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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의 추천 전시, 도서, 영화, 공연
- ◇ exhibition 무민원화전: Moomin Original Artworks 일정 9월 2일~11월 26일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핀란드 화가 토베 얀손(Tove Jansson, 1914~2001)의 손에서 탄생한 ‘무민(Moomin)’의 70여 년 연대기가 펼쳐진다. 무민은 1945년 얀손이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라는 소설을 시작으로 만화,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전 세계 대중에게 알려졌다. 작가가 직접 그린 원화와 더불어 저작권자(얀손의 조카 소피아 얀손)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과 오브제까지 총 35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무민캐릭터스,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던 주요 작품들이 이번 국내 첫 전시를 위해 한국을 찾는다.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무민 라이브러리, 무민 상영관 등 관람객이 직접 작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참여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The Selby House:#즐거운 나의 집 일정 10월 29일까지 장소 대림미술관 세계적인 크리에이터들의 개성 넘치는 라이프스타일을 기록하는 아티스트 토드 셀비(Todd Selby, 1977~)의 작품 400여 점을 총망라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 사진들뿐만 아니라, 일상 소재에 위트를 더한 일러스트레이션, 영상, 그리고 새롭게 창작한 대형 설치 작품까지 만나볼 수 있다. 입구부터 시작해 전시장 내부, 정원, 카페까지 미술관 전체가 즐거움으로 가득한 ‘셀비의 집(Selby’s House)’으로 꾸며졌다. 유명인들의 사적 공간을 담은 사진 작품이 주를 이룬다. 작가 특유의 라이프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거실, 침실, 작업실을 재구성한 ‘셀비의 방’과, 그의 유년기 시절 꿈과 기억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셀비의 정글’은 관객이 직접 체험하며 즐길 수 있다. ◇ book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 재닛 웨어 저·인물과 사상사 간호사로서 호스피스 환자를 돌보는 데 헌신해온 저자가 임종 환자를 지켜보며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삶의 마지막 순간 그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등을 기록했다. 죽음은 삶의 일부이며, 그 순간은 탄생 못지않은 기적임을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서울편 유홍준 저·창비 1993년부터 시작한 답사기가 남도, 제주, 북한, 일본 등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저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서울의 문화유산과 역사, 인간사 등을 통찰력 있게 바라본다. 종묘와 더불어 창덕궁, 창경궁 구석구석을 살피며 조선시대 건축의 아름다움과 삶의 애환 등을 담았다. ◇ movie 안녕 히어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늘날의 노동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작품을 연출한 한영희 감독은 “쌍용자동차의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이에 대한 다양한 화두가 한국 사회에 등장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현실은 나아지지 못한 실정이다.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비극적인 현실 속에서 영화를 통해 우리가 사는 노동과 해고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그는 영화의 영문 제목을 ‘굿바이 마이 히어로(Goodbye My Hero)’라고 지으며 “세상의 영웅(노동자)들이 더는 짓밟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개봉 9월 7일 장르 다큐멘터리 감독 한영희 출연 소년 현우, 아빠 정운 치어댄스 일본 최고의 고교 치어 댄스팀 ‘제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팀의 탄생부터 이후 3년간의 도전기를 담았다. 인생에서 가장 고민하고 갈등하면서도 아름다웠던 고교 시절을 그린 성장 스토리로 중장년에게는 추억을, 청춘들에겐 용기를 북돋워준다. 한국에서는 로 잘 알려진 히로세 스즈가 몸치 소녀 ‘히카리’ 역을 맡았다. 또 로 익숙한 아마미 유키가 호랑이 선생님 ‘사오토메’ 분을 연기하며 훈훈한 사제지간의 모습을 담아냈다. 출연 배우들이 완벽한 동작을 연출하기 위해 반년 동안 특훈과 합숙 기간을 거친 것으로 알려지며 영화 속 치어리딩 장면이 기대를 모은다. 개봉 9월 21일 장르 드라마 감독 가와이 하야토 출연 히로세 스즈, 토미타 미우, 아마미 유키 등 ◇ stage 쿵짝 지난해 초연에서 전 회차 매진 기록을 달성했던 뮤지컬 이 1년 만에 재연을 확정지었다. 주요섭 작가의 단편소설 의 옥희를 주인공으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메시지와 삶의 의미에 대해 재조명한다. 장소 동숭아트센터 일정 9월 30일까지 연출 우상욱 출연 윤여진, 권태진, 조현식 등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신념을 지키려는 선생님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잡을 수 있다고 말하는 학생들 사이의 대립을 그렸다. 반전을 거듭하는 탄탄한 구성과 빠른 전개, 잘 짜인 논리로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며 관객을 압도한다.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일정 9월 8일~10월 15일 연출 이재준 출연 우미화, 박정복 등 틱틱붐 배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의 데뷔 20주년 기념 공연이다. 성기윤을 비롯해 의 원년 멤버들이 뭉쳤다. 의 극작가 조나단 라슨의 유작으로 작품을 향한 예술혼을 불태운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장소 대학로 TOM 일정 8월 29일~10월 15일 연출 박지혜 출연 이석준, 이건명, 배해선 등 서편제 소리꾼의 길을 찾아나서는 아버지 유봉과 그의 딸 송화, 의붓 남동생 동호의 50년을 넘나드는 소리 인생을 그린다. 판소리 가락과 함께 대중음악 작곡가 윤일상이 제작한 서정적인 록, 발라드 등이 독특한 앙상블을 이룬다. 장소 광림아트센터 BBCH홀 일정 8월 30일~11월 5일 연출 이지나 출연 이자람, 차지연 등
- 2017-09-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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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차르트의 징슈필 오페라 <마술피리>
- 어느 새 아침저녁으로 선선해진 기온 때문에 겉옷을 집어들게 되었지만, 한낮에 내리쬐는 태양은 아직 그 위력을 잃지 않았다. 가을의 풍요로운 수확을 위해 쨍쨍한 햇볕은 꼭 필요한 고마운 존재이니 덥다고 불평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뜨거운 햇볕을 양산으로 가리고 오후 3시 공연인 오페라를 보러 예술의전당에 갔다. 천재 작곡가라 불리는 모차르트의 대표 오페라 를 관람했다. 는 1993년 오페라 하우스 개관 이래 예술의전당이 가장 많이 제작했던 오페라 작품이다. 지난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총 9차례나 토월극장 무대에 올려 매년 매진기록과 함께 가족 오페라라는 공식을 세우며 사랑을 받아왔다고 한다. 2015~2016년에는 의 작품성을 관객들이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해 큰 감동을 주었다는데 이번 공연에선 ‘우리 가족 첫 오페라’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어린이들도 재미있고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준비했다. 또 누구든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징슈필(Singspiel)을 통해 극의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징슈필’이란 연극처럼 중간에 대사가 들어 있는 독일어 노래극이다. 필자는 공연 내내 무대를 보랴 양옆에 마련된 자막을 보랴 눈이 매우 분주했다. 도로가 한가로운 시간에 출발했기 때문에 예술의전당에 조금 일찍 도착했다. 20여 분 정도 일찍 자리에 앉았는데 무대 저편에서 리허설 중인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악기도 조율하고 하모니도 맞추어보는 듯했다. 뮤지컬이나 오페라, 연극 등을 감상할 때는 항상 조용한 분위기에서 막이 오르길 기다렸는데 이번처럼 리허설을 보게 된 것은 흔한 일이 아니어서 공연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마침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이 많아 공연 시작 전의 객석도 약간 소란스러웠다. 공연을 자주 다녀봤지만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라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와글와글 떠드는 소리와 무대 뒤에서 연습하는 소리가 뒤섞여 소음처럼 들리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잘 어우러지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했다. 인터미션 15분에 거의 세 시간이나 되는 긴 공연의 막이 올랐다. 무대는 어린 관객을 생각해서인지 머리에 풍선을 단 세 어린이가 등장하면서 동화적인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작품의 배경은 고대 이집트 제국의 신전 부근. 현자 ‘자라스트로’가 지배하는 지혜의 세계와 밤의 여왕이 지배하는 어둠의 세계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커다란 뱀에게 쫓기던 ‘파미노’ 왕자를 밤의 여왕을 모시는 시녀 세 명이 구해준다. 밤의 여왕은 납치된 딸을 구해달라며 초상화 한 장을 보여주는데 바로 ‘타미나’ 공주였다. ‘타미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왕자는 꼭 공주를 구하겠다며 길을 나선다. 그때 밤의 여왕은 위험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마술피리를 왕자에게 준다. 왕자는 나쁜 ‘자라스트로’에게서 공주를 구하려 하지만 ‘자라스트로’는 현명한 사람이다. 사악한 밤의 여왕인 어머니로부터 공주를 보호하려고 데려온 것이다. 어쨌든 우여곡절 끝에 왕자와 공주가 만나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독특한 ‘밤의 여왕 아리아’를 들을 수 있는 즐거운 오페라다. 매우 고음으로 부르는 ‘아아아~’는 모든 성악가가 어려워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수미의 밤의 여왕 아리아가 유명하다. 출연진의 노래도 멋지고 무대장치도 환상적이어서 동화 속 꿈나라에 다녀온 듯 재미있었다. 특히 ‘파파게노’와 ‘파파게나’의 ‘파파파’하는 경쾌한 이중창이 오페라가 끝난 후에도 귓가에 계속 들려오는 듯했다. 아이들이 많아 어수선한 분위기였지만, 우리 손주들 생각을 하니 이해가 됐다. 여섯 살인 우리 손녀도 내년쯤이면 오페라 공연장에 데리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 흐뭇하다.
