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세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한 병원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을 운영하고 있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란, 병원 내 전문간호인력이 환자의 식사보조 같은 기본 관리부터 치료에 필요한 전문적인 간호까지 전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보호자가 환자를 간병할 수 없는 경우 개인적으로 간병인을 써야 해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데 통합병동은 그 문제를 해소해 준다. 아버지의 투병기간이 얼마나 길어질지 몰라 안절부절못하였는데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질병의 종류나 중증도 등 별도의 제한이 없다고 했는데 현실은 좀 달랐다. 혼자 화장실을 가기 어렵거나 스스로 밥을 먹을 수 없는 환자는 이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우리 아버지의 경우 거동이 가능했고 혼자 앉아 식사했지만, 화장실에 갈 때 누군가 거들어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개인적인 돌봄서비스는 곤란하다고 통합병동 입원이 거절됐다.
아버지는 4인실 일반 병실에 입원했다. 제일 먼저 한 것이 간병인을 구하는 일이었다. 간호사실에서 알려준 전화번호로 연락하니 1시간이 채 안 돼 간병인이 찾아왔다. 간병인은 식사보조와 화장실 수발은 물론 면도와 머리 감기 등 일상생활을 도왔다.
아버지는 가끔 ‘너희들이 올 때만 잘한다’라고 투정인지 고자질인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맘에 안 드는 일이 있는 것 같아 간병인을 바꿔드리겠다고 하면 ‘그만하면 잘하고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건 통증을 잡아줄 약과, 지금 자기 곁에 있는 간병인이라고 대놓고 말했다. 타인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은 마지막 자존심 때문에 아버지는 끝까지 스스로 화장실을 드나들려고 노력했다. 70살이 넘은 간병인은 아버지를 능숙하게 다뤘다
아버지를 보고 돌아올 때마다 아버지보다 간병인에게 더 깊이 인사를 했다. 아무리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지만 내 부모를 위해 쪽잠을 자고 밥상을 치워주고 잠옷을 갈아입혀 주는 사람이다. 주말이면 하루는 병원에서 잤다. 좁은 침상에 누워보니 그 수고로움이 고마웠다.
그런데도 1일 10만 원 하는 간병비는 부담스러웠다. 자식 중 아버지를 전담할 사람도 없었고, 돌아가면서 아버지를 돌볼 수도 없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간병비를 감수해야 했지만, 병원비를 빼고도 한 달에 300만 원, 석 달이면 천만 원에 가까운 돈이 든다. 언제 끝날지 모르니 눈덩이 같은 간병비가 걱정거리였다.
암 진단을 받고 중증 환자로 등록하면 산정 특례 대상으로 분류돼 진료비의 5%만 본인이 부담하면 된다. 실제로 20일 동안 입원하고 병원에 낸 돈은 52만 원이 전부였다. 정부가 상당 부분의 의료비를 지원했지만, 개인의 부담이 해소된 건 아니었다. 그 기간 간병비로 200만 원을 지출했다.
아버지는 집으로 퇴원하지 못하고 대학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거처를 옮겼다. 안정적인 병원생활을 위해 간병인이 그대로 따라가 1인 간병을 계속하기로 했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면 간병비를 더 요구하기도 한다는데 말기 암 환자인 아버지는 오늘보다 내일이 나빠질 일이 불 보듯 뻔 했다. 간병비를 정산하며 든 생각은 ‘간병이 문제다’였다. 자식들은 ‘암보험보단 간병보험이 필요해’를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9 의료서비스경험조사’ 결과에 따르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이용자(84,5%)가 개인 간병인을 고용한 경우(60.2%)보다 만족도가 월등히 높게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확대를 통해 간호, 간병이 필요한 모든 국민들이 불편 없이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병상 설치 속도에만 관심을 가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진료비 부담이 큰 중증 환자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줄 목적으로 진행된 정책이, 서비스가 절실한 중증환자보다 경증 환자 위주로 운영되는 현실을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엔 대찬성이지만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어선 안된다. 나이든 부모가 병원에 입원하니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이다.
지난 7일 ‘은퇴를 앞둔 50대 남성들의 고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들과 함께 사는 50대 여성들의 심경은 어떨까 취재해봤다.
