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
일정 6월 2일까지 장소 대구미술관
전시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주제인 환경과 생태계 위기에 대해 살펴본다.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는 누구의 숲이며, 누구의 세계인지 질문한다. 첫 번째 섹션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에서는 미래 환경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정주영 작가의 변화하는 기후·구름·우주, 김옥선 작가의 외래종 나무, 장한나 작가의 새로운 형태의 돌(New Rock 프로젝트) 작품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주제는 ‘잊혀진 얼굴, 봉합된 세계’로 문명의 발전 이면에 발생한 인간의 욕망과 자연에 관한 태도에 주목했다. 강홍구, 김유정, 백정기, 송상희, 이샛별, 이해민선의 작품이 소개된다. 마지막 섹션 ‘세계에 속해 있으며, 세계에 함께 존재하는’에서는 권혜원, 정혜정, 아니카 이,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통해 자연에 대한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시선을 엿본다. 박보람 학예연구사는 “도시 문명, 환경, 생태계 문제에 대해 다채로운 관점을 담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반성적 감각을 회복하고 인류세 시대, 그 이후에 관한 공생, 생태적 감각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영인문학관
영인문학관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서화첩(글씨와 그림을 모아 만든 책)전이다. 문인, 화가, 서예가, 섬유예술가, 패션디자이너 등 60여 명의 정상급 예술가들이 서화첩 한 권에 프로필을 채웠다. 자화상, 좌우명, 애송시, 자전적 글 등 담긴 내용은 다양하다. 소설가 김채원은 언니 김지원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시기에 그린 우는 자화상을 서화첩에 넣었고, 부친을 여읜 서예가 김병기는 ‘아버지가 애송하던 한시를 통해 슬픔을 달랜다’는 발문과 함께 58쪽의 글을 썼다. 한편 작가의 방은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김상옥의 방을 재현했다. 특별 전시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서재를 재공개한다. 예약을 통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에 관람 가능하다.
●Book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김희진·앵글북스)
동년배보다 보통 20~30년 젊은 뇌를 가진 사람을 슈퍼에이저(Super-ager)라고 부른다. 그들은 젊은 사람만큼 뛰어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가졌다. 저명한 치매 전문의 김희진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인간의 노화란 예정된 것이 아니라 소모에 의해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신체를 어떻게, 얼마나 잘 관리하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가 나이 드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습관이 기억력과 뇌 건강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1부는 ‘이해하기’ 파트로 뇌의 구성과 각 부분의 기능을 설명한다.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 하기’ 파트인 2부에서는 일상 점검을 비롯해 식단과 운동,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 수면과 약 복용법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총 7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부록에는 많은 이들이 실제로 효과를 본 다양한 방법과 저자도 실천하고 있는 작은 습관들을 상세히 담았다.
그러나 슈퍼에이저의 습관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뇌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진 교수는 “실제로 자신에게 맞고 큰 효과를 가져오는 행동 지침들을 선별해 30일 두뇌 관리 루틴을 세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문재인의 독서노트(문재인·평산책방)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102권의 독후감을 ‘취임 이전’, ‘재임 시기’, ‘퇴임 이후’로 나누어 담았다. 일상을 포착한 4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수록됐다.
◇밥묵자(꼰대희·21세기북스)
개그맨 김대희의 부캐인 ‘꼰대희’는 50대 후반 꼰대 아저씨를 콘셉트로 한다. 책은 인·의·예·지 네 파트로 나뉘어 있고, 세대 간 화합을 이끈다.
◇하이 애나, 나는 한국 할머니란다!(류관순·미다스북스)
워킹맘으로 살던 저자는 외동딸과 미국인 사위 사이에서 태어난 손녀 덕분에 초보 할머니가 됐다. 손녀와 함께 성장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Stage
◇영웅
일정 5월 29일 ~ 8월 1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김민영
출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김도형, 서영주, 최민철 등
‘영웅’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뮤지컬이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재현하며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은 애국심과 감동을 자아낸다. 2009년 초연 이래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은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안중근 역에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캐스팅됐다. 특히 정성화는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출연하며 ‘영웅’과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다. 제작사 에이콤의 윤홍선 대표는 “관객 여러분 덕분에 어느덧 15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라며 “한층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봄
일정 5월 8일 ~ 6월 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연출 이기쁨
출연 왕은숙, 문희경, 오성림, 예지원, 황석정, 유보영 등
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그린 뮤지컬 ‘다시, 봄’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꿈, 갱년기, 폐경, 은퇴 등에 대해 왁자지껄한 수다를 펼친다. 31회 공연이 더블 캐스트로 운영된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이 주축인 ‘다시 팀’과 내로라하는 여배우들로 구성된 ‘봄 팀’이다. 황석정은 ‘다시 팀’에, 뮤지컬에 첫 도전한 예지원은 ‘봄 팀’에 각각 합류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다시, 봄’을 통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50대 여배우들을 비추고, 객석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차지했다. 뮤지컬 관객 저변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벤자민 버튼
일정 5월 11일 ~ 6월 3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조광화
출연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 등
뮤지컬 제작사 EMK가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한다. 극 중 타이틀 롤인 벤자민 버튼은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이 연기한다.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인물로 재즈 가수 블루와의 사랑을 쫓는다. 특히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심창민은 21년 만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그는 “뮤지컬을 연습하며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다. 특히 인구 밀도가 낮은 지방에서 고령화는 더 빠르고 충격적으로 다가오는데, 노동시장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고령화(高齡化)는 사전적으로 노인 인구를 전체 인구로 나눈 노인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사회’로 전환된 이후 20년도 지나지 않은 2019년에 ‘고령사회’로 돌입했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로 전환이 예상된다.
수치적으로 확인해보면, 2022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은 17.7%로 집계됐다. 구역 단위별로 구분했을 때 면부가 32.4%, 읍부가 18.4%, 동부가 16.0% 순으로 인구 단위가 적은 지역일수록 고령자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령화 제일 빠른 부산과 젊어진 세종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계간지 ‘지역 산업과 고용’ 겨울호에 실린 ‘지역별 고령화와 고령층 노동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7년(2015∼2022년)간 전국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연평균 0.677%포인트씩 높아졌다.
연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17개 시도 중 부산이 0.968%p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어 울산 0.839%p, 대구 0.807%p, 강원 0.791%p, 경북 0.789%p, 경남 0.774%p 순이었다. 전통산업이 발달한 지역 중심으로 고령화 속도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세종특별자치시는 –0.04%p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노인 인구 비율이 줄어든 지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젊은층 인구 유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도시 특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세종은 고령화율 또한 9.9%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시군구는 경북 의성(44.7%)이다. 전남 고흥(43.0%), 경북 군위(42.6%), 경남 합천(42.0%), 전남 보성(41.6%), 경북 청송(40.6%), 경북 영양(40.2%), 경북 봉화(40.1%) 등도 고령화 비율이 40%를 넘었다.
