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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회 없는 이별을 위하여, 가수 임지훈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차가운 너의 이별의 말이 마치 날카로운 비수처럼/ 내 마음 깊은 곳을 찌르고 마치 말을 잃은 사람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떠나가는 너를 지키고 있네/ 어느새 굵은 눈물 내려와 슬픈 내 마음 적셔주네/ 기억할 수 있는 너의 모든 것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와/ 너의 사랑 없인 더 하루도 견딜 수가 없을 것만 같은데/ (…) 다시 돌아올 수 없기에 혼자 외로울 수밖엔 없어/(…)” 1985년 내가 겪었던 처절한 이별의 이야기를 담은 노래다. 당시 이별의 아픔을 달래려고 만든 노래를 임지훈에게 들려줬고, 이 노래가 그의 히트곡이 됐다. 이별을 잘하는 것은 어렵다. 어린 시절의 바보 같은 나처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날카로운 이별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 이별은 늘 난제(難題)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이문세의 노래처럼 “탁자 위에 물로 쓰신 마지막 그 한마디”를 남기고 홀연히 떠나기도 한다.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르겠지만. 1987년 이 노래가 발표되었을 때 당시의 청춘들은 이별의 말을 날카로운 비수로 비유한 노랫말에 격하게 공감했다. 사람들은 늘 수많은 이별의 슬픔과 상실의 고통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노래나 이야기를 원한다. 그것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그 노래나 이야기가 마치 자신의 이야기인 것처럼 공감하며 자신의 처지를 이해받는 듯한 위로를 받고 싶을지도 모른다. 사랑 혹은 머물고 싶은 순간들을 지키지 못하고, 제대로 된 이별도 하지 못한 상처를 앓으며 살아가기 때문이리라. 매듭이 필요한 이별 풀린 신발 끈을 묶듯 이별에도 매듭이 필요하다. 바둑의 신이라 불리는 이창호 9단은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든다”라고 했다. 이별도 마찬가지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헤어져야 할 사람과 관계를 잘 정리하고, 새로 맞이할 관계와 삶의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꼼꼼하게 매듭을 묶으면 적어도 끈 때문에 넘어질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이성적이지 못하다. 교통사고처럼 예기치 못하게 다가오는 것이 이별이라고 했나? 예기치 못한 이별일수록 아픔이 더 크다. 제대로 된 정리를 못 하고 남겨진 사람은 허탈하다. 이별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혼란만 가중된다. ‘그에게 나는 대체 무엇이었나?’, ‘그에게 나는 소중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만 남는다. 결국 상대에 대한 분노 혹은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상실을 극복하는 과정이 더뎌지거나 아예 극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후회 없는 이별을 위해서는 나름의 의식이 필요하다. 후회 없는 이별이란 원만하고 균형 잡힌 마무리다. 감사함을 서로 전하고 받을 기회를 갖기 위해, 우리는 이별하기 전에 만나고 함께 식사하고 선물을 교환하고 배웅하는 등의 복잡한 절차를 치른다.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그 행복했던 순간을 서로의 일부로 각인시키는 마지막 과정을 치르는 것이다. 사진을 같이 찍어 남기고, 편지를 보내서 손에 쥐고 기억할 수 있는 소위 ‘기념품’을 남기는 것도 좋은 이별 방법이다. 만날 수 없다면 최소한 통화라도 해서 좋은 감정을 직접 전달해야 한다. 이별은 첫 시작만큼이나 중요하다. 우리가 함께 나눴던 감정에 대해서 다시 나누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종의 정서적 준비가 필요한 셈이다.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끝이 나는 그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해도 모자라겠지만 아낌없이 마음을 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에 대한 명확한 감정을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이별의 아쉬움과 그리움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을 수긍해야 더 좋은 삶의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가장 고통스러운 이별은 이별하지 못한 이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이별을 할 때도 이별의 의식이 필요하다. 한 해를 돌아보면서 잘못한 것들을 후회하며 신년에는 달라질 계획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내가 잘했던 것들, 보람 있었거나 즐거웠던 일들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2021년, 올해도 우리는 꽤 잘 살았다. 사랑의 썰물-임지훈 임지훈은 1980년대 6인조 포크 그룹 ‘김창완과 꾸러기들’ 출신의 포크가수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기타 가수 중 하나다. 이 노래는 내 작곡 데뷔곡이자 그의 솔로 데뷔곡이었다. 이 곡을 계기로 산울림의 김창완으로부터 가수 권유를 받아서 이듬해 동물원으로 데뷔했다. 참고로 김광석을 김창완에게 소개해준 이도 임지훈이다. 소설가 이외수가 이 앨범의 속지에 적은 글도 인상적이다. 그는 임지훈의 목소리를 “포유동물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절실한 그리움이 실린 서정시”라고도 했다. 김창완도 임지훈의 솔로 데뷔에 도움을 줬다. A면 타이틀곡 ‘기다리면 대답해주시겠어요’는 그가 작사·작곡한 곡이다.
