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면세점 매출액은 30%에 가까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그 기반은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화장품이다. 올해 국내 화장품기업은 중국의 규제로 고전한 가운데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와 럭셔리 K뷰티만이 면세점 성장을 주도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홍콩 지역 리스크 확대와 일본향 관광객 감소, 엔화 강세, 달러 환율 상승 및 원·위안화 약세로 한국 면세점의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 면세 호조와 함께 화장품의 비중도 자연스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적으로 아모레퍼시픽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관심을 가져 볼 만하다. 현재 이들 기업의 투자가치가 눈에 띄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저점 매수 관점에서 접근하면 수익을 기대해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아모레퍼시픽: 저점 매수 관점에서의 접근 가능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가 여전히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고정비 부담으로 중국 현지의 이익률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내년에는 기대해 볼 만한 긍정적인 성과들이 확인돼 눈길을 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1일 중국의 광군절 행사에서 화장품 거래액 기준 톱10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이 행사에서 매출액은 전년 대비 81%를 시현했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인 설화수는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모레퍼시픽은 럭셔리 브랜드 유통망을 확장하고 대대적 마케팅을 진행 중이라 당장은 어려워도 이익 추정치의 상향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면세점과 중국 및 글로벌 전략, 디지털 전략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상반기부터 강행한 △핵심 취급품목 효율화 △신제품 강화 △디지털마케팅 투자를 바탕으로 일부 성과가 확인됐다. 이와 함께 국내는 백화점 방문판매와 아리따움 중심으로 질적 성장 전략을 위한 구조조정 중이다. 해외전략 역시 중국 이니스프리의 채널 제고에 따른 브랜드 개선에 주력할 전망이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완벽하진 않아도 점차 기존 채널의 효율을 높임에 따른 마진 개선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라며 “주가는 지속해서 바닥을 확인하고 있어 저점 매수 관점에서의 접근이 가능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안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설화수 중심의 럭셔리라인 개선과 국내 구조조정의 일부 가시화 확인됐다”며 “4분기 알리바바 및 JD닷컴과의 브랜드 제휴 강화에 근거할 때 내년 중국의 성장성 개선으로 밸류에이션 회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DB금융투자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와 목표주가 23만 원을 유지했다. IBK투자증권 역시 ‘매수’와 22만 원을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일 전 거래일 대비 1500원(0.75%) 오른 20만1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17일부터 4거래일째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메이저 화장품기업으로 도약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실적 모멘텀이 가장 탄력적인 브랜드업체다. 중장기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방향은 자체 브랜드 사업 및 패션 외 사업 다각화다. 화장품, 생활용품에서 유통망을 활용한 브랜드 확장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화장품부문은 올해부터 유의미한 성장을 기록하며 화장품업체별 이익 규모 기준 국내 5~10위권으로 예상된다. 메이저 화장품업체로 도약하는 시점이다. 중장기적으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화장품, 그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자체 브랜드사업 강화 기조를 들여다봐야 한다.
내년에는 고가 브랜드인 ‘연작’ 마케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또 상반기 로이비와 하반기 럭셔리 스킨케어 출시로 브랜드 확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게다가 국내외 면세점, 중국 내수몰 등으로 판매 채널 다각화를 계획 중이라 이에 따른 시너지도 기대된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내년 화장품부문 매출 전망은 전년 대비 20% 증가한 4400억 원대인데 연작에 대한 가정은 400억원”이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이 목표 달성 시 실적 상향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대표이사 변경이 있었지만 주가에 영향력이 큰 코스메틱부문에는 변화가 없을 예정이다.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을 담당하던 차정호 대표이사는 신세계백화점의 장재영 신세계 대표이사와 자리를 맞바꿨는데 코스메틱부문을 담당하던 이길한 대표는 그대로 남아 있어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호조 등으로 주가 하락 가능성 높지 않은 현 상황에서 신세계인터내셔날 신규 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을 가져볼 만하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1만 원을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매수’와 목표주가 27만 원을 유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지난 20일 주가는 종가 기준 22만 원이다.
정부가 집값 과열을 막기 위해 ‘12·16 부동산 종합 대책’을 꺼내자 은행주들은 즉각 반응했다. 대출, 세제, 청약 등을 강력하게 옥죄는 초강력 부동산 대책에 신한지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은행주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선 것.
그럼에도 증권가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으로 봤다. 은행주는 이익 안정성이 높고 밸류에이션이 가치 대비 낮은 데가 전향적 배당정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돼 투자 대상으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것이 증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에 발표된 규제는 부동산시장 통제로서 제재강도가 높지만 은행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규제 관련 노이즈가 계속 발생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투자매력도가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부동산대책 여파···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 16일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자 신한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1250원(-2.74%) 떨어진 4만4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날 KB금융도 전 거래일 대비 950원(-1.90%) 하락한 4만9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역시 전 거래일 대비 각각 950원(-2.46%), 200원(-1.65%) 내려간 3만7650원, 1만195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은행주의 하락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다음날인 17일 신한지주(-0.11%), KB금융(-2.24), 하나금융지주(-0.40%), 우리금융지주(-0.84%)는 종가 기준으로 전날 떨어진 낙폭을 줄이더니 18일과 19일 2거래일에는 보란 듯이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18일과 19일 신한지주는 4만5300원과 4만5450원으로 각각 전 거래일 대비 950원(2.14%), 150원(0.33%)이 오르며 16일 하락한 주가를 대부분 회복했다. KB금융도 18일 4만9400원으로 전날보다 1450원(3.02%)이 오른 주가로 장을 마감했다. 19일에는 주가 변동이 없었다.
