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은 약만 먹는다고 낫는 질환이 아니다. 혈당 관리와 함께 건강한 생활 습관을 길러야 한다. 그래서 자가 혈당검사가 중요한데, 과거에는 손끝 채혈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연속혈당측정기(CGM)가 개발되어 피를 뽑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의료진도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을 권장하는 분위기다.
자가 혈당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식사, 운동, 약물요법이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저혈당증과 고혈당증으로 인한 위험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당뇨병 환자는 기상 직후, 식전과 식후 혈당 측정을 권고한다. 만약 하루 세 끼 식사를 하면 총 7회 혈당 측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손끝 채혈의 고통으로 인해 하루 1~3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그마저도 아프고 번거롭다는 이유로 안 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확산 추세에 있는 연속혈당측정기는 손끝 채혈의 고통을 겪을 필요가 없다. 연속혈당측정기 센서 내의 바늘이 혈액이 아닌 세포 간질액의 포도당 농도를 측정하기 때문이다. 기기에 따라 1~5분마다 측정이 이뤄지며, 저혈당 또는 고혈당 발생 시 알람으로 주의를 준다.
기기는 혈당을 측정하는 센서, 송신기, 수신기로 구성된다.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소형화되어 센서와 송신기가 일체인 경우가 많고, 수신기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센서는 보통 팔에 도장을 찍듯이 부착하며, 평균적으로 10~15일 정도 사용할 수 있다.
당뇨병 발견 도움
과거에는 소변검사로 당뇨병을 진단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혈액검사를 통해 진단한다. 공복혈당, 식후혈당, 당화혈색소를 측정한다. 가정에서 혈당측정기를 사용해 측정한 결과는 아직 표준 결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당뇨병이 의심되는 유의미한 결과를 혈당측정기를 통해 얻게 됐다면 의료진과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식후혈당(2시간 후)이 200mg/dL 이상일 경우 당뇨병 진단을 받는다. 문준성 영남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사실 공복혈당보다 식후혈당 수치가 중요하다면서, 실시간으로 혈당을 알려주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식후혈당 역시 간편하게 알 수 있게 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문 교수는 “병원에서 검사할 때는 공복혈당을 기준으로 한다. 그런데 환자분들을 보면 공복혈당은 괜찮은데 식후혈당이 높은 경우가 많다. 조기 발견 및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는 식후혈당을 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직장 생활 등의 이유로 혈당을 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라면서 “언제 어디서나 혈당 측정에 제약이 없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건강관리 돕는 가이드
일각에서는 연속혈당측정기 결과를 신뢰해도 되는지 의심하기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연속혈당측정기는 혈당이 아닌 포도당을 재는 기기로, 혈액검사 결과와 수치가 차이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보다 5~15분 혈당 수치가 늦게 나오기도 한다. 또한 센서 착용 후 첫 24시간은 정확도가 떨어지며, 고용량의 비타민 C나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경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준성 교수는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10% 내외 오차 범위가 존재한다. 이를 허용하고, 혈당 흐름이 어떤지만 참고하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당뇨병 유무에 따라 활용 용도가 달라진다. 먼저 당뇨병이 없거나 당뇨 전 단계 사람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쓴다면, 건강관리를 돕는 가이드가 될 수 있다. 문 교수는 “과거에는 사진처럼 내 몸의 혈당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통해 CCTV처럼 혈당 변화를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내게 맞는 음식, 운동 등을 찾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준성 교수는 1형 당뇨병 환자는 연속혈당측정기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지난 2월부터 정부는 1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구입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2형 당뇨병 환자도 인슐린 펌프를 주입하는 경우라면 쓰는 것을 추천한다. 더불어 문 교수는 “인슐린 펌프가 필요한 환자의 경우 기기에 대한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현재 연속혈당측정기가 ‘의료비’가 아닌 ‘요양비’로 분류된 점에 대해선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속혈당측정기 부착 팁
- 센서의 유효기간을 점검해야 한다. 유효기간이 지난 센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 추천하는 부착 부위는 상완 후부나 복부다. 압력이 가해지는 부위인 허리나 둔부, 또는 앉거나 잘 때 눌릴 수 있는 부위에는 부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인슐린 주입 부위에서 최소 5cm 이상 떨어진 곳에 부착해야 한다.
- 센서를 부착할 때는 부착 부위를 알코올 솜으로 잘 닦고 말린 다음 피부에 빈틈없이 부착해야 한다. 그러면 사용 중 센서가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 센서가 삽입된 부위가 불편하거나 피부 자극이 느껴지는 경우 즉시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연속혈당측정기(CGM) 어떤 것이 있나?
1_덱스콤 G7 미국의 덱스콤은 세계적인 리딩 그룹으로 CGM만 판매하는데 연 매출이 4조 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휴온스가 덱스콤 판매권을 갖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덱스콤 G7은 G6보다 60% 작아진 초소형 모델이며, 카카오헬스케어 앱 ‘파스타’와 연동 가능하다. 가격은 10만 원으로 10일 사용 가능하다.