- 2021-12-08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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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위로가 되는 든든한 나의 편, 커피소년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익숙해진 줄 알았는데 다시 찾아온 이 절망에 나는 또 쓰려져 혼자 남아 있네.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괜찮다 말해줄게. 다 잘 될 거라고. 넌 빛날 거라고. 넌 나에게 소중하다고. 모두 끝난 것 같은 날에 내 목소릴 기억해.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일상적 언어로 담담하게 위로를 건네는 이 노래는 가수 커피소년의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다. 커피소년은 201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인디 가수인데, 위 곡은 그의 대표곡 중 하나다. 특히 이 노래는 삶에 지친 청춘들의 맘을 달래는 곡으로 당시 인기를 끌었으며, 지금도 드라마와 라디오 등에서 자주 BGM으로 등장한다. 곡을 쓴 커피소년은 한 인터뷰에서 “단순한 말이지만 가사를 통해서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노래는 듣는 이의 정서를 안정시키고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나 혼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위로를 전달한다. 어떤 이들은 사람의 위로나 격려보다 음악이 더 큰 위로가 된다고 한다. 가수인 나 역시 내 노래를 듣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는 말을 들으면 참 고맙다. 하지만 그런 얘기를 들으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선 걱정이 앞선다. 진심 어린 위로를 나눌 이가 적은 것은 아닌지,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쌓이면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잃고 노래에 의지하게 된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강력한 위로는 사람으로부터 받는 위로다. 물론 위로는 쉽지 않다. 좋은 일을 축하하는 것은 익숙하고 쉽지만, 나쁜 일을 겪은 사람을 위로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고 참 복잡하다. 서투른 위로는 오히려 상대에게 상처나 부담을 주거나, 좋은 의도와 달리 본인이 상처받을 수도 있다. 고심해서 상대방의 상황에 적절한 위로가 되는 언행을 한다고 해도 원했던 결과를 얻기는 힘들고, 얻는다 해도 시간이 걸린다. 위로는 단순하게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 감정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다. 따뜻하고 친절한 감정을 통해서 상대의 부정적 감정을 ‘완화’하는 행위다. 어떤 감정 상태로 향하는 논리적 행위가 아니라, 견딜 힘이 더 커졌다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정적 행위다. 이를 통해 혼자가 아님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위로의 궁극적인 목표는 위로받은 이가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더 잘 이해하고, 주어진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까? 위로의 첫 단계는 능동적인 청취다. 상처받은 사람들은 다시 일어서기 전에 울며 상처를 핥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위로의 첫 단계는 먼저 들어주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집중해서 감정이입을 하고 공감하려 노력해야 한다. 혼자가 아니라고, 이해받고 있고 고통을 함께 나누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게 해야 한다. 고통의 수렁에 빠진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진심으로 자신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고, 잠시나마 마음을 기댈 어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말보다 비언어적 표현과 행동이 더 중요하다. 친밀감, 따뜻함, 신뢰감 등을 비언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눈을 마주 보고 다정한 표정을 보여주며 신체적인 거리를 좁히는 것도 중요하다. 들어주며 상황을 파악하고 공감하는 단계에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 솔직하고 간결한 말로 고통을 공감하고, 이해한 상황을 정리해서 들려주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상대방을 돕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해야 한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으면, 모른다고 말하면 된다. 시니어는 갑작스러운 은퇴와 부모의 죽음, 배우자와의 사별 등 말 못 할 아픔이 많다. 삶에서 축적된 상처의 상흔도 저마다 다르고, 원하는 위로 방식도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상대의 위로에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이도 있다. 이럴 때는 섣부른 조언보다 기다림이 필요하다. 곁에 머물면서 네 편이라는 연결감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해”라는 엉거주춤한 도움보다는 가끔씩 안부와 마음의 안녕을 묻거나, 상대가 혼자 하기 힘든 일을 먼저 나서서 도와주면 좋다. 홀로 살아가는 인생에 내 편이 있다는 것, 그것만큼 든든한 일이 있을까? 매몰찬 현실에서 뜨끈한 손난로처럼 필요한 것이 위로가 아닐까?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 커피소년 커피소년이란 이름은 짝사랑하던 여인이 좋아하던 아메리카노에서 모티프를 가져왔고, 사춘기 소년의 감수성을 그대로 살리고 싶어서 ‘커피소년’이라 작명했다. 실제로 첫 번째 곡의 제목은 ‘아메리카노에게’다. 짝사랑하던 여인이 결혼하면서 가수를 그만두려고 했지만, KBS 2FM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 등 라디오와 방송에 그의 노래가 소개되면서 본격적으로 가수 활동을 하게 된다. 소년과 같은 목소리와 단순하지만 따뜻한 노랫말 덕분에 삶에 지친 2030세대에게 특히 큰 인기를 얻었다. 커피소년은 이제 40대 중년으로 들어섰지만, 여전히 특유의 감성을 잃지 않고 활동 중이다.
- 2021-11-11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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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을 잊게 하는 낭만 어린 목소리의 주인공 최백호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 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궂은 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렴. 새빨간 립스틱에 나름대로 멋을 부린 마담에게 실없이 던지는 농담 사이로 짙은 색소폰 소릴를 들어보렴. 이제 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만은 왠지 한 곳이 비어 있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대한민국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낭만’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을 때, 1순위로 떠오르는 가수가 있다면 바로 ‘최백호’가 아닐까? 한국의 대표적인 낭만 가객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세월이 지난 지금도 그의 곡 ‘낭만에 대하여’는 여전히 대중에게 각인되고 있다. 요새도 애창곡으로 주저 없이 이 노래를 꼽는 중년들이 많을 것이다. 가수 본인 역시 이 곡을 자신의 인생곡으로 꼽았다. 당시 그는 설거지하는 아내를 보며 어딘가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을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리고 곡을 썼다고 한다. 그가 제일 처음으로 떠올린 가사가 ‘첫사랑 그 소녀는 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였다. 우연히 김수현 작가도 이 가사 한 줄에 반해서 그의 노래를 KBS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삽입했는데, 그것이 선풍적인 인기의 촉매제가 됐다. 단 한 줄의 가사는 시작을 만들었고, 그 시작의 한 줄은 그에게 또 다른 인기를 안겨다줬다. 한마디로 낭만과 낭만의 만남이라고 해야 할까? 주인공의 놀이 얼마 전 오랜만에 친구와 소주를 한잔 마셨는데, 괴로운 일이 있던 친구가 2차를 가자며 졸랐다. 2차는 젊은 시절의 추억에 젖을 수 있는 음악이 흐르는 곳에서 맛있는 술을 음미하자고 했다. 술 대신 노래에 취하고 싶다는 친구는 “오늘의 기분은 낭만적인 노래로 잊고 싶어!”라고 말했다. 친구의 말 때문에 집에 가고 싶었던 마음을 고스란히 접고, 그날은 함께 근사한 음악을 듣고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편의점에서 우산을 사려다 그냥 비를 맞으며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흥얼거렸다. 고된 하루의 끝을 도라지 위스키 한잔에 색소폰 소리로 달래고 있을 때, 새빨간 립스틱의 마담이 유혹적인 저음으로 “사장님 참 멋져요!”라고 속삭인다면 어떨까? 친구가 원하는 낭만은 그런 것일까? 겉은 구질구질해 보이는 50대 후반이어도 속은 아직도 멋있고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느끼고 싶은. 낭만은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종의 방파제다. 일상은 종종 무의미하고, 삶은 식은 돼지 간처럼 퍽퍽하다. 