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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피에 미(美)쳐 조연을 자처한, 명장 박이추
- 가만히 서 있는 듯하지만, 그의 손과 눈과 귀는 바삐 움직인다. 손목으로 주전자를 돌리며 커피를 내리고, 필터로 빠져나오는 커피 방울을 눈이 빠지게 지켜본다. 방울이 컵에 또르르 떨어져 쌓이는 소리를 듣는다. 박이추(74) 명장은 지금 커피와 대화 중이다. 커피 생각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란다는 그는 가끔 꿈에서도 커피를 만난다. “이런 제가 비정상이라거나 미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그런데 미치지 않으면 맛있는 커피는 세상에 나올 수 없습니다.” 강원도 강릉시 사천면 ‘보헤미안박이추커피공장’에서 커피업계의 큰어른 박이추 명장을 만났다. ‘바리스타 1세대’ 1서 3박(서정달·박원준·박상홍·박이추) 가운데 유일하게 현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내에 드립커피 대중화를 이뤄낸 인물이다. 박 명장은 어른이라는 표현에 손사래를 치며 “바리스타 1세대로 불리는데, 짐을 메고 있는 기분이 든다. 부담이 아닌 숙제를 안고 매일매일 살아가는 것 같다”라고 생각을 전했다. 박이추 명장은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본점에 출근한다.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쉬는 까닭은 손목과 팔을 우려해서다. 하루에 300잔의 커피를 만든 적도 있다는 그는 현재도 하루 100여 잔을 손님에게 대접한다. 바리스타로 일한 지 40년이 되어가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커피가 탄생했을까. 그럼에도 명장은 아직 커피에 대해 다 깨우치지 못했노라고 겸손한 고백을 한다. “몸, 마음, 커피가 하나 될 때 맛있는 커피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커피를 만들 때 어떤 생각을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사실 저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자 최선을 다하죠. 그러나 아직 맛있는 커피를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가 만든 커피가 맛이 없다거나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스스로 만족, 납득이 안 된다는 거죠. 그래서 지금도 커피 공부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해야만 하죠. 내가 발전해야 커피 맛도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 서울, 강릉, 그리고 울진 “커피를 배우지 않았다면 목장을 운영하고 있겠죠?” 갑자기 웬 목장이냐 하겠지만, 박이추 명장의 본래 꿈은 낙농인이었다. 재일교포인 그는 1974년 한국으로 와 경기도 포천에서 2만 5000평의 목장을 일궜다. 이후 경기도 광주, 강원도 원주에서도 소를 키웠지만, 모두 잘 되지 않았다. 그렇게 꿈을 이루지 못한 그는 다시금 도시에 살고 싶어져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앞으로 살아가려면 기술 하나쯤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배운 것이 바로 커피 만드는 방법이다. “외식 산업에 관심을 갖고 여러 가지를 배우다가 우연히 커피를 만났습니다. 그때만 해도 커피에 대한 마음이 지금처럼 크지 않았죠. 커피는 커피콩 수확, 로스팅, 핸드드립으로 내리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커피나무를 볼 때가 가장 좋더라고요. 아무래도 자연을 좋아하나 봅니다. 2018년 라오스에 6000평짜리 커피 농장을 세웠습니다. 보통 3000평에 2000~3000그루를 심는 편입니다. 코로나 후에 못 가봤는데 나무들이 잘 있는지 궁금해서 가보고 싶네요.” 1988년 다시 한국에 돌아온 박이추 명장은 서울 혜화동에 ‘가베 보헤미안’을 열었다. 이후 고려대 인근인 안암동으로 옮겨 10년을 보냈다. 믹스커피가 커피의 전부인 줄 알았던 1990년대. 박이추의 핸드드립 커피는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새롭고 고급스런 커피 맛이 입소문 나면서 카페에는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처음 시작했을 때 카페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은 컸지만, 정작 커피 만드는 실력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많은 손님을 만났지만, 서울에서 카페 할 때 만난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건강이 좋지 않은 분이었는데, 의사가 커피를 마시지 말라고 했는데도 한 달에 한 번은 저를 찾아왔죠. 그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셨기에 커피 내리는 입장에서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온전히 커피에 집중하고 싶었고, 바다를 보고 싶었던 박이추 명장은 이번에는 강원도로 내려갔다. 강원도 곳곳을 전전하던 그는 2004년 지금의 본점인 카페를 차리며 강릉에 정착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고 싶다며 강릉까지 찾아오는 일이 벌어졌다. 거기에 더해 2009년 강릉 커피축제가 개최되면서 강릉은 현재 커피의 메카가 됐다. 이러한 사연으로 강릉 커피의 원조로 통하는 그는 “저는 그냥 할 일을 열심히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보헤미안박이추커피’는 서울에 두 곳(상암동·여의도), 강릉에 세 군데 있다. 연곡면의 본점, 사천면의 커피공장, 그리고 아버지의 추천으로 커피를 배운 아들 박태철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경포점. 이처럼 강릉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박 명장은 2025년 경상북도 울진군으로 옮겨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곳도 그가 가면 커피로 유명해질지 모를 일이다. “강릉은 제게 특별한 곳이고 축복의 땅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진으로 가려는 이유는 강릉이 싫어져서가 아니에요. 서울을 떠나왔던 것과 같은 이유로, 사람이 아닌 커피와 대화하고 싶어서 조용한 곳을 찾아가는 겁니다. 커피와 가까워져야 하니까요. 그런데 내년이면 삼척~ 울진~포항을 잇는 철도가 개통된다고 해서 조금 걱정입니다. 하하.” 행복을 주는 사람 대한민국은 어느새 커피 공화국이 됐다. 시장조사 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05잔으로, 전 세계 소비량(152잔) 대비 두 배 이상 높았다. 박이추 명장은 “현대인에게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 커피를 마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다. “커피를 마시면서 휴식을 취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생각 전환도 됩니다. 커피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죠. 저는 하루에 커피를 2~3잔 마십니다. 커피 마실 때도 물론 좋지만, 커피 생각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아무래도 사람들에게 맛있는 커피로 행복을 주고 싶어서가 아닐까요? 제가 만든 커피로 누군가 행복해진다면, 그것이 또 행복 아니겠습니까?” 커피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커피 산업이 활성화된 것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듯이, 커피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업계에 뛰어드는 사람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손을 거치는 모든 커피에 애정을 쏟는 박이추 명장이 가장 우려를 표하는 지점이다. “제게 커피를 배운 제자들도 커피를 돈으로만 볼 때가 있어요. 정말 가슴 아픈 일이죠. 커피로 돈을 벌려고 하면 어떻게 되나요? 마음이 급해져서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카페를 열게 되죠. 커피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카페를 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페 사장이기 이전에 바리스타로서 커피의 마음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사랑할 수 있어야 하죠. 저는 사람이 아닌 커피를 위해서 커피를 만듭니다. 그저 주인공인 커피가 빛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니까요.” 로봇 바리스타의 등장에 대해 박 명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커피를 한땀 한땀 장인정신으로 만드는 사람으로서 허무함을 느낄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였다. “AI가 우수하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로봇이 커피를 만드는 시대가 왔다니 신기하다”면서 “맛은 사람만큼 안 날 수 있지만, 일손 해결 등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로봇 바리스타는 기술의 발전으로 이뤄진 일이지만, 커피로 돈을 벌려는 사람은 마음을 잘못 품은 것이기에 그 점을 질책한 것이라 해석된다. 박이추 명장은 커피를 ‘인생의 동반자’라고 표현한다. 커피를 못 만드는 날은 아마도 자신이 세상을 떠나는 날이라고 덤덤하게 말하면서, 앞으로도 커피를 인생의 친구로 두고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박 명장은 어느 책에서 본 ‘맛있는 커피는 당신의 팔자와 운명을 바꾼다’는 문장을 언급하며, “나는 이 말을 믿는다”고 밝혔다. 그 말이 사실이 될 수 있음을 박 명장은 이미 증명하지 않았는가.