2_가디언4 시스템 미국 메드트로닉사의 가디언 시스템은 세계 최초의 CGM이다. 가디언4 시스템은 지난해 출시됐다. 손끝 채혈 없이 매 5분마다 측정한 당 수치를 자체 환자용 앱으로 전송해주며, 저혈당과 고혈당에 이르기 최대 1시간 전 예측 알람을 제공해 환자가 혈당 변화에 대처하도록 돕는다. 센서는 개당 7만 원으로 7일간 사용 가능하고 메드트로닉코리아 공식 온라인몰에서 구입 가능하다.
3_프리스타일 리브레2 대웅제약이 판매권을 가진 미국 애보트사의 프리스타일 리브레는 전 세계 최다 판매 CGM 기기다. 2014년 출시된 ‘프리스타일 리브레1’은 휴대폰을 센서에 가져갈 때만 혈당을 확인할 수 있어 간헐적 스캔형 연속혈당측정기로 불렸다. 최근 베일을 벗은 ‘프리스타일 리브레2’는 1분 단위로 혈당 수치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센서는 14일간 사용 가능하며, 10만 4500원이다.
4_케어센스 에어 국내 기업 아이센스에서 개발한 국내 최초의 CGM. 기존 제품 대비 크기가 작고, 센서와 트랜스미터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해 공개 이후 빠르게 성장중이며, 파스타 앱과 연동 가능하다. 15일용 가격은 8만 5000원이다. ※센서 가격은 공식몰 기준
비침습 연속혈당측정기가 온다
연속혈당측정기의 차세대 모델은 비침습이 될 전망이다. 말 그대로 센서의 바늘이 없어지는 것이다.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이 비침습 방법을 개발 중인데, 국내 스타트업 아폴론은 레이저 등 빛을 쏴 간질액 속 포도당을 검출하는 라만분광법을 이용한다. 초소형 라만분광장치에 대해 특허를 확보했고, 현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레이저생의학연구센터(LBRC)와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홍아람 아폴론 대표는 “기존의 연속혈당측정기를 넘어서는 비침습을 만들고 있지만, 연속혈당측정기 자체는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기존의 단점을 보완할 것이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센서는 착용 시 불편함이 따르고, 피부가 예민한 경우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비침습은 그런 우려가 없다. 더욱이 현재의 모델은 피부에 바늘이 90도로 들어가지만, 비침습의 광은 60도로 피부에 침투해 더 넓은 면적을 확인할 수 있어 혈당 측정의 오차 범위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기기의 이름은 모글루(Moglu)가 될 전망이며, 가로세로 5cm로 소형화됐다. 아폴론은 5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센서는 보통 10~15일 사용 가능한데, 비침습의 경우 교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1년간 사용할 수 있어 결과적으로 더 경제적이라고 홍 대표는 생각한다.
혈당 관리가 중요한 당뇨병 환자 600만 명 시대. 홍아람 대표는 “혈당 관리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결국 디바이스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강한 책임감을 보였다. 그는 “혈당 관리는 비단 당뇨병 환자만의 숙제는 아닌 것 같다. 비침습이 개발되면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더욱 편리하게 기기를 사용하게 될 것이고,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센서는 반도체의 일종이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국에서 제일 잘 만들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도 있겠다고 기대한다”면서 국내에서 연속혈당측정기 분야의 개발이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방안 중 하나로 은퇴한 노인이 해외로 이주하는 은퇴 이민을 고려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아 논란이 됐다.
지난 2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기 간행물 ‘재정포럼’ 5월호에 실린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정책 방향에 대한 제언’을 쓴 장우현 선임연구위원은 ‘은퇴 이민’을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방안 중 하나로 언급했다.
하지만 이는 노인을 생산을 위한 도구로만 보고 삶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제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장우현 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현재의 인구 문제를 ‘생산가능인구 비중 감소’라고 명확하게 정의해야 하며 “생산을 해서 경제 전체를 부양할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생산적이지 않은, 부양해야 할 고령층은 지나치게 많아지는 유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인구 문제의 핵심”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이어 “여러 여건의 사전적 준비가 전제조건이지만, 노령층이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하고 기후가 온화한 국가로 이주하여 은퇴 이민 차원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다면 생산가능인구 비중을 양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민을 통한 인구 유입 정책에서는 “노령층의 인구 유입은 정책 대상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생산인구 비중 감소 문제를 심화시킨다”면서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을 젊은 층을 경쟁하여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인구에 포함되는 청년을 늘릴 수 없으니 피부양 인구인 노인을 줄이는 방법을 ‘누락된 정책 분류 영역’으로 보고 검토해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는 노인을 국민으로서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분리하는 정책이며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데 효과적인 제안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자발적으로 은퇴 이민을 선택하는 것과 사회적으로 은퇴 이민을 장려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해외의 어느 나라도 자국민의 은퇴 이민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는 없다.
