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품격을 입다

입력 2025-12-21 06:00

[패션 키워드] 나이의 온도를 입는 법

▲올해 패션 키워드 총집합-타임(TIME).
▲올해 패션 키워드 총집합-타임(TIME).


한 해의 끝자락, 12월은 빛과 온도가 교차하는 계절입니다. 거리를 수놓은 조명은 반짝이지만, 마음 한켠에는 지난 시간을 돌아보는 묵직한 여운이 머물죠.

젊은 시절에는 패션 트렌드에 맞춰 ‘무엇을 입을까’에 집중했다면, 인생의 중반 이후인 시니어는 ‘어떻게 나를 표현할까’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됩니다. 옷은 단순히 몸을 감싸는 수단이 아니라, 살아온 시간과 태도를 드러내는 가장 솔직한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방송 스타일리스트로 26년 동안 수많은 연예인의 화면 속 순간을 완성해왔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를수록 느낀 건 진정한 스타일은 카메라 앞에서가 아니라 삶의 무대 위에 얼마나 자신 있게 서 있느냐로 완성된다는 사실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스타일이 사라지는 시점이 아니라, 오히려 스타일이 깊어지는 시기입니다.

지금은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나의 리듬으로 계절을 즐기는 ‘시니어 스타일링’이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연말 시즌은 격식과 여유가 공존하는 시기이기에 옷차림 하나만으로도 삶의 온도와 품격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패션 트렌드를 반영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스타일링이 가능한 4가지 키워드 ‘릴랙스 테일러링’, ‘메탈릭 포인트 & 시퀸 악센트’, ‘소프트 니트 레이어링’, ‘클래식 액세서리 재해석’을 중심으로 시니어가 연말을 더 따뜻하고 세련되게 즐길 수 있는 스타일링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릴랙스 테일러링-타임(TIME).
▲릴랙스 테일러링-타임(TIME).


#릴랙스 테일러링(Relax Tailoring)

최근 시니어 패션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릴랙스 테일러링’입니다. 이 트렌드는 단순히 ‘헐렁한 슈트’가 아니라, 삶의 리듬에 맞춘 여유 있는 실루엣의 미학을 뜻합니다. 요즘 글로벌 패션 매거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통적인 흐름은 ‘테일러링의 권위는 부드러움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입니다.

각이 살아 있는 재킷이 아닌 어깨선이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허리에 잔주름이 잡히는 재킷, 단단한 울 슈트 대신 유연한 트일이나 텐셀이 섞인 혼방 원단으로 만든 정장이 시니어 세대에게 새로운 편안함과 자신감을 선사합니다.

예전의 테일러링이 ‘사회 속의 나’를 드러냈다면, 요즘의 테일러링은 ‘나를 위한 옷’으로 방향을 틉니다. 몸을 규정하지 않고 따라 흐르며, 자연스러운 곡선을 살려주는 실루엣이 핵심입니다.


▲메탈릭 포인트-자라(ZARA).
▲메탈릭 포인트-자라(ZARA).


특히 연말 시즌에는 ‘격식과 여유가 공존하는 룩’을 시도해보세요. 공식 모임, 연말 디너, 가족 행사 등 어떤 자리에서도 체형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품위 있는 인상과 자연스러운 존재감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옷이 몸을 감싸안듯 부드럽게 떨어질수록 시니어의 품격은 더 깊어집니다. 추천 컬러는 네이비, 차콜, 와인, 아이보리, 베이지. 연말 조명 아래에서 얼굴 톤을 화사하게 밝혀주면서도 클래식한 여운을 남깁니다.

테일러링의 본질은 ‘자세’입니다. 서 있는 방식, 앉는 태도, 대화 중의 눈빛까지, 그 모든 순간이 실루엣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릴랙스 테일러링은 바로 그 ‘자세에서 시작되는 여유의 품격’을 입는 것입니다.


▲올해 패션 키워드 총집합-망고(MANGO).
▲올해 패션 키워드 총집합-망고(MANGO).


#메탈릭 포인트 & 시퀸 악센트(MetallicPoint & Sequin Accents)

연말의 공기는 언제나 ‘빛’을 품고 있습니다. 도시의 조명, 손에 든 샴페인 잔의 반짝임, 그리고 그 빛을 은은히 받아내는 옷의 질감까지. 빛은 단지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기분과 에너지의 언어이기도 합니다. 시니어 패션에서 반짝임의 미학은 ‘과시가 아닌 기품’으로 표현됩니다. 즉 빛을 덜어내는 기술이라고 하겠습니다.

메탈릭 포인트는 금속성 광택이 느껴지는 원단이나 소재를 의상의 한 부분에 포인트로 활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시퀸 악센트는 반짝이 장식인 시퀸을 강조점(악센트)으로 사용하는 스타일이죠.

두 요소를 결합한 메탈릭 포인트 & 시퀸 악센트는 온몸을 시퀸으로 덮기보다 움직임이 머무는 지점에만 빛을 배치하는 것입니다. 재킷의 단추, 스커트 밑단, 어깨선, 브로치 등 손짓과 걸음, 시선이 머물 때마다 미세하게 반사되는 반짝임이 조용하지만 강렬하고 우아한 존재감을 완성합니다.

