
구매 시 계약조건 잘 따져 봐야
마지막으로 따져 봐야 하는 부분은 대여서비스가 합리적인가 하는 부분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대여서비스 민원을 분석했는데, 전체 대여서비스 중 정수기 관련 불만이 50.7%를 차지했다. 그만큼 사용자도 많고, 불합리한 부분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민원 유형은 계약 내용 불이행이 44.9%를 차지했고, 품질 불만이 20.3%, 안내 고지 미흡이 14.3%를 차지했다.
정수기를 고르기 어렵다면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보는 것도 좋다. 현재 10여 개가 넘는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가 있는데, 여러 업체의 제품들의 가격이나 대여조건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런 대여가격 비교 사이트들은 엄밀히 말하면 가격비교가 목적이 아니라, 사이트 스스로가 각 회사와 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하는 양판점 형태의 대리점이라고 보면 된다. 일부 회사 제품의 경우 같은 제품도 계약조건이나 금액이 달라질 수 있는 유통구조를 갖고 있어 이들은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보다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사은품 역시 소비자들을 현혹하는 요소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해당 제품이나 제조회사뿐만 아니라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의 사용 후기, 회사 사업자번호를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정수기 대여는 3~4년의 장기 계약이고, 약속한 사은품 증정을 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인 회사(대리점)인지 확인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점심은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과 함께하는 오찬이다. 지난 6월 이베이가 실시한 버핏 회장과 함께하는 연례 자선 오찬 참석 경매의 낙찰 금액은 346만 달러(약 40억원)였다. ‘투자의 귀재’, ‘오마하의 현인’ 등 최고의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버핏 회장은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이면서 뛰어난 혜안과 겸손한 자세로 존경받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버핏 회장이 맨해튼의 ‘스미스 앤 월런스키’ 스테이크하우스에서 오찬을 함께하지 못하는 은퇴자들을 위해 은퇴자금 관리비법을 털어놓았다. 미국은퇴자협회(AARP)가 월간지 7월호에 특집으로 실은 ‘워런의 지혜(The Wisdom of Warren) 10가지’를 소개한다.
글 남진우 뉴욕주재기자 namjin@etoday.co.kr
1. 비상시와 투자 기회에 대비해 현금을 보유하라
예기치 않은 자금 경색으로 어려움을 겪어 본 사람이면 현금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은퇴를 하고 나이가 들수록 현금의 필요성이 커진다. 은퇴를 하면 월급이 나오지 않아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상금을 여유 있게 가지고 있어야 폭풍이 몰아쳐도 힘들지 않게 헤쳐 나갈 수 있다. 또 수익성이 좋은 투자 기회도 현금이 있어야만 유리하게 잡을 수 있다. 현금을 끈기 있게 보유하다 보면 최상의 투자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
2. 지루함을 참고 견더라
튀지 않는 기업이 뛰어난 실적을 올리는 경우가 많다. 실례로 기저귀, 비누, 화장지 등 생필품을 생산하는 프록터앤갬블(P&G) 같은 기업은 첨단기술회사에 비해 성장 잠재력이 커 보이지 않지만 세계 소비재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P&G에 1986년 1000달러를 투자한 후 매년 나오는 배당금까지 재투자했다면 현재 시가로 3만2000달러에 달하게 된다. 해당 업종에서 최고의 기업이라면 지루해 보일지 모르지만 튀는 기업보다 좋은 수익을 보장해 준다. 버핏 회장은 이런 기업을 선택해 큰 성과를 올렸다.
3. 시장가격 지배력이 있고 브랜드 가치가 높은 기업을 골라라
브랜드에 대한 충성심을 창조하는 것이 기업 성공의 지름길이다. 재구매가 일어나고 입소문을 통해 새로운 고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충성심이 강한 고객들은 더 비싼 값으로 제품을 구매하기 때문에 기업의 수익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이 브랜드 가치를 보고 투자한 대표적인 기업이 코카콜라다. 코카콜라는 세계 3위의 브랜드 가치를 활용하여 탄산음료에서 주스와 생수로 제품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니 주가는 올라갈 수밖에 없다. 강한 브랜드에 투자했을 때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원리다.