노동시장 문제 개선되어야
지역의 고령화는 노동시장 관점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연령대가 상승한다는 문제점이 있다. 2022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 기준 65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비율은 11.6%로 산출된다. 반면 고령화 상위 20개 지역의 65세 이상 고령 근로자의 비율은 35~45%가량으로 전국 평균 대비 3~4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령자는 주로 2차 노동시장 혹은 주변부 노동시장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산재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상승이 우려된다. 더불어 지역의 생산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가 일자리의 미스매치 확대를 초래하고, 고용지표 악화로 인한 지역의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2022년 산업 재해 발생 현황을 보면, 재해자 수는 약 13만 명, 산재 사망자 수는 약 2천 명 가량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 고령자는 재해자 수 45,332명(34.8%), 사망자 수 1,089명(49.0%)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인다.
보고서 저자인 안준기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지역 고령화는 지역소멸, 일자리 문제, 지역 양극화 문제 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고령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구축하고 지역 균형발전 등으로 지역 산업구조를 생산성 높은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지역 활력 제고를 위한 지역인재 양성과 함께 특화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현재 직장에 다니고 있는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 대부분은 10년 이내 은퇴를 앞두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은퇴 후에도 현재 거주지와 비슷한 지역의 아파트에 거주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는 2차 베이미부머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은퇴 준비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해 ‘2차 베이비부머 직장인의 은퇴 후 소득 및 주거에 대한 인식 조사’를 발간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가량(47%)이 향후 5년 이내에 현재 직장에서 퇴직할 것으로 예상했고, 10년 내 퇴직할 것이라는 비율은 89.5%로 나타났다.
거주지 선택에 관련한 부분에서, 설문 응답자의 절반(49.7%)이 은퇴 후 현재 사는 집에서 이주할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부분 이사를 하더라도 현재 거주 지역과 동일한 지역 내에서 살기를 희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응답자 중 64.2%는 은퇴 후에도 계속 서울에 거주하고 싶다고 답했다. 서울 거주자 중 수도권(경기, 인천)으로 이주를 원하는 비율은 22.1%, 지방으로 이주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4%에 불과했다.
반면, 지방 대도시(대구, 광주, 대전, 부산, 울산, 세종) 거주자는 72.3%가 은퇴 후에도 계속 지방 대도시에 살고자 했으며, 지방 소도시로 이사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3.1%였다.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가겠다는 사람은 각각 1.3%, 2%였다.
더불어 2차 베이비부머들은 거주 주택을 노후 소득원보다는 생활 기반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거주지를 정할 때 교통 편의성(22.2%)과 생활시설 접근성(20.7%)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다고 답했다. 부모(2.5%)나 자녀와의 거리(2.4%)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생활 편의성을 추구하는 경향은 희망 거주 형태에도 반영돼 은퇴 후 아파트에 살기를 바라는 비율이 63.9%에 달했다. 단독주택 거주를 원하는 응답자도 25%로 나타났지만, 타운하우스(5.6%), 오피스텔(4%), 시니어타운(1.6%)에 살고자 하는 사람은 현저히 적었다.
이정원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연구원은 “우리나라 은퇴자에게 거주 주택은 생활 근거지인 동시에 전체 자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자산이기도 하다”며 “특히 2차 베이비부머들은 거주 주택을 노후 소득원으로 활용할 생각을 하기보다 생활의 기반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가 다가오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며 “남은 기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재원을 확충하는 동시에 재취업이나 창업을 위한 자기 계발과 주택 다운사이징, 주택연금을 활용한 추가 노후 소득 확보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hibition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일정 1월 28일까지 장소 국립경주박물관
‘다라니’는 부처의 가르침 중 신비로운 힘을 지니고 있다고 믿는 주문을 말한다. 이 가운데 ‘수구즉득다라니’라고도 불린 ‘수구다라니’는 말 그대로 외우는 즉시 바라는 바를 모두 얻을 수 있다고 여겨져 삼국시대부터 널리 유행했다. 당시 사람들은 염송 외에 부적처럼 몸에 지니고 다니거나 불상이나 탑·무덤에 봉인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서는 특별전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을 통해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수구다라니와 금동 경합(경전을 넣어두는 상자)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대 인도어인 범자로 쓰인 것과 한자로 쓰인 것, 총 두 개다. 1919년 조선총독부가 입수한 유물로,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다라니 두 개가 한 종이에 같이 배접된 직사각 형태였다. 이후 보존 처리를 거치면서 각각 분리 복원해 범자(29.7×30.3cm)와 한자(29.5×30.9cm)가 수구다라니의 원래 형태인 정사각 모양을 찾았다. 국립경주박물관 측은 “다라니에 대한 많은 연구자들의 관심과 연구가 이어져 고대 불교 문화의 진면목을 좀 더 살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황영성 : 우주 가족 이야기
일정 2월 18일까지 장소 전남도립미술관
황영성 작가의 1950년대 말 초기 구상회화 작품부터 2000년대 입체 작품과 최근 작품까지 총 110여 점을 선보인다. 그의 회화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가족’이다. 소박한 시골집 가족에서 대자연의 뭇 생명들로 확대되고, 세상 만물의 공생을 담은 우주 가족으로 확장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족에 대한 근원적 그리움에 바탕을 두면서 세상과 화폭을 잇는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은 “황영성 화백은 한국의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원로 작가로, 국내외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예술에 대한 쉼 없는 도전과 열정을 보였다. 이번 초대전을 통해 만물에 대한 포용과 인류애의 가치를 느끼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Stage
◇노트르담 드 파리
일정 1월 24일 ~ 3월 24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윤금정
출연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 유리아, 정유지, 솔라, 마이클 리, 이지훈 등
프랑스 3대 뮤지컬로 꼽히는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전 세계 23개국, 9개 언어로 번역되어 1500만 명 이상 관람한 대작이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으며, 15세기 파리의 혼란한 사회상과 부당한 형벌 제도, 이방인들의 소외된 삶을 보여준다. 이번에 6년 만에 한국어 버전이 귀환해 관심을 받고 있다. 그에 걸맞은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데, 주인공인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 역은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이 연기한다. 추악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에스메랄다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수한 마음을 지닌 인물이다.
