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9~11월이면 지방이 풍부해지는 전어는 가을 진미로 손꼽힌다. 여기에 푹 고아낸 소고기와 무심한 듯 썰어낸 무가 어우러진 소고기무국을 곁들여보자.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 전어회무침과 시원 칼칼한 경상도식 소고기무국을 소개한다.
◇전어회무침(4인 기준)
재료 전어 8마리, 무 50g, 미나리·쪽파 5줄기씩, 깻잎 5장, 당근채·대파채·초고추장 약간씩, 홍고추 1개
1. 전어는 손질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2. 세꼬시로 얇게 썬다.(등뼈를 발라내 세꼬시로 먹으면 더 부드럽다.)
3. 무는 채 썰어 얼음물에 담가두면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4. 생선 위에 준비한 채소들을 채 썰어 올리고 초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경상도식 소고기무국
재료 양지·사태 100g씩, 참기름·조선간장·다진 마늘 1큰술씩, 후추 1꼬집, 멸치육수 250ml, 물 750ml, 무 1/3개, 다시마 1조각, 고춧가루 3큰술, 콩나물 30g, 대파 1쪽, 홍고추·청양고추 1개씩, 소금 1/2큰술
1. 양지와 사태는 어슷 썰어 한입 크기로 자르고, 냄비에 참기름을 둘러 후추와 조선간장을 넣고 고기를 2~3분 볶는다.
2. 멸치육수와 물을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중약불로 1시간 정도 끓인다.
3. 무를 넣어 끓이다가 중간에 다시마를 넣으면 국물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4. 거품을 걷어낸 뒤 다시마는 건져내고 고춧가루, 콩나물, 대파, 홍고추와 청양고추, 다진 마늘을 넣는다. 소금 간으로 마무리.
요리 및 레시피 제공 이준구 오너셰프
미국 LA 유학 시절 요리를 시작했고, 알래스카에서 일본인 스승을 만나 스시에 눈을 떴다. 귀국 후 한식에 빠져 '연남동 이파리'와 '규자카야 모토'를 성공가도에 올려놓은 뒤 '마곡동 이파리'를 운영 중이다.
입추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9~11월이면 지방이 풍부해지는 전어는 가을 진미로 손꼽힌다. 여기에 푹 고아낸 소고기와 무심한 듯 썰어낸 무가 어우러진 소고기무국을 곁들여보자. 고소한 맛을 극대화한 전어회무침과 시원 칼칼한 경상도식 소고기무국을 소개한다.
전어회무침(4인 기준)
재료 전어 8마리, 무 50g, 미나리·쪽파 5줄기씩, 깻잎 5장, 당근채·대파채·초고추장 약간씩, 홍고추 1개
1 전어는 손질 후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한다.
2 세꼬시로 얇게 썬다.(등뼈를 발라내 세꼬시로 먹으면 더 부드럽다.)
3 무는 채 썰어 얼음물에 담가두면 아삭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4 생선 위에 준비한 채소들을 채 썰어 올리고 초장에 찍어 먹으면 고소한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경상도식 소고기무국
재료 양지·사태 100g씩, 참기름·조선간장·다진 마늘 1큰술씩, 후추 1꼬집, 멸치육수 250ml, 물 750ml, 무 1/3개, 다시마 1조각, 고춧가루 3큰술, 콩나물 30g, 대파 1쪽, 홍고추·청양고추 1개씩, 소금 1/2큰술
1 양지와 사태는 어슷 썰어 한입 크기로 자르고, 냄비에 참기름을 둘러 후추와 조선간장을 넣고 고기를 2~3분 볶는다.
2 멸치육수와 물을 넣고 센 불로 끓이다가 중약불로 1시간 정도 끓인다.
3 무를 넣어 끓이다가 중간에 다시마를 넣으면 국물을 맑게 하는 효과가 있다.
4 거품을 걷어낸 뒤 다시마는 건져내고 고춧가루, 콩나물, 대파, 홍고추와 청양고추, 다진 마늘을 넣는다. 소금 간으로 마무리.
간밤에 내린 비로 배롱나무꽃이 많이 떨어졌다. 여름과 가을 사이에 꽃을 보기란 참 애매하다고는 하나 배롱나무는 가을의 문턱을 넘었어도 붉은 꽃을 보여준다. 요즘 하는 말로 핫핑크 색감이다. 땡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피어나기 시작해서 가을까지 피고 지는 식물, 강한 생명력으로 더위에 지친 이들에게 화려한 꽃 호강을 선사한다. 배롱나무꽃을 보려거든 서천이다. 서천의 해안도로를 달리면 배롱나무꽃 길이 우리를 맞아주고 전통 건축과 어우러진 꽃 무리가 운치를 더한다.
빗소리는 주룩주룩 빈 당에 가득한데 / 낮 꿈을 막 깨고 나서 붓을 바삐 찾노니 / 마음이 맑아 절로 사사로운 뜻 없는지라 / 더위 한 번 식혀준 은혜 하늘에 감사하네.
