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락거리는 대숲 사잇길 너머 죽도의 푸른 봄 바다 위에서 윤슬이 눈부시다. 섬 전체에 대나무가 푸르게 자생하고 있어 죽도(竹島)라 불리는 섬. 남당항 저편의 작은 섬 죽도를 둘러싼 대숲과 바다, 둘레길과 해안 산책로가 마냥 따사롭다. 봄은 그렇게 먼바다에서부터 시작된다.
천수만과 맞닿은 충남 홍성의 대표 항구 남당항에 따뜻한 봄바람이 넘실댄다. 항구에 정박해 있는 선박과 푸른 바다가 싱그럽다. 남당항에서 여객선을 타면 쉽게 닿을 수 있는 섬 죽도(竹島)는 홍성의 유일한 유인도다. 아침 첫 배에 올라 바다 저편을 바라보니 어렴풋이 죽도가 보인다. 남당항에서 10분 남짓이면 죽도 선착장에 닿는다. 죽도를 상징하는 대나무 잎이 휘감아 오르는 디자인의 새하얀 등대가 먼저 반긴다. 여객선 선착장 방파제 옆으로 ‘따뜻한 동행, 행복한 동행, 홍성군 죽도입니다’라는 환영 문구가 죽도 여행의 시작을 알려준다.
대숲 따라 걷는 봄
죽도에는 대숲이 우거진 산이 세 군데 있다. 산이라 하기에는 자그마하고 나지막한 봉우리다. 섬의 방향마다 1, 2, 3조망대가 설치돼 있어 섬을 둘러싼 전망이 일품이다. 섬 규모는 크지 않아 걷다가 선 채로 둘러봐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다. 마을 산책길을 천천히 걸으며 이어지는 죽도 둘레길 트레킹은 대략 3.5㎞로 두 시간 정도면 가능한 난이도 하(下)의 코스다.
우선 선착장에서 나오면 곧바로 나타나는 대나무 숲이 제2조망대다. 나무 계단을 오르면서부터 대숲이다. 숲에 들자마자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흙길과 야자 매트 바닥의 부드러움이 편하다. 바다로 둘러싸인 빽빽한 대숲 덕분에 세상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된 느낌이다. 이토록 고요한 숲이라니. 어쩌다 간간이 대숲에 이는 바람 소리만이 사각거리며 귀를 간지럽힌다.
둘레길 중간쯤에 볼거리 가득한 죽도 갤러리가 있다. 홍성 12경과 죽도 특산품, 인물 등의 소개와 쉼터가 마련된 문화공간이다. 잠시 쉬며 섬마을 풍경을 내려다볼 수 있는 힐링 포인트다. 가다가 쉬고, 쉬면서 섬을 느낀다. 시간이 멈춘 듯 섬마을이 한없이 평화롭다. 마을 앞바다엔 어로작업을 마치고 들어오는 것 같은 소형 고깃배 두 척이 천천히 닻을 내리는 모습도 보인다. 섬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봄 풍경이다.
바다 방향으로 대숲이 끝나면서 우아하게 곡선을 이룬 데크가 이어진다. 바다를 앞에 두고 바람에 이는 숲이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대숲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결이 청량하고 보드랍다. 60m 남짓의 데크에선 바다 위를 걷는 기분이다. 중간에 아찔한 유리 바닥도 보이고, 죽도항을 들고나는 유람선과 바닷새들이 함께 어우러진다.
죽도의 대나무 숲은 조망대마다 지역을 알리는 각기 다른 볼거리가 조성돼 있어 더욱 의미 있다. ‘용이 물길을 끊은 섬’이라는 뜻을 지닌 ‘옹팡섬 조망대’, 웅장한 바다 풍경의 ‘동바지 조망대’, 죽도 가장 높은 곳의 ‘담깨비 조망대’. 포인트마다 한용운 시인, 최영•김좌진 장군의 캐릭터 상을 차례로 만나게 된다. 산길에서는 이 지역을 시로 노래한 홍주 문학도 눈여겨볼 일이다. 파도소리길과 댓잎소리길도 걸어 조망 쉼터에서 내려다보면, 탁 트인 천수만 주변으로 부속 섬들이 올망졸망하게 떠 있는 게 보인다. 죽도는 본섬을 포함해 12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중 3개의 섬은 썰물 때만 모습을 드러낸다.
