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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부, 소상공인 유니콘으로... ‘글로컬’ 상권 만든다
-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 프로젝트가 이태원에서 시작을 알렸다. 소상공인들을 1조 원의 기업가치가 있는 유니콘 기업형으로 육성하고, 지역의 상권이 글로컬(글로벌+로컬)로 거듭나도록 만들 계획이다. 지난 1일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이자 이태원 상권 회복 프로젝트로 진행된 팝업스토어 ‘헤리티지 맨션’이 문을 열었다.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은 로컬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의 협업으로 지역의 인적·물적 자산을 연결하고, 상권관리 모델 도입과 자체 역량 강화를 통해 골목상권을 브랜드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5월 서울 이태원(어반플레이), 인천 개항로(개항마을), 공주(제민천), 군산 영화타운((주)지방)을 ‘로컬브랜드 상권 창출팀’으로 선정한 바 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2일 이태원에서 간담회를 열어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의 시작을 알리고, ‘헤리티지 맨션’을 둘러보며 이태원 소상공인을 응원했다. 이영 장관은 “퇴근하고 대중교통에서 내려 집까지 걸어가는 그 길이 나를 행복하게 해준다면 어떨까? 동네가 바뀌면 온 동네 사람들이 행복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생활 속 창업에 개인과 공동체의 행복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방문하는 이태원의 독특한 문화, 역사, 가치들을 모아 상권을 개발하고자 했다”면서 이태원 상권 회복을 응원했다. 이태원에서 지역 소상공인들과 협업해 헤리티지 맨션을 기획한 어반플레이 홍주석 대표는 “우리나라 로컬크리에이터의 시작은 이태원”이라면서 “이태원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상권 활성화를 목적으로,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는 이날 열린 간담회에서 상인 700여 명의 감사의 뜻을 담아 제작한 감사패를 이영 장관에게 깜짝 전달하기도 했다. 유태혁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 회장은 “(지난해 참사 이후) 정말 고민이 많았는데 (중기부 지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희망을 보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중기부는 소상공인을 기업가로 키우는 지원 사업들을 연계할 계획이다. 지역의 상인들을 ‘라이콘’(라이프스타일 유니콘)으로 성장시키고, 지역이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는 글로컬 상권으로 재도약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다. 이번 로컬브랜드 창출사업에 선정된 지역 중 이태원 헤리티지 맨션을 시작으로 공주 제민천 창업실험실, 마계인천 유니버스, 군산 술익는 마을 순으로 팝업스토어, 축제, 네트워킹 데이가 연속 개최된다. 이태원의 낮과 밤 담은 “헤리티지 맨션” 헤리티지 맨션은 도시 콘텐츠 전문 기업 어반플레이가 이태원의 로컬크리에이터, 소상공인과 협업해 만든 팝업스토어다. 독특한 지역성을 가진 이태원의 문화와, 시대를 선도하는 문화를 제안해온 이태원 구성원들의 유산을 담은 공간이다. 이날 헤리티지 맨션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다. 