하지만 누구나 삶을 잘 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가혹한 현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낭만을 이용한다. 본인 주위를 둘러싼 것들을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파악할 때 경험하는 감미로운 분위기와 기분이 바로 ‘낭만’이다. 객관적 논리에서 조금 벗어나 느끼고 싶은 대로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 자신을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만들 때 낭만을 느끼게 된다. 낭만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하나는 바로 ‘주인공 서사’다. 불만스러운 삶을 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서사다. 물론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의 자기기만으로 현실감을 잃지 않을 만큼 부풀려진 삶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자신을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삶의 무료함을 달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자발적인 놀이’다. 모두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 빈틈을 채워주는 자신만의 놀이가 낭만이다. 자발적인 놀이는 재미와 더불어 자부심을 가져다준다.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 없는, 오롯이 자신을 위한 놀이다. 또한 호기심, 창의력 등을 바탕으로 공부하고 노력할수록 낭만의 재미는 더욱 커진다. 삶은 놀이가 필요하다. 니체는 놀이에 열중하는 진지함을 발견할 때 비로소 성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낭만과 같은 자발적인 놀이는 삶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더 나아가 조금 더 성숙한 어른으로 거듭날 기회를 우리에게 부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낭만에 열중한다는 건 그만큼 삶을 잘 가꾸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가끔은 잊었던 낭만을 즐길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다. 낭만에 대하여 - 최백호 색소폰 연주자 에이스 캐논(Ace Cannon)의 ‘로라’(Laura)가 흘러나오는 다방에 자주 갔던 최백호의 경험이 담겨 있는 곡이다. 심금을 울리는 가사와 애절하고 허스키한 그의 목소리가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실제로 당시 35만 장의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그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당시엔 40대 가수가 큰 히트를 기록하기 어려웠던 만큼 그 의미가 더욱 컸다. 사실 이 곡은 발매 당시엔 인기가 없었다. 하루에 평균 한 장도 안 팔리던 앨범이었는데, 작가 김수현의 KBS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출연한 장용이 이 곡을 부르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최백호는 ‘낭만 전도사’란 별명이 생겼다.
- 2021-10-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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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을 마주하는 연습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 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내 인생에서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야. 시원하고 맑은 물 위에서 세일링을 즐겨. 멋진 변화가 필요할 때라는 걸 알아. 내 인생은 미리 정해져 있어. 멋진 변화가 필요해. 알바트로스와 고래는 내 형제. 아주 특별한 느낌이 들어. 바다에 혼자 있을 때.”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홀로 고독을 즐기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곡은 호주의 록 밴드 ‘리틀 리버 밴드’(Little River Band)가 부른 ‘Cool Change’다. 1975년 호주 멜버른에서 탄생한 밴드로 당시 미국에서 인기가 상당했다. 음악성은 독보적이었지만 각자의 개성이 워낙 뚜렷한 탓에 다툼이 많아 내부 불화가 심했다. 심지어 녹음도 따로 하고, 버스도 따로 탄 채로 투어를 다녔다고 한다. 이 곡은 당시 리드 보컬 글렌 쇼록(Glenn Shorrock)이 가사를 썼는데,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며 고독을 자청한다. 복잡다단한 인생에서 잠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내 인생을 확인하고, 바다 위에서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멋진 변화를 시작하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훗날 그가 이 곡에 대해 “도와달라는 외침”이었다고 밝혔다. 여담으로 당시엔 세일링을 할 줄 몰랐지만, 곡을 쓴 후 세일링을 취미로 즐기기 위해 시드니 항구와 피지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진실한 대화 고독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혼자만 있는 상태를 뜻한다. 외로움과 비슷하지만, 의미가 미묘하게 다르다. 고독은 혼자인 상태고, 외로움은 고독한 상태로 인해 느끼는 쓸쓸하고 슬픈 감정이다.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조절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른다. 철학자들은 고독을 ‘참된 고독’과 ‘거짓 고독’으로 구분한다. ‘참된 고독’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상태, 정체성과 방향성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거짓 고독’은 고독으로 인한 외로움에 빠져서 자신의 진면모를 오롯이 직시할 수 없거나, 직시하기를 피하며 자기 연민에 빠진 상태라고 한다. 타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바로 거짓 고독이다. 은퇴하면 가족들도, 심지어는 배우자도 나를 별로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낯설고 무서운 고요와 고독이 느닷없이 우리 곁에 다가와 친하게 지내자며 씩 웃는다. 떨쳐내고 싶지만, 고독은 삶의 한 조건이고 불가결한 과정이다. 필연적으로 고독은 외로움을 유발한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싶은 본능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생기는 감정인데, 우리는 외로움을 피하려고 참 바보스러운 짓을 많이 한다. 이때 필요한 덕목이 바로 ‘혼자 잘 지내는 법’이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에게는 시간이 매우 많아졌다. 보람찬 후반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이 필요하다. 준비하지 못했다면 새롭게 찾아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지내던 익숙한 삶의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 의존적인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외로움의 늪에 빠져 허덕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고독과 친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고독은 자신을 이해하는 수단이자, 외로운 누군가의 마음을 보살필 수 있는 도구다. 삶과 관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자신과 진실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다. 혼자서 힘들다면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해보거나 종교를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 충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신이 바로 서야 남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 혼자 잘 살아가는 힘이 있어야 함께하는 삶도 잘 살 수 있다. 결국 끝까지 함께할 이들은 배우자와 친구 몇 명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의존적이지 않되 정서적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고독과 마주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고독을 겪으며 자신을 성찰하고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성숙한 사람으로 발전하기를 거듭하면, 온전한 ‘자기’(self)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온전한 자신이 됐을 때 다른 이들과 함께 더 행복한 삶을 그릴 수 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Cool Change - Little River Band 리틀 리버 밴드는 호주의 5인조 록 밴드인데, 호주 팝 음악계의 선구자라 불러도 무방하다. 리드 보컬이던 쇼록이 우연히 지나던 길에 마주친 팻말에 적힌 ‘Little River’를 보고, 그룹명으로 정했다. 호주에서 탄생했지만 정작 호주인에게는 인기가 별로 없었다. 이 곡도 호주 내 차트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1980년 빌보드 차트에서는 10위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01년 APRA(Australasian Performing Right Association, 호주공연권리협회)가 75년 동안 가장 위대한 30곡의 호주 노래 중 하나로 선정했다. 실력이 출중한 뮤지션이 많았지만, 내부적으로 불화가 심해 그동안 구성원이 30명 정도 바뀌었다.