하나금융지주는 18일에 900원(2.40%)이 상승한 3만8400원, 19일에 200원(0.52%)이 상승한 3만8600원에 거래를 마치며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빠졌던 주가를 모두 회복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같은 기간에 각각 1만1900원, 1만2000원으로 50원(0.42%), 100원(0.84%) 오른 가격에 장을 마감했다.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 크지 않을 듯
이렇듯 다시 상승세를 탄 은행주들은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빠졌던 주가를 대부분 회복했다. 이를 예상한 듯 증권사들은 은행주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을 내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부동산 대책 가운데 은행업에 주로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투기적 대출수요 규제 강화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및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강화 △시가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민간보증(서울보증보험) 제한 및 2주택 이상 차주의 전세대출 회수 등이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부동산 대책이 대부분 신규대출에 한정돼 은행의 대출 성장과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 최근 은행들은 자본비율이 높은 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등 자율적인 배당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고난도 금융상품의 일부 판매를 허용하는 등 배당과 규제에서 자유로워지는 모습은 은행주에 대한 우려를 줄인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대출의 경우 부동산임대업대출 취급강화를 감안해도 내년엔 5% 이상 증가할 것이다. 가계대출의 경우 실수요자 중심의 수요가 견조한 전세자금대출이 내년에도 15% 내외의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이어 “순이자마진(NIM)은 최근 우호적인 금리여건으로 내년 상반기에 상승 반전이 예상된다”며 “최근 자사주 소각과 전향적 배당정책 고려와 같은 주주친화정책 강화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은행주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하고 신한지주(6만 원), KB금융(6만 원), 하나금융지주(5만5000원), 우리금융지주(1만7000원)의 목표주가를 설정했다. 대신증권도 이들 은행주의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제시하고 신한지주(5만5000원), KB금융(6만 원), 하나금융지주(4만5000원), 우리금융지주(1만6000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연일 장중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투자심리가 최근 다시 살아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 따르면 D램의 가격 하락세가 축소되면서 내년엔 상승세 전환이 예상된다. 낸드는 이미 업황 반등에 따른 가격 상승 사이클에 진입했다. 또 내년 폴더블스마트폰 판매량은 600만~800만대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자들이 주가 고점을 잡기 위해 눈치를 살피는 이유다.
◇메모리업황 선도하는 삼성전자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올 4분기 매출액을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한 60조8000억 원, 영업이익을 38.7% 감소한 6조6000억 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 부진 요인으로 LCD부문의 매출 감소와 연말 비수기 진입에 따른 12월 중소형 OLED패널 판매 감소를 꼽았다. 하지만 내년에는 실적 호조를 예상했다. DB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내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각각 3.6%, 32.3% 성장한 239조 원, 36조 원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부문의 호실적이 기대된다. 반도체 재고 수준이 올 3분기부터 감소하면서 가격 하락세가 멈춤에 따라 내년 중순에는 업황이 회복될 가능성이 열렸다. 증권 전문가들은 반도체부문이 D램 가격 상승 기대감을 비롯해 낸드의 수익성 개선 확인 등의 요인을 안고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했다.
5G 스마트폰과 갤럭시폴드의 판매 호조 기대감은 삼성디스플레이의 가동률 상승으로 대응될 전망이다. 결국 내년에는 삼성디스플레이 기존 라인 가동률 상승에 따른 부품, 후공정모듈, 소재업체의 수혜가 본격화된다는 분석이다.
어규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는 메모리업황 선도와 폴더블 및 5G 스마트폰시장 개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까지 폴더블패널을 독점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 연구원은 “결국 삼성전자가 없으면 2020년 키워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DB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은 삼성전자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평가하고 각각 목표주가 6만 원, 6만5000원을 제시했다. 삼성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6만 원을 내놨다. 이달 초 5만400원이었던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8일 5900원(11.7%) 오른 5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날 장중 한때 5만7200원까지 올라 지난 13일 이후 4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썼다.
◇SK하이닉스, 윈도7 종료 수혜
DB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올 4분기 매출액을 전년 대비 30.1% 감소한 6조9600억 원, 영업이익을 89.6% 줄어든 4590억 원으로 예상했다. 올해는 연간 2조9000억 원 내외의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4분기를 기점으로 업황이 턴어라운드에 진입하며 내년 연간 매출액은 29조2000억 원, 영업이익은 6조 원으로 각각 8.1%, 105.9%의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내년 상반기 기대되는 수요 이벤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7 지원 종료와 5G 본격화를 꼽을 수 있다. 내년 1월 4일 윈도7 지원이 종료되며 상당수의 기업들이 사용 중인 PC를 업그레이드하거나 교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 윈도XP 지원 종료 당시 메모리 수요가 양호했던 바 있다. 또 내년 상반기는 일본, 러시아, 독일 등이 5G 상용화를 시작하며 글로벌 5G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은 내년 5G 스마트폰 출하량을 3억2000대 정도로 추정했다.
D램은 현물 가격 상승이 재고 축적을 촉진해 내년 1분기 수요가 비수기답지 않게 양호할 전망이다. 수요처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재고를 축적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달 시작된 PC D램 현물가격 상승으로 서버 D램 계약 가격 협상에 인상 여지가 생겨 공급사 입장에서는 긍정적”며 “지난주 중반부터 서버 D램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8일 하나금융투자는 D램 가격 인상이 예상보다 빠른 내년 1분기부터 전개될 것으로 보고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11만2000원으로 상향했다. DB금융투자와 NH투자증권은 각각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0만 원을 내놨다. 이달 초 8만500원이었던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18일 1만2500원(15.5%) 오른 9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날 장중 한때 9만4500원까지 올라 지난 13일 이후 4거래일 연속 52주 신고가를 기록했다.