직장밖에 모르던 남편이 은퇴하면 둘이서 오붓하게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부풀어 있을까? 현실은 거의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남편과 똑같이 자녀의 대학 등록금, 결혼자금 마련 등의 고민을 공유하는데 더해서 가사를 전담하다시피 하는 부인으로서 또 다른 걱정이 있다.
은퇴자 10명 중 4명이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발행 “머니in라이프” 52호). 당연히 가장 큰 걱정거리가 부모의 인지 저하나 치매다. 돌보는 일 자체가 힘들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특히 그런 부모를 돌보는 일의 대부분이 부인의 몫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노부모의 의료비 지출도 걱정거리다. 요즘엔 인지 저하나 치매를 앓으면 요양 시설로 모시는 풍속이 됐지만, 그래도 여전히 간병비 부담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다. 노인 1인당 간병비는 월평균 180만 원(공동간병인 이용 75만 원)으로 나타났다. 수명 연장으로 시설 이용 기간도 늘고 있어 부담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더하여 자녀들의 늦어진 취업과 결혼으로 자녀부양까지 떠맡는 샌드위치 처지인 셈이다.
국민연금 수령액도 만족할만한 수준이 못 된다. 통계청의 조사(2019년)에 따르면 55세에서 79세까지 사람들의 월평균 국민연금 수령액은 61만 원이다. 전업주부로 생활해온 여성은 국민연금에 대부분 가입하지 않아 남편의 연금에 의존함으로써 연금 수령액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자신들의 노후생활비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자녀와 노부모 부양책임까지 떠맡으니 주부들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
그렇다고 부모나 자녀들을 외면해버릴 수도 없고 은퇴한 남편을 창업이나 재취업 현장으로 내몰기도 힘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사회생활 경험이 없는 자신들이 생업현장에 뛰어들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뒷짐만 지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부족한 노후준비 상황부터 다시 찬찬히 점검해보고 차선책을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자녀에게 ‘노후 무대책’의 유산을 물려줄 수야 없으니.
100세 장수 시대를 살고 있으나 은퇴 연령은 오히려 낮아져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를 앞둔 50대 남성이 그 중심에 있다. 어느 강연장에서 만난 정희준(가명 55세) 씨로부터 그들의 고민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정년퇴직은 얼마 남지 않았으나 노후준비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목돈을 써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닌데 가장으로써 그 자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녀의 대학교 등록금과 결혼 자금이 대표적인 문제이고 미취업 자녀의 취업준비금도 그중 하나다.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가 발행하는 “머니in라이프” 자료에 따르면 그 고민이 이해된다. 부모와 함께 사는 성인 자녀의 미취업자 비중이 그렇다. 생활비를 부모가 지원해야 하는 가족으로, 25세 이상은 36.8%이고 19세 이상으로 넓혀보면 47.3%다. 은퇴하지 않은 50대 남성 4명 중 1명은 25세 이상 성인 자녀에게 월 47만 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대학 등록금도 큰일이다. 사립대학교는 평균 743만 원으로 월 62만 원이 들어가는 셈이다. 생활비를 포함하면 100만 원을 훌쩍 넘긴다.
목돈이 들어가는 자녀 결혼 비용도 마련해야 한다. 자녀를 결혼시킨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아들의 경우는 9천373만 원, 딸은 4천167만 원을 사용했다. 2016년에 발표된 자료니 최근의 전셋값과 임대료, 주택 가격을 고려하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떤 자금을 활용하고 있을까? 충분하지 않은 노후 자금을 사용할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현실이다. 대체로 퇴직금이나 개인연금 그리고 소유 주택을 처분하여 마련한다. 50대 3명 중 1명꼴로 같은 방법을 썼다.
반면에 50대 남성의 소득은 어떻게 변화할까? 40~64세 대상으로 한 통계청의 2017년 조사에서 50대 초반을 정점으로 소득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 등이 은퇴를 앞둔 50대 남성을 고민에 빠져들게 한다. 게다가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은퇴 후의 기간이 길어져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재취업과 창업이 쉽지 않을뿐더러 건강도 당연히 더 나빠질 것이므로 의료비 걱정까지 보태진다.
