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되는 대로 살아. 걱정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니더라. 그만하면 됐니라.” 아침 안부 전화 끝에 여든 중반을 넘긴 아버지, 툭 한마디 던지십니다. 갑자기 참았던 눈물이 울컥 터져 휴대전화 바탕화면이 부옇게 번집니다. 우리는 가끔, 어쩌면 자주 마음이 바닥을 치고 속절없이 주눅 들 때가 있습니다. 보잘것없이 초라해진 자신에게 되는 대로 살아도 된다고,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말해준다면 어떨까요? 살아보니 별것 없다고 끌탕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누군가 곁에 계십니까? 이런 물음으로 마음 미장공 일곱 번째 이야기 열어봅니다.
왜 ‘추앙’ ‘추앙’ 하는 걸까요?
5월 29일 방송이 끝난 뒤에도 화제와 열풍 속에 있는 드라마 ‘나의 해방 일지’(jtbc). 4년 남짓 공들여 이 드라마를 준비했다는 박해영 작가가 이제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내세운 것이 ‘추앙’입니다. 텔레비전 뉴스 자막은 물론이고 프로야구 경기장 응원 구호에도 ‘추앙’이 등장하고, 광고 문구에서도 ‘추앙’이 빠지면 섭섭할 만큼 대세 중의 대세가 되었습니다. 추앙(推仰), 높이 받들어 우러러보는 것을 뜻합니다. ‘새가 앞으로 날 수 있도록 손으로 밀어준다’는 추(推)와 자기 앞에 있는 사람에게 무릎 꿇고 경배하는 모습을 표현한 앙(仰)자가 합쳐진 것입니다.
다른 삶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날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소주 네 병씩 마시는 남자 구 씨(손석구 분). 공장일도 밭일도 없는 날은 아침부터 마신 술로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고 넘어지고 맙니다. 얼굴이 깨진 채 피를 흘리는 그 모습이 오늘따라 눈에 띈 순간. 나도 딱 그런 상황임이 분명합니다. 남자친구에게 버림받고 빚까지 떠안아 신용불량자가 되기 일보 직전인 데다 카드회사 계약직으로 일하며 폭언과 모욕을 일삼는 팀장에게 영혼마저 빼앗길 지경인 여자 염미정(김지원 분).
“날 추앙해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절벽 밑바닥으로 추락한, 텅 비어버린 자신을 ‘추앙’으로 채워달라고, 자기 밑바닥까지 보여준 남자에게 명령합니다. 그것은 아마 상대가 아닌 자신에게 내리는 명령이고 선언이며 다짐에 진배없습니다.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묻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힘들어하는지도 알고 싶지 않습니다. 그저 눈길이 갔으니까요. 원래 나와 당신은 하나니까요. 당신이 아프면 나도 아프니까요. 인간(人間)이란 말처럼 우리는 사이에서 존재를 발견하니까요.
예전과 달라진 나를 경험하는 방법
“확실해? 봄이 오면 너도 나도 다른 사람 되어 있는 거?”
“확실해.”
“추앙은 어떻게 하는 건데?”
“응원하는 거. 넌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된다. 응원하는 거.”
인생 종점에 도착한 것마냥 지리멸렬한 두 남녀가 그렇게 서로 ‘추앙’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마법이 시작됩니다. 자책과 자학이 일상이던 자신이 어느 순간 사랑스러워집니다. 그러다가 상대방도 예뻐 보입니다.
“자꾸 답을 기다리게 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지만, 두고 봐라 나도 이제 톡 안 한다 이런 보복은 안 해요. 당신의 애정도를 재지 않아도 돼서 너무 좋아요. 그냥 추앙만 하면 되니까. 당신 톡이 들어오면 통장에 돈 꽂힌 것처럼 기분이 좋아요.”
아무리 지랄 맞은 성미도, 문자 메시지를 읽고 씹든 안 읽고 씹든 그냥 웃으며 받아들입니다. 그 사람이 내뱉는 말에 휘둘리거나 끌려다니지 않고 행간을 읽을 줄 알게 됩니다. 말 자체, 글자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괄호 안에 숨어 있는 속뜻을 보물찾기처럼 찾아내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렇게 드라마 속 구 씨와 미정은 달라집니다. 화려한 겉모습이나 남 부러워하는 직업, 유창한 말솜씨 같은 포장지 따위가 필요 없습니다. 오직 있는 그대로 나와 남을 바라보기 시작하는 순간 참사랑, 추앙이 싹트니까요.
‘추앙’ 그리고 나마스테
아인슈타인은 어느 날 TV 뉴스를 통해 인도 거리에서 두 손 모아 인사하는 맨발의 간디를 봅니다. 카스트 계급에도 속하지 못한 채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으로 멸시받던 사람들에게도 합장하며 절을 하던 간디. 그가 뭐라고 인사하는지 궁금해진 아인슈타인은 편지를 보내고, 간디는 이렇게 답장을 합니다.
“나는 온 우주가 거하는 당신 내면의 장소에 절합니다. 빛과 사랑, 진리와 평화, 그리고 지혜가 깃든 당신 내면의 장소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것이 ‘나마스테’의 뜻입니다.”