은퇴 이민은 근로 소득을 제외하고 본인이 소유한 자금이나 불로소득을 증빙해 정기적인 수동 소득으로 비자를 받아 이민하는 것을 말한다. 노후에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살 만큼의 자산이 없다면 이민을 고려할 수도 없다. 게다가 은퇴 이민이 가능한 국가도 손에 꼽는다.
보고서에서 강조한 생산가능인구라는 수치적인 측면만을 고려해도 양적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정책일지 알 수 없다. 극소수의 경제력이 풍부한 고령자들만이 이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도 은퇴 이민은 고령자를 전혀 배려하지 않는 정책이다. ‘사전적 준비가 전제조건’이라고 했지만 고령자의 환경을 고려한 정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근거도 충분하지 않다.
이호선 한국노인상담센터장은 “사회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고령층을 궁극적으로 사회에서 발붙이지 못하도록 떨어트리는 양태를 ‘사회적 분리(유리) 이론’이라고 하는데, 이는 국민을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사회를 넘어 국외로 분리하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면서 “한국인이라는 국민적 특성, 고령자의 삶에 필요한 환경적 인프라를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나이 들어 낯선 곳으로 이주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고령자의 기대수명을 줄일 수 있다”면서 “말이 통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고령자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은 의료 시스템”이라고 짚었다.
노후에 고령자가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는 부분이 의료비다.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만큼 건강보험제도를 포함해 의료 인프라가 높은 수준으로 형성된 나라는 많지 않다.
장 연구위원은 독일 노인의 폴란드 이민 사례나 태국 은퇴 이민을 예시로 들었지만 의료 환경을 생각하면 어느 곳도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
외국의 의료 서비스를 경제적 부담 없이 이용하려면 개인이 민간의료보험을 준비하거나 엄청난 비용의 의료비를 고스란히 지출해야 한다.
이마저도 고령자는 이미 유병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험’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
이 센터장은 “의료, 교통, 주거 환경, 전산 시스템 등 우리나라만큼 인프라가 잘 구축된 나라를 찾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시스템, 언어, 기후가 낯선 나라에서 의료적 지원 없이 적응하기란 고령자에게 굉장히 위험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노인을 ‘피부양인구’로만 바라보고 인구에서 비중을 줄이는 방법을 ‘정책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노인을 배척하는 일이 될 수 있기에 신중한 정책 제안과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달부터 한약재를 섞어 만든 첩약의 건강보험 적용 가능 범위가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4월부터 한의원 등에서 한방 첩약을 처방받을 때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한 대상 질환을 3종에서 6종으로 늘린다고 밝혔다. 첩약은 여러 한약재를 혼합해 제조한 탕약을 말한다.
기존에 건강보험을 적용할 수 있었던 질환은 안면 신경마비, 뇌혈관질환 후유증, 월경통 세 가지였는데, 이달부터는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까지도 건강보험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건강보험 적용 대상 기관도 기존 한의원에서 한방병원, 한방 진료과목을 운영하는 병원으로 확대된다.
첩약 급여 일수도 기존 환자 1명당 연간 1종 질환으로 최대 10일이었던 것을 앞으로 1명당 연간 2종 질환으로 최대 40일까지 확대한다. 질환별 첩약은 10일분씩 2회까지 처방받을 수 있다.
환자 본인 부담률도 달라진다. 기존 환자 본인 부담률은 50%였지만, 이제는 30~60%로 차등 부담한다.
보건복지부는 “한방 의료 지원 확대를 통해 국민의 의료 선택권을 넓히고, 환자 의료비 부담을 줄여 국민 건강 관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첩약 건강보험 적용 시범사업을 2026년까지 연장하고 한의약 접근성을 높이는 방안을 담아 사업을 개편한 바 있다.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생활 습관을 바꾸고 질병을 예방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메티컬 피트니스’(Medical Fitness)가 주목받고 있다.
“이제 지팡이 없이 걷게 됐어요!” “몇 년 만에 스스로 세탁물을 널었어요.” “먹는 약의 양이 줄었네요.” 메디컬 피트니스 이용자들의 소감이다.
메디컬 피트니스는 재활, 간호 케어, 간호 예방, 생활습관병 개선, 건강 유지, 활동성 향상 등 폭넓은 분야를 아우른다. 재활 시설, 간호·간호 예방 시설, 질병 예방 운동 시설, 지정 운동요법 시설, 운동형 건강증진 시설 등에서 메디컬 피트니스를 도입하는 추세다. 메디컬 피트니스의 목적은 건강 유지, 질병 예방이다.
