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며 차례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했다.
과일 놓기
흔히 아는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는 예서에 따로 나오지 않으니 굳이 지킬 필요는 없다. 준비한 과일을 편하게 놓으면 된다.
음식 마련
기름에 튀기거나 지진 음식을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힘들어 하며 애써 전을 부치는 일은 그만해도 된다는 얘기다.
신위(神位)
사당이 없는 일반 가정에서는 지방을 모시고 지내곤 했다. 조상의 사진을 올려두고 제례를 지내는 방식도 괜찮다.
성묘 시기
차례를 지내고 성묘를 가든, 차례를 지내지 않고 성묘를 가든 상관없다. 가족끼리 방법을 논의해 정하면 된다.
지나친 제례 문화를 고수할 필요 없다. 형식보다는 형편에 알맞게, 상차림은 소박해도 마음은 충만하게 조상을 기리면 된다.
가족과 함께 즐겁고 풍선한 설 연휴 보내세요!
전염병이 극성이던 지난 설날. 강력한 거리두기 지침에 경북 칠곡군의 한 종가에서는 ‘음복 도시락’을 마련했다. 제사 말미 종친들이 함께하던 음복을 각자 집에서 예를 다하는 방식으로 대체한 것이다. 같은 시기 요양원의 어르신들은 영상통화로 손주들의 세배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비대면 명절 문화의 모습이다.
올해로 코로나19 5년 차, 일상의 많은 부분이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명절 문화에도 영향을 끼쳤다.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제사를 지냈고, 온라인 성묘, 사이버 차례상 등 언택트 명절 서비스가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예상보다 앞당겨졌을 뿐, 이러한 변화는 불가피했으리라 말한다. 한국 사회에 만연했던 명절 스트레스와 가족 갈등 문제를 해결할 긍정적 흐름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럼에도 비대면으로 조상을 모시는 상황을 성의가 부족하다거나 전통 방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석연찮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미영 한국국학진흥원 민속·사회학 박사는 “옛 풍습 중에 ‘망제’(望祭)라고 있다. 명절이나 기일에 멀리 타향에 있을 때 고향이나 조상의 무덤 쪽을 바라보고 지내는 제사를 말한다. 연초에 유학자나 선비들은 임금이 계신 곳을 향해 세배를 올리기도 했다. 쉽게 말해 조선시대에도 비대면 제사와 세배가 행해졌던 것”이라며 “전통을 따져 비대면을 거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현 시대의 문화로 이해해야 할 비대면 명절. 어떤 방법으로 즐기면 좋을지 상황별로 자세히 알아보자.
STEP 1 모임 ▶ 우리 가족 설날 생중계
자녀 또는 손주와의 영상통화는 일상이 된 지 오래다. 특별히 명절에는 일가친척까지 모이는 만큼, 여럿이 함께할수록 즐거운 분위기가 더해질 것이다. 최근 비대면 회의나 강의 용도로 쓰이는 ‘줌’(Zoom)에 익숙한 중장년이라면 이를 가족 모임 수단으로 활용해보자. 한 사람이 회의방을 개설하고 링크를 공유하거나 초대하는 식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밖에 ‘구글 미트’, ‘팀 뷰어’ 등 줌과 같은 방법으로 이용 가능한 플랫폼이 다양하다. 이러한 화상회의 서비스는 각각의 창을 통해 서로의 얼굴을 확인한다는 게 장점이다. 때를 맞춰 함께 집안 어른께 세배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에 적절하다.
만약 한 화면으로 제사나 성묘 과정을 보여주는 정도의 서비스를 원한다면 ‘카카오톡 라이브톡’을 추천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포함된 이들을 대상으로 주최자가 특정 상황을 라이브로 중계할 수 있다. 라이브톡이 진행되는 동안 대화 주고받기가 가능하고, 서비스 종료 후 카카오톡 채팅방에 기록이 남아 추억을 곱씹기에도 좋다. 김미영 박사는 이러한 서비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최근 유튜브 영상 애청자의 나이가 50대 이상이라고 한다. 이제는 중장년도 모바일에 익숙해졌고, 비대면 만남에 대한 거부감도 줄었을 것이다. 온라인 제례 문화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며, 물리적 한계가 없다는 점에서 가족 참여도를 높일 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ip] 무료 화상회의(다중 영상통화) 앱 & 웹
①줌: 가장 널리 알려진 화상회의 플랫폼으로 100명까지 동시 접속 가능하다. 무료 버전은 40분까지 제공해, 그 이상 사용하려면 유료로 가입해야 한다.
