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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t7 2막에서 이룬 꿈] 99세에 시집을 낸 일본 할머니 고(故) 시바타 도요
- 일본 통신원 이태문 gounsege@gmail.com 시는 울림이어야 하고, 잠언 혹은 금언은 공감을 얻어야만 시대를 뛰어넘어 빛나는 법이다. 수많은 위인과 명인들이 저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을 담은 명언을 남겼지만, 시바타 도요(柴田トヨ) 할머니의 이 한마디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다’는 참으로 깊은 울림이며 시대와 국경을 초월해 영원히 빛날 것이다. 1911년 6월 26일 일본 도치기현 도치기시에서 쌀가게를 하는 부유한 가정의 외동딸로 태어난 할머니는 시와는 전혀 무관한 삶을 살았다. 10세 무렵 아버지의 가산 탕진으로 집안 형편이 안 좋아져 학교를 갑자기 그만두었고, 이후 전통 여관과 요리점에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면서 더부살이를 했다. 그런 와중에 20대에는 결혼과 이혼의 아픔까지 겪었다. 그리고 33세에 평생을 함께할 요리사 시바타 에이키치를 만나 재혼해 외아들을 낳았다. 그 후 재봉일 등 부업을 해가며 알뜰살뜰 그리고 정직하게 생계를 꾸렸고, 1992년 남편과 사별한 후에는 우쓰노미야(宇都宮)시에서 20년 가까이 홀로 생활했다. 이처럼 글 쓰는 일과는 아무런 인연도 없이 살아오던 할머니는 허리가 아파 취미였던 일본 전통무용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돼 크게 낙담했고, 그런 모습을 본 60세를 넘긴 외아들의 권유로 92세 때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산케이신문’ 1면 최상단에 위치한 ‘아침의 시’ 코너의 단골 투고자였으며,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 신가와 가즈에(新川和江)는 그녀의 시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던 가운데 2009년 10월, 99세의 나이에 자신의 장례비용으로 모아둔 100만 엔을 털어 첫 시집 를 자비 출판했다. 그 후 아스카신샤(飛鳥新社)가 내용을 추가하고 양장판으로 재출판해 2012년 8월 시점에 160만 부를 돌파하는 초베스트셀러가 됐다. 할머니는 일본의 유명 샹송 가수 구보 도아코(久保東亞子)가 대표 시 ‘약해지지 마’에 곡을 붙여 노래한 것이 계기가 되어 NHK 라디오 제1방송 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의 애정을 받아 지금의 내가 있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2010년 12월 31일에는 NHK TV의 휴먼 다큐멘터리 이 특별 방영됐으며, 2011년 9월엔 만 100세를 맞이한 기념으로 두 번째 시집 (아스카신샤)가 출판됐다. 그해 10월 10일 NHK TV에서 가 방송돼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그해 3월 11일에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일본 열도가 큰 충격과 상처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여서 온갖 풍상을 다 이겨내고 삶에 대한 긍정적 생명력이 녹아들어 있는 할머니의 시는 든든한 정신적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시바타 할머니는 2013년 1월 20일 0시 50분께 우쓰노미야시 자택 부근에 있는 사설 요양원에서 향년 10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외아들은 “어머니께서 정말 평화롭게 고통 없이 가셨다”며 “100세 때까지 계속 시를 쓰셨고 원기는 있으셨지만, 지난 반년간은 걸을 때 부축을 받아야 했다”고 전했다. 할머니가 숨진 그해 늦깎이 시인의 인생을 그린 영화 가 제작돼 개봉됐다. 국내에서는 세상을 등지기 직전 가 번역 출판됐으며, 대만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속속 번역본이 소개돼 한 시대 국경과 이념을 초월한 인류의 희망 전도사로 자리 잡았다. 92세에 시작해 100세까지 시와 함께하며, 지난 100년간의 삶을 잔잔하게 들려준 할머니는 초고령사회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당당하게 맞서 스스로의 길을 새롭게 일구어나갔다는 의미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 향기로운 결실을 맺은 인생의 황금기가 100세이며, 뒤늦게 발견한 자신의 재능을 활짝 꽃피운 것도 바로 100세였다. 독자들은 세계 최고령 시인이자 인생의 선배인 시바타 할머니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 용기의 메시지를 통해 저마다의 삶을 추스르는 힘을 얻는다. 그것은 할머니 시인의 오래 묵어 우러난 인생철학이자 삶의 구수한 맛일 것이다. 비록 할머니는 이 세상을 떠나 저 하늘 위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아직도 이렇게 우리들에게 속삭이고 있다.
- 2016-02-0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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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라이프] 2016년 병신년, 원숭이띠 스타는 누구?
- 올해는 원숭이해인 병신년(丙申年)이다. 영리한 동물의 상징인 원숭이의 해를 맞아 포부와 각오가 남다른 스타들이 있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도 하니 젊은 친구들이 좋아해 기분이 좋아요. 드라마든 예능 프로그램이든 행복하게 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나이 들수록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백일섭), “올해는 더 열심히 활동해야지요. 후배나 선배 연기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유동근), “늘 그런 것처럼 영화나 연극을 즐겁게 작업하려고 합니다. 관객의 과분한 사랑에 정말 감사해요.”(오달수), “올해는 영화를 열심히 하고 싶어요. 지난해 드라마 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대중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정말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올해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김태희), “수많은 팬의 사랑이 있어 정말 행복해요. 올해도 팬들의 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좋은 노래와 함께 행복 바이러스를 전해주고 싶어요.”(하니)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원숭이띠 스타라는 점이다. 백일섭(72), 유동근(60), 오달수(48), 김태희(36), 하니(24)는 태어난 해는 다르지만, 원숭이띠 연예인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해를 맞아 더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72세의 나이에도 여전한 현역으로 활동하는 1944년생 스타로는 늘 연극무대를 통해 관객과 소통하는 손숙을 비롯해 원로 스크린 스타 윤정희, 연극과 드라마를 오가며 맹활약하는 윤소정, 영원한 청춘스타 이정길, 구수한 연기를 선보이는 백일섭, 선 굵은 남성적 연기로 눈길을 끄는 임동진, 코믹한 연기로 늘 웃음을 주는 남포동 등이 있다. 72세의 물리적 나이도 이들의 연기 열정을 막지 못한다. 1970년에 만들어진 극단 산울림의 창단 멤버인 손숙은 지난해 임영웅 연출의 1인극 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는 등 꾸준하게 연극무대에 서고 있다. tvN 를 통해 예능 프로그램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백일섭은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1963년 연극 으로 데뷔한 이정길은 등 수많은 멜로 드라마에서 주연을 독식한 청춘스타로, 특히 여성 시청자에게 사랑을 받았다. 이정길은 요즘 방송되는 MBC 주말극 등 드라마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정길은 “나이가 들면서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되고 연기자로서 책임감도 느낀다. 연기자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에 올해는 많은 드라마에 출연하겠다”고 새해 각오를 밝혔다. 올해 환갑인 신중년 연예인의 활동도 왕성하다. 유동근, 혜은이, 이경진, 유지인, 김지숙, 김영란, 이주호 등이 1956년생 원숭이띠 연예인들이다. 유동근은 묵직하면서도 감동을 주는 연기로 2014년 KBS 연기대상 트로피를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드라마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신은 모르실 거야 ’ ‘제3 한강교’ ‘감수광’ 등 1980년대 수많은 히트곡을 불렀던 혜은이는 여전히 전국을 누비며 노래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1970~1990년대 멜로 드라마의 여자 주연 자리를 독식하며 수많은 남성 시청자의 이상형으로 꼽혔던 이경진은 KBS 일일극 등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여전히 드라마에서 주·조연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가요로 자리 잡은 ‘사랑으로’부터 ‘내 마음의 보석상자’ ‘어서 말을 해’ 까지 1980년대 주옥같은 노래를 작사, 작곡한 싱어송라이터 이주호는 방송과 콘서트 무대에서 신중년 관객들에게 음악을 통해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장미희, 정윤희와 함께 1970~1980년대 트로이카 영화배우로 명성을 날렸던 유지인 역시 토크쇼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고 있다. 이경진은 “과거 같으면 60세는 연예인 은퇴 나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인 요즘은 한창 활동할 나이다. 여전히 멜로 주인공을 맡고 싶다. 올해는 기회가 된다면 중년의 사랑을 다룬 멜로 드라마에서 열정적인 사랑을 하는 주인공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고 새해의 바람을 피력했다 영화, 방송, 음악 등 대중문화 각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스타들이 바로 48세 원숭이띠 연예인들이다. 김윤석, 신승훈, 김승진, 오달수, 채시라, 이승연, 최수지, 김건모, 정찬우, 박신양, 이성민, 박상면, 성지루 등이 바로 1968년생 원숭이띠 스타들이다. 충무로에서 가장 흥행 파워가 센 스타는 오달수다. 오달수는 2015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출연한 것을 비롯해 1000만 영화 7편에 출연하는 전인미답의 흥행기록을 세웠다. 2002년 로 영화에 데뷔한 이후 2015년까지 오달수의 출연 영화 관객은 1억500만 명에 육박한다.