2019년 제약·바이오업계는 어려운 한 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2일 2041.59였던 코스피 200 헬스케어지수는 지난 8월 6일 1412.55로 30.8% 하락했다. 기대감이 높았던 굵직한 기업들의 임상 실패나 기술계약 반환 등 잇단 악재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이후 변화된 흐름이 감지된다. 바닥을 찍은 헬스케어지수는 4개월여 기간이 흐른 17일 현재 1789.67로 올라왔다. 완전히 회복하진 않았지만 이를 두고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제약·바이오업계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분석한다. 폭풍이 지나가면 맑은 하늘이 뒤따르는 법. 2020년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거나 호재를 품은 기업들이 보이는 만큼 안정적인 투자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최근 주가 상승세에 올라 탄 ‘동아에스티’와 ‘유한양행’에 주목한다.
◇동아에스티: 52주 신고가 경신··· 체질 개선 주목
동아에스티의 내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6272억 원이 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11.5% 줄어든 543억 원이 예상되지만 올해 일회성 수익을 제외하면 10% 수준의 성장이 기대된다. 삼성증권은 △라니티딘 대체약(스타틴, 가스터 등) 수혜 △공동 판매를 통한 매출 확대 △전문의약품(ETC) 안정적 성장 △수출 규모 증가 △시벡스트로 처방 확대에 따른 로열티 증가 등의 요인으로 동아에스티의 내년 실적을 추산했다.
특히 지난 9월 라니티딘 제제 판매 중지로 라니티딘 단일제 큐란, 알비스 제네릭 더블원 등을 팔 수 없게 되면서 동아에스티 제품이 공백을 채울 것으로 예상된다. 병·의원 채널망을 보유한 타 제약사와 공동 판매 계약을 체결한 점도 눈길을 끈다. CJ헬스케어와 당뇨치료제 슈가논, 슈가메트 공동 판매를 시작했고 소화기치료제 경쟁력 확대를 위해 일동제약과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에 이어 소화성궤양치료제 동아가스터정의 공동 판매를 개시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는 전년 동기 일회성 수익으로 기저가 높지만 본업에서의 체질 개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연내 자회사 뉴로보의 나스닥 상장이 예정됐고 애브비의 MerTK 저해제 전임상 도입, 아스트라제네카와 면역항암제 공동 개발 등 관련 모멘텀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은 동아에스티에 대한 투자의견으로 ‘매수’를 제시하고 목표주가를 14만9000원으로 2.1% 상향 조정했다. NH투자증권 역시 투자의견 ‘매수’와 13만 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유안타증권은 ‘매수’와 목표주가 12만 원을 제시했다. 동아에스티 주가는 지난 17일 11만45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쓰며 거래를 마쳤다.
◇유한양행: 잘 파는 기업에서 잘 만드는 기업으로
유한양행의 내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11.1% 증가한 1조6717억 원, 영업이익은 442.3% 늘어난 835억 원이 될 전망이다. SK증권은 올해 역성장세를 시현한 ETC부문이 내년에는 영업력 강화로 9.2%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며 유한양행의 실적을 예측했다. 임상 진전에 따라 내년에 900억 원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돼 실적 개선세를 견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한양행은 지난 12일 비소세포폐암 신약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의 1차 치료제 임상3상 시험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레이저티닙의 다국가 임상개발 착수가 가능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유한양행이 시판 허가와 국내 임상3상을 동시에 준비해 연내 1차 치료제 임상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저티닙 1차 치료제 임상3상은 타그리소가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 임상과 매우 유사하다.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한 티그리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18억6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5% 증가했다. 레이저티닙도 티그리소와 마찬가지로 기존 1차 치료제인 이레사 대비 비교 우위의 임상결과를 획득하면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이 확대된다. 2024년 58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타그리소시장에서 차지할 레이저티닙의 점유율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유한양행은 3건의 글로벌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음에도 주가는 지지부진했다”며 “연구개발(R&D) 모멘텀이 발생할 때마다 유한양행의 주가 업사이드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유한양행의 투자의견으로 ‘매수’와 목표주가 35만 원을 제시했다. SK증권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0만 원을 유지했다. 신영증권도 ‘매수’와 30만 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유한양행의 주가는 지난 17일 종가기준 23만6000원이다.
대한민국 대중부유층의 57%는 노후 예상소득으로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하지만 은퇴 후에도 경제활동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중부유층은 중산층보다는 부유하면서 기존의 PB서비스 대상 고액자산가보다는 자산이 적은 계층을 의미한다.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자산관리 고객 분석 보고서 시리즈의 일환으로 발간한 ‘대중부유층의 희망 노후생활과 준비현황’, ‘대중부유층의 자산 포트폴리오와 자산관리 니즈’ 보고서에서 이 같은 조사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가구 연소득 6800만~1억2000만 원(세전)인 가정을 대중부유층으로 정의하고 이 기준에 해당하는 전국 4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8~9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자의 평균 총자산은 6억5205만 원으로 이 중 77.3%(5억3295만 원)가 부동산자산이며 금융자산은 1억150만 원(19.4%)을 차지했다.
응답자의 57.0%는 노후 예상소득으로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중부유층이 응답한 노후의 월 필수생활비는 가구 기준 225만원이다. 필수생활비를 포함한 여유생활비는 374만원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91.5%는 예상소득으로 필수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고 57.0%는 여유생활비까지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예상소득이 여유생활비보다 적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노후준비가 부족한 사유를 조사한 결과 교육비 지출(23.8%), 높은 주택구입 비용(20.4%) 등이 답변으로 나왔다.
노후준비 정도를 자가평가한 ‘노후준비 스코어’는 5점 만점에 평균 3.5점으로 대중부유층은 노후가 ‘보통’ 정도 준비됐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사회적 관계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인 반면 경제적 준비에는 낮은 점수를 부여했다. 경제, 관계, 건강, 자아실현 중 경제적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반면 스스로의 경제적 노후 준비 정도는 3.4점으로 4가지 요소 중 가장 낮게 평가했다. 가족·사회적 관계에 대한 준비 정도가 3.7점으로 가장 높았으며 자아실현과 건강에 대한 준비 정도는 3.5점이었다.