②구글 미트: 무료 버전은 100명까지 참석할 수 있으며, 최대 1시간까지 가능하다. 유료 버전을 쓰면 녹화된 영상을 구글 드라이브(웹 저장소)로 자동 저장해준다.
③마이크로소프트 팀즈: 가정용 무료 버전의 경우 최대 1시간 그룹 통화를 할 수 있다.(비즈니스 무료 버전도 동일) 채팅과 투표 기능을 활용해 가족회의를 진행해도 좋다.
④미더스: SKT가 출시한 고품질 영상회의 서비스로, 통신사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하다. 휴대폰 연락처를 기반으로 일반 전화를 걸 듯 회의를 만들고 공유할 수 있다.
STEP 2 제례 ▶ 형식 덜고 정성 담아
김미영 박사는 “명절이든 제사든 형식보다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은 ‘조상에 대한 기억과 감사’다. 그는 “우리가 제사를 지내는 근원적인 이유는 바로 조상에 대한 고마움이다. 나를 존재하게 하고, 생명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으면 된다. 제례 역시 그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지나치게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생겨나고 있는 ‘사이버 추모관’을 적극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e하늘장사정보시스템’(www.15774129.go.kr)의 ‘온라인 성묘·추모 서비스’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홈페이지 가입 후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해 가족, 친지 등에게 공유하면 된다. 글, 음성, 영상 등 고인을 추억할 자료를 올리거나 메시지도 남겨 추모관을 꾸며볼 수 있다. 가상의 공간에 차례상 차리기 및 헌화, 분향, 지방 쓰기 등도 가능하다. 서울시설공단에서 운영하는 ‘사이버추모의집’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Tip] 비대면 제사라도, 대면한 조상까지
몇 대 조상까지 차례를 모시는 게 좋을까? 이러한 물음에 김미영 박사는 정해진 원칙은 없으나 가급적 ‘대면한 적이 있는 조상’을 기준으로 제례를 지내길 권했다. 앞서 언급한 제사의 정신을 염두에 둘 때, 기억이 존재하고 교감했던 경험이 있는 조상이라야 그 의미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가령 손주는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부모나 조부모가 “돌아가신 증조부께서 살아 계실 적에 너를 참 귀여워하셨지”라며 대신 이야기해줄 정도는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게 자신의 뿌리를 기억하고 기리는 과정을 통해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으로 설 연휴를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
STEP 3 상차림 ▶ 스트레스 No! 밀키트도 Ok!
명절 스트레스 중 하나는 바로 ‘차례상 차리기’다. 지난해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차례 간소화 표준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의례적으로 행해온 것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내용도 적지 않다. 가령 ‘예법을 다룬 문헌에 홍동백서나 조율이시라는 표현은 없다’, ‘전은 차례상에 꼭 올리지 않아도 된다’ 등이다. 위원회 측은 “유학 경전 ‘예기’에 따르면 큰 예법은 간략해야 한다. 의례를 너무 화려하게 할 필요 없다. 조상을 기리는 마음은 음식 가짓수에 있지 않으니 많이 차리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지나친 상차림 문화를 고수할 필요 없다는 얘기다. 자칫 상차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부 갈등이 빚어지는 것은 오히려 명절의 의미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에는 밀키트, 간편식 등을 활용하는 방법도 환영하는 추세다. 형식보다는 형편에 알맞게 마련하고, 상차림은 소박하더라도 충만한 마음으로 조상을 기리면 된다.