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독보적인 관객 기록 1위다. 영화 편당 가장 최고액의 출연료를 받는 스타도 원숭이띠 영화배우다. 바로 김윤석이다. 김윤석은 등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서 주연을 맡아 개성 강한 연기를 선보였다. 김윤석은 송강호 등과 함께 영화 편당 6억~7억 원의 출연료를 받는 영화 최고 스타로 군림하고 있다. 가요계의 40대 톱스타 신승훈과 김건모 역시 대표적인 원숭이띠 스타다. 발라드 황제 신승훈은 2006년 10집 를 발표한 이후 9년 만에 지난해 정규앨범 11집을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왕성한 활동을 펼친다. 신승훈은 1990년 1집 데뷔 앨범 판매량이 158만 장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5집 이 247만 장 팔리는 등 7장 연속 밀리언셀러를 기록할 정도로 강력한 팬덤과 문화상품 소비창출력을 갖고 있는 스타다. 독특한 음색과 풍부한 성량, 모든 음악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빼어난 가창력으로 스타덤에 오른 가수 김건모 역시 1992년 1집 앨범 를 발표한 이후 2011년 13집 앨범 까지 13장의 정규앨범을 냈고, 1995년 발표한 3집 판매량은 280만 장에 달했다. 김건모는 지난해 에 출연해 1990년대 복고바람을 일으키는 등 20~30대 가수들보다 더 왕성하게 무대와 방송 활동을 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막힌 연기 변신으로 찬사를 받았던 드라마 의 주연 채시라, 개그 공연의 미다스로 평가받는 정찬우, 감초 연기의 대가 박상면, 성지루 등이 대중문화계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동하는 48세 원숭이띠 스타들이다. 채시라는 “지난 1984년 CF로 데뷔했으니 병신년인 올해로 33년째 연기자로 일하고 있다. 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작품을 할 때마다 어렵지만, 보람은 크다. 올해도 좋은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나고 싶다”고 새해 각오를 드러냈다. 1980년생 36세 스타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대한민국 최고 미인이라고 찬사를 받는 김태희부터 김소연, 이정현, 김준현, 조승우, 공효진, 장윤정, 조정석, 이동건, 이요원, 류승범, 박시은, 손태영, 손호영, 신봉선, 이진, 옥주현, 유상무, 유세윤, 윤민수, 전진, 장윤주에 이르기까지 영화, 드라마, 예능, 뮤지컬, 모델 등 대중문화 각 분야에서 스타로 군림하는 연예인들이 36세 원숭이띠다. CF와 드라마에서 최고의 스타로 대접받는 김태희, 영화와 드라마에서 빼어난 연기력으로 찬사를 받는 공효진, 뮤지컬에서 최고의 흥행파워를 자랑하는 조승우와 옥주현, 예능계를 주름잡고 있는 김준현, 유세윤, 신봉선, 트로트의 신세대 여제 장윤정 등이 원숭이띠로 올해 활약이 기대되는 연예인들이다. 2015년 영화 로 36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이정현은 “올해가 원숭이해인 만큼 더 노력해 대중에게 더 인정받는 가수로, 연기자로 한 단계 도약하고 싶다. 관심 있게 지켜봐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1992년 원숭이띠 연예인으로는 드라마 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고아성, 인기 걸그룹 걸스데이의 유라, EXID의 하니, 원더걸스 멤버로 활동하다 연기자로 전업한 소희 등이 있다.
- 2016-01-2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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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그리고 현명하게 어른이 된 자녀와 살아가기
- 최근 들어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살아가는 황혼의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함께 사는 이유는 다양하다. 두 세대 이상의 더부살이는 우선 경제적으로 지출을 줄여준다. 자녀가 맞벌이를 한다면 양육에도 커다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대신 크고 작은 갈등도 함께 많아진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간에도 현명한 ‘더부살이 방법론’이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최근남(64세·남)씨 부부는 서울 구로구의 아파트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아들 최현웅(36세·가명)씨와 다시 함께 살고 있다. 아들이 스무 살이 된 이후 16년 만이다. 은퇴 이후 부쩍 외로움을 느끼던 부부였다. 전세금을 피해 도망친 아들의 ‘귀향’이 반가웠다. 아들 내외가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화장실이 달린 큰 방을 비워주고 도배도 새로 했다. 사람 소리가 나는 것이 좋았다. 최씨 부부에게도 활기가 돌았다. 장을 보러 나서는 일이 많아졌고 식사도 식사다워졌다. 하지만 얼마 뒤부터 갈등이 시작됐다. 아들의 생활습관을 두고 “애도 아니고 뭐니?” 한마디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얼마간 말이 오갔다. 기억나는 아들의 대답은 “나갈게요, 나가면 되잖아요!” 였다. 이후 아들과의 충돌은 점차 많아졌다. 한 지붕 2~3대 가구 늘어가는 추세 그동안 우리사회에서는 ‘핵가족화’가 진행돼 왔다.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독립한 뒤에 다시 집으로 들어오거나 성인이 된 후에도 아예 독립하지 않는 자녀들이 늘고 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함께 사는 자녀를 ‘캥거루족’, 독립한 뒤 다시 집에 들어오는 자녀를 ‘연어족’으로 부르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부모와 성인이 된 자녀가 한 지붕에서 사는 사례는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서울시가 2000~2010년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서울가족구조통계’에 따르면 30~40대 성인 자녀가 가구주인 부모와 동거하는 수가 10년 새 91%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해 통계에서는 60세 이상 서울시민의 45.2%가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한국뿐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나타난다. 독립정서가 강한 미국조차도 18~34세 10명 중 3명(29.9%) 가량이 부모의 집에서 살고 있다는 조사가 나온다. 이 비율은 1990년 26.8%, 2000년 27.7%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데, 현지 언론은 지속된 주택가격 급등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는 20~30대 부모의 집에서 살아가는 30~40대가 약 300만 명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녀와 함께 사는 60대, 생활만족도 높아 두 세대가 함께 살면 가족의 삶이 풍성해진다. 다수의 학술연구 결과는 60대 이상 부부들이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자녀 역시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 생활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는 주로 주거·육아 등의 부분에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일부에서는 아예 두 세대가 각각 살아가기에 용이하도록 설계된 집을 짓고 살기도 한다. 각자의 생활을 최대한 존중한 것이다.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는 정순이(59세·여)씨는 전원주택으로의 이사를 계획하면서 아예 아들 내외와 살기 위한 집을 지었다. 두 세대가 한 지붕 아래에 거주하며 가깝게 소통하며 지내면서도 자잘한 간섭이 생길 여지를 없앴다. 정씨는 “주말 낮 북적대는 소리에 우리 부부도 활기를 얻게 됐다”면서 “아들 내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니 며느리도 큰 불편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예 두 세대가 함께 사는 것을 고려해 집을 짓는 경우도 늘어가는 추세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거리의 경우 성인자녀와 살기에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택시공업체 H사 관계자는 “두 세대가 함께 살 수 있는 집을 짓고 싶다는 문의가 늘어가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대형 건설사 아파트 중에서도 세대가 분리된 형태가 나온다”고 말했다. 자녀와 한 집서 살아가려면 갈등관리 중요 다만 예기치 못한 부분에서 갈등을 겪을 수도 있다. 김태현 성신여대 교수(여성학)는 “성인이 된 자녀라고 해도 생각, 관심사, 생활방식은 크게 다를 수 있다”며 “성인자녀들은 부모보다는 배우자나 자식들과 더 밀접함을 느끼고 있어 이러한 세대차이가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자녀의 생활과 가치관 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특히 자녀가 어린 시절을 생각하고 권위적인 방식으로 소통에 나서는 경우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앞선 최씨의 경우 아들의 생활방식에 대한 아버지의 언급 이후 다툼이 잦아졌다. 최씨의 의도와 달리 아들에게는 권위적인 간섭이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때로는 경제적인 부분도 갈등의 불씨가 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은퇴리포트’에 따르면 성인 자녀 1명과 함께 살 때 추가로 필요한 생활비는 월 98만원이다. 보고서는 60대 부부가 중산층 수준의 생활을 하는 데 월 258만원이 필요한 반면, 자녀 2명과 3년가량 함께 사는 경우라면 총 7056만원의 생활비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 2016-01-20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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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환의 똑똑한 은퇴] 재미있는 영화와 망중락(忙中樂)