- 2021-09-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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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소한 추억과 휴식, 함께하는 여행의 매력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앞마을 냇터에 빨래하는 순이, 뒷마을 목동들 피리 소리. 그리운 고향 그리운 친구, 정든 내 고향 집이 그리워지네!” ‘그리운 고향’의 1절 가사인데, 시니어 독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곡은 1970년대 ‘노래의 전령사’로 불렸던 작곡가 전석환이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치 보이스’의 ‘Sloop John B’를 개사한 것이다. 사실 이 곡의 주인은 비치 보이스가 아니다. 비치 보이스의 리더 브라이언 윌슨이 카리브해의 섬나라 바하마의 민요를 편곡한 노래다. 노래의 내용은 주인공이 긴 여행을 마치고 ‘Sloop John B’라는 배를 타고 고향 바하마로 돌아가는데 항해 중 선원들이 반란을 일으켜서 주인공의 모든 것을 약탈당하고 엉망진창이 된다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이 여행은 내 생애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라는 하소연을 되풀이하며 노래를 마친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검프가 베트남전에 참전했을 때도 같은 곡이 흘러나온다. “이건 최악의 여행이야! 난 집에 가고 싶어!” 하는 부분이 강조되며 겁에 질린 검프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하지만 그 최악의 여행이 검프에게 전혀 새로운 관계와 기회를 열어준다. 이처럼 노래도 반전 매력이 있다. 가사의 내용과 달리 비치 보이스의 화음은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12줄 기타 소리는 언제 들어도 시원하다. 일상의 소중함 코로나19로 꼼짝 못 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 여름휴가에는 여행을 가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많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가족 여행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들은 지난번 여행을 떠올리며 벌써 걱정되고 불안해서 약을 더 달라고 한다. 가족끼리 즐겁게 지내자고 떠나서, 결국 만신창이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는 의외로 많다. 서로 조금씩 양보하면 좋겠지만, 막상 닥치면 잘 안 된다. 가족 여행의 목적은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운 추억을 쌓는 것이다. 여행 계획을 독단적으로 세우는 것은 좋지 않다. ‘함께’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계획도 같이 정해야 한다. 같이 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최소한 하나씩은 반영해야 한다. 물론 각자의 취향과 의견이 다를 수 있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하다. 무조건 손주가 좋아하는 대로, 부모가 좋다는 대로 하는 여행은 다른 구성원에게 최악의 경험으로 남을 수 있다. 이때는 리더의 적절한 중재가 필요하다. 가족 구성원 중 가장 현명한 이가 리더를 맡아서 여행의 목적을 잃어버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계획을 융통성 있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함께 즐겁게 여행을 하려면 ‘함께 살아가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 물론 지름길은 없다. 일단 인정과 칭찬이 들어간 언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 즐거움과 행복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기에 한 걸음 물러나는 지혜 혹은 인내할 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하얀 거짓말이 때론 필요하다. 여행의 리더는 독단적인 결정 대신 의사를 먼저 물어보고, 함께하는 사람들은 리더가 “좋지?”라고 물어보기 전에 먼저 좋다고 말해주는 게 좋다. 다만 반응을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다. 싫다는 표시가 없는 무언의 긍정도 수긍하자. 비언어적인 소통도 중요하다. 계획을 이행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하는 구성원의 마음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소중한 존재일수록 기대를 많이 하고 상처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마음 상태가 되어야 성공적인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여행에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 기쁨을 나눌 수 있도록 열린 마음을 갖추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여행을 통해서 쌓는 소소한 추억의 즐거움과 휴식이 주는 재충전이 필요하다. 이번 여름엔 가까운 곳으로라도 잠시 떠나보기를 권한다.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의 가치를 깨닫는다. 여행에서 돌아올 때 변함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집, 가족, 일터, 평범한 일상의 감사함과 소중함을 느낀다. 떠나는 목적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시금 돌아온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것이 여행의 또 다른 매력 아닐까? Sloop John B - The Beach Boys 미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치 보이스는 윌슨가의 형제와 사촌 형제들이 모여서 만든 5인조 밴드다. 당시 미국 서해안 젊은이의 문화를 바탕으로 한 서프 음악(Surf Music)의 선두주자였다. 원래 그룹명은 ‘Pendletones’였으나, 첫 싱글 앨범 발표를 앞두고 당시 레코드 회사에서 서핑이라는 곡 주제에 맞게 이름을 ‘The Beach Boys’로 바꿔버렸다. 원곡은 섬나라 바하마의 낫소에 살던 선원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민요로, 미국 시인 칼 샌드버그가 출간한 민요 모음집에 실리면서 알려졌다. 비치 보이스는 비틀스 타도(?)를 목표로 이 앨범을 만들었는데, 이를 위해 최신 녹음 기술을 활용하고 편곡에도 굉장히 신경을 썼다.