자녀의 독립을 부모가 전적으로 책임질 수도 없는 노릇이고 쓰임새를 최소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이래저래 고민이 깊어가는 불쌍한 예비 노인, 50대 남성들이다.
영롱한 광채를 뽐내는 ‘오팔’은 밝은 에너지를 가졌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표현하고 욕망을 풀어놓는 오팔의 의미를 보면 기운이 솟구친다. 기성세대보다 더 스스로를 가꾸고 자기계발과 취미활동에 적극적인 50~60대 시니어들과 닮았다. 그래서 이들을 ‘오팔세대’라 부르나보다.
사실 오팔세대의 오팔(OPAL)은 ‘Old People with Active Life’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동시에 베이비붐세대의 상징 ‘58년 개띠’의 오팔을 의미한다. 1980년대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오팔세대는 이제 은퇴의 길을 걸으며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시장은 오팔세대인 50~60대 시니어 고객 모시기에 집중한다.
2026년에는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니어 비중이 커지는 만큼 기업들은 그들을 위한 서비스와 문화행사를 강화하며 고객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은행들은 저금리시대에 예대마진이 줄어들자 시니어에게 적합한 상품을 개발하며 이들의 자산관리와 똑똑한 소비를 도와 수익창출을 도모한다. 자연스레 최우수고객(VIP) 대열에 합류한 시니어들은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며 화려한 노후를 즐기고 있다.
백화점: 할인 혜택과 문화행사 강화
50~60대 시니어가 백화점 업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신세계백화점의 최근 3년 실적을 분석해보면 50~60대의 매출 비중은 30~40대보다 낮지만 고객단가는 가장 높다. 비싼 상품에도 지갑을 잘 여는 우수고객이란 의미다. 이들 중 연간 2000만 원 이상 소비하는 VIP 비중이 일반고객보다 8배가량 높아 백화점으로선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고객이다.
이렇다 보니 백화점이 시니어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도 풍성하다. VIP의 경우 등급별로 차등 적용된 할인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에선 각각 5~10%, 현대백화점은 5% 할인된 가격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아카데미 할인 혜택도 주어진다. 갤러리아백화점은 문화센터 정규강좌 50% 할인, 신세계백화점은 학기별 강좌 1개 30% 할인~무료 수강, 롯데백화점은 1개 강좌 20% 할인~2개 강좌 50% 할인, 현대백화점은 5% 할인 혜택을 준다. 뿐만 아니라 기념일 축하선물과 항공권 할인, 발레파킹, 무료주차 등이 VIP 등급별로 차등 제공된다.
시니어를 위한 문화행사와 이벤트 초청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부터 예술의전당과 제휴를 맺고 매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VIP 전용 문화공연 ‘신세계 클래식 페스티벌’을 연다. 그동안 서울시립교향악단,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피아니스트 조성진,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 유수의 클래식 대가가 이 무대에 올랐다. 현대백화점도 매년 VIP를 위한 문화강좌인 ‘더 스튜디오 클래스’를 열고 있다. 연 4000만 원 이상 구매한 ‘쟈스민 클럽’ 회원만 참여할 수 있다. 요리, 공예 등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강사로 나온다.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 명사가 직접 추천한 책, 공기정화식물, 난, 꽃 등을 정기 배송해주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은행: 알짜 금융상품과 은퇴설계 지원
은퇴했거나 은퇴를 준비하는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도 시니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올해 1955년생이 65세로 고령자가 되고 1960년생 은퇴자도 대거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은행들이 시니어 특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어 꼼꼼히 들여다볼 만하다.
KB국민은행은 KB골든라이프 ‘열두번의 행복’ 시리즈를 추천했다. 이 상품은 매월 찾아오는 월급날의 행복을 은퇴 후에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분할지급식 투자상품으로 ‘낮은 위험,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현재 펀드와 신탁상품이 있다. KEB하나은행은 ‘행복 노하우 연금예금’을 소개했다.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확보하고 매달 수령하는 원리금을 생활자금으로 이용할 수 있다. 돈이 많이 필요할 때는 많게, 그렇지 않을 때는 적게, 이자만 필요할 때는 이자만 수령할 수 있다.