[Tip] 조선시대 비대면 상차림 ‘감모여재도’
‘감모여재도’(感慕如在圖)는 집 안에 사당이 없거나 외지에서 지방(紙榜)으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던 그림이다. 타지에서 사당을 대신하기 위해 활용한 일종의 제례 도구로, 휴대와 보관이 용이하게끔 족자나 병풍으로 만들곤 했다. 조선시대에 온라인 서비스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감모여재도’는 현재의 사이버 차례상이나 언택트 성묘 등에 비유된다. 선조들 또한 불가피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형식을 갖추기보다 약식으로나마 예를 다했던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STEP 4 화합 ▶ 형식은 달라도 가족과 함께
전통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무형식으로 명절을 보내라는 뜻은 아니다. 가족 구성원이 논의해 서로가 인정하는 가정의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김숙기 나우미가족문화연구원장은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했더라도 너는 너, 나는 나대로 흩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족끼리 가볍게 산소를 둘러보고 한 끼 식사를 하는 것도 좋고, 함께 1박 2일로 여행을 떠나도 괜찮다. 어렵다면 온라인 공간에 모여 덕담이라도 나누자. 바쁜 현대 사회에서 평상시는 잊고 지내더라도, 명절만큼은 가족을 생각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마련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1년 중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설날’만큼 좋은 때가 없다고 했다. 그는 “설에는 가족 모두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의 안녕과 행복을 기원한다. 후손들은 감사의 의미를 담아 세배를 하고, 어른들은 덕담을 전하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 가족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다. 이렇게 가정에서 얻은 긍정적인 기운이 한 해를 나고 일상을 보내는 데 큰 힘으로 작용한다”고 조언했다.
[Tip] 우리만의 명절 ‘가가례’를 만들자
우리 예법 중 ‘가가례’(家家禮)라는 것이 있다. 집집마다 제사를 지내는 절차와 형식이 다름을 이르는 말이다. 기존에 지켜오던 방식이라도 현재의 형편과 여건에 따라 가능한 부분만 남겨두고, 편의대로 바꾸거나 생략해도 괜찮다. 다만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화합할 수 있는 방법은 간소하게나마 마련해야 한다. 돌아가신 조부모의 사진을 보며 옛이야기를 나눠보는 식이라도 좋다. 으레 내려오던 방식으로 명절을 지냈다면, 한 번쯤 가족의 명절 문화를 점검해보고 함께 논의해 가가례를 만들어보자.
新명절증후군 시집살이 하는 시어머니?
전 부치고 차례상 차리느라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앓는 시대도 저물어간다. 김숙기 원장은 “최근 명절 모습을 보면, 시어머니들이 큰댁에 모여 제사상을 준비하고 며느리들은 뒤늦게 인사만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신들이(지금의 시어머니 세대) 한 집안의 며느리로 살며 겪었던 고충을 자식 세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또는 눈치가 보여서 스스로 감내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몸도 마음도 상하는 이중고를 겪는 시니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을 고수하던 과거와 편의를 우선시하는 현재가 오묘하게 섞이면서 과도기를 겪는 최근 명절 풍속도에서 중장년 세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머리로는 최근의 변화를 이해하면서도 서운하고 야속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김 원장은 “상담을 해보면 부모들은 겉으로 표현하지 못한 채 속상해하지만, 자녀들은 ‘말해주지 않아 몰랐다. 미리 일러줬더라면’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서운한 감정은 ‘바라는 것’이 있는데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생긴다. 명절에 자녀들이 지켜줬으면 하거나 원하는 부분이 있다면 미리 얘기해주는 게 좋다. 가령 ‘설 당일 점심은 꼭 함께 먹었으면 좋겠다’라든가 ‘떡국은 꼭 차례상에 올리자’ 등 명확하게 공지하면 자녀들도 그에 맞춰 계획성 있게 움직일 수 있다”며 가능한 한 사전에 단체 대화방 등을 활용해 논의하고 합의점을 찾는다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어릴 적 설 풍경 중 제일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동네 떡 방앗간의 정경이다. 설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불린 쌀을 커다란 양푼에 담아 머리에 이고 방앗간으로 향한다. 방앗간 앞은 이른 아침부터 장사진이다. 사람 대신 각종 커다란 그릇들이 줄을 섰다. 김이 물씬물씬 나는 시루와 기계에서 끊임없이 밀려 나오는 가래떡으로 주변은 활기가 넘친다. 어린 눈에 수증기로 가득 찬 방앗간은 신비한 요술 집 같았다.