- 2021-08-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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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만의 춤을 추는 삶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죠. 천천히 빛나는 꿈밖에는. 두려움은 마음에 묻어두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세상의 풍파 속에서 나는 음악을 듣고, 눈을 감고 리듬을 느껴요. 음악은 내 마음을 사로잡아요. 이 얼마나 멋진 느낌인가요? 믿음이 현실이 된다는 것. 나의 열정을 현실로 만들고, 나의 춤을 추고 나의 삶을 살게 된다는 것.” 위의 가사만 봐도 한 춤꾼의 애환과 열정이 느껴진다. 이 곡은 아이린 카라가 부른 ‘Flashdance What a Feeling’으로 1983년 개봉한 영화 ‘플래시댄스’의 주제곡으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철공소에서 일하며 발레리나의 꿈을 꾸던 소녀가 역경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꿈을 성취한다는 이야기다. 결말은 뻔히 보이지만, 제니퍼 빌스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멋진 춤과 노래는 혼을 쏙 빼놓는 한 편의 뮤직비디오 같았다. 시련을 딛고 꿈을 이룬 소녀처럼 영화는 대성공을 거둔다. 700만 달러로 제작해 2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영화의 서사나 캐릭터는 미흡했지만 제니퍼 빌스라는 신선한 흑인 여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웠다. 그녀는 이 영화를 계기로 스타로 거듭날 수 있었다. 영상미를 돋보이게 했던 OST는 당시 빌보드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신선한 배우, 화려한 연출, 신나는 음악. 이 삼박자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제작진의 열정이 만든 성공이라고 할까? 삶의 알맹이 ‘열정’의 정의는 사랑만큼이나 다양하다. 비슷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정신의학에서는 열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열렬히 사랑하고, 매우 중요하다고 스스로 판단한 어떤 활동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열중하는 마음. 열정적인 활동은 나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강화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는 내가 좋아하고, 스스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고 선택한 일을 할 때 열정적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긍정적이고, 명확한 동기와 남다른 열정을 가졌기에 필요한 지식을 더 잘 습득한다. 그들은 심리학에서 말하는 ‘긍정적 사고방식’(Mindset)을 기본값으로 가진다. 긍정적일수록 일에 몰입이 더 쉽고, 어려움이 있어도 해결책을 잘 찾는다. 잘 해결할수록 자신감도 커진다. 물론 열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통스러운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위기를 극복하고 끝내 성취와 발전을 이루어내는 것. 고통과 기쁨이 공존하는 것. 그것이 열정의 기본값이다. 열정은 삶에서 도움닫기 역할을 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모난 돌부리처럼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전자를 ‘조화로운 열정’이라 부르고, 후자를 ‘강박적인 열정’이라 한다. 조화로운 열정은 기쁨과 보람, 자신감 같은 긍정적 감정을 삶에 불어넣고, 동시에 전체적인 삶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나아가 한층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면 강박적인 열정은 집착의 성격을 가진 것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일중독으로 인해 가정이나 윤리 등에 소홀하거나 피해까지 주는 경우를 말한다. 조화로운 열정은 삶의 만족으로 이어진다. 조화로운 열정을 지닌 사람은 결코 스스로나 남에게 열정을 강요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행동한다. 삶의 단계마다 놓인 문제를 스스로 판단해서 해결한다. 잘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은 과몰입을 막고, 삶의 다른 부분도 돌보는 여유를 준다. 이들은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노년에도 조화로운 열정이 필요하다. 무엇이든 호기심과 열정을 갖추고 배우기 위해 노력하면 어떨까? 이를 통해 스스로 존재의 가치를 깨닫고, 삶 속에서 자신감을 찾자. 나만의 시간을 통해 스스로 성찰하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자.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새로운 일을 계획하고, 좋은 삶의 자세를 배우기 위해 열정적인 삶을 살 때, 우리는 비로소 맑은 정신과 더불어 삶 속에서 꽉 찬 알맹이를 쥘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멋진 느낌인가? 나의 열정을 현실로 만들고, 나의 춤을 추고 나의 삶을 산다는 것!” Flashdance What a Feeling - Irene Cara 아이린 카라는 특이한 이력을 지닌 가수다. 배우로서 1980년에 개봉한 영화 ‘페임’에서 가수 지망생을 맡아 연기한 적도 있다. 동시에 이 영화의 OST를 불렀는데 당시에 인기가 상당했다. 이후 영화 ‘플래시댄스’의 주제곡 ‘Flashdance What a Feeling’도 그녀가 불렀고, 이 곡은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이 곡의 프로듀서 조르조 모로더는 1988년 올림픽 주제가 ‘손에 손잡고’를 쓴 작곡가로 유명하다. 카라는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하고, 8인조 그룹으로 활동했지만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가수로서 재능은 부족했지만 열정은 가득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 2021-07-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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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과 따뜻함이 공존하다…사이먼과 가펑클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안녕,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당신의 노래가 그렇게 빨리 사라질 줄 몰랐어요. 이제 겨우 그 노래를 배웠는데. 그렇게 빨리 사라지다니. 그렇게 빨리. 당신을 기억할 거예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매일 밤 우린 동틀 때까지 어울렸죠. 그때처럼 그렇게 오래 웃어본 적이 없었어요.’ 이는 1960년대를 주름잡았던 2인조 그룹 ‘사이먼&가펑클’의 마지막 앨범에 실린 ‘So Long, Frank Lloyd Wright’의 가사 일부다. 애달픈 사랑을 노래하는 곡 같은데, 가사 속 프랭크는 누구일까? 건축에 관심 있는 이라면 이름을 한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와 함께 현대 건축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건축가다.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이 그의 작품이다. 