메디컬 피트니스 키우는 정부
일본건강스포츠연맹에서 운영하는 메디컬피트니스협회는 ‘건강 만들기’를 실현하기 위해 메디컬 피트니스를 보급한다. 의료와 임상 스포츠 등 운동 분야를 연결해 운동 습관 보급, 지도자 육성, 체력 증진, 질병 예방, 질병 조기 발견 등을 포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개인의 건강관리가 의료비 절감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며 해당 산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협회는 간호 예방 운동 트레이너와 워킹 트레이너를 육성한다. 간호 예방 운동 트레이너는 간호를 받아야 하는 시점을 늦추는 것이 목표다. 현재 간호를 받아야 하는 상태라도 더 악화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간호 예방 운동 트레이너는 치매, 행동과학, 영양 관련 지식과 근력 향상, 전도 예방 등 운동 관련 지식을 모두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워킹 트레이너는 고령자의 자립 유지를 돕는다. 이를 위해서는 운동 습관, 식생활 개선 등이 필수다. 따라서 단순 운동을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보행을 통해 건강을 지키고, 적절한 운동 습관을 만들어 유지하도록 지도한다.
정부는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메디컬 피트니스를 주목하고, 고령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해당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거나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3년 건강증진법을 시행했는데, 이 법에 근거해 질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시설(지정 운동요법 시설)에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따라서 지정 운동요법 시설에서 메디컬 피트니스 서비스를 받는다면 치료비로 인정받아 의료공제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일본에 지정 운동요법 시설은 약 210곳이다. 이곳에서는 고혈압・지질이상증・당뇨 등 생활습관병으로 분류되는 질병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고, 의사의 운동처방전에 따라 주 1회 이상, 8주 이상 운동하도록 한다.
데이터 기반 개인 맞춤형 지도
메디컬 피트니스의 핵심은 ‘의료’가 결합돼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 운동 기구만이 아니라 개인의 건강 정보를 기록하는 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개인에게 적합한 방식의 의료・운동 지도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 니가타시의 메디컬 피트니스 ‘쿠오레’(Cuore)는 네쿠야마 미야오 병원 내에 있다. 회원 평균 나이는 56.7세다. 60대가 가장 많고 70대 이상은 14%를 차지한다. 후기고령자인 만큼 생활습관병이 있는 사람이 많다. 병원 소속 의사가 혈액 검사, 체지방 분석, 복부 내장지방 검사 등을 하면 그 결과에 따라 건강 운동지도사가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계한다. 매월 ‘피트니스 리포트’를 제공하는데, 이에 맞춰 영양과 생활 지도도 이어진다. 6개월 후 운동 효과를 확인하고, 효과를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 변경이 이뤄진다. 신조정형외과의원은 정형외과를 찾는 환자들이 대체로 무릎 통증과 요통이 많다는 점에 착안해, 근력 저하가 악화되지 않도록 단련하는 메디컬 피트니스 리후레(リフレ)를 운영한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메디컬 피트니스 센터 개설을 지원하거나 센터와 연계한 이벤트를 여는 방식으로 고령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운동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야마가타현의 무라야마시는 지역에 있는 폐교를 메디컬 피트니스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군마현 다카하시시에는 구로자와 병원이 운영하는 ‘메디컬 피트니스 & 스파 발레오 프로’가 있다. 운동 프로그램뿐 아니라 센터에 다니는 회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볼링 등 스포츠 동호회 이벤트, 뷔페 행사 등을 연다. 지난 6개월간 시설 탈퇴 회원은 1%도 안 된다. 이시카와현의 고마쓰시 ‘다이내믹 클럽’도 의료 점검과 운동 지도뿐 아니라 서예・회화 등의 20여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7월 도쿄에 문을 연 피트니스 클럽 ‘리버스’(Re-Birth)는 물리치료사・운동지도사 등 전문가가 상주하고, 의사의 운동처방전을 기반으로 맞춤형 트레이닝을 한다. 운동 기구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이 탑재돼 있어, 운동 머신이 회원의 당일 몸 상태에 따라 의자 높이를 조절하거나 운동량과 강도를 정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 기기를 이용해 24시간 생활 데이터를 기록, 일상에서도 건강을 관리하는 메디컬 피트니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집에서 간병을 받는 사람도, 간호를 하는 사람도 65세 이상인 ‘노노(老老)개호’ 비율이 처음으로 60%를 돌파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고소득 노인을 대상으로 개호(요양)보험료를 더 받기로 했다. 2024년부터는 연 수입이 420만 엔(약 3800만 원)을 넘는 65세 이상 고령자라면 월 최대 5만 원을 더 낼 것으로 예상된다.
노노간병 63.5%, 간호 인력 부족해
일본 후생노동성의 ‘2022년 국민생활 기초 조사’에 따르면 2022년 65세 노인 가구 수는 약 1700만 가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집에서 65세 이상 고령자가 고령자를 돌보는 노노간병 비율은 63.5%로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간호하는 사람도 간병 받는 사람도 75세 이상 후기고령자인 비율은 35.7%에 이른다.
2025년 일본 인구의 약 20%가 75세 이상이 된다. 따라서 노노간병 비율은 지속해서 증가할 전망이다.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이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 노노간병을 하고 있는 사람 중 77.3%는 ‘간호하는 나 자신도 치매 등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부족한 간호 인력을 늘리기 위해 간호사와 의사 수를 늘리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노노간병 비율이 늘어 돌봄 일손이 필요한 상황이다.
