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
◇명품도시 한양 보물 100선
일정 8월 7일까지 장소 서울역사박물관
대동여지도, 용비어천가, 청진동 출토 항아리 등 한양을 대표하는 보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명품도시 한양 보물 100선’은 서울역사박물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한 특별 전시다. 보물 15건, 유형문화재 25건을 포함한 유물 1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전시는 조선시대 한양 사대부와 기술관, 장인들이 생산한 소장품을 지도·서화·고문서·전적·공예 5가지 분야로 나눠 소개했다.
먼저 지도 부문에는 보물로 지정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와 필사본인 ‘동여도’가 함께 전시돼 있다. 두 작품이 동시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동여지도’와 ‘동여도’를 펼쳐 연결하면 가로 4m, 세로 7m에 이른다.
서화 부문에서는 궁중 화원이 그린 흥선대원군의 초상화와 문서를 담당하는 관직인 사자관 한호의 글씨가 담긴 ‘석봉한호해서첩’을 볼 수 있다. 사대부가 한양의 명소를 그린 산수화, 풍속과 놀이를 볼 수 있는 풍속화, 국가의 행사나 사적 모임을 그린 기록화 등도 소개됐다.
고문서 부문에서는 한성부가 발급한 토지 매매 문서인 한성부 입안이 공개됐다. 전적 부문에서는 조선시대 세종 때 목판본으로 제작된 ‘용비어천가’를 비롯해 경자자로 인쇄된 조선 최초의 ‘자치통감강목’, 초주갑인자로 인쇄된 ‘자치통감’ 등의 보물을 만날 수 있다. 공예 부문에는 청진동 출토 백자 항아리와 대장경궤 등의 목가구가 전시돼 있다.
◇장-미셸 오토니엘 : 정원과 정원
일정 8월 7일까지 장소 서울시립미술관, 덕수궁 정원
장-미셸 오토니엘은 ‘유리구슬 조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대표적 현대미술가다. 오토니엘의 이번 개인전 ‘정원과 정원’은 2011년 프랑스 퐁피두센터 전시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 파리 프티 팔레에서 개최한 전시보다 규모가 크다.
오토니엘은 이번 전시에서 유리와 스테인리스 스틸, 금박 등으로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했으며 풍부한 의미를 담아냈다. 또한 작가는 미술관 밖의 공간에서 대중의 삶과 자연, 역사와 건축의 만남을 시도해오고 있다. 이에 ‘정원과 정원’ 전시 역시 다양한 공간에서 열린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야외조각공원, 그리고 덕수궁에서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Book
◇당신의 마지막 이사를 도와드립니다(김석중·김영사)
저자 김석중은 우리나라 1호 유품정리사로 통한다. 일본에서 우연한 기회로 유품 정리 일을 배워온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유품정리사 사업을 시작했다. 어느덧 15년째 죽음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책을 통해 경험과 소회를 풀어냈다.
그는 고독사나 자살 현장처럼 물건을 보는 게 힘들다거나, 고인을 떠나보낸 상실감에 마음 아파서 유품 정리를 하지 못하는 유족들을 대신해 고인의 흔적을 정리한다. 최근에는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으려는 사람들의 생전 유품 정리 점검 문의, 사후 유품 정리 예약도 늘고 있다고 전한다.
그는 유품을 정리할 때 ‘주인과 함께 천국으로 이사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예의를 다해 물건을 소중히 다룬다고 한다. 감정이 개입하지 않도록 조심하지만, 감정 조절이 어려운 순간도 많다. 아들을 위해 짜다 만 어머니의 스웨터, 한 청년이 남긴 여행용 캐리어, 태어난 지 100일 만에 하늘나라로 간 아기의 유모차까지. 그는 일을 하다 말고 주저앉아 펑펑 울 때도 있다고 한다.
반대로 저자는 가족 간에 분쟁이 생기거나 고인의 존엄이 지켜지지 않는 등, 준비되지 못한 죽음의 현장도 마주했다. 이에 그는 죽음을 생각해보고, 가족들과 죽음 이후에 대해 얘기해볼 것을 당부한다.
◇절대지식 치매 백과사전(홍경환·스마트비즈니스)
10년 동안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간호해온 저자는 치매 가족들과 교류하면서 ‘눈높이 치매 교육’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특히 그는 치매 환자는 조기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가족들이 치매에 대한 상식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1일 1페이지 법의 역사(이염, 권필·시대의창)
‘법의 역사’에 관한 207가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한국사와 세계사, 동서양을 넘나들며 역사의 주요 사건과 법적 주목 지점을 대중적으로 풀어냈다. ‘민주주의를 위한 피, 땀, 눈물의 집결체’라고 할 수 있는 법을 재밌게 이해할 수 있다.
◇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마리야 이바시키나·책읽는곰)
책에 소개된 17개국의 71개 단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을 나타낸다. 영어 ‘히라이스’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을, 네덜란드어 ‘헤젤리흐’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주는 고양감을 의미한다.
●Stage
◇햄릿
일정 7월 13일 ~ 8월 13일
장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연출 손진책
출연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권성덕, 박건형, 강필석, 박지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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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연극 ‘햄릿’이 한층 젊어져 돌아온다. 연극계의 대배우들과 젊고 유망한 배우들이 함께하며 축제와도 같은 무대를 펼칠 예정이다. 이번 ‘햄릿’에는 한국 연극계의 원로 9명(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김성녀, 유인촌, 윤석화, 손봉숙, 권성덕)이 출연한다. 이들은 2016년 이해랑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 공연 ‘햄릿’ 무대에 오른 주역들이다.
선배 라인의 배우들은 이전 공연과 달리 주연 자리에서 물러나 클로디어스부터 유령, 무덤파기, 배우 1~4 등 작품 곳곳에서 조연과 앙상블로 참여한다. 햄릿, 오필리어, 레어티즈, 호레이쇼 등은 강필석, 박지연, 박건형, 김수현, 김명기, 이호철 등 젊은 배우들이 연기한다. 선후배가 화합하며 만들 무대가 기대를 모은다.
‘햄릿’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10월 이해랑 선생의 연출로 대구에서 초연된 이래 현재까지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연극이다.
◇킹키부츠
일정 7월 20일 ~ 10월 23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연출 제리 미첼
출연 이석훈, 김성규, 신재범, 최재림, 강홍석, 서경수, 김지우, 김환희, 나하나, 고창석 등
‘올여름, 더 뜨겁게 킹키하라!’ ‘드랙퀸’(여장남자 가수)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화려한 뮤지컬 ‘킹키부츠’가 돌아온다. ‘킹키부츠’는 폐업 위기에 처한 수제화 공장이 남자가 신는 80cm 길이의 부츠인 ‘킹키부츠’를 만들어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이다. 2014년 국내 무대에 상륙한 후 2016년, 2018년, 2020년 무대에 오르며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이 다섯 번째 시즌으로 이석훈, 김성규, 최재림, 강홍석 등 기존 배우들이 다시 돌아와 기대를 더한다.
◇쓰릴 미
일정 7월 12일 ~ 10월 9일
장소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연출 이대웅
출연 이주순, 최재웅, 박상혁, 황휘, 윤재호, 김진욱
류정한, 김무열, 지창욱, 강하늘 등 많은 배우들이 거쳐간 뮤지컬 ‘쓰릴 미’가 올해 15주년을 맞았다. ‘쓰릴 미’는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렸던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 사건을 다뤘다. 심리 게임을 방불케 하는 인물 간의 감정 묘사와 한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음악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아온 ‘쓰릴 미’는 소극장 뮤지컬의 신화로 불린다.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2007년 초연 극장이었던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을 올린다.