오후 4시가 되자 DJ의 디제잉이 이어지며 마치 클럽에 온 듯한 느낌도 주었다. 헤리티지 맨션 자체가 곧 이태원이었다. 최은지 어반플레이 PD는 “9월 한 달 동안 앵커스토어인 헤리티지 맨션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8군데의 지역 상인들의 공간에서 동시다발적 프로그램이 열린다”고 설명했다. 헤리티지 맨션에 방문하면 누구나 웰컴키트를 받을 수 있다. 이 안에는 이태원의 헤리티지(유산)를 보여주는 헤리티지 프로젝트에 관한 설명과 함께 이태원 일대를 돌아다니며 모을 수 있는 키링이 들어있다. 봉투 안의 키링을 가지고 쿠폰에 적혀있는 공간을 방문해 1만 원 이상의 소비를 하면 각 카테고리별 색깔의 열쇠 모양 키링을 받을 수 있다. 맨션 1층에는 웰컴레코즈(WELCOME RECORDS), 웝트(WARPED)의 제품들을 볼 수 있다. 한 편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위스키 브랜드 짐빔의 하이볼을 맛볼 수 있는 부스가 있고, 옆에서는 매주 금, 토, 일 오후 4시부터 저녁 10시까지 DJ들의 릴레이 공연이 이어진다. 2층에는 암스테르담에서 믹스미디어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전윤일 작가가 이태원에서 7일 동안 실제로 살면서 담은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태원의 색깔을 담은 F&B 부스가 운영된다. 3층에서는 비슬라(VISLA) 매거진의 ‘이태원의 낮과 밤’을 주제로 한 전시를 볼 수 있다. 전시에 담겨있지 않은 이태원 사진들은 포스터로 구매할 수 있다. 한편에는 관광특구도시인 이태원의 특징을 담은 굿즈가 판매된다. 보이롱페이스 작가와 협업해 그래피티를 넣은 티셔츠와 이태원 도시 명칭과 함께 헤리티지 맨션의 위도와 경도가 그려진 수건 등이 있다. 또한 매주 금요일에는 댄스 등의 공연이 열리며 매주 일요일에는 플리마켓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헤리티지 프로젝트는 오는 9월 24일까지 진행된다. ‘이태원’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단연 DJ 문화일 것이다. 웰컴레코즈는 DJ들을 서포트하기 위해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헤리티지 프로젝트에서도 DJ를 지원하기 위해 헤리티지 맨션과 컬래버레이션 한 LP를 선보이며, 볼레로(BOLERO)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웝트는 서브컬쳐나 발굴되지 않은 문화를 옷으로 표현한다. 홍콩, 뉴욕 등 전세계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는 팀이다. 헤리티지 맨션에서 선보인 옷들은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한 것들로 국내에는 없는 수입 제품들이다. 전윤일 작가는 7일간의 이태원에서의 생활을 기록했다. 실제 이곳에서 소비한 영수증, 필름, 가게의 소품으로 만든 오브제 등을 선보인다. 또한 이태원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태원의 헤리티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태원이 어떤 의미인지를 묻고 담은 다큐멘터리도 상영한다. 이태원 곳곳에 그래피티 작업을 한 작가의 그래피티도 감상할 수 있으며 매주 달라지는 F&B도 즐길 수 있다. 종이 잡지로 시작해 글로벌 에이전시로 활동하고 있는 비슬라 매거진은 서브컬쳐를 주류로 끌어오는 힘이 있다. 이태원 출신의 사진작가들을 섭외해 ‘이태원의 낮과 밤’을 담았다. 낮에는 조용하고 비어있는 듯한 이태원이 밤이 되면 화려하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는 이중적인 모습이 이태원의 매력이라는 점을 사진으로 표현했다.