노후설계에 대한 실질적인 어드바이스가 필요하면 각 은행의 시니어 혜택 플랫폼을 이용해보자. 신한은행은 ‘신한 미래설계’로 고객의 은퇴를 지원한다. 금융 서비스와 함께 비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은퇴설계전문가(ARPS) 등 금융 관련 전문자격을 보유한 645명의 미래설계 컨설턴트를 전국 영업점에 배치해 고객의 은퇴 이후 현금흐름을 분석하고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미래설계센터에서는 부부은퇴교실, 미래설계캠프 등 다양한 은퇴교육 프로그램이 열린다. 우리은행은 서울 신촌점과 명동점에 ‘우리 시니어 플러스 센터’를 열고 공간 대여와 맞춤형 금융정보 공유강좌, 은퇴설계교육 등을 진행한다. 자산관리와 연금 관련 세미나도 열린다. 이와 함께 시니어 맞춤 온라인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고객 전용 ‘시니어 플러스 홈페이지’도 운영 중이다.
카드: 똑똑한 소비 돕는 풍성한 혜택
시니어를 위한 똑똑한 카드 상품도 챙겨보자. KB국민카드는 ‘KB골든대로 체크카드’를 추천했다. KB골든대로 체크카드는 50~60대 고객의 생애주기에 특화된 업종 이용 시 결제금액의 5%가 포인트로 적립되는 중장년층 맞춤형 상품이다. 이 카드는 전월 이용 실적이 30만 원 이상이면 △병원, 약국 등 건강 관련 업종 △대형마트, 주유소 등 생활밀착 업종 △골프, 사우나 등 여가 업종 △생명·손해보험 등 보험료 결제 시 월 최대 2만 점까지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신한카드의 시니어 계층을 위한 ‘신한미래설계카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카드의 주력 서비스는 의료비 할인 혜택이다. 병원·약국은 물론 동물병원에서 월 최대 1만 원까지 결제액의 5%를 할인해준다. 생활비 할인 혜택도 돋보인다. 4대 주유소에서 ℓ당 60원(월 최대 30만 원), 3대 대형마트에서 5%(월 최대 1만 원), 대중교통과 택시 이용 시 5%를 할인해준다.
VIP를 위한 프리미엄급 카드도 시니어의 현명한 소비를 돕는다. 롯데카드는 최근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장하며 ‘엘클래스 L60’을 선보였다. ‘프리미엄의 깊이를 경험하다’라는 콘셉트를 가진 엘클래스 L60은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롯데호텔과 롯데면세점의 VIP 멤버십 혜택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의 탠텀은 해외여행을 할 때 사용하기 좋다. 페닌슐라 등 해외 유명호텔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객실 등급도 올려준다.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항공 마일리지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신한카드도 ‘더 베스트’, ‘더 클래식’ 시리즈를 내놓았다. 여행과 레저,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다른 프리미엄 카드보다 쉽게 바우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호텔·문화: 포인트 적립과 클래식 향연
호텔 회원으로 등록한 시니어라면 할인된 가격이나 포인트를 적립하며 객실을 이용할 수 있다. 신라호텔은 객실 이용금액의 1~3%, 식음료 이용금액의 최대 1%가 적립된다. 또한 객실 업그레이드 서비스(연간 최대 5회)와 무료 세탁 서비스도 회원등급별로 적용해 지원한다.
롯데호텔은 객실 이용금액에 따라 3~6%의 포인트를 적립해준다. 이 포인트는 롯데호텔앤리조트 객실, 식음업장을 비롯해 롯데면세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세탁 서비스 10~20% 할인, 식음료 5~10% 할인, 객실 업그레이드, 1박 무료숙박권 등의 혜택도 회원등급별로 제공한다.
풍요로운 문화생활도 시니어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예술의전당의 노블회원(70세 이상·무료가입)이라면 공연 40% 이상 할인, 무대리허설 관람, 음악감상강좌 30% 할인, 월간 ‘노블N’ 발송 등의 혜택이 따라온다. 유료회원일 경우에는 공연·전시 5~40% 할인(최대 5매), 선예매 서비스, 음악회 초청, 아카데미 수강료 5% 할인, 제휴매장 및 우대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세종문화회관의 회원은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무대 위의 몸짓, 오래된 명화의 감동을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연회비는 5만~10만 원으로 공연당 4~6매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세종예술아카데미 할인과 공연 프로그램북 등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다만 현재는 유료회원가입이 제한된 상태. 향후 개선된 서비스를 다시 제공할 예정이다.