◇스쿨 오브 락
일정 1월 12일 ~ 3월 24일
장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연출 로렌스 코너
출연 코너 글룰리, 사미아 로즈 어피파이, 알라나 에스피널, 마키시그 아키우미, 사무엘 빅모어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쿨 오브 락’이 5년 만에 내한 공연을 펼친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로커답지 않은 외모로 밴드에서 쫓겨나고 집에서도 구박받는 듀이가 친구 대신 명문 사립학교 대리 교사로 위장 취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듀이 역의 코너 글룰리는 “한국에서 정말 많은 사랑을 줘서 다시 올 수밖에 없었다. 2024년을 함께 즐기자”고 전했다. 평균 연령 11.5세의 아역 배우 17명 또한 뛰어난 실력을 자랑한다. 서울 공연은 3월 24일까지 열리며, 4월부터는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일정 1월 20일 ~ 3월 10일
장소 국립정동극장
연출 민새롬
출연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네 번째 공연으로 돌아와, 지난 시즌 참여했던 손상규, 김신록, 김지현, 윤나무 네 명의 배우가 다시 한번 관객과 만난다. 1인극 형태로, 불의의 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은 19세 청년 ‘시몽’의 심장이 51세 여성 ‘끌레르’의 몸에 이식되는 24시간의 과정을 그린다. 한 명의 배우가 시몽, 죽음을 선고하는 의사, 남겨진 가족, 장기이식 수혜자 등 총 16개 캐릭터를 연기한다. 장기기증 24시간의 기록을 다양한 인간들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극은 삶과 죽음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던진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중장년의 노후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법적으로 ‘노인’은 65세부터라지만, 현장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60대까지 중장년이라고 봤다. 100세 시대에는 인생 3막을 설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는데, 특히 사회공헌 활동에 50~70대 시니어들이 필요하단다.
기존 ‘사회공헌’이 독거노인, 치매 노인 등 취약 계층에 있는 이들을 지원하는 성격이었다면, 이제는 은퇴자의 인생 2막, 인생 3막을 위해 개인의 욕구를 반영하고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2017년 고용노동부는 생산가능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50·60세대를 ‘신중년’으로 정의했다.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주역이면서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의 이중고를 겪는 마지막 세대이고, 이들의 노후 준비를 위해서는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봤다. 고용노동부는 보람 있는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신중년의 사회공헌 활동 수요가 많은 데 비해 프로그램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한 신중년의 자원봉사 활동은 질이 높지만 참여율은 낮았다. 이들의 노하우나 전문지식을 활용한 재능봉사가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노인의 실질은퇴 연령은 약 71세이며 일하기를 원하는 이유 1위는 생활비(58.3%)였지만, 2위는 보람(34.4%)이 차지했다.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기 시작하면서 사회공헌 활동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 분명했다. 이전 세대보다 고학력자와 전문직이 많은 신중년이 은퇴 후 더 많은 영역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는 주된 직장에서부터 인생 3모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공헌 활동이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면서 보람과 만족을 얻는 활동이다. 크게 자원봉사와 사회공헌 일자리로 나뉜다. 자원봉사는 노력봉사, 재능기부, 프로보노 세 가지가 있다. 노력봉사는 자신의 경력과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일로 ‘연탄 배달’과 같이 과거에 주를 이뤘던 영역이다. 재능기부와 프로보노는 자신의 전문성을 살려서 대가 없이 하는 것으로, 최근 이 영역이 활성화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 등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소정의 급여도 받고 전문성을 살려 사회에 기여하는 사회공헌형 일자리도 늘었다. 민간 기업에서는 은퇴 전 전직지원 교육을 통해 어떤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지 안내하는 곳이 많아졌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 국립세종수목원은 ‘신중년 사회공헌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세종시 일자리정책과 주도로 이뤄지는 사업인데, 국립세종수목원에서는 식물 관리와 고객 서비스 부분에 신중년이 참여하고 있다. 의무실의 경우 양호교사,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신중년이라면 재능기부로 참여할 수 있다. 노동에 대한 대가가 주어지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봉사 성격을 띤다. 권진온 수목원운영실 실장은 “비영리집단에서 신중년의 사회공헌 참여를 원하는 수요가 많다. 외국의 수목원은 자원봉사자들이 운영의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시스템이 미비한 실정”이라면서 “중장년분들은 1년, 2년 단위로 오랜 시간 활동에 참여하시기 때문에 장기적인 수목원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통계청 자료를 보면 50세 이상 응답자 중 80~90%는 봉사활동 참여 의지가 있다고 답했지만, 실질적인 매칭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아직 약하다”면서 “사회공헌 활동이 더 알려져서 더 많은 신중년이 보람도 느끼고 사회공헌에도 이바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돈·시간·보람 세 마리 토끼 잡는 ‘징검다리’
그동안 쌓아온 경력·경험·노하우를 녹여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사회공헌 활동은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사회공헌 활동이 무조건 일자리로 연결되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새로운 영역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년이 은퇴 후의 삶을 그리는 데 사회공헌 활동이 매우 적합한 활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영록 이음길 사회공헌 뉴스타트팀 팀장은 “일단 재능기부 활동을 해보라”고 권한다. 한 달 살기를 하더라도 그곳에서 ‘보람’을 주는 일을 찾아야 한단다. 취미 활동과는 또 다른 영역이다.
“재능기부 활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에요. 내가 원하는 단체나 기관에서 자원봉사 성격의 재능기부 활동을 하고, 교육을 받아 동호회를 구성해 사회공헌 활동에 참여하고, 이후에는 협동조합 등으로 조직을 구성하면서 영역을 확대하는 거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 느끼고, 큰돈은 아니더라도 노후에 생산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목표로 삼으면서 보람도 얻어요. 사회공헌 활동은 돈·시간·보람 세 가지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입니다.”
박 팀장은 중장년이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퇴장이 빠르다고 지적했다. 풀타임 근무가 생각보다 힘들어지는 나이이기에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다. 박 팀장은 인생 3모작 설계를 하면서 차근차근 사회공헌 활동을 징검다리 삼아 신중하게 나아가기를 권했다.
프로보노의 경우 변호사·회계사 등 전문 직종 중장년의 재능기부 활동이 주를 이룬다. 전오석 상상우리 프로보노팀 팀장은 “전문직 종사자라면 전문성을 살려 현직에 있을 때부터도 프로보노 활동으로 사회공헌을 할 수 있다”면서 “은퇴한 중장년이라면 사회공헌 활동이 재취업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팀장은 “재능기부라고 하면 나의 경험으로 누군가를 돕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사실 이 활동을 통해 중장년분들이 많이 배워간다”면서 “대부분 직무의 최고 정점에서 은퇴하기 때문에 다시 실무 감각을 되살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기업과 라포를 쌓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드문 경우긴 하지만 기업과 합이 잘 맞아 해당 기업으로 재취업 되는 사례도 있다.