고려 삼은 중 한 분인 목은(牧隱) 이색 선생의 시를 찾아보았다. 충남 서천의 문헌서원은 목은 이색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고자 지방 유림들이 뜻을 모은 곳이다. 기록에 따르면 창건 연대는 1594년이고 당시 이름은 효정사였다. 그 후 정유재란으로 소진되었으나 이전하여 광해군 때 문헌(文獻)이라 사액받았다고 전한다. 그러다가 고종의 서원 철폐령으로 사라졌으나 뜻있는 유림들이 복설하였고, 문헌서원 역사마을 조성사업에 따라 현재에 이르렀다.
배롱나무꽃과 함께하는 서원의 품격
서천 솔바람길을 따라 이색 선생 동상이 보이는 정원이 평온하다. 서원의 홍살문을 넘으면 연지 위 경현루의 반영이 잔잔히 흔들린다. 예스러움이 은은한 연못은 배우 박보검이나 유아인이 드라마와 영화를 촬영하던 곳이기도 하다.
널찍한 잔디밭을 걸어 외삼문인 진수문과 정면의 진수당에 들면 양쪽으로 유생 숙소인 동재와 서재가 자리 잡고 있다. 문헌서원(文獻書院)이라는 현판은 진수당 마루 안쪽으로 걸려 있어 들여다보아야 제대로 보인다. 뒤편 돌계단으로 오르면 떡하니 장판각이 중심 잡듯 위치한다.
담장 따라 효정사, 교육관, 영모재, 그 길 안으로 목은 선생의 영정을 보관하는 영당(影堂)을 따로 앉혀 아늑하다. 이색의 선비 정신과 성리학, 그리고 풍류가 깃든 기린산 중턱의 묘소를 바라보며 세월을 거슬러 보는 시간이다. 산수 좋은 수려한 자연 속을 산책하다 보면 옛 어른의 멋과 정취, 정신과 자연관의 교감에 빠진다.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힐링 여행지다. 숲이 감싼 산줄기 뒤편으로 선비의 기개를 닮은 듯 쭉쭉 뻗어 울창한 소나무가 든든하다.
바로 영당 뒤편 노거수 두 그루에서 해마다 여름이면 배롱나무꽃을 풍성하게 피워 올린다. 전통 건축의 지붕 위로 진분홍 배롱나무꽃 무리가 몽글몽글하다. 지난밤의 비바람으로 이미 많은 꽃이 떨어졌지만 배롱나무의 강한 생명력은 계속 이어진다. 아무리 꽃이 붉어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대단한 권력 또한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부귀라는 꽃말의 배롱나무꽃은 7~9월까지 계속 꽃을 피워서 백일홍 나무라고도 불린다. 무려 석 달 열흘 동안 피어나니 비바람에 꽃을 좀 떨구었기로서니 그저 슬플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지지대에 의지한 채 노구를 딛고 서서 해마다 꽃을 피워내는 문헌서원의 배롱나무를 본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는 충분하다.
문헌서원 옆 전통 한옥 숙소
이렇게 고즈넉한 곳에 짐을 풀고 하루나 이틀쯤 쉬며 돌아보는 소도시 여행은 휴식이 된다. 하룻밤 묵어갈 숙소로 문헌서원 전통호텔이 서원 입구에 있다. 정부와 서천군의 전통역사마을 조성사업계획에 따라 자연과 조화를 이루어 지은 우리나라 고유의 한옥마을 형태다. 나무를 이용한 서까래와 온돌, 돌을 이용한 기단, 문풍지가 정겨운 두 겹 곁문을 열면 친환경자연 속에 스미듯 지은 옛 가옥의 따스함이 다가온다. 안온하게 스며든 햇살을 받으며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거나 가만히 쉴 수 있는 시간은 가히 ‘득템’이다.
한옥 스테이를 할 경우 미리 예약하면 식사도 가능하다. 문헌 전통 밥상은 모두 지역 제철 농수산물을 사용해 만든 신토불이 건강식이다. 상쾌한 새벽 산책 후 한옥 마당을 내다보며 받는 소박하고 정갈한 아침 밥상은 추천할 만하다.
한산 모시와 소곡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한산 모시 짜기. 전통의 맥을 잇고자 서천에서는 모시풀을 처음 발견한 건지산 기슭에 한산모시관을 개관했다. 모시관 담장 아래 푸릇하게 자라고 있는 모시풀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전시관에서 모시의 모든 것을 관람한 후, 모시 체험과 중요무형문화재 전통직조기능 보유자의 시연 공방도 볼 수 있다. 모시 짜는 여인상이 있는 정원 아래 너른 마당에서는 여행자들이 투호 던지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 옛날 백제 유민이 나라를 잃고 한을 달래기 위해 빚어 마신 백제 궁중 술이라고 전하는 한산 소곡주. 보통 추수가 끝난 가을에 빚어서 100일 동안 땅에 묻는다. 술이 독해서 며느리가 젓가락으로 찍어 맛보면 취해서 일어나지 못하고 앉아서 엉금엉금 긴다는 일화는 물론, 조선 시대에 과거 보러 가던 선비가 한산에서 쉬다가 술맛에 눌러앉아 과거 시험장에 가지 못했다 하여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전해 내려오는 소곡주다. 취해도 좋을 가을이다.
