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
일정 6월 2일까지 장소 대구미술관
전시는 전 지구적으로 중요한 주제인 환경과 생태계 위기에 대해 살펴본다.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을 통해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구는 누구의 숲이며, 누구의 세계인지 질문한다. 첫 번째 섹션 ‘봄이 왔는데도 꽃이 피지 않고 새가 울지 않는…’에서는 미래 환경의 위험성을 이야기한다. 정주영 작가의 변화하는 기후·구름·우주, 김옥선 작가의 외래종 나무, 장한나 작가의 새로운 형태의 돌(New Rock 프로젝트) 작품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주제는 ‘잊혀진 얼굴, 봉합된 세계’로 문명의 발전 이면에 발생한 인간의 욕망과 자연에 관한 태도에 주목했다. 강홍구, 김유정, 백정기, 송상희, 이샛별, 이해민선의 작품이 소개된다. 마지막 섹션 ‘세계에 속해 있으며, 세계에 함께 존재하는’에서는 권혜원, 정혜정, 아니카 이,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통해 자연에 대한 예술가들의 상상력과 시선을 엿본다. 박보람 학예연구사는 “도시 문명, 환경, 생태계 문제에 대해 다채로운 관점을 담은 작품을 통해 인간의 반성적 감각을 회복하고 인류세 시대, 그 이후에 관한 공생, 생태적 감각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화첩으로 보는 나의 프로필
일정 5월 31일까지 장소 영인문학관
영인문학관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서화첩(글씨와 그림을 모아 만든 책)전이다. 문인, 화가, 서예가, 섬유예술가, 패션디자이너 등 60여 명의 정상급 예술가들이 서화첩 한 권에 프로필을 채웠다. 자화상, 좌우명, 애송시, 자전적 글 등 담긴 내용은 다양하다. 소설가 김채원은 언니 김지원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는 시기에 그린 우는 자화상을 서화첩에 넣었고, 부친을 여읜 서예가 김병기는 ‘아버지가 애송하던 한시를 통해 슬픔을 달랜다’는 발문과 함께 58쪽의 글을 썼다. 한편 작가의 방은 소설가 김동리와 시인 김상옥의 방을 재현했다. 특별 전시로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의 서재를 재공개한다. 예약을 통해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에 관람 가능하다.
●Book
◇느리게 나이 드는 기억력의 비밀(김희진·앵글북스)
동년배보다 보통 20~30년 젊은 뇌를 가진 사람을 슈퍼에이저(Super-ager)라고 부른다. 그들은 젊은 사람만큼 뛰어난 기억력과 인지 능력을 가졌다. 저명한 치매 전문의 김희진 한양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인간의 노화란 예정된 것이 아니라 소모에 의해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신체를 어떻게, 얼마나 잘 관리하면서 사용하느냐에 따라 뇌가 나이 드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습관이 기억력과 뇌 건강을 좌우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1부는 ‘이해하기’ 파트로 뇌의 구성과 각 부분의 기능을 설명한다.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따라 하기’ 파트인 2부에서는 일상 점검을 비롯해 식단과 운동, 감정과 스트레스 관리, 수면과 약 복용법 등 올바른 생활 습관을 총 7가지로 나누어 소개한다. 부록에는 많은 이들이 실제로 효과를 본 다양한 방법과 저자도 실천하고 있는 작은 습관들을 상세히 담았다.
그러나 슈퍼에이저의 습관을 무작정 따라 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뇌에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고, 모든 사람이 동일한 조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희진 교수는 “실제로 자신에게 맞고 큰 효과를 가져오는 행동 지침들을 선별해 30일 두뇌 관리 루틴을 세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문재인의 독서노트(문재인·평산책방)
문재인 전 대통령이 쓴 102권의 독후감을 ‘취임 이전’, ‘재임 시기’, ‘퇴임 이후’로 나누어 담았다. 일상을 포착한 40여 장의 사진도 함께 수록됐다.
◇밥묵자(꼰대희·21세기북스)
개그맨 김대희의 부캐인 ‘꼰대희’는 50대 후반 꼰대 아저씨를 콘셉트로 한다. 책은 인·의·예·지 네 파트로 나뉘어 있고, 세대 간 화합을 이끈다.
◇하이 애나, 나는 한국 할머니란다!(류관순·미다스북스)
워킹맘으로 살던 저자는 외동딸과 미국인 사위 사이에서 태어난 손녀 덕분에 초보 할머니가 됐다. 손녀와 함께 성장하며 진정한 행복을 찾았다.