내 안의 신이 당신 안의 신께 문안드립니다. 인도와 네팔에서 흔히 주고받는 인사말로, 만났을 때나 작별할 때도 사용합니다. 다신교인 힌두교 문화권에서는 수많은 신이 각자의 몸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에 상대방을 신처럼 여긴다고 합니다. 자신이 믿는 신은 물론 상대가 숭배하는 신에게도 경의를 표하는 마음이 이 인사에 깔려 있습니다. 유일무이한 우주적 가치를 지닌 당신에게 온 마음으로 경배를 드린다는 뜻의 ‘나마스테’. 상대의 존재 가치에 가장 높은 존경을 나타내는 말로 지금 이 순간 당신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간디의 답장을 받은 당대 최고의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뒤통수를 세게 맞은 충격에 휩싸입니다. 우주의 신비를 풀기 위해 평생을 바친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찾아 헤맨 답이 바로 우리 마음속에 있다고 했으니 말입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나마스테’와 같은 뜻을 지닌 말이 있습니다. “반갑습니다!”와 “고맙습니다!”가 그렇습니다. ‘반’이나 ‘고마’는 우리 고대 선조들이 신(神)을 뜻하는 인칭대명사로 썼다고 합니다. ‘당신은 반(신)과 같습니다’, ‘당신은 신과 같은 사람입니다’라는 의미를 지닌 최상의 인사였다고 전해집니다. ‘반’은 ‘환하다’, ‘하늘의’라는 뜻으로 넓어져 지금까지도 우리 일상생활에서 쓰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성품이 바를 때 우리는 ‘반듯하다’고 하고, 신의 뜻이나 약속처럼 꼭 이루어지는 것을 ‘반드시’라고 말합니다. ‘반짝반짝’, ‘반딧불’처럼 밝고 온전한 신의 속성을 표현한 말에도 ‘반’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깊고 아름다운 뜻이 우리말에 들어 있는 줄 저 역시 잘 몰랐습니다. 내 마음 밭에 미움과 증오의 씨앗을 뿌릴 게 아니라 나와 상대를 존경하고 귀하게 여기는 말씨를 심으면 좋겠습니다. 말이 지닌 참뜻을 새기면서 승강기에서 마주친 새로 이사 온 이웃께 먼저 인사를 건네볼까요. 반갑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 미장공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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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앙’하는 마음을 꼭 닮은 노래
내 마음속 성역에 누가 있습니까? 섣불리 충고나 조언하지 않고 원치 않는 평가나 판단도 하지 않으면서 오로지 있는 그대로 나를 지켜봐 줄 사람이 있습니까? 또 나는 그 사람 인생에 개입해서 간섭하지 않고 있습니까? 원망 한 톨 없이, 미움 한 줄기 없이 그저 아낌없이 사랑만 줄 수 있다면, 나도 당신도 그 누구라도 해방될 것입니다. 그로 인해 나도 살고 그 사람도 살아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떡시루처럼 켜켜이 쌓이고 쌓인 증오를 딱 멈추고, 눈 뜨자마자 달려드는 내 생애 침입자들을 쓰러뜨리지 않고 웃으며 환대할 때 진정한 사랑, 추앙이 완성되지 않을까요. 1981년 당시 라트비아 가요 콘테스트 우승곡 ‘마라가 준 인생’()에 1997년 심수봉이 직접 가사를 붙여 새롭게 부른 ‘백만 송이 장미’. ‘추앙’도 ‘나마스테’도 ‘반갑습니다’도 절묘하게 담겨 있습니다.
먼 옛날 어느 별에서
내가 세상에 나올 때
사랑을 주고 오라는
작은 음성 하나 들었지
사랑을 할 때만 피는 꽃 백만 송이 피워 오라는
진실한 사랑할 때만 피어나는
사랑의 장미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중략)
이젠 모두가 떠날지라도 그러나
사랑은 계속될 거야
저 별에서 나를 찾아온 그토록
기다린 인연인데
그대와 나 함께라면 더욱더 많은
꽃을 피우고
하나가 된 우리는 영원한 저 별로 돌아가리라
미워하는 미워하는 미워하는
마음 없이
아낌없이 아낌없이 사랑을
주기만 할 때
백만 송이 백만 송이 백만 송이
꽃은 피고
그립고 아름다운 내 별나라로
갈 수 있다네
‘잠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위해서 숙면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수면의 양은 전 생애를 통하여 점차 감소하며, 65세 이상의 과반수가 얕은 수면 또는 불면증을 경험한다. 불면증의 원인이 정서적인 문제에서 온다는 걸 떠올려 보면, 불면증을 치료할 방법 또한 정서적인 해법에 달려 있을 것이다. 그 누구보다 숙면을 갈구하는 이들을 위한 마음 테라피, 여행 솔루션을 제안해 본다.
글·사진 제공 에어비앤비
불면을 겪어본 사람은 그 무의미함과 피로감에 진저리 칠 것이다. 그런 괴로운 경험이 일상이 된다면?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수면의 질과 양을 동시에 잡아야 하는 게 중요한 이유다. 좋은 잠은 평온과 즐거움을 통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할 수 있는 간단하면서 신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여행’이다. 그러나 촘촘하게 일정이 계획된 여행은 또 다른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여행을 휴식이 아닌 의무와 업무로 변하게 만들 수 있다. ‘꿀잠’을 위해서라면 일상처럼 느긋한 여행이 그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숙소 주변에서 가벼운 산책을 즐기고, 마음이 평온해지는 전경을 바라보며, 신선한 산지 식재료를 수확할 수 있는 여행, 모든 걱정을 훌훌 털어 버리고 오롯이 나만을 위한 영혼의 휴식이 그 답이다. 이제 좋은 숙면 환경에서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는 편안한 에어비앤비 숙소 4곳을 소개한다.