솔바람 숲 맥문동과 서해 갯벌
다시 꽃구경, 서천의 장항 쪽으로 달리다 보면 장항 송림 산림욕장이 나타난다. 방풍림만으로도 압도한다. 수령 50년 이상 된 해송이 하늘을 가려 시원하기 이를 데 없다. 여름이 끝날 무렵이면 해송 아래 온통 보랏빛 맥문동 물결이다. 이곳에 오토캠핑장이 있어서 공기 밀도 걱정 없이 휴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롭다.
해솔밭 산책길을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기벌포 장항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바다 위로 우뚝하다. 15m 높은 상공에서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상쾌한 시간 속에 서는 것은 멋진 일이다. 이곳 이름이 기벌포 해전 전망대인데 백제의 마지막 해전지였다. 발아래로 해송림이 있고 눈앞에는 서천 바다 갯벌이 있다. 멀리 서해 근대산업의 중흥을 이끈 장항제련소도 보인다.
레트로 장항 골목 여행과 서천 맛집
옛날 기찻길을 지나 장항 골목 여행의 묘미도 쏠쏠하다. 편하게 레트로 흐름대로 놀거나 시대극처럼 양산 예쁘게 쓰고 느린 감성으로 즐기는 여행도 어울릴 듯한 곳이다.
장항에 맛집들이 즐비한 6080 음식 골목 맛나로(路). 특히 홍어탕과 아귀찜이나 탕으로 유명한 식당이 몇 군데 있으니 그중에서 끌리는 곳으로 들어가면 바로 맛집이다. 탕에 향긋한 미나리가 푸짐하다. 식사 후 맛나로 옆 골목을 걷노라면 레트로 분위기가 솔솔 난다. 라테 위에 달고나 듬뿍 얹은 달고나 라테를 먹을 수 있는 명물 카페도 빠뜨릴 수 없다. 때에 따라 체험도 가능하다. 지역의 젊은 청년들이 지역사회 살리기를 위한 건강한 일꾼 역할을 자처했다.
서해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전통 횟집 또한 장항 부근에 많다. 매일 공급되는 제철 해산물을 이용해 고급스러운 코스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소박한 물회 한 상으로도 바닷가 식사를 만끽할 수 있다. 이제 홍원항 전어가 제철이다.
11월이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도 이미 지났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한데,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큰 지역이다. 유럽은 겨울에 많이 춥지 않고 여름은 그다지 덥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춥다는 중강진은 1월 평균기온이 영하 20.8℃인데, 같은 위도의 이탈리아 로마는 1월 평균기온이 7℃다. 신의주의 1월 평균기온은 영하 9.3℃, 같은 위도인 미국 뉴욕의 1월 평균기온은 0.5℃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커서 생태 환경도 몹시 독특하다. 11월에는 서리라는 자연 현상을 통해 극심한 온도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서리를 모르는 현대인도 많다. 난방과 냉방이 잘되는 실내 환경에서는 자연의 변화에 둔감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릴 때 시골에서 살았던 분들은 가을 새벽에 문밖을 나서면 온 천지가 서리에 살짝 덮여 있던 풍경을 기억할 것이다. 서리는 일교차가 심해 온도가 급하게 내려갈 때 내린다. 이때 자연은 급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반응을 하고 이것이 생물의 약효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아 보이는 것은 대기 중에 습기가 없기 때문이다. 즉 봄과 여름에 지상으로 올라와 있던 습기는 가을이 오면 땅속으로 돌아간다. 이때 새벽의 찬 기운에 땅속의 습기가 얼어붙은 것이 바로 서리다. 생명체는 가을에 모두 이런 반응을 보인다. 가을의 대표 먹거리인 전어, 미꾸라지, 낙지, 대하 등은 모두 연못이나 갯벌과 관계가 있는데, 이 생물들의 효능은 몸속의 과도한 습기를 제거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서리와 관련한 먹거리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가을 곶감을 들 수 있다. 곶감을 말리면 젤리처럼 말랑말랑해지면서 단맛이 난다. 그리고 곶감 겉에 시상(柿霜)이라는 흰 가루가 생긴다. 곶감이 유명한 곳은 모두 고산지대. 그리고 일교차가 심한 곳이다. 일교차가 심하고 온도가 한참 내려가야 곶감의 맛이 살아난다. 그래서 감은 어디서 재배됐느냐보다 어디서 말렸는가가 더 중요하다. 건조기에서 말린 곶감은 단맛이 떨어지고, 진액을 수렴하고 보충하는 약효도 부족하다.
