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서울 이태원에 핼러윈(Halloween)을 앞두고 인파가 몰리면서 최악의 압사 사고가 벌어졌다.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정부는 참사 다음 날인 30일부터 오는 11월 5일 밤 24시까지 일주일이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됐다.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핼러윈은 무슨 날이길래 매년 이태원에 사람이 몰릴까. 핼러윈은 기독교 축일인 만성절 전야제(All Hallows’ Day evening)의 줄인 말이다. 매해 10월 31일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축제를 즐긴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중세 유럽에서 켈트와 가톨릭 신앙이 혼합된 형태의 축제였다. 이후 1840년대 아일랜드인이 대기근으로 미국에 대거 이주하면서 오늘날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유령을 쫓기 위해 무시무시하고 기괴한 의상을 입는 켈트족의 풍습이 미국으로 전파됐다. 유령이나 괴물 등으로 분장한 아이들은 핼러윈에 이웃집을 돌아다니며 사탕과 초콜릿을 얻는다. ‘Trick or Treat’이라고 외치는데, ‘간식을 주지 않으면 장난칠 거야’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초반 본격적으로 핼러윈 문화가 전파됐다. 외국 유학생, 외국인 강사 등이 영어유치원, 영어학원 등에서 핼러윈 문화를 소개한 것이 시발점이 됐다. 세계 각국의 외국인이 모여 사는 이태원을 통해서도 핼러윈을 즐기는 문화가 빠르게 전파됐다.
외국인들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모여 소규모 파티를 즐겼다. 이태원은 특히 클럽 문화가 발달해, 외국인들은 핼러윈 때 유령·해적·마녀 등 독특한 의상을 입고 이 지역 클럽을 찾았다. 이를 본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코스튬 문화가 빠르게 퍼졌다. 해를 거듭할 수록 참여 인원이 많아지고, 축제의 규모가 커졌다.
어느 순간 젊은이들이 독특한 분장을 하고 이태원 클럽을 찾는 것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MZ세대의 젊은이들이 여의도 불꽃 축제를 즐기고, 크리스마스에 사람이 많아도 명동 거리를 걷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일상에서 벗어나 핼러윈을 즐기는 젊은이는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는 뜻이다.
핼러윈은 10월 31일이지만 앞선 주말에 이태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난 29일에는 1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몰렸다. 코로나19로 인해 3년 만에 열린 ‘야외 노마스크’ 행사였다. 오랜만에 빗장이 풀리자 그동안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더욱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태원 해밀톤호텔 서편 폭 3.2m짜리 내리막 골목길에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1일 오전 6시 기준 사망자 154명, 중상자 33명, 경상자 116명 등 총 303명이 인명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트릭 오어 트릿(Trick-or-Treat)!” 사탄의 인형 ‘처키’부터 다크 나이트 ‘조커’까지 영화 속 유령과 ‘빌런’(악당) 분장을 한 이들이 한데 모여 축제를 벌이는 할로윈 데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간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날만을 기다렸던 이들이 많겠지만, 유령보다 무섭고 빌런보다 악독한 바이러스가 물러가기 전까지는 떠들썩하게 놀고픈 마음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썰렁하게 보내는 할로윈이 아쉽다면, 넷플릭스로 그 즐거움을 대신해보자. 이번 주 브라보 안방극장에서는 할로윈 데이의 유쾌한 분위기를 더해줄 영화 세 편을 소개한다. 소개하는 작품들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1. 수어사이드 스쿼드 (Suicide Squad, 2016)
무기징역수들이 수감되는 특수 교도소, 미 정부는 독방 신세로 지내는 수감자들에게 특별 사면을 대가로 극비 임무를 완수할 것을 지시한다. 이들의 임무는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메타 휴먼'의 공격을 막는 것. 정부는 혹독한 시험을 거쳐 미션을 수행할 팀의 멤버를 선발하고, ‘데드샷’(윌 스미스), ‘할리퀸’(마고 로비), ‘디아블로’(제이 헤르난데즈) 등으로 구성된 ‘수어사이드 스쿼드’ 팀을 결성한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악당들로만 이루어진 자살 특공대의 활약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다. 마블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계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DC코믹스의 악당 영화로, DC코믹스 팬이라면 반가울 만한 ‘빌런’(악당)들이 대거 등장한다. 할리퀸의 치명적인 매력과 악당들의 몰아치는 액션이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속편인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오는 2021년 개봉 예정이다.