본 기사에 소개된 공연을 관람하신 독자분의 생생한 후기를 기다립니다.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상품과 브라보 마이 라이프 잡지를 보내드립니다. shjlife@etoday.co.kr
어버이날을 맞아 서울시, 서울노인복지센터,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 등 각 기관에서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서울시는 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제50회 어버이날 기념식’을 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모범적으로 효행을 실천한 효행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자녀를 키워낸 장한 어버이, 어르신 인권 및 인식 개선에 기여한 단체 등 시민 표창 수상자들에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오 시장은 최고령 어르신(27년생, 29년생)에게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어린이들과 함께 ‘어버이 은혜’를 합창했다.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노인복지센터는 ‘다시 만나 기뻐 孝(효)’ 행사를 4일 개최한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첫 대면 행사인 ‘다시 만나 기뻐 孝’는 센터를 다시 찾은 어르신들을 위한 카네이션 달기, 포토존, 원데이클래스 대왕 카네이션 만들기, 축하 공연으로 구성돼 있다.
센터 2층에는 카네이션 꽃길로 꾸며진 포토존이 마련돼 있으며, 기념사진 촬영 후 어르신들에게 사진을 인화해 제공한다. 로비에서는 대왕 카네이션을 만들어보는 원데이클래스가 열린다. 이는 어르신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도 함께 참여하는 열린 강좌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
3층 야외 게이트볼장에서는 무대공연이 진행된다. ‘숙명국악앙상블’이라는 숙명여자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전통음악전공에 재학생들이 가야금, 해금을 통해 전통 문화예술공연을 열 예정이다. 틈틈이 진행될 추첨과 기념품 제공 코너도 준비돼 있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노인복지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동대문노인종합복지관은 ‘오랜만이에孝(효), 반가워孝, 사랑해孝’를 6일 진행한다. 이번 어버이날 특별행사는 2일 운영을 재개한 기념으로 떡, 음료를 제공한다. 더불어 오랜만에 복지관을 찾은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전달한다. 이 외에도 전문자원봉사 단체인 캐.조.사(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들)와 연계한 캐리커처 그리기, SBS아카데미뷰티스쿨 동대문 캠퍼스와 연계한 네일아트, 화목한 가족과의 기억을 추억할 수 있도록 사진을 인화해주는 가족사진 인화 서비스 등 부대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오후에는 3세대 원아들이 직접 어르신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기념식이 진행되고 코로나 19 기간 동안 단절된 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영화 상영이 이뤄질 계획이다.
성악에서 진성으로 가장 높은 음역을 소화하는 남성을 테너라고 부른다. 일반인들은 흉내 내기 힘든 높은 음을 내기 때문에 관객들은 테너의 노래에 열광한다. 오페라에서 테너가 여성인 소프라노와 함께 남녀 주인공을 독차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이런 테너 10명이 모인다면? 그런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낸 그룹이 있다. 바로 한국예술문화재단이 기획한 그룹 ‘더 텐테너스’다.
그룹 더 텐테너스는 한국의 젊은 테너 10명으로 이뤄진 일종의 프로젝트 그룹이다. 10명 모두 개인 연주자(성악가)로 각자 활동하면서도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공연이 있을 땐 뭉쳐서 화음을 이뤄낸다.
개개인의 면면을 살펴보면 성악 애호가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음악계에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리더인 이재필과 세컨드 백승화를 중심으로 강전욱, 김재민, 원유대, 유정우, 이경호, 이사야, 조찬욱, 최용석 등이 힘을 모았다. 더 텐테너스 멤버는 모두 외국의 음대에서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해외파’로,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에서 제자들을 가르치거나 각종 공연의 단골 연주자로 활동 중이다. 함께 모여 있다고 이들을 가벼이 볼 수 없는 이유다.
조연은 없는 주인공들만의 무대
늘 주인공을 차지하며 음악계에서 인정받은 테너는 자존심이 세고 다루기 힘든 상대로 취급받는다. 어디서든 주목받는 존재라는 뜻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를 3대 테너라고 기억하지만 대부분의 대중이 3대 바리톤인 드미트리 흐보로스토프스키, 토머스 햄슨, 브린 터펠에 대해서는 생소해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런 테너 10명이 어떻게 모이게 된 것일까?
리더 이재필은 “사실 이런 경험은 음악을 오래 한 저희도 낯선 일입니다. 오페라 주인공을 뽑는 오디션 같은 곳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죠”라며 웃는다.
이재필 “텐테너스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룹은 하나가 아닙니다. 몇몇 국가에서 같은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룹들이 있어요. 국내에선 저희가 처음이죠. 목적도 비슷합니다. 가곡이나 팝송 등을 클래식화해서 아름다운 노래를 하기 위해 모였죠. 저희도 지난해 6월 결성돼 활동 중입니다. 테너라고 모두 같은 소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음역대를 통해 앙상블을 이룰 수 있고, 테너만의 강점인 청량한 고음을 통해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죠. 한 곡을 10명이 나눠 부르다 보니 쉬지 않고 최대치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사실 보수적인 성악계에서 성악가 10명이 모여 클래식이나 아리아가 아닌 다른 장르의 노래를 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이경호 “성악 팬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어요. 새로운 것에 대한 관객들의 요구가 늘었죠. 저희 입장에서도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양보이기도 하고요. 가요나 팝송이라도 그대로 부르는 것이 아니라 저희의 색깔을 만들어내기 위해 연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반감도 줄어드는 것 같아요.”
오랜만에 관객과의 만남 ‘감동’
이들은 지난해 11월 오랜만에 관객들과 마주했다. 팝페라 페스티벌 ‘비상’이 그것이다. 이들에겐 지난 2년 가까이 코로나19로 인해 멈춰졌던 공연의 첫 재개였던 셈이다.
유정우 “이탈리아에서 귀국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이런 공연에 참여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죠. 이탈리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봉쇄가 훨씬 심해 무대는커녕 집 안에만 갇혀 있었거든요. 더 텐테너스를 통해 큰 무대에서 함께 공연할 수 있었던 것 자체로도 정말 좋았고, 관객 덕분에 오히려 제가 힘을 받은 기분이었죠.”
원유대 “공연 덕분에 저희가 끈끈해질 수 있는 계기도 됐죠. 연습을 통해 더욱 가까워져, 개인적으로는 우리 팀의 우정으로 더욱 뜨거워진 무대였다고 생각해요.”
오랜 기간 멈춰 있었던 이들에게 무대를 통해 만나는 관객은 최고의 회복제라는 것을 확인한 계기가 되었다며 입을 모은다.
김재민 “많은 에너지를 받아요. 호응을 잘 해주시면 힘이 나죠. 늘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지만, 그래도 기복이 있을 때가 있잖아요. 공연 전에는 피곤한 기분이 들어도 관객의 반응이 뜨거우면 어느 때보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착각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죠.”
이사야 “무대에 섰는데 아무도 환호해주지 않으면 민망하잖아요.(웃음) 최고의 환호를 끌어내기 위해서 늘 연구하고 노력하게 되죠. 우리에게 관객은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만드는 자극제예요.”
자존심 강한 테너 10명의 조합에서 불협화음은 없었을까? 이들에게도 첫 경험이었을 ‘그룹 활동’은 어떤 의미였을까?
최용석 “몇몇은 해외에서 유학 중에 이미 알던 사이예요. 동문도 있고요. 좁은 음악계 안에서 추천을 통해서도 영입이 이뤄지다 보니, 서로의 어색함을 쉽게 덜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백승화 “공식적인 활동을 한 지 1년 가까이 되었는데, 아직도 늘 즐겁습니다. 물론 모두 자존심 강한 예술가들이지만, 10명이 모여 하모니를 만들어가기 위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지내고 있죠. 궁극적인 목적은 즐겁게 음악을 하는 것이니까요.”
공연 소외 지역이라면 어디든
강전욱 “사실 다른 장소에서 만났으면 라이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관계죠. 이렇게 테너들이 모이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처음엔 걱정도 많았는데, 다행히 사이좋게 긍정적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요. 같은 테너라는 경쟁심이 건전한 긴장감을 만들어주기도 합니다.”
관찰자의 입장에선 또 하나의 걱정거리가 생겼다. 대단한 테너 10명의 조합이니 당연히 무대의 규모나 개런티 등 현실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좁아진 공연 환경에서 이들의 활동이 걱정됐다. 그러나 리더 이재필은 “어떤 무대라도 설 각오가 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재필 “상대적으로 문화생활을 하기 어려운 지방을 중심으로 활동할 계획입니다. 성악과 대중음악의 차이점 중 하나는 마이크를 쓰지 않고 육성의 울림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의학적으로도 심리 치료 효과가 있다고 해요. 공연 관람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이 이런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소외 지역을 찾아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어요.”