산수유는 남자에게 좋다. 간과 콩팥을 보충해 정액이 땀과 소변, 몽정으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눈과 귀를 밝게 해주고 무릎과 허리에도 좋다.
그렇다면 어떤 산수유가 좋은 것일까. 산지는 물론 누가 어떻게 재배했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챙겨야 할 기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서리다. 서리를 맞은 산수유가 약효를 제대로 발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 채취했느냐에 따라 산수유의 약효를 정한다. 미리 채취해서 냉장고에 얼린다고 서리 맞은 산수유의 효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미리 따서 후숙시킨 열매의 단맛이 나무에 매달려 익은 열매의 단맛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가능한 한 자연의 흐름에 맞춰 익어야 좋은 단맛이 생긴다.
가을철 야생 다래를 채취해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20세기 초 중국의 다래를 뉴질랜드로 가져가 개량한 것이 키위다. ‘동의보감’에서는 다래를 당뇨에 좋은 과일로 소개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서리 맞은 다래가 효능이 좋다고 했다. 만물은 가을 서리를 맞으면 그 추위를 이기기 위해 움츠린다. 그 힘은 몸속 진액이 빠져나가는 병인 소갈(消渴), 즉 당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병인 당뇨를 수렴해 치료한다.
서리 맞은 무로 무엿을 만들어 먹으면 기관지에 좋다. 무가 서리를 맞으면 더 단단해져 단맛이 강해진다. 이 단맛이 폐와 기관지를 보호해준다. 한의학에서는 날숨을 좋게 하고 흉곽 수축을 도와주는, 힘이 강한 폐를 건강한 폐로 본다. 가을의 수렴하는 기운은 이런 힘을 증가시킨다. 서리 맞은 무나 산수유, 곶감은 폐가 더 많이 수축하고 수렴하도록 도와준다.
‘동의보감’은 서리 맞은 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늦게 여무는 쌀이 제일 좋고, 빨리 여무는 쌀은 그보다 못하다. 쌀은 서리가 내린 이후에 거둔 것이 좋다.” 여기서 좋은 쌀이란 건강을 도와주는 쌀이다. 즉 폐 기운을 좋게 해서 면역력을 높이고 뼈와 인대, 근육을 튼튼하게 해준다는 의미다. 만생종(晩生種) 쌀, 고지대에서 자란 쌀, 추운 지역에서 자란 쌀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리를 맞은 활엽수의 잎도 피부병증에 효과가 좋다. 서리를 맞아 누렇게 변한 뽕잎이나 파초의 잎 등을 가루로 만들어 피부의 약한 부위에 바르면 빨리 재생된다. 한의학적으로 설명하면, 가을의 춥고 건조한 기운이 습열을 제거해 피부를 낫게 하는 것이다.
인간도 생명체이기 때문에 자연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병이 생긴다. 이럴 때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다른 생명체를 약으로 써서라도 몸을 보호해야 한다.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에 ‘동의보감약선(東醫寶鑑藥膳)’, ‘사람을 살리는 음식 사람을 죽이는 음식’이 있다.
전어는 바닷물고기로 전어 과에 속한다. 몸은 옆이 납작하여 청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이 고기는 가을철 별미로 매년 이맘때쯤이면 여러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며 입맛을 당겨준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갔던 며느리가 돌아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고소한 맛으로 잘 알려졌다.
전어에 대해 너무도 궁금하여, ‘임원경제지’(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의 저서)를 펼쳐보니 이런 내용이 적혀있다. ‘전어는 기름기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소금에 절여 서울에서 파는데, 양반이나 천민 모두 좋아해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산다고 해서 전어라고 부른다.‘
여기에 너무 웃기는 희한한 전어에 관한 내용이 있다. ‘며느리 친정 간 사이에 시부모가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 전어는 그만큼 맛이 좋은 생선임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전어에는 우리 체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이 8종류나 함유돼 있고, 영양가도 높다. 또 콜레스테롤과 체지방을 분해하고, 피부미용에 좋아 여자들이 선호하며, 타우린, 칼슘, 비타민, 미네랄이 많아 피로 해소에 좋은 식품에 속한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에 ‘요리여왕 뚝딱이님’라고 소개한 바 있는 아내는 가을이면 전어를 사다 요리 솜씨를 자랑했다. 아내가 요리를 할 때면, 고소하게 풍기는 전어 냄새에 군침을 흘리며 기다리곤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요리여왕 뚝딱이님'은 어느새 전어 회를 썰어 초고추장과 막장을 쳐서 가져왔다. “상추쌈으로 아삭아삭~ 씹어 드세요”라고 말하며 빙그레 웃는다. 살아있는 전어를 잡자마자 회를 쳐야 맛이 있다고 요리여왕답게 솜씨 자랑을 한다. 그러더니 “전어구이는 크기가 한 뼘 되어야 맛이 있다” 하면서 나에게 한 입 건네준다.