●Stage
◇영웅
일정 5월 29일 ~ 8월 11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연출 김민영
출연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김도형, 서영주, 최민철 등
‘영웅’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뮤지컬이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1년을 재현하며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다룬 극은 애국심과 감동을 자아낸다. 2009년 초연 이래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하며, 국내 창작 뮤지컬 중 두 번째로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은 15주년 기념 공연으로 안중근 역에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이 캐스팅됐다. 특히 정성화는 초연부터 이번 시즌까지 출연하며 ‘영웅’과 역사를 함께 써 내려간다. 제작사 에이콤의 윤홍선 대표는 “관객 여러분 덕분에 어느덧 15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시즌을 맞이할 수 있었다”라며 “한층 더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봄
일정 5월 8일 ~ 6월 7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
연출 이기쁨
출연 왕은숙, 문희경, 오성림, 예지원, 황석정, 유보영 등
중년 여성들의 인생 2막을 그린 뮤지컬 ‘다시, 봄’이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다. 꿈, 갱년기, 폐경, 은퇴 등에 대해 왁자지껄한 수다를 펼친다. 31회 공연이 더블 캐스트로 운영된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들이 주축인 ‘다시 팀’과 내로라하는 여배우들로 구성된 ‘봄 팀’이다. 황석정은 ‘다시 팀’에, 뮤지컬에 첫 도전한 예지원은 ‘봄 팀’에 각각 합류했다. 김덕희 서울시뮤지컬단장은 “‘다시, 봄’을 통해 무대 위 스포트라이트가 50대 여배우들을 비추고, 객석은 중장년층 관객들이 차지했다. 뮤지컬 관객 저변이 더욱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벤자민 버튼
일정 5월 11일 ~ 6월 30일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연출 조광화
출연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 김소향, 박은미, 이아름솔 등
뮤지컬 제작사 EMK가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뮤지컬 ‘벤자민 버튼’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단편 소설을 원안으로 한다. 극 중 타이틀 롤인 벤자민 버튼은 김재범, 심창민, 김성식이 연기한다.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점점 젊어지는 인물로 재즈 가수 블루와의 사랑을 쫓는다. 특히 2003년 그룹 동방신기로 데뷔한 심창민은 21년 만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다. 그는 “뮤지컬을 연습하며 가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옷장 깊숙한 곳에 있는 셔츠, 철 지난 바지도 얼마든지 멋지게 입을 수 있다. 10년, 20년 뒤를 꿈꾸게 하는 ‘취향 저격’ 멋쟁이를 발견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좋다. 취향 앞에 솔직하고 당당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면, 노인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김동현 사진작가의 사진과 감상 일부를 옮겨 싣는다. 열두 번째 주제는 ‘니트’다.
1 ‘김우일 작가님’. 어느 날 길을 걷다 꽃 모양 자수가 인상적인 재킷을 입은 분이 눈이 띄었다. 사진 요청에 그분은 “너 진짜 운이 좋아. 나도 사진 찍는 사람이야”라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알고 보니 1세대 광고사진 작가인 김우일 작가님이었다. 여전히 노출과 핀에 대해 고찰한다는 작가님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1시간의 대화는 선물 같은 기억으로 남았다.
2 ‘스트라이프 아버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디테일이 살아 있는 스타일링이다. 무엇보다 스트라이프 니트와 양말 색깔을 맞추셨는데, 패션 센스가 엿보인다.
3 ‘주황 카디건 어머님’. 노란색, 주황색, 빨간색. 원색으로 멋을 낸 어머님의 패션은 봄나들이 갈 때 안성맞춤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동묘 칼라 카디건 아버님’. 카디건을 재킷처럼 매치해 전체적으로 댄디한 스타일을 연출했다.
5 ‘다홍색 조끼 아버님’. 가까이서 보니 조끼 안의 니트에는 영국의 빅벤 시계탑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일까, 왠지 영국 감성의 패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6 ‘맨투맨 아버님’. 한눈에 봐도 이 구역의 패셔니스타.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맨투맨 니트와 함께 레드로 포인트를 준 패션이 멋스럽다.
7 ‘동묘 흰색 카디건 아버님’. 패션 트렌드인 올 화이트(All-White) 룩을 소화하셨다. 카디건 문양이 심심할 수 있는 패션에 포인트가 됐다.
‘녹기 전에’는 아이스크림에 시간의 철학을 접목해 세계관을 확장하는 디저트 가게다. 녹싸(녹기 전에 사장)는 녹기 전에, 늦기 전에 만든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매개로 연결된 사람들이 시간을 음미하길 바란다. 신간 ‘좋은 기분’에는 흐르는 순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일과 삶의 태도를 단단히 한 그 만의 경험을 스쿱 가득 담았다.
외관부터 요상하고 의미심장하다. 간판 대신 멈추지 않는 시계와 하루하루 넘기는 형태의 달력이 걸려 있다. 재고 관리가 자신 없어 매일 다른 아이스크림으로 진열장을 채우고(그렇게 탄생한 메뉴만 350가지 이상이다), 디자인에 서툴러 로고조차 새기지 않은 컵과 포장 용기는 오히려 상징이 됐다. 내부 곳곳엔 시간을 주제로 한 책들과 흘러넘치는 아이스크림 모형이 비치돼 있다. 메뉴 순위가 궁금할 이들을 위해 “10.아이스크림의 9.맛 선호도는 8.인기의 7.문제가 6.아니라 5.각자가 가진 4.취향의 3.문제 2.입니다 1.쌀”이라는 재미난 설명도 붙어 있다. 남다른 분위기의 아이스크림 가게, ‘녹기 전에’다.
이곳의 주인 녹싸는 팀원들과 아이스크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일을 도모한다. 공식 SNS 계정에 손님들이 남기고 간 사연이나 방명록을 라이브 방송으로 소개하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으로 ‘녹기 전에 주주총회’를 연다. 물론 이외에도 악필대회, 사생대회를 열거나, 숲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한 달에 한 번씩 함께할 누군가를 모집해 나무를 심으러 가기도 한다. 정체성을 물으니 “여기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흐물흐물한 곳이에요. 아이스크림은 핑계죠”라 대답한 이유가 있었다.