- 바쁠수록 시간이 빨리 간다고 한다. 바쁘답시고 1분 1초를 다투다 보면 몇 시간, 며칠이 어느새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질문 하나. 바쁜 것 말고 우리의 시간을 빠르게 가도록 만드는 것이 하나 더 있다. 무엇일까? 재미가 아닐까? 재미있을 때도 바쁠 때 못지않게 시간이 후딱 가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게 네 가지 있답니다. 첫째는 오래되어 잘 마른 장작이고요, 두 번째는 마시기 좋은 오래된 와인이지요. 세 번째는 서로 믿고 따르는 오래된 친구, 마지막 네 번째는 내가 읽기 좋은 책을 쓰는 나이 든 작가랍니다.” 16세기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한 말이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까이에 친구가 많아야 한다. 배우자와 가족 등 친구뿐 아니라 추운 날 나를 따뜻하게 덥혀줄 장작, 함께 나눌 술 한 병, 혼자서 심심할 때 들춰볼 책도 가까이에 있어야 할 친구들이다. 두 번째 질문. 장작과 와인, 친구, 책 등으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냥 남는 시간을 때우는 게 아니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시간을 보내는 재미가 아닐까? 불타는 장작에다 고구마와 밤을 구우면서 가족이나 친구와 술잔을 나누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정겨운 그림이다. 지난 이야기를 해도, 다가올 이야기를 해도 다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니,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또 해도 처음 듣는 양 들어줄 것이다. 했던 말을 또 할 정도가 되면 어느새 와인은 새로운 병일 터이고 장작 또한 새로운 장작일 터이다. 이제 세 번째 질문. 영국의 한 신문이 영국 끝에서 런던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을 현상공모한 적이 있다. 이 사람 저 사람이 어디어디까지 비행기를 타고, 기차를 타고, 차를 타고 가면 된다고 응모했다. 그런데 1등으로 뽑힌 답은 ‘좋은 친구와 함께 간다’였다. 좋은 친구와 함께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가다 보면 금세 도착할 것이므로 긴 여행도 짧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영국계 글로벌 은행 HSBC가 전 세계 17개국 30~60세의 1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은퇴와 관련한 설문조사(2011년)를 실시했다. “은퇴라는 단어로부터 무엇을 떠올리느냐?”고 물었더니 대다수 선진국에서는 ‘자유, 만족, 행복’이라는 긍정적인 대답이 나왔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많은 대답을 차지했고 이어서 나온 것이 ‘두려움, 외로움, 지루함’이었다.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은퇴하면 경제적 어려움을 먼저 떠올릴까? 은퇴 후 노후의 삶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은퇴 후가 두려울 뿐 아니라 외롭고 지루할 것 같은 부정적 생각만 드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그래서 두렵고 외롭고 지루한 삶이 과연 재미있을까? 반대로 자유, 만족, 행복이 떠올려지는 삶이라면 그 삶은 설레고 기다려지지 않을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일에 쫓기고 있지만 일을 벗어나 자유롭고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지금 하는 일까지도 재미있지 않을까? 근엄하기만 할 것 같은 공자님도 재미없는 인생을 멀리했다. 에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낙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말이 나온다.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것이다. 아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즐기는 재미가 있어야 그 인생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죽어 슬픔으로 얼룩진 영화이지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십시오.” 김학순 감독이 영화 을 만들면서 유가족들로부터 받은 당부는 딱 이 한 가지였다고 한다. 유가족들은 어떠한 픽션도 상관없다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게 하는 것이 연평해전을 알리고 아들들의 명예를 높이는 일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넘어 관객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영화다운 영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이었다. 참으로 대단한 유가족들이다. 공짜 영화라도 재미가 없으면 보고 싶지 않은 게 인지상정 아닌가? 작품성 시비와 정치적 논란 속에서도 흥행에 성공한 것은 재미와 감동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자칫 밋밋하기 쉬운 전쟁영화지만 여기저기 숨어 있는 재미들이 감동을 더해준다는 입소문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끈 것이다. 재미있는 영화의 특징은 나도 모르게 빨려들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것이다. 보다 보면 어느새 엔딩 타이틀이 올라오는 것이다. 재미에 더해 감동적인 영화라면 다 끝날 때까지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반면 재미없는 영화는 처음부터 지루하기 짝이 없어서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할 뿐 아니라 시계가 야광이 아닌 것에 짜증이 날 정도일 것이다. 특히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자다가 좌우에서 웅성거려서야 깰 정도라면 돈과 시간이 아까운 것을 넘어 그 허무함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미없는 인생은 재미없는 영화 이상으로 지루하기만 할 것이다. 무엇이 그리 바쁘답시고 재미있는 영화 한 편 못 보는 인생을 재미있는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자, 장자와 함께 대표적인 도가(道家) 사상가로 알려진 열자(列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십 년 만에 죽어도 죽음이요, 백 년 만에 죽어도 역시 죽음이다. 어진 이와 성인도 역시 죽고 흉악한 자와 어리석은 자도 역시 죽는다. 썩은 뼈는 한가지인데 누가 그 다른 점을 알겠는가? 그러니 현재의 삶을 즐겨야지 어찌 죽은 뒤를 걱정할 겨를이 있겠는가?” 무려 2400년 전에 한 말이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90세,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인생을 재미있는 인생으로 만드는 것은 누구인가? 재미있는 인생도 재미있는 영화처럼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은퇴 후 또는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지금 바로 즐거움을 찾는 재미, 재미를 찾는 재미를 찾아나서야 한다. 바쁜 중에도 한가함을 찾는다는 ‘망중한(忙中閑)’을 넘어 바쁜 중에도 재미를 찾는 ‘망중락(忙中樂)’이 필요하다. 내 인생, 내 영화의 감독은 바로 나 자신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2015-12-29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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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는 주고 받음이다 Part 3] GIVE만이 기부가 아닌 시대
- 아무 조건 없이 주는 것이 기부라지만, 주는 것이 있는데 받는 것까지 있다면 훨씬 더 좋은 법이다. 이제는 기부도 그렇게 변하고 있다. 100점 만점에 35점. 전 세계 145개 조사 대상국 중 64위. 11월 영국 자선지원재단(CAF)이 발표한 ‘세계 기부 지수 2015’에 드러난 대한민국의 기부활동 성적표다. 기부 액수가 아닌 기부활동에 중점을 둔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기부에 참여했다’는 응답 비율이 15만 명 중 34%인 것으로 조사됐다. 빼어난 성적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니다. 2010년 동일한 조사에서 ‘기부에 참여했다’는 응답 비율이 27%로, 153개국 중 81위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7%포인트 오른 수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기부활동이 늘어나고 있음을 알려준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에서 기부는 소외된 사람을 위해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아직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그에 비해 미미하다고 할 수 있지만, 기부활동에 대한 욕구가 조금씩 사회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매스 미디어와 통신의 발달은 기부의 문화도 새롭게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돈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던 기부가 이제는 통신의 발달과 함께 일상생활로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기부는 ‘특별함’이 아닌 ‘일상 또는 습관’으로 다가오고 있다. 과거에 누군가가 좋은 마음으로 기부를 하더라도 ‘이미지 관리를 위해’, ‘미래의 비즈니스를 위해’라는 시선으로 기부를 인식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남’이 아닌 ‘내’가, ‘돈’이 아닌 ‘실천’으로 손쉽게 기부를 하고 있다. 2015년, 기부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을까. ‘기부&테이크(Take)’로 진화하는 기부 문화 기부 문화에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부의 형태와 방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 스마트한 시대답게 소셜 기부와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을 이용한 기부가 늘고 있다. 또한 기부를 한 만큼 원하는 물품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기부&테이크(Take)’ 형태의 기부가 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는 기부자의 경제적 상황과도 관련이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0월 제14회 기부문화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사람들이 기부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경제적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36.4%·2013년 기준)’였다. 