박영록 팀장과 전오석 팀장은 다만 사회공헌 활동 영역에서의 ‘매칭’이 아직은 쉽지 않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중장년의 전문성이 필요한 기업의 구체적인 수요와 실제 적용 가능한 전문성을 가진 중장년을 정확하게 이어주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중간에서 이들을 연결해줄 ‘코디네이터’가 필요하고, 매칭을 위한 또 하나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앞으로 사회공헌 영역에서 중장년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60대 이후 실질적으로 주된 일자리를 이어가거나 취업 시장에서 다시 활동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기에, 돈·시간·보람 세 가지를 얻을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MINI INTERVIEW
‘경력단절’ 사회적 죽음 ‘선택’으로 살아나다
강남의 고층 빌딩이 내려다보이는, 해가 잘 드는 교육장. 이음길 사회공헌 뉴스타트의 마지막 수업 시간이다. 교육하는 강사도, 수업을 듣는 수강생도 눈을 반짝였다. 궁금한 점을 질문하는 수강생들의 모습에서 열의가 느껴졌다. 이곳에서 ‘심폐소생술’을 받았다는 이경원(61) 씨를 만났다.
이경원 씨는 경력단절 여성이다. 육아에 전념하다가 공부를 해 사회복지사로 15년 남짓 일했다. 그리고 정년이 되어 퇴직한 순간, 이 씨는 죽음이 이런 것일 수 있겠다고 느꼈다. 사회적인 죽음 말이다.
“출근도 못 하죠. 활동도 못 하죠. 처음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어요. 우울했고요. 내가 자발적으로 그만둔 것이 아니라 아직 더 활동할 수 있고 재미있는데, 법적으로 환경적으로 정년이니까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고 하니 더 힘들더라고요. 나는 갈 수 있는데, 가면 안 되니까요. 다시 재취업하려니 기업이 저를 원하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있으니까요.”
어느 날 인터넷 쇼핑을 하던 이 씨 눈에 문구 하나가 들어왔다. ‘사회공헌 뉴스타트’라는 두 단어다. 이경원 씨는 “두 단어가 딱 와 닿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처음 교육을 오기 전까지 긴가민가했단다. ‘그냥 한번 들어보자’는 마음이었다.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에요. 내가 120세까지 산다고 하면 살아온 만큼 앞으로 더 살아야 하는데, 어떤 사회공헌 활동이 있는지 알려주는 이 수업이 저의 인생 방향을 잡아주더라고요. 수업이 제 미래를 보장해주지는 않아요. 하지만 우울하고 힘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던 저의 숨을 잠시 트이게 해주면서 ‘앞으로 내가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라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더라고요. 심폐소생술이랄까요?”
물론 수업을 막상 들어보니 사회공헌 활동이라는 게 쉽지만은 않게 느껴졌다. 사회적기업에서 일자리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이 씨는 수업을 들으면서 ‘그럼 스스로 나의 일자리를 만들어볼까?’ 생각하게 됐다.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모여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돕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졌다. 사회복지사로 일했기에 사회공헌 활동에는 일찍이 관심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건 처음이다. 이경원 씨는 퇴직 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 혹은 60대를 맞이한 이들에게 “선택하세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제가 인터넷에서 문구를 보고 기본 정보를 입력한 후 이곳에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에는 선택이 있었잖아요. 도전은 선택이더라고요. 도전해보라고 하면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해볼 만할 것 같죠? 우리 중장년이 고집이 참 세요. 그동안 해온 것들이 있어 그렇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고집을 부리면 선택을 못 하더라고요. 다른 분들도 내가 판단하기에 좋든 나쁘든 일단 선택하고 도전해보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저 역시 앞으로도 선택할 것들이 너무 많거든요. 매일 선택하고 실행해보시면 어떨까요?”
◇사회공헌 뉴스타트 보건복지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이음길HR이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는 기업 퇴직(예정)자들에게 교육과 현장실습을 통해 사회서비스 분야 일자리 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1인 노인 가구, 노인 부부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시설 이용이 어려운 노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방문 진료, 재택 의료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문 진료, 재택 의료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지난 11월 7일 진행한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참고해 우리나라 재택 의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정책이 일본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해 들여다봤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가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 2차 시범사업에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역 사회 자원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2차 시범사업에서는 참여 대상을 기존 장기요양 수급자 1~4등급과 함께 5등급과 인지 지원 등급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치매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2022년 12월 시작한 이번 사업에는 28개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7곳, 경기 10곳, 충북 2곳이 있고, 나머지 9개는 각 시도별로 1개 의원이 참여했다. 다만 부산, 대구, 울산, 세종, 경북에는 참여 의원이 없는 상태다.
환자 만족도 높지만, 유지 어려워
우리나라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의료팀을 구성하고 의사는 월 1회, 간호사는 월 2회 가정 방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통합 돌봄서비스 연계 관리를 담당한다.
현재 2차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9월 기준 1993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24년 100군데의 의원 참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재택 의료를 위해 병원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의료진의 의료 수가(진료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1명을 방문해 진료하는 데 있어서 진료비가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참여 의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방문 진료보다는 재택 의료 진료비가 높지만 앞서 언급했듯 3명이 팀을 이뤄야 해서 인건비 유지비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동행할 경우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가는 책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업 참여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또한 본인부담금이 10% 수준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해 관련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의료 사업은 왕진료에 재택 의료 기본료 14만 원이 추가된다. 만약 6개월 이상 지속 방문하거나 추가로 방문 진료를 원한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비용에 대한 환자의 부담도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방문 진료·재택 의료 의사 인식조사’에 따르면 재택 의료보다 먼저 시범 사업을 한 방문 진료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의료 기관이 전체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방문 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이 어려움’(32.3%)이었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대한 기회비용’(22.6%)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추가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 사업이 유지되려면 한 센터당 환자가 50~70명이 유지되어야 하고, 사업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문 진료와 마찬가지로 활성화가 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환자 발굴 한계 △필수 인력 기준에 따른 인건비 부담 △환자 본인부담금 높아 참여 저조 △홍보 부족으로 환자가 기관 찾기 어려움 △급여비 청구 시스템 시간 소요 많음 △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 개념 부족 △의료서비스 필요 기관(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 부족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의료·보험·기관 등 협업 있어야
국내의 방문 진료와 재택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7일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열고 일본의 사례를 공유하며 국내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2013년부터 시작한 ‘지역포괄 케어시스템’과 같은 것인데,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핵심은 재택 의료다. 재택 의료는 치료보다 질환 관리와 질병 예방 등을 지역 자원과 연계해서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의료·보험·기관 등 각 영역의 협업이 필수라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카미가이치 리에 재택클리닉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재택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상적 요양 지원, 증상 급변 시 대응, 퇴원 지원, 케어 등 네 가지 기능이 요구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호서비스와 의료서비스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 진료의 경우 외래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지만, 입원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고 일본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이란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더라도 익숙한 지역에서 본인다운 삶을 마지막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간호), 예방, 거주, 생활 지원을 일원화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한정적인 자원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 내에서 고령자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장기요양 재택 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충형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은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케어, 돌봄 재택 의료 등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고, 합의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재택 의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재택 의료 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가정만 하는 것이지 정확한 수요 예측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공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책 준비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충형 위원은 “사망 전 1년 동안 쓰이는 의료비가 마지막 3년 동안 사용하는 의료비의 8~90%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머물던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면서 “재택 의료가 활성화된다면 시설 입소를 줄일 수 있고, 임종까지 1년이 남지 않은 분들에게 존엄한 죽음과 의료비 절감 두 부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양쪽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지금까지 1차 의료 기관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고, 병·의원 시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건강관리와 예방, 재활과 재택 의료를 포함하고 의료 인력 외의 전문가 인력까지 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주로 문제로 꼽힌 것은 ‘수가’다. 팀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가 때문에 의료진의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고, 혹여 좋은 마음으로 참여한다 해도 고립된 환자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그럼에도 일본처럼 지역에서 자원들을 연계해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고, 잠재적인 재택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지자체별로 30~50개 정도의 1차 의료 기관이 재택 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과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택 의료는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현재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 의원도 많지 않고, 이런 사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정부, 건강보험공단, 1차 의료 기관 등이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도 향후 일본처럼 재택 의료가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농작물을 수확하는 가을에는 다양한 먹거리 축제가 열린다.