찬바람이 불고 가을이 깊어질수록 전어는 맛이 차오른다고 한다. 아내에게 별명 하나를 잘 지어준 덕분에 놓칠 수 없는 가을 별미 전어 한 상으로 호강했다.
2018년 4월, 아들의 결혼식을 잘 마쳤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 내외는 각종의 선물을 꺼냈다.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세상에 그 어떤 것도 공짜는 없다. 자녀 역시 마찬가지다. 그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몸을 빌려 이 세상에 나왔다. 자녀를 먹이고 입히고 가르친 것 역시 부모님의 은공이다. 따라서 자녀는 반드시 효도를 기본으로 견지해야 마땅하다. 아무튼, 결혼식을 잘 치름에 따라 그 연장 선상의 당연한 보답 행보에 들어섰다. 그건 하객으로 참여해 주신 분은 물론이거니와 부득이 불참하셨지만, 축의금을 보내주신 분들에 대한 예의였다.
지난주의 저녁 식사 대접이 이의 방증이다. 횟집에서 만난 지인들과 상의 끝에 수족관에서 도다리와 노래미를 골랐다. 대표적 흰살생선인 도다리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듯 제철인 지금이 가장 맛이 좋다고 알려져 있다. 전어 굽는 냄새엔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지만 도다리 회를 펼쳐 놓으면 술을 싫어하는 이도 냉큼 소주잔을 든다. 소주와 매운탕까지 잔뜩 먹고 마시며 환담을 하노라니 지인이 걱정스러운 듯 한 마디 했다.
“우린 잘 얻어먹어서 고맙긴 하지만 오늘 너무 과용하는 것 아닙니까? 적자 나면 안 되잖아요.”
그날 모인 사람은 모두 네 명. 세 사람이 낸 축의금만을 따지자면 15만 원이다. 따라서 그 금액에 육박하는 지출이 발생했기에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엄연히 고마움을 표시하는 자리이거늘 금액을 저울질하면서 먹는 술과 밥이라고 한다면 얼마나 각박한 세상일까!
“걱정 마십시오! 저 안 망합니다.”
나의 호언장담에 그들도 함박웃음을 보였다.
아내는 오늘 저녁 지인들에게 저녁을 산다고 했다.
“기왕이면 비싸고 맛난 거 사 드려. 그래야 욕 안 먹어.”
자녀를 결혼시키자면 여기저기서 축의금이 들어온다. 한데 그건 다 ‘빚’이다. 고로 반드시 갚아야 한다.
조의금도 마찬가지다. 동창 중에 얌체가 눈 밖에 났다. 자신의 자녀 결혼과 부모님 상을 당했을 때도 사방팔방에 죄다 알렸다. 축의금과 조의금을 그렇게 ‘챙겼지만’ 정작 이후론 친구들의 결혼식장과 장례식장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처럼 속이 죄 들여다보이는 ‘고바우’는 상대방이 먼저 간파한다. 반면 비록 애옥살이일망정 손겪이(손님을 대접하는 일)가 정당하다면 역시도 사람됨이 됐다며 인정을 받기 마련이다.
싹은 돋았어도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있으며, 막상 꽃을 피웠으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꼭 그렇다는 느낌이다. “그렇게 안 봤는데 이제 보니 윤똑똑이일세~”라는 표현은 최악의 폄훼다.
평소 예의와 의리를 잃으면 사람도 아니란 게 어떤 교조(敎條)이다. 오늘도 나의 손겪이는 계속될 것이다.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의 향과 달큼하면서도 짭짤한 맛, 마지막에 느껴지는 쌉싸래한 여운까지. 멍게는 노화를 방지하는 타우린을 함유하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주기 때문에 당뇨병에도 좋다. 특유의 비린내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멍게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 아직 잘 모르겠다면 11년째 멍게 요리를 하며 이름을 알린 ‘목포명가’에서 그 진수를 확인해보자.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터미널 앞으로 쭉 펼쳐진 왕복 6차선 도로를 건너면 크고 작은 음식점이 모여 있는 먹자골목을 만난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살피니 파란색 간판이 인상적인 ‘목포명가’ 건물이 눈에 띈다. 안으로 들어가자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한 ‘인증샷’ 액자가 맛집임을 증명하듯 벽에 걸려 있다. 이곳에서 음식을 시키면 본 메뉴가 나오기 전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밑반찬들이 제공된다. 멸치볶음, 어리굴젓, 홍어무침 등에서 목포가 고향인 주인의 손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찌그러진 양은 냄비에 멍게 껍질과 함께 끓여져 나온 미역국 또한 시원하고 맛이 깊다. ‘목포명가’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는 멍게비빔밥(1만원)과 물회(1만5000원). 두 메뉴의 공통점은 멍게가 들어간다는 데 있다.