대중부유층의 노년기 희망 라이프스타일은 경제형, 레저형, 자기개발형 순으로 응답자의 절대 다수는 공식적인 은퇴 후에도 능동적인 생활을 희망했다. ‘본격적인 은퇴 이후에도 여력이 닿는 한 경제활동을 지속하겠다’(경제형, 35.3%)는 응답자가 ‘취미나 문화생활을 즐기겠다’(레저형, 32.4%)는 응답자보다 많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삶(자기계발형, 15.6%), 전원 등에서 편하게 쉬는 삶(안식형, 11.6%), 손자녀 양육이나 사회 봉사활동에 주력하는 삶(봉사형, 5.3%)은 다소 낮은 선호도를 보였다.
노후 예상 소득의 원천으로 연금(공적, 개인, 퇴직, 주택연금)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았으며 연금 중에서는 공적연금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공적연금 의존도 60.9%, 주택연금 15.3%, 개인연금 15.2%, 퇴직연금 8.7%를 차지했다. 44.9%의 응답자는 노후에 주거용 부동산을 주택연금에 가입해 활용하겠다고 답변했다. 응답자들은 3~5년 내에 부동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금융자산 중에는 연금, 저축성보험 상품의 비중 증가를 계획하고 있었다.
대중부유층의 자산형성 목적은 노후준비와 현재의 여유 있는 소비, 자녀에 대한 지원이며 응답자의 77.6%가 연 3~7%의 수익률을 기대했다. 자산 관리의 목적으로 노후준비를 답한 비율이 31.4%로 가장 높았으며 생활비의 여유 있는 지출이 25.2%, 교육 등 자녀를 위한 지원이 21.0%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기대 수익률로 3~4%대를 답한 응답자가 전체의 38.9%, 5~7%대를 답한 응답자가 38.7%로 현재 금리 수준과 응답자들의 안전자산 위주 포트폴리오 고려 시 가능한 수준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로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지만 증권가에선 건설업종 투자에 대해 여전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올해 건설사들이 비교적 선방한 실적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것. 오히려 낮아진 기대치를 활용하면 충분히 투자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건설주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영향과 부진한 해외 수주 등으로 지난 7월 초부터 가라앉았다. 하지만 한국 설계조달시공(EPC)기업의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이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입찰 파이프라인은 수주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통상 해외 수주는 통상 하반기에 집중되는 ‘상저하고’의 흐름일 보이지만 내년에는 ‘상고하저’의 흐름이 나타날 전망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까지 집중된 해외 수주 파이프라인뿐만 아니라 수주 확정 여부가 이연된 프로젝트도 여럿 존재한다”며 내년 해외 수주 측면에서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기대되는 내년 해외 수주 ‘청신호’
현대건설은 내년 별도기준 7조8000억 원의 해외수주를 달성하면서 수주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강점을 지닌 업스트림(상류부) 분야의 입찰이 활발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미 다수의 프로젝트 입찰을 끝내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또한 제한경쟁이 일반화된 이라크 시장 입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내년 상반기 중 카타르 North Field LNG PKG 1&2(회사분 80억 달러) 입찰이 마무리되는 만큼 내년에도 양호한 수주성과가 점쳐진다.
올해 다소 주춤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해외 수주도 내년에 6조8000억 원으로 늘어 다시 수주잔고 성장을 이끌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말레이시아 Methanol(10억 달러), 미국 PTTGC ECC(12억 달러), 멕시코 PEMEX 정유(35억 달러), 우즈벡 비료공장(8억 달러) 등 EPC 선행작업을 이미 수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다수 존재한다. 또 이집트 EPPC Portsaid PDH/PP(8억 달러), 이집트 Sidpec PDH/PP(15억 달러), 이라크 Zubair DGS(5억 달러) 등이 입찰을 이미 완료한 상태인 만큼 내년에는 큰 폭의 수주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당분간 삼성엔지니어링의 차별적인 주가 퍼포먼스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12월 현재 중동 내 입찰안건은 현재삼성엔지니어링, 현대건설, GS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순으로 많다.
김선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중동지역까지 고려하면 입찰규모는 더 확대되겠지만 업체별 순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며 “이를 기반으로 내년 해외 수주 가이던스가 올해 실적 대비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곳은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일하다”고 분석했다.
한편 KB증권은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을 업종 내 ‘최선호주’로 추천하고 각각 5만9000원, 2만3000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KTB투자증권도 투자의견 ‘매수’와 각각 6만2000원, 2만4000원의 목표주가를 내놨다. 현대건설과 삼성엔지니어링 주가는 지난 16일 각각 4만3150원, 1만9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최근 11월 실적을 공개한 신세계와 이마트에 대해 증권사들이 잇따라 ‘매수’ 의견을 내놓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0.9를 기록해 낙관적으로 돌아섰고 내년 한·중 관계 개선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이들 종목의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 명품 브랜드 라인업 강점
먼저 신세계의 11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지만 전월 대비로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심을 가질 만한 투자포인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의 11월 별도기준 매출 14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했다. 총매출액도 3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줄었다. 다만 전월 대비로는 상승세가 엿보인다. 10월 별도기준 매출 1377억원보다 2.6% 증가했고 총매출액도 3536억원보다 8.0% 늘었다.
무엇보다 부문별 실적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신세계 기존점의 11월 성장률은 10.8%를 기록했다. 한파에 따른 의류 매출이 회복되면서 양호한 실적을 낸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도 눈에 띄게 성장한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내년 소득 양극화와 소비패턴 변화 등으로 명품 매출의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명품 매출 비중이 30%로 가장 높다. 연소비 2000만원 이상 2% 고객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한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트리니티고객 999명 순위제, 레드·블랙으로 VIP 구간확대가 신세계의 객단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대구점까지 에르메스가 들어오면서 모든 점포에 명품을 입점시켰고 수입의류, 남성·아동스포츠 등에서도 증가율을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다른 백화점들이 고전하는 화장품부문에서도 신세계는 매출을 늘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면세점사업과 브랜드 MD는 물론 재무에도 밝은 차정호 대표이사 선임은 신세계사업의 수익성 제고에 한창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차 대표는 삼성물산, 호텔신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이사를 지낸 바 있다.