- 2017-09-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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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무명가수 케니 김의 ‘나의 인생, 나의 노래’
- ‘고향 떠나 긴 세월에 내 청춘 어디로 가고 삶에 매달려 걸어온 발자취 그 누가 알아주랴 두 주먹 불끈 쥐고 살아온 날들 소설 같은 내 드라마…’ -케니 김 1집 ‘내 청춘 드라마’ 케니 김(70). 그는 LA의 트로트 가수다. 한국에서 온 연예인도, 주체할 수 없는 끼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오히려 소심한 성격에 낯가림도 심하던 그가 무대 위에서 그것도 뽕짝을 부르는 가수가 됐다. 연매출 200만 달러의 식품회사 경영권도 아내에게 넘기고 말이다. 올해로 데뷔 7년 차. 1집 ‘노신사의 노래’에서 따끈따끈한 신곡 ‘무명가수’까지. 그의 노래 속에는 43년간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5개의 직업, 불도저 케니 김 1946년 경북 대구에서 나고 자란 그의 집안은 지독히 가난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아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던 20대.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돈 없고 빽 없고 가방끈까지 짧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작은아버지 공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군대에 지원해 월남에 갔어요. 월남전 막바지라 참 위험했는데 나에게는 막막한 세상으로부터의 탈출구 같았습니다.” 베트남에서 처음 만난 미국은 풍요로움 그 자체였다. 꿈을 꾸는 누구에게나 평등한 나라, 가난하고 힘없고 배운 것 없어도 열심히 일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때마침 미국의 이민법이 개정되면서 한국에도 미국 이민 문호가 활짝 열렸다. 머나먼 그곳에 친척 고모 한 분이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단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기술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고압용접 자격증을 땄다. 1973년, 스물다섯의 청년 김종길은 그렇게 고국 대한민국을 떠나왔다. 그리고 미국 땅에서 케니 김이 되어 살아온 지 어느덧 43년이다. “먼 친척 고모뻘 되는 분이 살고 있는 오하이오 주 데이톤으로 무조건 갔죠. 물론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고요. 300달러 손에 쥐고 공항에 내렸는데… 이상하게 겁이 하나도 안 나더라고요. 오히려 정말 원했던 것을 이뤘다는 희열을 느꼈어요. 걸리는 것은 딱 하나, 한국에 두고 온 약혼자 순이였죠(웃음).” 용접기술을 배워간 덕분에 취업도 쉬웠다. 하루 종일 말 한마디 없이 작업에만 열중하는 그를 사장들은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영어를 알아듣지 못해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인데도 말이다. 6개월 만에 비행기 티켓을 마련해 약혼자에게 보냈고 꿈에 그리던 순이는 미국으로 와서 케니 김과 결혼했다. 지금의 아내, 우순이(68)씨다. 이듬해 두 사람은 뉴올리언스로 이주한다. 당시 뉴올리언스는 석유 시추의 선봉에 서 있었다. 시추선에서 작업하는 고압용접 기술자는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그만큼 위험하고 고된 일이었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 시추선에 한 번 오르면 2주일은 그곳에 머물러야 했어요. 물론 동양인은 나 하나였죠. 그래도 일만 하면 되니까 괜찮았는데 문제는 아내였죠. 당시 첫아이를 임신하고 있었거든요. 나 없을 때 아기가 나오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설마설마하던 일이 진짜 생기더라고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병원에서 아내는 홀로 아기를 낳았다. 첫딸 제인이었다. 어쩔 줄 몰라 울기만 하던 아내와 시추선 위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남편. 이제는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참 고단하던 시절이었다. “둘째 지나가 태어난 이후로는 정말 손이 무르도록 일만 했어요. 아내가 일했던 세탁소와 가발가게가 두 딸의 놀이터였죠. 겨우 돈을 좀 모아 자동차 바디숍을 인수했는데… 불이 나서 잿더미가 됐어요. 후에 미시시피 강에서 모래를 파 올리면 돈이 된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그해 여름 허리케인으로 모든 것이 다 떠내려갔고요. 주저앉아 울 틈이 어디 있어요? 새끼들 데리고 살아야 하는데. 그야말로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었지요.” 시푸드 레스토랑의 성공으로 기반을 다진 부부는 1994년 지금 살고 있는 샌디에이고로 이주한다. 이곳에서는 농사꾼이 되어 오이, 참외 등을 기르기 시작했다. 농사의 ‘농’ 자도 모르던 케니 김씨는 한국농촌진흥청까지 날아가 오이농사 비법을 배워왔고 결국은 농장 사업도 크게 성공시킨다. 하지만 또다시 시련이 찾아온다. 지인으로부터 멕시코 농장 투자 사기를 당한 것. 김씨는 수십만 달러의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돈도 돈이었지만 믿었던 사람의 배신은 오랫동안 김씨를 괴롭혔다. “화재로 잿더미에도 앉아보고 홍수로 다 떠내려가기도 했고 사업도 수차례 망해봤지만 한 번도 좌절한 적은 없었어요. 다시 시작하면 됐으니까요. 그런데 믿었던 사람한테 속은 것은 정말이지… 힘들더라고요. 홀로 멕시코 시골에 틀어박혀서 1년을 지냈는데 그때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가수 선언! “나도 가수다” 가발가게, 세탁소, 피자가게, 시푸드 전문점, 패스트푸드점, 야채농장, 광산개발, 부동산, 콩나물 공장… 어느 날은 부부가 작정하고 미국에서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헤아려봤다고 한다. 종사했던 비즈니스가 25가지나 되었다. 이들 부부가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는 데에는 케니 김씨의 역할이 크다. 우순이씨는 남편에게 ‘불도저’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뭐 하나에 꽂히면’ 기필코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한마디했다. “추진력 하나는 끝내주는 양반이에요!” 김씨는 1998년 해조류 가공업체 ‘켈프누들’을 설립, 재기에 성공한다. 다시마를 가공해 만든 국수 ‘씨탱글’이 주력 상품이었다. 그는 에스콘디도 산자락 불모지에 공장을 지었다. 버려진 컨테이너로 공장 건물을 올리고 국수를 뽑아내는 기계는 직접 설계해 만들어냈다. 대부분 고물상에서 구입한 고철들을 용접으로 붙여가며 이루어낸 작업이었다. 이어 영어에 능통한 딸들을 불러들여 시장을 공략했는데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웰빙바람으로 ‘씨탱글’은 무섭게 팔려나갔다. 현재 켈프누들 제품은 홀푸드, 마더스 마켓 같은 미국 최대의 유기농 마켓에 납품되며 유럽 등 10개국에도 수출되고 있다. 연매출 200만 달러에 이르는 알짜배기 기업이다. 전쟁 같던 이민생활에 조금씩 평화가 찾아오고 어느덧 두 딸도 짝을 만나 슬하를 떠났다. 이제 겨우 숨 좀 돌리려고 보니 어느덧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 젊은 시절 함께 고생하던 친구가 병을 얻어 덧없이 가는 것을 보고는 가슴이 헛헛했다. 장례식을 다녀온 날 김씨는 큰 결심을 하고 가슴에 꼭꼭 숨겨놓았던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래, 나 하고 싶은 것 한번 해보자 했죠! 중학교 때 학원비 떼어먹으며 배운 기타가 내 음악 인생의 전부이지만 한 번도 가수에 대한 꿈을 저버린 적은 없었어요. 