2. 비틀쥬스 (BettleJuice, 1988)
새집을 산 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아담’(알렉 볼드윈)과 ‘바바라’(지나 데이비스) 부부는 황당한 사고로 목숨을 잃고 유령이 되어 자신들의 집에 맴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의 집에 ‘찰스’(제프리 존스) 가족이 이사를 오고, 찰스 가족은 집을 송두리째 바꾸려고 계획한다. 이런 찰스 가족이 못마땅한 아담 부부는 일가족을 쫓아내기 위해 작전을 준비하고, 때마침 장난꾸러기 유령 ‘비틀쥬스’(마이클 키튼)가 나타나 계획을 도와주겠다며 나선다.
영화 ‘비틀쥬스’는 판타지의 거장 팀 버튼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으로, 유령이 된 부부가 자신들의 집에 찾아온 불청객을 쫓아낸다는 기발한 발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제61회 아카데미 시상식 분장상 및 제14회 새턴 어워즈 최우수 호러, 스릴러상, 최우수 분장상 등 주요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휩쓸며 오컬트의 교본으로 인정받았다. ‘비틀쥬스’ 역을 맡은 마이클 키튼의 재치 있고 익살스러운 연기가 작품의 재미를 더한다.
3. 몬스터 호텔 (Hotel Transylvania, 2012)
인간의 출입이 금지된 몬스터 호텔, 딸밖에 모르는 ‘드라큘라’(아담 샌들러)는 딸 ‘마비스’(셀레나 고메즈)의 118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미이라 등 몬스터 친구들을 호텔로 초대한다. 그런데 이때, 초대받지 않은 인간 소년 ‘조니’(앤디 샘버그)가 나타나고, 호텔의 위신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드라큘라는 조니를 몬스터로 변장시킨다. 하지만 조니와 마비스는 서로를 향해 첫눈에 반하고, 드라큘라의 고민은 점점 깊어져만 간다.
영화 ‘몬스터 호텔’은 드라큘라의 하나뿐인 딸 마비스가 인간과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생김새와는 달리 허당끼 가득한 몬스터들의 귀여운 모습이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호텔의 으스스한 배경이 할로윈 특유의 분위기를 더한다. '몬스터 호텔2'와 '몬스터 호텔3'에서는 조니와 마비스의 뒷이야기도 엿볼 수 있다.
괴짜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 그는 작업실에 갈 때면 정장 차림에 단장까지 들고 안방을 나섰다. 그 작업실이라는 게 몇 발짝이면 도착하는 집 안의 주방이었다. 힘들이지 않고 사람을 웃기는 이색 소극(笑劇)이다. 소다미술관(SoDA, Space of Design and Architecture)은 짓다가 버린 찜질방을 고쳐 만든 미술관이다. 이 역시 주방 화실만큼이나 이색이라 흥미롭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던 폐건물에 생명을 주입했으니 태생부터가 예술적? 스러지는 사물에, 무의미한 존재에 숨을 불어넣는 게 예술이지 않은가.
영국 런던의 내로라하는 미술관인 테이트모던(Tate Modern)은 공해 문제로 가동을 멈춘 화력발전소를 고스란히 살린 뮤지엄이다. 해마다 5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아든다. 부산 망미동의 F1963은 45년간 와이어로프를 생산했던 폐공장을 재생시킨 복합문화공간이며, 청주의 골치 아픈 초대형 흉물이었던 구 연초제조창은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펼치는 공예 클러스터이자 시민 예술촌으로 부활했다. 이 특별한 공간들은 모두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의해 되살아났다. 소다미술관의 발생 역시 ‘재생’을 키워드의 하나로 삼은 요즘의 건축적 사조에서 추동되었다.