건축학도로서 건축가를 꿈꾸었던 가펑클은 평소에 프랭크를 존경했고, 프랭크를 추모하기 위한 곡으로 사이먼이 가사를 썼다. 훗날 밝혀진 바로는 사이먼은 프랭크가 누군지도 모른 채 작업을 했다고 한다. 사이먼은 오랜 친구인 가펑클이 존경하던 그의 영웅을 존중했고, 그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처럼 곡을 만들었다. 동시에 이 곡은 해체에 대한 암시를 담은 노래였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이 그들의 마지막 앨범이다. 동네 친구였던 둘은 음악적 스타일과 예술적 성향이 달라,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하다가 이 앨범을 기점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간다. 닮고 싶은 마음 가펑클이 프랭크를 동경했던 것만큼 나 역시 ‘사이먼&가펑클’을 무척 좋아했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 앨범은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그들의 2집에 큰 감명을 받았던 터라 이 앨범도 명반이라는 걸 알지만 혹여 2집에 못 미칠까 봐 걱정됐다. 듣고 나선 달라졌는데, 특히 위의 곡을 굉장히 좋아했다. 기쁨과 슬픔이 섞여 있어 복잡한 감정이 생기는 이 곡에 이상하게 끌렸다. 메이저 세븐 코드와 디미니시 코드를 잘 섞은, 브라질 보사노바 곡의 코드 진행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보통 장조는 기쁨을, 단조는 슬픔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그런데 장조 7번 화음(메이저 세븐)은 장조 같으면서도 단조처럼 들려서 감정적으로 복잡하고 묘한 화음이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꼭 이런 걸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메이저 세븐 화음은 향수와 그리움을 가장 잘 불러일으키는 화음이란다. 향수와 그리움은 과거로 회귀하고 싶은 갈망과 행복했던 추억이 합쳐져 슬픔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감정이다. 보고 싶지만 만날 수 없어서 슬픈 마음이 드는 동시에 그 시절의 행복이 떠올라 벅찬 기쁨을 맛보게 하는 감정. 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장조와 단조의 중간인 이 화음보다 더 적절한 것이 있을까? 이런 복잡 미묘한 화음은 추모의 감정과 비슷하다. 사랑했지만 죽음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했던 누군가를 추모할 때 드는 감정. 그와의 추억은 행복했지만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픔. 진정한 사랑과 감사, 후회와 미안함, 안타까움, 그리움, 함께 나눈 기쁨과 고통을 통해 삶의 의미, 방향성, 그리고 희망을 동시에 느끼는 감정적 경험의 총합이 바로 추모다. 우리는 추모를 통해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존경은 흑백논리가 아니라 이렇듯 복잡한 감정이라는 걸 깨우친다. 결국 진정한 추모란 그리워하는 누군가를 닮아가려고 부지런히 노력할 때 완성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프랭크는 사라졌지만, 사이먼&가펑클은 그를 기리며 노래를 불렀다. 난 그 노래를 들으며 프랭크 같은 건축가를 꿈꿨지만, 현재는 그 듀오처럼 가수가 됐다. 가수로서는 생명을 다한 사이먼&가펑클을 내 맘속에서 늘 그려왔는지도. 작별은 슬프지만 추억은 달콤한 법이니까. 그들의 듀엣을 무대에서 다시 볼 날을 기대하며, 오늘도 기타를 잡는다. 최고의 듀오 사이먼&가펑클을 닮기 위해. So Long, Frank Lloyd Wright - Simon & Garfunkel 2인조 그룹의 원래 이름은 톰과 제리였다. 이름의 영향인지 몰라도 그들은 불화가 잦아서, 자주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했다. 하지만 포크송 세대의 마지막 음유시인이라 불릴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유명했다.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10주 동안 빌보드 차트 1위를 기록했고, 6개월 만에 800만 장이나 팔리며 경이로운 판매량을 기록했다. 1970년대 초반 한국에서도 이들의 영향을 받아 남성 2인조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는 그룹 ‘SG워너비’의 첫 두 글자도 이들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 2021-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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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인생 졸업식의 모든 것,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 발간
- 오늘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는 어른들일수록 웰다잉, 웰엔딩을 철저히 준비한다. 여생의 마무리와 졸업식을 아름답고 멋지게 맞이하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어서다. 하지만 몸이 예전 같지 않은 어르신들은 마음처럼 준비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죽음을 잘 준비할수록 삶을 더 잘 살 수 있게 되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는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준비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에서는 커버스토리로 건강하게 사는 것만큼 중요한 아름다운 인생 졸업식인 웰엔딩에 필요한 장례 문화부터 ‘생전 정리’를 통해 남겨진 가족의 회한을 줄이는 방법, 사랑하는 남편이나 아내의 부재를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지 등에 대해서 살펴봤다. 또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로부터 현 시점에서 웰다잉의 의미와 필요성, 실천 방법도 들을 수 있다. 42년 동안 푹 익힌 진심을 말하는 방송인이자 대표적인 베이비붐 세대인 시니어 임백천을 표지와 기사로 만날 수 있다. 장수 MC로 유명하지만 그 비결을 ‘살아남으려는 노력’ 덕분이라고 말하는 그는 편안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는 치열함을 내면에 담고 있었다. 가보고 싶은 귀농귀촌 우수 지자체에서는 ‘살아보니 더 좋은 곳이자 내 마음의 고향인 고창’을 이야기한다. 조상의 얼이 담긴 성곽과 고즈넉한 멋이 흐르는 선운사 등 문화유적과 수박, 풍천장어, 복분자 등 각양각색의 먹거리가 넘친다. 고창은 대한민국 최초로 2013년 5월 행정구역 전체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태계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생활 속 법률 상식에서는 ‘안전한 상속 솔루션, 신탁’을 소개한다. 전통적으로 유언을 통해 상속이 이뤄지는데, 유언은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같은 분쟁을 없앨 수 있는 금융회사가 재산을 관리하는 신탁이 최근 새로운 상속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6월의 단상에서는 산처럼 물처럼 살다가 바람처럼 떠나는 것을 이상으로 여긴 사대부들이 산행 뒤에 남긴 560편에 달하는 ‘유산기’(遊山記)를 통해 조선의 산행 방법을 담았다. 산행으로 풍류를 즐기고, 됨됨이도 길렀던 조선 선비들의 모습, 특히 퇴계 이황이 산을 사랑한 방식도 만날 수 있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겸 정신의학과 의사인 김창기가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들려주는 송어게인에서는 최고의 듀오 ‘사이먼과 가펑클’의 ‘So Long, Frank Lloyd Wright’ 노래를 통해 슬픔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감정을 재발견할 수 있다. 