가족과 함께 축제에 참여하여 행복으로 배를 채우는 건 어떨까?
안흥찐빵축제
10월15일까지 | 안흥찐빵모락모락마을 일원
국민 간식이자 안흥 대표 먹거리인 찐빵. 각종 체험 부스와 공연 등으로 따끈따끈한 축제를 즐겨보자.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
10월 20 ~ 22일 | 초정행궁 일원
세종대왕 초정행궁 이야기와 초정약수를 알리는 축제. 어가행차부터, 초정먹거리마당 등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파주개성인삼축제
10월 21 ~ 22일 | 파주 임진각광장 및 평화누리 공원
파주개성인삼판매장부터 여러 인삼 요리 등이 선보여진다. 보양식으로 제격인 인삼을 먹으며 몸 건강을 챙기자.
빵빵데이 천안
10월 21 ~ 22일 | 천안시청 일원
천안시 39곳의 빵집을 만나볼 수 있다. 베이커리 작품 전시부터 불꽃축제, 다양한 체험행사까지 준비했다.
부산 고등어 축제
10월 27 ~ 29일 | 송도해수욕장
카약타고 고등어 찾기, 고등어화덕구이체험 등 축제를 통해 고등어의 참맛에 풍덩 빠져보자.
글자를 쓰는 게 아닌 그린다고 말하는 사람. 한글 디자이너 이용제(51)의 이야기다. 활자를 연구하고 그려온 지도 어언 30년. 절반인 15년은 계원예술대학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런 그에게 활자는 생활이자 인생이며, 존재의 이유다. 50이 되던 해 탄생시킨 글꼴 ‘천명’처럼 한글을 그리고, 이를 알리는 일을 하늘의 뜻으로 여기며 자연인 이용제의 삶도 그려나가고 있다.
이용제 교수는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재학 시절부터 글꼴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한글 디자인 분야는 불모지와 같았다. 사람들은 별다른 인식 없이 문서 프로그램에 깔린 서체들을 사용했고, 폰트 파일을 자유롭게 주고받았다. 한글 디자인에 관한 교과서 같은 서적도 거의 없었고, 전문 정보도 찾기 힘들었다. 그런 상황에서 동기생 중 한글 디자인을 전공한 사람은 이 교수뿐이었다니, 개척자의 길을 택한 셈이다. 수십 년간 한눈팔지 않고 정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묻자 “둔해서인 것 같다. 좋아하는 걸 하면 주변을 잘 안 보는 편”이라고 답했다. 한편 주변은 꽤 달라졌다.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무료 폰트·나눔 글꼴의 등장으로 유료 폰트, 즉 돈을 내고 글꼴을 사용한다는 인식이 높아진 점이다. 그밖에 이 교수가 체감하는 변화는 무엇일까?
“참 안 변한 것 같기도 한데, 하나하나 뜯어보면 꽤 많이 변했더라고요. 일단 글꼴 제작 환경이 많이 바뀌어서 개인도 폰트를 만들 수 있게 됐다는 거죠. 덕분에 완성도에 신경 쓴 개성 넘치는 폰트들이 다양하게 탄생한 것 같아요. 사회적으로는 저작권, 정확하게는 글꼴 사용료에 대한 인식이 생겨났다는 겁니다. 예전엔 ‘폰트를 왜 돈 주고 쓰냐’라고들 했다면, 요즘엔 ‘폰트를 막 썼다간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겠구나’ 여기는 것 같아요. 유통 측면에서 보면 전에는 패키지 형태 구매로 가격 부담이 있었지만, 요즘은 필요한 글꼴만 월 구독 형태로도 판매하죠. 그런 변화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공공재와 같은 활자, 그 본질은 ‘쓰임’
이렇듯 기분 좋은 변화에 이 교수도 일조했을 테다. 한글 디자인에 대해서라면 대학 강단 이외에도 전국 팔도를 누비며 알리고자 했고, 관련 내용을 담은 단행본과 잡지 출판, 온라인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 공유까지,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모습에는 열정이라는 단어가 맞춤해 보이지만,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저에게 열정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듯해요. 어떤 강한 에너지를 발휘한다기보다는 그냥 좋아서 계속하고 있거든요. 물론 초반에는 재미있어서 좋아했는데, 이제는 이 일이 소중하고 중요해서 좋은 것 같아요. 돌이켜보면 힘들고 괴로운 시기도 있었죠. 선배들이 ‘밥은 먹고사냐’고 인사치레할 정도로 열악했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이유로, 내가 힘들다고 방치할 수는 없었어요. 좋아서 이어왔지만 계속 이 길을 걷다 보니 책임감이라는 게 생기더군요. 후배들이, 학생들이 ‘저 한글 디자이너 될래요’ 했을 때 그들이 먹고살 토대는 내가 마련해줘야죠.”
아직 그가 활동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여전히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바람’체를 만들 당시 텀블벅 펀딩을 통해 글꼴 제작 과정을 공개하기도 했다. 대개 펀딩은 후원금을 목표로 하지만, 그보다는 한글 디자이너들의 노고와 처한 환경을 알리기 위함이 더 컸다. 실제 글꼴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적게는 6개월에서 1년이 걸리고, 이를 정교하게 다듬어가는 작업까지 포함하면 평생에 걸친 작업이 될 때도 있다. 게다가 영어의 경우 대소문자만 고려해 52자만 디자인하면 되지만, 자음과 모음이 어우러지는 한글은 최소 2350자에서 많게는 1만 자 이상 그려야 한다. 때론 폰트 제작비로 큰 금액을 제시받기도 하지만, 완성도를 갖출 시간 확보가 어렵다면 고사할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공들이는 작업에서 그가 가장 염두에 두는 건 바로 활자의 쓰임이다. 그게 곧 활자의 본질과 같기 때문이다.