소다미술관은 사립 미술관이다. 경영학을 공부한 디자인 컨설턴트 장동선 씨가 관장을 맡았으며, 그의 남편 권순엽(건축가, ‘SOAP 디자인스튜디오’ 대표) 씨가 조력자로 움직인다. 이 부부는 어느 날, 찜질방을 짓다가 혼란에 빠진 어느 건축주의 컨설팅 의뢰를 받았더란다. 당시 건축주는 1층 철근 콘크리트 벽체와 천장 구조까지 마무리한 과정에서 건축을 중단, 이후 4년여를 방치한 상황. 입지의 열악한 조건과 소비 트렌드의 변화로 준공을 해도 사업성이 없을 거라는 판단을 하고서였다.
‘재생’의 취지를 살린 별난 미술관
짓다가 포기한 찜질방 풍경은 슬럼화로 스산했다. 쓰레기와 풀들이 부지를 뒤덮은 채 뼈대만으로 멈춰선 건물의 내부로까지 틈입하고 있었다. 장동선 씨 부부는 숙고 끝에 지역사회에 유용할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시키자는 제안을 했다. 이를 공감한 건축주는 완공 후의 운영 책임까지 장동선 씨에게 맡겼다. 이렇게 해서 2015년 소다미술관이 개관됐다.
리모델링은 최소한에 그쳤다. 건축주는 적극적인 구조 변경도 무방하다, 싹 부숴도 좋다 했지만 ‘재생’의 취지를 고수, 거의 건드린 곳이 없다시피 은근슬쩍 손질을 했을 뿐이다. 빛과 구름이 풍경을 연출하는 허공의 동향을 조사할 수 있도록 건물 일부의 천장만 도려냈으니까. 애초 부실한 공사라 바닥의 높낮이도 불균형했으나 그대로 놔뒀다. 휑하게 늘어선 콘크리트 벽면엔 약간의 그래픽 아트를 입혀 이곳이 예술 공간임을 나타냈다. 마당과 옥상엔 화물용 컨테이너 박스들을 조형적으로 배치해 실용성과 미감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렇게 해서 통째 건축 폐기물로 버려질 뻔한 쓸쓸한 건조물이 독특한 형태의 미술관으로 순식간에 진화했다. 정밀한 의도, 파격적인 실험, 대담한 근성이 발현된 공간임을 직감할 수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사설 미술관의 안정적 운행 사례는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물다. 흔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운영을 한다. 그럼에도 어떤 풍랑이 몰아칠지 알 수 없는 미지의 바다에 미술관을 띄우다니. 응분의 항해술과 순항에 관한 확신이 선행했을 테다. 미술관 측의 얘긴 이렇다.
“(소다미술관은) 기존의 고답적인 미술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과 가능성을 모색하는 미술관으로서, 문화 불모지인 인근 지역에 도시재생의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서 버려진 것들이 디자인 순환(Redesign)을 통해 재발견-재해석-재생산될 수 있다는 것을 철학으로, 창작자들과 대중이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적·체험적 문화 소통의 공간적 매체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소다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줄여 해석하면, 값진 항해를 하겠다는 뜻. 개관 이후 5년이 흐른 현재, 소다미술관은 쿵쿵 뛰는 심장으로 생동한다. 초기의 고전(苦戰)은 살풍경이었겠으나 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즐비하게 입장하는 요즘의 풍경은 자못 윤택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미술관은 형상부터 편안한 느낌을 줘 다가가기 쉽다. 콘크리트 벽체에 으슴푸레 서린 잿빛. 이는 한때 퇴기처럼 버림받았던 건물이 지닌 상처의 잔영? 오래 낡은 사물이 아니면서도 미묘하게 허름하다. 그래 만만해 보이며, 그 내부에선 뭔가 재미있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을 하게한다. 여느 화려한 대형 미술관들이 지닌 딱딱한 위압이 없다. 빈티지 풍색이면서도 세련된 모더니티는 또 어떻고?