1.산책 : 일본의 뒤뜰에서 만나는 멋진 자연
일본의 도보 여행 코스는 전 세계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렇기에 흔치 않은 발견의 즐거움이 있는 곳이다. 뒤뜰로 나가면 숲 한가운데 멋진 폭포가 바로 눈앞에서 펼쳐지며 아름다운 산과 호수, 계곡을 따라 한적하게 걸어보는 일상으로서의 여행을 떠날 수 있다. 199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끼가 많은 숲으로 유명한 규슈(九州)의 야쿠시마(屋久島)를 거닐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일본 나가노 natural life at tiny cottage
www.airbnb.co.kr/rooms/2207040
2.요가: 발리에서의 나마스테
요가와 휴가는 공통점이 많다. 두 가지 활동 모두 삶의 균형을 회복해 주고, 전환의 계기가 되며,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정신적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는 점에서다. 이 두 가지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발리라는 최적의 여행 환경 속에서 요가 수행자와 살아보며 요가를 배울 수 있는 기회다. 전문가가 알려주는 요가 팁을 전수받고 요가 수업을 들어보자. 온 몸의 기가 순환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인도네시아 발리 #2A UBUD VIBE KOMUNITY,YOGA STUDIO
www.airbnb.co.kr/rooms/4533055
3.아름다운 전경: 바다로 가요!
깨끗한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을 보면 없던 병도 나을 것이다. 모든 사람이 아름다운 바닷가에서 보내는 휴가를 좋아한다. 눈부시도록 흰 모래가 에머럴드 빛 바다와 대조를 이루는 뉴질랜드에서의 휴식이라면 특히 그럴 것이다. 뉴질랜드 아히파라만을 바로 앞에 두고 위치한 이곳에서는 천혜의 자연 환경이 주는 상쾌한 공기와 따스한 햇볕을 매혹적인 바다와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 준다.
뉴질랜드 노스랜드 Manaia Room
www.airbnb.co.kr/rooms/4318287
4.신선한 음식: 멋진 풍경에서 즐기는 산지 음식
뉴욕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누가 알고 있었을까? 뉴욕 북쪽에 위치한 이 숙소에는 뒤뜰에 아름다운 산지 식재료를 기르는 공간이 있다. 신선한 산지 음식, 요가, 목가적인 전원의 삶을 특징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공동 공간을 체험할 수 있다.
미국 뉴욕 Farm&Yoga Retreat-Walk to Train
www.airbnb.co.kr/rooms/1709012
에어비앤비 2008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에어비앤비(Airbnb)는 전세계에 독특한 숙소를 가진 사람들과 숙박할 곳을 찾는 사람들을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연결해 주는 신뢰할 수 있는 커뮤니티 장터다. 아파트를 하룻밤, 성을 일주일, 별장을 한 달 빌리고 싶을 때처럼 특별한 여행 경험을 각자 예산에 맞게 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장터인 에어비앤비는 현재 190개 국가 3만4000개 이상 도시의 여행자 숙소 정보를 사용자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고객 서비스와 회원 수의 지속적인 증가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자신의 남는 공간을 가장 쉽게 홍보할 수 있는 사용자 커뮤니티로서도 유명하다.
에어비앤비 코리아 press-kr@airbnb.com
홍보대행사 브라이먼커뮤니케이션스 airbnb@briman.co.kr
갖가지 향신료를 넣어 만든 인도 요리를 통틀어 커리(curry)라 한다. 인도는 치매 발생률이 낮은 국가로 잘 알려졌는데, 그 일등 공신으로 커리의 주성분인 강황을 꼽는다. 강황에 들어 있는 커큐민이 뇌 속에 쌓여 있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효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두뇌를 건강하게 하는 향긋한 커리 맛집 ‘나마스테’를 소개한다.
글 이지혜 기자 jyelee@etoday.co.kr
5월 가족 외식엔 영양 만점 인도 커리
인도에서 시작된 커리는 영국과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들어와 ‘카레’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해진 음식이다. 채소와 고기를 넣고 뭉근하게 끓여 밥에 얹어 먹는 한국식 카레라이스도 맛있지만, 다양한 재료와 향, 색깔로 입맛을 사로잡는 인도식 커리 맛집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특히, 중·장년의 치매 예방은 물론 성장기 아이들의 두뇌 발달에도 좋아 가족 외식 메뉴로 즐기기에 알맞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있는 인도 커리 전문점 ‘나마스테(NAMASTE, 인도 인사말이기도 함)’는 30여 가지 커리(1만4000원~1만6500원 선)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채소, 닭고기, 양고기, 소고기, 해산물 등 (돼지고기는 들어가지 않는다) 주재료와 향신료 배합에 따라 어른들이 좋아하는 매콤한 커리부터 아이들이 먹기에 부담 없는 달콤한 커리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나마스테에는 커리 외에도 인도 셰프들이 엄선한 현지 식재료로 만드는 애피타이저와 탄두리(tandoori: 화덕에서 구워낸 요리), 디저트 메뉴 등이 있다.