남들이 들으면 웃을 이야기겠지만 진심으로 가수가 되고 싶었습니다. 하하하.” 가장 놀란 사람은 아내 우순이씨였다. 남편의 트로트 사랑이 유별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가수라니. 그것도 자기 노래를 만들어 앨범을 내는 진짜 가수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고 한 번 결심하면 무슨 일이든 해내는 사람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아내는 기분 좋게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자기를 위해서는 평생 1달러도 안 쓰던 사람이에요. 야채 농사를 지어 LA로 배달을 나갈 때 왕복 4시간 운전을 하면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떠올랐어요. 아, 이 사람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었구나…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그래 그렇게 열심히 살았으니까 선물을 하자. 그래서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했죠. 그런데 앨범 하나로 끝날 줄 알았는데 벌써 4집까지 나왔네요. 하하하.” 아내의 허락(?)이 떨어지자 과연 불도저답게 밀어붙였다. 한국에 나가 고시텔에 묵으며 직접 가사를 쓰기 시작했고 곡을 붙여줄 작곡가를 수소문했다. 작곡가 김준규씨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운명이었다. 김준규씨는 1980년대 가수 주현미를 스타로 만들었던 트로트 메들리 앨범 ‘쌍쌍파티’의 제작자다. 2010년 케니 김 1집 ‘노신사의 노래’가 나오기까지는 꼬박 1년이 걸렸다. 매일 4시간씩 노래 지도를 받았고 모든 노래 가사를 직접 썼다. 케니는 따근따끈한 자신의 앨범을 훈장처럼 품에 안고 돌아왔다. 그렇게 케니 김은 63세에 늦깎이 가수가 되었다. 당신께 바치는 노래 이때부터 아내 우순이씨는 가수 케니 김의 매니저이자 팬클럽 회장이 됐다. 한인 라디오 방송국 ‘라디오코리아’에 남편의 앨범을 보냈고 이들의 흥미로운 이야기는 곧 방송을 탔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가수 케니 김의 사연과 노래가 미 전역의 이민 1세들의 심금을 울린 것이다. 그들 모두가 척박한 미국 땅에서 눈물과 땀을 쏟아냈던 또 다른 케니 김이고 우순이였다. 방송이 나간 후 팬이 되고 싶다는 전화와 편지들이 쏟아졌고 부부는 이들에게 하나하나 앨범을 선물했다. 밑지는 장사였지만 케니 김은 행복했다. “애당초 음반을 팔아 돈 벌 생각은 추호도 없었어요. 그저 힘들게 위로가 되었던 노래가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렇게 부른 노래가 또 누군가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보다 귀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데뷔 7년. 어느덧 케니 김은 4집 앨범까지 낸 어엿한 중견가수가 됐다. 크고 작은 한인 행사에 초대가수로 불려가고 종종 한국에서 오는 가수의 공연에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돈벌이는 여전히 안 된다. 초대받은 행사에 가서 출연료는커녕 기부금까지 내고 오기 일쑤다. 몇 해 전부터는 5월 어버이 날이 되면 100여 명의 노인들을 집으로 초청해 효도잔치를 하고 있다. 그 역시 효도를 받을 나이이지만 누군가를 섬길 수 있다는 것을 큰 기쁨이자 보람으로 생각한다. “어느 해 집 주위에 매실이며 살구가 너무 실하게 열렸더라고요. 우리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아 주위의 노인분들에게 오셔서 따가시라 했죠. 너무들 좋아하시더라고요. 미국에 살면서 나들이도 제대로 못하며 살았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아팠어요. 잔치 한번 열어드리려 한 것이 연중 행사가 되어버렸어요. 맛있는 것 실컷 먹고 노래 실컷 부르면서 즐기시는 거 보면 덩달아 기분 좋습니다. 친구 생각,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도 나고요. 뭐 이게 사는 재미 아니겠습니까.” 아메리칸 드림이 별거 있더냐 케니 김씨는 자신만을 위해 시작한 노래를 이제 다른 이를 위해 부르고 있다. ‘수많은 날들 비바람에도 쉬지 않고 걸어온 우리, 여보 정말 고생 많았소~’ 덤덤한 노랫말이 인상적인 ‘무지개’는 사랑하는 아내를 위한 노래이고, 귀에 착 감기는 미디움 템포의 ‘아메리칸 드림’은 먼 이국땅에서 꿈을 향해 달리고 있는 모든 이민자들에게 바치는 노래다. 성공을 위해 별의별 일을 다 해본 이민자 케니 김은 아메리칸 드림은 별게 아니라고 노래하고 있다. 그의 진솔한 고백이다. “아메리칸 드림이요? 이루었죠!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에요. 돈은 믿을 게 못 됩니다.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기죠. 많은데도 늘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가 하면, 없어도 많은 것처럼 살 수도 있어요. 중요한 것은 나에게 꿈과 희망이 있냐는 것입니다. 한국을 떠나오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단 한 번도 꿈을 꾸지 않은 적이 없었어요. 실패해도 두렵지 않았던 것은 또다시 꿈꿀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꿈을 향한 그의 열정과 집념은 삶의 원동력이다. 열심히 바쁘게 살면 늙을 시간도 없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불도저 케니 김이 요즘 푹 빠져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뮤직비디오 제작이다. 아마추어 친구들이 힘을 모아 ‘아메리칸 드림’ 뮤직비디오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는데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훨씬 쉽게 노래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노래를 부르고 듣기에도 참 좋아진 세상이에요. 저는 좋아하는 가요 카세트테이프를 겨우 구해서 늘어질까봐 아끼고 아껴서 듣던 시절에 살았어요. 캘리포니아에 이사 오면 한국어로 라디오가 나오고 트로트를 실컷 들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당시엔 샌디에이고까지는 잘 안 나오더라고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아무튼 노래듣기에도 가수하기에도 참 편하고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지난 4월, 따끈따끈한 새 음반이 두 장이나 나왔다. 하나는 ‘쌍쌍파티’의 리메이크 앨범 ‘케니 김 주연하의 쌍쌍파티’, 또 하나는 케니 김의 4집 앨범이다. ‘쌍쌍파티’는 현재 한국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절찬 판매중이다. 지난달 음반 판매 수익금 88만원도 받았다.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번 돈이다. 4집 앨범의 타이틀 곡은 ‘무명가수’, 흥겨운 댄스곡이다. 물론 이번에도 직접 가사를 썼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노래 불러요 스트레스 날리고 장단에 맞춰 박수치며 노래 불러요 행복의 바이러스 드리겠어요 나는나는 무명가수야 우리들에게 행복의 바이러스를 주겠다는 LA의 무명가수 케니 김. 그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꿈이 자리 잡고 있다. 장인의 노래가 18번이라는 든든한 첫째 사위와 CCM가수인 둘째 딸 지나와 함께 가족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딸과 함께 부르는 트로트 메들리도 멋지지 않겠나. 매니저이자 팬클럽 회장에서 이제는 의상 코디며 메이크업까지 담당하고 있는 아내는 가만히 미소짓는다. 아내의 미소는 늘 케니 김에게 든든한 힘이 되어주곤 했다. 머지않아, 그의 새로운 도전이 또다시 시작될 것이다.