또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 연구센터가 올해 발표한 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료에 따르면 한국 사회의 개인 기부 참여는 전반적으로 30%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 여파로 인해 여전히 높지 않은 수준이며, 심지어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유로 소셜 기부는 경제적인 부담이 덜하고, 참여하기 쉬운 형태의 기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소셜 기부는 SNS상에서 댓글을 달거나 공유를 하면 기부에 참여하게 되는 간단한 방식부터, 특별한 플랫폼이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을 이용하는 방식까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소셜 기부는 다양한 캠페인을 홍보하는 데 용이하고, 1원부터 100원까지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어 적은 돈으로도 기부를 실천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데 한몫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한 기부는 대부분 어떠한 물품을 구매했을 때, 그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구매자인 동시에 기부자가 되는 셈. 기부에 대한 합당한 보상품을 받고 선행도 할 수 있는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비프렌드, 마리몬드 등이 이러한 방식으로 온정을 전하고 있다. 앱을 이용한 방식도 있다. 앱만 설치하고 실행만 해도, 기부자는 자신의 돈을 전혀 쓰지 않고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빅워크’라는 앱은 자신이 걸어 다닌 만큼 기부가 된다. 앱을 설치하면 GPS를 이용해 사용자의 걸음 거리 10미터당 1원이 기부된다. 이런 소셜 기부와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한 기부가 사랑을 받는 것은 경제적인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뿐만이 아니다. 기부금이 어떠한 방식으로 어떠한 상황에 놓인 수혜자에게 돌아가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이러한 방식의 기부가 증가하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2014년 위키트리 설문조사 결과, ‘기부를 했을 때 자신이 낸 기부금의 사용 경로와 과정을 알고 싶다’고 말한 응답자는 68%에 달했다.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기부는 후원단체에 기부를 하면 그뿐, 기부를 한 금액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몰라 기부에 대한 보람을 느끼기 힘들었다. 그러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기부금이 쓰이는 ‘마리몬드’와 하반신 장애 아동을 위해 기부를 하는 ‘빅워크’와 같은 방식은 그 쓰임이 분명해 기부자로 하여금 그 결과물에 대한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은 2008년부터 시작돼 공익적 모금에 성공하고 있는데, 필요한 자금을 모아주는 대신 3~5%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후에도 세계적으로 200여 개 소셜 펀딩 업체가 나타나 성공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디고고’와 ‘킥 스타터’가 있다. ‘인디고고’는 2008년 세워진 회사로 전 세계 누구나 모든 분야에 대해 제안을 할 수 있는데, 결과적으로 2만7000여 개의 프로젝트를 성사시킨 바 있다. 2009년 설립된 킥스타터는 7만5000달러의 모금을 해 많은 이들의 꿈을 이뤄주기도 했다. 이들은 매년 모금액이 4배 이상 성장하며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다. 심영훈 서울시복지재단 자원개발팀장은 “한국의 집단주의 문화와 결합한 소셜 기부가 발전의 궤적을 그려 나간다면 새로운 기부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라며 “쌍방향 소통과 실시간 정보 공유 등 소셜 미디어의 특징과 한국 네티즌들의 적극성, 보상을 통한 참여유도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소셜 기부는 향후 우리 사회의 새로운 기부 문화 트렌드로 주목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부 문화 변화의 중심에 신중년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롭고, 문화적 욕구가 충만한 신중년들이 기부 문화의 중심에 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나눔연구소 연구센터가 올해 발표한 에 따르면, 2011년에 비해 2013년에 전반적으로 기부 참여 비율이 감소했지만, 유일하게 60세 이상의 참여율이 24%에서 25.4%로 약 1.4%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기부나 봉사의 현장에 신중년들의 발길이 늘고 있는 것을 실감하는 곳이 있다. 사람들의 기증품을 팔아 수익의 일부를 기부하는 ‘아름다운가게’다. ‘아름다운가게’의 전승희 간사는 “시간기부나 재능기부의 형태로 자원 활동을 하시는 신중년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분들은 장기적이고 정기적으로 참여와 기부를 한다”고 말했다. 신중년의 기부 참여가 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전 간사는 “사회 참여에 대한 순수한 욕구가 있고, 기증·기부 문화 등의 공익 문화와 가치를 전파하는 데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아름다운가게의 정기 활동자 중 45%가 40~60대 이상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젊은 층에 비해 삶의 변동이 적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신중년이 기부 문화 선도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셈이다. 전 간사는 “신중년층은 재능기부나 참여의 형태로 지역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지역 커뮤니티 발전에 대한 의견을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2015-12-2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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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존경받기 위한 안간힘보다 바른 자세가 더 중요합니다”
- “많이 행복합니다. 지금까지 어렵게 여기까지 왔는데, 작년부터 조금씩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많이 힘들지만 됐다, 더 다른 꿈을 꿀 수 있겠다 싶어요.” 행복하다는 구하주(具河周·69) 뉴시니어라이프 회장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얼굴에서부터 그런 기쁨이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니어 교육과 함께 패션과 관광을 잇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구 회장의 남다른 보람과 성취를 만나본다. 글 김영순 기자 kys0701@etoday.co.kr 사진 오병돈 프리랜서(Studio Pic) 사회적기업인 뉴시니어라이프는 시니어들을 위하여 패션과 교육, 공연, 매니지먼트 등 종합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시니어 모델 교실, 시니어 패션쇼와 같은 프로그램과 함께 시니어 패션 제품, 시니어 교육 등등의 사업도 전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시니어와 패션이라니? 일견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생각 자체가 편견이라는 것을 구하주 회장과 뉴시니어라이프는 증명해 보이고 있었다. “제가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금까지를 생각해 보면, 저도 사람들과 함께 똑같이 배우면서 해왔어요. 바른 자세, 바른 마음가짐을 제대로 지키면 인생이 잘 풀리게 된다는 것은 후반기 인생에서 더 중요한 철칙이에요. 바로 그걸 제가 회원들에게 가르쳤다기보다는 회원들과 함께하는 과정을 통해서 경험을 쌓고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구 회장은 서울 명동과 압구정동에서 꽤 잘 나가는 패션디자이너였다. 30년 동안 부티크를 운영하며 틈틈이 패션쇼 디렉터와 패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던 그는 1999년에 실버산업과 노인심리를 공부하게 됐다. 졸업 후 ‘실버산업전문가포럼’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초대 회장을 맡았다. 2006년 킨텍스 국제실버박람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시니어패션쇼를 공연한 후 참가했던 모델들에게 등 떠밀리다시피 해서 뉴시니어라이프를 설립하게 됐다. 60세 넘어서는 자신이 한 살이라는 생각으로 살아야 구 회장은 스스로 잘하는 게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자신이 갖고 있는 열정, 희망, 도전이 20년 전이나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아마도 그 원동력이 없었으면 ‘맨땅에 헤딩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시니어 대상 교육이에요. 왜냐하면 본인이 50~60년 동안 자신의 인생을 살아왔고 경험했기에 스스로의 생각을 가지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제가 ‘바꿔야 한다’라고 말하면, 그게 쉽게 바뀌기가 어렵죠. 그래서 저는 60세가 넘었다면, 그때부터 한 살이라고 말합니다. 그런 기분으로 시작해야지 자신의 나이를 의식하면, 아무것도 이룰 수가 없어요.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습관, 지식, 문화를 포기하고 새로 시작하고 하나하나 쌓는다고 생각하면 100% 성공해요. 과거에서 벗어나야 하죠.” “걸음걸이만 봐도 그 삶과 인격이 보이는 걸요” 200여 명 정도 되는 뉴시니어라이프 회원 대부분은 60대 이상이다. 구 회장은 강의 형식이든 면담 형식이든 일주일 동안 이 모든 회원을 다 만난다고 말했다. 모든 회원들이 공부하는 과정을 쭉 지켜보면서 한 분 한 분을 마음속에 넣고자 한다. 