‘목포명가’는 멍게 맛이 가장 좋다는 5월에 살이 잘 오른 3년산 통영 멍게만 받아 사용한다. 잘게 다진 멍게 살에 된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한 ‘멍게소스’는 이 집만의 특별한 요리 비법이다. 신선한 야채에 아낌없이 올린 멍게소스가 멍게비빔밥의 맛을 한층 풍부하게 만든다. 최정임 사장은 “비빔밥에 초장을 많이 넣으면 단맛만 강해져요. 저는 초장은 살짝 넣고 멍게소스만으로 감칠맛을 내지요. 돌김에 싸 먹으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어요”라며 자신 있게 멍게비빔밥을 추천한다. 물회는 바지락과 야채로 기본 육수를 내고 초장, 식초, 설탕을 가미한다. 마지막으로 멍게소스를 한 숟가락 넣어주면 ‘목포명가’만의 멍게 향이 은은하게 나는 물회 육수가 완성된다. 여기에 싱싱한 활어회, 문어, 해삼 등 각종 해산물과 함께 메밀국수가 들어가니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다.
가을 바다의 주인공 전어의 귀환
제법 선선해진 가을바람과 함께 바다에서 군침 도는 풍어의 소식이 들려온다.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 ‘가을 전어 머리에는 참깨가 서 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전어는 가을에 꼭 먹어봐야 할 별미다. 뼈째 먹으면 칼슘을 다량 섭취할 수 있고 DHA와 EPA 등 불포화지방산이 혈액을 맑게 해줘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목포명가’도 가을을 맞이해 계절 메뉴로 전어세트(5만5000원)를 판매한다. 매일 아침 가락수산시장에서 공수해온 전어만 사용하기 때문에 신선한 전어요리를 맛볼 수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삼성로100길 23-22
예약 및 문의 02-558-9412
운영시간 11:30~22:00
늦은 봄을 노래한 시 중 필자가 좋아하는 시는 두보(杜甫)의 ‘곡강(曲江)’이다. 이 시는 두보가 47세 되던 AD 758년 늦은 봄, 좌습유(左拾遺) 벼슬을 할 때 지은 작품이다. 좌습유라는 벼슬은 간언(諫言)을 담당하던 종8품의 간관(諫官)이다. 당시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재상(宰相) 방관(房琯)이란 사람이 죄목을 뒤집어쓰고 파면되는 일이 발생하자 ‘죄가 가벼우니 대신을 파직함은 옳지 못합니다(罪細,不宜免大臣)’라는 상소를 올린다. 그러자 숙종(肅宗)은 매우 노하여 삼사(三司)를 시켜 두보를 문초하게 한다. 이때 재상 장호(張鎬)가 얘기하길, ‘(간관인 두보가 간언한 것을 가지고) 죄를 묻는다면 그것은 간관의 언로를 막는 것입니다(甫若抵罪,絕言者路)’라고 하여 이 일은 일단락된다. 그러나 황제의 눈 밖에 난 두보는 여름이 되자 결국 화주(華州) 사공참군(司功參軍)으로 좌천된다. 이 시는 당시 황제의 눈 밖에 난 두보가 좌천되기 이전, 자신의 괴로운 심정을 늦봄에 실어 읊은 걸작이다. 2수 중 첫 번째 시의 전련(前聯)을 먼저 살펴보자.
一片花飛減却春(일편화비감각춘)
한 조각 꽃잎이 날려도 봄빛이 줄어드는데
風飄萬點正愁人(풍표만점정수인)
만 점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니 정녕 사람을 시름 잠기게 하네
且看欲盡花經眼(차간욕진화경안)
장차 다 지려는 꽃잎, 눈앞을 스쳐가는 것을 보노니
莫厭傷多酒入脣(막염상다주입순)
몸이 많이 상했다 하여 술 마시는 것을 마다할 수 있으리오…
‘한 조각 꽃잎이 날려도 봄빛이 줄어든다’는 의미의 ‘일편화비감각춘(一片花飛減却春)’은 참으로 뛰어난 명구로서 역대로 수많은 문인들에 의해 애송되어왔다. 이 구절은, 대조를 이루는 ‘하나의 나뭇잎이 떨어지는 걸 보고도 천하에 가을이 왔음을 안다’라는 의미의 ‘일엽낙지천하추(一葉落知天下秋)’ 구절과 더불어 각각 봄이 짐과 가을이 옴을 읊은 천고의 절창으로 꼽힌다. 황제의 신임을 잃은 신세에, 떨어지는 꽃잎을 보니 어찌 심란하지 않았겠는가? 마지막 구절을 보면 ‘몸이 이미 많이 망가졌다(傷多)’는 표현을 통해 심적 고생이 이미 건강을 해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시를 짓고 난 뒤 두보는 같은 제목의 두 번째 시를 짓는다. 이 시의 전련에는 ‘인생칠십고래희’라는 유명한 시구가 등장한다.