양지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명품 브랜드 라인업 강점을 바탕으로 백화점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기존점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높여갈 전망이다. 내년 시내 면세점의 경쟁 강도 완화와 공항 면세점의 효율성 개선에 따른 고정비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세계를 관심종목으로 지목했다.
특히 하나금융투자는 신세계를 업종 내 최선호주로 평가하고 목표주가를 35만원으로 제시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36만원을 내놨다. 신세계 주가는 지난 13일 종가기준 29만1500원이다.
◇이마트: 수그러드는 부정적 요인
이마트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소비자물가 하락세와 온라인 침투율 증가의 부정적 영향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의 11월 별도기준 매출은 1조7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총매출액도 1조20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늘었다. 전월과 비교해도 실적은 긍정적이다. 10월 별도기준 매출 1조234억원, 총매출 1조1439억원보다 각각 5.5% 증가했다.
긍정적인 실적을 거둔 이마트는 내년에도 소비자물가 및 심리지수 개선과 쿠팡의 외형 성장 속도조절, 차입금 감소 등으로 성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0.2% 오르며 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정부는 연말에 0% 중반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또 쿠팡은 앞으로 공격적인 직매입 확대보다 수수료 수익 강화와 효율적 운영을 통한 택배단가 하락에 초점을 둘 가능성 높다.
쓱배송을 필두로 온라인 매출 성장도 예상된다. 이마트는 온라인시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올초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합병해 SSG.COM을 출범시켰다. 출범 초기인 점을 감안했을 때 올 4분기부터 성장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초 쓱데이 행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했고 이달에는 온라인전용 물류센터인 NEO3센터가 가동되기 때문이다.
신규 CEO 부임으로 체질개선도 기대된다. 강희석 신임 대표는 과거 월마트 컨설팅을 담당했던 경험이 있다. 월마트 컨설팅 경험을 이마트에 접목시킨다면 온라인시대에 적합한 유통업체로 변신이 가능할 수 있다. 또한 체질개선의 일환으로 전문점사업부나 제주소주 등 적자사업부의 폐점 또는 사업축소가 빨라지면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차입금 감소도 예상된다. 이마트는 지난 10월 이마트 13개점에 대한 자산유동화를 통해 약 950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확보한 자금은 자사주 매입을 위한 1000억원을 제외하면 대부분 차입금 상환에 사용될 예정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운용리스를 제외한 이마트의 차입금은 올 3분기 말 기준 약 3조7000억원”이라며 “자산유동화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상환에 사용하면 차입금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이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이마트에 대한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6만5000원을 각각 유지했다. 미래에셋대우는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9만원으로 이마트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지난 13일 종가기준 이마트 주가는 13만1500원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1%대 정기예금 수익률은 제로금리 시대로 접어들었다. 직장 다니며 어렵게 모은 노후자금을 안전한 정기예금에 넣어도 매월 손에 쥐어지는 예금이자로는 안정적인 노후생활이 불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과 펀드 투자를 고민해보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칫하면 평생 땀 흘려 어렵게 모은 자금을 한순간에 날려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낮은 정기예금 수익률 때문에 채권에 투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국내 채권 투자 수익률은 정기예금 대비 약간 높은 편이지만 2%대 수익률밖에 안 돼 노후생활자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기에 세금까지 제하고 나면 채권이자는 더 줄어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해외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핫이슈로 떠오른 상품이 있다. 바로 브라질 해외 채권 이다.
해외 채권 투자 시 장단점과 리스크를 점검하면 좀 더 현명하게 은퇴자금을 굴릴 수 있다. 장점은 정기예금+α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 국채 투자는 안정적이고, 브라질 국채 등 이머징 국가 채권 투자는 선진국 국채 대비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브라질 국채의 정기예금 환산수익률은 2019년 11월 기준 5%대다. 발생한 투자 이익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지만 헤알화 환율 변동에 따라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자신의 투자 성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 20년간의 헤알화 환율 변동을 관찰해보면 10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고 있다. 2010년 헤알화 환율은 700원대, 2019년 11월 기준 시점은 280원대 전후로 많이 하락한 상황이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달러로 바꿔 다시 브라질 헤알화로 매입해야 한다. 그래서 투자 시점에 헤알화 환율이 약세일수록 유리하다. 즉 헤알화 환율 300원대보다 280원대에 가입하는 것이 더 낫다. 달러 환율도 예를 들면 1200원대보다 1150원대로 떨어졌을 때가 더 좋다. 다만 향후 브라질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므로 더 내려가기 전에 투자하는 게 이롭다.
브라질 국채에 투자할 때는 채권 만기가 1~2년 짧게 남아 있는 상품보다는 5년 이상 긴 채권에 투자해야 시장의 위험성을 대비할 수 있다. 만약 브라질 국채에 투자한 후 헤알화 환율도 내려가고 달러 환율도 내려가면 손해를 볼 수 있는데, 채권 만기가 길면 매년 지급되는 이자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매년 1월과 7월 브라질 국채 투자 이자가 지급되므로 가입 시 채권수익률이 5%일 경우 10년간 이자수익은 50%가 된다. 장기투자 시 손실이 나도 이자수익으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해외 채권 투자자 중 자녀 증여용으로 브라질 국채 투자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예를 들어 자녀가 2명인 투자자의 경우 브라질 국채에 2억 원을 투자해 5년간은 이자수익을 받아 쓰다가 이후에는 자녀에게 각각 1억 원씩 증여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물론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중간에 매도해 투자이익을 실현해도 된다.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 환율 하락, 달러 환율 하락 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장단점을 잘 살펴 대응하면 저금리 시대에 괜찮은 투자 상품이 될 수 있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성향의 투자자는 미국 등 선진국 국채에 투자하거나 해외 채권 ETF를 활용하는 게 좋다. 노후자금이 적으면 소액투자와 분산투자도 가능하다.