컬러는 피부 톤을 자연스럽고 환해 보이게 하는 색조를 선택하세요. 웜톤이라면 로즈골드나 샴페인골드, 쿨톤이라면 실버나 아이스골드가 각각 따뜻함과 맑은 청량함을 더해줍니다.

올겨울 거울 앞에서 빛이 살짝 스치듯 반사될 때, 그 미묘한 광채 속에서 ‘나도 여전히 반짝인다’는 확신을 느껴보시는 건 어떨까요?


▲소프트 니트 레이어링-마시모뚜띠(Massimo Dutti).
▲소프트 니트 레이어링-마시모뚜띠(Massimo Dutti).


#소프트 니트 레이어링(Soft Knits Layering)

겨울이 깊어질수록 부드러운 니트의 온기가 마음의 온도를 높여줍니다. 캐시미어나 울 소재 니트는 겨울 시즌 편안함과 품격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가장 클래식한 아이템입니다.

몸에 닿는 촉감이 부드러워질수록 마음도 자연스레 느슨해지죠. 최근 패션 트렌드 분석에서 시니어 패션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바로 ‘소프트 럭셔리’, 즉 ‘부드러움 속의 품격’입니다.

과한 장식이나 구조적 실루엣 대신, 터치감 좋은 소재와 은은한 색조로 완성하는 감성적 미니멀리즘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그중에서도 니트 레이어링은 체형과 나이를 초월해 가장 세련되게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소프트 니트 레이어링-마시모뚜띠(망고(MANGO).
▲소프트 니트 레이어링-마시모뚜띠(망고(MANGO).


캐시미어·메리노 울·알파카 같은 천연 소재는 피부에 닿는 감촉이 부드러워 표정의 온도까지 바꿔주는데요. 연베이지·모카·올리브·라벤더그레이 같은 자연에서 온 컬러는 얼굴빛을 환하게 만들어주면서도 과하지 않은 우아함을 전달합니다.

이때 중요한 건 ‘톤온톤(Tone-on-Tone)’ 레이어링입니다. 색의 대비보다 색의 깊이를 조절하는 방식이 훨씬 세련된 인상을 주는데요. 연베이지 니트 위에 샌드베이지 코트를 걸치거나, 라이트그레이와 스모키그레이를 겹치는 식으로 ‘같지만 다른’ 색 온도의 스타일링을 경험해보세요.

셔츠와 함께 레이어링할 경우 니트 위에 얇은 셔츠 칼라를 살짝 내어 얼굴에 조명효과를 주는 스타일링을 제안합니다. 다만 두께가 과하게 두껍거나 목이 너무 올라오는 디자인은 얼굴선이 도드라져 보일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타일링 팁으로 패브릭 믹스를 추천하는데요. 니트를 여러 겹 레이어링하는 것도 세련된 스타일링이지만, 실크 블라우스나 얇은 리넨 셔츠와 레이어링하는 것도 시도해보세요. 질감의 온도 차가 유니크한 세련미를 더해줍니다.


▲클래식 액세서리 재해석-매드 팩토리(MAD FACTORY).
▲클래식 액세서리 재해석-매드 팩토리(MAD FACTORY).


#클래식 액세서리 재해석(Re-imagined Classic Accessories)

시니어의 옷장에는 ‘시간이 만든 보석’이 있습니다. 결혼식 때 선물받은 진주 목걸이, 젊은 시절 여행지에서 산 스카프, 오랜 세월 손에 익은 시계와 가방까지. 그것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인생의 일부이자 나의 이야기입니다.

최근 패션계에서는 과거의 클래식 아이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감각이 세대를 초월한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보다 ‘시간이 더해진 것’,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가 아닐까요?

옷장 속의 진주 목걸이를 꺼내보세요. 중간 길이의 불규칙한 진주나 믹스 펜던트로 시선을 분산시키면 무게감은 줄고 얼굴선은 오히려 부드러워집니다.


▲클래식 액세서리 재해석-비비드 솔리드(BB’DE SOLI’DE).
▲클래식 액세서리 재해석-비비드 솔리드(BB’DE SOLI’DE).


스카프는 손목이나 가방 스트랩, 혹은 헤어밴드로 재해석해보세요. 실크 스카프의 컬러와 패턴은 표정에 생기를 불어넣어 좀 더 나에게 집중하게 만드는 마법을 만나게 되실 거예요.

스타일은 곧 ‘나의 이야기’를 입는 일입니다. 젊은 시절 반짝임의 기억 속으로 스며들지만, 그 기억을 다시 꺼내 새롭게 재조립하는 일이 시니어 스타일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연말연시는 우리 각자의 시간을 돌아보게 하는 계절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지금의 내가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패션으로 표현해보세요.

릴랙스 테일러링으로 태도의 여유를, 메탈릭 포인트로 존재의 빛을, 소프트 니트로 삶의 온기를, 클래식 액세서리로 시간의 품격을 입는다면, 올 연말연시 당신은 ‘멋’이 아닌 ‘품격’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전히 런웨이입니다. 한 해의 끝,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지금, 옷장 앞에서 잠시 멈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나의 스타일 온도는 몇 도일까?”

나이의 온도, 이제는 품격으로 입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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