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을 마주하는 연습

기사입력 2021-09-03 08:00 기사수정 2021-09-03 08:00

[송어게인] Cool Change - Little River Band

기쁠 때는 노래의 멜로디가 들리고, 슬플 때는 노래의 가사가 들린다는 말이 있다. 음악을 듣는 건 어떤 마음을 느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1980~90년대 포크 밴드 ‘동물원’의 멤버로 활약했던 가수 김창기는 서정적인 노랫말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 그가 기타를 세심하게 매만지던 손으로 초크 대신 펜을 들고 음악과 삶에 관한 얘기를 독자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내 인생에서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나 혼자 보내는 시간이야. 시원하고 맑은 물 위에서 세일링을 즐겨. 멋진 변화가 필요할 때라는 걸 알아. 내 인생은 미리 정해져 있어. 멋진 변화가 필요해. 알바트로스와 고래는 내 형제. 아주 특별한 느낌이 들어. 바다에 혼자 있을 때.”

드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홀로 고독을 즐기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곡은 호주의 록 밴드 ‘리틀 리버 밴드’(Little River Band)가 부른 ‘Cool Change’다. 1975년 호주 멜버른에서 탄생한 밴드로 당시 미국에서 인기가 상당했다. 음악성은 독보적이었지만 각자의 개성이 워낙 뚜렷한 탓에 다툼이 많아 내부 불화가 심했다. 심지어 녹음도 따로 하고, 버스도 따로 탄 채로 투어를 다녔다고 한다.

이 곡은 당시 리드 보컬 글렌 쇼록(Glenn Shorrock)이 가사를 썼는데,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하며 고독을 자청한다. 복잡다단한 인생에서 잠시 벗어나 거리를 두고 내 인생을 확인하고, 바다 위에서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며 멋진 변화를 시작하고 싶은 소망을 담았다. 훗날 그가 이 곡에 대해 “도와달라는 외침”이었다고 밝혔다. 여담으로 당시엔 세일링을 할 줄 몰랐지만, 곡을 쓴 후 세일링을 취미로 즐기기 위해 시드니 항구와 피지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리틀 리버 밴드(위키백과)
▲리틀 리버 밴드(위키백과)

진실한 대화

고독은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혼자만 있는 상태를 뜻한다. 외로움과 비슷하지만, 의미가 미묘하게 다르다. 고독은 혼자인 상태고, 외로움은 고독한 상태로 인해 느끼는 쓸쓸하고 슬픈 감정이다.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자신을 조절하거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부족해서일지도 모른다.

철학자들은 고독을 ‘참된 고독’과 ‘거짓 고독’으로 구분한다. ‘참된 고독’은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의 상태, 정체성과 방향성을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거짓 고독’은 고독으로 인한 외로움에 빠져서 자신의 진면모를 오롯이 직시할 수 없거나, 직시하기를 피하며 자기 연민에 빠진 상태라고 한다. 타인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상태가 바로 거짓 고독이다.

은퇴하면 가족들도, 심지어는 배우자도 나를 별로 필요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낯설고 무서운 고요와 고독이 느닷없이 우리 곁에 다가와 친하게 지내자며 씩 웃는다. 떨쳐내고 싶지만, 고독은 삶의 한 조건이고 불가결한 과정이다. 필연적으로 고독은 외로움을 유발한다. 외로움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고 싶은 본능이 제대로 충족되지 않을 때 생기는 감정인데, 우리는 외로움을 피하려고 참 바보스러운 짓을 많이 한다.

이때 필요한 덕목이 바로 ‘혼자 잘 지내는 법’이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우리에게는 시간이 매우 많아졌다. 보람찬 후반전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방법과 계획이 필요하다. 준비하지 못했다면 새롭게 찾아야 한다. 누군가와 함께 지내던 익숙한 삶의 방식과 결별해야 한다. 의존적인 습관을 버리지 못하면 외로움의 늪에 빠져 허덕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고독과 친해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고독은 자신을 이해하는 수단이자, 외로운 누군가의 마음을 보살필 수 있는 도구다. 삶과 관계에 대해 객관적으로 성찰하고, 자신과 진실한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다. 혼자서 힘들다면 철학과 심리학을 공부해보거나 종교를 믿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 충분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내면세계를 들여다볼 줄 아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자신이 바로 서야 남과도 잘 어울릴 수 있다.

혼자 잘 살아가는 힘이 있어야 함께하는 삶도 잘 살 수 있다. 결국 끝까지 함께할 이들은 배우자와 친구 몇 명이다. 자신의 가치관을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의존적이지 않되 정서적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관계의 정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고독과 마주하는 연습을 해야한다. 고독을 겪으며 자신을 성찰하고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성숙한 사람으로 발전하기를 거듭하면, 온전한 ‘자기’(self)에 가까워질 수 있다. 온전한 자신이 됐을 때 다른 이들과 함께 더 행복한 삶을 그릴 수 있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Cool Change 앨범 커버 (리틀 리버 밴드 공식 사이트)
▲Cool Change 앨범 커버 (리틀 리버 밴드 공식 사이트)

Cool Change - Little River Band

리틀 리버 밴드는 호주의 5인조 록 밴드인데, 호주 팝 음악계의 선구자라 불러도 무방하다. 리드 보컬이던 쇼록이 우연히 지나던 길에 마주친 팻말에 적힌 ‘Little River’를 보고, 그룹명으로 정했다. 호주에서 탄생했지만 정작 호주인에게는 인기가 별로 없었다. 이 곡도 호주 내 차트에서 상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1980년 빌보드 차트에서는 10위를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01년 APRA(Australasian Performing Right Association, 호주공연권리협회)가 75년 동안 가장 위대한 30곡의 호주 노래 중 하나로 선정했다. 실력이 출중한 뮤지션이 많았지만, 내부적으로 불화가 심해 그동안 구성원이 30명 정도 바뀌었다.

<이 기사는 브라보 마이 라이프(BRAVO My Life) 2021년 9월호(VOL.81)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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