- 2017-07-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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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조어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온라인상에서 유행하던 신조어를 이제는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글 파괴, 문법 파괴라는 지적도 받지만, 시대상을 반영하고 문화를 나타내는 표현도 제법 있다. 이제 신조어 이해는 젊은 세대와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필요해 보인다. 아래 신조어 중 몇 개나 알고 있는지 확인해보자. □이거 실화냐? □고흐흑 바흐흑 □뉘예뉘예 □현타 □뇌섹남 □극혐 □-잼 □흠좀무 □문센 □동공지진 이거 실화냐?: ‘이게 진짜냐?’ 혹은 ‘이게 사실이냐?’라는 뜻으로 믿기지 않는 내용의 글이나 사진 또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쓰인다. A 치킨 다리 한입도 못 먹고 떨어뜨렸다. 이거 실화냐…? B 주워서라도 먹어야 하는 거 아냐? 고흐흑 바흐흑: 음악의 아버지 바흐와 천재 화가 고흐의 이름에 우는 소리를 의미하는 ‘흑흑’을 붙여 ‘바흐흑’, ‘고흐흑’이라는 단어를 만들었다. 웃긴 상황엔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이름 끝에 ‘키키’를 붙여 사용하는 자매품 신조어도 있다. A 소개팅 갔다가 차였어. 고흐흑 바흐흑. B 괜찮아. 내가 다른 사람 소개시켜줄게…. 뉘예뉘예 알겠쭙니다: ‘네. 알겠습니다’를 약간 비꼬듯이 늘여서 쓰는 말. A 방구석이 이게 뭐니? 엄마 나갔다 올 때까지 청소해놔! B 뉘예뉘예 알겠쭙니다~ 현타: 욕구 충족 이후에 밀려오는 무념무상의 시간을 일컫는 ‘현실자각타임’의 준말. A 오늘 햄버거 먹고 피자 먹고 라면 먹고 먹기만 했어. 현타 온다. B 인생 뭐 있니~ 원하는 거 하면서 사는 거지. 뇌섹남: ‘뇌가 섹시한 남자’의 줄임말. 주관이 뚜렷하고 유머러스하고 지적 매력이 있는 남자를 가리킨다. A 네 이상형은 뭐야? B 요즘은 똑똑한 사람이 멋있어 보이더라. 뇌섹남이라고나 할까? 극혐: ‘혐오하다’라는 말에 정도가 심함을 나타내는 ‘극’을 붙여 ‘극도로 혐오한다’는 뜻을 강조할 때 쓰는 말. A 어제 자는데 천장에서 뭐가 뚝 떨어지는 거야. 봤더니 바퀴벌레였어. B 윽 극혐. 꼽등이, 바퀴벌레같이 더듬이 달린 생물은 다 싫어. -잼: ‘재미’를 줄인 단어 잼을 활용해 재미의 정도를 나타낼 때 쓴다. 예) [안 웃김] 핵노(NO)잼, [웃김] 꿀잼 A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 진짜 핵노잼이더라. B 왜? 난 꿀잼이던데! 흠좀무: ‘흠, 그게 사실이라면 좀 무섭군요’의 줄임말로 무서움을 느낄 때 사용. A 오늘 뉴스 봤어? 거기서 또 살인사건 일어났다잖아! B 흠좀무…? 앞으로 일찍 다녀야겠다. 무서워서 다니겠나. 문센: ‘문화센터’의 줄임말. A 요즘 문센에선 다양한 수업이 많이 열리더라. B 오 정말? 무슨 수업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동공지진: 당황했을 때 동공이 지진 난 듯 흔들린다는 의미로 쓰이는 신조어. A 너 거짓말하면 동공지진 일어나서 금방 알 수 있어. B 눈을 감고 말할까봐….
- 2017-07-25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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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란츠 리스트의 운명을 바꾼 도시,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 체코, 오스트리아, 폴란드에 끼인 지리적 위치 때문에 ‘유럽의 배꼽’이라 불리는 슬로바키아는 한국인에게 여행지로 잘 알려진 곳이 아니다. 유명세는 적지만 매력이 폴폴 넘치는 곳. 사람들은 흥이 많고 무엇보다 물가가 싸니 이보다 좋은 곳도 드물다. 한국 기업들이 속속 자리를 튼 이유일 것이다.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는 유럽에서 가장 작은 수도다. 시내라고 해야 차로 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11세기의 브라티슬라바 성에서 다뉴브 강 조망 한국의 많은 이가 아직도 슬로바키아를 ‘체코 슬로바키아’로 안다. 현지인들에게 나라 명을 잘못 말하면 발끈하면서 다시 일러줄 것이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여러 우여곡절 끝에 1993년 1월 1일, 독립국으로 분리되었다. 슬로바키아 수도인 브라티슬라바 시내는 걸어서 여행해도 충분하다.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호조로 광장에는 대통령 관저가 있다. 1760년에 건축된 그라살코비크 궁전을 현재 관저로 이용하고 있다. 광장에서 고개를 들면 브라티슬라바 성이 보인다. 테이블을 거꾸로 놓은 듯해서 ‘테이블 캐슬’이라 부른다. 말 그대로 납작한 사각형 상이 뒤엎어져 상다리 4개가 솟아오른 듯하다. 11세기에 지어진 후 1800년대 헝가리의 지배 때 파괴됐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재건된 성이다. 성안에 스바토플룩 1세와 모라비아인 동상이 있는 것은 당시 모라비아의 영토를 최대로 확장시킨 가장 위대한 군주였기 때문이다. 성 내부는 갤러리로 이용하고, 외부에는 성녀 엘리자베스의 동상과 부서진 유적들이 흩어져 있다. 무엇보다 성 니콜라이 교회의 첨탑 밑으로 보이는 구시가지의 지붕들, 다뉴브 강을 잇는 노비 모스트(Novy′ Most, 새로운 다리란 뜻), 성곽 옆으로 훤히 내려다보이는 강변 풍치가 아름답다. 간헐적으로 운행되는 도심 투어용 빨간 꼬마 열차도 예쁘다. 중세의 물결 일렁대는 올드 타운에 남은 교회와 건물들 성곽을 비껴 조약돌이 박힌 옛 골목길을 걸어 성벽 샛길로 들어서면 올드 타운이다. 성벽 앞에는 십자군 중세 군인 복장을 한 젊은이들이 관광객들에게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카피툴스카 좁은 골목에서 만난 바는 와인이 맛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포도 줄기를 넝쿨 채 치장했다. 해묵은 골목 바에 앉은 연인들의 속닥임이 잘 숙성된 포도주 향처럼 진하게 번진다. 회색빛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마르틴 대성당(2002년 국가문화재로 지정)은 웅장하고 고풍스러움이 가득하다. 무려 230여 년(1221~1452)에 걸쳐 완성된 성당에서는 합스부르크 왕 11명의 대관식이 치러졌고 베토벤(1770~1827)이 4년 동안 매달려 만든 ‘장엄미사(1823년 완성)’가 초연되었다. 이 도시를 사랑한 베토벤은 ‘월광 소나타(1801년 작곡)’를 만들었다. 프란츠 리스트(1811~1886)는 살아생전 15번이나 방문했다. 