흐르는 시간과 아이스크림
‘녹기 전에’가 탄생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어릴 적부터 줄곧 시간에 대한 화두를 껴안고 살았다. 머리를 맞대고 듣는 벽시계 초침 소리가 좋았고, 짧은 시간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긴 시간은 단순히 재단하기 힘든 감동이 된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공상은 ‘죽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워야 하는가’라는 고민으로 끝났다. 살면서 의존할 만한 안식처는 즐거운 기억뿐이라는 확신에, 한평생 질린 적 없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하고 많은 디저트 중 ‘흘러서’ 시간을 알려주는 아이스크림은 삶과 미래, 죽음에 대해 넌지시 교훈을 준다고, 세상에 기여할 일이 지금보다 훨씬 많을 거라 생각했다.
“2017년 종로구 익선동에서 호기롭게 장사를 시작했지만 빠른 상권 변화에 부침을 겪었습니다. 옆에 크레페·호떡 등 다른 디저트 가게가 생길 때마다 크게 영향을 받았고, ‘핫플레이스’ 특성상 일회성 방문이 대부분이라 어제와 오늘의 차이를 느껴줄 단골손님이 없었어요. 매출이 떨어지니 자신감이 바닥나 한동안 가게 안쪽에 숨어 있었죠. 새벽 4시까지 닥치는 대로 콘텐츠 기획, 마케팅, 브랜딩, 디자인 분야의 책을 읽었어요. 각자의 위치에서 활약하는 멋진 사람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독서 생활의 말미에는 ‘아, 결국 동력을 얻으려면 책이 아니라 내가 어떤 인간인지 먼저 들여다보고, 현장 경험으로 체득해야 하는구나!’ 깨달았어요. 그러던 중 2022년 마포구 염리동이라는 동네로 이사했고, 접객의 의미에 더욱 집중하게 됐습니다.”
마음의 주파수를 맞추는 일
많은 점주가 접객 업무를 단순노동으로 여긴다. 점원도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때우거나, 경력 쌓기와는 무관한 스쳐가는 일쯤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자기 시간의 일부를 할애하는데도 소모적이라고만 여기며 하루를 보내기 십상이다. 그러나 녹싸는 접객이 제조자의 세계와 손님의 세계를 매끄럽게 이어주고, 주파수를 맞추는 섬세한 작업이라 말한다. 신간 ‘좋은 기분’은 원래 가게의 또 다른 얼굴이 되어줄 동료를 구하며 해주고 싶은 말을 모아 쓴 글이다. 100쪽이 넘는 별난 채용공고는 입소문을 타면서 책으로 출간됐다.
“과거에는 오히려 제품을 전달하는 사람의 역할이 더 컸어요. 이 제품으로 당신의 삶이 얼마나 윤택해질지 납득시키려면 누군가 친절히 설명해줘야 했죠. 점점 개인의 기분과 역할은 도외시되고 흘러넘치는 물건 자체에만 집중하는 현상이 아쉽게 느껴집니다. 키오스크나 로봇으로 대신하는 풍경도 꽤 익숙해졌어요. 하지만 저는 오래 지속됐던 것들의 힘을 믿습니다. 직접 인사를 건네고, 상대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접객 일도 마찬가지에요. 다만 나를 갉아먹는 상태에서 서비스하지 않으려면 걷고, 목욕하고, 책을 읽고, 불멍을 하는 등 일과 삶의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 번잡함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일의 목적과 가치를 분명히 하고 내면의 근육까지 단단하게 만들 수 있어요.”
덕분에 ‘녹기 전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편히 찾는 일상의 거처가 됐다. 어떤 기준으로 아이디어를 좁히거나, 뾰족한 마케팅으로 일부를 소외시키지 않는다. 특정 연령만을 대변하기에는 아이스크림이 모든 세대가 전 생애에 걸쳐 즐기는 디저트라서다. 오늘도 그는 6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조금 퉁명스러운 단골손님이 오면 ‘스푼은 2개, 집에 가는 길은 30분 정도 소요된다’는 사실을 바로 떠올린다.
