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남세브란스병원 의사 임상조(40) 씨에게 금고 10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습니다. 기사에서는 사실 관계를 아래와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환자 이(당시 82세) 씨는 뇌경색으로 치료를 받는데, 2016년 6월 엑스레이 검사와 CT 촬영에서 대장암 의심 정황이 나와 입원했다. 주치의(강 씨)는 CT 촬영 등에서 장폐색 의심 증상을 보였던 이 씨가 복부 팽만이나 압통이 없고 대변을 보고 있다는 임상 상황을 고려하여 대장내시경을 실시하기로 했고, 전공의는 임상조의 승인을 받아 환자에게 장 정결제를 투여했는데, 하루 만에 다발성 장기손상으로 사망했다. 원인은 이 씨의 장폐색이었다.”
형법 제267조(과실치사)는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자는 2년 이하의 금고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나온 과실은 사전을 뒤져보면 “어떤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부주의하여 인식하지 못해, 다시 말하면 주의하지 않아서 범죄가 구성되는 것”으로 설명됩니다. 의사가, 이렇게 처치하면 환자가 죽음에 이를 수 있는데, 주의하지 않아(과실) 그런 일이 생겼다(치사)는 뜻으로 풀이한 것입니다.
의료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의사는 아픈 사람을 치료하고,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어느 분의 말대로, 의사는 죽을 사람 열 명이 있을 때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합니다. 중증 환자는 대부분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형법에서 치사는 특별한 경우일 수 있지만, 중증을 치료하는 병원에서는 아주 흔한 일이기도 합니다. 특별한 상황에서 적용하는 과실치사죄를 의료 분야에 그대로 적용하면 곤란합니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 많다
의학은 사람에게 생기는 증상의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분야입니다. 끊임없이 밝히고 지식을 쌓아가고 있지만 완전히 밝혀진 부분보다 못 밝혔고, 치료법을 개발하지 못한 부분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오래전에 읽은 글을 떠올립니다. 일본에서 명의로 소문난 사람에게 오진율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고, 그 명의가 아마 25% 정도라고 답하자, “과연 명의”라며 감탄한 기사가 있었습니다. 사람의 병을 완벽하게 진단하고 처치하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전문가가 의료기 측정값과 임상 상태로 판단하더라도 오진 위험은 언제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의사 재량 판단에 형사 잣대는 위험
임상조 교수에게 여덟 살과 네 살 먹은 애 둘이 있어 가슴이 먹먹하다는 신파조 감성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병을 진단할 때 오진할 위험은 분명히 있지만, 환자는 의사의 전문성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현존하는 오진율을 애써 외면하려 하면 부작용으로 나타납니다. 벌써 의료계에 있는 사람들은 “진행성 대장암, 더 이상 치료하지 말라는 판결이 나왔다”면서 한탄합니다. 또 인터넷에는 다음과 같은 풍자성 질문도 있더군요.
82세 환자가 서울 상급 종합병원에서 뇌경색으로 치료 중 엑스레이와 CT 촬영에서 대장암이 의심되었다. 환자는 CT 촬영 등에서 장폐색 의심 증상을 보였으나, 복부팽만이나 압통이 없었고 대변을 보고 있었다. 이 환자는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1 고령에 기저질환도 있으므로 우선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를 받는다.
2 병리학적으로 암이 진단되지는 않았으나 응급으로 수술한다.
3 병리학적으로 암이 진단되지는 않았으나 고령이라 수술이 어려워 비급여로 항암 치료한다.
4 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치료 받도록 전원의뢰서를 써드린다.
5 조직검사와 확진을 위해 대장내시경을 시행하며, 현재 임상적으로 완전 장페색이 의심되지 않으므로 내시경 검사를 위해 조심스럽게 장 정결을 시행한다.
(단, 5를 선택하면 금고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된다.)
의사가 주의하더라도 의학 지식과 경험의 한계로 오진은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강하게 처벌하면 의사는 자신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행동하게 됩니다. 이를 의사의 직업정신이나 소명의식과 연결해 비난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중증 환자가 오면 시간이 걸리든 말든 치료비가 얼마가 들든, 환자의 형편을 고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은 살려 달라고 급하다고 외치지만,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처치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당장 무찔러야 할 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그 위험을 무릅쓰고 처치하겠습니까? 환자야 어떻게 되든 의사의 안전을 생각하겠지요.