특히 브라티슬라바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리스트는 사망하기 1년 전(1885년)에도 이 성당을 찾았다. 그는 이곳에서 영혼의 안식을 찾곤 했다고 한다. 또 성 프란시스칸 교회와 성녀 엘리자베스를 봉헌한 성 엘리자베스 교회도 유명하다. 특히 성 엘리자베스 교회는 유명한 아르누보 양식의 건축물로 건물 내·외부가 모두 푸른색이라 ‘블루처치’라고도 불린다. 헝가리 왕 앤드류 2세의 딸인 엘리자베스 공주는 14세에 독일 튜링가와 정략결혼을 했으나 20세에 미망인이 된다. 이후 그녀는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혼신을 다 바쳤다. 골목 속에 숨은 스토리텔링 조각상 찾기 올드 타운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골목은 더 규칙 없는 미로다. 국민 시인, 파볼 오르사그 흐비에즈도슬라브(1849~1921)의 이름을 붙인 광장에는 1572년, 막시밀리안 2세가 만든 분수대(롤랑드)가 있다.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주변에는 구시청사, 국립미술관 등을 비롯해 온통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다. 특히 숨은 스토리텔링 조각상들을 찾는 재미가 있다. 메인 광장 벤치에서 ‘대화를 엿듣는 나폴레옹’, ‘추밀(Cumil)’은 맨홀 뚜껑을 열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엿보고 있다. 추밀의 동상 머리가 반질반질한 것은 만지면 행복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또 벽 뒤에 숨은 파파라치, 중절모를 벗고 인사하는 노신사 등. 모두 예술가들의 아이디어로 만든 볼거리들이다. 길거리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과 쉽게 구분되지 않아 동상을 발견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구시청사에서는 수시로 축제가 열린다. 때마침 중세 복장을 한 까마귀 무술단원들이 공연시간을 알리면서 손님몰이를 한다. 펜싱과 총을 들고 싸우는 전통극의 스토리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현지의 속살을 들여다본 듯 흐뭇하다. 타운 골목을 배회하다 보면 14세기의 미하엘 성문이 있는 벤투르스카 거리에 이른다. 옛 도시 성벽의 4개 성문 중 유일하게 남은 성문 주변은 중세 분위기다. 오래된 약국은 박물관이 되었고 연륜 깊은 레스토랑에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앉아 있다. 길거리에서는 ‘섹시한 여성’이 와인 시음판을 펼치고 있다. 옛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브라티슬라바. 경제 발전이 되지 않아 그대로 간직된 유적들이 여행객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프란츠 리스트의 운명을 가른 도시 벤투르스카 골목의 데 파울리(De Pauli, 11번지) 궁 외벽에는 세기적인 피아니스트 ‘프란츠 리스트’를 기념하는 명판이 새겨져 있다. “9세에 이 연주회를 발판으로 개선의 길을 걷기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씌어 있다. 당시 헝가리 땅 도보르얀(현재 오스트리아의 라이딩)에서 태어난 리스트. 그의 아버지는 헝가리 귀족 에스테르하지(Esterha′zy) 가의 토지 관리인이면서 궁정 오케스트라의 첼로 연주자였다. 6세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자마자 신동으로 주목받았던 리스트는 9세(1820년 11월 26일) 때 이 궁전에서 첫 연주회를 갖는다. 당시 이 도시의 귀족은 모두 참석한 자리였다. 리스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베토벤의 작품을 연주하고 그다음에는 즉흥 연주를 했다. 몇몇 귀족이 내민 악보의 난해한 곡도 거침없이 연주해냈다. 하지만 그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완전한 음악교육을 시킬 만한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귀족들은 즉시 기부금을 모았고 더 나아가 그를 6년간 재정적으로 후원하기로 했다. 후원자 중에는 아버지가 일하고 있는 에스테르하지 가의 니콜라우스 후작도 있었다. 예술을 대대적으로 사랑하는 이 가문은 당시 궁정음악가로 하이든을 두었다. 이후 리스트는 19세기 전반에 유럽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뛰어난 기교를 자랑하는 피아니스트로 명성을 날렸다. 리스트가 이 도시를 잊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올드 타운의 관광안내소 건물은 음악가 요한 네포묵 후멜(1778~1837)이 태어난 곳이다. 그는 피아노 교본을 써서 이름을 널리 알린 인물로 오스트리아 빈에서 모차르트에게 가르침을 받은 후 유럽 여러 곳에서 활동했던 피아노의 거장이다. 당시 베토벤과 비교될 정도로 뛰어난 작곡가였지만 사후에는 거의 잊히고 말았다. 또 이 도시가 음악의 도시임을 알려주는 멋진 국립극장도 있다. Travel Data 가는 길 한국에서 체코 프라하나 오스트리아 빈 직항을 이용하면 된다. 빈의 수드반호프 역에서는 평균 한 시간 단위로 열차가 다닌다. 1시간(50㎞ 정도) 정도 소요된다. 프라하나 부다페스트에서 버스나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물가 정보 오스트리아, 체코 프라하보다 저렴하다. 맛집과 숙박정보 올드 타운의 레스토랑에서는 적당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다. 또 도시에서 가장 큰 즐라테 피에스키 호수 옆 해산물 요리가 일품이다. 역피라미드 모양의 시내 라디오 방송국의 송전탑 위의 회전 레스토랑에서는 브라티슬라바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주류로는 와인은 물론 자두 증류주인 슬리보비츠가 괜찮다. 숙박은 올드 타운이나 시내 중심가를 이용하면 된다. 시니어 한 달 여행 포인트 슬로바키아 북서부의 트르나바 주에 있는 피에스타니는 슬로바키아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스파 도시다. 수질과 효능이 좋아 유럽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 단지다. 숙박시설 등을 잘 갖추고 있어 휴양지로 아주 좋다. 또 폴란드의 슐레지엔(Schlesien, 폴란드어로는 실롱스크, 체코어로는 슬레스코, 영어로는 실레지아) 산간 지역에도 수많은 온천이 있다. 슬로바키아 하면 떠오르는 ‘의적’ 유라이 야노식(Juraj Ja′nos˘k, 1688~1713)이 태어난 테르초바에서는 유네스코에 지정된 전통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동유럽을 여행하면 3개월 이상도 모자랄 것이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즐겨도 경제적 부담이 적은 나라, 기억해둬야 할 곳이다.