지금 이들은 2월 18일 공연 때문에 분주하다. 한국예술문화재단의 하다아트홀에서 신년음악회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 같은 대형 무대는 아니지만 이들의 각오는 진지하다.
백승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코로나19 사태가 우리에게 무대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가르쳐줬어요. 지금 연주자들 입장에선 크든 작든 관객이 있는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이라는 것은 결국 관객이 있어야 어우러지는 예술 분야니까요. 이제 무대의 크기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영수(79). 국내외에서 축하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그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예정대로 연극 '라스트 세션'의 무대를 소화하고 있다.
오영수는 지난 10일(한국 시각) 열린 제 79회 미국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TV부문 남우조연상(BEST SUPPORTING ACTOR)을 수상했다. 앞서 한국계 배우인 샌드라 오와 아콰피나가 연기상을 받은 적이 있었지만,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한국 배우가 수상의 영광을 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에서 456억 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의 1번 참가자 오일남 역을 맡아 연기했다. 반전을 지닌 노인 역할을 소화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줘 호평 받았고, 깐부 신드롬을 불러오기도 했다. 오영수는 대중에게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연기 경력 59년차로 연극계에서는 유명한 베테랑 배우였다. 그가 쌓아온 연기 내공이 이번에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오영수의 수상 이후 그를 향한 축하가 쏟아졌다. 이정재는 이날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남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장면들 모두가 영광이었습니다. 선생님의 깐부로부터"라고 오영수의 수상을 축하했다. 오영수와 '오징어 게임'의 깐부 신을 찍을 때 촬영한 사진도 게재했다. 이병헌 또한 "This is the Frontman speaking, Bravo!"라며 극 중 대사를 이용해 센스 있는 축하를 전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세기 넘는 연기 외길의 여정이 결국 나라와 문화를 뛰어 넘어 세계 무대에서 큰 감동과 여운을 만들어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배우 오영수 님의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수상을 국민과 함께 축하한다"며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 배우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외신의 호평도 이어졌다. 미국의 CBS방송은 "올해 골든글로브는 TV 생방송이나 스트리밍 행사가 없어 예년보다 더 조용했지만, 몇몇 스타들이 역사를 새로 썼다”며 "'오징어 게임' 스타 오영수가 골든글로브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됐다"고 평했다.
미국의 CNN방송은 "'오징어게임'의 배우 오영수가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최초의 한국 배우가 되면서 역사를 새로 썼다"고 보도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나 배우가 후보에 올라 골든글로브를 수상한 첫 번째 사례"라고 재차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은 "할아버지 오영수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상을 차지했다"고 전했다.
포브스는 "독창적인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순식간에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라는 명예를 얻었고 극 중 오영수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였다"며 "(골든글로브 수상에 따라) 78살 그의 연기 이력은 결코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현재 연극 '라스트 세션' 무대를 펼치고 있는 오영수는 연극 연습 도중 수상 소식을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공연을 하는 배우 이상윤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스트 세션' 배우와 스태프들이 오영수에게 축하 파티를 해준 모습을 인증하기도 했다. 사진 속 오영수는 케이크를 손에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이어 오영수는 11일 예정대로 공연 무대에 올랐다. 수상 이후 쏟아진 관심에 연극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던 바. 그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공연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오영수의 골든글로브 수상 소식이 알려지고, 이달 남은 11회 차 공연은 모두 전 석 매진되기도 했다.
오영수는 '오징어 게임' 이후 차기작으로 연극 '라스트 세션'을 택해 주목을 이끈 바 있다.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그의 굳은 뜻이 전해진다. 오영수는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에서 "'오징어 게임' 흥행 후 광고가 들어오고 하는데, 왜 연극을 선택하냐는 사람도 있었다"면서 "내 나름대로 지향해왔던 모습 그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 것 같아 뜻 깊다"고 말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으로 주변에서 나를 많이 띄워 놓은 것 같다. 자제력이나 중심이 흩어지진 않을까 염려하던 차에 품격 있는 좋은 연극을 만나게 되어 뜻 깊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지난 7일 개막한 '라스트 세션'은 영국이 독일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 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한다. 실제로는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가 직접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한 치열하고 재치 있는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한 2인극이다. 삶의 의미와 죽음, 인간의 욕망과 고통 등에 대한 대화를 통해 많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한편, 13일 미국 배우조합상(SAG)의 발표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은 4개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의 기쁨을 이어갈지 이목이 집중된다. '오징어 게임'은 TV드라마 시리즈 앙상블상 후보로 지명됐으며, 남우주연상(이정재), 여우주연상(정호연), 스턴트 앙상블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 Exhibition
◇신의 예술가, 미켈란젤로 특별전
일정 5월 2일까지 장소 M컨템포러리
16세기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의 걸작을 미디어 아트를 통해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드로잉, 유화, 프레스코, 조각, 시 등 5가지 장르를 통해 그림을 시작했을 때부터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미켈란젤로의 전 생애 작품을 살펴보고, 그의 예술세계를 탐구한다.
전시는 미켈란젤로의 작품 연대기와 작업 방식을 살펴보는 공간으로 시작한다. 이어 그가 남긴 드로잉으로 작품을 위해 수없이 그어야 했던 선을 확인한다. 회화 부문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유화 작품과 시스티나 예배당 프레스코 등을 조명한다. 이곳에서는 ‘아담의 창조’를 비롯한 유명 프레스코화를 미디어로 재해석해 환상적인 볼거리를 선사한다. 이 외에도 3D 영상, 홀로그램 등 다양한 미디어 기술과 접목한 조각품으로 몰입도를 높이며, 미켈란젤로의 시를 함께 전시해 그의 생각을 엿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미켈란제로의 작품을 색칠하는 컬러링 존을 통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환기가 필요한 일상에 영감을 제공하는 이번 전시는 실제 작품을 감상하기 어려워진 관객들에게 색다른 방식으로 위로를 전하고, 지성을 불어넣는다.
◇마티스 특별전 : 재즈와 연극
일정 4월 4일까지 장소 마이아트뮤지엄
앙리 마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진행하는 국내 최초 마티스 단독 전시회가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진행되고 있다. 앙리 마티스는 강렬한 색채가 특징인 프랑스 야수파 화가로, 피카소와 함께 20세기 최고의 예술가로 손꼽힌다. 50년간 유화, 드로잉, 조각, 판화, 컷아웃, 책 삽화 등 방대한 작품을 제작했으며, 주요 작품은 ‘모자를 쓴 여인’, ‘춤’, ‘붉은 화실’, ‘폴리네시아 하늘’ 등이 있다. 그중 마티스의 컷아웃(종이 오리기) 기법은 20~21세기 추상미술, 미니멀리즘 디자인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번 전시는 컷아웃 기법으로 제작된 ‘재즈’ 시리즈와 드로잉, 석판화, 발레 공연을 위해 디자인한 무대 의상, 로사리오 성당 건축 등 작품 120여 점을 다채롭게 소개한다. 특히 대표작 ‘재즈’를 통해 마티스 특유의 생생한 색채와 선을 조명하고 작품과 어울리는 재즈 음악을 큐레이션해 그림과 음악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또 도슨트의 풍부한 해설로 작품의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한다. 전시를 통해 만나볼 수 있는 마티스의 예술적 순수함과 열정은 코로나19로 메마른 감성에 단비가 되어준다.
● Book
◇노인을 위한 치료백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 저·알에이치코리아)
시니어에게 자주 나타나는 여러 질환을 한 권에 모아 소개한다. 질환뿐 아니라 간병, 요양병원 등 복지서비스까지 총망라했다. 시니어라면 집에 한 권 두고 틈날 때마다 찾아볼 만하다.