노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노인성 고혈압이 혈압 목표치를 더 낮출수록 사망률이 감소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본부장 정은경) 국립보건연구원(원장직무대리 박현영)은 윤재문 서울의대 교수 연구진이 노인 고혈압 환자 중 통상적 치료군과 더 낮은 혈압을 목표로 치료한 군 사이 사망률 등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윤재문 서울의대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노인고혈압 환자에서 더 낮은 혈압을 목표로 치료한 군이 통상적 치료군에 비해 심혈관질환 사망률 및 모든 원인 사망률을 3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고혈압 환자가 혈압조절을 적극적으로 할 경우 심뇌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을 예방하고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당 연구는 65세 이상의 노인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5개의 무작위배정 비교 임상시험 연구들이 포함됐다. 연구마다 노인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이 다르지만, 통상적 치료군에 비해 더 낮은 목표혈압으로 치료한 군에서 심혈관질환 발생과 사망률이 모두 감소했다.
심혈관질환 발생 20%, 심혈관질환 사망률 35%, 모든 원인 사망률은 32%까지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고, 심부전 발생은 38%까지 감소시켰다. 그러나 부작용 측면에선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편 연구진은 노인고혈압 환자에서 고혈압 치료가 인지기능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총 3편 연구 포함)를 추가로 수행한 결과, 노인고혈압에서 약물치료를 하거나 더 낮은 목표혈압으로 치료해도 대조군과 비교했을 때 인지기능 저하나 치매 발생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고령에서 목표 혈압을 너무 낮게 잡으면 고혈압 치료의 이득은 크지 않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연구결과는 고령의 고혈압 환자에게서도 적극적인 혈압조절이 부작용 없이 심뇌혈관질환 발생과 사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연구진은 “고령에서 목표혈압에 따른 임상적 효과를 비교한 양질의 연구가 많지 않았고, 한국에서는 관련 연구가 시행된 바도 없어 한국인에 맞는 노인고혈압 관리 모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추적관찰을 포함한 양질의 국내 임상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65세 이상 노인인구에서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다. 심근경색, 뇌졸중, 심부전 등의 합병증을 유발하며, 특히 65세 이상 노인 질환 중 의료비 부담이 가장 높은 단일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노인의 연령, 성별, 인종, 노쇠 정도 등에 따라 고혈압 환자의 적정 목표 혈압 설정에 차이가 있고, 낮은 목표혈압으로의 치료조절은 심혈관질환 발생 및 사망률을 오히려 높이는 결과를 보이는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는 한국인 노인 고혈압 환자의 적정목표혈압 설정을 위한 과학적 근거 생산 및 국내 진료지침 개발을 위해 지난해부터 2020년까지 '노인 취약계층에서의 고혈압 관리 최적화를 위한 근거창출 및 관리모형개발' 연구를 수행 중이다.
이 연구 결과로 한국인 노인 고혈압 환자의 목표혈압 기준을 마련하는 데 과학적 근거자료가 생성될 것으로 연구원은 기대하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본 연구과제는 우리나라 노인 고혈압 환자에서의 적정 목표혈압기준 마련을 위한 첫 번째 임상 중재연구"라며 "한국인 노인고혈압 환자에게서의 적정 목표혈압 기준 및 환자 특성별 맞춤형 관리 모형을 제시하기 위한 장기추적조사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복하세요?
고개를 가로저을 사람이 많을 것 같다. 통계도 이를 보여준다. 2019년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른 대한민국 행복지수. 156개국 중 54위다. 순위로 보면 중간보다 위쪽이니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 27위, 기대수명 9위라는 점과 견주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행복지수 개발에 관한 연구'에서는 행복의 가장 중요한 기준을 건강, 일, 관계 순으로 두고 있다. 경제적 안정, 삶의 가치와 목표 등은 행복 순위에서 뒤로 밀린다.
