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과 돌봄 인력 부족이 현실화되면서 고령친화기술(에이지테크·AgeTech)이 연구 단계를 넘어 정책과 산업 생태계 구축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시니어의 소비 성향 변화와 디지털 역량 향상에 힘입어 시장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도 AI(인공지능) 기반 돌봄기술 지원과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29일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한국노년학회 전기학술대회’에서 경희대학교 BK21 AgeTech 교육연구단은 ‘AgeTech 최신동향 및 트렌드’ 세션을 열고 시니어 수요 변화와 정책 동향, 휴머노이드 로봇, 고령친화식품 서비스의 미래를 발표했다.

“시니어는 소비자” 에이지테크 시장 성장 기대
김영선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시니어를 더 이상 사회적 부담이 아닌 소비자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인실태조사 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과거에는 자녀에게 자산을 물려주겠다는 응답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을 위해 소비하겠다는 인식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액티브 시니어를 중심으로 소비 확대 의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시니어들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AI 리터러시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기술을 활용하려는 의지와 에이지테크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 수용성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기술 스트레스와 불안감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인들이 기술을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단순히 디지털 역량 부족으로만 설명할 수 없다”며 “기술에 대한 자신감과 심리적 불안을 함께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건강 상태와 노쇠 정도에 따라 기술 수용성이 달라지는 만큼 향후 에이지테크 서비스는 연령 중심이 아니라 이용자 특성에 기반을 둔 초개인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올해 가장 큰 변화로 정부의 AI 돌봄기술 지원 정책을 꼽으며 “지난 4월 과학기술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복지부와 과기부가 공동으로 AI 돌봄기술 전주기 지원 전략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개발부터 실증, 사업화, 제도 개선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는 이번 전략에 따라 2027~2029년에는 AI 기반 돌봄기술, 2028~2032년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피지컬 AI 기술 중심의 지원이 확대될 예정이며, 그동안 부족했던 제도와 수가 체계 정비, 거버넌스 구축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휴머노이드 돌봄 시대 올까

김상현 경희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에이지테크의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시했다.
그는 휴머노이드를 인간과 유사한 형태를 갖춘 로봇으로 정의하며 “인간이 생활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쉽고 사람과 유사한 형태를 보이고 있어 돌봄 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2020년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개발 계획을 공개한 이후 연구 중심이던 시장이 글로벌 기업 중심의 상용화 경쟁 단계로 전환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에는 강화학습과 모방학습, 대규모언어모델(LLM), 비전언어모델(VLM)이 결합된 ‘피지컬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휴머노이드 성능도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인간 돌봄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035년에는 휴머노이드가 돌봄 현장에 훨씬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간을 100% 대체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열려 있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식품도 에이지테크…고령친화 서비스로 진화

임희숙 경희대학교 동서의대학원 노인학과 교수는 고령친화식품 역시 에이지테크 생태계의 중요한 축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노인이든 아이든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라며 “식품은 단순히 먹는 문제를 넘어 영양, 건강관리, 헬스케어 서비스와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자용 식품 개발뿐 아니라 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 디지털 주문 환경, 영양 서비스까지 통합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헬스 기반의 에이지테크 접근이 고령자의 식품 소비 환경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고령친화식품 산업도 기술을 도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고령자의 소비 경험과 디지털 역량을 고려한 수요자 중심 서비스로 발전해야 한다”며 리빙랩 기반 실증과 민관 협력 확대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토론에서는 장민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이 고령층의 기술 수용성이 예상보다 높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에이지테크 확산을 위해서는 고령자의 음성과 행동 특성을 반영한 데이터 구축과 휴머노이드 로봇의 안전성 검증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희정 상명대학교 교수는 노쇠를 늦추고 건강한 노년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학적 접근이 에이지테크와 결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휴머노이드 기술의 발전 가능성은 높게 평가하면서도 실제 활용을 위해서는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용자의 심리적 수용성과 친화성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세션의 발표자들은 에이지테크가 더 이상 특정 기술이나 제품을 의미하는 개념이 아니라 돌봄, 건강관리, 생활지원, 식품, 로봇 산업을 아우르는 새로운 고령친화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에이지테크가 한국 사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