와우, 별난 미술관이네! 단박에 호기심과 친근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외양은 어쩌면 이 미술관이 보유한 최상의 자산이 아닐까. 곁을 오가던 지역 주민들은 심심하던 차에 출현한 예술 공간의 의미에 대해 한 번쯤은 곰곰 생각해봤을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들어가서 살펴보고 싶었을 것이다. 소다미술관은 이처럼 사람들의 내면에 잠재한 본능적인 문화 욕구를 수면 위로 쓰윽 끌어올렸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로 미술관의 힘과 개성을 돋우었다.
다양한 콘셉트로 보여주는 예술의 맛
소다미술관은 미술작품전은 물론,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기획전도 주기적으로 펼친다. 음악공연, 아트장터, 플리마켓, 크리스마스 파티, 할로윈 파티 같은 이벤트도 잦다. 아이들 대상의 스카이샤워, 액션페인팅, 무빙아트 등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술과 놀이, 문화와 소비에 관한 엄밀한 분석으로 도출했을 이 다양한 콘셉트는 용케 먹혀들고 있다. 입장객이 늘어나면서 문화적 토양과 시설이 유난히 취약한 지역사회에서 존재감을 부각하게 되었다. 서울을 비롯한 외지에서 찾아오는 이들도 증가하고 있다지.
국내엔 엄마와 함께 찾아와 뜰에서, 전시장에서, 팔랑팔랑 뛰노는 아이들을 작품처럼 유심히 관찰하기 좋은 미술관이 하나 있는데 바로 소다미술관이다. 어린아이란 천진난만한 요정을 하나씩 가지고 사는 존재. 이 미술관은, 알고 보면 저마다 맛이 약간 간 어른들(아닌가? 나만?)과 다른 종(種)인 아이들에게 예술의 맛을 살짝 보여주는 일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것 같다. 그게 미술관의 역할이라 믿어 담장을 팍 낮췄을 게다. 이 미술관의 종사자들은 국가의 평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아동들과 동네의 평화쯤은 구현하는 게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믿는지도 모르겠다. 미술관 큐레이터의 얘기를 들어볼까.
“우리의 의도는 문화예술을 친숙하게 소개하는 데 있다. 미술에 관심이 없거나 모르는 사람들도 미술관에서의 시간과 공간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콘셉트를 마련했다. 전시실의 미술작품만 아니라, 건물의 구조와 디자인, 다양한 이벤트 등 이곳의 모든 게 예술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미술만 아니라 삶과 일상 전체가 예술임을 인식할 수 있도록.”(김모란 큐레이터)
기발하다, 예사롭지 않게 섬세하다
소다미술관의 창의적인 전시 기획력도 돋보인다. 개관하던 해엔 세계 3대 디자인상에 속하는 ‘레드 닷 디자인상(2015 Red Dot Design Award)’의 디자인 분야 본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건축가들의 지어지지 않은 꿈’이라는 타이틀의 건축 전(展)에 주어진 상이었다. 이 미술관은 그간 건축가들이 작가로 참여하는 다양한 공간설치전을 펼쳐왔다. 현재 천장 없는 전시 동(棟)에서 ‘모으고 잇다: gather together’ 전이 진행 중이다.
실내 전시장에선 인간의 우울한 감정을 테마로 한 ‘COMPLEX SOCIETY: 불완전한 아름다움’ 전이 펼쳐진다. 코로나19와 맞붙은 국면이라는 시의성에 착안한 전시회다. 감상자들에게 위안과 관조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기획했다. 앙리 마티스는 말했다. “예술은 진통제이거나 피로를 푸는 안락의자”라고. 그렇다면 예술가는 치료사? 감염병의 발호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감정은 자주 억압돼 감옥살이를 한다. 화가는 그 억압을 유심히 관찰한다. 관찰을 통해 그가 발견한 감정의 본질을 표현해 억압으로 아픈 자신과 남들을 위로한다.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단서를 찾게 한다. 날뛰던 마음이 미술관에서 잠시나마 얌전하게 가라앉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겠는가.