- 2024-04-1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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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 #고립 #디지털시대 #개인주의’ 사회 속 ‘어른’의 의미란?
-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나이 많은 사람은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이나 관련 통계, 트렌드 서적에서는 어른이 줄어들다 못해 ‘없다’고 말한다. 진짜 ‘어른’이란 어떤 존재일까? 대한민국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아무래도 현시점에서 어른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필요해 보인다. ‘트렌드 모니터 2024’에 따르면 요즘 사람들에게는 어른, 친구, 직장 동료가 부족하다고 한다. 무엇이 올바르고 잘못됐는지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을 주변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먼저 보여주고, 상식에 어긋나는 의사결정을 할 때 바로잡아 주고, 함께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시대상이 됐다. 대중도 누군가의 부재를 내포한 모양새다. 책조차 아주 가까운 사람이 술자리에서나 해줄 법한 서슴없는 조언을 담은 ‘세이노의 가르침’, 거의 모든 현대인이 바라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의 현실을 직시하는 ‘원씽’ 등에 열광한다.(교보문고 상반기 베스트셀러 비교) 저자들은 어떤 사건에 대한 사전적 지식보다 당대에 먼저 겪어본 감정을 공유해준다. 갈수록 불확실해지는 삶에서 조언 제공자, 인생 선배와의 소통에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날것의 충고를 전한다. 어쩌면 우리는 친구든 직장 동료든 이웃이든 관계와 나이를 떠나 먼저 판단해본, ‘진짜 어른’을 갈망하는 걸지도 모른다. #믿고 따를 만한 존재가 없다? 어른이 없다고 생각하는 데는 여러 전제가 있다. 우선 ①사회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서일 테다. 어른의 요건으로 간주하는 일들이 치솟는 물가와 취업난, 끝없는 경쟁과 압박 탓에 점점 지연되는 추세다. 10~20년 사이 우리나라는 압축 성장을 하면서 빈부격차가 심해졌다. 이제는 직접 번 돈으로 집을 사고, 결혼 준비를 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N포 세대’라는 용어가 생긴 지도 오래다. 연애, 결혼, 출산, 경력, 집, 인간관계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한 이들을 일컫는다. 보장되지 않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즐기겠다는 ‘욜로’, ‘탕진’과 같은 말까지 파생됐다. 스스로를 돌볼 여유가 없다 보니 자연스레 개인주의 성향이 짙어진다. 흔히 떠올리는 책임감과 포용력을 갖고 주변을 돌보는 모습과는 반대다. ②간혹 어른이 필요 없다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해당 현상은 1980~1990년대 중반 사이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부터 두드러진다. 성장 경험이 이전 세대와는 다르다. 지속적인 산아제한정책의 추진으로 형제 수가 줄어들면서 부모의 자원을 독차지하게 됐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정보를 접할 창구도 늘었다. 물질적·정서적 결핍을 느낄 일이 비교적 줄어든 셈이다. 이민영 T&D 파트너스 대표는 “시대를 거듭할수록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늘고 있다”며 “궁금한 점이 생기면 검색을 통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료를 얻으니, 선배에게 질문 있다며 먼저 나서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른을 굳이 찾지 않고 원하지 않다 보면 자연스레 어른의 필요성 또한 사라질 수 있다. ③어쩌면 우리는 슈퍼맨을 바라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디 하나 부족하지 않은 인간이 과연 있을까. 어른의 기준은 명확히 세우기 어렵다. 내가 꿈꾸거나 남에게 바라는 바를 자세히 떠올리다 보면 마치 옛 영화에 나오는 슈퍼맨이나 성인군자의 모습에 가까워진다. 의지하고 싶은 존재란 누구인지, 어른은 어떤 가치를 전해야 하는 건지 모호하다. 조관일 창의경영연구소 대표는 “세계적으로 덕망 있고 존경받는다고 알려진 이도 부족한 점이 있기 마련이다”라며 “완벽한 한 명을 오매불망 기다릴 게 아니라 친구나 가족, 상사가 가진 고유한 매력 중 배우고 싶은 부분을 골라 체득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툭하면 꼰대 취급, ‘나이·경력 무관’ ‘꼰대’는 어른 하면 꼭 따라붙는 단어다. 갈등이 심화된 세상에서 서로를 공격하는 최고의 수단이기도 하다. 상대를 어른으로 인정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의견이 다르면 무턱대고 내뱉는 경우도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 이처럼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흔치 않다. 멀쩡한 사람도 이 한 단어를 덧씌우면 아무 소리 못 하고 형편없는 사람이 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세대 간 갈등을 보여주는 증표 중 하나였지만, 이제는 ‘젊은 꼰대’까지 등장하며 나이와 경력이 상관없어졌다. 조관일 대표는 “이전에는 ‘케케묵은 사고방식으로 거들먹거리는 어른’을 뒷전에서 비아냥대거나 흉보는 은어나 속어 정도였지만, 이제는 상용어가 됐고 면전에서도 꺼낼 정도”라며 “사람을 규정하고 옥죄는 프레임으로 진화했다”고 전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모두가 어울려 일하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별거 아닌 이유로 골이 깊어진다면 피차 손해다”라고 꼬집었다. 조 대표는 모든 관계의 문제가 입장 차이에서 온다고 이야기한다. 상사와 부하, 시어머니와 며느리같이 처지가 달라 갈등이 생긴다는 것이다. 입장의 차이는 인식의 차이를 가져온다. 또래라 하더라도 역할이 다르면 관점과 논리의 방향이 달라진다. 그렇게 소통에 장애를 일으키고 불통에 다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보라’는 말을 자주 던지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게 답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짐작해서다. #뻔하지만 가장 어려운 존중과 공존 ‘어른의 부재’는 10년 전에도 화두였다.(세대 간 존경-존중에 대한 인식조사, 2014) 이민영 대표는 서로의 목마름을 해결하고 어른답게 살려면 ‘경청과 공감’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물론 부와 명예, 책무를 떠나 내면의 소리를 면밀히 듣고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이 먼저다. 자신만의 선입견으로 현상을 바라보거나, 시간이 흘렀음에도 과거에 알던 것에 집착하고 남에게 생각을 강요하면 안 된다. 조 대표는 선배 세대에게는 ‘우·황·청·심·원’(①우월적 지위는 잊어라 ②상황이 변했음을 알라 ③청년 시절을 돌아보라 ④심판하지 말라 ⑤원칙을 지켜라)을, 후배 세대에게는 ‘이·미·자·이·사’(①이유 없이 삐딱하지 말기 ②미래에서 오늘을 보기 ③자신이 보잘것없는 존재임을 알기 ④이상과 현실을 직시하기 ⑤사람의 소중함을 알기)를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능력이나 경험은 타인이 알아줘야 가치 있고,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라며 “‘어쩌다 어른’일지라도, 최소한 합의된 역할을 잘 수행하며 더불어 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이미 결정한 일에도 실수가 있을 수 있고, 부작용 또한 예상하기 힘들다”며 “나이와 관계없이 서로를 조금씩 보듬어주며 벌어진 틈을 좁혀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 2024-04-0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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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병률 증가 대장암, 대장내시경 검사 왜 필수일까?