“아이스크림 매장 접객은 찾아온 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바라보고 유지해주는 일입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항상 눈에 생기를 띠는데, 그 흐름을 해쳐선 안 돼요. 가게 주인과 직원이 올바른 가치관과 의식을 부지런히 공유해 값진 매장 경험을 겪도록 힘써야 하죠. 그러다 보면 누군가 ‘진정성’의 유무를 판단하지 않을까요. 그저 소박하게 자리한 가게 정도로 생각해줬으면 합니다. 간판 대신 걸린 시계를 보며 동네 주민들이 시간을 확인하고, 오가며 마음 나눌 편한 공간이 됐으면 해요.”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노화도 그럴까. 때마침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를 집필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물었다. 결과는 놀랍다. 그들은 10년 이상, 심지어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노화시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노화의 개인차가 점차 커져갈 현대사회, 전문가들이 전하는 감속 노화 방법을 알고 나면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노화는 갑자기 찾아와 놀라게 하는 불청객처럼 여겨지곤 했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 어느새 생긴 주름만큼 잃어버린 탄력… 모든 것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누구나 나이에 따라 신체 능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노화 연구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시간 외 다른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도 ‘슬로 에이징’이 가능하다고 외친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모두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고 답했다. 그중 40%는 현대 의학을 통해 노화를 거스르는 ‘리버스 에이징’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화시계를 1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답변은 80%에 달했다. 20년 이상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은 그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 몸이 어떻게 늙어가는지 내다보고 대비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의견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STEP 1 노화 이해하기
노화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에서 박성욱 아산의료원 의료원장은 “늙어가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역시 “노화에 따른 증상을 이해하고 수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노화 증상을 들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 호흡기내과 나이 들며 세포가 노화되면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 현대인, 특히 도시 거주자는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폐 손상이 되고, 반복적으로 섬유화 및 염증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이 생긴다. 폐암이나 간질성 폐 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 소화기내과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더디게 내려가거나 내려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연하곤란이라고 한다. 고령에서 잘 나타나며, 이때 쓰라리거나 뻐근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역류성 식도염도 잘 발생한다.
▶ 이비인후과 고음역의 청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노화성 난청이 생긴다. 먼 곳에 앉아 있는 사람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또한 근골격계 약화와 더불어 양쪽 귀의 전정기관이 담당하는 균형감각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스포츠를 즐기기 힘들어진다.
▶ 안과 노안 증상은 대개 40대 중반부터 발생한다. 이때 흔히 느끼는 증상은 책이나 신문을 볼 때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책을 보더라도 눈과 책의 거리가 점차 멀어진다. 또한 근거리 작업 때 눈이 쉽게 피곤해지며, 심지어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 치과 치아 뿌리 주변 충치 발생 등 구강 건조로 인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연하장애(삼킴장애)로 사레에 잘 걸리기도 한다. 음식물을 씹을 때 뺨이나 입술을 자주 깨물게 되며, 상처가 잘 생긴다. 칫솔질할 때 잇몸이 아플 수 있다.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기도 한다.
▶ 산부인과 폐경 초기 증상은 홍조, 열감, 땀이다. 많게는 폐경 여성의 약 80%가 경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중기 증상으로 질 건조와 잦은 질염이 있다. 만성이 되면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STEP 2 가속 노화 피하기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다섯 명 중 네 명이 ‘100세 이상’에 표를 던졌다. 단, 늙어가는 속도는 개인차가 크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신기술이나 특효약이 아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는 “노화를 예방하는 마법 탄환 같은 약물은 없다”고 단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의 건강관리를 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속 노화의 주범으로는 과식, 흡연, 나쁜 생활 습관이 주로 꼽힌다.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는 “신체 활동량 감소와 그에 따른 체중 증가”를 가속 노화 요인으로 들며 “신체 활동 감소는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체지방을 축적해 고혈당과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흡연 역시 여러 진료과에서 지적했다.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뿐만 아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까지 비위생적인 구강 관리와 더불어 흡연을 가속 노화 원인으로 꼽았다.
STEP 3 감속 노화 가까이하기
천천히 나이 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일 먹는 밥, 즐기는 기호식품, 듣는 음악의 볼륨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보이지 않지만 그 차이가 훗날 분명 나타난다고 말한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의 대표 저자인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주기적인 몸 상태 체크로 노화를 미리 예방하고 치료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처음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감속 노화 방법을 들었다.
▶ 호흡기내과 대기오염이 심한 날을 피해 빨리 걷기나 등산 등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 소화기내과 소식하면 좋다. 소식이 노화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최근 미국 연구에서 나왔다. 식사 시 칼로리를 제한하면 다양한 대사·면역반응을 일으켜 수명을 늘린다. 본인에게 적절한 식사량을 찾고, 먹으면 불편한 음식을 조절해 먹는 것이 좋다.
▶ 이비인후과 불필요한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불필요한 큰 소음이란 헤어드라이어 정도 되는 소리를 매일 3~4시간 이상 듣는 경우를 의미한다. 소음 크기가 이보다 커지면 난청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어지럼증 없는 삶을 위해서는 하체 근력, 특히 뼈 건강이 중요하다.
▶ 안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 노안 증상을 더 어린 나이에 심하게 겪는다. 노안이 오면 당황하지 말고 안과 전문의에게 눈 상태를 정확하게 검사받은 뒤 비수술적 또는 수술적 치료법 중 선택해서 치료받아야 한다.
▶ 치과 올바른 구강 위생 관리와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실, 치간칫솔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도 필요하다. 초기 치과 치료도 중요하다. 아플 때 치과에 가면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서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 산부인과 나쁜 생활 습관 교정, 운동, 스트레스 줄이기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인 의사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추천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노화가 딱 그렇다. 최창민 교수의 당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화나 질병의 선을 넘어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채희동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
취재협조 서울아산병원
참고도서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안중호 외 16인·클라우드나인)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 안중호 외·클라우드나인
나이가 드는 것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노화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을 중심으로 17명의 전문가가 노화 지식과 관리법을 담은 책을 펴냈다.