“엄밀히 말하면 글자와 활자는 좀 다르죠. 활자는 인쇄를 위한 거니까요. 그런 활자 디자인에서 쓰임을 빼면 만들 이유가 없어요. 활자를 통해 어떤 글을 인쇄한다는 건 그게 지식이든 정보든 다수에게 읽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함이잖아요. 단순히 보관이나 기록의 용도라면 필사본이나 복사본을 제작하면 되죠. 활자의 본질은 필사의 한계를 넘어서 대량으로 인쇄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공공재라고 봐요. 그렇게 생각하면 그 쓰임을 절대 배제할 수 없어요.”
좋은 글꼴, 가독성만 보지 말아야
쓰임을 고민하며 탄생시킨 글꼴들.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 선택해야 할까? 앞서 이 교수가 언급했듯 읽을거리를 염두에 둔 활자이기에 흔히 가독성을 따질 때가 많다. 가끔 가독성이 높아야 좋은 글꼴이라 평하기도 하는데, 이 교수는 다소 협소한 견해라는 입장을 드러냈다.
“가독성처럼 활자의 기능적인 부분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보다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좋겠어요. 가령 어떤 매체나 대상에 적합한 가독성을 갖춘 글꼴만 논한다면, 대한민국에 폰트 50개 정도만 있으면 돼요. 그럼에도 우리는 왜 자꾸 새로운 폰트를 만드는 걸까요? 그건 한글 디자인도 문화이기 때문이죠. 오랜 역사 속에서 비슷한 서사의 소설이 계속 나오고 같은 장르의 노래가 계속 나오는 것처럼, 활자도 마찬가지예요. 가령 과거의 정서와 문화를 담은 옛 글자체가 있듯, 현재를 반영하는 새 글꼴도 필요한 거죠. 한글 디자인도 결국 창작인데, 문화의 관점으로 보지 않는다면 창작은 존재할 수 없어요.”
또 한 가지 사용자들이 살펴볼 부분은 ‘활자의 인상’이라 말했다. 즉 특정 글꼴을 썼을 때 나타나는 분위기나 느낌이다. 같은 글자라도 어떤 글꼴을 쓰느냐에 따라 장르와 메시지가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이다. 다시 창작자의 입장으로 돌아오면, 이러한 활자의 인상을 감안해 글꼴의 이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다. 때론 창작자의 생각과 의식이 간접적으로 담기기도 한다. 이 교수가 만든 ‘생명’체도 그중 하나다.
“창작자마다 다르긴 하지만, 저는 이름을 먼저 생각하고 글자를 그리는 편이에요. 그렇게 큰 틀과 방향을 마련해두고 인상을 신경 쓰며 작업합니다. ‘생명’ 같은 경우 사실 처음 떠올린 건 ‘맑은 물’이었어요. ‘그냥 계곡에서 흐르는 맑은 물 같은 글자체였으면 좋겠다. 물은 바닷물도 있고 강물도 있고 냇물도 있지만, 이건 계곡 상류에서 어떤 돌 위에 똑똑 떨어지는, 부드럽지만 단단한 느낌이면 좋겠다’는 상상을 하면서 만들었죠. 그러던 중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이후 ‘생명’이라 바꾸게 됐어요. 우리는 ‘생명’이라는 말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면서도 너무 쉽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죠.”
이용제를 한글 디자이너로 대중에 알린 건 ‘바람’체다. 가수 아이유의 ‘꽃갈피’ 앨범에 쓰이기도 했는데,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세로쓰기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세로쓰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는 주로 가로쓰기를 하고, 의뢰받는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의심이 들더군요. 가로쓰기에 좋은 서체가 세로쓰기에도 좋을까? 가로쓰기 글꼴의 장점과 특징이 세로쓰기에도 적용될까? 그렇다면 내가 지금까지 탐구하고 알게 된 것들을 통해 확인해보기로 한 거죠. 이후로는 모든 작업을 가로쓰기와 세로쓰기로 구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세분화에 세분화를 거쳐 진행했어요. 그러다 보니 공이 더 들 수밖에 없었죠. 누군가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더라고요. 그런데 제 눈에 달리 보이기 시작한 걸 외면하고 이전과 똑같이 작업할 순 없었어요. 창작자에게 그런 계기를 마련해준 ‘꽃길’체가 제 인생의 전환점과도 같습니다. 그게 세로쓰기 글꼴의 첫걸음이었으니까요.”
‘존재’의 탄생, 올해부터 다시 시작
‘꽃길’체는 그 이름처럼 이 교수의 삶에 새로운 꽃길을 내어준 듯 보였다. 이름 붙이는 걸 중요하게 여긴다는 그는 중년 이후 고민이나 깨달음 등을 글꼴명에 반영하게 됐단다. 그 시작은 ‘존재’였다.
“예전엔 정말 작업 벌레였어요. 하루는 아내가 ‘당신 머릿속에 가족은 있냐’고 하는데, 그 말이 되게 마음 아프더라고요. 당시 어머니께서도 건강이 좋지 않으실 때였거든요. 그동안 교육자로, 창작자로 이용제는 그럭저럭 열심히 살았는데, 한 가정의 자연인 이용제는 빵점이었던 거죠. 그렇게 나를 되돌아보고 고민하며 ‘존재’를 작업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50세가 되던 해에 ‘천명’을 그렸어요. 흔히 쉰을 지천명이라고 하는데, 거기서 착안한 것이죠. 그 뒤에는 ‘해’(楷)를 작업했는데, 모범이라는 뜻의 한자예요. 쭉 엮어보면 ‘내 존재의 이유는 모범이 되는 활자체를 제시하는 것, 그것이 나의 천명’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더군요. 한글 디자이너로서의 목표를 묻는다면 그것이라 할 수 있겠어요.”
앞으로의 여생도 창작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겠다는 이 교수다. 그는 특별히 올해를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아 ‘초(初)해’로 삼았다. 중년 이후 찾아온 고민들이 정리되고, 존재의 이유를 깨닫고 나니 뭔가 다시 출발점에 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지금껏 해온 활동을 60세 정도까지는 이어가려고 해요. 그 이후로는 직업인이나 사회인으로서의 이용제는 조금 내려놓을 생각입니다. 물론 작업인, 창작자로서의 이용제는 계속될 거예요. 그건 죽을 때까지 남을 제 모습이라고 봐야죠. 계속 활자를 작업해보니 삶과 비슷한 부분이 많더군요. 활자가 존재하는 이유, 내가 존재하는 이유, 맥이 닿은 부분도 있고요. 완성된 활자를 고쳐가며 더 완벽해지게끔 노력하고, 그 쓰임과 시대에 따라 새로운 버전을 만들어내듯 저 또한 그렇게 다듬어지고 변화해가며 성장하지 않을까 합니다.”
