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제4회 한국후견대회’에서는 치매 고령자의 자산이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후견·신탁·돌봄이 제각기 움직이며 보호 공백이 커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나왔다. 이들은 “고령자 자산을 보호하려면 후견과 신탁이 각각이 아닌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공신탁 제도 도입과 전문후견인 강화, 지자체 중심 전달 체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고령 인구 급증과 함께 치매 발병률도 급격히 상승하며 치매 고령자의 보유 자산이 사회적 위험 요인이 되는 ‘치매머니’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치매머니는 약 154조 원으로 추정되며 2050년에는 48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치매 고령자의 자산은 사기, 비합리적 소비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이를 보호하기 위한 후견과 신탁제도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후견 개시까지 6개월 이상 걸리는 복잡한 절차, 후견 감독의 형식화, 신탁 자산 범위 제한 등 제도적 장벽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고령자의 판단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적절한 개입 없이 방치할 경우 재산 손실은 개인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진다.
후견과 신탁 제도의 미비점이 제기된 후, 대안을 제시하는 첫 발표는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맡았다. 그는 치매머니와 고령자의 경제적 위험을 소개하며 “후견과 신탁의 활성화·통합·연계를 위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후견과 신탁의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두 제도가 단절돼 현재 구조로는 고령자 재산을 보호하기 어렵다”라고 진단하고 사전후견 의향서 도입, 재신탁 허용, 공공신탁 도입 등 단계적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어서 싱가포르의 유일한 비영리 신탁회사인 SNTC의 에스더 탄(Esther Tan) 신탁·사례관리 책임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SNTC는 싱가포르의 정부 기관인 사회가족부(MSF) 지원을 받으며 공공신탁 센터는 법무부 산하에 있다.
그는 “싱가포르도 2024년 말부터 치매 환자가 7만4000여 명에 이르렀고 2030년이 되면 고령화 인구로 인해서 15만2000여 명까지 늘어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SNTC는 중·저소득층 고령자를 위해 ‘사전 계획 연계형 신탁 서비스’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공공복지형 신탁 모델로 한국이 추진 중인 치매안심 재산관리 서비스와 공공신탁 도입 논의에 중요한 비교 사례로 소개됐다.
마지막 발표는 제철웅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노인을 위한 재산 관리 지원서비스 제공 기관으로서의 공공신탁기관’이라는 주제로 이어갔다. 제 교수는 고령자 재산 관리 지원 체계 구축 필요성을 설명하며 해외 공공신탁·후견 제도의 비교 사례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그는 미국에서 연간 130만 건 이상의 노인 학대·방임 의심 신고가 접수되고 이 중 경제적 방임 및 착취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점을 근거로 고령자 재산 보호의 국가 개입성을 강조했고 영국·호주·캐나다는 공공신탁기관을 통해 재산 관리가 어려운 개인의 자산을 국가가 직접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독일과 스위스는 공공후견 중심 체계를 운영해 독일은 인구 10만 명당 후견 대상자가 1800명, 스위스는 1000명 수준에 이른다고 소개했다. 반면 한국은 10만 명당 약 70명으로 후견 이용률이 매우 낮아 공공신탁·후견 제도 체계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제 교수는 한국형 공공신탁은 재산 증식이 아니라 치매·인지 저하 고령자의 돌봄·생활비를 안정적으로 지출하게 하는 ‘복지형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울가정법원·한국후견협회·대한변호사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제4회 한국후견대회는 공공·민간 후견 및 신탁 전문가들의 제언으로 이어지며 초고령사회에 대응할 정책 체계 재정비의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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