- 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 위주의 식사와 과음. 현대인의 서구화 된 식습관 확산은 우리 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특히 환자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데, 20~40대 대장암 환자의 연평균 증가율은 4.2%에 달한다. 대장암을 조심해야 하는 이유와 예방법에 대해 권계숙 인하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을 통해 자세히 알아본다. 대장내시경 검사, 왜 중요할까? 대장은 소장의 끝부터 항문까지 연결된 소화기관으로, 길이가 약 150cm 정도에 이른다. 대장암은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악성 종양을 말한다. 발생 위치에 따라 결장에 생기면 결장암, 직장에 생기면 직장암으로 구분한다. 통칭하여 결장직장암이라고도 부른다. 대장암이 발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체 가운데 10~15%는 유전적 요인이 원인이다. 특히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유전성 비용종증은 유전 질환으로 대부분 45세 이전에 발병하므로 더욱 주의를 요구한다. 대장암 발병에는 무엇보다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육류 소비 증가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율 증가, 그리고 높은 흡연율과 음주율이 대장암을 촉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중에서도 연령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대장암 진료 인원은 2017년 13만 9184명에서 2021년 14만 8410명으로 6.6%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30.6%(4만 5484명)로 가장 많았고 70대 26.0%(3만 8534명), 50대가 18.4%(2만 7362명)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국가건강검진에서는 50세 이상부터 1차로 분변잠혈검사(대변검사)를 무료로 진행하고, 이상이 확인되면 2차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한다. 이와 같은 발병률로 인해 대장암은 중장년층의 대표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젊은 대장암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콜로라도대 안슈츠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최근 국제 의학 저널 ‘랜싯(Lancet)’에 게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20~49세의 대장암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조사 대상 42국 중 1위를 기록했다. 식습관이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장암은 다른 암과 같이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대장내시경 검사는 대장의 염증, 용종(폴립), 암 등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다.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용종이 발견되면 걱정이 되기 마련이지만, 모든 용종이 대장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용종 가운데 선종성 용종(이하 선종)이 대장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대장암의 80%가 선종에서 기원하는데, 선종이 암으로 진행하는데 약 10년 정도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 권계숙 교수는 “대장내시경 검사의 가장 큰 장점은 검사에서 용종 또는 암이 발견됐을 때, 조직검사나 치료적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대장암 외에도 크론병, 궤양성대장염, 장결핵 등의 염증성 장 질환, 대장 게실, 협착, 허혈성 장염 등 또한 진단할 수 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일반적인 대장내시경 검사 주기는 5년에 한 번이다. 다만, 50세 이후에는 3년마다, 대장암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40세 이후부터 3년마다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더불어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된 선종의 크기가 1cm 이상이거나 5개 이상인 다발성인 경우에는 1년 후 검사를 권고한다. 만약 선종을 제거한 후 크기가 1cm 미만이면 3년 후에 검사해도 무방하다.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도 최소 2년을 주기로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증상 없기 때문에 더 주의해야 대장내시경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대장암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상당히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장암의 증상은 발생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항문하고 가장 가까운 직장암은 혈변, 설사나 변비, 잔변감 등의 증상이 비교적 일찍 나타난다. 좌측 대장암은 배변 습관의 변화나 혈변, 변비 등의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한 이후에 보여진다. 우측 대장암은 증상이 전혀 없거나 소화불량이나 복통, 체중 감소, 빈혈 등의 비특이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장암의 증상은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비슷하다고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설사, 변비, 복통 등의 증상이 6개월이상 만성적이고 반복적으로 나타나나,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정상 소견일 때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진단할 수 있다. 따라서 증상만으로는 대장암과 과민성대장증후군을 명확히 감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장암에 의한 합병증도 주의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합병증이라고 할 수 있는 장폐색은 대장암 환자의 30%가량이 겪는다. 소장이나 대장이 막혀서 장의 내용물(음식물, 소화액, 가스)이 빠져나가지 못하여, 배변과 가스가 장 내에 축적되어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을 말한다. 권 교수는 “변비와 함께 복부 팽만이 심해지고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갑압을 위한 응급수술 또는 대장 스탠트 삽입 등의 시술이 필요하고, 심한 경우 패혈증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따라서 장폐색이 일어나기 전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대장암을 예방하기 위해 권계숙 교수는 주기적인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조기 발견을 가능케 하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장암 의심 증상으로는 △최근에 갑자기 생긴 변비 또는 가늘어진 대변 △혈변 △체중 감소 △빈혈 △복통과 동반된 복부 팽만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가운데 2개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균형 있는 식사를 하고, 충분한 물과 야채 섭취로 변비를 예방하는 것을 추천한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하며, 술·담배는 피하는 것이 좋다. [도움말 권계숙 인하대학교 소화기내과 교수]
- 2024-03-1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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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권 북촌HRC 대표 “한옥은 오래된 미래다”
- “저보다 많이 실패해본 사람이 있을까요?” 25년 동안 300채의 한옥을 지은 김장권 북촌HRC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한옥을 제일 많이 지었다는 이야길 듣는다. 그럼에도 그는 지은 집의 수보다 실패해본 횟수를 자랑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김장권 대표는 ‘퍼스트 펭귄’으로 불린다.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고 누구보다 먼저 도전해 다른 이들을 뒤따르게 하는 개척자다. 각종 상을 받은 ‘채효당’, ‘#200’, ‘관훈재’, ‘가회동 L주택’에는 그의 도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옥은 우리를 떠난 적이 없다 2000년대 초반 그는 ‘한옥으로 들어가자’고 주장했다. “한옥은 우리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다. 우리가 버리고 방치했을 뿐. 그러니 한옥으로 들어가자”는 게 그의 뜻이었다. 김장권 대표는 한옥이라는 공간을 다루면서 ‘변화를 주어야 할 것과 변화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을 늘 고민하고 강조한다. 본질과 흔적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지어진 한옥을 보면 형태나 구조는 한옥이지만 비례나 모양이 한옥이 아닌 변형된 집이 너무 많다고 했다. 복습과 답습만 해서 그렇단다. “카피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면 좋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그래서 김 대표는 ‘포스트 클래식’한 한옥을 주장한다. 본질을 지키되 현대에 필요한 것들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이 한옥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현대인이 살기에 불편한 점을 하나씩 고쳐나갔다. 김 대표는 일제강점기 이전, 조선 말 정도에 지어진 집들이 우리가 이어나가야 할 한옥의 본질이라고 본다. 