브라질 국채 등 이머징 국가 채권에 투자할 때는 전체 금융자산에서 어느 정도 비중으로 투자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쏠림 투자를 방지할 수 있다. 투자 시점 역시 헤알화 환율과 달러 환율 기준을 세워 판단해야 한다. 시장 상황은 계속 변한다. 노후자금을 잘 관리하고 투자 시 위험성을 줄이려면 믿을 만한 금융전문가와의 정기적인 상담이 매우 중요하다.
신동일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
VVIP 자산관리팀장을 역임했다. 20년 이상 국민은행에서 퇴직연금과 PB를 담당했다. 자수성가한 100억대 부자들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 ‘한국의 슈퍼리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저서로 ‘슈퍼리치의 메모’, ‘부자의 선택’, ‘마흔의 역전’, ‘한국의 슈퍼리치’, ‘슈퍼리치의 습관’, ‘한국의 장사꾼들’이 있다. 현재 ‘신동일꿈발전소’를 운영하며 ‘행복한 부자 되기’ 꿈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최근 약보합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5~6일 양일간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비OPEC 산유국에서 내년 3월까지 일평균 50만배럴 추가 감산을 결의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산유국들은 같은해 10월 생산량 대비 120만배럴/일 감산을 결의한 데 이은 추가 감산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대비 내년 3월의 감산량은 170만배럴/일로 증가한다. 이는 2020년 글로벌 수요 예상치의 약 1.7%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당초 시장 참여자들은 기존 120만배럴/일 감산이 유지되고 사우디가 아람코 상장 이후 주도적인 감산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산유국 회의의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추가 감산 부분인 50만배럴/일은 내년 1~3분기 예상 초과공급분에 상응하는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배경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우리는 2019~2020년 말 브렌트유 전망을 기존 60달러에서 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며 “내년 상반기 중 △글로벌 수요회복 기대 △무역분쟁 봉합 △더딘 미국 셰일오일 생산 확대 등이 맞물리면서 상대적으로 국제유가 상승 압력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애석한 사실 하나 귀띔하고 그의 귀농 이야기를 시작해야겠다. 귀농 7년 차. 농사도 살림도 어언 자리 잡힐 만한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문기운(60) 씨는 아직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자나 깨나 진땀을 흘리는 것 같다. 화살을 쏘았으나 여태 과녁에 도달하지 못했으니. 속사정을 모르는 남들은 일쑤 ‘귀농우수사례’로 치지만, 사실은 실패 사례에 가깝다는 게 아닌가.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사이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세월이 줄레줄레 길어진다면? 안간힘을 다했으나 자꾸 스텝이 꼬인다면? 기세가 꺾일 수 있다. 심장을 쿵쾅거리게 했던 초심의 열정이 얼어붙을 수 있다. 그러나 문기운 씨는 고난을 차라리 디딤돌 삼아 맥락을 잡아간다. 심술궂은 운명아, 넌 그래라, 난 내 길 간다! 그런 태세로. 고난과 정면으로 독대해 희망의 불씨를 지속하는 일. 인생의 요점을, 그는 그리 생각하는 것 같다.
시골에서 누리는 ‘인생 2막’. 도시생활의 중압과 불쾌로부터 벗어나 경치 좋은 산골에서 한가하게 노니는 일은 얼마나 평화로운가. 오전엔 운동 삼아 약간의 노동을 하고, 오후엔 책을 읽는다. 밤이면 두릿두릿 돋아나는 별들과 교신하며 영속하는 가치를 생각한다. 이런 삶, 그 무엇보다 이상적이지 않을까. 그러나 문기운 씨는 그런 식의 삶에 들뜬 적이 없다. 그는 사업에서 명퇴를 했다. 그러나 사업적 욕망까지 명퇴하진 않았다. 그는 산촌을, 농촌을 매력적인 사업장으로 판단했다. 농업 경영인으로 도약해 생의 후반을 흥미진진하게 돋우겠다는 야심. 그게 귀농을 선동했다.
“흔히 은퇴 이후엔 격렬한 삶과 멀어집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휴식을 추구하는 것이죠. 저는 생각이 달랐어요. 은퇴를 계기로 또 하나의 격렬한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게 인생을 낭비하지 않는 길이라 봤지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직업을 잡아 나를 새롭게 확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했어요. 그 방편으로 귀농을 택한 건, 농사가 지닌 사업적 가망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입니다.”
직격탄 맞은 조경수 사업
그는 KT 출신이다. 줄곧 KT에 근속하다 자회사를 창업, 6년간 대표이사로 일한 뒤 퇴직했다. 마음은 일찌감치 산골로 먼저 이주해 그를 열렬히 호명했던 모양이다. 퇴직을 한 바로 그날, 잽싸게 짐을 싸 귀농을 했다는 게 아닌가. 이전에 미리 사두었던 이곳 홍천의 산골짝 터전으로 부리나케 달려왔던 것. 매봉산 자락 해발 780m 고지에 있는 터전의 규모는 조경수 농장 2만 평을 포함, 총 4만 평. 광활한 터이니 광폭의 행보를 예감하며 기꺼웠을 게다. 새 삶의 기획자인 자기 자신에게 진정 새로운 삶을 선사할 기회가 도래했다는 확신으로 설레었을 테고.
“사실 귀농은 오래된 계획이었어요. 도시보다 시골이 좋았고, 농사가 제 적성에 부합한다고 봤으니까. 일테면, 제가 흙냄새 좋아하고, 몸 쓰기를 좋아해요. 게다가 땅이 지닌 생산성에 호감을 느껴 나름대로 농업 연구도 해왔죠. 그러하니 지당한 귀농이었다는 거.”