우리 차례가 되어 기계 앞에 서면 가슴이 뛰었다. 따끈따끈하고 말랑말랑한 가래떡을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가슴을 조이다 보면 드디어 우리 떡이 힘차게 밀려 나오며 차가운 물에 샤워하고 차곡차곡 쌓인다. 아이의 눈이 무엇을 말하는지 눈치챈 주인아저씨는 씩 웃으며 칼로 한마다 썩 베어 앞으로 내민다. 아! 그때 먹었던 가래떡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차가운 날씨에 밖에 내놓아 일부러 굳힌 가래떡은 설날 떡국의 주재료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변주로 우리의 미각을 즐겁게 한다. 그중에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가래떡구이’다. 식구들과 곤로에 둘러앉아 마치 원시인들이 벽화를 그리는 심정으로 조심스럽게 둥글리며 구우면 고소한 냄새와 함께 겉은 얇게 탄 종잇장 같은 막이 생기며 속은 말랑말랑히게 익는다.
지금도 시장통을 지나면 습관처럼 떡집 앞을 기웃거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꿀떡이나 남편이 좋아하는 약식을 사면서 기어이 가래떡을 집어 든다. 다들 무슨 맛으로 가래떡을 사느냐고 한마디씩 하지만, 필자에게는 그야말로 ‘소울 푸드(Soul Food)’인 셈이다. 요즘이야 난로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굳기 전에 참기름 떨군 간장에 찍어 먹으며 홀로 추억에 잠긴다.
음식 문화로 치면 설날 떡국은 매우 특이한 전통이다. 최근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황교익 음식 평론가에 의하면 오늘날 여러 가지 격식이 붙어 있는 거창한 차례상은 사실 현대에 와서 조작된 허구이지 진정한 전통이 아니란다. 홍동백서니 어동육서니 운운하며 대단한 지식이나 되는 양 떠들지만, 과거엔 없던 만들어진 전통이라는 말이다. 오로지 떡국 하나만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전통이라는 것이다.
원래 인류의 식사는 청동기 시대부터 온 마을 식구(食口)가 함께 둘러앉아 먹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도 가족 단위로 밥을 먹는다는 것은 고려 시대에 들어와서나 정착된 문화이지 그 전까지 평민들은 마을 공동으로 취사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러다 보니 밥보다는 떡이 주식으로 알맞았고 오늘날 설음식으로 떡국이 흔적처럼 남아 있는 연유이다.
비슷한 전통이 동아시아 각국에도 남아 있다. 중국에서는 쌀로 만든 경단을 국물에 넣어 먹는 ‘탕위앤’이 있고, 일본에는 된장이나 가쓰오부시로 맛을 낸 국물에 찹쌀떡을 넣은 ‘오조오니’가 있다. 사실 떡은 그 형태상 그냥 먹는 음식이지 국물에 넣어 먹는 것은 어쩐지 어색하다. 그러나 먹다 남는 떡이 굳어지니 어쩔 수 없이 이런 음식이 태어나게 된 것이 아닐까. 동아시아에 남아 있는 설날 떡국 문화는 이런 전통을 기억하는 집단 무의식인 것이다.
조선조 서울 풍속을 적은 (1800)에는 떡국에 관한 기록이 나오는데 “멥쌀로 떡을 만들어 치고 비벼 한 가닥으로 만든 다음 굳기를 기다려 가로 자르는데 그 모양이 돈과 같다. 그것을 끓이다가 꿩고기, 후춧가루 등을 넣어 만든다. 또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을 떡국 그릇 수에 비유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러니 오랜 전통임이 틀림없다. 훗날 꿩고기가 없으면 닭고기를 넣기도 하면서 ‘꿩 대신 닭’이라는 속담이 생기기도 했다.
오늘날 새로 생겨난 가슴 아픈 문화 현상의 하나는 이름하여 ‘혼밥, 혼술’ 문화이다. 가족이 해체된 지는 이미 오래고, 늙어 혼자되고, 시집 장가 안 가 혼자 살다 보니 마지못해 생긴 현상일 것이다. 애초 인간은 음식을 혼자 먹는 전통이 없는 까닭이다. 이번 설에는 부디 흩어진 식구(食口)들이 모두 모여 떡국 한 그릇이라도 나누어 먹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풍진 세상 또 한 해를 견뎌낼 힘을 얻지 않겠는가.