본질은 꼭 지키되 몇 가지는 현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 당시에는 전기가 없었기 때문에 에어컨, 냉장고, TV, 전화기 등의 가전제품이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또 과거에는 사랑채, 안채 등 대지를 넓게 활용했지만, 요즘 시대에는 불가능한 얘기다. 단열도 중요하다. 과거 조상들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흙을 소재로 집을 지었지만, 요즘에는 단열도 잘 되면서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재료가 많다. “저는 한옥이 가지고 있는 ‘가구결구식’이라는 양식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짜맞춤이죠. 그런 이야기 들어보셨어요? 한옥 지을 때 ‘못 하나 안 쓴다’는 말이요. 주먹장이라고 해서 한번 끼우면 빠지지 않고 서로 맞물리도록 설계된 게 한옥입니다. 이런 가구결구식이 한옥의 본질이라고 봐요. 원형은 존중하되, 현대 한옥에 맞는 작법을 담을 수 있겠죠. 요즘은 빗물 재활용이나 태양에너지를 덧대는 요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그의 생각을 담은 작품이 ‘관훈재’다. 21세기 한옥 트렌드를 고민했던 김 대표는 수직적 확장성이 다음 한옥의 트렌드로 변화의 기점이 될 것이라 봤다.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시에서는 한옥을 2층으로 지을 수 있도록 허가해주지 않았다. 그의 설득에 서울시 지원을 받아 처음 2층으로 지은 한옥이 관훈재다. 그는 다음으로 3층 한옥을 만들자고 건축주를 열심히 설득하고 있단다. 한옥이 가진 ‘공간의 힘’ 그는 왜 25년 동안 한옥만 지었을까? 왜 한옥이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게을러서 그렇다”며 겸손한 답을 내놨다. 당시만 하더라도 30~40층짜리 건물 하나를 지으려면 엄청난 비용과 책임을 감당해야 했다. 김 대표는 사람이 사는 일반 주택을 짓고 싶었다. 요즘은 또 다르다지만 그때는 낭만도 있었다고. “비 오면 건축주가 술 먹자고 했던 때죠.(웃음) 이사 들어올 집이 아니라 정주의 공간이기 때문에 서두르지도 않았고요. 어음이나 수표로 집 짓는 사람도 없었으니 도산 걱정도 없었죠. 목숨 걸고 하지 않는 일이라 좋았어요.” 일반 건축에 비해 한옥은 진입 장벽이 높은 건축물이었다. 당시에는 궁이나 사찰을 짓는 사람들이 주거용 한옥을 지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사람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궁이나 사찰보다 누군가의 이야기가 담긴 집을 짓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항상 건축주에게 ‘살고 싶은 집’에 대해 묻는다. 한옥은 ‘맞춤형’ 집이기 때문이다. 일반 주택과 아파트를 비교하자면 아파트가 담보대출이 더 많이 나온다. 김 대표는 ‘집’이 또 다른 ‘화폐’ 역할을 하는 거라고 설명했다. 같은 평수의 같은 형태의 아파트는 비교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화로서 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주택은 집집마다 다르게 생겨 비교하기 어렵다. 건축주에게 물어보면 집이 아니라 터만 보고 샀다는 사람이 많았다. 지을 때는 아파트 리모델링보다 더 비싸게 드는 게 주택인데, 잘 팔리지도 않고 대출 담보력도 크지 않다. 그렇다면 한옥 주택이 아파트와 다르게 가질 수 있는 가치는 뭘까. ‘공간의 힘’이다. “한옥에는 행태적인 요소가 들어갈 행간이 많아요. 행태라고 하면 문을 열 때 사람이 문고리를 잡는 방식에 따른 문고리 모양, 아이들이 사용하는 방에 필요한 난간 모양 등을 고려하는 거죠. 굉장히 중요한 요소예요.” 지인이 영국에서 공부하다 한국에 들어왔는데, 재래시장에 갔다가 울었다고 한다. 물건을 살 때 아주머니가 얹어준 ‘덤’을 보고 ‘아 그래, 이곳이 한국이구나’ 느꼈단다. 서양의 건축은 나무가 휘고 변형되지 않도록 집성을 한다. 하지만 한옥에는 굵은 나무도 있고, 균열이 간 나무도 있고, 문이 딱 맞지 않아 바람도 들어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무의 속성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김 대표는 이런 덤과 여백의 문화가 우리 민족성이라고 본다. “한옥에는 쪽마루나 툇마루가 있어요. 밖도 아니고 안도 아니에요. 우체부 아저씨가 오면 잠시 앉아서 물 한잔 마시고 가라고 합니다. 덤 문화처럼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 없는 우리만의 요소가 휘어진 석가래, 비뚤어진 문, 마당에 담겨 있습니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생활 영역에 흔들림도 파장도 주지 않으면서 방문객을 대하는 유연함이랄까요. 한옥에는 그런 것들을 아우르는 공간이 있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살고 싶은 집을 물어요. 주거 공간은 건축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건축주를 위한 건물이 되어야 합니다. 건축은 생활의 손때 묻은 시간과 삶의 흔적이 완성시키는 것이거든요.” 설계는 감각이 아니라 미학이다 김 대표는 어릴 때 문학 소년이었다. 지금도 소설가를 꿈꾼다. 그는 한옥에서 소설과 같은 매력을 느꼈다. 직유가 아닌 은유가 많은 공간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바람이 분다’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봤는데요. 거기서 비행기 설계에 관한 이야길 하면서 카프로니 백작이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에게 ‘설계는 감각이네. 감각은 시대를 앞서가지. 기술은 그다음에 따라오는 거야’라고 했어요. 너무 멋진 말이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여기에 본질을 더하고 싶어요. 저는 ‘설계는 미학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거예요. 아름다움의 본질이 미학이잖아요.” 많은 아이들이 아파트에서 태어나 아파트에서 살아간다. 주택이 익숙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인구도 줄어드는 마당에 아파트에서만 살아본 사람들이, 먼 미래에 과연 한옥을 찾을까? 한옥의 ‘쓸모’는 미래에도 유효한가 물었다. “건축은 시간 앞에 거짓이 없다고 말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건축들을 볼까요? 필요해서 남았나요? 버리고 싶은 건축물이라면 지워졌을 겁니다. 보존된 건물들은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게 사회적 가치가 아니어도, 어느 개인에게 가치 있는 건물일 수 있죠. 그러니 건축이야말로 시간 앞에 가장 정직한 작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우리 사무실에서 바로 보이는 인촌 고택이 100년 된 한옥인데, 이를 현대에 와서 똑같은 한옥으로 지었다고 봅시다. 어떤 집이 더 가치 있을까요? 100년 전에 지은 한옥입니다. 그 이유는 시간의 영속성, 그러니까 그 집에 담긴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는 말합니다.” 그러니 오래된 한옥은 미래에도 여전히 유효할 거라고 본다. 김 대표는 또 다른 이유로 도시재생을 예로 들었다. 도시재생을 할 때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앨 것이냐’에 대한 고민이 주를 이룬다. 여기서 다시 ‘본질과 흔적’으로 돌아온다. 도시재생을 하는 방법으로 ‘멸실형’과 ‘수복형’이 있다. 멸실형은 기존 건물을 없애고 새로 짓는 방식이다. 수복형은 야금야금 본채를 수복하면서 고쳐나가는 방법이다. 아파트는 대개 멸실된다. 그래서 서울이 고향인 사람 중에 어릴 적 살았던 아파트가 사라지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이들이 많다. 고향이 있지만 고향이 없는 셈이랄까. 그래서 그는 조금씩 수복하며 자리하는 한옥이야말로 회복탄력성이 높은 도시재생이라고 본다. “설계는 미학이라고 했죠. 그런데 문화가 변하잖아요. 당시에 미학이라고 본 것이 나중에 보면 아닐 수 있거든요. 그런 것을 다시 고쳐나갈 수 있는 게 우리스러운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저는 한옥이 가장 완벽한 본질에 접근성을 가지고 있는 건축물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한옥스럽다’, ‘우리스럽다’고 하는 요소는, 역사와 문화 베이스를 담은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회한을 소급받는 공간, 한옥 김장권 대표는 여백이 있는 공간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것이 우리가 잃어버린 요소를 담아줄 것이라 믿는다. 현대인은 너무 바쁘게 사느라 자신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한옥에는 나를 돌볼 공간이 있다. 아파트에는 장을 담글 공간이 없다. 햇빛과 바람이 자연스럽게 드나드는 한옥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파트에는 엄마나 아빠를 위한 공간도 없다. 아이들에게 방을 내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공동묘지 들어가는 것도 경쟁하는 세대라고 했어요. 저도 이제 60이 넘었는데, 우린 여전히 활동해야 하잖아요. 미래에도 유효한 삶, 가치 있는 삶, 건강한 삶을 살아가야 하죠. 마치 오래된 미래의 한옥처럼요. 우리는 지난 회한을 소급받고 싶어 하는 나이입니다. 그 회한이란 추억일 수도 있고, 향수일 수도 있겠죠. 그런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공간적 요소가 한옥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곳에서만 마치 타임머신을 탄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가는 한옥을 짓고 싶다고 했다. 비 떨어지는 소리도 들리고, 눈 내리는 것도 볼 수 있는, 건축이 공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바람과 새와 구름이 공간을 채워주는, 그 안에서 나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집 말이다. “흔히 살아온 이야기만 해도 책 한 권은 쓸 거라고 그러죠.(웃음) 굳은살투성이 삶이 아닌가 싶습니다. 노후를 앞둔 우리의 경험이 존중받지 못하는 시대지만, 거기에는 우리의 책임도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자존감 높은 삶을 살아가는 시니어가 되면 좋겠습니다. 누구와도 견주지 않는 멋있는 삶을 위해, 내 지난 회한을 소급받고 싶은 마음을 받아주는 곳이 바로 한옥이지 않을까요? 치유하는 공간으로서 오래도록 한옥과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 2024-02-2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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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밝힌 “20년 천천히 나이 드는 법”