시니어 트렌드 2024 최학희·시대인
37명의 전문가가 은퇴 후 삶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돈, 건강, 시간’을 중점으로 시니어의 삶을 조망하며, 전 세계적인 동향을 알아본다.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한스 할터․포레스트북스
쇼펜하우어, 오스카 와일드, 반 고흐 등 세계적 현자들이 남긴 삶의 마지막 문장인 유언을 엮었다. 책을 통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나를 돌보는 묵상독서 임성미·북하우스
30년 경력의 독서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인생 후반기에 도움을 주는 70여 권의 책을 소개한다. 인문학,․철학부터 소설과 동화까지, 전 분야를 망라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화를 늦추는, 슬로우 에이징(Slow Aging)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책을 펴냈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안중호 교수를 비롯한 17명의 전문가들은 노화와 슬로우 에이징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올바른 관리법을 전달하기 위해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를 최근 출간했다. 책은 총 2부로 나뉘어 있으며, 신체 부위별 키워드를 중심으로 15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노화 역설계: 노화 과정을 탐구하고 지연한다’에서는 암, 뇌, 정신, 운동, 입 안, 소화 기관, 식단, 변비라는 키워드를 통해 노화의 여러 증상과 예방법을 소개한다. 2부 ‘노화 재설계: 노화 과정을 측정하고 재설계한다’에서는 얼굴, 피부관리, 눈, 귀, 무릎, 갱년기, 전립선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나이 듦에 따른 심신의 변화와 젊게 사는 방법을 말한다. 부록에는 여러가지 슬로우 에이징 의료서비스에 대한 윤리적 평가에 관한 내용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저자로 참여한 소화기내과, 신경과, 종양내과, 정신건강의학과, 안과, 치과 등 분야별 전문의들은 임상현장에서 환자들을 만나며 쌓아온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 최신 의학지식을 바탕으로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위한 지침을 책에 담았다.
특히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뇌와 소화기관, 관절 등의 노화를 지연시키는 방법을 제시하며, 수면 장애 등 정신 건강과 갱년기, 전립선 관련 질환으로 유발되는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또한 책에서는 이상 기능과 질환들을 예방하기 위한 영양관리, 피부관리, 운동방법 등 꾸준한 건강관리 습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일상생활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사진 및 이미지도 함께 구성되어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표 저자인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기대 수명이 늘고 고령화 되어가는 사회를 보면서 단순히 오래 산다는 것을 넘어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서 “노화의 진행 속도를 조절하고 늦추는 데서 만족하지 않고, 오늘보다 더 건강하고 활기찬 내일을 살기 위해 우리의 일상생활을 어떻게 변화시켜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첫 등굣길, 가방끈을 꼭 움켜쥔 작은 뒷모습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가볍지 않다. 최순나 교사는 그런 부모의 걱정을 기대로, 아이의 설렘은 계기로 바꾼다. 어른들이 만든 딱딱한 교육의 틀은 잠시 접어둔 채 맨발로 땅을 딛거나 풀을 만지며 계절을 사색하게 하고, 글로 풀어내게 돕는다. 그 덕분인지 2학년이 되면서 1학년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글을 담은 ‘1학년이 쓴 1학년 가이드북’ 속 제자들은 말한다. “후배들아, 학교는 재미있어!”
“수업 중에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지? 시계를 볼 줄 모르는데, 쉬는 시간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먹기 싫은 반찬이 급식으로 나온다면?”
초등학교 생활을 앞둔 일곱 살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법한 고민이다. ‘1학년이 쓴 1학년 가이드북’은 먼저 학교를 겪어본 대구 대봉초등학교 2학년과 최 교사가 모든 것이 낯선 예비 1학년을 위해 만든 책이다. 아이들의 천진난만하지만 속 깊은 조언과 응원이 담겼다. 부모들을 위해서는 자립심이 부족한 아이를 학교에 잘 보내는 방법, 담임선생님과 원활히 소통하는 법, 자녀의 친구 관계에 대처하는 법 등 다양한 지침도 적었다.
‘1학년’을 위한 선생님
최 교사는 1988년 초등학교에 부임해 지금까지 열세 번을 1학년과 보냈다. 올해는 1학년 7반 담임을 맡았다. “초등학교 입학으로 아이는 자신의 삶을 근사하게 살아내기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되죠. 여덟 살 인생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는 첫 선생님이 되고자 해요.”
그는 주로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향을 물씬 느낄 수 있다. 강아지풀로 손을 간질이거나, 여름비를 가만히 손으로 받아보고 어떤 기분이었는지 글로 쓰게 한다. 자연과 교감하며 관찰력과 감각을 발달시키고, 경험을 글로 쓰며 어휘력이 발달하도록 돕는다. 고사리손으로 눌러쓴 시와 이야기들이 모이면 최 교사는 책으로 엮어내고, 다시 선물한다. ‘어린이 저자’들의 탄생이다.
“신규 교사 시절부터 아이들에게 매일 글쓰기를 권했어요. 바빠서 못 쓰는 날은 나름의 이유와 함께 바빴다고 한 줄이라도 쓰게 했죠. ‘글’이라는 표현 수단으로 저도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기록하며 스스로 한 다짐과 후회는 다음 날 아침, 조금은 괜찮은 선생으로 살아낼 힘이 됐어요. 아이들도 그 기분을 느꼈으면 해요. ‘일기’라는 이름보다 ‘하루 담기’, ‘삶이 있는 글쓰기’라는 다소 낯선 이름을 붙여 압박감을 줄여주고 재밌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했습니다. 아이들의 글을 읽어보면 어쩜 이렇게 정성껏, 따뜻한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놀랄 때가 많아요.”