많이 버는 노인, 개호보험료 더 내야
한편에서는 노노개호로 어려움을 호소하지만, 한편에서는 세금에 대한 부담을 토로중이다. 일본의 개호보험은 우리나라의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비슷한 사회보장 제도로 일본은 만 40세가 되면 이 보험료를 국가에 내야할 의무가 있다.
개호보험료는 40세~64세 현역 세대(중장년 경제활동인구)가 내는 보험료와 65세 이상 고령자가 내는 보험료로 나뉜다. 그런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늘어 의료비 지출이 증가하고 있어 젊은 세대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자기부담금이다. 보험료 중 자기부담금 비중은 소득을 기준으로 한다. 고령자는 당장 버는 소득이 적지만 자산 규모가 크고 현역 세대는 자산 규모가 작지만 현재 버는 소득이 높은 편이다. 의료비 지출을 많이 하는 건 65세 이상 고령자지만, 자기부담금은 적게 내는 구조인 셈이다.
고령자가 늘어나면서 개호보험 비용은 증가세다. 2022년 자기부담금을 포함한 개호보험 총비용은 13조 3000억 엔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현역 세대의 요금 부담률이 더 높아진다는 불만과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자 일본 정부는 개호보험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22일 사회보장심의회를 열고 2024년부터 연간 총소득이 420만 엔 이상인 65세 이상 고소득자의 개호보험료를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의 개호보험 기준액은 소득을 9등급으로 나누어 부과하는데, 가장 높은 9등급이 320만 엔 이상이었다. 후생노동성은 이번 개혁안을 통해 420만 엔 이상, 520만 엔 이상, 620만 엔 이상, 720만 엔 이상의 4개 기준을 추가했다. 반면 소득이 낮은 고령자는 개호보험료 부담액을 줄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고령자끼리 간호 부담을 나누어 개호보험 제도가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편집자 주: 국민의 30% 가까이가 65세 이상인 나라, 일본. 세계에서 고령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인 일본의 소식을 발 빠르게 전합니다
2005년 일본은 세계 최초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에 진입했습니다. 고령화 문제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머지않아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가 75세가 넘는 이른바 ‘2025년 문제’도 다가옵니다. 2025년이 되면 의료비와 개호(돌봄)비 등 사회보장비용이 급증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2020년 132조 엔이었던 일본의 사회보장비용은 2025년 148조 엔으로 늘어납니다. 한화로 약 1355조 1472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입니다.
일본에서는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사회보장비용을 줄이기 위한 연구에 열심입니다. 일본 아이치현 쓰시마시와 나고야 대학 의학부 부속 병원도 그중 하나입니다.
공동 연구 프로젝트에 따르면 쓰시마시의 사회보장비용도 급증할 전망입니다. 2022년도 167억 엔(약 1529억 원)인 것이 단카이 세대가 80세를 맞는 2030년도에 197억 엔(약 1803억 원)으로, 30억 엔(약 275억 원) 가량 증가한다고 합니다. 일본이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초고령화 시대에는 1인 노인 가구, 노인 부부 가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시설 이용이 어려운 노인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방문 진료, 재택 의료 등 다양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이미 다양한 방문 진료, 재택 의료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지난 11월 7일 진행한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참고해 우리나라 재택 의료 시범사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정책이 일본처럼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실효성에 대해 들여다봤다.
지난 11월 보건복지부가 제3차 장기요양 기본계획에 따라 2024년 2차 시범사업에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의 집으로 의료진과 사회복지사가 방문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지역 사회 자원을 연결해주는 사업이다.
2차 시범사업에서는 참여 대상을 기존 장기요양 수급자 1~4등급과 함께 5등급과 인지 지원 등급까지 포함할 계획이다. 치매로 병원 방문이 어려운 노인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2022년 12월 시작한 이번 사업에는 28개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 7곳, 경기 10곳, 충북 2곳이 있고, 나머지 9개는 각 시도별로 1개 의원이 참여했다. 다만 부산, 대구, 울산, 세종, 경북에는 참여 의원이 없는 상태다.
환자 만족도 높지만, 유지 어려워
우리나라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의료팀을 구성하고 의사는 월 1회, 간호사는 월 2회 가정 방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복지사는 통합 돌봄서비스 연계 관리를 담당한다.
현재 2차 시범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지난 9월 기준 1993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하지만 2024년 100군데의 의원 참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하다. 재택 의료를 위해 병원 진료를 포기해야 하는 의료진의 의료 수가(진료비)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환자와 보호자는 집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았지만,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를 진료하는 대신 1명을 방문해 진료하는 데 있어서 진료비가 그리 높지 않다 보니 참여 의원이 적을 수밖에 없다.