대숲을 내려와 해안길을 걷다 보면 섬 전체가 덜 가꾸어진 풋풋한 정원 느낌의 보물섬 같다. 죽도는 30가구가 채 안 되는 오붓한 섬마을이다.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한 바퀴 둘러보는 봄날 하루 트레킹 코스로 딱 좋다. 해맞이와 해넘이를 동시에 볼 수 있는 포인트도 있다. 그뿐 아니라 태양광·풍력과 전기 저장장치로 전력을 생산·저장해 탄소 없는 청정한 무공해 섬이다.
바다를 앞에 두고 지나는 마을 길에는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는 음식점 간판이 보인다. 여객선 대합실 부근으로는 차와 음료를 파는 스낵바와 섬마을 카페도 영업 중이어서 잠시 쉬며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섬 남쪽 끄트머리에 헬기장과 야영장 시설이 마련돼 있어 섬 백패킹과 해루질까지 가능하다. 성수기에는 백패커들의 야영 텐트가 제법 들어선다.
죽도는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섬이기에 신분증을 지참하고 배 시간을 꼭 알아둬야 한다. 홍성의 남당항 선착장에서 월·수·목·금요일에는 5회 운항, 주말과 휴일에는 8회 운항한다. 화요일 휴무, 기상 상황 및 물때에 따라 변동 가능하니 수시로 확인은 필수다.
섬에서 한나절 보내고 다시 남당항으로 나오니, 항구 곳곳에 새조개 축제 현수막이 펄럭인다. 남당항 일원에서 4월 말까지 진행되는 새조개 축제에선 싱싱한 제철 새조개를 맛볼 수 있다. 겨울에서 봄까지 주로 잡히는 새조개는 살이 통통하고 입안에 담백한 감칠맛이 도는 천수만 최고의 별미다.
홍주 천년을 품은 홍주읍성
죽도를 나와 홍성읍을 거치는 길에 홍주성을 들렀다 간다. 홍성의 옛 지명은 홍주(洪州)다. 고려시대부터 사용된 홍주란 이름이 천년을 맞았다. 홍주천년여행길의 중심에 자리한 홍주성은 천년의 역사를 지닌 채 고즈넉하다. 홍주읍성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전략적 요충지였다.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읍성의 가치가 성곽에 담겨 지역의 중심축을 이룬다.
현재는 당시의 절반 정도인 800m 남짓 남아 있지만, 지역방어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다. 돌 성벽길 주변으로 유유자적 사색에 잠겨 망중한을 보내거나, 역사 속 성벽을 따라 시간여행을 하듯 걷는 현대인의 일상이 여유롭다.
봄볕 속에서,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
홍주읍성에서 자동차로 10분 남짓 달리면 시골 마을의 평온한 분위기와 함께 예술가의 삶을 닮은 형태의 건축물이 나타난다.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고암 이응노 화백을 기념하는 생가터와 기념관이다. 1904년 홍성에서 태어나 1989년 파리에서 생을 마친 이응노 화백은 열일곱 살 때 고향을 떠나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예술은 자신의 뿌리를 드러내는 작업입니다. 나는 충남 홍성 사람입니다.”
작품 활동 대부분을 해외에서 했던 예술가는 이처럼 늘 홍성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한다.
홍성의 용봉산 산기슭 아래 앉힌 전시관과 대숲으로 둘러싸인 초가집이 나란히 봄볕을 받고 있었다. 고암 이응노 아카이브 톺아보기 전시장에선 예술가의 유품과 작품들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차 맛 좋은 미술관 북카페에 앉아 연밭과 잔디 광장 나무들이 봄 싹을 틔우는 걸 바라보며 조용히 봄 마중하기 좋다.
감성 충만, 홍성 남당항 노을전망대
노을이 아름답기로는 단연 서해안을 꼽는다. 그중에서도 홍성 남당항 천수만 수면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떨어지는 일몰은 가히 압도적이다. 천수만 갯벌 위에 설치된 남당항 노을전망대는 100m가 넘는다. 해가 저물고 노을 속에 묻혀 전망대 위를 걷다 보면 하늘과 바다 사이 어디쯤을 유영하는 듯한 신기한 감각을 경험한다. 어두운 바다로 뻗어나간 S자형 붉은 곡선의 전망대를 중심으로 노을과 바다와 갯벌의 대비가 벅찬 순간을 보여준다. 봄바람은 부드럽고, 서해의 아름답고 장엄한 노을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인다. 마침내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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