- 2017-07-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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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오! 캐롤>
- 뮤지컬 을 보러 갈 기회가 생겼다. 제목만으로도 신나는 춤과 음악이 어우러져 경쾌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도 젊은 날 좋아했던 노래와 향수를 제대로 느껴볼 수 있을 것 같아 큰 기대가 되었다. ‘오 캐롤’ 하면 크리스마스가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유명한 팝가수 닐 세다카가 만든 이 곡의 이름은 그가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에서 따와 지었다고 한다. 가수였던 ‘캐롤 킹’에게 이 노래를 만들어 사랑을 고백했다는데 그녀 역시 ‘오! 닐’이라는 노래를 만들어 재치 있게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이면의 이야기는 몰랐어도 닐 세다카가 만든 ‘오 캐롤’과 ‘유 민 에브리 씽 투 미’나 누구라도 들으면 어깨를 들썩이지 않을 수 없는 ‘원 웨이 티켓’ 등 신나는 음악을 들을 수 있어 마음이 설레었다. 은 작년 말부터 공연을 시작해 롱런하고 있는 작품이다. 극장을 옮겨 디큐브시티 극장에서 하는 이번 공연은 5월 7일 마지막 무대에 올려졌다. 필자는 이 마지막 공연을 관람하게 되었다. 이렇게 오래 공연을 계속한 건 그만큼 관객의 호응이 좋았기 때문일 것이다. 출연진도 매우 화려하다. 우리나라 최고의 톱 뮤지컬 배우가 모두 등장하는 것 같다. 필자가 보러 간 날은 유명한 뮤지컬 배우 남경주씨와 김선경씨가 캐스팅되었다. 무대도 화려했지만 오랜 기간 공연한 작품이어선지 배우들의 액션이 매우 자연스럽고 유연했다. 1960년대 미국 마이애미 파라다이스 리조트에서 만난 네 커플의 유쾌한 러브 스토리가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결혼식 당일 신랑이 나타나지 않에 충격을 받은 ‘마지’와 그런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가수지망생 ‘로이스’가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찾아온다. 파라다이스 리조트는 한때 화려한 스타였던 ‘에스더’가 운영하는 위락시설로 오랜 시간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쇼 MC '허비‘가 가슴앓이하며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그곳엔 스타가 되기를 꿈꾸며 노래하는 바람둥이 ‘델’과 그의 팬이자 후원자인 ‘스텔라’도 있고 급사 일을 하는 어수룩하지만 멋진 곡을 만드는 작곡가 ‘게이브’도 있다. 남편과 자식을 잃은 아픔을 지닌 ‘에스더’는 오랜 시간 묵묵히 그녀를 지켜온 ‘허비’의 사랑 고백을 받아들여 파라다이스 리조트를 떠나 제2의 인생을 살기로 한다. 리조트는 가수 ‘델’과 그의 후원자인 ‘스텔라’가 맡아 경영하게 되고 파혼을 맞았던 ‘마지’는 용서를 빌며 찾아온 ‘레오나르도’와 이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친구를 위로하려고 왔던 ‘루이스’는 자신이 좋아하던 노래가 ‘게이브’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고 그의 고백을 받아들여 연인 사이가 된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네 커플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좌충우돌 즐거운 뮤지컬이다. 한정된 무대에 여러 장치를 바꿔가며 공간 활용을 다양하고 멋지게 한 연출이 돋보였고 이제까지 보았던 뮤지컬의 음악 팀이 무대 아래에 배치되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무대 위쪽에 차려진 점이 독특했는데 리조트의 클럽 장면이 자주 나와 연주자들이 무대 위쪽에 있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물론 아주 신나고 멋진 음악은 마음껏 들을 수 있었다. 8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와 1960년대의 의상과 분장, 무대를 통해 시대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세련되게 보여준 을 보면서 마치 배우와 한 무대에 있는 듯 손뼉을 치고 몸을 흔들며 흥겨운 분위기에 흠뻑 빠졌다. 젊은 날 매우 즐겨 불렀던 ‘원 웨이 티켓’을 들으며 향수에도 젖어봤다. 뮤지컬이 끝났는데도 흥얼거리고 있는 필자를 보며 웃음도 났고 기분도 좋았다. 우리 관객을 위해 화려하고 흥겨운 무대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 2017-05-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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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미로운 음악이 진정한 <사랑의 묘약>
- 봄은 사랑의 계절이다. 겨우내 죽은 듯이 잠자던 고목에 생기가 돌듯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켜고 기운이 생동하기 시작한다. 처녀들 볼이 발그레 물들고 총각들 장딴지에 힘이 넘친다. 새 생명의 싹들이 돋아나듯 가슴마다 사랑이 물든다. 그렇다 봄은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러니 어찌 방안에만 갇혀 있으랴! 모처럼 오페라 나들이를 했다. 이번 은 정확히 말하면 정식 오페라가 아니라 ‘오페라 콘체르탄테’다. 이는 콘서트 형식을 띤 오페라로 구체적인 연기나 배경이 없이 오케스트라와 성악이 중심이다. 오히려 오페라보다 오케스트라의 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어 더 좋기도 하다. 가에티노 도니체티의 은 ‘오페라부파(희극 오페라)’로 경쾌한 음악과 희곡적 스토리 덕분에 오페라를 잘 모르는 사람도 신이 나고, 낯익은 멜로디가 많아 친근감이 느껴진다. 스토리는 제목으로도 상상할 수 있듯이 사랑에 관한 것이다. 흔히 있을 법한 사랑의 삼각관계. 소박한 농촌 총각 네모리노(매튜 그릴스:테너)냐 아니면 멋진 하사관 벨코레(김주택:바리톤)냐? 이 두 사람 중 망설이는 절세미인은 아디나(이윤정:소프라노)다. 그녀 옆에는 친구 잔네타(윤성회:소프라노)가 있다. 첫 대목 아디아가 마을 사람들에게 의 전설을 읽어주는 대목에서 ‘사랑의 묘약’의 복선이 깔린다. 그런데 애타는 네모리노에게 그 사랑의 묘약을 들고 둘카마라(사무엘 윤:베이스바리톤)가 구세주처럼 나타난다. 네모리노는 대뜸 가진 것을 다 털어 이 약을 사고 약효가 나타나기를 하루 동안 기다린다. 하지만 아디나는 표변한 네모리노에게 복수하는 마음으로 벨코레와 결혼을 선언한다. 마음이 급해진 네모리노는 다시 둘카마라를 찾아가 약을 더 사려 하는데 빈털터리다. 할 수 없이 입대하는 조건으로 벨코레에게 돈을 받아 묘약을 사 먹고 약효를 기다리며 아디아에게 또 무관심한 척한다. 그 사이 네모리노 삼촌이 거액을 네모리노에게 상속했다는 소문이 돌아 잔네타와 마을 처녀들은 모두 네모리노에게 친절히 대하고 그의 사랑을 차지하려 한다. 이에 네모리노는 드디어 ‘약효가 나타나는구나!’라고 생각하는데 아디아가 돌아와 사랑을 고백한다. 네모리노가 자신을 모른 체하자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은 네모리노임을 깨달은 것이다. 속성 작곡가이고 한 번 작곡한 곡은 다시 보지 않는 도니체티는 이 오페라를 장장 2주에 걸쳐 고치고 또 고쳤단다. 그 때문인지 아름다운 아리아가 많다. 그중 백미는 2막에서 네모리노가 부르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다. 이 곡은 1832년 밀라노 초연 때에는 ‘희극 오페라에 웬 생뚱맞은 단조의 슬픈 멜로디냐?’라며 관객들의 호응을 받지 못했단다. 하지만 언제 들어도 감미로운 그 멜로디는 공연이 거듭됨에 따라 사랑받는 명곡이 되었다. 이번 공연에서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둘카마라 역을 맡은 사무엘 윤의 분장과 코믹한 연기다. 약병으로 소주병을 들고 나온 것도 관객에게 친근감과 웃음을 더했다. 매튜 그릴스는 “남몰래 흐르는 눈물‘에 혼을 다 쏟아 부었다. 아름다운 벨칸토를 잘 소화해 낸 소프라노의 활약도 극의 완성도를 높혔다. 여기에 호세 미구엘 에산디의 부드러우면서도 절도 있는 지휘가 더해졌다. 전체적으로 매우 감동적이어서 관객 중 한 외국인이 기립박수를 치며 모두 일어서기를 권했지만, 양반 기질에 수줍음이 덧입은 우리는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그냥 마음속으로만 벌떡 일어났다. 돌아오는 길은 밤인데도 ‘남몰래 흐르는 눈물’이 봄날의 햇빛처럼 온몸에 속속들이 스며들었다. 본디 에 등장하는 사랑의 묘약은 죽음을 불러왔지만, 흥겨운 오페라에선 진짜 사랑의 묘약이 되었다. 그렇다. 음악이야말로 진짜 사랑의 묘약이었다.
- 2017-03-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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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 미국을 사로잡다!