메뉴 고르기가 어렵다면 런치세트나 디너세트를 추천한다. 런치 코스A(1인 1만3200원)는 그린샐러드, 커리(치킨 마크니와 믹스 베지터블 중 택1), 난 또는 밥, 후르츠 라이타(과일 수제 요거트)로 구성된다. 런치 코스B(1인 1만9800원)는 그린 샐러드, 탄두리치킨, 커리(프론 마크니와 팔락 파니르 중 택1), 난(플레인, 갈릭, 버터 중 택1), 밥, 차 또는 커피를 제공한다. 디너에는 애피타이저나 탄두리, 케밥 등이 어우러진 코스(1인 A-2만8000원, B-3만5000원, C-4만5000원)로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인도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빨간 벽에 아기자기한 타일 문양이 어우러진 홀(hall)과 짙은 푸른빛 벽지에 금색 무늬가 돋보이는 룸(room)이 대조를 이룬다. 곳곳에 인도의 상징인 코끼리 장식이 놓여 있다. 조명이 살짝 어둡지만 매장 가운데 놓인 촛불이 은은한 분위기를 더한다. 초 밑에는 초 4~5배 정도 길이의 촛농이 쌓여 마치 얼음기둥처럼 보인다.
보통 여러 명이 주문을 하면 다양한 커리를 시켜 나누어 먹는데, 조금씩 덜어서 맛볼 수 있도록 커리 그릇에 숟가락을 꽂아 낸다. 밥 위에 한꺼번에 부어 먹는 카레라이스와는 다르게 여러 가지 커리를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커리와 함께 먹는 밥은 3종류가 있다. 한국 쌀로 만든 플레인 라이스(2000원), 인도 쌀로 만든 바스마티 라이스(3500원), 그리고 사프란(saffron)을 넣어 만든 사프란 라이스(5500원)이다. 꽃잎을 말려 만든 고급 향신료인 사프란을 넣은 밥은 노란빛을 띠는데 별미로 즐길 만하다.
한국인은 밥이 익숙하지만, 인도에서는 주로 화덕에 구운 부드럽고 납작한 빵인 ‘난(nan)’을 곁들여 먹는다. 커리에 찍어 먹거나, 탄두리 치킨 등을 싸서 먹기도 한다. 나마스테에는 기본 난(2500원)을 비롯해 버터 난(3000원), 갈릭 난(3500원), 치즈 난(6500원), 나마스테 스페셜 난(5500원, 견과류를 넣어 만든 난)을 판매한다.
밥과 난에 잘 어울리는 인기 커리 메뉴는 신선한 토마토, 크림 허브로 만든 치킨 마크니(1만5500원), 매콤한 맛이 일품인 비프 빈달루(1만6500원), 시금치와 쿼티지 치즈가 들어간 팔락 파니르(1만4500원) 등이다. 식후에는 디저트로 인도식 수제 요거트로 만든 라씨(5500원, 플레인·망고·딸기·키위)나 마살라 차이티(5000원, 시나몬·카더멈·우유를 넣고 끓인 차) 등을 즐기면 이색적인 맛을 느낄 수 있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152길 5 지하1층 (압구정 로데오역 4번 출구·학동사거리 일지아트홀 근처)
문의 02-549-4667
영업시간 11:00~22:00 (연중무휴)
가왕 조용필의 히트곡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가요는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게 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킬리만자로를 오르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러한 공로로 조용필씨는 탄자니아 및 케냐 정부의 초청을 받아 감사장을 받기도 하였단다. 글ㆍ사진 변종경 언론인
지구 온난화로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의 만년설이 녹아 금세기 이후에는 만년설을 볼 수 없다고 하자 많은 사람들이 등정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6000m에 달하는 세계 고봉 가운데 특별한 장비 없이 전문 산악인이 아닌 일반 산악인이 오를 수 있는 산이기도 해서 트레커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2014년 10월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를 다녀온 뒤 더 높은 곳에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그래서 나는 6000m의 고봉임에도 장비 없이 오를 수 있는 킬리만자로를 버킷 리스트로 정해 등정하기로 마음먹고 9월 22일부터 13일간의 킬리만자로 트레킹을 하게 됐다.
아프리카 최고봉 등정 준비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서는 황열병 예방주사를 반드시 맞아야 한다. 예방주사는 국립의료원이나 각 공항 검역소에서 맞을 수 있는데 잠복기 3일, 접종 부작용 3~5일 후 발현 여부를 점검한다. 10년간 효력 등을 감안할 때 출발 2~4주 전 미리 접종하는 것이 좋다. 말라리아 예방약도 처방이 필요한데 킬리만자로 등정 일정만 소화할 경우 주로 고산 지대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약 복용을 강력하게 권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해발 3000m 이상에서 나타나는 고산병에 대비해 이뇨제인 다이막스와 비아그라는 꼭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작년에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를 트레킹할 때는 물을 많이 마시고 천천히 걸어서 고산병 관련 약이 필요 없었으나, 이번에는 3700m에 위치한 호롬보 산장에서부터 고산병 약을 복용해야 했다. 다만 낮에는 계속 걷기 때문에 비아그라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낫다.