이달의 구독에서는 ‘터치’ 한 번으로 받아보는 맞춤형 화장품을 만날 수 있다. 각종 기능을 보완하는 화장품을 써봐도 나아질 기미가 없는 피부. 이런 시니어의 고민에 대한 해답으로 나온 것이 ‘비싸고 좋은 화장품’이 아닌 ‘맞춤형 화장품’이다. 이 외에도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는 트로트 가수 이금수의 우리들의 화양연화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연세대 농구 감독으로 1990년대 농구 붐의 주역이었다가 사업가로 변신한 고려용접봉 부회장 최희암, 시인 안도현의 고백을 담은 명사와 함께하는 북人북, 떠오르는 부동산 투자 방법인 리츠를 다룬 은퇴 후 리츠 해볼까?, 숟가락만 들 힘만 있어도 그렇구나라고 하는 재미있는 性인문학, 3대 어깨 질환의 증상과 치료법을 제대로 소개한 시니어 헬스+ 같이 시니어들을 위한 재밌고 알찬 내용으로 독자들을 찾아간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6월호는 전국 서점과 인터넷에서 구매할 수 있다.
- 2021-05-28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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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영웅의 응원군 외할머니 … 이제 나만 믿어요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무얼 믿은 걸까 부족했던 내게서. 나조차 못 믿던 내게 여태 머문 사람. 무얼 봤던 걸까 가진 것도 없던 내게. 무작정 내 손을 잡아 날 이끈 사람. 최고였어. 그대 눈 속에 비친 내 모습. 이제는 내게서 그댈 비춰줄게.’ 트로트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임영웅이 지난해 경연대회에서 우승 후 발표한 노래 ‘이제 나만 믿어요’의 가사 중 일부다. 이 곡은 사랑하는 이에 대한 고마움을 담은 곡인데, 그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는 누구였을까? 한 인터뷰에서 밝히기를 “성공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망설이지 않고 “외할머니와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고 했다. 노랫말처럼 부족한 그를 이끌어주고 손을 잡아준 사람은 바로 오랜 세월 든든한 버팀목이자 응원군을 자처했던 외할머니와 어머니였다. 특히 그는 외할머니에 대한 마음이 각별하다. 아무리 바빠도 외할머니에게 꼬박꼬박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살뜰하게 외할머니를 챙기는 이유는 어린 시절 외할머니로부터 보살핌을 받은 경험 때문이다. 그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고, 어머니는 홀로 미용실을 운영하며 그를 키워야만 했다. 어머니가 일하는 동안 그를 보살폈던 존재가 바로 외할머니였다. 이러한 덕분에 유대가 깊을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외할머니는 또 다른 어머니 같은 존재였을지도. 그는 무명 시절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알바로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가수의 꿈을 놓지 않았다. 유년 시절의 고난과 무명 가수로서의 생활고와 시련을 극복하고 멋진 가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외할머니로부터 받은 사랑 덕분일지도 모른다. 부디 그가 초심을 잃지 않고, 외할머니의 가르침을 본받아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음악인이기를 바란다. 인기는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인격은 대를 이어 꾸준히 지속되는 것이기에. 성숙한 인간으로 같이 성장 우리가 흔히 말하는 ‘효’의 근본은 부모에게 잘하는 것만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맡은 바를 충실히 하고, 도리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옛 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효가 모든 일의 근본이라 불리는 이유다. 따라서 진정한 효도는 먼저 본인의 건강과 올바른 생활을 잘 지키는 것이다. 자식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부모, 조부모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는 것이다. 조부모와 부모를 기쁘게 해드리고, 자주 뵙고, 그들의 소소한 바람을 이루어드리는 것은 그다음이다. 지금 자녀나 손주가 효도하고 있다면 잘 살아왔다는 증거다. 반대로 자녀나 손자와 손녀들의 행동이 불효하는 것처럼 여겨져서 서운하다면, 그 이유를 잘 살펴보고 그것을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녀와 소통을 해야 한다. 지난 세월 자녀와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부터 그들이 원하는 소통 방식으로 접근하는 건 어떨까? 자녀들의 내면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면, 그들로부터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니까. 친밀감의 표현을 모르고 살아왔던 아버지는, 친밀감을 박탈당했던 아들이 손자에게 어떻게 친밀감과 따뜻함을 표현하는지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서 무엇을 원했고,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배우게 될 것이다.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손자를 대해보자. 그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마찬가지로 화를 잘 내던 어머니 때문에 인내심을 배운 딸이 손녀를 대하는 방식을 보며 깨닫는 바가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손녀의 입장을 헤아려보자.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딸이 어머니에게서 무엇을 원했고, 아직도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서로를 보고 배우며 이해하게 될 때, 부모와 자녀는 진정한 소통과 교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손주들도 자연스레 조부모에게 효를 다할 것이다. 그렇게 부모도, 자녀도, 손주도 좀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나만 믿어요 - 임영웅 이 곡은 고진감래(苦盡甘來)라고 불러도 좋다. 현재 임영웅은 트로트계의 대세로 불리지만, 이전까지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가수로서 무명 시절이 길었다.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카페, 편의점, 식당 등에서 일했고 데뷔 후에도 군밤을 팔아야 했지만, 노래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변함없이 응원해주었던 외할머니와 어머니 덕분이었다. 고단한 시절을 같이 보낸 두 분에 대한 위로와 미안함, 그리고 고마움을 담은 이 곡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이의 심금을 울렸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불리며 무명 시절에도 매일 10시간 이상 노래 연습을 했다. 이 노래의 작곡을 맡은 조영수 작곡가는 ‘가사를 이야기하듯 전달하는 능력’을 그의 장점으로 꼽았다.