연령대별 행복지수를 보면 60대가 20대, 30대, 40대, 50대보다 낮다. 10점 만점 기준으로 30대가 6.56인데 60대는 6.05이다. 자기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연령대인 60대의 행복도가 낮은 이유는 행복 기준인 건강 일관계에서 만족하지 못해서다.
은퇴하면 건강이 점차 나빠지고 더 일할 수 없게 돼 불안감이 커진다. 줄어드는 인간관계 네트워크도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행복요소 3가지가 모두 빨간불이 켜져 불안감, 즉 걱정거리를 해소할 수 없다. 걱정거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하지 않다.
지금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걱정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은퇴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가장 큰 걱정거리로 '나와 가족의 건강'을 꼽았다. 노후 의료비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걱정도 더해진다. 건강보험 진료비 전체의 40.8%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차지하고 있어 걱정이 이해된다. 노후자금과 연금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갖기 힘들어 생활비 마련도 큰 불안으로 다가온다. 은퇴자 10명 중 4명은 노후생활비 부족을 경험했다고 실토하고 있어 걱정거리가 틀림없다.
57세에 9급 공무원시험에 도전해 동사무소 근무를 하는 분도 있음을 기억해두자. 하루 6시간씩 5년이면 1만 시간이 넘는다. 어느 분야건 우뚝 설 수 있는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된다. 5년을 투자해도 30, 40년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수명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미래의 행복을 설계하는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장년 부부나 연인의 안정적인 관계 유지를 위한 생활 방식으로 ‘LAT’(따로 함께 살기)를 꼽았다. 최근 중국의 시니어는 하루 170원 정도의 이용료로 원격진료와 식사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리는 ‘스마트 홈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한 70대 노부부가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미국 중산층을 둘러싼 ‘메디-메디’ 혜택에 대한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국 ‘LAT’ 시니어 부부, 독립성과 자유성 매력적
월스트리트저널은 결혼하지 않은 중장년 연인이, 젊은 연인들보다 더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 비결 중 하나로 ‘LAT(Living Apart Together)’ 방식을 꼽았다. ‘따로 함께 산다’는 의미를 지닌 LAT는, 결혼해서 한집에 동거하거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각자 독립된 생활을 하면서 일정기간만 상대의 집에서 사는 관계를 말한다.
미국의 새로운 가족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가령 일주일에 나흘은 한집에서 지내고, 나머지 사흘은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는 식이다. 특히 주거공간을 소유한 중장년층 중에 LAT족이 많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꼽은 LAT족의 가장 큰 장점은 ‘독립성과 자유성’이다. 간헐적으로 함께 생활하며 즐거움을 누리되, 독립된 개인의 공간이 있어 사생활을 모두 공유하거나 일상 패턴을 맞춰갈 필요가 없기 때문에 한층 자유롭다는 것. 최근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졸혼’도 이러한 점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중국 시니어 돌보미로 거듭나는 스마트 홈 기술
중국에서 시니어를 위한 스마트홈 서비스가 출시됐다. 하루에 1위안, 원화로 170원 정도의 이용료를 지불하면 원격 진료는 물론 긴급 병원 호출, 주택 보안, 식사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중국 시니어 간호 분야의 선두주자인 란창 네트워크 테크놀로지(Lanchuang Network Technology)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 시니어 세대를 위해 개발한 스마트 홈 서비스다.
TV와 페어링된 웹캠에 아이폰의 ‘시리(Siri)’와 유사한 음성 도우미 ‘샤오이(Xiaoyi)’를 불러 다양한 유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4개월 전에 시작한 란창의 스마트 홈 서비스에는 16개 도시에서 22만 명이 가입했다. 특히 중국 내에서도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산동 지역에서 절반 이상 등록했다. 란창은 지금까지 ‘차이나 모바일’과 협력해 시니어 스마트폰 서비스를 실시해온 회사다. 지난 4월 중국 정부는 스마트 기술과 재정 지원을 포함해 해당 부문을 위해 개발될 서비스에 대한 상세한 정책 문서를 발표했다. 란창의 스마트 플랫폼에 대한 보조금으로 약 2200만 위안(266억 원)을 제공했으며, 산동성 정부도 300만 위안(36억 원)을 기부했다. .