어디를 조정하고 교육하고 도와줘야 하나를 생각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워킹에서부터 사람의 마음가짐과 생활태도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워킹 교육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발견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걸음걸이가 정신과 육체를 컨트롤하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키가 많이 크신 분들은 키가 큰 게 콤플렉스예요. 그래서 자꾸 웅크리게 되고, 어디 가서도 다리를 쭉 못 펴게 되죠. 그러다 보니 걸을 때 이분들은 몸이 먼저 나가요. 몸이 먼저 나가니, 걸음이 균형을 잡아주려고 하면 O자 걸음이 되는 거죠. 그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을 알게 되면 우울해지죠.” 신체가 불균형하게 됐을 때, 균형을 잡아주기 위해 그 불균형함을 따라가게 되다 보면 불균형한 모양으로 걷게 될 수밖에 없다. 구 회장은 그렇게 잘못된 걸음걸이에서부터 이유를 알 수 없는 디스크, 어깨 통증 등 질병이 파생된다고 보았다. “우리 대부분은 살면서 내가 제대로 걷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없고 시간도 없어요. 그러다가 나이가 들면 굳어지고 아픔이 시작돼요. 그러면 병원에 다니면서 검사하고 엑스레이 찍고 찜질방 가고…. 그런데 원인을 잘 모르죠. 나이가 들어 아프다는 건 체형 조건에 끌려 다녀서 나온 결과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병이 찾아오는 게 아니라, 우리가 병을 찾아간다고 표현할 수 있죠.” 나의 노화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라, 그래서 50~60세 사이에 자신을 변화시켜라. 그를 위해서 구 회장은 균형 잡힌 몸매와 걸음에 대한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호하게 목표를 향하는 시니어들은 너무나 많다 구 회장은 시니어가 대접받으려면 스스로가 정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조급함과 바쁨을 만들지 않는 생활 태도와 연결되어 있었다. “어떤 분을 보면 하루에 열 가지 이상의 일을 하고 있어요. 왜 그렇게 하느냐, 시니어는 불안하기 때문이에요. 안 해도 불안, 해도 불안. 내가 아프지 않나? 아파서 죽는 거 아니려나? 그래서 병원 가서 이상 없다고 하면 그게 또 이상한 거예요. 나는 분명히 아파야 하는데. 그러면 다른 데 가서 또 검사하고. 나쁜 것에 집착해요. 그리고 남이 뭘 한다고 하면 따라 하려고 하고. 그러다 보니, 나의 것이 없어요.” 확실히 상당수의 시니어들은 자신의 몸이 주는 신호, 주변의 변화에 의해 정서적 혼란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구 회장은 그런 혼란을 겪지 않기 위해서는 목표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말 내가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별을 하시라고 말씀드려요. 그래서 저희 교육에서는 내가 어떻게 새 인생을 건강하게 다시 살 수 있을 것인지에 집중합니다. 교육을 할 때는 회원들이 거울을 반드시 보게 해요. 안 보고 싶어도 자신을 보게 하는 거죠. 거울을 보면서 자신이 잘못된 부분을 알게 되면, 스스로 젊어지고 예뻐지고 싶게 돼요. 그리고 노력하죠. 저는 그 순간이 너무 기뻐요.” 구 회장은 어렵고 낯설어하던 회원의 변화야말로 자신의 가장 큰 기쁨이라고 밝혔다.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는 시니어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뉴시니어라이프는 분명한 목표를 제공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패션쇼라는 행사, 그리고 더 나은 모델이 되고 싶다는 소망이 회원들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패션쇼를 할 때, 회원들을 무대에 세워놓으면 저는 굉장히 색다른 감정을 느껴요. 잘해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많이 참여할 때는 80명을 쇼에 세울 때가 있거든요. 너무 기특한 거예요. 저분이 팔자로 걸었는데, 턴도 제대로 못했는데, 그 무대 위에서 그렇게 훌륭하게 변화하거나 잘하려고 애쓰는 걸 보면 안쓰럽고 너무 예쁜 거예요.” 광고시장에서 시니어 모델이 인적 자원으로 어필되는 이유 최근 광고 시장에서는 시니어 모델을 많이 기용하는 추세다. 구 회장은 우리나라 광고 시장에서 소비되는 시니어 모델들에게 너무 꾸밈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구 회장은 모델들에게 욕심을 버려라, 예쁘게 멋있게 잘하려고 하다 보면 어색해진다고 교육한다. 나이가 들면 나이가 든 만큼 표정과 모습이 자연스러워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저는 우리나라 광고 시장에 불만이 많아요. 특히 보험회사 광고가 그렇죠. 거기 나오는 할머니들을 눈여겨보세요. 너무 불쌍하거나, 너무 인상이 안 좋거나. 정말 순수하고 인자하며 자연스러운 모델들이 많은데 왜 저런 사람들을 쓰는 걸까.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소비자들의 수준이 그 정도에 있는 걸까. 외국 광고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모델들이 나오거든요.” 수백 억 원으로도 못 받을 선물을 받으며 산다” 구 회장은 패션쇼를 1년에 20회가량 열고 있다. 너무 많지 않으냐고? 되레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는 게 구 회장의 지론이다. “대충이 아니라 제대로 된 쇼를 하고 싶어요. 시니어들에게 숨골을 틔워주는 일이니까요. 저는 사람이 죽을 때, 들이쉬는 숨을 못 쉬어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내쉬는 숨을 못 쉬어서 죽는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가슴에 쌓여 있는 숨을 살면서 몇 번이나 내쉰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는 위축되고 참고 억압하며 살면서 숨이 계속 쌓이고 쌓여요. 그래서 마침내 그 쌓인 숨을 못 쉬어서 죽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쇼에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기가 생겨요. 메이크업, 예쁜 옷, 기가 막힌 음악, 나를 봐주는 관중…. 엔도르핀이 올라옵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쌓여 있는 숨을 토해내고, 한이 풀리게 되죠.” 시니어의 우울, 치매, 자살과 같은 어두운 미래를 없애는 풀이로서의 패션쇼. 그것은 구 회장 자신을 위한 힐링의 장이기도 하다. 그 순간이야말로 사회적기업이라는 열악한 상황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말할 수 없는 어려움, 땀과 열정과 시간, 그 모든 것이 보상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구 회장은 그 순간을 수백 억 원을 준다 해도 얻을 수 없는 감정이라고 표현했다. “쇼에 더 많은 사람들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잘 안 오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꼴 보기 싫어서 안 오는 거예요. 옛날에는 나보다 못났던 친구가 모델을 한다고 하니 심술이 나고. 와서 구경만 하는 것만으로도, 숨을 같이 쉬는 것만으로 달라질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가 건강해지는구나’라는 느낌을 반드시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 2015-12-2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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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한 은퇴] 놀멍놀멍 vs. 여조삭비(如鳥數飛)
- 음악이 바뀌는 데 따라 우리는 어떤 춤을 추고 있는가. ‘저금리와 고령화’ 또는 ‘5저(저성장·저물가·저금리·저고용·저자산가치) 2고(고령화·고소득화)’로 표현되는 경제 및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우리의 투자전략과 성향은 바뀌고 있는가. 지금까지 필자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내가 가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점차 줄여 나가는 대신 금융자산의 비중을 늘려가야 한다. 둘째, 늘어나는 금융자산의 구성 또한 기존의 은행예금과 같은 안전자산 위주의 틀에서 크게 바뀌어야 한다. 금리가 낮은 예금 비중을 낮추는 대신 노후 생활비 마련을 위한 연금 비중과 수익률을 높이기 위한 주식 및 펀드 비중을 높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같은 때 일부 부동산을 팔아치우거나 큰 집에서 작은 집으로 옮아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하고자 한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을 팔아 모두 연금화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점이다. 연금의 규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적절한 노후생활비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므로 그 이상의 연금을 쌓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일정 부분은 보다 높은 수익을 위해 주식과 펀드로 옮아가야 할 것이다. 이때 가장 큰 걸림돌은 주식과 펀드는 손실의 위험을 안고 가야 하는 투자자산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아니다. 만약 노후에 필요한 자산과 연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면 굳이 위험을 크게 안고 갈 필요가 없다. 그저 여윳돈의 일부를 ‘놀멍놀멍’이라는 제주도 사투리처럼 천천히 노는 듯 재미삼아 굴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한마디로 세상 돌아가는 형편에 자기 나름 촉각을 세우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얼마간의 여윳돈 투자가 배우자와 자녀, 손주 등 가족들은 물론, 친구들과의 대화를 다양하게 만들어 주면서 활기차고 열린 인생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런 정도의 투자는 재미와 함께 치매 예방약으로도 훌륭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반대로 아직 노후준비가 덜 된 상황이라면 보다 신중하면서도 야무진 자세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고수익을 노리고 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과 펀드 등에 투자해야 하므로 투자성과에 내 노후를 걸면서 보다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이럴 때 딱 맞아떨어지는 사자성어가 ‘여조삭비(如鳥數飛)’.