형평에도 맞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다른 전문 분야와 비교해도 형평에 어긋납니다. 형사 판단을 내리는 판사도 증거를 잘못 보고 오판할 수 있습니다. 오판은 비난을 받을 수 있겠지만, 오판을 한 판사에게 형사죄를 묻지는 않는 것으로 압니다. 의사가 영상 자료와 임상 상태를 종합해 재량으로 판단한 것이 죽음이란 결과로 나타났다 해서 형사 잣대로 처벌하는 것은 지나칩니다. 분노한 의사들이 댓글로 달아놓은 “그 판사가 병원에 올 때 두고 봐라”는 내용은 섬뜩하지 않습니까?
전문 분야, 특히 의료 분야에서도 정보 접근 등 고쳐야 할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전문가의 재량에 속하는 판단에 형사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의사가 지켜야 할 것을 놓쳐 생긴 결과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재량으로 판단한 것에 형사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는 요구입니다. 오진율을 낮춰나가고, 정말 귀신같이 치료하는 의사가 많이 나오도록, 전문가로서 의사의 역량을 더욱 키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전문가 재량 판단에 형사 잣대는 거두어야 합니다.
고영회
대한변리사회 회장, 대한기술사회 회장, 서울중앙지법 민사조정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서울중앙지검 형사조정위원, 검찰시민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원 감정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현재 성창특허법률사무소 대표, (주)성건엔지니어링 대표이사입니다.
우리나라 등산 인구가 20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산을 찾는 인구는 늘었지만 산행 시 안전의식은 그다지 높지 않다. 지난 3일 50대 중반의 현직 부장검사가 도봉산 암벽에서 하강하다 로프가 풀려 추락한 뒤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 사고로 로프를 제대로 매주지 않은 40대 등반가가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안전이 최우선
언젠가 10월 단풍철에 동료 7명과 함께 설악산에 갔다가 일행 중 한 명이 사고를 당해 함께 간 사람들 모두 같이 고생한 적이 있다. 백담사에서 봉정암을 거쳐 대청봉, 소청봉을 지나서 조금 쉬고 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 무리 중 나이가 가장 많은 사람이 조그만 바위 위에서 사진을 찍다가 젖은 돌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한쪽 다리 정강이뼈가 부러졌다. 119에 신고를 했지만 “비가 오고 안개가 끼어 구조헬기가 뜰 수 없다며 대피소 부근까지는 어떻게든 내려와야 한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나무 두 개를 베어 로프로 얼기설기 묶고 재킷 몇 장을 깔아 들것을 만들어 다친 사람을 눕힌 다음 네 사람이 한쪽씩 잡았다. 나머지 두 사람은 배낭을 나누어 짊어졌다. 환자를 들고 비탈진 산길을 내려오는데 들것이 수평을 이루지 않으면 환자가 죽는다고 통증을 호소했다. 앞에 사람들은 높이 들고 뒤에서는 낮게 내려 수평을 맞추면서 어렵게 하산했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조대원의 도움으로 응급조치를 받은 동료는 구급차를 타고 서울로 돌아갔다. 큰 수술을 받고 병원에 두 달 정도 입원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서울시에서 2017년 발표한 바에 의하면 3년간 등반사고를 당해 구조한 사람 3627명 중 28.3%인 1,028명이 9월에서 11월에 구조되었다. 특히 구조된 10명 중 5명, 즉 50%는 51세~70세인 장·노년층이었다. 이는 가을철에 산을 찾는 사람들이 다른 계절보다 많고 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나이 든 사람들이 사고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자료이다.
발에 잘 맞은 등산화를 골라야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산행 시 발에 잘 맞는 등산화를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발이 편해야 한다. 그래야 장시간을 걷더라도 발이 아프지 않고 피로를 덜 느낀다. 그리고 어느 계절이든 산에서는 자신의 체력이나 경험만을 믿고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욕심부려 산행목표를 자신의 체력이나 능력 보다 맞지 않게 먼 거리 혹은 너무 높은 곳에 가지 말아야 하고 시간을 여유 있게 가져야 한다. 무리한 산행을 줄여 사고를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몸을 움직일 때는 한눈팔지 말아야 한다. 산에는 돌부리, 나뭇가지나 등걸, 구덩이, 낭떠러지 등 사고를 유발하는 위험요소가 널려 있다. 이동 중에 지나치게 두리번거리는 것은 삼가야 한다.
산을 좋아하는 시니어라면 등산할 때 반드시 실천해야 할 안전수칙을 숙지해야 한다. 자신의 여건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의 산행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고 즐기는 시간을 누리고 삶의 활력을 찾아 심신의 건강을 지켜나가기를 권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