“부인께선 찬동했고?”
“찬동까지는 아니었지만 반대하지도 않았어요. 부부이니까 당연히 따라야 한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도시생활에 지친 남편을 조용히 응원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녹록지 않은 시골생활에 닻을 내리기까진 시간이 걸렸어요. 이모저모 버거운 경험을 하며 아내가 한동안 마음고생 좀 했습니다.”
“농사의 사업적 가망성에 착안한 건 어떤 근거에 의해서였죠?”
“조경수 농업이 매우 유망하다 봤던 겁니다. 제가 농장을 사들인 10여 년 전엔 나무시장이 생동했어요. 남북경협이 기폭제였죠.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 북한으로 막대한 물량의 나무들이 보내졌으니까. 당시 국내 과실수 묘목의 40%가 북한으로 넘어갈 정도였지요. 그 매우 긍정적인 상황에 착안하고 나무 농장을 사들였던 겁니다.”
“천안함 사건의 여파로 2010년, 남북경협이 중단됐어요. 상황이 돌변했겠군요. 호재가 사라지고 악재가 덮쳤으니.”
“예상하지 못한 일이 순간에 벌어진 거죠. 직격탄을 맞았다 할까, 국내 조경사업 자체가 냉각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더라고요. 게다가 이 사업이 원래 건축 경기하고도 맞물려 있는데 건축 바람마저 가라앉아 불황을 면치 못하고 있어요.”
시퍼런 꿈과 야심이 실린 그의 ‘무네미농장’엔 주목과 소나무를 주종으로 한 조경수들 1만5000그루가 자라고 있다. 농장 사위엔 초목들이 비밀 회합을 하는 숲의 연쇄. 가을이 붓을 들어 서서히 주황을 칠할 테지. 그러나 10월 초의 숲은 여전히 초록을 토하는 재미에 심취해 있다. 저 기고만장한 풍경의 기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삶이 환하게 밝아질 것만 같은 낙토(樂土)라 말 못할 게 없는 가경이다. 그러나 문기운 씨는 풍경에 별 관심 없다. 오나가나 경치를 즐겨 일상에 흥을 부여하는 취향의 소유자가 아니거니와, 한가하게 자연에 눈 돌릴 때가 아니라 보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사업상의 활로를 찾아야만 하는 현실이지 아니한가.
“자연도 일상이 되면 무료해집니다. 제가 좋아하는 건 자연보다는 노동이지요. 기질이나 체질이 그래요. 물론 노동 자체가 목적일 리는 없죠. 수단일 뿐이니까. 사실 귀농 준비부터 소홀했던 것 같아요. 따라서 뜻대로 사업이 진척되지 않았지만 이게 다 성과가 발생하기 직전의 과정이거니, 그런 생각으로 최선을 다합니다.”
새로 태어난 ‘무네미농장’
그는 어쩌다 귀농한 사람이 아니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는 새로운 삶을 농사로 구현하겠다는 또렷한 목적을 가지고 이 후미진 산속에 들어왔다. 모든 기량과 경험과 뚝심을 쏟아 농업 경영인으로 부상하겠다는 신념을 스스로 훼손하지 않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 붓고 있다. 조경수로 쓴맛을 봤지만 쓴맛 안엔 보약이 들어 있는 법. 그는 혼선의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콘셉트를 고안했다. 다목적 관광농원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간 것. 현재 그의 농원에선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갖가지 나물을 재배해 가공 판매를 하며, 수영장이 있는 2층짜리 게스트하우스를 지어 휴양객들을 불러들인다. 농사 체험, 별보기 체험, 계곡 트레킹, 잔디밭 웨딩, 동아리 워크숍 등등 각종 프로그램과 시설물들을 구비해뒀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그간의 총 투자비용이 30억 원 이상이란다.
“투자금은 자체 조달했어요. 가지고 있던 부동산과 동산을 정리해 확보한 자산이었죠. 만약에 자산이 부족했다면, 부채를 얻어 썼다면, 이미 망가졌겠죠.”
“귀농지의 특산 작물을 재배하는 게 귀농 성공의 한 가지 비결이라고들 합니다. 이 지역은 고랭지 배추의 주산지로 고소득을 올리는 농가가 많다고 알려졌고요. 배추 농사엔 관심 없었을까?”
“고랭지 채소 농사로 고소득이 가능한 건 분명합니다. 이 마을 배추 농가들이 보통 연평균 1억 원쯤의 매출에 순소득 5000만 원 정도를 기록하더군요. 홍천군 전체 농가 평균 매출 500만 원에 비하면 압도적인 금액이죠. 저는 조경수 외엔 아예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설령 배추 농사에 뛰어들었다 해도 실패했을 수 있죠.”
“왜죠? 불굴의 투지. 당신에게선 그런 게 엿보이는데.”
“직장생활만 했던 사람이잖아요. 내 안엔 뛰어난 적응력이 있다, 그런 착각 속에 귀농을 했어요. 알고 보면 등신이라는 거.(웃음) 고랭지 채소 농부들, 이분들 참 대단합니다. 고도의 집중력, 냉철한 상인정신, 생활상의 모든 움직임이 이윤과 관련돼 돌아가더라고요.”
그도 한동안 농사에 주력했다. 조경수 사업의 부진을 보완하기 위해 엄나무, 마가목, 오미자 등 가장 일손이 적게 드는 작물들을 재배했다. 그러나 이 역시 헛수고. 소득이 되질 않더라는 거다. 무엇보다 유통 루트를 발굴하기가 어려웠다지. 그렇게 농사에서 다시 빙벽을 만났던 그는 이후 관광농원 조성에 전력투구, 근래에 근사한 복합 농원 구축을 완료했다. 그러나 수익구조는 여전히 불안하다. 해서, 지금도 몇몇 나물류를 재배해 가공 판매한다. 이런 그가 농업을 바라보는 눈은 지극히 신중하다. 농사란 냉혈의 세계라는 인식에서겠지.