朝回日日典春衣(조회일일전춘의)정에서 돌아오면 날마다 봄옷을 저당 잡혀
每日江頭盡醉歸(매일강두진취귀)매일 강가에서 만취하여 돌아온다
酒債尋常行處有(주채심상행처유)외상 술값이야 으레 가는 곳마다 있기 마련…
人生七十古來稀(인생칠십고래희)사람은 예로부터 70년 살기도 드문 일 아니겠는가
이 시를 보면 그는 더욱 심해진 마음고생을 술로 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어차피 칠십도 못 사는 인생, 몸을 아낄 필요가 있겠냐고…. 이어지는 후련(後聯)이다.
穿花蛺蝶深深見(천화협접심심견)꽃을 파고드는 호랑나비 깊숙이 보이고
點水蜻蜓款款飛(점수청정관관비)물 위를 스치는 잠자리 사뿐히 날아오르네
傳語風光共流轉(전어풍광공류전)말을 좀 전해다오, (우리 인생과) 함께 흘러가는 경치에게…
暫時相賞莫相違(잠시상상막상위)“잠시나마 함께 즐기면서 서로 거스르지 말자고”
두보는 자신이 존경했던 도연명의 형식을 빌려 아름다운 봄날 경치에 대한 자신의 헌사를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하태형(河泰亨) 전 현대경제연구원장
아호는 양우養愚. 195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와 KAIST 대학원에서 경영학과 경영과학을 전공했다. 미국으로 유학하여 뉴욕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수원대 금융공학대학원에 교수로 복귀하여 강의하고 있다. 오랜 소망이었던 서예와 한학을 다시 공부하게 됐다. ‘난정서’를 접하게 된 이후 국내외 문헌을 찾아가며 난정서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저서로는 가 있다.
가을의 유명한 먹거리를 찾아 보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 전어, 이름 자체에 가을이 들어가 있는 추어탕(鰍魚湯), 서해안의 대하(大蝦), 낙지… 그런데 왜 모두 물에서 자라는 것일까? 가을은 땅에서도 열매가 많이 맺히는 결실, 수확의 계절인데.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늘이 높아진다는 것은 대기가 건조해진다[燥]는 말이고, 말이 살찐다는 것은 겨울을 대비해서 몸이 불어난다[濕]는 말이다. 식물은 가을이 되면 잎과 줄기가 마르면서 형형색색의 단풍을 만들어 내고[燥], 모든 진액은 열매와 뿌리 속으로 갈무리되어서 열매와 뿌리가 부푼다[濕].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으고, 곰은 많이 먹어서 체중을 20~30% 늘려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한다. 사람도 피부는 건조해지고[燥], 속은 살이 쪄서 겨울을 대비한다[濕]. 그러므로 한의학에서는 가을을 마를 조(燥)와 거둘 수(收, 濕)로 대표한다.
그래서 가을에는 겉으로는 건조해서 생기는 피부병은 악화되고, 습기가 많아서 생긴 피부병은 호전된다. 건성 아토피나 건선, 안구건조증 등은 악화되고, 습성 아토피, 어루러기 등은 호전된다. 속에서는 살이 찌면서 습기가 더 강해진다. 그러므로 우울증이 심해지고, 디스크, 관절염도 심해진다. 에서도 가을 습기에 상하면 겨울에 기침을 많이 한다고 했다. 가을은 폐가 주관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폐와 관련된 코, 호흡기, 피부 질환이 많이 나타난다. 감기, 비염, 천식, 피부병, 상기증, 어깨와 등이 뭉치고 아픈 증상 등을 주의해야 한다. 폐가 원래 안 좋은 사람은 가을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가을에 적합한 음식으로는 갯벌, 진흙에 사는 수생 생물과 가을 과일, 견과류를 들 수 있다.
물고기, 낙지, 대하 등 물에 사는 생물은 자신의 몸에 들어온 물을 순환시켜서 몸 밖으로 내보내는 힘이 강하다. 따라서 물고기를 먹으면 예외 없이 부종을 소변으로 빼내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산후에 붓기를 빼려고 잉어, 붕어, 가물치 등 물고기를 먹는 것이다. 그중에서 진흙, 갯벌에 사는 물고기, 낙지, 대하는 습을 소변으로 잘 내보낸다. 물이 정체된 것과 습이 정체된 것은 좀 다른데, 물이 정체되면 위장이 출렁거리고, 습이 정체되면 소화가 안 되고 붇고 머리가 무겁다. 물이 정체되면 안개, 습이 생기기 쉽다. 물이 정체된 진흙, 갯벌에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습을 제거하는 능력이 발달했다. 그래서 진흙, 갯벌의 생물을 먹으면 습을 순환시켜 건조해진 피부를 촉촉하게 해 주고, 몸속의 습은 소변으로 빼내 준다. 그러므로 피부가 건조해지고 몸속이 습해지는 가을에는 갯벌, 진흙에 사는 수생 생물이 좋다. 이들은 가을철 음식으로만 좋은 것이 아니라, 산후 유즙 분비를 촉진하는 음식으로도 우수하다. 산후 유즙 분비는 위장 기능이 좋아야 하고 피가 충분해야 하며 붇기가 없어야 하는데, 갯벌, 진흙의 수생 생물들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 주기 때문이다.
