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은 짧다. 달력에서 가장 먼저 끝나는 달이다. 다른 달보다 짧은 이유는 우연이 아니다. 고대 로마 달력은 처음에 1년을 10개월, 304일로 계산했다. 농경이 불가능한 겨울은 달력에서 아예 제외했다. 이후 남은 겨울을 메우는 과정에서 추가된 달이 2월이다. 이때부터 2월은 ‘남은 날을 채우는 달’이 됐다.
종교적 배경도 겹친다. 고대 로마에서 2월(Februarius)은 속죄와 정화의 달이었다. 죽음과 의례가 집중된 불길한 시기로 여겨, 길한 숫자를 중시하던 관념 속에서 날짜 조정의 대상이 됐다. 기원전 46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태양년에 맞춰 달력을 개혁하면서 대부분의 달은 30일이나 31일로 정비했지만, 2월만은 기존 관행을 유지해 평년 28일, 윤년에 하루를 더하는 방식으로 남았다. 오늘의 그레고리력 역시 이를 계승하고 있다.
‘짧다’는 사실은 삶에 분명한 교훈을 준다. 첫째, 시간은 저축되지 않는다. 짧다는 인식은 미루지 말라는 경고다. 지금 하지 않으면, 그 일은 끝내 오지 않는다. 둘째, 가치는 길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짧은 말이 오래 남고 짧은 만남이 인생을 바꾸기도 한다. 삶의 무게는 분량이 아니라 밀도에서 생긴다. 셋째, ‘끝이 있다’는 자각이 태도를 만든다. 유한함을 알 때 선택은 분명해지고 욕심은 절제된다. 무한하다고 믿을 때 삶은 산만해지고, 유한하다고 깨달을 때 삶은 정직해진다. 그 조건이 우리를 서두르게도 하지만 더 깊게 살기를 요구한다. 인생이 짧아서 우리는 함부로 살 수 없다.
젊은 시절의 2월은 문턱 앞에 서 있는 시간이지만, 나이 든 이들에게 2월은 더 이상 문을 두드리는 달이 아니다. 이미 많은 문을 지나왔고, 적지 않은 선택의 결과를 안고 있다. 젊은이들에게 2월은 가능성을 점검하는 달이다. 시니어들에게 2월은 정리의 시간이다. 더 얻기보다 덜어내고 더 빨리 가기보다 방향을 확인한다. 무엇을 더 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끝낼 것인가를 묻는다. 이는 체념이 아니라 통찰이다. 시간의 총량을 의식하기 시작했기에 가능한 태도다.
2월은 결심이 시험대에 오르는 달이다. 1월의 결심은 새해라는 상징에서 힘을 얻지만, 한 달이 지나면 그 효과는 사라진다. 남는 것은 반복이다. 반복은 의지가 아니라 구조를 요구한다.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고 피로는 쌓인다. 그래서 많은 결심이 2월에 흔들린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진단이다. 결심만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2월은 시작과 현실이 맞닿는 달이다. 이 짧은 시간을 어떻게 건너느냐가 봄의 방향을 정한다. 삶의 방식도 달라야 한다. 젊은이의 2월이 ‘더 빠르게 움직이는 달’이라면, 우리의 2월은 ‘헛되이 움직이지 않는 달’이어야 한다. 2월은 젊은이에게는 기회이고, 시니어에게는 기준이다. 같은 달을 살아도, 각자의 삶이 서로 다른 계절을 지나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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