“귀농하려는 분에게, 부디 충분한 준비를 통해 농사 물정과 실력을 비축한 뒤 본격 농사에 뛰어들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거주 지역 특산물을 작목으로 선택하는 건 그나마 현명한 선택이라 말하고 싶고요. 유통망 개척의 수고를 덜 수 있고, 재배 기법을 공유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가장 좋은 건 농사를 아예 짓지 않는 겁니다. 어려운 점이 한둘이 아니니까. 특히 자연주의 농법은 100% 망합니다. 그 위험한 모험을 하겠다는 사람을 보면 저는 뜯어말려야겠죠.”
“이 농원은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데다 멋진 시설물들이 즐비해 호감을 자아내요. 그러나 시련은 여전한 거예요? 문제가 어디에 있죠?”
“홍보도 아직 미흡하지만, 상당히 외진 산기슭이라 가볍게 접근하기 어렵다고들 느끼는 것 같아요. 강원도 오지 특유의 구불구불한 언덕길이 길게 이어지니까. 그러나 낙관합니다. 특유의 농업 비즈니스 모델로 부상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요.”
그래도 시퍼런 꿈 안고 달려가겠다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갈망과 갈증. 사람은 다들 그런 걸 속에 두고 산다. 하지만 선한 믿음이 있는 한, 게임은 차라리 스릴 있게 계속된다.
“사업 성취를 위해 몰두하다 보면 마음의 여유를 놓치기 쉽죠. 스트레스 해소는 어떻게 하죠?”
“오락 삼아 기타를 치지만 사실 정서적 만족감을 가질 수 없다는 게 불만이에요. 자연 속에 살지만 자연과 가까워지진 않더라고요. 바람이 나무숲을 흔들 때나 계절이 바뀔 때 잠시 잠깐 자연의 존재를 느끼는 정도에 불과해요.”
“귀농했으나 도시를 향한 심한 향수에 젖어 사는 이들도 있더군요. 도시의 휘황한 야경이나 파도 같은 인파 속에 있을 때 오히려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게 사람이라는 사회적 동물이죠.”
“도시의 흥청거림, 텁텁한 공기, 생맥주집에서의 대화, 익명성이 주는 편안함, 이런 것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사람이 살 만한 곳은 도시일까, 자연일까? 이는 단정 짓기 어려운 문제예요.”
적막한 자연에 때로 외로운 심사를 느끼는 모양이다. 오랜 로망이었던 귀농을 위해 가차없는 질주로 산골에 들어왔지만, 만사가 술술 풀리기는커녕 착오와 장애로 점철된 시간들. 쓸쓸한 감회를 피할 수 있으랴. 인간관계의 헐거움과 얕음에서도 그는 시골생활의 애환을 느낀다.
“깊은 산골에 살다 보니 도시와 접촉하기 어렵고 읍 소재지조차 멀어 불편이 많더라고요. 무엇보다 교류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게 폐단이죠. 그저 마을 농부들과 농사 얘기를 나누는 정도니까. 의미 있는 소통에 관한 허기, 고립감, 공허감, 이런 게 달라붙는 겁니다.”
“다정한 벗 하나, 따뜻한 커피와 음악, 잘 익은 술 한 잔, 이런 게 곁에 있다면 안도할 만한 생활이겠죠. 특별한 이유 없는 행복감이 그런 것에서도 나오니까. 이건 너무 소박한가?”
“동호인들과 음악회도 열고, 저 나름대로 친선을 즐기는 면이 있긴 해요. 그러나 사실 여유시간이라는 게 없어요. 일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체질상 일을 안 하면 우울해지고 몸도 아프더라고요. 일종의 강박증도 있어요. 보람 있게 세상을 살아야 한다, 조금치의 시간 낭비도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야 한다, 그런 거. 그렇게 살지 않으면 사업을 성공시킬 수 없다는 생각 하나에 집중하며 사는 겁니다. 너무 속물적인가요?(웃음)”
속물 플러스 미물. 인간 안에 그런 성분을 집어넣어 디자인한 조물주의 계략에 누가 삿대질할 수 있으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사. 그러나 기어이 뜻을 이루려 발버둥치는 게 또한 인생사. 예외 없이 누구나 그렇듯, 그도 트랙 위에 선 경주마다. 앞으로 내달릴 수밖에 없는.
◇ 문기운 씨가 주는 귀농 Tip ◇
•경관만을 추구해 터를 구하지 마라. 나만의 왕국을 세울 듯이 외진 골짜기로 들어가 살다보면 외롭고 불편해진다. 그런 터는 농사에도 금물이다. 생산성이 낮은 비탈이기 십상이어서다. 약간 비싸더라도 반듯한 농지를 매입하자.
•강원도 고원지구로 귀농할 경우엔 고랭지 채소 농사가 유망하다. 제반 조건에 최적화된 작물이라 다른 농사보다 경제성이 높다. 그러나 투기성 다분한 재배 풍토를 유념해야 한다.
•허영과 허세에 찬 농사를 짓다가 파산하는 사례가 많다. 자신의 능력을 냉정하게 점검, 과욕 없는 규모를 설정하라. 천재지변이나 기상이변으로 흉작을 볼 수 있는 게 농사라는 인식도 철저해야 한다.
박원식 소설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졸업. 광주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오랫동안 자연과 문화에 관한 글을 써왔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대상을 좋아할수록 아득해지는 미스터리가 늘 그를 궁리하게 만든다.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안목을 얻는 일의 요원함을 실감한다. 그가 즐기는 것은 산촌의 적막, 암자의 풍경소리, 낯선 여행지의 선술집, 우연한 만남 등이다. ‘천년 산행’, ‘암자에서 듣다’, ‘산골로 간 예술가’ 등의 저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