미국‘메디-메디’ 혜택 못 받는 중산층, 의료비 부담에 자살까지
지난 8월 미국 워싱턴 주 와콤카운티에서 70대 노부부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들은 911에 전화를 걸어 자신들의 자살을 예고했고, 유서에는 “더 이상 의료비를 갚아나갈 수 없어 극단적 선택을 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미국 노인들의 경우 정부 의료보험인 ‘메디케어’와 저소득층 의료보조 제도인 ‘메디케이드’, 이른바 ‘메디-메디’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메디케이드를 받기엔 재산이 많지만, 의료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인 중산층 노인. 그들에게 남은 메디케어는 자기 부담률도 적지 않을 뿐더러, 양로병원과 자택간병 등 장기케어는 해당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기 어렵다. 이번 사건의 노부부 역시 이러한 고충으로 유명을 달리해 안타까움을 샀다. 그러나 미국의 중산층 인구는 점차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데 반해, 이와 관련한 정부의 대응은 미흡한 상황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2017년 8월 환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비급여를 건강보험에 적용하고, 노인,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의료비를 낮추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제도다. 비급여 진료 문제가 있어 보험 적용을 받은 후에도 본인 부담금이 많고, 상한선이 없는 고액 진료비에 고충을 겪는 중산층을 위한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시행 3년 차, 소득 1~5분위 계층의 의료비는 42만~55만 원이 절감됐지만, 보다 면밀한 검토와 효율적 운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달 8일부터 한방의료인 추나요법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보건복지부는 추나(推拿)요법 건강보험 적용을 위한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추나요법이란 한의사가 손이나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관절, 근육, 인대 등을 조정·교정해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한의치료기술이다. 근골격계 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추나요법에 건강보험·의료급여를 적용하여 한방 의료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했다. 이번 법령 개정에 따라 근골격계 질환자가 한의원·한방병원 등에서 추나요법 시술을 받을 경우 단순추나, 복잡추나, 특수(탈구)추나 등 유형에 따라 약 1만 원∼3만 원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고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관절의 정상적인 생리학적 운동범위 내의 추나기법 외 관절의 생리학적 운동범위를 넘는 강한 충격을 주어 치료하는 복잡추나, 탈구상태의 관절을 복원시켜 교정하는 특수추나 모두 보험이 적용된다.
차상위계층과 의료급여수급권자는 6000원∼3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보건복지부 이중규 보험급여 과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을 계기로 한방 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고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직 현역에 있으면서 곧 퇴직할 지인들이 가끔 내게 묻는다. 한 달 생활비가 얼마나 드냐고. 사람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주변여건, 생활수준, 경제력에 따라 씀씀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차량 유지비, 보험료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지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다.
보험개발원이 발간한 '2018 KIDI 은퇴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은퇴 후 최소 생활비 예상 금액은 월 265만 원(부부 기준)·158만 원(개인 기준)이고, 적정 생활비는 월 327만 원(부부 기준)·194만 원(개인 기준)으로 조사됐다. 자기 집이 있고 특별히 아픈 데가 없어 무난하게 살고 있을 때의 기준이다.
일본 NHK스페셜 제작팀이 출간한 ‘노후 파산’에서는 일본인의 경우 식비 등의 비용으로 60만 원, 관리비 등 공공요금으로 15만 원, 보험료 및 의료비로 15만 원 등 한 달에 90만 원가량이 지출된다고 언급하고 있다. 90만 원이 최소 생활비인데 대부분 국민연금 60만 원이 수입의 전부라서 서서히 노후 파산이 예고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출 항목과 비율은 비슷하다. 3대 국제금융기구로 꼽히는 세계은행(World Bank) 2017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은 하루 평균 99.65달러, 한국인은 33.27달러, 중국인은 5.02 달러를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 경우 한 달 최소 생활비(194만 원, 개인 기준)는 걱정 안 해도 된다. 한 달로 나누면 하루 6만 원이 좀 넘는 금액이다. 집에서 TV나 보고, 있는 밥과 반찬 꺼내 먹으며 뒹굴다 보면 돈을 거의 쓰지 않을 때도 있다. 생활비가 굳는 것이다. 돈을 안 쓰면 좋을 것 같지만, 그만큼 생활이 무미건조해진다.