- 소녀들이 떼를 지어 노래하고 춤추는 이른바 걸그룹.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겼다 사라지는 이들에게도 조상은 있다. 바로 ‘김시스터즈’다. 한국전쟁 전후 미군 앞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세 자매. 가수 싸이보다 훨씬 오래전 한국을 넘어 미국 전역을 흥분시킨 주인공들이다. 노래뿐만 아니라 춤, 악기에도 뛰어났던 한국 원조 걸그룹 김시스터즈. 다큐멘터리 영화 이 그들의 파란만장 이야기를 담았다. 미국 무대! 무한 가능성, 겁 없는 도전! 숙자, 애자, 민자 세 명으로 구성된 ‘김시스터즈’는 1953년 미8군 무대를 통해 데뷔했다. 배고픈 시절 가족의 생계를 위해 파란 눈의 병사 앞에 올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노래를 부른 대가로 위스키 같은 현물을 받았다고. 이를 팔아 가족의 허기를 달랬으며 또 미래를 꿈꿨다. 노래뿐만 아니라 춤이면 춤, 악기면 악기 뭐든 주어지면 완벽한 하모니로 무대를 장악했다. 미8군에서 그들의 무대를 본 다수의 이방인은 김시스터즈라면 미국 무대에서도 통할 것이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무한한 가능성에 모험을 걸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건너가 한 호텔의 전속 가수로 이름을 알리다 1959년 미국의 인기 TV 쇼 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는 비틀스, 엘비스 프레슬리, 롤링 스톤즈 등 당대 최고의 스타들만 서는 꿈의 무대. 상상불가이지만 김시스터즈는 에 비틀스보다 더 많은, 20회 이상의 출연 회수를 기록했다. 또 시카고 팔머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는 등 1960년대 미국 전역에서 화제의 동양 연예인으로 이름을 날렸다. 원조 K-POP 스타를 이야기하다 은 아시아 최초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진출한 걸그룹, 원조 K-POP 스타인 김시스터즈의 음악 여정을 담아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뜯기고 찢긴 세월 속에서 탄생한 김시스터즈. 이들은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적 증거이고 폐허 속에서도 화려하게 꽃을 피운 자랑스러운 ‘우리’였다. 무엇보다 그들의 성공이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과 땀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이 김시스터즈 막내였던 민자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되고 있다. 음식과 언어 소통 문제로 힘들었던 시간, 고된 연습 과정 등 화려한 이면 뒤에 가려진 ‘김시스터즈’ 각자의 인생 이야기도 영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우월 유전자에 노력이 더해진 국내 최초 걸그룹 대한민국 최초 걸그룹, 김시스터즈의 온몸에는 전설적인 천재 음악가 집안의 우월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은 한국 대중음악 역사의 시작점에 있는 김시스터즈의 어머니와 아버지 등 가족의 모습을 함께 담았다. 김시스터즈 멤버 숙자와 애자는 ‘목포의 눈물’로 유명한 이난영과 천재 작곡가 김해송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룹의 막내인 민자는 이난영의 오빠이자 작곡가인 이봉룡의 딸. 언니들과 견주어 절대 뒤지지 않는 재능을 지녔다. 그들은 우월 유전자를 과신하지 않고 진짜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난영은 김시스터즈 성공의 일등공신이다. 그룹을 결성한 뒤 노래와 춤, 악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훈련을 도맡았던 프로듀서가 바로 가왕 이난영이다. 아버지 김해송은 재즈, 만요(漫謠), 오페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던 작곡가이며 ‘오빠는 풍각쟁이야’, ‘연락선은 떠난다’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겼다. 민자의 아버지 이봉룡도 ‘연락선은 떠난다’, ‘낙화유수’ 등 명곡을 작곡한 당대 유명 작곡가다. 은 ‘김시스터즈’의 성공 이야기와 그들의 가족 이야기 더 나아야 한국 대중음악의 시초를 찾아가는 역사 여행이기도 하다. 이난영이 부른 ‘목포의 눈물’ 작곡가 손목인의 아내 오정심과 ‘노란 샤쓰의 사나이’ 작곡가인 손석우가 등장해 그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육성으로 들려준다. 음악에 무게중심을 두다 은 음악 다큐멘터리다. 김시스터즈가 활약했던 영상을 토대로 ‘김치 깍두기’, ‘아리랑’, ‘트라이 투 리멤버(Try to Remember)’, ‘찰리 브라운(Charlie Brown)’, ‘마이클 노를 저어라(Michael Row the Boat Ashore)’를 보고 들을 수 있다. ‘찰리 브라운’은 김시스터즈가 의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노래. 미국 보컬그룹 코스터스(The Coasters)의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곡이다. 특히 김시스터즈가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낸 ‘김치 깍두기’는 음악을 넘어 시대와 가슴 아픈 추억을 담아냈다. 시간이 지나도 가슴을 울리는, 잊을 수 없는 그 시절의 명곡들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는 은 열정 가득한 공연 장면들이 그 어떤 대규모 콘서트보다 더 흥겨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의 명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김시스터즈와 이난영이 함께한 공연이다. 한복을 곱게 입은 이난영이 구성진 목소리로 ‘목포의 눈물’을 부르는 모습을 본 적은 익히 있지만 무릎까지 오는 플레어스커트에 세련된 화장과 머리를 하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상상해본 적 없다. 그녀를 중심으로 율동을 하고 화음을 맞추는 김시스터즈의 모습은 온몸에 전율과 감동을 전하기에 충분하다. >>영화정보 감독 김대현 출연 김민자, 김숙자, 김애자, 이난영 등 러닝타임 70분
- 2017-03-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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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즐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연주회
- 엄마의 지식수준을 높이 평가했는지 필자의 아들이 클래식 피아노 연주회 티켓을 주었다. 뮤지컬도 아니고 연극도 아닌 연주회, 그것도 피아노 연주회라니 속으로 지루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섰다. 언젠가 몇 번 참석했던 오케스트라 연주회에서 졸린 눈을 억지로 부릅뜨며 음악 애호가께는 매우 죄송하지만, 무식함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던 생각이 난다. 그래도 고맙다며 받아 든 초청장 가격을 보고는 안 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장에 18만원이다. 비싼 표이니 훌륭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속물근성이 있는 것 같아 멋쩍은 웃음이 난다. 그래도 누구에게 섣불리 같이 가자는 말을 못한 건 장소가 잠실 롯데콘서트 홀이라 우리 집에선 좀 멀고 시간도 밤 8시라서였다. 피아노 전공자에게는 특별하고 좋은 공연이겠지만 유명 뮤지컬도 아닌데 같이 갔다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면 미안할 것 같아서 필자는 그냥 혼자 가기로 마음먹었다. 조금 안심되었던 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이 그리 생소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젊어서 한때 잘난척하는 치기로 알지도 못하는 클래식을 듣겠다며 명동의 클래식 음악감상실 필하모니에 열심히 드나든 적이 있다. 그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감상해 보았고 전주로 무게감 있게 펼쳐지는 음색에 매력을 느꼈었는데 그 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마릴린 먼로의 ‘7년 만의 외출’이라는 영화를 보고 매우 반가웠고 놀랐다. ‘7년 만의 외출’에서 너무나 매혹적인 자태의 마릴린 먼로가 이 음악에 맞춰 걸어 들어오는 장면을 본 것이다. 피아노곡 자체보다 섹시한 마릴린 먼로 때문에 더 인상 깊게 느낀 연주곡이어서 조금 부끄럽다. 라흐마니노프는 교향곡, 협주곡, 실내악,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남겼지만, 그의 진가가 최고조로 나타난 장르는 협주곡을 포함한 피아노 음악이다. 이 곡은 당시 28세 라흐마니노프의 삶의 단면이 투영되어 있는데 작곡가로 겪었던 좌절, 그로 인한 실의와 고뇌뿐 아니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분투의 과정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고 한다. 1897년에 초연한 교향곡 1번이 악평을 들어 작곡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고 이때 개인적인 불행도 겹쳐 우울증에 빠졌다는데, 그때 최면술사 니콜라이 달 박사의 도움으로 라흐마니노프는 전보다 더 뛰어난 새로운 협주곡을 쓰게 되어 이렇게 완성된 협주곡 2번은 달 박사에게 헌정되었다. 첫 악장은 마치 절망의 심연으로부터 서서히 떠오르는 것처럼 묵직한 피아노 독주로 시작된다. 낮고 어두운 화음과 깊숙한 베이스음이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러시아의 정서와 작곡가의 감성이 아름답게 채색된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라흐마니노프를 있게 한 가장 대중적이고 유명한 곡이다. 이후 피아노 협주곡 3번이 탄생했지만 2번보다는 덜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이번 공연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과 3번이 연주되었다. 연주자로는 2007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미로슬라브 꿀띠쉐프’와 2016년 클리블랜드 콩쿠르 우승자인 ‘니키타 문도얀츠’가 연주했다. 귀에 익은 연주가 흐를 때 피아노 선율보다도 마릴린 먼로가 떠올라서 우습긴 했지만 참으로 듣기 좋은 연주였다. 클래식에 무지해서 지루할까 봐 걱정했던 건 기우여서 다행이다. 연주회가 끝났는데도 마음은 아직도 격정적인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연주가 소용돌이치는 것 같음을 느꼈다. 아무라도 한사람 같이 올 걸 그랬다는 후회가 된다. 필자가 이렇게 느꼈으니 다른 사람도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차가운 밤바람이 뜨거워진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었다. 필자의 마음을 달랜 멋진 피아노 연주회였다.