- 시간의 흐름은 막을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노화도 그럴까. 때마침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를 집필한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물었다. 결과는 놀랍다. 그들은 10년 이상, 심지어는 20년 넘는 시간 동안 노화시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노화의 개인차가 점차 커져갈 현대사회, 전문가들이 전하는 감속 노화 방법을 알고 나면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노화는 갑자기 찾아와 놀라게 하는 불청객처럼 여겨지곤 했다. 예전 같지 않은 체력,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기억력, 어느새 생긴 주름만큼 잃어버린 탄력… 모든 것을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였다. 누구나 나이에 따라 신체 능력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노화 연구 전문가들은 물리적인 시간 외 다른 영향이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아산병원 의료진도 ‘슬로 에이징’이 가능하다고 외친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모두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고 답했다. 그중 40%는 현대 의학을 통해 노화를 거스르는 ‘리버스 에이징’까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화시계를 10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답변은 80%에 달했다. 20년 이상 지연시킬 수 있다는 의견은 그 가운데 절반을 차지했다. 우리 몸이 어떻게 늙어가는지 내다보고 대비하면 노화를 늦출 수 있다는 의견이 가히 압도적이었다. STEP 1 노화 이해하기 노화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신체 구조와 기능이 점진적으로 퇴화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발생하는 ‘정상적인’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인지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에서 박성욱 아산의료원 의료원장은 “늙어가는 것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시각을 갖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역시 “노화에 따른 증상을 이해하고 수긍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노화 증상을 들었다. 이는 자연스러운 노화 과정이다. ▶ 호흡기내과 나이 들며 세포가 노화되면 회복 능력이 떨어진다. 현대인, 특히 도시 거주자는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질로 인해 폐 손상이 되고, 반복적으로 섬유화 및 염증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이 생긴다. 폐암이나 간질성 폐 질환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 소화기내과 음식물이 식도에 걸려 더디게 내려가거나 내려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연하곤란이라고 한다. 고령에서 잘 나타나며, 이때 쓰라리거나 뻐근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나이 들수록 역류성 식도염도 잘 발생한다. ▶ 이비인후과 고음역의 청력이 서서히 저하되는 노화성 난청이 생긴다. 먼 곳에 앉아 있는 사람 말을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없게 된다. 또한 근골격계 약화와 더불어 양쪽 귀의 전정기관이 담당하는 균형감각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에 스포츠를 즐기기 힘들어진다. ▶ 안과 노안 증상은 대개 40대 중반부터 발생한다. 이때 흔히 느끼는 증상은 책이나 신문을 볼 때 글씨가 흐릿하게 보이는 것이다. 책을 보더라도 눈과 책의 거리가 점차 멀어진다. 또한 근거리 작업 때 눈이 쉽게 피곤해지며, 심지어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 치과 치아 뿌리 주변 충치 발생 등 구강 건조로 인한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연하장애(삼킴장애)로 사레에 잘 걸리기도 한다. 음식물을 씹을 때 뺨이나 입술을 자주 깨물게 되며, 상처가 잘 생긴다. 칫솔질할 때 잇몸이 아플 수 있다.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잘 끼기도 한다. ▶ 산부인과 폐경 초기 증상은 홍조, 열감, 땀이다. 많게는 폐경 여성의 약 80%가 경험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중기 증상으로 질 건조와 잦은 질염이 있다. 만성이 되면 골다공증이나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STEP 2 가속 노화 피하기 현대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기대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설문에 응한 의료진 다섯 명 중 네 명이 ‘100세 이상’에 표를 던졌다. 단, 늙어가는 속도는 개인차가 크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신기술이나 특효약이 아니다.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는 “노화를 예방하는 마법 탄환 같은 약물은 없다”고 단언한다.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수준의 건강관리를 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가속 노화의 주범으로는 과식, 흡연, 나쁜 생활 습관이 주로 꼽힌다.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는 “신체 활동량 감소와 그에 따른 체중 증가”를 가속 노화 요인으로 들며 “신체 활동 감소는 근육량을 감소시키고 체지방을 축적해 고혈당과 만성 염증을 유발한다”고 꼬집었다. 흡연 역시 여러 진료과에서 지적했다. 호흡기내과, 소화기내과뿐만 아니다.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까지 비위생적인 구강 관리와 더불어 흡연을 가속 노화 원인으로 꼽았다. STEP 3 감속 노화 가까이하기 천천히 나이 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매일 먹는 밥, 즐기는 기호식품, 듣는 음악의 볼륨 등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보이지 않지만 그 차이가 훗날 분명 나타난다고 말한다.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의 대표 저자인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습관, 그리고 주기적인 몸 상태 체크로 노화를 미리 예방하고 치료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과 처음에는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나이 들수록 점점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진료과를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감속 노화 방법을 들었다. ▶ 호흡기내과 대기오염이 심한 날을 피해 빨리 걷기나 등산 등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능하면 걸어 다니는 것이 좋다. ▶ 소화기내과 소식하면 좋다. 소식이 노화 진행을 더디게 할 수 있다는 보고가 최근 미국 연구에서 나왔다. 식사 시 칼로리를 제한하면 다양한 대사·면역반응을 일으켜 수명을 늘린다. 본인에게 적절한 식사량을 찾고, 먹으면 불편한 음식을 조절해 먹는 것이 좋다. ▶ 이비인후과 불필요한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불필요한 큰 소음이란 헤어드라이어 정도 되는 소리를 매일 3~4시간 이상 듣는 경우를 의미한다. 소음 크기가 이보다 커지면 난청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어지럼증 없는 삶을 위해서는 하체 근력, 특히 뼈 건강이 중요하다. ▶ 안과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 사용 시간이 늘면 노안 증상을 더 어린 나이에 심하게 겪는다. 노안이 오면 당황하지 말고 안과 전문의에게 눈 상태를 정확하게 검사받은 뒤 비수술적 또는 수술적 치료법 중 선택해서 치료받아야 한다. ▶ 치과 올바른 구강 위생 관리와 칫솔질을 해야 한다. 치실, 치간칫솔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도 필요하다. 초기 치과 치료도 중요하다. 아플 때 치과에 가면 병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서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 ▶ 산부인과 나쁜 생활 습관 교정, 운동, 스트레스 줄이기는 모두에게 적용된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 증상이 있을 때 적극적인 의사 상담과 호르몬 치료를 추천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노화가 딱 그렇다. 최창민 교수의 당부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화나 질병의 선을 넘어버려 돌이킬 수 없게 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신숙 서울아산병원 영양팀 임상영양사, 김원경 서울아산병원 치과임상과장·임플란트센터장, 안중호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채희동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최창민 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종양내과 교수 취재협조 서울아산병원 참고도서 ‘당신의 노화시계가 천천히 가면 좋겠습니다’(안중호 외 16인·클라우드나인)
- 2024-02-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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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후 50년을 위한 근테크, “근력이 수명 좌우”