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처럼 배우기를 쉬지 않는 동시에 끊임없이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번 기고에서 언급한 것처럼 춤과 투자는 엄청나게 공부하고 연습을 해야 잘 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 아닌가. 물론 이 같은 공부와 연습이 생업이나 직장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돼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면 새가 무작정 날갯짓만 열심히 할까? 날갯짓에는 다 그만한 이유와 목적이 있을 것이다. 어떤 쪽으로 얼마만큼 날아갈 것인가 등을 미리 예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노후준비를 위한 위험자산 투자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략은 크게 3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내가 가진 금융자산 중 어느 정도를 주식과 펀드 등과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할 것인가. 적절한 투자수익률은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할까. 언제까지 위험자산 투자를 계속할 것인가. 금융자산 중 위험자산의 비중을 어느 정도 가져갈 것인가 하는 법칙으로는 ‘100 ? 나이’가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확정기여형 퇴직연금(401k)의 도입으로 근로자들이 자신의 퇴직금을 직접 운용하면서 나온 경험칙이다. 젊은 나이에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다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돌아서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이가 30세라면 금융자산의 70%(100-30)를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60세가 되면 그 비중을 40%(100-60)로 줄이는 것이다. 젊어서 투자에 실패할 경우 회복할 시간적·마음적 여유가 있지만 나이 들어서 투자했다가 손실이 클 경우에는 회복이 어렵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 경험이나 경제 및 금융에 대한 지식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경우 ‘100-나이’의 법칙에 따를 경우 위험자산투자비중이 지나치게 높다고 할 수 있다. 급하다고 해서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갈 경우 손실이 커질 가능성 또한 높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성향과 경제 및 금융환경 등을 따져보면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목표로 하는 수익률 기대치 또한 매우 중요한 좌표의 하나다.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은 ‘high return, high risk’라는 만고불변의 법칙이다. 수익률 목표치가 높을수록 위험도 더 많이 껴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금금리 1% 시대에 투자수익률 5% 안팎이면 매우 훌륭하지 않을까. 발품을 팔면 그래도 2% 남짓 금리를 받을 수 있는데 골치 썩여 가면서 2~3%대 투자수익이라면 아예 편하게 사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따라서 그보다는 약간 더 높은 4~5%대, 운이 좋아 5~6%대라면 더할 나위 없이 만족할 수준으로 봐야 할 것이다. 반면 지나치게 높은 기대수익률은 마음은 물론, 몸도 지치게 만들 뿐 아니라 결과 또한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험자산투자를 어느 정도 나이까지 하는 게 좋을까. 한국거래소의 조사에 따르면 요즘 주식시장에서 60대 이상의 비중이 주주 수에서는 20% 안팎, 시가총액에서는 34~35%를 차지하고 있다. 일면 과도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60대 이상을 대부분 은퇴한 그룹으로 본다면 그만큼 돈을 굴릴 곳이 없는 가운데 투자수익이 절실한 층도 가세하고 있는 결과일 것이다. 일본 피델리티자산운용 투자자교육연구소의 노지리 사토시(野r尻哲史) 소장은 60세에 은퇴하고 나서도 10~15년 정도는 위험자산에 계속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은퇴하고 나면 예금과 같은 안전자산에 넣어놓고 빼 쓰기만 했다면 이제 저금리·고령화시대를 맞아서는 은퇴한 후에도 어느 정도의 위험자산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크게 지나치지만 않는다면 적절한 투자는 나이 70세, 75세가 아니라 80세가 넘어서도 새로운 춤처럼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건강을 지켜주는 매우 좋은 운동이자 보약이 될 것이다. 글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2015-09-21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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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의에게 듣는다] 메르스의 교훈
-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의 여파로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하지만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감염병에는 예방법이 있다. 적절한 시기에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면역력을 높이면 더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중앙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와 함께 감염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 감염병, 너무도 포괄적인 개념인데 쉽게 설명한다면? 우리 인체에도 많은 바이러스가 살고 있고, 대부분의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도 큰 해를 끼치지 못한다. 면역 체계가 작동해서 병이 발병하기 전에 퇴치되는 것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면역이 약해져 있거나 독성이 강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감염증상을 보이게 된다. 여기서 잠깐, 쉽게 이야기하기 위해 바이러스라는 예를 들었던 것이고 사실은 더 큰 개념에서 생각해야 한다. 세균, 스피로헤타, 리케차, 진균, 기생충 등 다양한 병원체로 인해 감염병이 발병한다. 전파 양상은 어떠한가? 전파되는 경로는 다양하다. 메르스처럼 접촉이나 비말감염으로 전파되는 경우도 있고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과 같이 성교나 수혈과정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말라리아, 뇌염, 웨스트 나일 바이러스 등은 모기를 매개체로 전파된다. 병원체를 보유한 동물이나 사람의 피를 빨아먹은 모기는 건강한 신체의 피를 빨면서 병원체를 체내에 침투시키게 된다. 인플루엔자(독감)는 병원체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공기 중으로 퍼져나가 호흡과 함께 인체에 침투한다. 신중년이 특히 주의해야 할 감염병은? 면역력이 약해지는 시기에는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세 가지 감염병이 있다. 폐렴, 대상포진, 인플루엔자(독감)다. 문제는 예방접종을 하는 등의 관리가 안 되면 신체에 큰 타격을 준다는 점이다. 가볍게 생각했던 독감이 원인이 돼 사망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시기에는 항상 주의해야 한다. 폐렴, 대상포진, 인플루엔자의 원인과 예방법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6위인 폐렴은 주로 ‘폐렴사슬알균’으로 인해 감염된다. 이 균은 급성 중이염, 패혈증, 뇌수막염 등을 흔히 일으키고, 중증 감염의 경우 환자의 사망률도 매우 높다. 그러나 폐렴사슬알균 백신을 통해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 65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1회 접종하는 것이 좋다. 65세 이전의 접종자는 65세 이후에 5년 경과 후 추가로 접종하면 된다.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감염된 수두바이러스가 몸 안 신경 속에 숨어 있다가 성인이 된 후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다시 활성화되어 수두처럼 반점이 생기는 병이다. 하지만 중년 이후가 되면 발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 극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것이 특징이며, 드물게 시각 손실이나 난청 등의 심각한 후유증이 생기기도 한다. 60세 이상에게 1회 접종을 권하고 있다. 인플루엔자(독감)는 누구나 앓는 호흡기 감염증이지만, 암환자나 만성질환이 있는 노약자는 폐렴을 부르는 원인이 되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65세 이상 연령층에서는 위험성이 더욱 높다. 매년 가을에 인플루엔자 백신을 맞는 것이 좋다. 면역력 증가를 위한 해법은? 면역력 증가를 위해서는 먼저 면역력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요인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스트레스’라고 말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아들이는 강도의 차이가 있는 만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이 가장 수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매일 30분 정도 가벼운 걷기 운동을 빼먹지 않고 하는 것이 좋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지키기 위해 손쉬운 방법임에는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스트레스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 면역력 증대를 위해 제철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좋다. 육류와 채소류를 적절히 혼합해 먹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8월 제철음식으로는 토마토, 블루베리, 전복, 참나물, 고구마 등이 있다. 풍토병이라는 말이 없어지는 추세다. 그렇다면 해외여행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은? 