- 2021-05-0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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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한 친구의 조건
-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지치고 괴로울 때, 다정한 누군가가 필요할 때,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눈을 감고 나를 생각해, 내 이름을 불러. 네가 어디에 있든 내가 너에게 달려갈게. 어둠에서 너의 어두운 밤을 밝혀줄게. 희망을 잃지 말고 내 이름을 불러. 너에겐 친구가 있잖아.” 수려한 용모를 자랑했던 제임스 테일러가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한 곡의 가사다. ‘이런 친구가 나에게는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나는 누군가에게 이런 친구가 되어주고 있나?’ 하고 자문해본다. 형제라고 생각했던 광석이를 어처구니없이 보낸 경험이 있는지라 더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하게 된다. 아직도 갈 길이 먼 것 같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을 떠올리며 내가 믿는 친구들의 모습을 한번 그려본다. 마음이 괜히 편해지고 여전히 곁에 있는 그들이 참 고맙다. 앞서 소개한 ‘You’ve Got a Friend’는 1960년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었던 캐럴 킹이 1971년에 발매한 곡이다. 당시 캐럴은 유명한 작곡가였지만 가수로는 솔로 앨범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이었고, 제임스 테일러는 어리지만 인기 가수였다. 연하남(?) 제임스의 수려한 외모 덕분인지는 몰라도 둘은 급속도로 친해졌다. 한편 캐럴이 먼저 녹음한 이 곡에 반한 제임스는 같은 곡으로 녹음할 수 있도록 부탁했고, 그녀는 흔쾌히 허락했다. 덕분에 제임스 테일러는 이 곡으로 아주 유명한 가수가 됐다. 아울러 캐럴도 이 곡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졌다. 둘의 우정이 명곡을 탄생시킨 것이다. 먼저 좋은 친구가 될 것 진정한 친구 관계란 서로 깊이 신뢰하고 존중하고, 서로에게 늘 발전적 자극이 되는 관계다. 그렇기에 사회적·정서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삶을 사는 사람과 진정한 친구가 되고 싶다면, 자신을 그 친구의 삶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자극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과 진정한 우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본인이 먼저 좋은 친구의 조건을 갖추려 노력해야 한다. 이기적인 행동 대신 꾸준한 도움이 되어 신뢰를 주고, 친구의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눠야 한다. 친구에게 시간을 투자하고, 모범이 되어 닮고 싶은 사람이 되고, 함께 발전하자고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될 필요가 있다. 써놓고 보니 정말 좋은 친구가 되기도, 좋은 친구를 얻기도 너무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성인군자만 진정한 친구를 가지는 것은 아니다. 엇비슷한 사람들끼리 서로를 보완하고 나누는 관계를 맺고, 더 키워나갈 수도 있다. 우리는 관계에서 가장 큰 행복을 느끼는 인간이기에. 우정은 ‘성숙한 사랑’인 셈이다. 먹고살기 바빠서 친구의 필요성을 못 느낄 수도 있지만, 은퇴 후에는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낀다. 그런데 예전 친구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다. 상황과 시간의 불일치 때문이다. 느슨했던 관계를 더 끈끈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거나,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는 오래갈 친구를 알아볼 수 있는 선구안이 필요하다.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는 조건에 대해 연구한 결과들을 보면 첫 번째로 꼽는 조건이 바로 ‘공감 능력’이다. 상대의 입장을 헤아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이해함과 동시에 상대의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이타적인 언행이다. 이타심은 절제력과 함께 성숙한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이타적인 사람은 친절하고 따뜻하다. 성숙한 사람이 좋은 친구가 된다. 세 번째 조건은 비슷한 관심사를 가지면서 서로에게 발전적 자극이 되는 사람이다. 서로 말과 생각이 통하고, 일상생활과 취미 활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친구다. 넷째는 즐겁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이라 해도 유머와 명랑함이 없으면 따분하다. 같이 놀기 싫다. 힘들 땐 잠시 현실을 잊고 지친 심신을 회복할 여유가 필요하다. 즐겁고 재미있는 친구가 필요하다. 갈 길은 멀고 함께 걸어줄 친구는 찾기 힘들다. 그래도 친구는 필요하다.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면 진정한 친구를 얻을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좋은 친구가 되자. You've Got a Friend - James Taylor 남녀 간의 우정이 가능할까? 저마다 답은 다르겠지만 제임스 테일러와 캐럴 킹을 보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캐럴과 제임스는 사랑보다 더 진한 우정을 오랫동안 나누고 있다. 킹은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이 곡을 쓴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제임스는 이 곡을 자신의 곡 ‘Fire and Rain’에 대한 응답이라고 표현했다. 한편 제임스는 캐럴의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녀가 지닌 가수로서의 장점을 눈여겨보고 솔로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한 이가 바로 제임스였다. 캐럴이 자신의 곡의 녹음을 흔쾌히 허락한 것도 이런 사이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0년엔 처음 같이 연주했던 공연장의 50주년을 기념하며 쓴 ‘Live at the Troubadour’를 발표했다. 둘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우정의 가치를 몸소 보여줬다.
- 2021-04-02 1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