다가오는 한글날. 한글 디자이너에게 명절과도 같은 날일 테다. 이미 빼곡한 스케줄로 쉴 틈 없는 10월이 예약된 이 교수다. 그는 한글날을 맞아 한 가지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그동안 한글날을 대하는 대중의 시각을 보면, 한글을 한국어와 혼동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글을 문자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음성 언어를 표기하는 하나의 도구처럼 여기는 거죠. 한글 디자이너로서 그 부분이 참 아쉽습니다. 한글은 굉장히 뛰어난 창작의 결과인데, 애초에 창작자인 세종대왕이 누가 언제 어떻게 쓸 것이냐, 즉 쓰임을 염두에 뒀기에 가능했다고 보거든요. 저 또한 그런 세종대왕의 마음과 정신을 새기려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창작자만 재미있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은 의미가 없죠. 제가 만든 글꼴이 사용하는 사람, 우리 사회와 문화, 나아가 자연에도 도움이 됐으면 해요. 그게 바로 ‘좋은 글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니어 모델, 중년 전용 패션 플랫폼 등장. 중장년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아저씨, 아줌마 패션을 지양하고 젊은 감각을 추구한다. 그러나 아직 ‘옷 잘 입는 시니어’는 일부에 불과하다. 옷 잘 입는 시니어를 응원하며, F/W 패션 트렌드와 함께 스타일링 꿀팁을 알아봤다.
“MZ 패션, 비켜줄래?” 배우 김희선이 카리스마 넘치는 표정으로 묻는다. 4050 여성 패션 플랫폼 ‘퀸잇’의 광고 속 한 장면이다. 2020년 9월 출시된 퀸잇은 1300개 이상의 입점 브랜드를 확보했으며, 누적 다운로드 540만을 달성했다.
더불어 ‘지그재그’의 성공 이후 카카오스타일이 내놓은 ‘포스티’, ‘모라니크’, ‘푸미’ 등이 4050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션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년 남성 패션 플랫폼으로는 ‘애슬러’와 ‘댄블’이 있다.
2030세대, MZ세대의 대표 패션 플랫폼으로 통하는 ‘무신사’도 중년 패션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X세대(1965~1979년생)를 대상으로 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레이지 나잇’을 론칭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패션 업계에서 중장년층 소비자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백화점이나 아웃렛에 쇼핑 가기 어려워지자 중장년층도 온라인으로 옷을 구입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들은 온라인 시장의 ‘큰손’으로 등극했다. 이와 함께 드러난 사실은 패션에 대한 관심과 옷 잘 입고 싶다는 열의가 높다는 점이다. 시니어의 패션에 대해 임승희 인덕대학교 방송뷰티학과 교수(스타일 매니지먼트 서비스 라뽐므 대표), 조정윤 세종대학교 미래교육원 패션학 전공 교수, 이윤진 인하공업전문대학 패션디자인학과 교수와 자세히 얘기를 나눠봤다.
중장년 패션, 왜 젊어졌나?
중년기는 신체적·생리적·심리적 변화 등의 내적 환경과 가족·직업·사회생활 등의 외적 환경 등 다양한 변화를 경험하는 시기다. 특히 노화로 인해 체중이 늘거나 줄어드는 변화를 겪게 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단점을 보완하고자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손쉽게 접근가능하면서 큰 변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이 ‘패션 스타일링’이다. 중년층에 접어들면 패션에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승희 교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중년기의 ‘가꿈’은 더욱 중요해졌고, 시니어 패션의 변화를 불러왔다고 짚었다. “과거에는 노년층을 60대라고 생각했다. 100세 시대인 현재는 노년층을 70·80대로 본다. 현재의 50대는 나이 든 세대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안티에이징도 잘하고 자기 관리도 잘해서 젊은 시절의 몸매를 유지한다. 그러다 보니 일명 아줌마, 아저씨 패션이 안 어울리게 된 것이다. 오히려 자녀들 옷이 어울리게 되면서 부모와 자녀가 옷을 같이 입는 가정이 많아졌다.”
젊어진 시니어의 패션 경향은 ‘에이지리스’(Ageless)라고 할 수 있다. 에이지리스는 어떠한 선택에서 나이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패션에서 연령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것을 표현한다. 임 교수는 “많은 의류 브랜드가 타깃을 시니어층으로 높였다. 50·60대 시니어는 소재 중심의 퀄리티 좋고 가격대 높은 의상을 구입하고자 하기 때문에 브랜드에서 선호하는 소비자층이다”라면서 “보통 브랜드에서 40·50대를 타깃으로 한다고 해도 주 고객층은 50·60대다. MZ세대 의류 브랜드는 10·20대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에 오히려 30·40대 고객층이 패션 업계에서 소외되어 있다. 그러니까 현재의 50·60대는 과거의 30·40대 옷까지 입는다고 보면 된다. 당연히 패션이 젊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해외 브랜드 유입도 에이지리스 현상 확산에 기여했다고 본다. 그는 “외국 시니어들은 ‘나는 그동안 고생했기 때문에 앞으로는 누리면서 살겠다’면서 패션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해외 브랜드는 시니어가 선호하는 의상을 잘 안다. 그런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자, 국내의 중장년층은 많이 놀랐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던 컬러, 디자인이 가득한 것이다. 그러면서 중장년층의 지갑이 열렸고, 패션도 점점 세련되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시니어 모델의 등장 또한 중장년 패션을 짊어지게 했다. 시니어 모델은 말 그대로 모델 활동을 하는 시니어를 말한다. 은퇴 후 제2의 직업으로 60대에 시니어 모델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는 40대도 시니어 모델에 도전한다. SNS의 발달로 옷 잘 입는 시니어 모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전문적인 교육과 대회 등을 통해 시니어 모델이 많이 양성되는 추세다.
조정윤 교수는 “시니어 모델은 젊고 늘씬한 사람만 모델을 할 수 있다는 고전적인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중장년층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할 수 있고,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표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또 시니어 모델의 활동이 늘어나면서 대중에게 더욱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중장년층의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고 본다”고 짚었다.
