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방치된 치매머니를 관리하고자 신탁제도를 접목한 ‘치매안심재산관리서비스(이하 치매공공신탁)’ 시범 사업 시행에 나섰다. 신청자 목표치는 750명. 이후 2년간의 점검을 거쳐 2028년에 본사업을 도입할 계획이다. 제도의 내용은 간단하다. 국민연금공단에 재산을 맡기면 관리해준다는 것이다.
기초연금 수급권자 무료, 10억 원까지 맡길 수 있어
기초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어르신 가운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등으로 재산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향후 그런 상황을 우려한다면 이용료 없이 치매공공신탁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기초연금 수급권이 없다면 위탁 재산의 0.5%를 이용료로 부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위탁 재산이 1억 원이면 50만 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65세 미만도 신청할 수 있다. 조기 발병 치매 환자이면서 차상위계층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에 해당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국민연금에 맡길 수 있는 재산은 현금, 지명채권(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 등), 주택연금 등 현금성 자산이다. 위탁 재산 상한액은 10억 원이다. 운영 주체인 국민연금은 위탁 재산 상한액을 정하는 과정에서 민간 시장과의 균형도 함께 고려했다.

이용 방법은 국민연금공단, 치매안심센터 등에 치매공공신탁을 문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치매 환자 본인이나 가족이 상담받을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 서울북부, 서울남부, 경인, 대전세종, 광주, 대구, 부산 등 7개 지역본부에서 상담을 진행하는데, 신청자가 희망하는 장소를 방문해 상담한다. 대면 상담을 통해 의료 필요도뿐 아니라 재산 보유 정도도 파악한다.
국민연금 담당자는 상담 결과를 바탕으로 개인별 ‘재정 지원 계획’을 수립한다. 재정 지원 계획은 단어 그대로 신청자의 재산을 앞으로 어떻게 지출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계약에는 대상자 상태·상황, 선호도에 맞는 요양비·생활비·용돈 등 위탁 재산 월별 지출 계획을 반영한다.
이 과정에서 대상자는 지원인과 대리인을 지정한다. 지원인과 대리인은 동일 인물로 지정할 수 있다.
재정 지원 계획을 바탕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적합성 심의를 거쳐 승인을 내린다. 노노(老老) 가구인 경우 배우자를 연속 수익자로 지정할 수 있다. 대상자가 치매 환자로 확인되면 법적 분쟁을 막고자 신탁계약 대리권을 갖는 후견인을 선임해야 한다.
이후 재정 지원 계획을 바탕으로 공단이 생활비·요양비 등을 배분한다. 국민연금은 대상자의 월별 집행 내역을 주기적으로 감독하는 등 상시 모니터링을 한다. 이상 징후가 확인되면 불시 점검도 실시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와 국민연금은 재산 지출 내역을 좀 더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신탁 계좌와 연계된 체크카드 발급 방안도 추진한다.
특별지출, 계약 철회 등 주요 사항은 치매안심재산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재산의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한 장치다.
법 개정·조직 확대 차후 과제
치매공공신탁이 안착되기 위해서는 제도 정비와 조직 확대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국민연금·기초연금·각종 사회복지급여 등에 대한 청구권을 국민연금에 직접 신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도 논의 대상으로 거론된다.
세제 문제 역시 과제로 꼽힌다. 치매공공신탁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증여세나 상속세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일정 부분 세금 감면이나 면제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조직 확대 역시 숙제로 남아 있다. 현재 국민연금의 치매공공신탁 관련 인력은 본부와 시범 사업 7개 지역본부를 포함해 27명 수준이다. 고령 치매 인구가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 조직과 인력 확충에 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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