그리고 킬리만자로는 적도 지역에 위치한 고봉이기 때문에 저지대는 열대성, 고지대는 아한대성으로 등산복 등을 봄, 여름, 겨울 등 사계절에 맞도록 준비해야 한다. 트레킹 과정에서 산장이 27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해 샤워 등이 어려운 데다 숙소도 다인실로 열악해 물티슈는 요긴하게 쓰이는 필수품이다. 또한 적도 지역은 햇볕이 강렬해 자외선 차단을 위한 선블록 크림, 진한 색깔 선글라스가 필요하다. 입술 건조 때 바를 립크림, 트레킹 때 먼지에 대비한 마스크도 준비하면 좋다.
정상을 향한 긴 여정(旅程)
킬리만자로 등정을 위해 인천공항에서 카타르의 도하까지 9시간, 그리고 몇 시간의 환승 대기 시간을 거쳐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국제공항까지 6시간을 비행했다.
이후 탄자니아 제2의 도시 모시에서 일박한 뒤 이튿날 일행은 2시간의 버스를 타고 킬리만자로 입산 수속을 위해 마랑구 게이트(1972m)에 도착하였다. 킬리만자로 등정은 마랑구 루트, 마우아 루트, 움부웨 루트, 므웨카 루트, 쉬라 루트 등이 있는데, 독일 지리학자 한스 마이어(Hans Mayer)가 1889년 10월 9일 유럽인 최초로 현지인 가이드 라우오(Lauwo)와 함께 정상에 오른 마랑구 루트가 비교적 오르기 쉬워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입산 수속을 마치고 마랑구 게이트에서 등정 첫날 숙영지인 만다라 산장(2720m)까지는 완만한 경사의 열대 우림 지역 숲길 8.2㎞를 약 4시간에 걸쳐 걷는 것으로 비교적 수월했다. 등정 둘째 날은 킬리만자로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마웬지봉(5249m)을 옆으로 바라보며 만다라 산장에서 호롬보 산장(3700m)까지 11.7㎞를 산행했다. 그런데 경사는 완만하지만 낮은 관목 사이의 약 50㎝ 깊이의 참호 같은 화산재 흙길을 햇볕 속에서 흙먼지를 마시며 8시간을 걷는 것이 고역이었다.
호롬보 산장은 꽤 큰 편이었는데, 역시 숙소는 다인실을 사용하였고 3700m 고지대라 약간의 고산병 증세로 다이막스와 비아그라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등정 셋째 날은 고산 적응과 체력 비축을 위해 인근 지브라록(4200m)까지 왕복 4시간을 산행한 후 일찍 휴식을 취했다. 등정 넷째 날은 호롬보 산장에서 킬리만자로 등정 베이스캠프인 키보 산장(4700m)까지 10.1㎞를 트레킹했다. 이 지역은 황무지 사막지대로서 역시 완만한 경사를 오르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물(Last Water Point)이 있는 곳을 지나 8시간여 산행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키보 산장에 도착해 정상 도전을 준비했다.
고전 끝에 우후르 피크 정상 등정
키보 산장에 오후 4시경 도착해 일찍 저녁을 먹고 6시경부터 수면을 취했다. 10시 반쯤 일어나 죽으로 식사를 간단히 한 뒤 11시 반부터 등정 다섯째 날 마지막 급경사를 오르는 정상 도전이 시작됐다. 겨울 등산복으로 무장하고 헤드랜턴을 밝히며 4700m 이상 고지의 거의 직벽에 가까운 화산재 모래 자갈길을 오르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현지 가이드들은 연신 구호와 노래를 부르며 힘들어 하는 우리들을 응원했다. 미끄러지는 길과 싸우고 산소 부족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며 바로 머리 위로 멀리 보이는 앞 팀의 랜턴 빛줄기를 따라가며 5시간쯤 오르니 멀리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그러자 킬리만자로 정상 분화구 언저리인 길만스 포인트(5685m)에 다다랐다. 킬리만자로 정상은 원뿔 모양 분화구를 가진 사화산으로 분화구 폭이 2.4㎞에 이르는데 정상인 우후르 피크(5895m)까지는 분화구 둘레의 바윗길과 완만한 산길을 오르는 것으로 왼쪽 북쪽 사면으로는 수십 미터 높이의 만년설을, 오른쪽으로는 수백 미터 깊이의 분화구를 보며 스텔라 포인트(5765m) 등을 지나 천천히 2시간여를 등정했다. 아침 7시경 킬리만자로 정상인 우후르 피크에 올랐다. 우후르 피크는 비교적 평평하고 눈도 없었다.
생애 최고점인 5895m를 밟았다는 감격과 함께 정상에서 아침 햇빛을 받으며 주변 만년설과 거대한 분화구의 장엄함을 잠시 감상했다. 하지만 호롬보 산장까지 하산하는 일정 때문에 발길을 재촉해야 했다. 스와힐리어로 ‘킬리만자로’는 ‘반짝이는 산’을 의미하고 ‘우후르’는 ‘자유’를 뜻하는데, 1961년 탄자니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킬리만자로 정상을 ‘우후르’로 명명하였다 한다. 우후르 피크는 100년 전만 해도 20m 두께의 만년설이 10㎢에 걸쳐 있었다고 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최근까지 85%가 녹고 북쪽 사면을 중심으로 남아 있는 만년설도 금세기 내에 녹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나중에는 흰 눈 덮인 킬리만자로 정상이 사진 속 전설로만 남아 있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하산하는 길은 정상을 밟은 데다 고소 적응이 돼 기분도 좋고 발걸음도 빨랐다. 그런데 하산하면서 낮에 보니 길만스 포인트에서 키보 산장에 이르는 직벽은 경사도 가파른 데다 화산재 모래와 자갈로 이루어져 스키장 슬로프를 타고 내려오듯이 미끄러져 내려와 아마도 낮에 등정했다면 엄두를 못 낼 것 같았다. 키보 산장에서 점심을 먹고 호롬보 산장까지 내려와 일박한 뒤 모시 리조트로 돌아와 수영으로 피로를 풀었다. 오랜만에 먹는 저녁 뷔페는 꿀맛이었다.