-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는 ‘근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젊을 때 근육을 모아놓아야 한다는 의미에서 ‘근테크’(근육+재테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유병장수 시대인 지금, 노후에 연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근육”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더 늦기 전에 새해에는 ‘근테크’ 열풍에 합류, 건강한 노후를 맞이해보자. 중년의 시기 중요한 ‘근테크’ 노년내과 정희원 교수는 노화를 늦추는 비결로 근육의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노화와 근육은 관계가 깊다. 근육은 뼈대를 움직여서 인체의 움직임을 만드는 역할을 하며, 근력은 근육이 수축할 때 발생하는 힘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은 30대 초에 최대치에 도달한 후, 30대 중반부터 매년 약 1%씩 감소한다. 30대부터 50대까지는 10년마다 15%씩 줄어들지만, 60대 이상 되면 30%씩 급격히 줄어든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 근육을 키우는 일은 젊을 때에 비해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즉 중년의 시기에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염두에 두고 미리 탄탄한 근육을 마련해둬야 하는 것이다. 근력 감소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그야말로 악순환이다. 일상생활도 힘들어지고, 각종 질환에 노출되기 쉬운 상태가 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근력이 약해지면 근감소증・골다공증・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증가한다. 또한 복부와 허리 근육이 약해지면 배뇨와 배변, 소화 기능에도 영향을 주며, 우울증이 악화되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는 등 마음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5년 이내에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과 요양원・요양병원에 입소할 가능성이 정상인에 비해 대략 거의 5배나 증가한다. 즉 노년기가 오기 전에 근력을 키워두면 건강도 찾고 병원비도 아끼면서 무병장수할 수 있다. ‘근테크’라는 표현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정희원 교수는 “70~80대가 되어서도 병상에 누워 있지 않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근육의 밸런스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현대인은 보통 평생을 앉아서 일하기 때문에 균형이 깨지고, 관절의 가동 범위가 줄어든다”면서 “70대가 되었을 때 근력 관리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늦어도 40~50대부터, 사실은 더 일찍 20~30대부터 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은퇴 준비를 빨리 하면 좋은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조언했다. 결국은 운동, 전문가 도움 받아야 근력을 키우는 방법은 결국 운동이다. 정희원 교수는 중년이 되면 반드시 운동을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다. 정 교수는 “걷기만 제대로 해도 건강해질 수 있다. 그러나 젊었을 때 감으로 걷는다든지, 유튜브를 보고 따라 걷다 보면 오히려 부상을 입게 된다. 운동 처방사 및 트레이너의 조언대로 걷기 운동을 하면 근력이 생기고, 관절 가동 범위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희원 교수는 두 가지 운동 조합을 병행할 것을 추천했다. 한 가지 운동만 하다 보면 사용하는 근육이나 관절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단점이 따르기 때문이다. 운동 요법에는 크게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유연성 운동(스트레칭)이 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에게 맞는 운동 조합을 찾는 것이 좋겠다. 건강한 몸을 만들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비용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국가에서 시행하는 복지 서비스인 ‘국민체력100’을 이용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집 근처 센터에서 몸 상태를 평가받고 운동 처방을 받을 수 있다. 통곡류, 콩류, 과일, 채소 등의 단백질 섭취도 근력 키우기에 큰 도움이 된다.
- 2024-01-03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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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50 위한 건강 전략 22가지… 정희원 교수,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
- 자신의 저서와 각종 방송에서 노화와 노쇠 개념을 설명하며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한 방법을 소개했던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가 최근 책 ‘느리게 나이 드는 습관’을 펴냈다. 앞으로의 30년을 준비하는 4050 세대에게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22가지 건강 전략과 조언을 담았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활력 있는 노후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질병 유무, 혈압, 운동 시간 등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지표뿐만 아니라 휴식, 마음챙김, 인생 목표, 자기효능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건강 요소를 모두 고려한 내재역량을 스스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자신의 몸에 맞지 않는 천편일률적인 건강법을 적용하면 건강을 해치거나 오히려 병을 키우게 된다. 저자는 그동안 집필한 책에서 노화의 여러 측면과 건강의 큰 틀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구체적인 생활 습관은 다루지 않았다. 좋은 정보가 이미 충분히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료실 안팎에서 잘못된 건강 관리로 건강을 해치는 사람, 동년배보다 심한 노쇠를 경험하는 사람, 가속노화로 여러 만성질환을 앓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안타까운 마음에 이 책을 썼다. 정희원 교수는 책을 통해 효율적으로 먹기, 제대로 움직이기, 뇌 건강 지키기라는 세 가지 주제 아래 큰 돈 들지 않고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내재역량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실질적인 22가지 전략을 소개한다. 먼저 1부 ‘노화 이해하기 : ‘오래’가 아니라 ‘건강하게’에 초점을 맞춰라‘에서는 노화와 노쇠의 개념, 건강하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당장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한다. 이어 2부 ‘효율적으로 먹기 :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든다, 이제 양보다 질로 승부하라’에서는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식단, 다이어트 방법, 내 몸에 필요한 열량 계산법 등을 소개한다. 노화를 지연시키는 마인드(MIND) 식단법과 많은 현대인들이 복용하는 영양제가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다뤘다. 3부에서는 ‘제대로 움직이기 : 남은 50년을 위해 근육 테크를 시작하라‘를 주제로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대로 걷는 방법, 앉거나 설 때 올바른 자세, 유연성을 늘리는 규칙적인 스트레칭 방법 등을 소개하고, 남은 인생을 좌우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코어와 둔근 강화 운동법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4부 ‘뇌 건강 지키기 : 호흡부터 스트레스 관리까지, 뇌와 몸의 연결성을 이해하라’에서는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찾는 방법, 스트레스 관리법,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호흡법 등을 소개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정신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노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정신의 근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방법도 소개한다.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통계청에서 발표한 2021년 생명표에 따르면 60세의 기대 여명은 26년 정도로, 한 사람이 사회에서 직장 생활을 한 만큼의 기간과 비슷하다”면서, “인생 이모작 시대가 시작됐다는 뜻인데, 이는 몸과 마음이 젊은 상태, 내재역량이 충만한 상태일 때 가능하다. 이 책을 통해 마음만 먹으면 평소에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건강하게, 느리게 나이 드는 생활 습관으로 많은 분들이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응급실에 실려온 노인 환자가 처방받아 복용하던 약 중 특정 약을 빼자 며칠 만에 멀쩡해지는 모습을 보고 노인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에서 이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으며, 현재는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저서로 ‘지속 가능한 나이듦’,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등이 있다.