해외여행을 할 때 일반적으로 필요한 감염병 예방백신은 A형 간염, 장티푸스, 수막알균, 수두, 홍역-풍진-볼거리, 광견병, 황열, 폴리오 등이 있다. 이들 예방 백신은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에 맞춰 병원에서 적절한 상담을 통해 사전에 접종이 가능하다. 실제로 중앙대병원을 포함해 대다수 종합병원은 여행의학클리닉을 운영하고 있으니 이를 이용하는 게 좋다. 통상 여행 출발 4~6주 전 병원의 여행의학클리닉을 미리 방문, 전문의사와의 상담과 건강검진을 하게 되는데, 건강검진은 단기 여행인 경우 기본적인 검사가 시행되고, 장기 체류인 경우 정밀종합건강검진을 할 수 있다. 건강검진의 결과, 여행 목적지, 여행 기간에 따라서 예방 접종, 각종 질환 및 주의사항에 대한 설명 및 안내서, 여행자 상비약 처방, 영문 진단서(필요한 경우)등을 발급 받고, 귀국 후 발열 등 건강 이상 발생 시 후속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갈 때, 어떤 예방접종이 필요한가?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중남미 지역을 여행할 때 도시를 벗어나거나 장기 체류할 경우 장티푸스 예방 백신 접종을 하고 여행 전 말라리아 약을 복용해야한다. 이들 지역에서 동물과 접촉이 많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나 한 달 이상 장기간의 여행을 하는 경우에는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홍역이나 수두에 면역이 없는 경우에도 이에 대한 접종 또는 추가 접종을 해야 한다. 특히 유럽이나 미국, 사하라 사막 이남의 중부 아프리카 지역이나 중동의 시골지역을 여행 또는 장기 체류하는 경우나 게스트하우스, 유스호스텔 같이 여러 사람이 같이 쓰는 숙소를 이용하는 경우 수막구균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이들 예방 백신은 접종을 하고 3~4주쯤 지나야 병에 대항하는 항체가 최고치에 도달하기 때문에 해외여행 전 서둘러 접종을 할 필요가 있다. 해외여행 감염병 예방 건강수칙 1. 해외여행 전에 반드시 여행의학 전문가를 찾아 풍토병에 대한 상담 및 예방접종과 예방약(말라리아, 장티푸스, A형 간염, 파상풍 등) 처방을 받는다. 2. 여행 중 곤충기피제를 사용하고 긴소매 복장 등으로 벌레나 모기에물리지 않도록 주의한다. 3. 설사약과 해열제 등 여행용 상비약품을 준비한다. 4. 끓인 물이나 상품화한 물을 먹는다. 5. 현지 음식은 익힌 음식으로 잘 골라 먹어야 한다 6. 맨발 등 상처나 노출에 주의한다. 7. 강, 호수 등에서 수영이나 목욕을 하지 않는다. 8. 성관계 등 오염된 체액에 접촉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 감염내과 전문의 정진원 현 중앙대 의대 교수, 2012~2013 미국 메이요클리닉(Mayo Clinic) 교환교수 근무 대한내과학회 정회원, 대한감염학회 정회원, 대한화학요법학회 정회원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 정회원
- 2015-08-2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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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론에 대하여 PART3] 우리도 老老 상속시대에 대비해야
-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식들에게 절대 재산을 물려주지 말라. 물려주면 그때부터는 자식들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 요즘 나이든 자산가들 사이에 이런 말이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돈이라도 갖고 있어야 자식들이 자주 찾아와서 노년이 외롭지 않을 거라는 생각일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한 일본인 친구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났다. 그의 말에 의하면, 그의 큰어머니는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면서 67세의 사촌형에게 재산을 상속했다고 한다. 92세라고 하면 일본인의 평균수명을 생각할 때 특별히 오래 살았다고도 할 수 없는 나이이다. 그런데, 92세 고령자라면 그 배우자 또한 비슷한 수준의 고령자일 것이고, 자녀들도 젊어야 50대 후반이나 환갑을 넘은 나이일 것이다. 즉, 일본의 노인이 세상을 떠날 경우에는 갖고 있던 재산이 거의 확실하게 노인에게 상속된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사회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老老(노노)상속이 일본에서 그렇게 큰 문제가 된다는 것인가? 돈이 노인들 수중에서만 돌고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젊은 세대에게 흘러가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미래의 꿈을 가진 벤처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큰 이유 중의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20여년의 일본의 장기 경제불황은 ‘돈 쓰지 않는 부자 노인’과 ‘돈이 없어 소비하지 못하는 가난한 젊은 세대’라는 이중적인 사회구조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현재 일본의 60대 이상의 고령세대는 일본 전체 가계금융자산의 7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노인은 지금과 같이 100세까지 살아야 하는 시대에 언제 어떤 고생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현금을 움켜쥐고만 있다. 본인도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자녀들에게 물려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수익성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하지도 않는다. 돈 가진 세대가 소비도 안 하고 투자도 안 하니 경제 또한 활성화되지 않는다.일본의 정책당국은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많은 정책적 노력을 해왔다. 특히, 노인들 수중에서 잠자고 있는 돈이 젊은 세대에게 이전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세제 우대제도를 도입했다. 부모가 자녀들의 주택 구입자금, 교육자금, 결혼·출산·육아비용 등에 원조를 할 경우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증여세를 면제해주도록 한 것도 이런 정책적 노력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아직은 고령세대가 보유한 자산이 그다지 많지 않다. 전체 가계금융자산 중 60세 이상의 고령세대가 보유한 비율은 30%정도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715만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세대로 편입된 이후이다. 그때쯤이면 고령세대가 보유하는 가계금융자산의 비율은 50~60%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까지 정책당국의 대응책이 나오지 않고 고령세대의 인식도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판 老老상속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일본을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의 정책도 자산가들의 마음가짐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산가들은 자신들이 그 동안 재산을 축적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자신들의 능력이나 노력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지난 30~40년 동안 우리 경제가 고성장을 지속하면서 자산가격이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고성장시대의 혜택을 받은 세대로서 사회공헌 조직을 만들거나 기존의 사회공헌단체에 기부활동을 함으로써 그동안 받은 혜택을 사회에 환원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자녀들에게 재산을 상속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력을 가진 자산가라면, 그 재산을 자녀에게 상속은 할 것인지, 한다면 언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100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70세 된 자녀에게 상속을 한다면 그 재산이 생산적인 곳에 쓰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녀가 조금이라도 젊을 때,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에 투자하거나 꿈이 있는 사업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자녀의 장래를 위해서나 사회를 위해서나 훨씬 더 바람직할 것이다. 재산상속과 자녀들의 효도문제에 대해서도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자녀교육을 잘 시켜서 자녀들 스스로가 부모 공경하는 마음으로 찾아온다면 모르지만 돈을 미끼로 찾아오게 만든다면 그 노년이 얼마나 비참해지겠는가? 차라리 노부부 둘만 남았거나 사별해서 혼자되었을 경우에라도 외로움에 견딜 수 있는 능력, 고독력을 키우는 편이 보다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보유재산으로 사회공헌활동을 하거나 자녀들에게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싶어도 노부부가 몇 살까지 살게 될지 또는 노후생활비가 얼마나 들지를 예측할 수 없어서 지원을 망설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우선, 현역시절에 가입해둔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나 즉시연금, 주택연금, 농지연금 등으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본생활비 정도를 보장받을 수 있겠는지를 먼저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계산해본 결과, 이들 연금으로 기본생활비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판단이 선다면, 나머지 재산 중 일부는 안심하고 사회공헌 활동 또는 자녀 지원에 쓸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느 경우이든 고령세대 자산가들에게는 재산 축적과 사용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재산을 움켜쥐고만 있으면 이것은 국가경제를 불황에 빠뜨릴 뿐 아니라 그 불황의 여파는 다시 자신과 자녀들의 불행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 강창희 트러스톤 연금포럼 대표