다음 날 케냐로 이동해 드넓은 암보셀리 국립공원 사파리를 구경하면서 멀리서 북쪽 사면의 눈 덮인 킬리만자로를 바라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긍정의 삶, ‘하쿠나 마타타’
킬리만자로 등정을 위해 아프리카에 도착해서 듣는 첫 인사는 ‘점보(Hi, welcome)’다. 안나푸르나 현지 주민 인사 ‘나마스테’와 비슷한 어감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등정하면서 ‘뽈레뽈레(Slowly)’와 ‘하쿠나 마타타(Don't worry, it will be good)’를 자주 듣게 된다. 고산에서는 산소가 희박해 빨리 걸을 수 없다. 일행이 조금이라도 빨라지면 현지 가이드들은 ‘뽈레뽈레’를 외치고, 힘들어 하면 ‘하쿠나 마타타’를 소리 높인다. 지금 힘들겠지만 잘될 것이니 걱정 말라는 의미다. 어찌 보면 이들은 참으로 긍정적이고 낙천적이다.
물론 어려운 여건이 이들의 삶의 자세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우리 시각에서 보면 그들이 불쌍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시각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며 긍정적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의 원천일 것이다.
영국의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은 “모든 일에 만족을 발견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며 기뻐할수록 행복해진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마음이 결국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고 성실한 태도로 사는 사람은 이를 저절로 느낀다는 것이다. 미국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네만 교수도 ‘기분 좋은 시간이 길면 길수록 행복하다’며 행복은 기분 좋은 시간이 얼마나 되는가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였다.
버킷 리스트인 킬리만자로 등정의 기쁨과 추억을 오래 간직하고 기분 좋은 시간을 연장하고 싶은 마음을 희구한다. 킬리만자로 등정을 계기로 ‘하쿠나 마타타’의 긍정적 삶의 자세를 가지고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것을 기약해본다.
>>변종경(65) 일요시사 전 회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1973)한 뒤 잠시 공직을 거쳐 미국 유학, UCLA 대학원에서 석사 취득(1985) 후 1987년 삼성물산(주) 조사부장, 경영기획부장, 1994년 삼성그룹 비서실 기획 담당 임원(이사,상무,전무), 2004년 삼성 사회공헌위원회 부사장 등 기획 분야에 주로 종사해 '기획통'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삼부그룹 계열 ㈜신라밀레니엄 대표이사에 취임해 경영 혁신을 통해 2011년 지식경제부, 중앙일보 주관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인' 대상(혁신 경영 부문)을 수상하였고 2012년 일요시사 회장으로서 언론사 경영에 참여하는 등 경영자로서 경륜을 쌓기도 하였으며 2013년 자유인이 된 뒤 등산, 사진 등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그동안 못 다한 여가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청바지’를 즐겨라
얼마 전 친구들 모임에 갔더니 건배사로 '청바지(청춘은 바로 지금부터)'를 외친다. 연배가 비슷한 또래다 보니 자영업 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나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일에 매달려 잃어버린 청춘에 대한 보상 욕구 심리로 ‘청바지’를 부르짖는 것 같다. 사실 그동안은 모두들 일에 매몰돼 요즈음처럼 자유 시간을 만끽하며 지내오지 못한 것 같다.
내 경우도 1975년 직장 생활을 시작해 잠시 공직, 삼성그룹 간부 임원, (주)신라밀레니엄 CEO, 일요시사 회장 등으로 일에 파묻혀 지내다 2013년부터 자유인이 되어 최근에는 매주 2회 문화 강좌 수강, 1~2회 등산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2013년 8월에는 백두산 서파-북파 트레킹을 계획했는데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서파, 북파 등정 및 지하삼림 트레킹으로 만족하고 아쉬운 마음에 대신 2014년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를 트레킹하기로 하고 건기에 트레킹이 가능하기 때문에 10월 24일~11월 3일 사이에 친구 3명 등 일행 13명이 H여행사를 통해 카트만두-포카라-푼힐 전망대-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을 하게 되었다.
◇체력, 고산병, 식사 걱정할 필요 없어
안나푸르나 트레킹 계획을 세운 뒤로 히말라야에서 매일 6~9시간씩 총 80km를 팔일 동안 트레킹해야 하고 4000m 이상 고지를 오르는 데 따른 체력과 고산병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체력은 나름대로 일년 넘게 매주 1~2회 4시간 내외 등산을 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을 안 했으나 4000m 이상 고산 경험은 처음이라 고민이 돼 출발 전 병원에서 다이막스(이뇨제)와 비아그라를 처방받았다.