- 2023-09-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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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과 낭만 솟아 넘치는 LP 카페 ‘흐르는 물’
- 개항 이후 인천의 중심지 역할을 하며 문화와 유행을 선도했던 신포동. 지금은 구도심이 된 이곳 신포동에 30여 년간 자리를 지키며 인천시민의 지친 하루를 위로해주는 LP 카페 ‘흐르는 물’이 있다. 따뜻한 LP 음악 사이로 손님 한명 한명과 담백하면서도 다정한 인사를 나누는 안원섭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LP 음반과 통기타, 오래된 시집들과 빛바랜 사진들. 가게 내부엔 주인장의 취향과 그가 살아온 삶의 자취가 잔뜩 묻어난다. 안원섭 대표는 유랑극단 단원이셨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음악을 접하고 즐겼다. 대학에서는 건축을 전공한 그가 29세의 나이에 LP 카페를 차리게 된 이유다. 예술하는 청년들의 사랑방 음악만큼이나 ‘시’를 좋아했던 안 대표는 학창 시절부터 백일장이나 창작문예대회에서 자주 입상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관심과 재능이 남달랐다. 청년이 되어서는 직접 쓴 시에 통기타로 음을 입혀 노래를 부르고 작은 공연도 열곤 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음악과 시를 향유하면서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에 1989년 1월, 테이블 여섯 개 들어가는 13평 남짓의 첫 번째 가게를 이곳 신포동에 오픈했다. “지금은 신포동이 구도심이 됐지만, 개항 직후에는 서울보다 신문물이 빨리 들어오고 관공서도 전부 위치했던 핫한 도심이었다”라며 “민감한 시기인 청소년·청년기를 이곳에서 보내면서 음악·패션 등 다양한 문화를 접했다”라고 설명했다. 상호인 ‘흐르는 물’은 정희성 시인의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흐르는 것이 어찌 물뿐이랴’라는 구절은 왠지 모르게 그의 마음을 울렸다. “뒹구는 돌은 이끼가 끼지 않듯이 흐르는 물은 썩지 않거든요. 세상은 흐르는 물과 같아요. 그저 높은 데서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게 법이에요. 노자의 사상 중 ‘상선약수’도 있잖아요. 이게 진리거든요.” 시적인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인 공간이다. 가게 오픈 초기, 음악과 시를 사랑하는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이 가게에 예술을 사랑하는 인천 지역 청년들이 자주 찾아왔다. 화가, 작가, 음악가, 시인 등 다양한 예술가들의 교류와 활동의 전당이었다. 손님들과 밤새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날도 많았고, 술 한잔에 예술과 삶에 대한 허심탄회한 이야기도 나누며 청춘을 함께했다. 돈 없는 예술가들에게는 외상도 망설임 없이 해줬다. 시인에게는 커피값 대신 시집을, 화가에게는 술값 대신 그림을 받기도 했다. “그때는 그냥 가게에 돈통 하나 놓고 알아서 넣고 가시라고 했어요. 물감 살 돈도 없던 전업 화가 손님한테 어떻게 돈을 받아요. 그냥 ‘나중에 많이 벌면 주세요’ 했죠. 다 내 선배고 후배인데 술 한잔 베푸는 거 어려운 일도 아니에요.” 지금도 예술가들은 이곳을 찾는다. 공짜로 음악과 술을 즐긴 손님들은 이내 미술 작품이나 시집을 들고 다시 찾아온다. 규모가 큰 가게는 아니었지만 예술가들이 찾았던 낭만적인 공간이었던 만큼 차츰 이름을 알렸고, ‘타악기의 대가’ 김대환, ‘들국화’의 조덕환, ‘포크의 전설’ 양병집 등 7080 가요계의 전설적인 음악인들의 공연이 펼쳐지기도 했다. 안 대표는 “이 작은 가게에서 한국 가요계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의 공연을 진행할 수 있어 매우 영광스러웠다”며 “특히 존경했던 故 김대환 선생님의 연주를 ‘흐르는 물’에서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 감사하고 명예로운 일이었다”라고 설명했다. LP 음반의 따뜻한 감성을 느끼는 곳 ‘흐르는 물’에는 외국 팝송, 포크, 블루스, 재즈, 국악 등 다양한 장르의 LP 음악이 흐른다. 매일매일 그날의 분위기, 날씨 등에 따라 어울리는 음악을 재생하고, 손님들의 신청곡에 따라 음악이 바뀌기도 한다. 5000장이 넘는 LP 음반을 보유하고 있는 안 대표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내 소원은 만 장을 모으는 거였는데 어렵게 됐죠. 원체 생산되지 않으니까 구매할 수가 없는 거예요.” 