소다미술관은 기발하다. 예사롭지 않게 섬세한 전시 디테일로 감상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전시실 한편에 정갈하게 진열한 마음 관련 책자들. 무료 벤딩머신을 누르면 튀어나오는 위안의 글귀들. ‘잘 지내!’라는 타이틀을 달고 탁자에 올라앉아 은은한 향을 풍기는 디퓨저. 미술관도 이쯤이면 미련퉁이 애인보다 낫다.
애꿎게도 흰머리는 그동안 노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 처지가(?) 좀 달라졌다. 해외 유명 배우, 모델 등 연예인뿐만 아니라 정·재계 인사들까지 독보적인 백발 스타일을 소화하며 패션의 일부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는 노화의 선물이자 시니어의 전유물로서 그야말로 백발이 빛 발하는 시대가 왔다.
# 예수정
나이가 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배우 예수정. 백발 여배우를 보기 드문 국내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단연 독보적이다.
# 테리사 메이(Theresa May)
'옷 잘 입는 정치인’으로 유명한 그녀. 센스 넘치는 패션에 흰 단발이 카리스마를 더한다.
#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
CNN의 간판 앵커인 그의 백발은 냉철한 저널리스트의 면모와 중후한 멋을 동시에 살려준다.
# 야스미나 로시(Yasmina Rossi)
새하얀 장발과 비키니 몸매로 주목받은 모델 야스미나 로시. 그녀의 긴 백발은 마치 여신의 머릿결처럼 신비롭다.
# 박호산
40대 후반의 배우 박호산은 다소 이른 나이에(?) 무성하게 흰머리가 났지만 염색 없이 당당히 백발을 드러내며 차세대 연기파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사라 제인 애덤스 (Sarah Jane Adams)
보석 디자이너 사라 제인 애덤스는 개성 넘치는 패션 감각을 뽐내며 SNS 스타로 등극했다. 그녀의 백발이야말로 최고의 패션 액세서리다.
# 메이 머스크(Maye Musk)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의 어머니이자 70대 현역 모델인 메이 머스크. 트렌디한 그녀의 스타일링에 백발은 훌륭한 패션 아이템이다.
# 박정자
원로배우 박정자는 오는 2월에 개막하는 ‘노래처럼 말해줘’의 포스터에서 고혹적인 백발을 드러냈다. 하얗게 쌓인 세월의 흔적만큼 농익은 연기를 펼칠 예정이다.
#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
존 카펜터 감독의 영화 ‘할로윈’ 시리즈의 히로인 제이미 리 커티스. 그녀의 쇼트 백발은 중성적인 매력과 당찬 여배우의 카리스마를 잘 보여준다.
# 팀 쿡(Tim Cook)
‘애플’의 CEO 팀 쿡은 전 CEO 스티브 잡스 못지않은 경영 철학과 유연한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캐주얼한 차림에 어울리는 짧은 은발이 인상적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Christine Lagarde)
국제통화기금의 첫 여성 총재 타이틀에 이어 현재 유럽중앙은행 총재인 크리스틴 라가르드. 세련된 정장과 스카프, 우아한 은발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다.
# 조성하
‘꽃중년’ 배우 조성하는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백발로 변신했다. 본래 흰머리는 아니지만 탈색한 백발 스타일링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 배디 윙클(Baddie Winkle)
비비드 컬러의 의상을 즐기는 1928년생 패셔니스타 배디 윙클. 그녀의 새하얀 머리칼은 알록달록한 패션 속 더욱 돋보인다.
# 에이든 쇼우(Aiden Shaw)
백발과 더불어 풍성한 흰 수염으로 중후한 남성미를 자아내는 에이든 쇼우. 젊은이들은 흉내 낼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로 패션 업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