고산은 산소가 상대적으로 희박해 뇌에 적정한 산소 공급을 위해 혈류량을 늘려주는 비아그라와 이뇨제 이외 별다른 처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트레킹 과정에서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어떤 때는 답답할 정도로 천천히 걷고 끼니마다 제공되는 보리차를 물통에 채워 수시로 마신 결과 처방해 갔던 약은 쓸모없는 것이 되었다. 천천히 걷고 물 많이 마시는 것이 고산병의 약인 셈이다.
또한 20여kg의 짐, 식사 등도 걱정되었으나 여행사의 편의 제공으로 걱정 없이 트레킹만 하면 되었다. 식사는 매 끼니 한식이 제공돼 잘 먹고 영양 섭취에 충분했다. 우리 일행 13명을 위해 트레커 개인 짐과 식자재 등에 포터 15명이 동원되고 식사 준비에 조리팀 5명, 전문 안내인을 비롯한 가이드 3명 등 그야말로 ‘황제 트레킹’(그러나 경비는 300만원 미만)이었다. 일행 중 50대 중반 여성이 있었는데 등산 경험도 적어 항상 맨 꼴찌에 처졌으나 마지막 가이드가 따라붙어 전속 가이드 역할을 해 트레킹을 무사히 마쳤다. 아마도 각자 등산 장구를 메고 침식을 하며 안나푸르나를 트레킹하라면 전문 산악인 이외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봉(高峯) 무리, 일출 황금설경(黃金雪景)은 장관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트레킹은 푼힐 전망대를 경유할 경우 닷새 동안 올라가고 사흘 동안 내려오는 긴 여정이다. 카트만두에서 국내선으로 포카라(40여분 탑승)를 거쳐 버스, 지프로 두 시간 이동 후 맛보기 트레킹을 한 뒤 힐레에 도착하면서 롯지 생활과 트레킹이 시작된다.
둘쨋날 일곱 시간 트레킹 끝에 고라파니에 다다른다. 푼힐 전망대 (3210m)를 들르기 위해서다. 이튿날 새벽 네시반 기상해 한 시간에 걸쳐 등산 후 푼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 준봉에 비치는 일출 광경은 장관이었다. 동쪽에서 뜨는 해가 서쪽에 위치한 다울라기리(8172m), 투크체(6920m), 안나푸르나(8091m) 등 고봉들의 꼭대기 만년설을 비출 때 시시각각 눈이 반사돼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광경이다. 이곳은 모든 사람들이 고봉들의 일출 황금설경 장관을 보러 온다. 하산할 때 보니 입장료를 받던 관리인들이 없어졌다. 새벽 등정객 외에는 전망대에 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란다.
아침 식사 후 트레킹을 시작해 때로는 3000개의 계단을 오르내리고 숲속 길도 지나고 만년설이 녹은 장엄한 물소리의 계곡, 수백 미터 높이의 폭포 등을 지나 츄일레 롯지, 시누와 롯지, 데우랄리 롯지 등에서 머문 후 마침내 트레킹 닷새째 저녁 때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3700m)를 지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4130m) 입구에 이르렀다. 불과 몇km 앞에 펼쳐지는 고봉들이 우리를 반기듯 그동안 끼었던 안개가 걷히고 속살을 드러낼 때 일행은 탄성을 질렀다.
전기 사정으로 일찍 잠자리에 든 후 이튿날 새벽 다섯시에 기상해 몇 백 미터 올라가 일출이 비추는 고봉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장관이었다. 푼힐 전망대는 일출시 멀리서 히말라야 황금 고봉을 감상하는 데 비해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바로 지척에서 안나푸르나(8091m), 안나푸르나 사우스 피크(7219m), 강가푸르나(7454m), 안나푸르나III(7555m), 네팔 성산(聖山,등정 불허)인 마차푸차레(6997m) 등의 고봉들이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고개를 들고 지켜보는 게 또 다른 매력이다.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분지로 돼 있어 가장 가까이 한 곳에서 여러 고봉을 감상할 수 있는 히말라야 가운데 유일한 곳이라서 많은 트레커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산하는 길은 발길이 한결 가볍다. 하산이라 해도 사흘 내내 오르락 내리락 해야 돼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가뿐하다.
등정할 때 하산하는 트레커들의 발걸음이 가벼워 부러워 보였는데 지금 등정하는 사람들의 우리를 바라보는 심정이 비슷해 보였다. 밤부 롯지, 지누단다 롯지 등에서 머문 뒤 사흘 하산 트레킹을 마치게 되었다. 지누단다에서 노천 온천과 저녁 식사 때의 염소 수육 맛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다.
포카라에서 국내선을 타고 카트만두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창으로 옆을 보니 히말라야의 만년설에 뒤덮여 줄지어선 고봉들이 정겹게 느껴졌다.
◇궁(窮)하면 통(通)한다
카트만두 도착 첫날과 귀국 전날 밤은 카트만두 최고급 오성 호텔로 과거 궁전이었던 소알티 크라운 플라자 호텔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둘쨋 날부터는 고산지대여서 숙소가 롯지로 열악해 2~4인실에 투숙하고 공동 변소와 샤워장을 사용해야 했다. 공동 샤워장은 일 달러 지불하면 더운 물을 이용할 수 있으나 고산에서는 머리를 감거나 샤워를 해 자칫 열을 빼앗기면 감기나 고산병에 걸리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사전 준비했던 물티슈를 활용해 얼굴, 손발 등 온몸을 씻고 심지어 친구에게 물티슈로 등도 닦아달라고 해 매일 '물티슈 사워'를 했다.