- 2023-12-2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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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가을에 뭐입지?” 중년 남성의 마음 저격하는 브랜드들
- 옷을 고르는 센스가 부족하다 생각해 쇼핑이 망설여지는 중년 남성이라면 주목하자.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찾아야 하는데, 쇼핑 초보자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먼저 여러 브랜드에서 지향하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코디해보는 방법이 있다. 중년 남성의 고급스러움을 높여줄 브랜드 3곳의 특징과 가을 신상품을 소개한다. 도시 느낌의 스타일링, 마시모뚜띠 마시모뚜띠는 1985년에 설립된 스페인 스파(SPA) 브랜드로 75개국에 79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일상에서 입는 캐주얼한 옷을 도시적인 분위기로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멋을 내고 싶거나 잘 보이고 싶을 때 꺼내 입을 만한 옷이 많다. 마시모뚜띠가 설립되던 초기에는 남성복에 초점을 둔 브랜드였으나, 현재는 남성복을 포함해 여성복과 액세서리, 향수 등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중년이 되면 옷을 고를 때 디자인 못지않게 소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시모뚜띠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리넨, 레더, 데님과 같이 소재별로 상품이 구성되어 있어 원하는 소재의 옷을 찾기 용이하다. ▶ 마시모뚜띠는 가죽 소재 의류로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2023 F/W 컬렉션 ‘나파 레더 오버 셔츠’도 가죽 의류다. 나파는 양이나 염소가죽을 사용한 소재다. 옷은 양가죽 소재로 만들어졌고 무광으로 마감했다. 오버 핏 느낌이 나서 여유롭게 입기 좋은 아우터다. 두 개의 바깥 주머니 이외에도 안주머니가 여러 개 있어 실용성을 더한다. 함께 신상으로 나온 ‘릴랙스 핏 쇼트 슬리브 코튼 티셔츠’는 100% 면 소재로 착용감이 좋다. ‘스트레이트 핏 진’도 100% 면 소재이고 일자로 떨어지는 청바지다. 다섯 개의 주머니로 편리성을 더했고, 허릿단에 벨트 고리로 디테일을 살렸다. 음악과 스포츠의 역사, 프레드페리 프레드페리를 만든 프레드릭 존 페리는 윔블던을 비롯한 세계 테니스 대회에서 세 차례 우승한 테니스 스타다.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던 그는 상류층이 즐기는 스포츠에서 활약해 주목받았다. 세련된 스타일로도 관심을 모은 그의 인기에 힘입어 프레드페리는 스포츠 의류로 화제를 모았다. 이후 노동자 계급 출신의 많은 펑크 밴드가 프레드페리 옷을 착용하면서 뮤지션들에게도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었다. 현재는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한 의류도 나오는 추세다. 프레드페리는 테니스에 기반을 둔 브랜드여서 스포츠 활동을 할 때 입기 좋은 피케셔츠의 비중이 높다. 피케셔츠라도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상견례, 예식장 등 격식을 차리는 자리보다는 편한 인상을 심어주는 일상에서 활용하기 좋다. ▶ 프레디페리는 2023 F/W에도 폴로셔츠에 집중했다. 신상품으로 나온 ‘마이크로 체커보드 롱 슬리브 폴로셔츠’는 면 소재의 긴소매 폴로셔츠다. 자카드 원단으로 제작되어 격자무늬가 돋보이고, 신축성이 있다. 또한 테이퍼드 핏(허리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통이 좁아지는 핏) 면바지도 나왔다. 트렌치코트에 주로 쓰이는 소재가 사용돼 구김이 잘 가지 않는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다. 여가 즐기고픈 현대인의 소망, 헨리코튼 헨리코튼은 영국의 프로 골퍼이자 건축가, 작가인 ‘토머스 헨리 코튼 경’의 삶에서 영감을 얻은 남성복 브랜드다. 헨리코튼의 브랜드 상징인 ‘피셔맨 로고’는 바쁜 일상에도 평온한 여가를 즐기고자 노력하는 현대인의 소망을 담았다. 토머스 헨리 코튼 경이 즐기던 플라이 낚시를 모티브로 ‘플라이 피싱 클럽’ 낚시웨어를 출시해 이번 S/S 시즌에 인기를 끌었다. 영국과 이탈리아의 조화가 깃든 헨리코튼은 정교한 디테일, 자연스러운 색감, 편안한 착용감과 소재를 추구한다. 모던하면서 클래식한 스타일을 지향하기 때문에 중년 남성이 멋을 내고 싶을 때 입으면 좋은 옷이 많다. 홈페이지 내 ‘시즌 베스트 리뷰’에 들어가면 니트, 팬츠, 티셔츠 중 고객의 리뷰가 좋은 제품들을 볼 수 있다. 이를 참고해 옷을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2023 F/W 신상으로 나온 ‘가을 코튼 재킷’은 부드러운 면 스판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착용감을 제공한다. 단추에는 자체 제작한 시그니처 로고를 각인했고, 내외부에 다양한 크기의 주머니를 배치해 실용성을 높였다. ‘가을 코튼 팬츠’는 면 스판 소재로 신축성 있는 착장감이 특징이다. 허벅지부터 밑단까지 일자형으로 떨어지는 바지다.
- 2023-09-2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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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소한 이것 만은” 바쁜 현대인을 위한 ‘연금 수령 전략’
- ‘복잡하고 어려운 연금, 누가 핵심만 알려주면 안 되나?’ 많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이 질문에 ‘브라보 마이 라이프’가 총대를 멨다. 포인트만 쉽고 빠르게, 복잡하고 어려운 말 하나 없이 정리했다. 유불리를 따져 연금 수령 최고 효율을 얻으려면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한다. 일본 열도를 뒤흔든 베스트셀러 ‘노후파산’은 고령사회의 단면을 가감 없이 다뤄 한국에도 큰 충격을 안겼다. 생활비가 부족해 매 끼니를 걱정하는 비참한 면면을 바라보며 바다 건너 우리네는 공포에 떨었다. 국내 전문가들은 겁에 질리지 말고 교훈을 얻으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연금의 사각지대에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연금이란 일정 기간 또는 사망 시까지 매월, 매 분기 등 일정 간격으로 지급되는 금액을 의미한다. 개인이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 연금을 적립하다가 주된 직장 또는 직업에서 은퇴한 후 노후 생활을 위해 연금을 지급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기본이 ‘3층 연금’이다. 국가가 가입 대상을 강제로 정하는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 직장에서 가입하는 퇴직연금, 개인이 임의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이 매월 월급처럼 정기적으로 노후를 뒷받침하면 큰 걱정 없이 노후를 보낼 수 있다. 연금 지급 금액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 소비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금을 적립하고 수령할 때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연금에 관심을 갖다 보면 다른 투자로 이어지는 등 시너지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노후에는 연금이 효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기초생활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만 65세부터 평생 수령할 수 있는 종신연금이다. 소득이 있을 경우 의무적으로 가입되고, 최소 가입 기간 120개월(10년)을 채운 뒤 개시 연령이 되면 노령연금을 매월, 그리고 평생수령할 수 있다. 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이 받는다. 임의가입, 임의계속가입, 추후납부, 실업크레딧 등 가입 기간을 늘리는 방법을 본인 상황에 맞게 활용하면 더 많은 혜택을 얻을 수도 있다. 정해진 시기에 노령연금을 반드시 개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5년 당겨 받을 수 있고, 5년 늦춰 받을 수도 있다. 소득이 있거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경우, 개시 연령을 미루는 연기연금을 신청하면 1년에 7.2%씩 연금액이 추가된다. 최장 5년 연기 시 36%가 가산 지급된다. 물가 상승에 따른 인상분까지 더하면 연금액은 더욱 커진다. ‘무조건’ 좋은 것은 없다. 연기연금도 마찬가지다. 신청 전 소득, 건강, 생존 확률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좋다. “연기연금의 단점은 건강보험료에 산정된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다 계산해봐야 해요. 