◇억척의 기원 (최현숙 저·글항아리)
중장년 여성의 구술 생애 작업을 이어온 최현숙 작가가 이번엔 60대 나주 농민의 이야기를 실었다. 두 여자의 굴곡진 삶을 통해 그들이 억척스러워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풀어낸다.
◇어른의 말공부 (사이토 다카시 저·비즈니스북스)
나이가 들수록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품격 있는 언어 습관을 소개한다. 필요한 말만 하는 분별력, 진심을 담는 전달력 등 말의 내공을 갖추는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 Stage
◇얼음
일정 3월 21일까지 장소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 장진
출연 정웅인, 이철민, 박호산,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 등
‘충무로의 이야기꾼’ 장진 감독의 화제작 연극 ‘얼음’이 초연 후 5년 만에 돌아왔다. ‘얼음’은 독특한 구성의 2인극으로, 2016년 초연 당시 장진 감독 특유의 작가적 상상력과 뛰어난 이야기 구성, 긴장감 넘치는 연출로 화제를 모았다. 작품은 잔인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18세 소년과 그 소년을 범인으로 만들어야 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다. 무대에 등장하진 않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나타내는 소년과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의 정황을 짚어가는 두 형사 사이 팽팽하게 펼쳐지는 심리전이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이번 공연에는 내로라하는 실력파 배우들이 대거 캐스팅되었다. 배우 이철민과 박호산이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초연에 이어 이번 무대에 다시 오르고, 배우 정웅인, 이창용, 신성민, 김선호가 새롭게 합류해 작품에 힘과 활력을 불어넣으며 짜릿한 연기 앙상블을 펼칠 예정이다.
◇위키드
일정 2월 16일~5월 1일 장소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연출 조 만텔로 출연 옥주현, 손승연, 정선아, 나하나, 서경수, 진태화 등
초록 마녀 열풍을 일으켰던 뮤지컬 ‘위키드’가 다시 무대에 오른다.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를 유쾌하게 뒤집은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을 뮤지컬화한 작품으로, 두 마녀 ‘엘파바’와 ‘글린다’의 우정과 사랑, 용기 등을 다룬다. 거대한 타임 드래곤, 날아다니는 원숭이, 350여 벌의 의상 등 화려한 무대와 마녀들의 매혹적인 노래가 마법에 걸린 듯 시선을 사로잡는다.
◇붉은 정원
일정 2월 5일~3월 28일 장소 유니플렉스 2관 연출 성재준
출연 박은석, 이정화, 조현우 등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3대 문호로 꼽히는 작가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 ‘첫사랑’을 각색한 창작 뮤지컬이다. 감수성이 풍부한 18세 소년 ‘이반’과 치명적인 매력의 ‘지나’, 이반의 아버지이자 유명 작가인 ‘빅토르’의 위험한 삼각관계를 그린다. 섬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이는 대사들과 클래식하면서도 세련된 음악들로 원작의 감동을 구현했다.
가슴에서 잊히지 않는 추억 속 음악. 그 곡이 수록된 앨범은 지금까지 몇 장이나 팔렸고 현재 가격은 얼마일까. 그때 그 시절 추억의 영화음악과 희귀 음반의 가치를 살펴봤다.
추억 속에는 항상 음악이 있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몰려다니며 즐겨 들었던 음악이나 연인과의 애틋한 시간을 만들어준 음악, 또 기쁘거나 슬픈 순간을 함께한 음악, 남자라면 군대에서 외로움을 달래준 음악도 있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이런 음악을 우연히 듣게 되면 의지와 상관없이 추억이 떠오른다.
그중에서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영화 속 추억의 장면으로 빠져들게 한다. 단순한 배경음을 넘어 스토리를 이끌어 몰입시키는데, 관객은 마치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런 영화음악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추억의 명곡으로 회자된다. ‘영화는 가도 음악은 남는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
◇영화 속 OST 앨범 얼마나 팔렸나
영화 ‘보디가드’(1992년)에서 배우 케빈 코스트너가 휘트니 휴스턴을 받쳐 안았을 때 나오는 음악 ‘I´ll Always Love You’는 보디가드 신드롬을 일으킬 정도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빌보드 차트 14주 연속 1위를 점령하는 대기록을 세웠으며, 이 곡이 수록된 앨범은 현재까지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꼽힌다. 1993년 불황 속에서도 1000만 장 넘게 팔렸고, 현재까지 4500만 장의 누적 판매량을 기록 중이다.
1970년대 말 디스코 열풍을 전 세계로 확산한 ‘토요일 밤의 열기’(1977년)도 만만찮다. 무명 배우였던 존 트라볼타를 한순간에 청춘의 우상으로 만든 이 영화에는 영국 록 그룹 비지스의 사운드트랙 ‘Night Fever’를 비롯해 ‘Stayin´ Alive’, ‘How Deep is Your Love’ 등이 담겼다. 이 앨범에 수록된 사운드트랙 가운데 4곡은 싱글 차트 1위에 랭크되는 기록을 세웠고, 누적 판매량은 4000만 장에 달한다.
또 존 트라볼타의 영화다.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해 대성공한 ‘그리스’(1978년)는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존의 노래와 춤 앙상블로 기억된다. 이 영화 속 사운드트랙은 1978년을 미국 역사상 음반산업이 가장 맹위를 떨친 시절로 만들었다. 앨범에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과 그룹 마르셀스의 ‘Blue Moon’, 리틀 앤소니 앤 더 임페리얼스의 ‘Tears on My Pillow’ 등이 수록됐으며, 현재까지 3800만 장이 팔렸다.
‘더티 댄싱’(1987년)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의 마지막에 패트릭 스웨이지가 제니퍼 그레이를 양손으로 받쳐 번쩍 들어 올리는 순간은 잊히지 않는 명장면으로 회자된다. 또한 춤을 소재로 한 영화인 만큼 사운드트랙의 인기도 엄청났다. ‘The Time of My Life’, ‘Be My Baby’ 등이 수록된 이 앨범은 1998년 5월에 빌보드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3200만 장이다.
셀린 디온의 목소리도 좋지만, 연주곡도 많은 사랑을 받은 ‘타이타닉’(1997년)의 사운드트랙 역시 추억 속으로 빠져들기 충분하다.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제임스 호너는 웅장하면서 서정적인 선율이 돋보인 음악을 넣어 감동을 줬다. 메인 테마인 ‘My Heart Will Go On’과 ‘The Sinking’, ‘Death of Titanic’ 등은 두 남녀 주인공의 애틋한 사랑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앨범은 그동안 3000만 장이 판매됐다.
◇시대를 대변하는 ‘옛 음반’의 가치
추억을 여는 열쇠는 영화 속 명장면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살아오면서 기억에 남는 순간에는 늘 음악이 함께 있었다.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든 원하는 음원을 다운받거나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구하고 싶은 LP(Long Playing) 음반은 인터넷 사이트나 옛 레코드 가게에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찾는 앨범이 희귀 음반이라면 품을 많이 들여야 한다. 이젠 구할 수 없는 앨범도 있다. 생산량이 많지 않고, 대량 폐기됐거나 쉽게 버려진 탓에 남은 수가 매우 적어서다. 이런 희소성 때문에 소위 ‘상태가 좋으면 부르는 게 값’이다. 이런 앨범은 일부 음반 수집가만이 소유한 경우가 많은데, 이들의 거래 소식을 통해 그나마 대략적인 가격을 알 수 있다.
음반 수집가들이 뽑은 국내의 희귀 음반 중 최고가는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년)가 수록된 앨범이 꼽힌다. 이 곡은 윤심덕이 연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현해탄에 투신하기 전 죽음을 결심하고 부른 노래로 알려지면서 당대 조선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국내에서 실체가 확인된 음반은 6장 정도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6000만 원에 거래된 적이 있다. 현재 중고음반 거래시장에서의 가격은 1억 원이 넘을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김연실의 ‘아리랑’(1930년)이 실린 음반은 초창기 한국 대중가요가 영화음악과 관련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현재 1000만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또 베를린올림픽 마라톤대회 우승을 기념한 채규엽·손기정의 ‘마라손 제패가’(1936년) 음반은 당대 최고 가수였던 채규엽의 노래와, 손기정 선수의 당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희소성이 높다. 이 음반 가격은 1500만 원 정도로 평가받는다.