방문 진료보다는 재택 의료 진료비가 높지만 앞서 언급했듯 3명이 팀을 이뤄야 해서 인건비 유지비가 크다는 문제가 있다. 더불어 간호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동행할 경우 간호조무사에 대한 수가는 책정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사업 참여율을 낮추는 요인이다.
또한 본인부담금이 10% 수준인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현재 3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해 관련 비용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택 의료 사업은 왕진료에 재택 의료 기본료 14만 원이 추가된다. 만약 6개월 이상 지속 방문하거나 추가로 방문 진료를 원한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비용에 대한 환자의 부담도 있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의 ‘방문 진료·재택 의료 의사 인식조사’에 따르면 재택 의료보다 먼저 시범 사업을 한 방문 진료의 경우 참여하고 있는 의료 기관이 전체의 1.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범사업을 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겪은 부분은 ‘방문 진료가 필요한 환자 발굴이 어려움’(32.3%)이었고,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외래 환자 진료시간 감소에 대한 기회비용’(22.6%)때문이라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추가로 장기요양 재택 의료센터 시범사업에 참여한 6개 기관을 대상으로 심층 설문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이 사업이 유지되려면 한 센터당 환자가 50~70명이 유지되어야 하고, 사업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방문 진료와 마찬가지로 활성화가 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는 것이다.
이유로는 △환자 발굴 한계 △필수 인력 기준에 따른 인건비 부담 △환자 본인부담금 높아 참여 저조 △홍보 부족으로 환자가 기관 찾기 어려움 △급여비 청구 시스템 시간 소요 많음 △ 지방자치단체의 시범사업 개념 부족 △의료서비스 필요 기관(치매안심센터, 복지관 등)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력 부족 등이 문제로 꼽혔다.
의료·보험·기관 등 협업 있어야
국내의 방문 진료와 재택 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지난 11월 7일 ‘바람직한 재택 의료 정책 방안 토론회’를 열고 일본의 사례를 공유하며 국내 발전 방안을 논의했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제시했다. 일본에서 2013년부터 시작한 ‘지역포괄 케어시스템’과 같은 것인데, 일본의 지역포괄 케어시스템의 핵심은 재택 의료다. 재택 의료는 치료보다 질환 관리와 질병 예방 등을 지역 자원과 연계해서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 의료·보험·기관 등 각 영역의 협업이 필수라는 의미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카미가이치 리에 재택클리닉 재활의학과 전문의는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재택 의료 수요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일상적 요양 지원, 증상 급변 시 대응, 퇴원 지원, 케어 등 네 가지 기능이 요구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개호서비스와 의료서비스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방문 진료의 경우 외래와 비교하면 비싼 편이지만, 입원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라고 일본의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지역포괄케어 시스템이란 간호가 필요한 상태가 되더라도 익숙한 지역에서 본인다운 삶을 마지막까지 지속할 수 있도록 의료, 개호(간호), 예방, 거주, 생활 지원을 일원화해 제공하는 시스템”이라며 “한정적인 자원과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지역사회 내에서 고령자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현재 장기요양 재택 의료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충형 대한의사협회 커뮤니티케어 특별위원회 위원은 “(우리나라는) 커뮤니티 케어, 돌봄 재택 의료 등 용어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부족하고, 합의도 부족한 것 같다”면서 “재택 의료 수요는 늘고 있지만 재택 의료 대상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통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가정만 하는 것이지 정확한 수요 예측은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서비스 공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정책 준비도 미흡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충형 위원은 “사망 전 1년 동안 쓰이는 의료비가 마지막 3년 동안 사용하는 의료비의 8~90%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국민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머물던 집에서 임종을 맞이하고 싶어 한다”면서 “재택 의료가 활성화된다면 시설 입소를 줄일 수 있고, 임종까지 1년이 남지 않은 분들에게 존엄한 죽음과 의료비 절감 두 부분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은 이를 위해서는 재정이 필요한데, 국민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양쪽에서 지원해주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한 지금까지 1차 의료 기관이 질병을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고, 병·의원 시설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건강관리와 예방, 재활과 재택 의료를 포함하고 의료 인력 외의 전문가 인력까지 팀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주로 문제로 꼽힌 것은 ‘수가’다. 팀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인건비도 충당하기 어려운 수가 때문에 의료진의 참여가 적을 수밖에 없고, 혹여 좋은 마음으로 참여한다 해도 고립된 환자를 발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어려운 점이다.
그럼에도 일본처럼 지역에서 자원들을 연계해 재택 의료를 활성화하고, 잠재적인 재택 의료 수요를 감당하려면 지자체별로 30~50개 정도의 1차 의료 기관이 재택 의료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고령화 시대 의료비 절감과 고령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택 의료는 꼭 필요한 서비스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현재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참여 의원도 많지 않고, 이런 사업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정부, 건강보험공단, 1차 의료 기관 등이 함께 노력해 우리나라도 향후 일본처럼 재택 의료가 잘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곧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UN 분석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5년에 초고령화 국가로 접어든다. 내년이면 노인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한다.