우리는 맨발 교실의 주인공
탁 트인 운동장에서 매일 아침 최 교사와 아이들은 신발을 벗고 운동장을 빙빙 돈다. 해가 쨍쨍한 날은 발바닥을 뜨끈히 덥히고, 비 온 다음 날은 촉촉하고 되직한 흙을 느끼며 대화를 나눈다. 특히 줄넘기, 오래달리기 등을 통해 온몸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한다. 우선 억지로 시키기보다 얼마나 뛸 건지 먼저 묻는다. 스스로 목표를 선택하고, 그걸 이뤄냈을 때 성취감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다.
어떤 아이는 다섯 바퀴를 뛰고도 거뜬하지만, 또 다른 아이는 한 바퀴도 힘들어한다. 많이 달리지는 못하지만 ‘나는 행복하다’며 그대로를 즐기는 아이가 있고, 매일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점차 나아지는 아이가 있다. 어떤 경험이든 다 배움이 된다. 그 상황을 온전히 겪어내면서 자신만의 대응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무엇이든 아이들에게 선택과 결정을 하도록 기회를 줘요. 어른이 되기 전,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자주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기반을 닦아주는 거죠. 얼마 전 ‘교실의 주인은 당연히 선생님일 거라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교실의 주인은 우리였네요!’라는 한 아이의 말이 스미더라고요.”
엄마 아빠, 걱정 마세요!
최근 과도한 사교육, 끝없는 비교,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뒤섞여 학부모들의 염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최 교사는 그럴수록 자녀를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의젓하고 성숙하게 세상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한 달 동안 삑삑 소리만 나던 리코더에서 어느 날 맑은 음이 날 때, ‘나, 이것도 해냈으니까 다른 일도 곧 잘하게 될 거야!’라고 생각한다. 어른은 그저 지켜봐 주고, 응원하면 된다.
“공동체 사회에서 약간의 잡음을 견딜 줄 알아야 멋진 어른으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교육의 위기 속에서도 학교는 여전히 의미 있는 곳이죠. 아이의 성취에 부모만큼 기뻐할 교사, 마음을 나누고 함께 자랄 친구들이 있어요.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성장하죠. 학생을 존중하고 자존감을 키워주려 노력하는 선생님을 믿고 맡겨주세요. 경쟁과 결과 중심이 아닌, 본질을 깨닫는 교육을 위해 힘쓸 테니까요.”
일상에서 우리가 얼마나 늙어가고 있는지 측정하고 평가할 수는 없을까? 노화를 최대한 천천히 진행되도록 하거나, 예방하거나, 가능하다면 역으로 되돌릴 수 있지 않을까? 노화 데이터를 수집해 신체 나이와 노쇠 정도를 측정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디파이’는 이 고민에서 출발했다.
디파이(DeFi)라고 하면 블록체인에서 언급되는 탈중앙화 금융이 떠오를 수 있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디파이(DYPHI)는 건강한 노화를 돕는 디지털 솔루션 스타트업이다. 노인의학 연구에 기반해 우리 신체가 얼마나 노화했는지, 노쇠 정도에 맞춘 운동과 영양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예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만들어간다.
신체 나이 알려주는 ‘안단테핏’
디파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안단테핏’(AndanteFit)은 임상 검증된 자동 신체기능평가 솔루션이다. 노인 신체기능검사(SPPB)를 수행하고 연구를 기반으로 도출해낸 노쇠 지수(신체 나이)를 보여준다. SPPB 검사는 보행 속도, 특정 자세를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앉았다 일어서기를 얼마나 빨리 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해 점수화하는 검사다. 1980년대 후반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처음 만들어 전 세계로 보급됐다. 그동안 SPPB 검사는 사람이 눈으로 보고 초시계로 측정하는 방식이었다. 안단테핏은 기계가 자동으로 측정해주며, 검사 시간은 3분으로 줄였다.
윤성준 디파이 대표는 “신체 기능이 떨어져 움직이지 못하면 근육이 빠지면서 근감소증이 생기고, 침대에 누워만 있다 보면 사회적 교류도 끊어진다. 잘 먹지 못하니 영양 상태도 나빠진다. 이 모든 기능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중에서도 신체 기능은 굉장히 중요한 포지션이다”라고 설명했다. 신체 기능이 곧 노쇠의 정도를 알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셈이다.
디파이는 안단테핏으로 진행한 신체 기능과 노쇠 지수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신체 나이도 제공한다. 신체 나이는 복지관, 치매안심센터, 요양 시설, 데이케어센터(주야간 보호센터) 등에서 활용도가 높다. 이 개념을 도입하니 검사 결과를 설명하는 시설 담당자도, 설명을 듣는 노인도 이해가 쉬워졌다. 노화 정도가 좋아진다는 것이 직관적으로 보여 돌봄을 받는 고령자의 효능감도 높아진다. 안단테핏을 이용한 노쇠 평가는 서울 강서구 치매안심센터 등 서울 권역 치매안심센터, 인천광역치매센터 등 인천 권역 치매안심센터와 서울·인천 복지관 등에서 시행 중이다.