그리고 첫날은 면도를 했으나 둘쨋 날부터는 도저히 면도하기 힘들어 수염을 기르기로 하였다. 일주일 기르니 제법 멋있게 자라 주변에서 ‘만화가 이모(某) 씨 같다’면서 계속 기르라고 권유하기도 하였다. 또한 옷도 등산복, 평상복, 속옷 등을 갈아입을 요량으로 많이 준비했으나 초반 하루 이틀 이외 별로 갈아입지 않게 되었다. 귀찮기도 했지만 땀을 흘려도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멋내기도 필요 없었다. 준비해간 체육복은 만사형통이었다.
롯지에 도착해 간편복인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잠잘 때도 보온을 위해 체육복을 입고 침낭에 드는 것이 매일 연속이었다. 그야말로 ‘노숙자’같은 생활이었다.
한 번은 등산 스틱 한 개가 고장나 ‘장애 스틱’이 되어 다소 불편했는데 친구가 맥가이버칼로 등산로 주변에 널려 있는 대나무로 지팡이를 만들어줘 트레킹이 끝날 때까지 ‘대나무 스틱’을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 행복의 근원
네팔은 1인당 국민소득이 750달러로 가난한 나라이다. 카트만두 이외 거주 국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해 트레킹하다 보면 수십 계단의 다랑이 논(주로 벼, 조 농사)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밖에 일부 국민이 트레킹 가이드, 포터, 셰르파(전문 산악인 가이드) 등 관광 관련업에 종사하고 있다. 일반 트레킹 포터들이 일주일 동안 짐을 져나르고 몇 십 달러를 받는다는 얘기를 듣고 눈물이 핑돌았다. 이마저도 고루 나누기 위해 마을별로 할당하고 순번을 정해 고용한다고 한다.
2014년 10월18일 에베레스트 남동루트 쿰부 얼음폭포(5800m) 눈사태로 사망 14명, 실종 3명 사고 당시 셰르파 사망 보상금이 1인당 415달러에 불과해 셰르파 300여명이 파업을 벌인 일도 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네팔인들은 대체로 낙천적이다. 40여 kg의 무거운 짐을 이마에 메고 3000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힘들겠지만 ‘나마스테(Welcome)’인사하면 웃으면서 ‘나마스테’한다. 저녁 식사 때 포터, 가이드, 조리팀 등 일행은 별도로 식사를 하는데 식사 전, 식사 중, 식사 후 그들 나름의 노래를 부르며 즐긴다.
트레킹하면서 마을을 지날 때 어른, 어린 아이들을 보면 항상 밝게 웃는 낯이고 얼굴이 평화롭다. 카트만두만 해도 거리가 무질서하게 복잡하고 매연이 심해 몇 분만 걸어가도 목구멍이 따가울 정도인데 그래도 네팔인들은 잘도 참고 견디며 산다.
그동안 보도 등에 따르면 가난한 부탄, 네팔 같은 나라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한다.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큰 욕심 없이 주변 사람들과 비슷한 처지에서 하루 하루 만족스럽게 사는 것이 비결 아닐까?
노자(老子)는 소우주(小宇宙)와 대우주(大宇宙)를 설파하였다. 대우주는 우주의 생성, 존재, 법칙 등 진리로 인간이 인식하든 안 하든 존재하는 것이고 소우주는 인간 각자 거울 속에 비친 인식으로 소우주는 각자의 지식, 경험, 환경에 따라 다르게 인식한다.
네팔인들은 주변 환경이 열악하고 생활 수준 및 문명 정도가 낮은 데다 전기 및 통신 제약으로 받아들이는 정보에 한계가 있을 뿐더러 개별 수준 차이도 별로 없어 그 정도 생활에서 안분지족(安分知足)하는 것 아닌가 생각해본다. 잠시나마 번뇌에서 벗어나 어떻든 그네들의 참삶의 지혜를 맛보면서 오늘 나에게 주어진 환경과 현실에 감사하며 욕심을 줄이고 남과 더불어 매일 매일 충실하고 즐겁게 살아갈 것을 기약해본다.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날인가?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시인이자 철학자인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이 말한 ‘당신이 쓸모없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누군가가 간절히 원하던 내일이다(Today that you wasted always is tomorrow that the one who died yesterday wanted to have so desperately.)’라는 경구가 새삼 귓전을 때린다.
△ 변종경(65) 일요시사 전 회장은 서울대학교를 졸업(1973)한 뒤 잠시 공직을 거쳐 미국 유학, UCLA 대학원에서 석사 취득(1985) 후 1987년 삼성물산(주) 조사부장, 경영기획부장, 1994년 삼성그룹 비서실 기획 담당 임원(이사,상무,전무), 2004년 삼성 사회공헌위원회 부사장 등 기획 분야에 주로 종사해 '기획통'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삼부그룹 계열 ㈜신라밀레니엄 대표이사에 취임해 경영 혁신을 통해 2011년 지식경제부, 중앙일보 주관 '한국을 빛낸 창조 경영인' 대상(혁신 경영 부문)을 수상하였고 2012년 일요시사 회장으로서 언론사 경영에 참여하는 등 경영자로서 경륜을 쌓기도 하였으며 2013년 자유인이 된 뒤 등산, 사진 등 다양한 취미 활동으로 그동안 못 다한 여가생활을 영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