백세 시대를 모두가 평온하게 누리는 생활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50대 후반부터 명예퇴직을 걱정해야 하고, 60대부터는 정년퇴임 후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 은퇴의 의미는 ‘직임에서 물러나거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떼고 한가히 지냄’인데, 평생 인생에서 진정한 은퇴가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은퇴 후의 삶은 아름다운가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노후연금이 입금되는 날이 대목이어서 이에 맞춘 연금 비즈니스가 활황이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안정된 연금으로 평온한 노후를 즐길 수 있을까.
한평생 열심히 일했으니 여행이나 다니며 편하게 쉰다는 것은 일부 부유한 고령자에 한정된 이야기다. 설상가상 대부분의 고용조건은 고령자에게 가혹하기만 하다. 젊고 쌩쌩한 사람보다 느리고 생산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이유로, 우리 사회의 고용조건은 고령자를 정당하게 대우하기보다는 ‘집에서 노느니 이런 거라도 하셔야죠’라는 식으로 후려치는 느낌이 있다. 그야말로 ‘어차피 돈 못 버는 은퇴 상황이니 적은 돈이라도 악조건에 벌어라’는 식이다.
직장이라는 안정된 울타리에서 벗어난 것도 서러운데 허허벌판에서 나 홀로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두려움, 나보다 어린 사람과 근무조건을 조정해야 하는 당혹스러움, 빠르게 변하는 기술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은 모두 개인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다. 속편하게 공공근로를 하는 게 차라리 나을까, 그나마 일이라도 구할 수 있으니 조건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일할까 하는 어수선한 마음도 모두 개인의 부담이다. 과연 이게 맞는가.
고령자 채용 생태계
일본 제일의 고령자 채용 기업 가토제작소(기후현)는 2000년 초부터 적극적으로 고령자를 채용해왔다. 주말 한정 채용이긴 했지만 단지 고용에 그치지 않고 지역 내 기업에도 채용 노하우를 공유하며 고령자 고용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지역에서 일하고 싶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고령자가 1000명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 된 회사 대표가 마침 주말에도 가동하는 공장에 필요한 고령자들을 채용했다. 지원자는 100명이었고 그중에 15명을 채용했다. 지금은 전체 직원의 절반이 60세 이상 고령자다.
가토제작소의 성공적인 고령자 고용 사례를 보고 지역의 기업들도 앞다퉈 고령자를 채용하고 있다. 연금으로 파친코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인구 대비 파친코 매장 수가 일본 최고 수준이었던 지역인데, 고령자 채용으로 의료비 지출까지 줄어든 지역으로 환골탈태했다.
‘젊은이가 돌아오는 마을’에 소개된 도쿠시마현 가미가쓰에서는 할머니들이 요리에 쓰이는 잎을 가공하는 사업으로 연 수입 1억 원을 벌기도 한다. 단지 매출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 지역 성공 사례를 보고 이주도 증가했으며, 노인들이 일하다 보니 건강해져서 지역 공공의료원이 필요 없어질 정도의 놀라운 효과까지 나타났다.
슈퍼 에이지, 액티브 시니어
‘더 슈퍼 에이지’ 창립자이자 ‘슈퍼 에이지 이펙트’의 저자 브래들리 셔먼은 고령화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부정한다. 고령자가 시장의 주요 참여자가 되면 고령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된다고 주장한다. 은퇴는 서구의 연금제도 때문에 형성된 개념으로, 대부분의 인류 역사에서 사람들은 더 오래 일해왔다고 그는 말한다.
여기에서 셔먼이 말하는 슈퍼 에이지는 65세 이상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기준으로 인도, 멕시코, 브라질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가 초고령사회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는 50~74세 인구가 소비시장의 주역이 될 것이라고 그는 전망한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의 취업률은 34.95%로 OECD 1위다. 수치만 놓고 보면 고령자 고용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수입 수준과 일자리의 질을 보면 별로 행복한 수준이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여전히 고령자를 사회의 짐으로 여기고 있고, 노인이라는 무기력한 말로 부르며 젊은이들이 부담해야 할 연금을 받기만 하는 수동적인 수혜자로만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울하고 가혹한 시나리오다.
이제는 은퇴, 노인이라는 단어를 대체할 능동적인 용어가 필요하다. 정년 연장을 통한 계속고용 안정화 및 복지 프레임을 벗어난 고령인구 정책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노동 공유(Work Sharing), 손자양육 휴가 등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모두 함께 사는 사회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고령자는 부양 대상이나 일방적으로 대접만 받는 수혜자가 아니라, 정당하게 존재하는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이다.
