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노인 묶지 말아야” 요양시설 ‘구속’ 지적 연구 나와

입력 2026-01-23 10:44

국내 요양시설 신체구속 실태 분석… “사고 책임·치매 케어 역량 부족이 구속 불러”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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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요양시설에서 여전히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신체구속과 억제의 원인이 단순한 현장 판단이 아니라 책임 구조와 조직 문화, 제도 환경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체구속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적 규제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입주자의 삶의 질을 중심에 둔 ‘사람중심케어’로 돌봄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동선 한국외국어대 교수 연구팀이 지난달 한국장기요약학회 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사람중심케어 관점에서 살펴보는 국내 요양시설의 신체구속 및 억제: 원인과 대안돌봄 모색’에 따르면, 요양시설에서 신체구속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사고에 대한 과도한 책임 부담’, ‘신체구속 기준에 대한 인식 부족’, ‘치매 케어 전문성의 한계’라는 세 가지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사람중심케어 실천 네트워크가 주관한 세 차례의 신체구속 관련 세미나와 요양시설 운영자 인터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신체구속은 ‘하지 않으려는 원칙’과 ‘현실적 불안’ 사이에서 합리화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낙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설이 감당해야 할 법적·재정적 책임, 보호자의 책임 추궁, 종사자의 죄책감이 겹치면서 “자유보다 안전이 우선”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연구는 침대 난간, 휠체어 안전띠, 벙어리장갑, 식판 고정 등 상당수 억제 행위가 현장에서는 여전히 ‘신체구속이 아니다’라고 인식되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공식적으로는 신체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제 돌봄 과정에서는 억제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괴리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이유로 입주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억제가 적용되고, 보호자 중심의 동의 절차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구조적으로 배제하는 현실도 함께 언급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합리화 기제에 대응하는 대안으로 ‘신체구속 감소 기제’를 제시했다. 핵심은 입주자 이해를 바탕으로 한 자율성 존중이다. 입소 초기의 불안을 완화하고, 개인의 생활사와 잔존 능력을 반영해 역할을 부여하면 문제 행동이 줄고 억제 없이도 돌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사례로는 빨래 개기, 식물 가꾸기, 종교 활동 등 개인의 삶과 연결된 활동이 신체구속 감소에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직 차원에서는 정보와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고 공유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례회의를 통한 정보 공유, 사고 발생 시 개인 책임을 묻지 않는 원칙, 종사자 교육과 복지 지원이 결합될 때 ‘구속 없는 돌봄’이 지속 가능해진다는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한 시설들 가운데 일부는 오히려 신체구속을 줄인 이후 종사자의 업무 부담과 이직률이 낮아졌다고 보고했다.

제도와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노인보호전문기관과 외부 평가는 처벌을 위한 감시가 아니라 인권 보호를 함께 고민하는 파트너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신체구속 최소화가 시설의 신뢰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점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동선 교수는 요양시설 현장에서 제기되는 신체구속 필요성에 대한 ‘현실론’ 질문에 대해 “해외 사례에서도 구속을 풀자 낙상이 늘었다는 보고가 있는 반면, 억제 제로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시설도 있어 상황은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신체구속이 노인 당사자에게 미치는 심리적 영향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안전을 이유로 한 신체구속이 치매 어르신에게는 ‘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제가 직접 본 사례에서도 휠체어 삼각띠에 격렬히 저항하다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상황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신체구속은 저항 과정에서 추가적인 부상을 낳을 가능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신체구속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하기보다, 이용자 개별 상황에 대한 세심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낙상이 이 어르신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 신체구속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키지는 않는지를 계속 관찰하며 판단해야 한다”며 “구속까지 가지 않도록 엉덩이 보호 패드 착용이나 근력 강화 운동 등 다양한 대안을 먼저 시도하는 접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시설들이 낙상에 더 민감해진 배경에는 낙상 이후 골절, 입원, 보호자와의 분쟁, 보험사의 배상 거부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며 “억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종사자들이 어르신의 존엄성과 사람다움을 이해하고 치매 케어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더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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