추어탕은 미꾸라지(鰍魚)와 초피(제피)를 이용한다. 미꾸라지는 몸속 습기를 소변으로 빼 주면서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초피는 기침을 멎게 한다. 이 둘은 속도 덥혀 준다. 그러므로 추어탕은 가을이라는 조건에도 맞고 감기 예방과 치료도 해 주는 좋은 음식이다.
가을 전어가 유명한 것도 가을철 건강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가을 전어는 물고기라서 습기를 소변으로 잘 빼내 주고, 통통해서 살이 찐 상태이기 때문에 내 몸이 겨울을 대비하도록 하며, 피부를 윤기 있게 한다.
가을철에 낙지가 유명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낙지는 갯벌에 살면서 소화를 돕고 습기를 소변으로 잘 빼내 주며, 기혈을 보충하고 피부를 좋게 한다. 낙지는 또한 근육의 힘이 좋기 때문에, 뱀장어, 가물치처럼 남자의 힘을 돋우어 준다. 연안 진흙바닥에 사는 대하나 수입 민물 대하는 모두 아랫배의 양기를 돋우어서 겨울을 대비하게 한다.
도토리가 다람쥐의 겨울나기를 돕듯이, 가을 과일은 사람, 동물들의 겨울나기를 돕는다. 단맛은 에너지를 만들고, 떫고 시큼한 맛은 진액, 정액을 수렴해서 겨울을 버틸 준비를 하게 한다. 여름 과일인 수박, 참외 등은 단맛이지만, 가을 과일인 감, 사과, 배, 귤, 오미자는 모두 시큼하다. 이 시큼한 맛은 땀구멍을 닫아 피부가 찬바람에 쉽게 상하지 않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피부의 땀구멍이 닫히면 인체 내부는 부풀기 시작하는데, 이렇게 부풀면 겨울철 추위를 이기기 쉽게 된다. 하지만 약간 서늘한 성질이 있는 편이므로 많이 먹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단단한 과일인 견과류는 피부에서 속까지 진액, 정액을 단단하게 응축해 주기 때문에 겨울 대비용으로 좋다. 연자육, 밤, 도토리, 땅콩, 호두, 좁쌀 등을 하루 한 줌 정도 먹는 것이 좋다. 견과류는 단단하고 둥글게 응집되어 있다. 사람이 견과류를 먹으면 마찬가지로 뼈와 피부가 단단해져서 찬 기운을 이길 수 있게 도와주며, 기침에도 좋다. 기운이 약한 것, 뼈가 약한 것, 설사가 잦은 것에도 좋으며, 눈과 뇌, 척추에도 좋다.
환절기라는 것은 계절의 변화가 급격하다는 것이다. 특히 가을에 따뜻하다가 추워지면 몸의 저항력이 약한 사람은 폐가 쉽게 약해져 기침, 콧물을 흘리게 된다. 변화의 급격함에는 모두가 약하다. 열대에 사는 사람이 한대에 가거나, 시차가 많이 나는 곳으로 여행을 가거나, 온도차가 급격하거나, 감정의 급격한 변화를 겪거나 하는 것은 모두 감기에 걸리기 쉬운 상황이다. 따라서 환절기 감기를 예방한다는 것은 급격한 변화를 완만하게 하거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외부 환경을 조정하거나 내 몸의 내부 환경을 조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외부 환경은 잠을 잘 때 긴 팔을 입고, 창문을 꼭 닫고, 방의 온도를 약간 높이거나, 따뜻하게 먹는 것이다.
내부 환경을 조정하는 것은 생강차, 계피차 등으로 몸의 온도를 높이는 것이다. 가을, 겨울에 쉽게 땀이 나고 배 아픈 사람에게는 계피차가 특히 좋다. 저녁을 일찍 먹고, 일찍 자고, 약간 늦게 일어나는 것이 좋다. 심호흡을 자주 해 주는 것 역시 적응력을 높여 준다. 갑자기 추운 곳에 나갈 때는 조금씩 흡입량을 늘려 찬 공기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는 것이 좋다. 얼굴이 흰 사람은 황기, 인삼 등이 좋고, 얼굴이 검은 사람은 산수유 차가 좋다.
가을철에는 태양의 운행에 맞춰 겨울보다는 일찍 일어나고 여름보다는 일찍 자는 것이 좋다. 그리고 여름처럼 마음을 들뜨게 하지 말고, 가을 성격에 맞게 마음을 안정하고 정신을 수렴해야 한다. 또한 성생활도 지나치게 하면 수렴을 방해하므로 당연히 주의해야 한다. 건조한 날씨로 인해 호흡기질환이나 피부질환이 쉽게 생길 수 있으므로 체액을 증강해 건조함에 대비하고, 옷을 껴입고 기운을 보충해 서늘한 바람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약하자면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 최철한(崔哲漢) 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박사. 생태약초학교 ‘풀과나무’ 교장. 본디올한의원네트워크 약무이사. 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