4. 우수한 경영인은 유망한 사업 못지않게 중요하다
기업이 성공을 하려면 경영인이 우수해야 한다. 우수한 경영인은 전략적 비전을 창조하고 기업이 이를 달성할 수 있게 한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고 스티브 잡스 애플 창립자,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 같은 경영인이 대표적인 예다. 위대한 경영자와 강력한 사업 모델이 어우러졌을 때 장기적인 수익이 창출된다.
5. 실수를 최소화하되 실수를 통해 배워라
누구나 실수를 한다. 버핏 회장도 2013년 영국의 최대 식품유통회사인 테스코에 투자했다가 회계문제가 드러나면서 주가가 폭락해 4억5000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투자 실수를 극복하는 열쇠는 무엇을 잘못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요인으로 손실이 발생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처음에는 몰랐던 경고신호를 감지할 수 있게 된다. 신호를 감지할 수 있으면 반복적인 실수나 더 큰 미래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 투자 실수를 꼼꼼히 기록해 놓으면 훌륭한 투자의 길잡이가 된다. 이 교훈을 자녀나 손주들과 공유하면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다.
6. 자신이 잘 아는 분야를 고수하라
광범위한 주식시장을 전부 파악하지 못해도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 버핏 회장은 1990년대 말 인터넷 혁명을 감지하지 못해 기술업종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때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2000년대 초에 발생한 기술주 폭락사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익숙한 금융 분야가 있다면 그 분야에 집중해서 자신의 통찰력을 활용하는 것이 더 이익일 수 있다.
7. 구매력을 높여나갈 수 없는 투자는 피하라
버핏 회장은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투자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금의 경우 2011년 세계 공급량이 1926㎥ 였다. 그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162만㎢의 미국 농지와 16개 엑손모빌 공장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이 규모의 농지에서는 매년 2000억달러 상당의 농산물을 수확할 수 있고 엑손모빌 공장에서는 400억달러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데 비해 금에 투자를 했을 경우 시세 차익 외에는 아무런 수익이 나오지 않는다. 당장 수익이 필요하지 않다 하더라도 성공적인 기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배당을 받는 것은 중요하다. 특히 은퇴자들은 지속적으로 수익이 창출되는 분야에 투자를 해야 물가가 오르더라도 구매력을 유지하거나 높여나갈 수 있다.
8. 유망한 주식이라도 과도한 시세에서는 사지 말라
유망한 기업이라 하더라도 너무 비싼 시세에 주식을 사면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 버핏 회장은 관심이 있는 기업이라도 주가가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기다렸다 산다. 실례로, 얼마 전 국제 유가 폭락으로 에너지기업의 주가가 급락했을 때 버핏 회장은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평소에 관심 있는 주식의 리스트를 작성해 놓고 있다가 주가가 떨어졌을 때 사면 그만큼 투자 수익을 높일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인내심이 커지기 때문에 투자에 유리할 수 있다.
9. 매입했으면 가급적 장기 보유하라
좋은 결정을 한 번 내리기는 쉽다. 하지만 결정을 자주 내리다 보면 실수가 나오기 마련이다.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순간, 주식거래 수익을 모두 잃어버릴 수 있다. 처음에 종목 선택을 잘해 수익을 올렸다가도 다음 결정이 잘못되면 수익이 사라지거나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유망한 주식을 너무 일찍 매도한 후 다시 매입할 기회를 잡지 못한다면 큰 수익을 놓치는 셈이다. 중요한 매입 결정을 한 번 내린 후 장기 보유를 하면 이런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주식을 장기 보유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급적이면 결정의 횟수를 줄여야 성공의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실수할 기회가 많을수록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된다.
10. 혁신적인 투자를 피하지 말라
투자자는 수익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때로는 혁신적인 생각과 박애주의적인 투자에서 더 높은 수익이 창출된다. 2008년 버핏 회장은 제너럴 일렉트릭(GE)에 투자를 하면서 “GE는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브랜드를 감안했을 때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 당시 GE는 신재생에너지인 풍력과 우주항공엔진 기술, 영상 의료장비 등과 같은 신사업 분야에 뛰어든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인류의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됐고 상당한 수익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