퇴폐적인 가사라는 이유로 두 차례 금지곡이 된 박신자의 ‘땐사의 순정’(1959년)이 실린 음반은 1950년대 여성들의 춤바람이 사회적 문제가 된 시대상을 반영해 수집가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이 앨범은 200만 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용필의 데뷔 앨범 ‘뮤지칼 사랑의 일기’(1971년)도 희귀 음반으로 구분된다. 재밌는 사실은 앨범 재킷 뒷면에 나온 이름이 ‘조영필’로 잘못 표기돼 있다는 점이다. 이 앨범은 3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세상에 한 장뿐인 음반 값은 얼마?
해외에서는 비틀스 멤버들이 베트남전쟁에 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머리 잘린 인형, 피 묻은 고깃덩어리를 안고 찍은 사진을 재킷에 사용한 ‘Yesterday and Today’가 희귀 앨범에 속한다. 1966년 발매되자마자 재킷 사진 논란으로 회수 조치됐기 때문이다. 이 앨범은 지난해 경매에서 23만4000달러(약 2억7700만 원)에 낙찰됐다.
프린스의 열 번째 앨범 ‘The Black Album’은 원래 세상에 내보내지 않기로 한 앨범이었다. 1987년 프린스의 변덕으로 초판 50만 장을 출하 직전 전량 폐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홍보용 음반을 받은 관계자 몇 명이 폐기 약속을 어기고 몰래 음반을 간직하면서 희귀 앨범이 됐다. 2016년 프린스가 세상을 떠나고 1년 뒤 세상에 나온 이 앨범은 4만2298달러(약 5010만 원)에 팔렸다.
희귀 음반의 끝판왕이라면 힙합그룹 우탱 클랜의 앨범 ‘Once Upon a Time in Shaolin’일 것이다. 2008~2013년까지 녹음해 단 한 장만 찍은 앨범이기 때문이다. 우탱 클랜은 이 음반을 발매하면서 2103년까지 음반에 실린 곡들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다만 단 한 장만 존재하는 이 앨범을 파티 등 공적인 장소에서 틀지의 여부는 소유자의 권한이라고 밝혔다. 2017년 이베이에서 102만5100달러(약 12억1400만 원)에 낙찰됐다.
회현지하쇼핑센터로 떠나는 ‘추억여행’
옛 레코드 가게가 있다는 서울 중구 회현지하쇼핑센터로 향했다. 예전에 이곳은 최신 가요와 팝송은 물론 희귀 음반도 구할 수 있다는 소문에 음악 좀 듣는다는 이들의 성지로 불렸다. 1990년대 중반까진 그랬다. 그런데 이곳을 찾은 날, 20~30대로 보이는 손님이 자주 보였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생각했던 LP 음반인데, 최근에는 젊은 손님이 늘었다고 했다.
젊은층이 이 음반의 매력에 빠진 건 아날로그 감성 때문일 것이다. 그럴 만도 한 게 LP 음반은 모든 음역대를 왜곡 없이 담아낸다. 그러나 MP3와 CD는 고역대와 저역대의 일부를 잘라내서 인위적인 소리가 난다.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아날로그를 완벽히 대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리빙사를 둘러봤다. 진열대 바닥부터 천장까지 LP 음반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다. 총 8만여 장의 중고 LP 음반이다. 음반 찾는 걸 도와 달라고 하니 직접 찾아보길 권했다. 진열장을 하나하나 넘기다 보면 예상치 못한 희귀 앨범을 발견할 수 있다고.
고른 음반은 가게 안 턴테이블에 직접 올려 감상할 수 있다. 음반이 올라간 턴테이블이 빙글빙글 돌고 카트리지의 바늘이 내려앉으니 ‘지지직’ 짧은 잡음 뒤로 음악이 흘러나왔다. 입체감이 살아 있는 묵직한 소리가 세대를 거슬러 과거와 현재를 잇고 있다.
재즈를 아는 이가 드문 시절이었으니 당연하게도 물심양면의 외로움이 많았겠다.
“아예 무대를 얻지 못해 무교동 주점을 찾아가 무료 연주를 자청하기도 했다. 근데, 그냥 가라 하더라고. 재즈는 필요 없다는 거였다.(웃음) 집에선 와이프의 원성이 자자했지. ‘제발 월급이라는 걸 가져와보라’고 다그쳤다. 결국 TBC(과거 동양방송)의 ‘이봉조 악단’이나 KBS ‘길옥윤 관현악단’에 들어가 일하며 월급을 받았지. 그러나 허구한 날 가수들의 반주나 하자니 자존심이 상해 견디기 힘들더라고.”
결국은 뛰쳐나왔다는? 재즈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베이시스트로 꼽히는 찰스 밍거스(Charles Mingus)는 한동안 활동을 중단하고 우체국 직원으로 살았더군. 그는 예술적 자존심의 손상을 감내하면서까지 클럽의 주정뱅이들을 상대로 연주하긴 싫었던 거다.
“재즈 뮤지션들은 자유로운 삶을 추구한다. 그런데 나에겐 삶의 자유보다 더 지배적인 욕망이 있었다. 나만의 연주 스타일을 확보하고 싶다는 거! 그러자면 맹렬한 연습이 필요했다. 방송국 악단을 뛰쳐나온 건 월급봉투보다 연습을 통한 기량 향상이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게 재즈 뮤지션의 자존심을 지키는 길이기도 했다.”
내심 독을 품은 연습벌레로 살았다는 얘기이겠다. 엉덩이가 물러터지도록 내내 피아노 앞에 앉아 건반을 난타하고, 그러다 지겨워 마신 술에 취해서도 두드리고, 재즈 LP를 들으며 채보(採譜)를 하고, 필이 떠오르면 작곡을 하고…. 그는 피아노에 육신을 내던지는 부단한 연습과 학습으로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져나갔다. 그리고 실존적 경제적 기반 확보를 위한 하나의 유력한 조치를 취했다. 서울 홍대 앞에 재즈클럽 ‘문 글로우’(Moon Glow)를 차렸던 것. 이곳은 신관웅이 주도해 만든 빅밴드(열 명 이상의 뮤지션으로 편성한 앙상블 형태의 밴드)의 주둔지였다. 김준(보컬), 김수열(색소폰), 강대관(트럼펫), 류복성(봉고), 이판근(베이스), 조상국(드럼), 홍덕표(트롬본) 등 신관웅과 함께 미8군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1세대 재즈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다시 말해, ‘문 글로우’는 한국 재즈의 요람이자 플랫폼이었다.
“‘문 글로우’에선 날마다 공연이 펼쳐졌다. 재즈 마니아들이 즐겨 찾아들면서 명소로 부각됐고. 그러나 운영난에 봉착하게 되더군. 임대료조차 감당하기 어려워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지. 그러자 이를 안타깝게 여긴 언론들이 보도를 하고, ‘문사모’(문 글로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는 후원모임이 지원을 해 간신히 지속해나갔다. 하지만 결국은 문을 닫았다. 개업 15년 만에.”
폐업에 이른 동인은 재즈가 대중화하지 못한 탓?
“그렇다. 사람들은 재즈를 낯설어한다. 어렵다고들 투덜거린다. 이건 과거나 요즘이나 마찬가지다.”
요즘도? 비주얼과 스펙을 겸비한 젊고 유능한 재즈 연주자들이 속속 등장하는데도?
“재즈 연주자는 시중에 넘치지만 감상자들은 밋밋하게 증가했을 뿐이거든. 아이돌 뮤직과 트로트의 돌풍을 보라. 대중을 모조리 쓸어가는 게 아닌가. 재즈는 여전히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고 보나?
“재즈의 본질적 성향인 클로스오버로 파고를 넘어서야 한다. 난 이미 오래전부터 재즈와 국악을 접목한 공연을 시도해왔다. K-재즈! 여기에 답이 있다고 보는 거다. 재즈란 원래 흑인들의 한을 정서적 근간으로 한 장르다. 국악 역시 한을 정조로 하기에 양자의 결합은 절묘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거든. 국악+재즈 빅밴드를 결성하는 게 나의 꿈이다.”