아직 국내에 실버타운에 대한 법적 정의가 미비하다. 때문에 요양원, 양로원, 요양병원 등과 헷갈려 하는 이가 적지 않다. 여러 형태의 노인 주거 시설 중에서도 가장 헷갈려하는 요양원과 비교해 실버타운의 특징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➀ 입소자격
실버타운: 만 60세 이상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건강한 노인
요양원: 장기요양등급 1~2등급 판정 노인
➁ 주거 형태
실버타운: 단독 공간으로 원룸 또는 투룸
요양원: 1인 이상 다인실
➂ 비용 부담
실버타운: 보증금 및 생활비 자기 부담 100%
요양원: 정부 보조금 지원 가능
➃ 제공 서비스
실버타운: 식사, 청소, 문화·여가 및 편의시설
요양원: 여가 및 돌봄 서비스
+ 요양병원은?
지속적인 의료행위가 필요한 노인에게 의료 및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의료비 일부 정부보조금, 간병비·소모품 개인 부담.
최근 일본 내에서 노후 파산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금 외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수명이 길어지면서 파산하는 고령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라는 주제로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방송에 따르면 600만 명에 육박하는 독거노인 중 약 300만 명이 기초연금으로 살고 있었다.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하루 1000원으로 끼니를 해결한다. 전기가 끊기고 대인 관계도 끊겼다.
문제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던 사람들이 파산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방송은 ‘장수는 악몽’이라며 방송에 담지 못한 내용을 ‘노후 파산’이라는 책으로도 출간했다.
일본에서 ‘노후 파산’이라는 말이 대중들에게도 퍼지기 시작한 건 이 방송 이후부터다. 생활 보호 기준보다 낮은 수입으로 생활하는 고령자를 가리키는 신조어가 됐다.
현재 일본의 고령자는 일본 경제 성장기에 경제생활을 했기 때문에 집도 있고, 연금도 있고, 60세 정년까지 은퇴 염려 없이 일했다. 그런데도 왜 노후 파산이 지속해서 문제가 되는 걸까?
내각부의 '2022년 고령사회백서'에 따르면 고령자 가구는 약 2500만이다. 그 중 독거노인은 670만 명에 이른다. 2명 이상이 생활하는 고령자 가구 중 57만 가구와 독거노인 중 33만 명은 예금도 없이 생활하고 있다.
종합 정보 사이트 SGO는 위 통계를 바탕으로 약 225만 명의 고령자 가구가 돈이 없고 음식을 살 수 없는 경험을 하고 있으며 고령자 가구의 절반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파산 사건 및 개인 재생 사건 기록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파산채무자는 2002년 약 17%에서 2020년 약 26%로 증가했다. 50세 이상 파산채무자까지 포함하면 약 47%에 이른다. 파산의 원인으로는 생활고(62%), 의료비(23%), 실업(18%) 등이 꼽혔다.
고령의 생활 보호 대상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후생노동성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생활 보호 수급자 중 60세 이상은 60.4%에 이른다.
연금 외 수입이 끊긴 상태로 오래 살면서 몸이 아프게 되면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다는 결과다. 게다가 ‘누구나’ 파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대표는 "고성장기에 60세까지 염려 없이 회사에 다니고 월 200만 원에 가까운 연금을 받는 일본인데, 어째서 노후파산이 심각해진 건지 들여다봤다. 퇴직연금 제도가 없는 중소기업을 다녔거나, 자영업, 농업종사자 등 연금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이 나이 들어 우리나라의 기초연금에 해당하는 국민연금(일본의 국민연금은 후생연금이라고 부른다)으로만 생활하고 있었다. 국민연금(우리나라의 기초연금) 최대 수령 가능 금액은 65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다가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 파산에 이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대표는 "집 한 채씩은 다 가지고 있는 연령대이기도 한데, 문제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낮아진데다, 오래된 집이라 팔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라며 "오죽하면 일본 언론에서 이제는 부동산(不動產)이 아니라 부동산(負動產) 시대가 왔다고 표현한다"고 덧붙였다. 일본경제신문은 독거노인이 고독사 하거나 자녀가 상속받지 않아 빈 채 방치되고 있는 빈집이 많아지면 결국 마이너스 동산 시대가 올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평범하게 살던 사람도, 고소득자도 노후 파산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세금과 사회보험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고소득자의 경우 많이 버는 만큼 세금이 많고 정부 정책 등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노후 파산의 원인으로는 △노후에 사용할 저축액이 적다 △의료비와 개호비용이 증가한다 △생활 수준을 낮추지 못한다 △주택담보대출 등 주거비 부담이 크다 △자녀 교육비 부담이 크다 △황혼이혼이 늘어난다 △사기 피해에 쉽게 노출된다 등이 꼽힌다.
이에 일본에서는 정년 전부터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후 파산의 원인으로 꼽히는 위 7가지를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개인연금 등으로 노후 수입원을 확보하고, 노후에 쓸 수 있는 저축을 꾸준히 해야 한다. 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 상환을 서두르고 절약하는 생활을 해야 한다. 조기 건강검진 등으로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하다.
또한 정부는 지자체에 지역포괄 지원센터, 자립 지원 상담 창구, 생활 보호 제도, 생활 곤궁자 자립 지원 상담 제도 등을 마련했고, 파산에 이르지 않도록 고령자들이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