근감소증 디지털 치료기기 ‘싸코핏’
2021년 근감소증이 국내에서 질병으로 분류되고, 예방적 통합돌봄 서비스에 노쇠 평가가 핵심으로 도입되면서 신체기능평가 수요가 늘어났다. 안단테핏으로 누구나 신체 기능을 측정할 수 있도록 했다면, 현재는 근감소증 진단 후 처방되는 디지털 치료기기를 만들고 있다. 팔십 평생 운동을 안 했던 노인을 운동하도록 유도하는 건 쉽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같은 나이여도 신체 기능 상태가 천차만별이다. 개인 상태에 맞춘 운동 설계와 유도가 중요한 이유다.
디파이는 근감소증 디지털 치료기기 ‘싸코핏’(SarcoFit)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근감소증 약물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운동 및 영양 중재(처치)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싸코핏은 △신체 기능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운동 중재와 △순응도를 높이는 디지털 인지행동 치료로 구성된다. 싸코핏이 디지털 치료기기 품목 허가를 마치면, 운동·영양·인지·사회적 교류의 다면적 중재에 기반해 지역사회에 노쇠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 ‘마이 비바체’를 선보일 계획이다.
윤성준 대표는 “노년기에 병원에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나의 생활권인 지역사회에서 노쇠 관리 평가는 더욱 중요하다. 집에 살면서도 나의 신체 기능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고, 떨어질 것 같다면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체 기능이 떨어지고 시간이 많이 흐르면 회복하기 어렵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회복을 넘어 오히려 더 건강해지는, 이른바 역노화도 가능하다. ‘노쇠를 관리한다’는 개념을 만들어가는 디파이는 지역 곳곳에서 그런 역할을 하고자 한다.
최근에는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반면 개호보험 인정자 비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일본 후쿠이현(福井)과 일본의 요양·재활·방문 돌봄 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는 홋도리하비리시스템즈(ほっとリハビリシステムズ)의 초청을 받았다. 일찍이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있는 일본에서도 노쇠 예방을 위해 안단테핏에 관심을 보인 것.
윤 대표는 “단순히 만성질환 수가 적으니까 건강하다는 개념보다, 질환이 있더라도 얼마나 나의 신체 기능, 영양, 사회관계를 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특히 고령자는 노후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에서의 노쇠 관리가 정말 중요하다. 50대 얼리 시니어 단계부터 디파이가 만들어놓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건강하게 잘 늙어갈 수 있다는 답을 주고 싶다”며 디파이의 비전을 제시했다.
●Exhibition
◇WATSON, THE MAESTRO
일정 3월 30일까지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알버트 왓슨은 패션 포트레이트 사진계의 거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20인의 사진작가’에 선정됐다. 왓슨은 스티브 잡스, 알프레드 히치콕, 데이비드 보위 등 동시대 아이콘과 작업했다. 1977년부터 2019년까지 100회 이상 패션잡지 ‘보그’ 표지 촬영을 담당했다. ‘킬 빌’, ‘게이샤의 추억’ 등 영화 포스터도 촬영했다. 이번 전시는 왓슨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외부에 최초로 공개하는 2022년 최신작까지 아우른다. 유명 인사의 인물 사진, 풍경과 정물이 있는 개인 작업, 실험적인 사진까지 주요 작품 125점을 만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왓슨이 촬영한 다양한 매거진의 전설적인 커버 이미지와 테스트 샷으로 촬영한 폴라로이드 사진, 밀착 인화지 작업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사진과 영상까지 함께 전시된다. 왓슨은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장애가 있었지만 카메라의 눈을 빌려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낸다. 현재도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사진을 접한 지 60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 사진에 열정을 품고 있다”면서 “팔십을 넘어선 지금도 나는 카메라 중독자다”라고 말했다.
◇박기웅 : 48 VILLAINS
일정 4월 11일까지 장소 서울스카이
‘빌런’(Villain)은 ‘악당’을 뜻한다. ‘48 VILLAINS’는 ‘악역 전문배우’로 이름을 알린 박기웅의 작품 세계 전반을 조명한 전시다. 박기웅은 연기자의 삶을 통해 얻은 감정선을 바탕으로 할리우드 영화 속 빌런 48인을 그렸다. 화려한 색감은 배제하고 흑백 모노톤으로만 집약한 페인팅 작업이 독특하다.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드러내며, 관람객이 작품에 투영된 감정선에 더 깊이 따라갈 수 있게 만들었다. 대표작은 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를 그린 ‘히스 레저 애즈 조커’와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의 알렉스를 표현한 ‘말콤 맥도웰 애즈 알렉스 디라지’ 등이다.
●Stage
◇레드북
일정 3월 14일 ~ 5월 28일
장소 홍익대학교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박소영
출연 옥주현, 박진주, 민경아, 송원근, 신성민, 김성규 등
웰메이드 창작 뮤지컬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레드북’이 2년 만에 다시 개막한다. 이번 시즌은 역대급 배우 라인업으로 기대감이 높다. ‘레드북’은 19세기 런던, 보수적인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숙녀보다는 그저 ‘나’로 살고 싶은 여자 ‘안나’와 오직 ‘신사’로 사는 법밖에 모르는 남자 ‘브라운’이 서로를 통해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배우는 과정을 담았다. 여성이 글을 쓰는 행위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시기에 비난과 편견을 극복하고 작가로 성장해가는 안나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유쾌하게 펼쳐진다.