재즈의 모든 기법 구사해
신관웅의 재즈 인생 고백엔 낙심과 낙관이 교차한다. 번번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무대에 섰던 기억은 악몽처럼 쓰라리나 값진 단련의 기회였다고 한다. 검불 몇 조각 펄럭이는 황무지와도 같았던 한국의 척박한 재즈 토양에 씨를 뿌렸다는 자부심은 노년의 그에게 정당성을 제공한다. 하여, 그는 자신에게 여전한 현역의 자격을 부여한다. 그의 재즈 선율에는 이와 같은 긍정과 자신감 또는 가라앉지 않은 갈증의 심상이 아롱질 터다. 서정적인 멜로디, 수려한 레가토주법(둘 이상의 음을 사이가 끊어지지 않도록 부드럽게 이어서 연주하는 주법), 호쾌한 건반 두드림, 그리고 ‘끼’의 분출에 의한 쇼맨십까지, 신관웅의 연주엔 재즈의 모든 기법들이 동원된다.
“서정적인 면과 폭발적인 면, 나는 이 둘의 조화로운 표출을 연주 목표로 삼아왔다. 그런데 나이 들면서 좀 변하더라. 과거엔 기법 중심의 화려한 연주였다면 요샌 감성의 흐름을 중시해 다분히 정적이거든.”
심금을 울리는 음악은 영혼을 다한 자만이 가능하다지?
“내 안에도 한이라는 게 있다. 한이야말로 영혼의 움직임이지 않을까? 나는 낱낱의 음에 한의 정서를 실어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기를 갈망한다.”
재즈 정신에는 사회모순과 금제에의 도전이라는 측면도 있다. 일단의 재즈 뮤지션들은 자유를 숭상하는 아웃사이더이기도 했다. 당신의 성향은 어떤가?
“내가 생각하는 현대 재즈는 하나의 독특한 제도권 문화다. 청중과 교감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하고도 강력한 장르이기도 하다. 더 넓게 보자면 인격 완성의 수단이기도 하지. 알다시피 재즈는 즉흥연주를 기본으로 삼는다. 하지만 밴드 멤버들 각자의 선율이 어울려 고도의 하모니를 이루지 않고선 성립할 수 없는 음악 행위다. 즉, 연주곡 하나하나가 모두 인격체의 산물인 거다. 나의 성향? 둥글둥글하다. 꽤나 온화하거든. 뭐 과음을 즐기는 버릇이 있긴 하지만 취중에도 모난 짓을 하진 않는다.(웃음)”
독실한 가톨릭 신자라지?
“나를 내려다보시는 신의 눈길을 가끔 느낀다. 한번은 재즈 성가를 녹음했는데, 일을 마치고 보니 녹음의 절반이 날아갔더라. 기술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대번에 영감이 떠오르더군. ‘넌 아직 멀었다! 어디서 감히 성가를?’ 그런 하늘의 음성을 들은 기분이었다.”
어디서 감히! 신의 음성이 아니더라도 가슴을 치는 일갈이다. 나 잘난 ‘자뻑’도, 카랑카랑한 논리도 지나치면 실족한다. 신관웅의 개성이라면 그저 무덤덤한 유연함? 이는 ‘어디서 감히!’의 진실을 알고 사는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절제의 폭을 웅변할지도.
데뷔 42년 차 코미디언이자 배우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드는 임하룡이 이번엔 뮤지컬 무대를 통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화려한 군무가 돋보이는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순진무구한 사랑꾼 ‘애브너 딜런’을 연기하며, 그는 황혼의 버킷리스트를 또 하나 이뤘다. 언제나 웃음을 주는 연기자로 대중과 만나겠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17년 만에 서는 뮤지컬 무대인데요. 소감이 어떤가요?
3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며 그 마음을 달래기도 했죠. 이번에 뮤지컬 제의가 들어와 마음을 다잡았고, 역할에 몰입하며 활력을 되찾기 시작했어요. 뮤지컬 무대에 다시 서는 게 황혼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그걸 이루니 아주 뿌듯하고 기분이 좋네요.
Q. 애브너 딜런은 어떤 캐릭터인가요?
주인공은 아니지만 꽤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좌지우지하는 역할이거든요. 한 여자를 위해 (극중)공연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나중에는 자신도 무대의 매력에 빠지게 되죠. 외형적으로 묘사하면, 돈 많고 배 나온 전형적인 옛날 부자 스타일이랄까? 그래서 요즘 내가 캐릭터 때문에 뱃살을 못 빼고 있죠.(웃음) 솔로 무대가 별로 없고 앙상블 위주라 조금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 더 연습해서 기량을 펼칠 날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Q. 뮤지컬 무대가 주는 매력은 무엇인가요?
최근에 KBS2 ‘개그콘서트’도 없어져서 아쉬운데, 어찌 보면 뮤지컬이 그런 공개 무대의 성격과 닮은 것 같아요. 춤과 노래와 연기가 어우러지고, 그날그날 관객들과 호흡하며 즉흥적인 상황도 벌어지죠. 이번에 뮤지컬을 해보니 오랜만에 개그 무대에 서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게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매력인 듯해요.
Q. 또 다른 황혼의 버킷리스트가 있다면요?
옛날부터 생각해온 게 있어요. 한때 KBS2 ‘유머 일번지’에서 제가 연기했던 ‘추억의 책가방’이나 ‘도시의 천사들’을 코미디 뮤지컬 스타일로 무대에 올려보고 싶어요. 이전에 ‘청춘을 돌려다오’는 제가 아이디어를 내서 그렇게 선보인 적이 있어요. 또 ‘지붕 위의 바이올린’처럼 나이 든 사람에게도 큰 배역이 주어지는 작품이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연기 인생은 어떻게 그리고 계신지요?
내년에 칠십이니까, 한 삼십 년 또 준비해야겠네요. 백세시대잖아요.(웃음) 특별한 계획이랄 건 없고, 장르와 관계없이 언제나 웃음을 선사하는 연기자로 남고 싶어요. 코미디언과 배우로서 그동안 큰 사랑을 받아온 만큼, 남은 생도 이 길에서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일에 주력하려 합니다.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일정 8월 23일까지
장소 샤롯데씨어터
연출 박인선 출연 임하룡, 송일국, 최정원, 전수경 등
무려 90명의 남성 합창자로 이뤄진 국내 최대의 남성 합창단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체 이마에스트리. 그 이마에스트리의 창립자이자 음악감독이 바로 지휘자 양재무(61)다. 서울대학교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유학을 떠나 트렌토 국립음대를 졸업하고 귀국, 오페라 무대에서 주역 가수로 활약했던 그는 작금의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이마에스트리를 이끌고 특별한 공연을 했다. 지난 5월 9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가 그것이다. 엄중한 시국이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던 공연이었다. 그를 만나 음악과 삶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많은 전문가의 의견이 나오는 와중에 코로나19의 완화를 기원하는 공연들이 조심스럽게 모색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방역 선도국으로 자리 잡은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시대의 공연이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롤 모델을 시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술의전당에서 어버이날을 맞이해 열린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 또한 그러한 기획의 일환이었다. 대한간호협회, 대한의사협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의료진과 가족들을 무료로 초청해 열린 이날 공연에는 배우 양희경의 사회로 양재무 감독이 이끄는 남성 합창단 이마에스트리(I MAESTRI)의 바리톤 고성현, 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 등이 무대에 올랐다.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 공연계의 롤 모델 기대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는 생활 방역으로 넘어가면서 가능해진 공연이죠. 그동안 사람을 모으기 어려워 큰 공연장에서도 취소된 공연이 많았어요. 지방의 많은 문화회관, 극장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였죠.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을 통해 예술의전당에서 ‘이렇게 하면 된다’는 모델을 제시하고자 하는 게 있었죠.”