- 2016-12-27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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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 라이프] 2017 정유년, 닭띠 연예인과 이들의 새해 포부는?
- 글배국남 대중문화 평론가(knbae24@hanmail.net) 2017년 정유년(丁酉年)의 새해가 밝았다. 힘찬 닭 울음소리로 새해를 희망차게 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닭띠 연예인들이다. 닭띠생은 지능과 지모에 뛰어나고 앞을 내다보는 예견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날카롭고 단정하며 체계적이고 결단력도 있다는 말도 많이 듣는다. 이 때문에 연예인 스타 중에는 닭띠가 유독 많다. 정유년을 자신의 해로 만들겠다는 닭띠 연예인은 누구일까. 대중과 만나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2005년생 12세 아역 스타 김유빈에서부터 1933년생 84세 원로가수 명국환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연예인이 닭띠다. 가장 어린 2005년생 12세 닭띠 연예인에는 아역 스타 김유빈, 김지영, 홍화리와 리틀 싸이 황민우 등이 있다. 1993년생 24세 닭띠 연예인은 드라마 , 으로 스타덤에 오른 박보검, 가수와 연기자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아이유·정은지, 국민 남동생으로 뛰어난 연기력을 펼치고 있는 유승호가 있다. 이 밖에 1993년생 닭띠 연예인에는 힙합 스타 비와이, 최고 아이돌 그룹 엑소의 디오,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 로이킴과 백아연 등이 있다. 1981년생 36세 닭띠 연예인 중에는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는 톱스타들이 아주 많다. 요즘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드라마 에서 여자 주인공으로 나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최고 인기를 얻고 있는 톱스타 전지현, 등 수많은 영화에서 강력한 흥행 파워를 자랑하고 있는 최고 미남 스타 강동원,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여성들의 절대적인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조인성이 대표적인 36세 닭띠 연예인이다. 뛰어난 가창력으로 사랑을 받으며 드라마 OST 여왕으로 등극한 거미와 린, 저음과 고음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목소리 하나로 대중을 감동시킨 9연승에 빛나는 록밴드 국카스텐의 하현우, 매력적인 목소리로 여성 팬들의 가슴을 뒤흔드는 박효신과 케이윌, 여자 힙합 뮤지션 중 가장 인기가 높은 윤미래, god 출신으로 시원한 가창력이 강점인 김태우 등이 36세 닭띠 가수들이다. 원조 걸그룹 SES의 요정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유진, 드라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소유진, 예능과 드라마를 오가며 활동하는 송지효, 강렬한 연기로 존재감이 확실한 김래원, 부드러운 감성을 드러내는 이상윤, 훈남 이미지의 이동욱은 36세 닭띠 연기자이고 개그맨 허경환도 1981년생 닭띠 연예인이다. 1969년 48세 중년의 나이에도 대중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닭띠 연예인도 적지 않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코믹 연기는 물론 중후한 연기까지 해내며 다양한 캐릭터 연기를 소화하고 있는 김승우, 작곡가·가수·예능 프로그램 MC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윤종신과 주영훈,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를 선도하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 모델 출신 연예인 이소라, 높은 인기를 누리며 연기자로 맹활약하고 있는 하희라, 신애라, 윤유선이 48세 닭띠 연예인이다. 신세대 스타를 능가하며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는 1957년생 60세 닭띠 연예인도 많다. 최근에도 신곡을 발표하며 가수로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노사연과 최진희, 이용, 김수철, 팔색조 연기로 시청자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는 송승환, 김갑수, 강석우, 김보연 등이 대표적인 60세 닭띠 연예인이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 영화, 무대 등을 통해 대중과 만나는 1954년생 72세 닭띠 연예인은 조영남, 임현식, 선우용녀, 현철, 이상해, 박인환, 박인희, 박일남, 장용, 최주봉, 김도향, 서유석 등이고 84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여전히 무대에 서는 원로가수 명국환, 원로 코미디언 임희춘 등은 1933년생 닭띠 연예인이다. 2017년 정유년, 자신의 해를 맞은 닭띠 연예인들의 새해 포부는 무엇일까. “건강이 허락하는 한 무대와 방송에 계속 출연하겠다. 84세라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가수로서 열정과 노래에 대한 애정, 그리고 팬이 존재하는 한 노래를 부르겠다. 2017년에는 닭띠 해인 만큼 더 많이 활동하겠다.” 원로가수 명국환의 새해 포부다. 조연 연기자로 최고의 위치에 오르며 수많은 드라마에서 감초 연기로 빛을 발하고 있는 중견 스타 임현식은 “1969년 MBC 공채 1기로 연기활동을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연기를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지난 48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와 관객들을 만난 것처럼 올해도 드라마 등을 통해 시청자와 만나고 싶다. 특히 올해는 노년의 사랑을 멋지게 소화하는 멜로 연기에 도전하고 싶다”며 새해 바람을 피력했다. 여전히 청춘스타의 외모와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60세의 강석우는 “나이 들어가면서 더 절감하게 되는 것은 가족의 소중함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생활이 불규칙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 않다. 올해는 라디오 DJ와 드라마 활동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이 갖고 싶다. 연예인으로서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세 아이와 함께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48세의 신애라는 “미국 캘리포니아 히즈 유니버시티에서 밟고 있는 기독교 교육학 박사과정을 충실하게 공부하고 싶다. 아이들이 건강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보살피는 것도 소중한 일이다. 미국에서 부모를 잃는 한인 청소년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한인들이 입양해서 맡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올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미국의 많은 한인들이 부모가 없는 한인 청소년들을 입양해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새해 목표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왕성하게 펼쳤던 사랑 나눔을 미국에서도 여전히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지난해 2월 출산해 아이 엄마가 됐지만, 여전히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는 36세의 전지현은 “현재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새해 목표다”라고 말했고 여성 팬뿐만 아니라 남성 팬도 많은 조인성은 “올해는 이전과 다른 모습과 분위기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나 작품을 선택해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많은 중년 여성 팬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남동생 박보검은 “새해에도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 국내외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작품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닭띠의 해인 2017년 정유년의 가장 큰 목표다”라며 원칙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바람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해를 맞은 수많은 닭띠 연예인들이 2017년 정유년에 어떤 활동을 펼칠지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 2016-12-23 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