◇오페라의 유령
일정 3월 30일 ~ 6월 18일
장소 부산 드림씨어터
연출 라이너 프리드
출연 조승우, 김주택, 전동석, 손지수, 송은혜, 송원근, 황건하 등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꼽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 13년 만에 한국어 공연으로 돌아온다. 더욱이 조승우, 김주택, 전동석 등 최정상 캐스트로 기대를 모은다. ‘오페라의 유령’은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숨어 사는 천재 음악가 ‘오페라의 유령’과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그리고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가면 속 감춰진 러브 스토리를 그린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3월 30일 막을 올리며, 7월에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한다.
◇파우스트
일정 3월 31일 ~ 4월 29일
장소 LG아트센터 서울
연출 양정웅
출연 유인촌, 박해수, 박은석, 원진아
독일 문학의 거장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쓴 역작 ‘파우스트’를 원작으로 한다. 연극에서는 선악이 공존하는 인물이 악마와 위험한 계약을 맺으며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원한 진리와 욕망 사이에 고민하는 인간 ‘파우스트’와 순간의 쾌락을 주장하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의 대립이 지상과 천상을 넘나들며 그려진다. 유인촌은 파우스트, 박해수는 악마 메피스토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박은석은 ‘젊은 파우스트’ 역을 맡았다. 연극에 처음 도전하는 원진아는 젊은 파우스트와 사랑에 빠지는 ‘그레첸’을 연기한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보건복지부는 치매 어르신의 실종을 예방하기 위해 11일(화)부터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 ‘배회감지기’를 무상 보급한다.
배회감지기란 손목시계 형태의 위치추적기로, 보호자가 전용 앱을 통해 착용자의 현재 위치와 동선을 확인할 수 있다. 미리 설정해 둔 권역(안심존)을 이탈할 경우 보호자에게 알림을 전송하고, 위기상황 긴급 호출(SOS) 알림도 가능하다.
배회감지기 무상보급 사업은 2021년 7월 복지부와 경찰청, SK하이닉스의 업무 협약에 따라 치매안심센터에서 시작됐다. SK하이닉스의 후원금을 지원받아 2024년까지 매년 배회감지기를 무상으로 보급하며, 통신비도 2년간 전액 지원하게 된다.
복지부는 중앙치매센터와 함께 지난 8월부터 2개월간 전국 치매안심센터를 통해 배회감지기 수요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배회감지기가 필요한 대상자를 선정해 총 2507대를 보급하게 된다. 대상자는 치매안심센터에 지문 등 사전등록이 된 어르신으로, 배회나 실종 경험 혹은 실종 위험이 있는 치매 환자, 인지저하자 등에서 우선순위를 정해 선정할 예정이다.
배회감지기를 보급받은 어르신들은 해당 센터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돌봄서비스와도 연계돼 치매와 관련된 종합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다. 경찰청은 치매 환자가 실종되는 경우가 발생할 시 배회감지기를 활용한 수색‧수사를 통해 치매 환자가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한다.
한편, 복지부는 지역사회 치매 자원봉사 활동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자원봉사 시스템’과 한국사회복지협의회의 ‘사회복지자원봉사 인증관리시스템’(VMS)을 연계‧운영한다.
현재 전국 치매안심센터에서는 치매 어르신과 가족들을 대상으로 치매 인식개선 및 말벗 활동 등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치매파트너’와 ‘치매파트너플러스’를 양성하고 있다. 치매파트너는 중앙치매센터 등에서 일정 교육을 이수하고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로, 올해 8월 기준 활동 인원이 136만 명에 달한다. 그 중 약 21만 명은 치매환자와 가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봉사하는 치매파트너플러스로 활동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는 ‘치매자원봉사 시스템’을 운영해 치매파트너‧치매파트너플러스 등의 치매 자원봉사활동을 등록하고 있다. 사회복지협의회는 ‘사회복지자원봉사 인증관리시스템’을 통해 전국 자원봉사단체‧기관에서 이뤄진 자원봉사자의 봉사 실적을 관리하고 있다.
그간 치매 자원봉사활동은 치매자원봉사 시스템 외에도 사회복지자원봉사 인증관리시스템에도 별도로 수기 입력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시스템 기능 개선을 통해 두 시스템 간 치매 자원봉사자 및 활동 실적 등 정보가 연계되도록 개선했다. 복지부는 이번 개선을 계기로 지역 주민들이 치매 자원봉사 활동에 보다 관심을 갖고 치매파트너‧치매파트너플러스에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혜영 보건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민관 협력을 통한 치매 인식개선 및 치매 예방사업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이 마음 놓고 살아갈 수 있는 치매친화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개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임석 중앙치매센터장은 “전국 광역치매센터 및 치매안심센터와 함께 다양한 치매자원봉사활동 사례 발굴 등을 통해 지속적인 자원봉사 인력 양성 및 활동 활성화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