올드머니 룩에 주목하라
임승희 교수와 조정윤 교수는 중장년이 주목해야 할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대해 ‘올드머니(Old Money) 룩’을 꼽았다. ‘금수저 룩’으로도 불린다. 미국·유럽 등 서구 상류층이 승마·요트 등을 즐길 때 입었던 클래식하고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지향한다. 명품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힌 디자인 대신 고급스러운 소재 의상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정윤 교수는 “시니어 패션이라고 하면 여성은 꽃무늬 패턴, 남성은 체크무늬 옷이나 등산복을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올드머니 룩은 색이 단조로운 것이 특징이다. 현재 패션 트렌드는 미니멀과 자연스러움 추구다. 컬러는 흰색과 검은색이 기본이고, 갈색, 회색 톤 의상도 많다. 또한 로고 플레이를 최소화하고, 좋은 소재와 짜임새로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명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옷 자체가 아닌 자신이 고급스러움을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올드머니 룩의 또 다른 특징은 ‘여유 있는 핏’이다. 일상에서도 활동하기 편한 패션이기 때문에 여유가 느껴지는 낙낙한 핏을 선호한다. 올봄까지만 해도 Y2K(2000년대) 패션의 유행으로 크롭트 기장의 타이트한 상의와 와이드 핏 바지가 유행이었다. 이제 상의는 여유 있고 하의는 타이트해졌다. 임승희 교수는 “일자바지가 유행인데 올드머니 룩을 표현하려면 여유 있는 핏이라는 포인트를 놓쳐서는 안 된다. 신발 또한 기존의 스니커즈가 아닌 굽 높은 뾰족구두를 신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배우 윤여정은 올드머니 룩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그가 2021년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을 당시 보여준 블랙 드레스 패션은 아직까지 회자된다. 임승희 교수는 “윤여정 선생님은 체구가 작다는 자신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모노톤의 미니멀 의상을 선호한다. 또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패션을 찾아본 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윤진 교수는 F/W 시즌 패션 트렌드에 대해 ‘지속 가능한 패션’을 꼽았다. 이 교수는 “‘시즌리스’(Seasonless)를 넘어 ‘타임리스’(Timeless)의 시대”라고 표현하며 “시즌리스는 계절 구분 없이 의복을 착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 개념이 확장되어 현재의 지속 가능한 패션까지 넓혀진 것이 타임리스라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유행과 관계없이 오래 착용할 수 있으면서도, 친환경 공정무역의 윤리를 담은 패션 제품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교수는 “타임리스 패션에는 조건이 있다. 니트, 티셔츠, 데님 등 기본 아이템들을 한 번 구매해서 다양한 용도로 오랫동안 활용하려면 디자인이나 디테일보다는 소재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타임리스 패션을 소화하면 환경도 살리고 스스로 의식 있는 소비를 한다는 자부심도 들 수 있다. 중장년층의 패션이 더욱 유연해지고 멋짐의 아우라가 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임승희 교수는 ‘옷 잘 입는 시니어’가 되기 위해선 ‘많이 보고, 많이 입어보라’고 조언했다. 20년 넘게 스타일리스트로 일하고 있는 임 교수가 실제로 느낀 옷 잘 입는 연예인들의 비결이다. “연예인이라고 처음부터 옷을 잘 입는 것은 아니다. 방송 활동을 하면서 옷을 많이 입어보고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는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스타일리시한 시니어가 되고 싶다면, 먼저 백화점을 방문해 각 브랜드의 마네킹이 입고 있는 옷을 주목해 보세요. 올해 그 브랜드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에 트렌드를 알 수 있어요. 눈으로 본 뒤에는 직접 입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명품관, 스파 브랜드 매장 등을 찾아서 옷을 피팅해보세요. 많이 입어봐야 옷의 차이를 알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패션의 세계를 많이 경험해보고 자신한테 맞는 스타일을 꼭 찾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고령인구는 계속해서 늘어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지속 감소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인구구조의 불균형은 노동 공급 감소, 취업자 고령화 등 국내 고용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 이니셔티브)는 인구구조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중 취업자 고령화 현상에 주목해 ‘부문별 취업자의 연령분포 및 고령화 현황과 시사점: 산업별·지역별 특징을 중심으로’를 발표했다.
50세 이상을 중심으로 살펴본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산업별로는 저위기술 산업에, 지역별로는 대전·세종을 제외한 비수도권에 고령 취업자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산업별 분석 자료에서 2022년 전체 취업자 중 50세 이상 비중은 고위기술 제조업의 경우 20.2%, 중위기술은 38.7%, 저위기술은 47.6%였다. 세부적으로는 제조업에 속한 산업 중 의류(59.8%), 가죽신발(59.6%), 목재(57.3%) 등의 저위기술 산업에서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50세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의약(15.7%), 전자·컴퓨터·통신기기(18.2%) 등 고위기술 제조업에서는 고령층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료를 집필한 김천구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향후 20~30대 인구가 급감하는 인력공급 환경에서 젊은 인력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고위기술 제조업에서 구인난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자료를 기준해 보더라도 우리나라 인구 중 20~30대 비중은 2022년 26.3%에서 2050년 15.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지역별 분포 자료에서 2022년 기준 취업자 중 50세 이상 비중이 50%를 넘어선 곳은 전남(58.7%), 강원(55.5%), 경북(55.2%), 전북(53.9%), 경남(51.7%) 등 모두 비수도권이었다. 이에 반해 서울(38.5%), 인천(42.6%), 경기(41.7%) 등 수도권과 대전(41.4%), 세종(34.5%) 지역은 50세 이상 취업자 비중이 낮게 나타났다. 고령화 진행 속도 면에서 살펴보면, 지역 중 취업자의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은 강원과 경남이었고, 서울의 경우 지난 10년간 6.8%p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며 타 지역 대비 취업자의 고령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이러한 자료 등을 토대로 2050년까지 취업자의 평균 연령 변화를 계산했다. 그 결과 2022년 우리나라 취업자 평균 연령은 약 46.8세이며, 고용률이 2022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향후 2050년 국내 취업자의 평균 연령은 53.7세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기별로는 2030년 49.0세, 2040년 51.3세 등으로 예측된다. 한편 한국과 OECD국의 인구구조 등을 토대로 비교·분석한 자료를 보면, 2022년 취업자 평균연령 차이는 2022년 4.2세에서 2050년 9.9세까지 벌어진다.
김천구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 취업자 평균연령은 2050년 53.7세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OECD국 평균인 43.8세보다 약 9.9세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의 취업자가 고령화된다는 것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공급하는 젊은 인력이 부족해지고, 기업들의 생산성이 저하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정책제언’을 통해 △저출산 대책 효율화 △고령층 생산성 유지 방안 마련 △임금체계 개편 △외국인 전문인력 유입 △지역 특화 미래전략산업 유치와 인력공급 패키지화 등을 제시하며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술변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대한상의 SGI 박양수 원장은 “국내 경제의 구조적 문제인 저출산·고령화, 주력산업 경쟁력 저하, 지역소멸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SGI는 출산율 제고방안, 지역 산업역동성 회복, 혁신인재 공급 관련 연구를 수행하며 국가발전을 위한 통합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