- 2015-08-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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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보가 만난 사람] 여배우 이용녀, 유기견 엄마 이용녀
- 많은 강아지들 사이에서 빛나는 여배우가 있었다. 예쁜 옷을 입어 봤자 이내 강아지들 때문에 더러워진다. 제 돈을 주고 옷을 사본 지 10년이 넘는다는 여배우. 50여 마리의 강아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는 여배우. 여배우 이용녀(李龍女·60)의 삶은 특별하다. 경기 하남시 초일동. 이용녀의 집 근처에 들어서자 주위와는 다른 아우라를 뿜는 집 한 채가 눈에 띈다. 굳이 스마트폰 지도를 뒤지지 않아도 동네에 울려 퍼지는 강아지 소리가 ‘배우 이용녀와 아이들’이 있는 공간임을 짐작케 했다.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자마자 50여 마리의 환영견파(?)가 기자를 격하게 맞이한다. 환영을 하는 것인지 경계를 하는 것인지 분간하기는 힘들었지만, 그 북적거림이 왠지 모르게 좋은 기운을 내뿜었다. 어떤 녀석은 앞다리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적극적으로 환영하기도 하고, 어떤 녀석은 그녀를 해할까 끊임없이 냄새로 기자를 탐색한다. 쉽게 집 안으로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쉴 새 없이 장난을 거는 통에 좀처럼 진입하기 힘든 ‘용녀씨네’였다. 이들은 사람에게 한 번 버려졌다는 상처를 안고 있는 유기견이다. ‘친절한 용녀씨네’라는 팻말을 걸고 이들을 보호하고 있는 사람은 배우 이용녀.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이 가녀린 여배우가 바로 50여 마리 유기견의 ‘어머니’다. ◇ 유기견을 위한 삶의 시작 “10년 전쯤이었어요. 길가에서 시추 한 마리가 눈이 터져서 낑낑대고 있는 거예요. 동네 꼬마들이 던진 돌에 맞은 거죠. 버려진 아이라는 것을 알고,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 주었어요. 병원에 가니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군요. 인터넷을 찾아보면 이런 녀석들이 수두룩하다고요.” 이용녀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부터 집 앞마당에서 닭, 토끼, 강아지 등의 동물과 몸을 부비며 살아 왔던 터라 유기한다는 것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에게 동물은 동시대를 함께 사는 같은 생명일 뿐이었다. “인터넷을 뒤져보라”는 수의사의 한마디는 이용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그저 귀여운 것으로만 생각했던 강아지였지만, 그 귀여움 속에 감쳐진 이면에 참혹한 현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유기견의 실상이 참혹하더군요. 번식장에서 새끼만 낳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육되는 녀석이 많다는 것이 충격이었죠. 유기견 보호센터에서 1주일만 있으면 안락사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자꾸 이놈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그때부터였다. 자신보다 유기견을 위한 공간이 더 커지기 시작한것이. 금호동에서 왕십리를 거쳐 하남시 풍산동에서 지금의 초일동까지 이사를 하면서 가장 크게 고려했던 입지 조건 역시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뛰놀며 살 수 있나’였다. 그녀의 생활을 위한 공간이라곤 잠을 청할 수 있는 침실과 드레스 룸뿐. 그 외에 큰 거실과 마당은 모두 녀석들 차지다. 120마리였던 유기견들도 이제 절반이 줄어 50여 마리뿐이지만 시끌벅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기자도 그곳에서 유기견들과 몸을 부비다보니, 그들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았다. 사람의 사랑을 갈구하는 눈빛과 꼬리의 활발한 움직임으로 펼치는 애교는 유기견에 대한 연민과 호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용녀도 그때 같은 마음이었을까. “어린 시절부터 군인 아버지 덕분에 마당있는 집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았어요. 동물을 좋아하셔서 늘 마당에 닭, 토끼, 강아지들과 함께 살았죠. 그래서 동물과 친근한 건 사실이지만, 제가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이렇게 생활하는 것은 아니에요. 이 시대를 사는 똑같은 생물로서의 미안함 때문이죠. 동물과 사람은 상하관계가 아니랍니다. 인간에게 버려진 동물에게 너무 미안해 몇 마리라도 좋은 사람에게 보내주기 위해 유기견을 보호 하고 있는 것입니다.” ◇ 개고기, 알고 드시는 건가요? 유독 그녀의 자동차가 눈에 띄었다. 여배우의 차라고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이곳저곳에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가 정신없어 보일 정도였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귀여운 캐릭터의 강아지가 ‘나는 먹는 것이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있다. 작은 행동이지만 그렇게 그녀는 개고기를 먹지 말라는 소신을 생활 속에서 내비치고 있었다. “개고기가 정말 사람에게 좋은 것일까요? 물론 고기는 단백질이 많아서 사람의 기력을 회복하는 데 좋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개고기에 쓰이는 개들이 몸에 좋을지는 의문입니다. 그 개들은 고기가 필요할 때 바로 죽여야 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항생제를 투여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높은 온도가 돼도 없어지지 않아 개고기를 먹을 때 결국 항생제도 같이 먹게 되는 것이죠.” 이 이야기를 꺼내는 그녀는 매우 조심스러웠다. 분명 “왜 개고기만 가지고 그러느냐”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유기견 보호소나 개고기를 위한 사육장을 다니며 확신했다. 그 좁은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 온 개들은 정신적으로 피폐할 수밖에 없고, 그것을 그대로 먹는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녀는 이런 점을 이야기하면서도, 먹겠다는 사람에게 윽박지르거나 비난하지는 않는다. 고기가 사람의 기력을 회복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저는 먹는 것은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고기도 알고 먹어야 하지 않을까요? 건강한 환경에서 사육된 고기를 먹어야, 사람의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지 않겠어요?” ◇ 영화 와 영화배우 이용녀 극중에서 캐릭터가 쎈 역할을 많이 탓인지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오해가 많다. ‘기가 셀 것이다’, ‘차가울 것이다’ 등의 이미지적 측면의 오해 말이다. 하지만 이런 오해는 그녀가 작품의 ‘신 스틸러’로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극으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색깔이 뚜렷한 배우라는 뜻이니 말이다. 사실 그녀는 연극에 대한 애착이 매우 강하다. 연극계에 들어서자마자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큰 무대에 선 자신을 “참 운 좋은 배우”였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연극계에서의 폭 넓은 활약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영화에 대한 제의도 여러 차례 고사했다. 영화를 할 준비도 안 돼 있었고, 하고 싶다는 열정 또한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녀가 영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왕가위 감독의 영화 를 본 이후였다. “‘이런 영화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본 영화였어요. 정말 충격적이었죠. 처절한 외로움 속에 살다가 벗어난 주인공들의 동질감과 소소한 행복을 배우들이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더라고요.” 이 영화를 본 후 불현듯 영화를 하고 싶다는 열정이 피어올랐다. 연극계에서 잔뼈가 굵었던 그녀도 영화를 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오디션에 뛰어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였다. 영화 로 세계적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본 오디션에서 합격한 그녀는 명품 조연으로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빛내고 있다. 이제 60세의 여배우는 새로운 도전을 꿈꾼다. 유기견 어머니라는 삶을 위해 배우 이용녀로서의 삶은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했다. 작품 선택과 역할 선택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유기견 어머니와 동시에 배우 이용녀이고 싶다. “지금은 들어오는 작품이나 역할을 가릴 상황이 아니에요. 이 친구들과 함께 살려면 어떤 작품이라도 해야죠.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겠죠. 관객들에게 인생에 대해 편안하게 보여 줄 수 있고,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습니다. 내면 연기를 통해 인물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네요.” △ ‘친절한 용녀씨네’ 강아지를 입양하고 싶다면 “이용녀 선생님에게서 2년 전 마르티즈를 입양 받았어요. 정말 까다롭게 입양을 해주시더라고요. 또 한 번 주인에게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그런 것이겠죠.” 인터뷰 날 방문했던 손님이 기자에게 귀띔을 해 주었다. 그녀는 분양을 해 줄 때에도 선택의 우선순위를 ‘책임을 끝까지 질 수 있느냐’하는 것에 둔다. 그래서 입양을 할 사람의 인적사항을 확실하게 따진다. 또한 이전에 강아지를 키운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물어본 후, 한 달 간 입양할 사람에게 키우도록 한다. 이후 자격 여부를 엄격히 따져 분양을 한다. 입양을 하고 싶다면? Daum카페 ‘이웃들 시즌2 (이용녀와 함께 웃는 멍이와 냥이들)’을 검색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녀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다.
- 2015-08-11 2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