예술가다운 굵고도 시원시원한 인상의 양재무 감독은 코로나19 극복 희망 콘서트에서 60명의 합창자들을 동원해 편곡한 오페라 가곡들과 강산에의 ‘명태’, 양희은의 ‘상록수’ 등을 들려줬다. 이마에스트리의 총 멤버는 90명. 이 정도 규모의 남성 합창단은 전 세계에서 이마에스트리 하나밖에 없다고 한다. 또한 멤버들 개개의 면모도 오페라 주역 가수를 맡을 정도의 국내 최정상급 성악가들이다. 그래서 이름에 마에스트리가 붙었다. 이마에스트리는 ‘장인들’을 뜻하는 용어로 이탈리아어 ‘마에스트로’(maestro)의 복수형이다. ‘마에스트로들이 모였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의 음악으로 통하게 하고 싶다
지금 케이팝(K-POP)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의 대처 성공 덕분에 국격도 올라간 상태. 이마에스트리의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프로페셔널함과 독보적인 규모를 보면, 클래식에서도 한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케이팝 덕분에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네임 밸류가 높아졌어요. 덕분에 저희 밸류도 함께 상승하는 중이죠. 그리고 코로나도 그래요. 유학을 갔다 온 이탈리아에서도 제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예요. 시장이 편지로 마스크와 진단 키트를 요청하더군요. 그 정도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어요. 예술의 본토인 유럽에서도 그런 영향이 있을 정도니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는 우리나라의 여러 분야에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도 좋은 콘텐츠로 유럽에 접근하면 좋을 것 같고요.”
6월 18일 예술의전당에서 정기공연을 앞두고 있는 이마에스트리가 창단 15주년을 맞이했다. 긴 시간 동안 이 독특한 단체를 지휘해 온 그에게 소회를 물어봤다.
“모여서 뭔가 하다 보면 좋은 걸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협회는 아니지만 연주회를 같이 해보자는 취지로 모였죠. 창단 멤버는 45명이었는데 사실 이렇게 많이 모이기가 힘들어요. 우선 어려운 점은 모두가 개성이 강한 분들이라는 데 있죠. 부딪치는 부분들 튜닝하고 서로 양보하고 연주의 솔로 부분을 누가 맡느냐도 많이 생각해야 했어요. 두 번째로는 경제적 어려움이에요. 연습실도 없이 개인이 해결해야 했으니까요. 그래도 하다 보니 그런 어려움이 하나하나 해결되더라고요. 워낙 없는 콘텐츠였기에, 저희가 럭키했던 거 같아요.”
적극적인 편곡이 감동을 만든다
성량이 풍부한 오페라 가수들이 남성 4부 합창을 한다는 건 언뜻 이해가 안 가는 일이다. 그는 전 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합창단이라고 소개했다. 이마에스트리처럼 대규모 인원으로 할 수 있는 음악은 의외로 많지 않다고 한다. 그래서 양 감독이 편곡을 맡았다. 그런데 그렇게 대규모 남성 합창곡으로 편곡된 노래들을 부르기 시작하자 그 자체가 차이이자 이마에스트리의 특징이 됐다.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청산에 살리라’는 굉장히 좋은 곡인데, 간주의 역할이 약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차르트, 베르디 등이 사용했던 테크닉을 넣어서 편곡을 가했죠. 또 ‘비목’ 같은 경우는 이름 없는 전사자이지만 살아 있을 때는 용맹한 군인이었으리라 생각해서 ‘전선을 간다’라는 곡에서 남자 휘파람 소리를 전주에 넣어 편곡을 했어요. 어렸을 때 영화 ‘콰이강의 다리’를 보며 휘파람으로 부르는 군인들의 노래가 가슴에 와 닿았는데 그게 모티프였죠. 그렇게 편곡된 ‘비목’을 들려주니 군대 갔다 온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게 되고, 아련함과 용맹함을 함께 아우르는 버라이어티한 결과가 나오더군요.”
그는 이마에스트리의 공연에 대한 대중의 만족도가 200%는 된다며 자부심을 느끼는 듯 말했다. 여러 나라에서 공연해본 결과 어느 나라 사람을 막론하고 모두가 감동하는 걸 확인해서다.
슈베르트가 섰던 무대에서 ‘마왕’을 연주하다
“다녀온 해외는 열서너 곳 정도. 연주는 스물세 번 정도 했죠. 그때마다 매우 많은 걸 전달하고 왔다고 생각해요. 특히 한국인의 연주력이 그렇습니다. 빈에서 슈베르트의 ‘마왕’을 세계 최초로 남성 4부 앙상블로 노래한 적이 있어요. 빈은 음악적 프라이드가 높아서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시도하는 게 걱정됐었죠. 그런데 어차피 넘어야 할 강이라면 넘어가자는 판단으로 하게 됐어요.”
‘마왕’은 시벨리우스가 오케스트라로 편곡한 게 있었다. 그걸 알고 있었던 양 감독은 남성 4부 합창으로 만들어도 되겠다는 확신이 섰다고 한다. 그리고 편곡을 하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헨델의 ‘메시아’도 성경 구성 그대로 하지 않고 헨델이 생각했던 오라토리오 구성에 맞도록 내용을 재구성했거든요. 그래서 ‘메시아’를 보면 내용이 구약과 신약을 왔다 갔다 해요. 저도 ‘마왕’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재배치해 극적 긴장감을 높이는 편곡을 했죠.”
결과는 성공이었다. 새롭게 편곡된 ‘마왕’에 빈의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10여 분간 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우리의 노래, 세계에 소개하고파
양 감독은 1960년생, 올해 예순한 살이다.
“수염 깎으려고 거울 보면 가끔 나이 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런데 나와서 일하며 시간에 쫓기다 보면 전혀 그런 생각 안 들어요. 음악가들은 연습에도 자기연마에도 부지런해야 합니다. 그리고 열려 있어야 해요.”
그의 열린 생각은 철저하게 개방적이란 점에 있다. 이마에스트리 멤버들 또한 전 세계에서 유학하고 온 사람들이라 다양한 언어와 장르가 소화 가능해 레퍼토리에 구애받지 않는다고 한다.
“제가 참 좋아하는 노래는 노사연의 ‘만남’, 조용필의 ‘친구여’ 등이에요. 그리고 ‘꿈’. 조용필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가사를 쓸 수 있었는지…. ‘꿈’을 L.A.에서 연주했는데 ‘우리도 꿈을 갖고 왔다. 여러분도 꿈을 갖고 L.A.에 왔을 텐데 참 어렵다. 행운이 있길 바란다’라고 말하니 L.A. 교민들이 울었어요. 그들을 보며 우리도 울었죠. 조용필 선생님을 만나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그분 노래를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세계화하고 싶어서예요. 이탈리아어로 번역하면 세계어로 번역되거나 가곡화될 가능성이 크거든요.”
그러고 보니 그는 이탈리아 가곡 악보들을 출판하기도 했다.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의 좋은 가곡들을 공유하자는 차원에서였다.
“성악가는 누구나 봅니다. 지금도 누군가는 제가 출판한 악보를 보면서 공부하고 있을 거예요. 경제적으론 하나도 도움이 안 되지만.(웃음) 그런데 어쩌면 저는 이렇게 돈을 못 벌까요?(웃음)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지금까지 부족하지는 않았어요. 흡족하진 않은데 모자라서 빚을 지거나 하진 않았으니까요.”
모두가 감동할 수 있는 공연 위해 도전
양 감독은 자신을 돌아볼 때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은 음악적 아이디어라고 밝혔다. ‘마왕’을 기획한 것처럼 모두가 음악 안에서 하나가 되게 하는 데 자신의 강점이 있다는 그의 진단이야말로 계속해서 ‘큰 그림’을 그리게 만드는 원동력인지도 모른다.
“베토벤이 8번 교향곡을 작곡하고 9번을 작곡할 때까지 11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죠. 그렇게 만들어진 9번 교향곡의 궁극적 메시지는 인류가 하나가 되어 환희를 부르라는 것이었죠. 그 메시지야말로 지금 우리나라에 필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그런 걸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언젠가는 통일이 될 텐데 무엇으로 우리의 감성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역시 음악이 그런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싶죠.”