재생 목록을 만들어놓으면 연이어 노래가 나오는 음원과 달리 LP 음반은 계속해서 디스크를 갈아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실제로 안 대표는 인터뷰 중에도 흐르는 음악에서 관심을 뗄 수 없었다. 노래가 끊임없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음악이 끝나기 전에 다음 디스크로 바로 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편안하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지만 안 대표는 LP 음반을 고집하며 LP 카페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안 대표는 다양한 비유를 통해 LP 음반만의 매력을 설명했다. “요즘 우리는 정화된 생수를 많이 마시지만, 옛날에는 정수기가 없어서 누룽지 먹을 때 나오는 숭늉을 많이 먹었거든요. 그 후에는 보리차를 끓여 먹었고요. CD나 MR은 정화된 생수예요. 그저 깔끔하죠. 하지만 숭늉이나 보리차를 생각해보세요. 가끔 건더기도 나오고 구수하잖아요, 고향 집의 엄마 품처럼. LP는 깔끔한 소리를 내지는 않아도 마음에 따뜻한 울림을 줘요.” 그 따뜻한 울림을 직접 느껴본 시니어 세대는 물론, 최근 ‘뉴트로’의 영향을 받은 젊은 세대도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어 이곳을 찾는다. “한번은 20대 청년이 산울림 레코드판을 들고 왔어요. 이 음악 듣고 싶다고. 그래서 내가 ‘예쁘다’라고 했어요. 그 사람의 청춘도 예쁘지만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못한 LP 음악을 듣고 싶다고 이곳을 찾아온 행위 자체가요.” ‘백년가게’로 지정된 최초의 카페 전국에 현존하는 LP 카페는 다수 있지만, 한 주인이 30년 넘게 운영한 카페는 ‘흐르는 물’뿐이다. 신포동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동네의 터줏대감이지만, 신포동 내에서 자리를 네 번이나 옮겼다. 그럼에도 오랜 시간 동안 색을 잃지 않고 가게를 일궈오니, 젊음을 함께한 단골손님들이 이제는 자식 혹은 제자들을 데리고 찾아온다. 이곳은 음악과 커피·술을 즐길 수 있는 음악 카페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공연은 물론 출판기념회, 그림 및 사진 전시회 등이 소소하게 열린다. 오랜 역사와 함께 풍부한 문화를 담고 있는 이 공간은 카페로서 전국 최초로 지정된 ‘백년가게’가 되었다. 백년가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100년 이상 존속을 돕고자 지정한 30년 이상 업력의 가게를 말한다. 안 대표는 3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가게에서 겪은 수많은 에피소드 중 ‘3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이벤트로 꼽았다. “30주년 된 해에 8일 동안 릴레이 공연을 했어요. 8일째 되는 공연 마지막 날, 인천시립합창단의 소프라노 백혜숙 선생 팀이 와서 공연을 했는데, 그들이 손님들과 함께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짠 거예요. 30명의 손님이 장미꽃 한 송이씩 저랑 제 아내한테 나눠줘서 30주년 기념 30송이의 장미꽃을 선물받았어요. 너무 감사했죠. 감정이 벅차올라서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우리 손님들한테 큰절도 했어요.” 손님들의 공간을 지켜주는 ‘소사’ 주인장에게 이 공간은 어떤 의미냐는 질문에 안 대표는 “이 가게가 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찾아주시는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과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게를 30년 넘게 운영할 수 있었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저 이곳을 관리하고 지키는 ‘소사’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난 그냥 소사예요. 학교에 상주하면서 잡일을 도맡아 하는 관리자를 소사라고 부르잖아요.” 이곳을 찾아주는 이들에게 보답하는 일은 지친 하루 일과를 끝내고 온 손님들이 편히 쉬다 갈 수 있도록 원하는 음악을 틀어주고 음식을 내어드리는 것뿐이다. 실제로 안 대표는 단골손님들의 18번 곡을 알아서 틀어주곤 했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자신의 임무이기 때문이다. “정신이 온전하고 사지가 멀쩡하면 언제까지라도 우리 손님들을 위해 음악을 틀고 싶어요.”
- 2022-01-14 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