그런데 비슷한 수준의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무리하게 쓰는 것도 용인이 안 된다. 밥을 한두 번 사면 상대도 한 번은 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부담을 갖는다. 또 특별히 부자도 아닌데 돈을 물 쓰듯 하면 오히려 이상하게 본다. 술을 산다고 해도 건강상의 이유로 못 마시는 사람도 많다. 나이 들면 봉사나 기부가 아니면 남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볼 때 돈은 조용히 자기를 위해 쓰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지출 항목을 여행으로 채우는 것도 괜찮다. 물론 호화 여행이라면 돈 자랑하고 다닌다고 손가락질 받을 수도 있다. 소박하고 의미 있는 여행을 하며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좋은 구경을 하고 다니는 정도의 지출은 즐거움이다.
“이 나라 국적을 지닌 자는 누구나 70세가 되는 생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반드시 죽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연금과 의료비 등으로 국가 재정이 파탄위기에 처하자 일본에서는 나이 많은 노인들을 제거함으로써 위기를 한 번에 해결하려는 법안이 가결된다. ‘70세사망법안’이라는 황당한 법안이 통과되어 2022년부터 실행된다는 선언으로 일본 사회는 대혼란에 빠져든다. 물론 소설 속 이야기다.
아무리 소설이라지만 노인을, 국가 재정을 파탄 내는 주범으로 설정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공양과 존경의 대상이 되기는커녕 더 이상 살아서는 안 될 사람들로 취급당하는 현실 앞에 우리 모두 서 있는 것이다. 50+세대 입장에서 이 법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한편으론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고령화가 어느 정도 심각한 문제인지를 생각해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소설 속에서 각계각층의 일본 사람들은 법안을 계기로 토론회를 열어 의견을 나누고,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70세 사망법안은 50대 주부 도요코의 집에도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10년 넘게 시어머니 병수발을 들다 힘에 부치자 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딸은 엄마의 청을 뿌리치고 독립해서 살지만 아이러니하게 노인요양원에서 일하게 된다. 아들은 대기업에 다니다가 직장을 그만둔 후 집에 틀어박혀 지낸다. 밥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오기도 귀찮아하는 아들 때문에 도요코는 아들의 식사를 2층으로 가져다준다. 58세의 남편은 더하다. 70세 사망법안이 발표되자 남은 생을 즐기겠다며 조기 퇴직을 한 뒤 세계여행을 떠난다. 부모를 돌보고 수발하는 일이 며느리 몫인 건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사회에서 여성, 그중에서도 며느리의 삶은 고달프다. 식구 중 누구도 도요코를 도와주지 않고 시어머니의 히스테리가 점점 심해지자 마침내 그녀는 가출을 단행한다.
도요코가 가출한 뒤 가족들은 분주해진다. 거동이 불편한 시어머니의 방에 화장실을 만들고 휠체어를 준비해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일손을 도와줄 요양보호사도 부른다. 손자는 할머니를 도와 함께 식사를 하고, 손녀는 목욕을 시키고, 남편은 어머니 수발을 들며 함께 잠을 잔다. 예전에는 도요코 혼자 신음하면서 하던 일을, 가족들이 각자 형편에 따라 나누어 하기 시작한 것이다.
도요코 같은 50대 중반의 주부 입장에서 볼 때 도요코의 현실이 남 일 같지 않다.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노부모 봉양이 가장 큰 걱정거리임을 알 수 있다. 80세가 넘은 부모는 대부분 아프다. 아픈 부모를 누가 돌봐야 하는가의 문제는 쉽게 풀기 힘들다. 따로 사는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부모를 모시고 사는 자식이 있는 경우에도 독박수발은 힘들다. 그러다 보니 부모 모시는 문제로 갈등을 빚는 가족도 많다. 소설 속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이 소설이 충격적인 것은 소설 속 상황이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고령화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가. ‘70세사망법안, 가결’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70세가 되면 모두 죽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킨 충격적인 요법이다.
나는 올해 쉰일곱 살이 되었다. 13년 후면 70세다. 70세가 까마득한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멀지 않다. ‘70세사망법안, 가결’은 바로 내 얘기다.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오래 살아도 되는 세상에서 살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