회사에 다닐 때는 급여로 건강보험료를 가산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과 자산을 다 합산해서 부과합니다. 집, 자동차 전부 다요. 지역가입자로 하는 것보다 직장에서 내는 게 더 적으면 3년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퇴직 후 2개월 내 선택을 해야 합니다. 결국 수령 시점에 본인한테 무엇이 더 유리한지 불리한지 알고 있는 게 중요합니다.” - 이상건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장 안정적인 생활을 위한 ‘퇴직연금’ 퇴직연금은 회사가 근로자의 퇴직금을 금융사에 적립하고 퇴직 시 근로자가 이를 수령하는 제도다. 적립도 투자도 회사가 운영하는 확정급여형(DB), 적립은 회사가 투자는 본인이 하는 확정기여형(DC), 적립도 투자도 본인이 하는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뉜다.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와 개인형 IRP 계좌가 있는 사람에게 최근 화두는 디폴트 옵션이다. 디폴트 옵션이란 쉽게 말해 ‘기본값’으로, 사용자가 특별한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때 기본값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제도다. 기존 금융상품 만기 후 6주간 운용 지시가 없으면 디폴트 옵션이 적용된다. 크게 원리금 보장형 상품, 펀드, 원리금 보장형 상품 또는 펀드가 둘 이상 조합된 포트폴리오 상품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뉘는데, 대세는 ‘TDF’(타깃데이트 펀드)다. 은퇴 시점에 맞춰 펀드 내 위험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산 배분 펀드로 연금에 특화된 상품이다. 상품명 TDF 뒤에 붙어 있는 ‘2035’, ‘2050’ 같은 숫자는 은퇴 예상 연도를 의미한다. 본인의 투자 성향과 예상 은퇴 연도를 대략적으로 가늠해보고 결정하면 된다. “퇴직연금은 엄연히 노후를 위한 제도인데도 다른 용도로 쓰는 분이 아주 많습니다. 국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500만 원 정도입니다. 퇴직연금으로 1년에 500만 원씩 20년 모으면 1억 원이죠. 30년 모으면 1억 5000만 원입니다. 원금만 그렇습니다. 아무리 운용을 못 해도 은퇴 즈음에는 1억 5000만~2억 원이 모인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그런데 퇴직연금을 갑자기 생긴 목돈 정도로 여기는 게 문제예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은퇴 전까지는 건드리는 돈이 아니다’라고 여기고 운용해야 합니다.” -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한 ‘개인연금’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여 가입하고, 금융기관에서 운영하는 연금이다. 은퇴 후 기간은 길어지고 근속 기간은 짧아지면서 개인연금의 필요성은 점점 더 대두되고 있다. 연금 개혁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보완할 노후 소득원도 필요한 상황. 전문가들은 그 대안을 개인연금에서 찾고 있다. 개인연금의 가장 큰 장점은 세액공제 효과다. 절세하면서 노후자금을 천천히 만들어갈 수 있다. 대표적인 금융상품으로 연금저축과 IRP가 있는데, 이를 연금계좌라고 한다. 총 납입은 연 1800만 원까지 가능하다. 2023년부터 세제가 변경되면서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한도를 넘겨 저축한 금액은 이듬해 또는 그 이후로 이월해 세액공제가 가능하다.
- 2023-09-14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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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의사의 눈으로 바라본, 인생 전반 40년과 후반 40년
- #1동료와 담소를 나누는데 고등학생 두 자녀의 걱정이 크다. 고3 아들은 키가 훤칠해서 일찌감치 남자승무원이 되겠다고 진로를 정했다. 자신감이 있는지 열심히 놀러 다닌다고 했다. 반면 고1 딸은 하고 싶은 게 없다며 늘 시무룩하며 공부에 열심인데 성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농담이겠지만 가끔 공부도 지치고, 장래 희망도 없고, 자기 적성이 뭔지 몰라 종종 죽고 싶다고 푸념을 한다고 한다. #2어느 날 진료실에 55세 남자 환자가 찾아왔다. 이유는 의욕이 없고 늘 피곤하다는 것이었다. 매년 회사에서 건강검진을 하는데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회사 임원으로 삶의 안정을 이룬 상태였지만,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고, 회사를 갈 의욕도 없다고 했다. 특히 1년 전 흔히 말하는 오십견이 오면서 정형외과 치료를 꾸준히 받고 있는데, 그 이후로 피로감이 더욱 심해졌다고 했다. 인생을 먼저 살아본 노인들의 지혜를 모아 정리한 노년 연구들이 있다. 그리고 인간의 일생을 추적해서 행복과 건강에 대한 비결을 찾는 연구도 있다. 그런 과학적인 연구들뿐만 아니라 실존 철학자들은 인간 본질과 삶의 의미를 집요하게 탐구해 왔다. 이 모두를 통합해보면 인생은 두 단계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생존을 위해 집단 속에서 경쟁하는 인생 전반기와 나머지 하나는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홀로 고뇌하는 삶의 후반기다. 하이데거는 인간이란 어떤 목적도 가치도 없이 세상에 던져지듯 태어난다고 말한다. 탄생의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면서 자신의 존재 가치와 이유를 찾아야 하는 과업으로 일상을 살아간다. 일단은 안정적으로 살아남아야 의미를 일굴 기회를 가질 수 있기에 부모의 보호 아래서 자립의 훈련을 받는다. 학교란 안정적인 생존을 가르치는 훈련기관이며, 현대사회에서 적자생존의 경쟁은 성적을 통해 가름 짓는다. 타고난 신체로 도전해 볼 수 있는 진로를 찾은 동료의 아들은 마치 쉽게 생존할 수 있는 길을 찾은 냥 한시름 놓은 듯하다. 반면 아직 자기 진로를 정하지 못한 딸은 공부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짓눌린 듯 보인다. 인생이 어디 호락호락할까. 당장 눈앞의 길이 풀리건, 막히건 막상 세상살이를 겪으면 매일이 불확실이고 생존이란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앞날의 불확실함이란 우리 인생 그 자체다. 은퇴를 5년 앞둔 중년 남성은 생존의 안정을 이뤘으나, 이제 노화에 대한 불안에 휘둘리는 듯하다. 오십견은 단순한 어깨의 통증을 넘어 그의 삶의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왔음을 깨닫게 했다. 은퇴 이후 삶에 대한 자각은 마치 어느 날 깨어보니 차가운 아침 공기에 계절의 변화를 느끼듯 미처 대비하지 못한 서운함일 것이다. 요즘 세상에는 생존 경쟁을 위한 정보와 기술들이 넘쳐난다. 현대인들은 자녀들의 대학 진학을 위한 사교육 정보부터 취업과 결혼, 출산, 육아, 부동산과 주식까지 경제적 안정과 우월한 사회적 지위를 삶의 성공이라 믿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러나 아무리 생존 경쟁에서 성공을 거둬도 우리가 하루하루 늙어가고 있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삶의 덧없음을 메워주진 못한다. 죽음에 대한 사색은 물질적 성공보다는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결국 인생의 결말이란 언젠가 마주하게 될 자신의 죽음 앞에서 덤덤히 만족을 고백할지 아니면 공포에 몸부림칠지 둘로 나뉘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인생은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뉜다. 열심히 경쟁해 생존해야 하는 전반전과 그리고 삶의 의미를 위해 고독하게 자신과 마주해야 하는 실존의 후반전이다. 세상이 정해놓은 계단은 중년까지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누구도 삶의 후반전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지혜를 나누지도, 깊이 있게 알려주지도 않는다. TV와 같은 대중매체도 늘 육아와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프로그램은 넘치지만, 노년의 삶의 만족과 죽음에 대한 준비에 대해서는 부정하다는 듯 다루지를 않는다. 생존에 성공했다면 이제 어떤 의미를 남길지 자신만의 길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한다. 철학자들은 삶의 의미와 가치를 추구하는 것을 실존이라고 말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그리고 군부독재시기까지 숱한 삶의 격변 속에서 생존이 우선 가치였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에 결여된 것은 인생 후반기 삶의 의미를 일구며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 실존의 문화다. 당신은 준비하고 있는가?
- 2023-07-31 0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