그는 야외에서 공연하다 보면 우리나라 관객이 아직 감상의 문화, 보기만 하는 문화에 갇혀 있음을 느낀다고 한다. 그걸 다 같이 합창하는, 함께 노래하는 문화로 만들고 싶은 게 그의 꿈이다. 연주자와 관객들이 함께 감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코로나 극복 음악회를 전국 단위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그 성과를 통해 세계 무대로 나갈 수도 있고요.”
평화를 위한 판문점에서의 연주, 중국과 도쿄에서의 연주, 평양에서의 음악회를 꿈꾸는 그의 비전은 아직 할 과제가 많아 보였다. 그는 그 꿈을 이룰 때까지 멈추지 않고 전진할 계획이다.
“쉬어야 창의가 솟는다는 말에는 동의 못하겠어요. 머리가 안 좋으면 손발이 고생한다는데 제가 그 경우거든요.(웃음) 쉬면 안 되는 타입이에요.”
이렇게 늘 유쾌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인 그이기에 나이 듦이 걱정스럽기보다 기대가 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에스트로 금난새(73). 이제는 이름 석 자만 대도 모르는 이가 거의 없지만, 그도 한때는 ‘금수현의 아들’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젊어서는 그 그늘을 벗어나려 애써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아버지와 점점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그다. 어느새 일흔셋에 작고하신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버린 아들, 금난새는 아버지가 남긴 글을 악보 삼아 반세기를 초월한 앙상블을 이루고자 한다.
2019년은 금수현 선생(1919~1992)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존경하는 아버지를 기리는 마음을 담아 금난새는 최근 ‘아버지와 아들의 교향곡’을 펴냈다. 교향곡이라는 테마에 걸맞게 책 전체를 4악장으로 꾸몄고, 1~3악장은 아버지의 글을, 마지막 4악장은 자신의 글을 담았다. 특히 책에 담긴 금수현 선생의 글들은 특유의 상상력에 해학이 더해져 5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읽어도 진부함이 없었다.
“아버지께서는 교육자, 작곡가로서 음악 발전에 기여하셨죠. 1957년부터는 문교부 편수관으로 근무하시며 외래 음악 용어를 한글로 바꾸는 데 공헌하셨고요. 또 ‘한글 이름 짓기’의 선구자로, 성을 ‘김’(金)에서 ‘금’으로 바꾸고 자녀들 이름도 한글로 지으셨죠. 대외적으로도 훌륭한 일들을 해내셨지만, 집 안에서도 정말 매력 넘치는 분이셨어요. 약주를 하신 날이면 밤늦도록 우리 다섯 남매를 둘러앉히고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곤 하셨죠. 어찌나 재미나는지 깔깔거리고 웃다가 잠들었던 기억이 선해요. 어른이 되고 아버지의 글을 읽어보니 당시 들려주셨던 이야기가 곳곳에 많더라고요.”
금수현 선생은 1962년 모 일간지에 썼던 칼럼 100편을 모아 ‘거리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펴냈다. 근래 들어 당시의 글들을 읽으며 금난새는 새삼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듬었다. 위트가 넘치는 문장이지만, 일면 그 속에 담긴 교훈이 꽤 묵직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반세기 넘도록 묻혀 있던 글들을 다시 세상에 내놓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너무 옛날 책이라 세로쓰기에 한자도 많았어요. 그런 부분을 다듬는 과정에서 75편의 글을 추렸죠. 나머지 25편은 아들인 제가 써서 본래 책처럼 100편을 채우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두 사람의 글로 구성하니 출판사에서 제목에 ‘교향곡’이라는 말을 집어넣으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는데, 참 마음에 들었어요. 그렇게 좋은 테마로 한 책에서 아버지와 만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아들아, 실패는 귀한 경험이란다
물론 가족에게 각별한 책이지만, 금난새는 이번 기회로 아버지 이야기가 일반 대중에게도 즐거움과 지혜를 선사할 수 있길 바랐다. 그의 바람이 통했던 걸까. ‘금수현’보다는 ‘금난새’가 더 익숙한 요즘 독자 몇몇은 ‘금수현 선생의 재발견’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아버지의 이야기를 감명 깊게 보았다는 평을 남기기도 했다.
“독자들이 그렇게 읽어줬다니 정말 뿌듯한 일이죠. 특별히 이 책을 통해 나누고 싶었던 메시지는 아이디어의 중요성과 그것을 실천하는 도전정신이라 할 수 있어요.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버지는 돈키호테 같은 분이셨습니다. 구태의연함을 싫어하셨고 변화무쌍한 걸 좋아하셨죠. 자녀들도 그런 삶을 살길 바라셨기에 늘 ‘하고 싶은 것’, ‘좋아하는 일’을 하라 말씀하셨고요. 그런 아버지를 닮아서인지 저도 남들이 안 하는 일에 도전하는 걸 즐깁니다.(웃음)”
도전을 마다치 않을 수 있었던 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그런 배포를 지니게 된 것 역시 아버지의 영향이 컸단다. 실제 금수현 선생은 ‘실패도 귀중한 경험’이라는 글에서 “자식을 기를 때 사랑하는 것과 편안하게 해주는 것을 구별해야 한다”며 “아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모든 문제를 어른이 풀어주면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니 실패하더라도 스스로 해결하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런 아버지의 이유 있는 방관(?) 속에서 자유를 느끼는 동시에 자생력을 키울 수 있었던 금난새다.
“제가 창단한 ‘뉴월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창단 당시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 없이도 20년 넘게 이어오고 있죠. 오히려 남의 돈에 의존해왔다면 유지하기 어려웠을지도 몰라요. 지원이 끊기는 즉시 위태로웠을 테니까요. 오롯이 우리의 힘으로 지켜온 덕분에 오랜 세월 생존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에 대한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고요.”
그는 아버지에게 역시 어떤 물질이나 금전이 아닌 정신적인 유산을 물려받았기에 현재의 자신에 이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책의 4악장에 드러난 금난새의 진취적인 면모만 보아도 그 유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아버지의 긍정적인 모습만이 그에게 교훈을 준 건 아니다. 때론 아버지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인생의 지혜를 터득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너무 시대를 앞서가신 게 아닐까 싶어요. 지금 보면 높이 살 행동인데도 당시엔 외면을 받곤 했으니까요. 한때 정치에 뜻을 두고 국회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하셨는데, 그 여파로 가세가 기울었죠. 그걸 보면서 아무리 좋은 생각도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당시 아버지는 괴로움을 술로 달래셨는데, 그 모습을 기억하며 술을 자제하는 버릇도 지니게 됐고요.”
영원히 가슴에 남을 유산
좋든 싫든 아버지의 특정 면모만을 가려서 물려받긴 어려웠을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해하지 못했던 모습까지 닮아가는 자신을 통해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린다는 그다.
“평생 자기 소신과 낭만을 잃지 않고 사신 분이에요. 그런 점은 아버지라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본받고 싶습니다. 한편으론 이런저런 일을 펼치시느라 다사다난했던 상황을 지켜보며, 나는 지휘자의 길만 걷겠노라 다짐했었어요. 그런데 언젠가부터 글도 쓰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어느새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더군요. 유전자의 힘이랄까, 어찌 못할 천성인 거죠.(웃음)”
금난새는 아버지가 그랬듯, 두 아들에게 물질적 유산보다는 삶을 개척하는 용기와 자유로운 영혼을 물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생의 선물 같은 추억을 많이 남겨줄 수 있길 바랐다.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 아침이면 집 앞 계단에 선물 다섯 개가 놓여 있었어요. 도·레·미·파·솔 순서였는데, 둘째인 저는 ‘레’가 선물이었죠. 지금도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면 그 장면이 생생히 떠올라요. 저도 아버지처럼 우리 아이들에게 보물 같은 시간을 많이 남겨주고 싶어요. 어쩌면 먼 훗날 또 한 권의 책을 통해 나와 아들이 그런 추억을 이야기할 날이 오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